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모정(母情)의 뜰
내가 이불을 밀고 엄마 뒤로 다가가고 있을 때 등을 보이고 누워있던 엄마의 몸이 꿈틀하는 거 같았다.
돌연한 내 행동에 당황하는 몸짓일까?
나는 순간적이지만 멈칫해야 했다.
밖에선 완전히 구름이 걷히고 그새 쏟아져 내린 별빛이 이미 문지방까지 차 오른 듯 방안이 훤했다.
이곳의 별빛은 달 못지 않다.
그래서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시절에도 이곳 밤은 늘 훤했다.
전기가 들어오고 길목마다 가로등이 이곳의 가구 수보다도 많게 설치되었지만 밤에 나가보면 그 불빛은 반딧불만큼 작아져 있다.
도시에선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이국적인 모습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 별빛에 이불 밖으로 드러난 엄마의 윗저고리가 유난히 희게 보였다.
새어 들어오는 별빛에 투영되어 야광처럼 빛나서일 것이다.
나는 다시 이불을 돌릴까 망설이고 있었다.
"비가 그치니 덥지? 문 열까?"
"....................!!"
"아, 아뇨!"하고 말하고 싶었으나 목구멍으로 말이 기어들고 있었다.
다시 "휴....!" 하는 엄마의 한숨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마치 더워서 내 지르는 소리같이 위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또 한번 그 소리가 들렸을 때 나는 몸을 일으켜 문을 열어제치며 불쑥 내뱉었다.
"아침엔 추울 텐데...!!"
그 말은 아까 텐트 속에서의 그 녀석이 한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그럼 닫아!"
내 생각이 맞았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했다.
밖에선 제법 쌀쌀한 밤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마루턱에 잔뜩 깔린 별빛도 차가워 보였다.
내가 반응이 없자 엄마가 기어이 몸을 세워 문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원점으로 돌아왔다.
나도 돌아가야 할 거 같았다.
몸을 꿈틀대며 민망한 뒷걸음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시 몸을 누이던 엄마가 내 이불자락을 조용히 잡았다.
"이리 온!"
킁! 하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엄마의 눈을 조심스레 쳐다보았다.
화난 표정은 분명 아니었다.
그렇다고 들뜬 표정 같지도 않았다.
그저 오래 전에 잊어버렸던 자애한 그 표정이었다.
"한번 가면 3년은 널 못 볼텐데... 이렇게 같이 잘 날도 두 달도 안 남았는데...."
"휴가 나오잖아요! 준철이도 왔다 갔잖아요!"
내 말이 갑자기 수다스러워졌다.
이불은 나란히 붙어 있었지만 엄마의 이불 속으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엄마의 손이 다가와 내 손을 쥐었다.
"가면 편지해야 한다!"
엄마는 마치 내일 헤어질 듯이 말했다.
그리고 내 손을 조몰락조몰락 만졌다.
엄마의 손끝은 까칠했지만 더없이 따스했다.
"엄마 그 남자 만나 봐? 진심이야..."
나는 진심이란 이름으로 나의 진짜의 마음이 왜곡된 말을 내뱉고 있었다.
엄마의 손이 갑자기 멎었다.
그리고 곧 거두어 갈 것 같았다.
도망 못 가게 두 손으로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
엄마의 손은 생각보다 작았다.
그 손으로 엉덩이를 내려칠 때의 어린 기억은 이제 쓸모 없다.
내가 생각해온 거보다 너무나 작다는 느낌이 서러움으로 와 닿았다.
그리고 그 작은 손으로 여태 나를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켜 온 것이 고마울 뿐이었다.
"엄마 미안해!"
"네가 미안 할 게 뭐 있니? 그 말은 내가 해야할 말인데..."
왜 내가 고맙다는 말 대신 미안하다는 말을 한 건지는 나는 모른다.
그러나 엄마가 내게 미안하다는 말은 수차 들어온 봐다.
"네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널 대학에 보내었을 텐데.."하는 말을 늘 해오신 엄마였다.
그 말은 아버지를 탓하는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아버지가 달랑 하나 남기고 간 아들을 대학 하나 못 시키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말이었다.
엄마가 꼭 쥔 내 손을 끌고 가 자신의 볼에 대였을 때 손등에 닿인 물기가 땀이 아니라 눈물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렸다.
나는 그 품에 안겨 울고 싶었다.
엄마가 그걸 눈치챈 걸까?
엄마의 손이 내 몸을 당기고 있었다.
"미안해 내 새끼!!"
