찌에가 다녀간 다음날 다에코가 찾아온 것은 아침 아홉 시가 조금 지
나서였다.
다에코는 세일러복을 입지 않고 사복인 흰 블라우스와 빨간색 미니 스
커트를 입고 있었다.
곧 둘은 아파트를 나와 공원으로 향했다.
어제 찌에에게 이야기한 대로 보트를 탔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으므로 호수 위에 떠있는 보트 수는 많지 않았다.
시간이 지난 뒤에 보트에서 내려 공원 속의 수풀이 우거진 곳을 걸었
다.
다에코는 마사키의 팔짱을 꼈다.
마사키는 문득 시장기를 느꼈다.
손목시계를 보니 열두 시였다.
<점심 뭘 먹을까? 그 다음에 영화보러 가자.>
<나 어제밤 잠을 별로 못잤어요. 오빠 방에서 좀 잤으면 해요.>
<그럼, 그렇게 하자.>
잠시 후 방으로 돌아오자 다에코는 그의 팔을 부여 잡으며 토라져 울
먹이는 표정을 지었다.
<오빠가 나를 대하는 것이 좀 쌀쌀한 것 같아요. 싫어요.>
어제 찌에가 한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려 디에코를 조심스럽게 대했는
데, 예민한 다에코가 그것을 의식했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 잠이 부족해서 신경이 날카로운 것 같군. 한숨 자고나
면 괜찮을 거야.>
다에코가 안겨오자 마사키는 자신의 가슴에 그녀의 뺨을 밀착시켰다.
자연히 마사키도 다에코의 등을 껴안은 형태가 되었다.
마사키는 찌에라는 무거운 압박감을 느껴야 했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은밀하게 다에코를 만지고 싶은 욕망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점차 그런 욕망이 부풀어오르는 것을 의식할 수 있었다.
마사키는 다에코의 얼굴을 들게 했다.
상기되어 달아오른 얼굴이었다.
다에코는 천천히 눈을 감고 입맞춤을 요구해왔다.
입술을 포갠 뒤 그녀의 팔에 힘이 모아졌다.
입술을 빨아들이는 것을 마사키는 느꼈다.
<피곤할텐데 자야지.>
다에코는 고개를 약간 끄덕였고 붙어 있던 두 사람의 몸이 떨어졌다.
<불편할텐데 겉옷은 벗고 누워. 나는 조용히 책을 보고 있을 테니까.>
다에코는 속옷차림이 되었다.
조금도 수줍어하는 모습은 나타내지 않은 점은 어린애다웠지만, 그래
도 유방이 제법 부풀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탓에 속옷 위로 유두의 정점이 뚜렸했다.
다에코는 편하게 드러누웠고 마사키는 그 머릿맡에 앉아 뜨고 있는 다
에코의 두 손을 쓰다듬어 감기게했다.
눈을 감은 채로 다에코는 맹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로 어젯밤은 제대로 못잤어요.>
<왜?>
<그럴 일이 있었어요.>
마사키는 뺨을 어루만졌다.
투명한 홍조를 띤 소녀의 뺨이었다.
<그래? 푹 자도록 해.>
<오빠도 이리와 함께 자요.>
<그럴까?>
조금 전의 그 투정을 생각해 볼 때 만약 거절한다면 마음 상해 할 것
이 틀림없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마사키는 스스로에게 변명했
다.
마사킨느 다에쿄 옆에 누워 팔베개를 해주었다.
그녀는 마사키 품에 꼭 안겨왔고, 언제 잠들었는지 잠시 후 새근새근
하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얌전히 잠들어 있는 모습이 역시 어린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사키도 편안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마사키가 일어난 것은 다섯 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다에코는 먼저 일어나 창가에서 머리를 빗고 있었다.
<언제 일어났니?>
<조금 전에요. 정말 잘 잤어요.>
아파트를 나올 때 다에코는 입술을 내밀며 눈을 감았다.
짧은 입맞춤 후에 마사키는 다에코의 어깨를 안고 문으로 향했다.
<역까지 바래다 줄게.>
토요일 점심 무렵이었다.
미도리가 돌아간 지 불과 한 시간이 못되어 찌에가 아파트로 불쑥 찾아왔다.
사전에 약속하지 않고 이렇게 갑자기 찾아온 건 처음이었다.
볼일이 있어 이 근처에 왔다가 생각이 나서 들렀다고 했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방에는 태양빛이 가득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이 흐르는 것을 의식했다.
