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자지 먹어보니까 어때? 보지가 맛있다고 해?”
“으~~응. 지은이 보지가 오빠 자지 맛있대. 오빠 자지만 먹을 거래.”
“자~~ 지은이 보지로 오빠 자지 씹어봐!”
평소 같으면 입에 오르내리지도 않을 단어들과 표현들이 난무했다.
하지만 어떠랴! 맨 정신이고선 섹스가 무슨 재미란 말인가!
이제 난 이 상황을 지은이가 원하는 대로 가져갈 수 있도록 몸을 맡겼다.
내가 하는 것이라곤 아래에서 그녀를 올려다보며 그녀의 클리를 요령껏 만져주는 것뿐이었다.
지은이 역시도 자신이 그렇게 리드하는 것에 완전히 몰입을 한 것 같았다.
깊이 삽입한 상태에서 골반을 흔들던 지은이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내 몸 위에서 뒤로 미끄러져와서는 내 페니스를 입으로 물었다.
그것은 또한, 자연히 내 얼굴 앞에 질퍽하게 젖어있는 지은이의 질 입구가 벌어진 채로 있게 했다.
나는 지은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지은이가 내 페니스를 빠는 사이 나는 지은이의 클리와 질을 핥았다.
“오빠~ 지은이 보지 맛 어때?”
“맛있어. 달콤해!”
“정말?”
“응. 자 엉덩이 살랑살랑 흔들어봐.”
“이렇게?”
“응.”
“지은이 오빠 앞에서만 이렇게 흔드는 거야~ , 아~~~”
혀를 질 속으로 집어넣자 지은이는 페니스 빠는 것을 멈추고 엉덩이를 아래 위로 움직여갔다.
그것은 마치 내 혀를 내 페니스 대신으로 생각하고 삽입을 진행하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성에 찰 리가 있겠는가?
지은이는 다시 내 몸 위를 미끄러져 내려가 내 페니스를 자신에 질 속으로 삼켜버렸다.
그리고 상체를 앞으로 숙여 내 양 발목을 잡고선 골반을 마구 뒤틀기 시작했다.
“아~~ 지은아!!”
그 때였다. 갑자기 주체 못할 기분이 엄습하며 사정이 임박했음을 느꼈다.
일단 지은이를 멈춰야 했다.
“지은아 오빠 쌀 것 같애.”
“아~~ 오빠,, 싸!! 그냥 안에다 싸!!”
“으읏!!!!”
“읍!!!!!!!!”
지은이와 나는 순식간에 돌처럼 굳어져 버렸다.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지은이 질 속에서 정액을 내뿜는 내 페니스뿐이었다.
그렇게 모든 욕정이 사그라지자 지은이는 조용히 방을 빠져나갔고
미세하게 흔들렸던 밤공기도 차분히 가라앉았다.
마치 야한 꿈 한 편을 꾸었고 그 때문에 몽정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난 그렇게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누나네 갔다 온 이후론 지은이나 나나 하루하루가 정신 없이 바빴다.
그렇게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해도 보름이 지나갈 무렵 평소와 다른,
심란한 표정의 얼굴을 한 지은이를 마주하게 되었다.
“오빠!”
“왜, 무슨 일 있어? 아까부터 계속 창 밖만 쳐다보고.”
“아빠가 나 유학 가라는데.”
“편입 준비하는 건 어쩌고 갑자기 유학이라니?”
“편입 쉬운 거 아니잖아. 그리고 이번에 동생 대학 떨어졌거든. 아빠가 재수해서 별볼일 없는데 갈 바엔 차라리 유학 가라면서, 가는 김에 나도 같이 가라고.”
“오히려 잘 된 일 아니야?”
“그러긴 한데.”
“그럼 고민할 게 뭐 있어? 니네 아버지 말씀대로 지방대 나와봐야 별 볼일 없잖아. 남들은 유학 가고 싶어도 못 가는 판에.”
“그래도 오빠가 그렇게 말하니까 섭섭해.”
지은이가 섭섭해 하는 이유를 모르는 것도,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지도 모르는 바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포장해서 하긴 싫었다.
“니 맘 모르진 않아. 하지만 지은이 니가 나였어도 똑같이 말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은이는 한 동안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물끄러미 커피잔을 내려다 볼 뿐이었다.
“오빠……그럼 우린 헤어지게 되겠지?”
“그렇겠지.”
“그게 싫어.”
“난 네 인생에서 걸림돌 되는 게 싫어.”