"엄마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나는 엄마의 가슴에다 얼굴을 비볐다.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손가락 사이사이로 머리칼을 빗어주며 울먹였다.
"이 탐스런 내 새끼의 머리칼을 곧 잘라야 하다니.."
그 말에 내 눈에서도 눈물이 떨어져 엄마의 저고리를 적시고 있었다.
"사내 녀석이 울긴...!!"
엄마의 손이 이번에는 내 눈시울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코도 만지고, 입술도 만지고, 까칠한 턱도 만져보고...
엄마는 그 하나 하나를 모두 기억에 담아 두려는 몸짓 같았다.
이 나라에 전운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지만 모든 엄마들은 아직 아들을 위험한 전선으로 보낸다는 위기감 내지는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내 엄마라 하여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결혼하자마자 남편을 당시 총성이 요란했던 전선으로 보내야 했던 엄마로선 더욱 그러할 것이다.
지금 엄마는 그때를 떠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이미 예약된 이별을 앞두고 결혼까지 해야 했던 절박감이 무엇이었는지는 나는 모른다.
하지만 이미 저 사진이 말하는 것처럼 산신, 수신, 지신에게 종신을 맹약한 터고, 거부 불가항력의 이별을 받아들여야 했던 서러움이 얼마나 컷을 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그런데 그와 유사한 일을 또 당하는 엄마에게 내가 눈치 없이 그 남자의 일을 다그쳤으니 더욱 서러웠는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까지 마음이 미치자 내가 방금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 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다시는 그 남자 얘기 안 꺼낼 게!"하고 말했다.
"그래, 하지마! 난 너를 버려 두고는 어디도 안 가! 못 가! 내겐 네가 전부야! 너도 그걸 알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그래 내 새끼! 내 새끼!!"하며 더욱 끌어안았다.
엄마의 눈물이 내 볼에 비벼졌다.
엄마는 손등으로 자신의 콧물을 닦아내기도 했다.
나도 어릴 적엔 반질대는 콧물을 엄마의 얼굴에 수없이 묻혔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는 아들 얼굴에 결코 콧물을 묻힐 수는 없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그것이 모정(母情)인 것을...
갑자기 방안이 캄캄해지며 밖이 소란해졌다.
또 소낙비가 퍼붓는 모양이었다.
하루에도 수 십 번 변덕부리는 이곳 날씨에 우리는 이미 이력이 나 있었다.
나를 안고 있던 엄마가 내 품에 안긴 건 그 순간이었다.
이제 키로 보나 덩치로 보나 엄마도 그게 편했을 것이다.
나는 엉덩이를 엉거주춤 뒤로 빼야 했다.
불룩한 앞섶에 엄마의 몸이 닿는다면 엄마도 나도 난처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엄마의 눈물이 멎은 듯 했다.
"아이 포근해!"
엄마로선 할 말이 아닌 것 같았으나 잔뜩 애교 섞인 목소리여서 좀전 장난끼의 연장선상인 말처럼 들렸다.
그런데 그 작은 몸짓 하나, 그리고 애교 섞인 그 말 한 마디에 나는 엄마도 여자라는 사실을 깨우치고 있었다.
남자의 품을 그리워하는.. 그리고 사랑 받고 싶어하는...
엄마는 그대로 잠이 들려는 모양이었다.
조금 있자 팔이 아파 오며 엄마의 무게가 느껴져 왔으나 그건 엄마가 내 무게에 눌려 살아온 이때껏의 일을 떠올리면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하리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엄마가 빨리 잠들 수 있도록 엄마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마치 내가 엄마에게 달래임을 받으며 잠들었을 그때를 떠올리며...
얼마나 지난 걸까...
밖이 다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방안도 서서히 밝아져 왔다.
등을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대신 천천히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그 행동도 내가 달래임을 받았을 그때의 그 포근함을 생각하며...
엄마는 이제 잠이 든 듯 했다.
고른 숨소리가 내 가슴에 전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의 등을 쓰다듬던 손에 색다른 것이 만져졌다.
좁다란 끈처럼 느껴지는..
그건 필시 여자들의 브레지어 끈인 모양이었다.
엄마도 브레지어를 한다는 것이 색달랐다.
여태 그걸 끼우거나 낀 모습을 본 적이 한번도 없었으니...
내가 평소 신경을 안 써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방금 깨우친 엄마도 여자라는 사실이 또 한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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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자의 몸을 처음 느껴본 건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가 실업계였으므로 2학기에 들어 모두 실습을 나가게 되었는데 그것이 여태까지의 내 직장이 되었고, 그곳 생활을 시작한지 채 한 달도 안 지날 때였다.