찌에는 저녁 때까지는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래도 서로 포옹할 만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았다.
러브 호텔의 경우 입실하는 순간에 조건이 갖춰져 자연스럽게 포옹하게 되는데,
이 방은 대화의 장인 것이다.
찌에의 눈에 점점 정이 담겨져 오고, 몸에서도 마사오의 움직ㅇㅁ을 기다리는 기
분이 느껴지는 듯했다.
마사오는 앉은 채로 다가가 옆에서 그녀의 어깨에 손을 걸치고 가슴을 밀착시켰
다.
거기서 시작하여 입술을 맞췄다.
찌에의 몸의 방향이 바뀌어 두 팔이 마사오의 팔을 감았다.
오늘 아침에 미도리의 몸에 젖은 채 씻지도 않은 분신이 빠른 속돌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찌에는 침대 위에 반듯하게 누웠고, 마사오는 그 위를 감싸 키스를 계속했다.
길게 입을 맞춘 다음 입술을 떼고 얼굴을 들어 찌에를 주시했다.
감겨져 있던 눈이 열리고 서로 마주쳤다.
<당신은 젊어요. 내가 짐이 되지 않아요?>
<그렇지 않아요.>
<당신에겐 역시 젊고 예쁜 여자들이 어울려요. 나 같은 미망인은 절대 어울리지
않아요.>
빤히 바라보고 있는 눈이 더욱 젖어, 의외로 눈뮬방울이 되어 눈까풀 밖으로 흘
러넘쳤다.
<왜 그래요?>
성적 흥분으로 젖어 있었다고 생각한 마사오의 가슴에 놀라움이 번져갔다.
서글픈 상황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연상의 여인에게서 눈물을 본다는 건 묘한 기
분을 느끼게 했다.
갑자기 지에가 어린애처럼 보였다.
<이렇게 당신의 품에 안겨지는 것도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을 거에요.>
눈물의 흐름이 계속되어, 속눈썹에 머물곤 다시 두 볼을 타고 흘렀다.
<혹시 재혼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나요?>
찌에는 크게 고개를 저었다.
<내가 먼저 당신을 버리는 일은 없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마사오는 눈에 입술을 대고 눈물을 닦았다.
찌에는 눈을 감았다.
위쪽 눈까풀이 빨갛게 되었다.
두 팔이 마사오의 등을 세차게 끌어안았다.
볼을 서로 밀착시키고 꼭 껴안았다.
<미안해요. 당신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
두 사람은 서로 약속한 것도 없으며 속박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건 그녀의 자격지심일 뿐이다.
<그런 생각하지 말아요. 난 당신과 이렇게 만나는 걸 진심으로 즐기고 있어요.>
찌에는 많이 연상이긴 하지만 아직 젊고 분명 매력적이었다.
거기에다가 청초한 미망인이라는 이미지가 그에게 야릇한 흥분으로 다가왔다.
<정말?>
<예.>
찌에의 몸에서 내린 마사오는 왼팔에 그녀의 머리를 올려놓고 오른손으로 허벅다
리를 더듬었다.
오늘 점심쯤에도 관계를 가진 미도리에 비해 훨씬 가늘고 애처러웠다.
스커트 안을 어루만지며 거슬러 올라가는 마사오를 거부하지 않았다.
따스한 언덕에 닿았다.
팬티를 사이에 두고 어루만졌다.
습기가 천의 바깥쪽으로 스며나오고 있었다.
그때 밖에서 누가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마사오는 가볍게 귀볼을 물었다.
<같은 층에 사는 여자인데, 문밖에서 금방 보내고 올테니까 옷벗고 누워 있어
요.>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또끼에와 낯선 여자가 양손에 헌옷가지를 간뜩 들고 있었다.
<복지시설에 보낼 옷가지를 모으고 있는데, 안 입는 옷이 있으면 좀 주세요.>
<지금은 그럴만한 게 없어요. 미안합니다.>
<실례했습니다. 참 오늘 저녁 식사하러 오지 않을래요?>
<괜찮습니다.>
<내가 이 아파트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게요. 알아두면 여기서 살는
데 도움이 될 거에요.>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일곱 시에 오세요.>
마사오가 방으로 돌아오자 찌에는 침대 시트 속에 있었다.
분명 미도리의 체취가 배어 있을 텐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샤워하고 올게요.>
<괜찮으니까 그냥 올라와요.>
마사오는 찌에의 옆으로 미끌어져 들어왔다.
