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0 임신 클리닉 =========================================================================
“수업하시면서 무슨 일 있었나요?”
“아, 아니요. 별일 없었습니다.”
“그래요? 근데 왜 주진이가 씩씩 거렸지? 아무튼 지금부터는 체력검사까지 특별한 일정이 없기 때문에 숙소로 안내해드릴게요.”
이은지 실장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김준을 데리고 어디론가 이동했다.
그녀가 김준을 데리고 간 곳은 호텔 같은 건물이었다. 그곳은 능력자들이 머물면서 휴식도 취하고 잠도 자고 밥도 먹는 공간이라 할 수 있었다. 태어나서 호텔이라고는 한 번도 가본 적 없었던 김준은 서울 처음 올라온 시골사람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그녀를 따라갔다.
“이곳이 앞으로 2주 동안 김준님이 사용하실 방입니다. 교육과정이 지난 이후에도 사용하실 수 있으시며, 혹시나 방이 마음에 안 드시면 교체가능하니까 제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김준에게 제공된 방은 누구라도 입이 쩍 벌어질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TV에서만 보던 6성급 호텔의 VIP룸의 모습이 그대로 눈앞에 펼쳐졌다.
“교체라니요? 이정도면 충분히 만족하고도 남습니다.”
김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 곳에서 하룻밤만 머무를 수 있어도 좋을 것 같은데, 계속 머물 수 있다는 사실에 그는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방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이거저것 만져보기도 하고, 커다란 침대에서 뒹굴기도 하는 등 철없는 아이마냥 돌아다녔다. 이은지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픽 웃음을 터뜨렸다.
“자, 여기 이거 받으세요. 머무르시면서 혹시라도 필요한 게 있으시면 1번을 누르시면 바로 제게 연결되니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그녀가 김준에게 최신 폰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그녀가 김준에게 준 폰은 처음 보는 것이었는데, 아직 출시도 안 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오후에 체력검사 시간이 되면 김준님에게 배정된 경호원이 찾아와서 안내해줄 겁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방을 나갔다. 혼자 남은 김준은 침대에 대자로 누워서 평온함을 만끽했다.
“그나저나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네.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 걸까.”
그는 누워서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 아직까지도 그는 자신에게 닥친 이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노예 신분이었다가 하루아침에 귀족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능력도 문제야. 아까는 왜 그랬지? 어제 희진이한테도 그렇고, 오늘 그 조교한테도 그렇고...이성을 통제할 수가 없었어.”
그리고 현재 그에게 가장 큰 고민이 하나 있었다. 바로 여자의 몸만 보면 통제되지 않는 자신이었다. 능력이 생긴 이후로, 자꾸만 여자와 섹스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들었다. 문제는 그 욕망이 대상이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 자꾸만 밖으로 나온다는 것이었다. 지금만하더라도 조금 전에 유희내와의 섹스를 마무리 짓지 못한 게 자꾸만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그였다.
“다른 능력자들도 나와 똑같을까. 에휴, 모르겠다. 일단 잠이나 자자.”
하지만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던 그는 이런 생각을 하면할수록 머리만 아프다고 판단했다. 그는 그대로 침대에 누운 채 잠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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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신 클리닉 검사실
검사실 안에 한 여자가 옷을 모두 벗은 채 누워 있다. 그리고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한 얼굴을 들이밀고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하앙...더...더 세게 빨아줘!”
“하아...하아...시발년아 너 김준 그 새끼랑 섹스 했지? 내가 다 알고 있어, 이 걸레년아! 그렇게 자지가 좋냐? 응?”
“하윽...자지 너무 좋아! 자지에 박히고 싶어!”
그들은 바로 김세진 박사와 김준에게 여러 가지 검사를 실시하던 남자, 박정호였다.
“시발, 왜 매번 남자들만 여자한테 희생해야 되는 건데? 이 좆같은 세상!”
박정호는 계속해서 입에서 욕을 뱉으면서 그녀의 보지를 손가락으로 쑤셔댔다. 그는 능력자가 아니었기에 그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이런 게 전부였다.
“아흑...자기야...나 갈 것 같아!”
김세진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맑은 액을 보지에서 쏟아냈다. 그렇게 두 사람의 화끈한 액션이 끝났다.
“좋았어?”
박정호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
“응, 엄청. 고마워~ 매번 이렇게 도와줘서. 자기도 능력자였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녀의 말에 박정호가 쓴 웃음을 지었다. 김세진은 그대로 옷을 모두 입고 검사실을 나갔다. 혼자 남은 그는 컴퓨터에 나와 있는 김준의 데이터를 보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나이는 올해 48이다. 나이에 비해 젊은 외모를 가지고 있는 그는, 세상 모든 남자들의 씨가 말라버리기 전부터 성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다. 잘생긴 외모와 큰 키에 뛰어난 능력으로 그는 여성들의 끊임없는 구애를 받았고, 당연히 많은 여자들과 잠자리를 가졌다. 돈이면 돈, 명예면 명예, 여자면 여자, 모든 것을 가진 세상에 몇 없는 성공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의 꿈같은 삶은 무너졌다. 여자들은 더 이상 성욕을 느끼지 못하고 발기가 되지 않는 그를 떠났으며, 동시에 그의 남자의 성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던 그의 사업과 직업 역시 망해버렸다.