직장에는 우리 학교 선배들이 많았는데 그들이 후배 환영식을 치러주던 날이었다.
나는 선배들이 따러주는 술을 겁없이 받아 마셨고, 얼마 안 가 곯아떨어졌다.
생전 처음 술이란 걸 마신 날이었다.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내 몸이 누워 있는 곳이 낯설었다.
당시 삼촌 집에서 출퇴근하고 있었으므로 눈이 번쩍 뜨였다.
삼촌은 아비 없는 자식을 맡아 있으면서 혹시 엇나가기라도 할까봐 나의 생활 하나 하나를 체크하던 분이셨다.
그런데 내 몸에는 옷이 없었다.
더욱 놀랄 일은 내 옆에 여자 하나가 누워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벌거숭이였다.
나는 그녀가 소리라도 지를까봐(당시 나는 참으로 순진했다) 그녀의 입을 막고 조용히 흔들었다.
"이봐요! 이봐요?"
그녀가 게슴츠레 눈을 떴다.
"호호.. 이제야 정신이 들었나 보네.... 왜 그래?"
내가 아직 어리다는 걸 알아서인지 대뜸 말을 깠다.
나보다도 서너 살은 많아 보였으므로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저 빨리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누나!"
"누나? 호호.. 그래 넌 아직 까까머리이니 내가 누나지. 그런데 왜?"
"어찌 된 거야? 난 집에 가야 하는데...??"
"이 밤에.. 아직 통금도 안 풀렸을 텐데..."
"통금..?"
시계를 보니 세 시였다.
한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할 거 같았다.
"호호.. 보아하니 너 아직 젖이 안 떨어졌구나. 이봐!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가 대신 젖 물려줄 테니 한숨 더 자자! 응?"
나는 그녀가 당기는대로 이불 속으로 몸을 묻어야 했다.
그때가 초겨울였으므로 방안 공기가 제법 써늘했다.
식었던 내 몸에 따스한 체온이 닿아왔다.
거부할 수 없는 체온이었다.
아니, 거부하고 싶지 않는 체온이었다.
어젯밤 술상 앞에서 그녀를 본 듯한 기억은 나는데 그 이후는 생각나지 않았다.
이불 속에서 그녀의 손이 내 가슴을 더듬으며 내려가고 있을 때 내 몸은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너 혹시 동정이니?"
"동정..?"
"호호.. 동정도 모르니! 여자로 치면 처녀.."
정말 나는 그 말도 모르던 숙맥이었다.
내 얼굴은 뜨거운 화덕 앞에서처럼 화끈거렸다.
그녀의 손가락 하나가 내 볼을 콕 찍는가 했더니 귀에다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이 누나가 네 딱지를 예쁘게 떼어줄 테니 기대해!!"
목으로 침이 꼴깍 하고 넘어갔다.
곧 나는 그녀의 손이 이끄는 대로 끌려 다녔다.
내 손을 잡아다 그녀의 젖가슴에 갖다 놓으면 그걸 만졌고, 아래로 내리면 아래로 끌려 내려가 뽀송한 털 둔덕을 문질렀다.
내 주위엔 여자가 귀했다.
동네 안에선 준철이와 내가 마지막 아이였고, 더구나 여자아이는 없었다.
이모도 고모도 없는 데다 삼촌 집에도 두 남동생이 전부였다.
그러니 여자들의 몸을 볼 기회는 거의 없었던 터다.
그런데 그날 드디어 여체를 탐험할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나는 수컷의 본능을 앞세워 우악스럽게 그녀를 탐하지 못하고, 그저 수줍은 소년의 작은 손으로 조심스럽게 허락된 탐험 구역만을 배회하고 있었다.
혹시 내가 그녀의 마음을 언짢게 하여 그녀가 나를 거부하고 도망가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깔려 있었다.
나는 당시 키스라는 것만 해도 대단한 걸로 여기고 있었던 터라 그걸 시도해 보려고 얼굴을 맞대어 밀며 입술을 접근시켰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이 묘하게 변해버렸다.
"야! 너 날 뭘로 보고..??"
이런 젠장, 엄밀한 밑도 만지게 하면서 다 드러내어 놓은 입술을 못 건드리게 하다니...??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기껏 집히는 것이 입술에 칠한 루즈를 지울까봐..? 정도였다.
그러나 그 표정을 노골적으로 할만큼 나는 대담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 표정은 겁먹은 얼굴로 변해버렸을 것이다.
그런 나를 그녀가 감싸안았다.
나는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키스는 나중에 해줄 게!"
"..................!!"