찌에는 이미 알몸이 되어 있었다.
서로 포옹하며 다시 입술을 비벼댔다.
이제 찌에는 울고 있지 않았다.
아까는 돌발적인 감상이었던 듯했다.
키스를 계속하면서 마사오는 찌에의 알몸을 어루만졌고, 그녀는 그의 옷을 벗겼
다.
자그만한 둔부가 차가웠다.
찌에의 손이 움직여 이미 솟아있는 분신을 잡았다.
<오래 기다렸어요. 쭉 이것만 생각했어요. 밤에는 더욱 그래요. 가만히 빠져 나오
고 싶었어요.>
마사오는 손을 앞으로 돌렸다.
그 손을 맞이하여 찌에의 두 허벅다리가 느슨하게 풀어졌다.
허벅지까지 젖어 있었고 그 은밀한 계곡에 손가락을 완전히 잠입시키자 뜨거운
용광로였다.
찌에는 낮은 소리로 신음했다.
예상보다 빨리 찌에는 흥분하기 시작했고 허리의 놀림도 곧 두드러지게 되었다.
<아! 이것에 키스하게 해줘요.>
<나도 여기에 키스하고 싶어요.>
<내가 먼저 할게요.>
마사오는 위를 향해 누웠고, 찌에는 상체를 일으켰다.
조금 전까지 창백하게 보이던 하얀 얼굴이 붉게 물둘었고, 눈은 더욱 충혈되어
있었다.
립스틱을 엷게 바른 입술의 꿈틀거림은 요염해졌다.
오른손으로 기둥을 누르고 외손으로 첨단을 만지작거리면서 얼굴을 접근시켰다.
찌에는 좌우로 고개를 기울리며 바라본 다음 첨단에 입술을 대고 키스했다.
그녀는 입 안에 넣지 않고 계속 혀를 내어 돌려가며 핥았다.
오늘 아침 미도리와의 정사가 생생한 마사오로서는 이런 저런 생각에 사로잡혔
다.
(달라붙어 있는 미도리의 애액을 혀로 닦아내고 있는 지도 몰라. 여느 때와 다른
맛이 나는 건 아닐까? 미도리가 간 다음 샤워를 해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뭐 괜찮아. 한 시간이나 지났고, 이 여자가 핥고 있는 건 틀림없는 나 자신인 거
야.)
그녀에게서 의아해 하는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잘룩한 부위에 혀를 돌릴 때는 그 움직임이 활발했다.
도중에 혀를 떼고 찌에는 첨단의 갈라진 틈새를 주시했다.
<어머, 나왔어요.>
찌에는 다시 귀두에 입을 대고 강하게 키스했다.
계속해서 혀끝으로 첨단의 나누어진 틈새를 가르고 집어넣고, 머리 전체가 아래
위로 움직였다.
<아! 좋아.>
애교스런 목소리였다.
드디어 혀는 굴리지 않고 곧바로 입을 진행시켜 왔다.
마사오는 조금씩 요염한 입속으로 삼켜지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첨단의 맨 끝에 무언가가 닿았다.
목구멍이었다.
색다른 감각이 생겨났으며, 더욱 확대하고 싶은 욕망도 느꼈다.
그러는 사이 서서히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찌에의 얼굴은 무수한 땀방울이 돋아 빨갛게 되어 있었다.
목구멍의 움직임이 전달되어 왔다.
불안한 마음이 커졌다.
그러나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었다.
게다가 찌에는 계속 삼키고 있었다.
신선함에 가까운 쾌감을 느낌과 동시에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제까지 이런 일은 없었는데 도대체 어떤 광기가 이 여자를 지배하고 있는 것
일까?)
그러나 그녀의 그런 대담한 시도는 그리 길지 않았고, 이윽고 보통의 애무로 돌
아왔다.
그래서 마사오는 안심하고 손을 뻗어 찌에의 입언저리를 어루만졌다.
그러자 찌에는 움직임을 멈추고 천천히 입술을 떼고 마사오의 눈을 보았다.
사랑을 머금은 눈이었다.
<맛있어요. 아주 좋아요.>
그녀는 곧 눈을 돌려 오른쪽 검지로 그것을 매만졌다.
욕망보다도 감정에 빠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까지와 달리 자신의 느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자세를 느낄 수 있
어 신선했다.
마사오는 상체를 일으켜 겨드랑이 사이에 양손을 넣었다.