그나마 뛰어난 능력으로 이 자리까지 다시 올라오긴 했다. 하지만 잃어버린 성욕을 되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가끔씩 여자들과의 섹스를 하는 꿈을 꾼 뒤 일어나서 쪼그라들어있는 자신의 자지를 보면 엄청난 좌절감이 들고는 했다.
그는 계속해서 쌓여가는 좌절감을 풀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약에도 손을 대봤지만 그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를 만족시킬 것은 오로지 섹스였다.
‘너무 불공평해. 왜 어째서 저들한테만 이런 능력이 주어지는 건데!’
평상시 그는 남자답고 젠틀한 면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그것과는 정반대였다. 그는 가면 갈수록 타락해갔고 결국에는 정신병까지 생기게 되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그가 노리는 대상들이 있었으니, 바로 능력자들이었다.
그는 능력자들에게 열등감을 느꼈고, 그것을 견디기 어려워했다. 언젠가는 그들을 모두 잡아서 인체실험을 통해서 자신의 성욕을 되찾는 것이 그의 최종목표일 정도였다. 만약 그것을 실현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시작했을 것이다.
똑 똑 똑
“박사님. 김준님 오셨습니다.”
“네, 들어오세요.”
박정호가 능력자들의 데이터를 보면서 분노하고 있을 그때, 누군가 검사실 문을 두들겼다. 그는 노크소리에 섬뜩한 표정을 지우고 평상시의 차분하고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어서오세요, 지금부터 체력검사를 실시하겠습니다. 오늘은 간단한 검사만 실시하니까, 저번처럼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김준이 들어오자 그는 친절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김준은 물론, 이곳에 있는 어떤 누구도 그의 진실 된 모습을 모르고 있다. 언젠가는 그가 가진 폭탄이 터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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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 연습실
김준이 클리닉에 들어온 지 3일 째가 되었다. 첫 날은 이론수업과 간단한 체력검사를 실시했고, 2일차 때는 본격적인 체력검사를 받았다. 그 외에 특별히 한 일은 없었다. 숙소에서 편하게 쉬면서 놀고먹고 한 게 전부였다.
김준의 체력검사는 높은 등급이 나왔다. 운동을 안 한 지 오래되었지만, 78명의 다른 능력자들에 비해서 상당히 우수한 성적을 받은 것이었다. 체력검사에서 높은 등급을 받자 김준은 기분이 좋았다. 축구선수로 지내던 시절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어디서 인정을 받지 못했던 그였다. 그런데 여기 와서는 매번 높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당연히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저는 연습을 담당하는 김수연입니다. 오늘은 간단히 몇 가지의 체위에 대해서 배워 보겠습니다.”
3일 째가 되는 오늘은, 섹스할 때의 여러 가지 자세에 대해서 배워보는 수업이 있었다. 김준이 실습실에 도착하자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차피 투입이 되시면 할 수 있는 체위는 몇 가지 안 되기 때문에 우선 가장 기본적인 체위 몇 가지만 배워 보겠습니다.”
그녀는 대형 TV에 화면을 띄워서 체위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단 한 가지 자세로만 섹스를 해봤던 김준은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말로만 하는 건 좀 그러니까, 직접 몸으로 체험해보시죠. 조교~!”
간단히 화면을 통한 설명을 마친 뒤, 그녀가 조교를 불렀다. 그녀가 조교를 큰 소리로 부르자 어제와 마찬가지로 옷을 모두 벗은 여자 한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작은 키에 가슴까지 내려오는 검은색의 긴 생머리를 가진 귀여운 여자였다.
“그녀는 이제 막 20살이 된 여자입니다. 자위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얼마 전만해도 처녀막까지 있었죠. 물론, 김준님이 놀라실까봐 처녀막은 제거했습니다. 이름은 서아영입니다.”
김수연이 그녀를 소개했다. 김준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서아영이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남자에게 자신의 몸을 보여준 것이 처음이죠. 사회가 이렇게 변했는데도, 그녀는 전혀 더렵혀지지 않은 순수 그 자체입니다.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들어왔지만, 김준님이 섹스라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것인지 보여주시면 될 겁니다. 그럼, 시작하시죠.”
김준의 예상대로 역시나 서아영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그녀는 좋은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인간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될 윤리와 도덕에 대해서 배웠다. 늘 바른 행동만 하고, 바른 생각만 하던 그녀였지만 어느 날, 부모님의 사업이 망하면서 집안이 기울어지게 된 것이다. 여기저기 알바를 하면서 열심히 돈을 모았지만 빚은 쌓여만 갔다.
처음에 그녀는 당연히 이곳에서 일하는 것을 거절했다. 그녀에게 성욕이라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었다. 유흥업소에 한 번도 다니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고, 남자친구도 사귀어본 적이 없었다. 그저 공부만 하고 건전한 취미만 즐길 뿐이었다.
하지만 늘어가는 빚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그녀는 딱 한번만 일탈을 해보고자 결심했다. 연습실에 한 번 들어가는데, 천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준다는 말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조교, 바닥에 누워주세요.”
여기까지 오게 되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갈등 중이었다. 이렇게 모든 옷을 벗고 다른 사람들 앞에 서있는 것이 그녀에게는 엄청난 수치로 다가왔다. 앞으로 이어지게 될 행위들은 상상만 해도 역겨웠다. 결국, 그녀는 김수연의 말에도 어쩌지 못하고 시선을 아래로 한 채 떨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