자신의 언사가 너무 심했다고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걸 보상해주겠다는 눈짓을 하며 그녀는 나를 반듯이 눕히고는 이불 속으로 얼굴을 밀어 넣었다.
뭘 하려는 걸까?
솔직히 나의 마음속에는 기대 반 두려움 반이었다.
그녀의 긴 머리칼이 가슴에 얹히는 게 느껴졌고, 그 중심에서 따스한 감촉 하나가 붓처럼 나긋나긋 가슴을 쓸고 다녔다.
손가락 끝은 아닌 듯하고.. 그렇다면 그녀의 혓바닥...!!
처음 느껴보는 그 나긋한 감촉에 온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아아...!!"
그런데 망측스럽게도 그 뜨거운 감촉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더니 양껏 달아오른 내 물건에 붓끝이 닿는 거였다.
더러운 거기에...??
그것도 잠시, 이번에는 뜨거운 입김 같은 것이 내걸 통째로 덮어씌웠다.
아아..!! 그건 더없이 더러운데....??
쪽쪽 소리가 났다.
아니, 빨기까지...!!
그렇게 서 너 번이나 했을까?
몸 끝이 갈라지는 조짐이 왔다.
그리고 곧 바로 몸 끝이 터지고 말았다.
너무나 순간적이라 미처 빼낼 수도 없었다.
이해할 수 없게도 망측한 그녀는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허벅지로 몰려들었던 모든 힘이 빠져나가고 몸이 나른해져 올 때쯤에야 그녀는 얼굴을 들어 휴지를 뽑아 손에 쥐고선 입안의 것의 괴어냈다.
나는 너무나 민망하여 어쩌지 못해했다.
"누나 미안해!"
"괜찮았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있다 정식으로 치러줄게!"
그 말은 또 하나의 기대를 던져주는 말이었지만, 순진했던 나는 당시 마치 큰 죄를 범하는 듯한 두려움을 더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얼마 후 통금 해제 사이렌이 울리자마자 그곳을 뛰쳐나오고 말았을 것이다.
내가 옷을 챙겨 입으며 그녀를 내려다보았을 때 그녀는 방금 한 약속을 벌써 까먹었는지 코까지 드르릉 곯고 있었다.
밖으로 나온 나는 다니는 택시가 없어 거의 1시간 여를 달달 떨어야 했다.
그곳으로 다시 들어가 약속한 서비스를 받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으나 참았다.
날이 훤해져 집으로 들어갔을 때 숙모는 나를 채근했고, 마침 삼촌은 출장 가고 없어서 여간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그후 그녀를 우연히 길에서 만나 그녀의 자취방에까지 따라가서 기어코 내 동정을 그녀가 받아 챙기게 했다.
그리고 몇 번을 더 그녀를 만나면서 그녀의 이름이 승희라는 걸 알게 되었고, 얼마 후 그녀에게 조그마한 선물을 들고 들렀을 때 그녀는 자신의 나이를 고백했는데 뜻밖에도 나보다 한 살 아래였다.
어이가 없어서.. 나보다 어린 그녀에게 누나 누나라 했으니..
그렇게 내 동정을 챙겨 먹은 어린 그녀에게 그날 들고 갔던 선물은 여성용품 전문점에서 온통 홍당무가 되면서 고른 브레지어였다.
색깔은 검은 색이었고, 사이즈는 손바닥 어림으로 골랐다.
다행히 내 손어림이 맞아서 그걸 낀 그녀의 가슴은 참으로 예뻤던 걸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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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젊은 아가씨들이나 도시 여자들이 하는 브레지어를 엄마도 하고 있었다니..
내 마음속에서 실처럼 가는 충격의 물결이 일고 있었다.
그 물결은 추억 속의 옛 여자(앞서 얘기한)를 떠올리면서 갑자기 급물살을 이루기 시작했다.
엄마의 숨소리는 여전히 내 가슴에 고른 박자로 흩어지고 있었고, 바깥 동정도 더없이 조용했다.
뒤로 빼고 있었던 엉덩이를 은근히 앞으로 당기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엄마의 몸에 내걸 비빌 수는 없다고 이성을 다그친 것이다.
내 품에 얼굴을 묻고 있던 엄마의 몸을 살며시 밀어 바로 누였다.
나도 천장을 보고 바로 누웠다.
아직도 엄마의 머리는 내 팔 위에 얹혀 있었지만 그대로 두었다.
그거까지 내려놓지 않아도 내 행동은 자유스러울 거 같아서였다.
내가 하려는 건 수음행위였다.