<이번엔 제가...>
<으응, 아직...>
하는 수 없이 마사오가 양보하고 찌에는 손가락과 혀와 눈으로 희롱을 재개했다.
마사오는 그것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찌에는 수줍음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보이면서 희롱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감각적인 쾌감 이외에도 나사키의 가슴을 관념적인 풍요가 뒤덮고 있었다.
그녀도 또한 마사오의 욕마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정념에 따라
서 애무하고 있는 듯했다.
찌에의 손가락끝이 잘룩한 도랑을 따라 움직였다.
고개를 들고 옆에서부터 그 부분에 입을 대고 키스했다.
작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계속해서 찌에눈 손가락을 교묘하게 움직이고, 때로는 혀를 사용하고, 눈의 위치를
바꾸어 주시하기도 하면서, 마치 소녀가 인형과 놀고 있는 표정을 지었다.
마사오는 상체를 다시 일으키며 말했다.
<함께 해요.>
찌에의 놀이는 그대로 계속되게 하고, 자신도 또한 그녀의 음밀한 부분을 애무하
겠다는 듯이었다.
그녀는 약간 수줍음을 보이면서 따랐고, 두 사람은 역방향이 되어 서로 얽혔다.
마사오는 꽃잎을 벌리고 먼저 그곳에 입을 대고 키스한 다음 눈으로 감상하면서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투명한 이슬이 스며나와 계곡에 퍼졌다.
심연은 살아 있는 샘이며, 그곳 깊숙이 요정이 할딱거리고 있는 것을 느끼게 했
다.
그러는 동안 마사오는 자기가 지금 찌에와 하고 싶은 건 사실이지만 그것은 절실
한 것은 아니며, 이렇게 자기의 눈 앞에 존재하여 자기에게 애무받고 있는 상태
그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에 걸쳐 미도리와 즐겼으므로 이런 여유가 있는 것이다. 아
무튼 나도 어쩔 수 없는 색골인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면서 두 다리를 좌우의 팔로 감고 정면으로부터 입을 대고 혀를 율
동시켰다.
서서히 찌에의 허리 진동은 두드러지게 되고, 그에 따라서 감정적인 요소가 엷어
지고 육감적인 요소가 떠올라 왔다.
찌에의 허리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상황의 진전을 졸라대는 말이 토막토막 발해지고 있었다.
마사오는 그 요청에 따라 얽힌 팔을 풀고 상체를 일으켜 정상 위치에서 서로 끌
어안았다.
찌에는 눈물을 담고 있었다.
그것은 앞서의 눈물이 아니라 자극에 흥분하여 고인 것임에 틀림없었다.
마사오를 받아들이자마자 신음하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나, 곧 하게 돼요.당신은 아직 괜찮지요?>
<예.>
팔을 깊숙이 감고, 다리를 단단히 걸고 마사오는 운동에 들어갔다.
아래에서 반템포 늦은 감으로 찌에는 따랐고, 그 내부에서 조여드는 동작이 연속
해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곧이어 찌에의 동작이 마사오와 같아지고, 앞서가는 기분을 보였다.
절박해진 것이다.
그 허리 동작에 맞추어 마사오는 움직였다.
찌에는 절정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 그녀에게서 떨어져 나와 천장을 향해 누워있는 마사
오에게 찌에는 다리와 팔을 걸어왔다.
<내일 유끼에가 놀러 오지요?>
<예, 공원에 가서 보트를 태워 줄까 합니다.>
마사오는 찌에를 향했다.
자연히 서로 껴안게 되었다.
다소 부드러워진 분신을 찌에가 살짝 쥐었다.
<그 애는 이미 남녀관계를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건 마사오가 전에 유끼에에게 설명해 준 것이다.
<요즘 애들은 빨라요.>
<그래서 우리의 관계를 당신이 그 애에게 말해주면 어떨까요?>
아주 나지막하고 어색함이 배여있는 목소리였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는 편이 왠지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애에게 그리 큰 충격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안 돼요.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관념적이며 여자애는 특히 센티멘탈하기
때문에 크게 놀랄 겁니다. 굳이 꼭 그래야 한다면 찌에 씨가 이해시키는 편이 좋
지 않을까요. 같은 여자니까.>
<도저히 내 입으로는 말할 수 없어요. 그 애는 내게 있어서 평생 두려운 존재인
걸요.>
<그렇겠군요.>
미망인에게 있어 자식은 최대의 삶의 희망이자 기쁨이다.