나는 이불 속에서 팬티를 밀어 내렸다.
벌써 어지간히 성나 있었다.
손안의 뜨거운 온도가 절실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옆의 엄마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하여 눈을 감고는 승희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런데 어인 일일까?
승희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기껏 2년 전의 일인데... 벌써 다 잊었단 말인가?
그녀의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내 바지끈을 풀고 덥석 입에다 물던 그 광경은 아직 내 뇌리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그 얼굴이 기억나지 않다니...??
나는 슬며시 눈을 뜨고 옆으로 얼굴을 돌렸다.
바로 코앞에 곤히 잠든 엄마의 평온한 얼굴이 있었다.
더없이 편한.. 너무 편해서 두려운 얼굴이었다.
"엄마 미안해...!!"
손이 움직일 때마다 이불이 손등에 대어 소리를 냈다.
이불을 살짝 걷어냈다.
이불 안에서의 열기가 해방되어 천장으로 기어올랐다가 다시 내려앉는 것 같았다.
엄마의 이불 위에도,, 엄마의 얼굴 위에도..
손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한쪽 팔 위에 얹힌 엄마의 머리도 함께 흔들리는 것 같아 잠시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속도를 올리고...
오랜 수음생활 탓일까? 좀처럼 끝이 오지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 희열이 끝나고 나면 일순 공허에 빠져버리는 그 허무를 앞당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줄달임 속에 나도 모르게 엄마의 머리가 얹힌 쪽의 손을 오므려 엄마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다.
몇 번의 능선을 오르락 내리다가 마지막 최고봉을 향하여 급피치를 올릴 때였다.
"아아.. 엄마! 엄마...!!"
"윤수야 왜 그래? 어디 아프니??"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었다.
벌떡 몸을 세운 엄마가 내 이마에다 손을 올리고 놀란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미처 아랫도리를 가릴 시간도 없었고 극점에 달한 내 물건에선 꽉 쥔 손아귀를 뚫고 거센 분출까지 시작했다.
발랑 까진 아랫도리를 본 엄마는 그때야 상황을 알아차린 듯 잠시 멍한 표정이었다.
나는 후닥닥 팬티를 껴 올렸다.
잠시 멍해 있던 엄마가 몸을 일으키며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아마도 다시는 엄마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손이 끈적거렸다.
그걸 닦으려 휴지나 수건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엄마가 마루를 올라서는 소리가 들릴 때 나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이 머스마가..! 그대로 덮으면 어떡해! 이불 네가 씻어볼래?"
엄마가 이불을 확 걷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아랫도리를 손으로 가렸다.
그러나 엄마는 내 손을 잡아채며 팬티까지 확 내려버렸다.
아직 덜 식은 물건이 덜렁 드러났을 것이다.
나는 아래를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엄마가 들고 들어온 물수건이 이미 내 물건을 덮었기 때문이었다.
"어쩜 너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똑 같니!!"
엄마의 채근은 다소 과장된 듯 했다.
어찌 안 그러랴.. 그런 말들을 해줘야 서로 덜 민망할 것이다.
엄마는 어릴 적 나의 대소변을 치울 때처럼 수건으로 아랫도리 구석구석을 닦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손에 묻은 것도 닦아낸 뒤 내 위에 이불을 덮어주었다.
내 마음속에선 갑자기 당한 민망함이 그 두께만큼 고마움으로 탈을 바꿔 쓰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엄마와 엄마가 생각하는 내가 틀린다는 걸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엄마는 내가 걸칠 아랫도리를 찾느라 장롱을 열었으나 제대로 보이지 않자 기어이 불을 밝혔다.
나는 엄마의 얼굴을 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엄마는 팬티 하나를 찾아 내밀며 싱긋 웃었다.
다소 굳은 표정이었으나 그건 엄마도 나 못지 않게 민망하다는 표현이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이불 밖으로 몸을 드러내어 놓고 팬티를 껴입었다.
엄마는 그 모습을 슬며시 보며 또 한번 싱긋 웃었다.
"엄마 앞인데 뭘 숨길 게 있니. 그지?"
나도 싱긋 웃어 보였다.
엄마는 젖은 내 팬티와 물수건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들어왔다.
아마도 그것들을 빨아 부엌에 말려 두고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방에 불이 꺼지고 써늘한 엄마의 손이 내 가슴을 더듬을 때 나는 그 손의 뜻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그 손은 여자의 손이 아니라 끝없는 자애로 점철된 숭고한 천륜의 손이었다.
그날 나는 오래 전에 잃어버렸던 모정의 뜰에 안겨 모처럼의 단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