하지만 동시에 고인이 된 남편에 대한 정조 의무감이 자식에게 이입되기 때문에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되는 경우에는 그 자식이 커다란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이야기를 하면서 찌에는 심벌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자연히 그곳은 혈액이 모여들고 다시 단단하게 팽창하기 시작하였다.
그에 반해 마사오의 머리 속은 무척 혼란했다.
유끼에에게 알리면 어떨까 하고 제안한 찌에의 진의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자신과 그녀는 결코 결혼을 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사실은 그녀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둘의 관계를 다에코에게 밝힐 이유는 없었다.
(나와 유끼에가 친밀하게 되는 것을 제지하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는 것은 아닐
까? 설마 유끼에가 무언가를 이야기한 것은 아닐까? 아직 애니까 본인이 깨닫지
못하고 무심코 한 행동에서 알아차렸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유끼에가 나를 만
나러 오는 것을 절대 허락해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단순히 죄책감
으로 인해 고백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또 여자로서의 본능적인 질투일 수도 있
다.)
떨떠름한 생각을 지우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일 말한다고 해도 우리 사이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그것도 모르겠어요.
틀림없이 깨물어 볼텐데, 육체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러자 찌에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해도 괜찮아요.>
<정말요?>
<예.>
그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찌에의 흥분이 고조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의미에서는 유끼에에 관한 대화가 쾌락의 자극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 전용
되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자신을 두고 어머니인 찌에가 딸인 유끼에를 질투하고 있다
는 느낌을 받았다.
찌에를 역까지 배웅하고 돌아오니 다섯 시가 조금 지나 있었다.
샤워와 청소를 한 뒤 약속 시간에 맞추어 도끼에의 집으로 찾아갔다.
이미 테이블 위에는 저녁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어서 여기 앉으세요.>
<남편께서는 어디 계세요?>
<낚시갔어요.>
<남편도 안 계신데 괜찮겠습니까?>
<남편에게도 식사 대접을 하겠다고 말했어요. 그런 건 신경쓰지 말아요.>
식사를 끝내고 거실 카페트 위에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아까 전에 여자를 배웅하는 걸 봤어요. 이사왔을 때 청소해주던 그 여자 맞
죠?>
<예, 친척 아주머니입니다.>
<나에게까지 거짓말 할 필요는 없잖아요. 소문내지 않을게요. 당신의 여인 군단
중 한 명이죠?>
<여인 군단이라요?>
<이 동 아줌마들은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어요. 몰랐죠?>
<예.>
놀랍고 부끄러웠지만 여인 군단이란 말은 재미있었다.
하기사 그가 아파트에 데려온 여자만 해도 여러 명이 넘으니 그렇게 불려도 할
말은 없었다.
<내 또래 같던데, 유부녀 맞죠?>
<미망인입니다.>
<당신 취향이 참 다양하군요.>
그러면서 도끼에는 그의 등 뒤에서 어께에 손을 걸치고 등에 배를 밀착시켰다.
귀에 도끼에의 따스한 숨결이 서리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 나한테 관심이 없나요?>
(결국 나를 유혹하기 위해 식사초대한 것인가?)
<젊고 예쁜 여자들이 있으니까 나 같은 여자에게는 흥미를 못느끼겠죠.>
<그렇진 않아요. 다만 유부녀니까 조심하지 않으면...>
도끼에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내왔다.
마사오의 옆에 앉아 맥주를 따라 주었다.
<한 명의 여자와 함께 잠을 잔 다음 날 또 다른 여자를 불러들이고, 역시 당신
피곤해 보여요.>
<전 잘 모르겠는데, 정말 그렇게 보여요?>
<약간요. 어젯밤부터 계산해서 오늘까지 몇 번이나 했어요?>
도끼에의 눈이 야릇하게 빛났다.
<다섯 번요.>
<꽤 무리했군요. 오늘밤 세 번째 여자가 온다면 또 다시 안아줄 힘이 남아 있어
요?>
<이젠 안 와요.>
<만약 온다고 가정하면?>
<그래도 서운하게 대할 순 없겠죠.>
<대단한데요. 그렇게 젊음이 넘치니까 동시에 여러 명의 여자들과 사귈 수 있는
거겠죠? 당신은 여자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마력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연상의 여자는 더욱 그렇죠.>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신다고 하셨죠. 듣고 싶어요.>
<이 아파트 소유주가 뭐하는 사람인 줄 아세요?>
<몰라요.> <긴자에
서 제일 유명한 은좌라는 술집 주인이에요. 그래서 얼마 전까지 긴자의 호스테스
들이 많이 살았어요. 세 집 중 한 집은 그랬죠. 지금은 대부분이 이 앞에 새로 생
긴 오피스텔로 옮겨갔지만... 그땐 정말 굉장했어요. 벽이 얇아서 다들 옆집에서 들
려오는 신음 소리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자곤 했으니까. 그 뿐만 아니라 이 아파
트에 사는 남자들이 많이들 그런 아가씨들과 바람피웠어요. 이런 임대 아파트에
사는 남자가 평소에 꿈도 못꾸던 최고급 술집의 젊고 예쁜 아가씨들이 바로 옆집
에 사는데 가만히 있었겠어요? 그래서 좀 여유가 있고 젊잖은 사람들은 이사를 가
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만 여기 남게 되었어요. 그렇다보니까 이 아파트에는 바람
피우는 걸 별 대수럽지 않게 생각하는 여자들이 많아요. 당신 조심하는 게 좋아요.
여기 여자들이 당신을 노리고 있어요.>
<예, 알겠습니다.>
<이 아파트에 사는 어느 부인은 시어머니와 싸운 날밤에는 옆방에서 자는 시어
머니를 괴롭히기 위해 남편에게 관계를 요구하고 일부러 소리를 크게 낸대요.>
<대단한 며느리군요.>
<본인에게 직접 들은 것이니까 틀림없어요.>
결혼한 직후부터 그 아파트에서 8년 동안 살고 있던 그녀는 거기에 사는 사람들
의 시시꼴꼴한 일까지 많이 알고 있었고, 그 얘기들을 마사오에게 해 주었다.
그러면서 마사오의 허벅다리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려 놓았고, 그가 별다른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자 허벅지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손의 감촉이 미묘하여 쾌감이 일어나고 있었다.
어젯밤부터 오늘 저녁까지 마음껏 즐겼던 탓에 평소 같으면 벌써 솟아올랐을 분
신이 아직은 부드러웠다.
그래도 도끼에의 손은 점점 허벅다리 밑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심벌은 쉽사리 부풀어오르지 않았다.
<당신, 지쳐있군요.>
도끼에는 몸을 밀착시켜왔다.
<여자의 꽃잎은 제각기 모양이 다르죠?>
<예, 그렇더군요.>
목소리가 낮아지고 어깨가 가슴에 닿았다.
<난 조금 이상해요.>
<어떻게요?>
<왼쪽에 작은 구멍이 뚫여 있어요. 하지만 병은 아니에요. 상처입은 적도 없구
요.>
<처음 듣는 이야기군요.>
<거짓말이라 생각하고 있죠?>
<그건 아니지만...>
<보고 싶지 않아요?>
<궁금하긴 해요.>
<볼래요?>
<남편이 오시면 어떻게 하려구요?>
<걱정말아요. 그이는 열한 시쯤에나 돌아올 거에요.>
<그럼, 보여 주세요.>
그러자 도끼에는 일어나 문을 잠그고 돌아와 다리를 쭉 뻗고 위를 보고 누웠다.
<이리 와요.>
<정말 보아도 괜찮습니까?>
<예.>
마사오는 스커트자락을 걷어올렸다.
흰 팬티와 복숭아빛 허벅지가 나타났다.
탄력있어 보이는 배도 드러났다.
두 손을 그녀의 팬티에 걸치고 천천히 벗겼다.
도끼에는 엉덩이를 들었다.
팬티는 엉덩이를 빠져나와 발목으로 내려갔다.
발목에서 빼낸 팬티를 그녀가 받아 등밑에 깔았다.
까만 삼각지대가 전등 불빛에 빛났다.
그녀는 허벅다리를 벌렸다.
마사오는 그녀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넣어 약간 거무스레하게 붙어 있는 꽃잎을
바라보았다.
이미 그 주변에는 이슬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다리를 조금 더 벌려줄래요? 자세히 보고 싶어요.>
<당신이 손으로 벌려요.>
<괜찮겠습니까?>
<예.>
마사오는 더욱 등을 낮추고 얼굴을 가가이 하면서 꽃잎을 벌렸다.
계곡이 쩍 갈라지고 복숭아빛 세계가 펼쳐졌다.
비너스는 투명한 이슬을 흠뻑 품고 있었다.
<젖어 있군요.>
<당신 몸에 손을 올려놓았을 때부터 조금씩 나왔어요.>
좌우의 꽃잎은 길고 얇았다.
서로 달라붙어 있을 때는 오그라들고 약간 거무스름한 것이 펼치면 선명한 분홍
색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그 상류의 진주알이 뾰죽하게 천장을 향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크기는 보통이지만 아주 뾰족하게 되어 있었다.
<왼쪽이에요.>
<예.>
왼쪽을 펼쳤다.
이상할 정도로 그것은 길게 펼쳐졌다.
빛을 투과할 만큼 얇았다.
그녀는 허리를 상하로 움직이고, 비너스의 꿀물이 흘러넘쳤다.
곧 엷게 펼쳐진 꽃잎의 중앙에서 그녀가 말한 구멍을 발견했다.
그것은 팥알 정도로 아주 작은 구멍으로 안쪽 살점까지 전등ㄳ을 통과시키고 있
었다.
<정말인데요. 신기하군요.>
손가락을 떼자 꽃잎 전체가 수축하여 두꺼워지고 그 터진 곳은 보이지 않게 되었
다.
<타고난 건지 나중에 생긴난 것인지 나도 알 수가 없어요.>
<언제 알았어요?>
<결혼하고 남편이 발견했어요.>
눈으로 감상하거나 혀로 애무하거나 해도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그것을 발견했을 정도면 아주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런데 그가 몇 번 인사를 나눈 그녀의 남편은 건설 현장 기술자 답게 우락부락
한 사람으로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해봐요. 남편이 아니죠?>
<왜 그렇게 생각해요?>
<제 말이 맞죠?>
<고등학교 다닐 때 우리 학교 선생님과 관계를 가졌는데, 그 분이 발견했어요.
첫 남자였어요.>
<미술이나 음악 선생이었죠?>
<미술요. 당신 정말 대단해요. 어떻게 그걸 알아요?>
<그냥 그럴 것 같았어요.>
(이건 애무를 위한 것이 아니므로 확인한 이상 주춤거리고 있는 것은 이상하다.)
마사오는 그곳에서 손을 떼고 삼각지대로부터 계곡 전체를 손바닥으로 살며시 쓰
다듬은 뒤 얼굴을 들었다.
스커트자락을 내리고 다리 사이에서 나왔다.
그리고 도끼에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정말 귀중한 곳을 보여주셨어요. 제 생각에는 꽃잎이 너무 얇기 때
문에 점점 가장 얇은 부분이 마모되어 구멍이 뚫린 것 같습니다.>
<부끄러워요.>
<그런 말 마십시오. 그것을 만지니까 특히 좋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요? 그런데도 더 만져주지 않는군요.>
<아니에요. 계속 만지고 싶었지만, 그건 약속에 없었던 것이라 망설였습니다.>
아직도 도끼에는 반듯이 누운 채로 허리를 상하로 움직였다.
<젊은 사람답지않게 당신은 조심성이 많군요.>
그제야 상체를 일으킨 그녀는 마사오의 어깨에 손을 걸쳐 왔다.
<분명히 말해주세요. 오늘은 피곤해서 냉정한 거에요, 아니면 내가 싫은 건가
요?>
꽤 뻔뻔한 질문이지만, 불쾌한 점은 느낄 수 없었다.
그곳을 본 이상 당연히 받아야 할 질문인 것처럼 생각되었다.
절실하지는 않지만, 도끼에를 안고 싶은 욕망을 느끼는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어젯밤부터 오늘 저녁까지 실컷 즐긴데다가 술까지 마셨으니 벌써 졸음이
밀려오고 있었고, 내일 빠질 수 없는 깐깐한 미야모토 교수의 첫시간 수업이 마음
에 걸렸다.
대단히 매력적인 여자라면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도끼에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당신은 매력적이에요. 정말이에요. 저는 다만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중하
고 싶은 겁니다. 솔직히 술을 많이 마셨더니 노곤해졌어요.>
<당신의 거기, 지금 보통이지요?>
<아닙니다. 피곤하지만 도끼에 씨를 보고 또 다시 흥분했어요.>
<확인해도 돼요?>
발기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경험상 이 같은 경우 정말 확인만으로 끝낸 여
자는 없었다.
여자는 한 번 자제력을 잃으면 극단으로 치닫을 소지를 다분히 가지고 있었다.
<안 되요.>
<그것 봐요. 전혀 흥분하지 않았죠?>
<그렇지 않아요. 정말입니다.>
<좋아요. 믿겠어요. 그러는 편이 행복하니까.더 이상 오늘은 조르지 않을게요. 안
심해도 좋아요. 좀더 사이가 좋아지고 나면 조르겠어요. 그건 괜찮죠?>
<예.>
<좋아요.>
5월 15일
찌에가 다녀간 다음날 유끼에가 찾아온 것은 아침 아홉 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유끼에는 세일러복을 입지 않고 사복인 흰 블라우스와 빨간색 미니 스커트를 입
고 있었다.
곧 둘은 아파트를 나와 공원으로 향했다.
어제 찌에에게 이야기한 대로 보트를 탔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으므로 호수 위에 떠있는 보트 수는 많지 않았다.시간이 지난
뒤에 보트에서 내려 공원 속의 수풀이 우거진 곳을 걸었다.
유끼에는 마사오의 팔짱을 꼈다.
마사오는 문득 시장기를 느꼈다.
손목시계를 보니 열두 시였다.
<점심 뭘 먹을까? 그 다음에 영화보러 가자.>
<나 어제밤 잠을 별로 못잤어요. 오빠 방에서 좀 잤으면 해요.>
<그럼, 그렇게 하자.>
잠시 후 방으로 돌아오자 유끼에는 그의 팔을 부여 잡으며 토라져 울먹이는 표정
을 지었다.
<오빠가 나를 대하는 것이 좀 쌀쌀한 것 같아요. 싫어요.>
어제 찌에가 한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려 디에코를 조심스럽게 대했는데, 예민한
유끼에가 그것을 의식했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아. 잠이 부족해서 신경이 날카로운 것 같군. 한숨 자고나면 괜찮을
거야.>
유끼에가 안겨오자 마사오는 자신의 가슴에 그녀의 뺨을 밀착시켰다.
자연히 마사오도 유끼에의 등을 껴안은 형태가 되었다.
마사오는 찌에라는 무거운 압박감을 느껴야 했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은밀하게
유끼에를 만지고 싶은 욕망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점차 그런 욕망이 부풀어오르는 것을 의식할 수 있었다.
마사오는 유끼에의 얼굴을 들게 했다.
상기되어 달아오른 얼굴이었다.
유끼에는 천천히 눈을 감고 입맞춤을 요구해왔다.
입술을 포갠 뒤 그녀의 팔에 힘이 모아졌다.
입술을 빨아들이는 것을 마사오는 느꼈다.
<피곤할텐데 자야지.>
유끼에는 고개를 약간 끄덕였고 붙어 있던 두 사람의 몸이 떨어졌다.
<불편할텐데 겉옷은 벗고 누워. 나는 조용히 책을 보고 있을 테니까.>
유끼에는 속옷차림이 되었다.
조금도 수줍어하는 모습은 나타내지 않은 점은 어린애다웠지만, 그래도 유방이
제법 부풀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탓에 속옷 위로 유두의 정점이 뚜렸했다.
유끼에는 편하게 드러누웠고 마사오는 그 머릿맡에 앉아 뜨고 있는 유끼에의 두
손을 쓰다듬어 감기게했다.
눈을 감은 채로 유끼에는 맹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로 어젯밤은 제대로 못잤어요.>
<왜?>
<그럴 일이 있었어요.>
마사오는 뺨을 어루만졌다.
투명한 홍조를 띤 소녀의 뺨이었다.
<그래? 푹 자도록 해.>
<오빠도 이리와 함께 자요.>
<그럴까?>
조금 전의 그 투정을 생각해 볼 때 만약 거절한다면 마음 상해 할 것이 틀림없으
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마사오는 스스로에게 변명했다.
마사킨느 다에쿄 옆에 누워 팔베개를 해주었다.
그녀는 마사오 품에 꼭 안겨왔고, 언제 잠들었는지 잠시 후 새근새근 하는 숨소
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얌전히 잠들어 있는 모습이 역시 어린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사오도 편안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마사오가 일어난 것은 다섯 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유끼에는 먼저 일어나 창가에서 머리를 빗고 있었다.
<언제 일어났니?>
<조금 전에요. 정말 잘 잤어요.>
아파트를 나올 때 유끼에는 입술을 내밀며 눈을 감았다.
짧은 입맞춤 후에 마사오는 유끼에의 어깨를 안고 문으로 향했다.
<역까지 바래다 줄게.>
우리도 가정에서 돈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