“오빠, 절대 걸림돌 아니야.”
“지금은 아니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되어버릴 수도 있어.”
“오빤 나랑 헤어지는 게 아무렇지도 않아?”
“지은아, 나도 사람이야!”
“??”
“네가 슬픈 것만큼 나도 그래. 하지만 감정 하나로 세상을 살 수는 없잖아.”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라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아니, 마음 속으론 “설마?” 라고 의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날 이후 지은이의 유학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마음에 준비를 할 틈도 없이 이별을 맞이해야 했다.
“오빠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인연이라면.”
“나중에 길에서 오빠 봤을 때 옆에 여자 있으면 어떡하지?”
“너야 말로.”
“내 첫사랑이, 내 첫 남자가 오빠였음 더 좋았을 텐데. 내가 미워져!”
“처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좋아했냐 가 중요한 거지. 넌 어떤지 몰라도 난 그래. 그래서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충분히 행복해.”
“오빠, 담에 꼭 다시 보자!”
2월 초 지은이는 떠났다.
그녀를 알게 된지 불과 4개월,
미움이란 단어조차 느껴보지도 못한 짧은 시간이, 인연이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나버린 것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어느덧 학생이란 타이틀로 살아가는 마지막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3년간의 여유로웠던 대학생활은 그야말로 과거일 뿐이었다.
적어도 학기 초반만큼은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만 왠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하루하루가 무기력해 졌고 절실한 무언가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재진이 핸드폰 아닌가요?”
“맞는데, 누구세요?”
“그 새 목소리도 잊어버렸나 보네. 나 수진이 누나야!”
“앗, 누나! 진짜 오랜만이에요.”
“반갑긴 한 거야?”
“그럼요. 그걸 말이라고.”
“으이구, 그렇게 반가우면 먼저 전화하지 그랬어.”
“누나 귀찮아 할까봐 연락 못했죠.”
“둘러 되긴!”
그 말을 웃음으로 받아넘겼지만 정말 그런 생각 때문에 누나에게 먼저 연락하지 못했다.
누나와의 매개체였던 태호도 지은이도 없는 마당에 연락을 했다가 반기지 않는,
아니 오히려 부담스러워 하는 느낌이라도 받는다면…… 그건 정말이지 생각하기 싫었다.
“누난 요즘 어떻게 지내요?”
“일상은 똑같은데, 있던 사람이 없어져서 좀 그래.”
“지은이 대신 같이 사는 사람은 없어요?”
“아무나 룸메이트로 들일 순 없잖아.”
“하긴.”
“넌 이제 4학년이니까 바쁘겠네!”
“그래야 하는데…… 모르겠어요. 나사 풀린 것처럼 의욕도 없고 긴장감도 없고 그러네요.”
“왜? 무슨 일 있어?”
“특별한 일은 없는데, 왜 그런지 저도 모르겠어요.”
“큰 일이네. 어쩌니?”
“금방 나아지겠죠, 뭐!”
“밥은 잘 먹어? 요즘은 어디서 지내?”
“그냥 학교 근처에서 하숙 해요.”
“그럼 우리 집에서 멀지도 않겠네?”
“멀지는 않은데 반대방향이라서요.”
“출근할 때마다 한번쯤 마주칠 줄 알았는데, 그래서 길에서도 못 본거 구나!”
“네.”
“시간 내서 한 번 들려. 밥이라도 같이 먹자!”
“그럴게요.”
“말로만 하지 말고.”
“네, 문전박대나 하지 마세요.”
“그래, 알았어 그럼 나중에 보자!”
“네, 가기 전에 전화드릴께요.”
12월 말에 지은이랑 함께 내려와서 본 게 마지막이었으니 꼬박 4개월이 흐른 것이었다.
몇 번 전화를 하려다 말은 적은 있었지만 이제는 그 존재마저 희미해지려던 찰나였는데, 타이밍이 좋았다
내가 누나 집을 방문한 것은 그로부터 2주 후였다. 그 안에 서너 차례 일상적인 전화통화로 혹시나 모를 어색함을 걷어내려고 했다. 사실 첫 전화 받은 날 당장에라도 갈 수 있었지만, 단순한 인사치레로 한 말이지 확인도 필요했고 어느 정도 뜸을 들여야 더 반가운 만남을 이끌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맛있는 걸 사준다는 제의를 뿌리치고 예전처럼 누나 집에서 조촐하게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고 했다. 하숙집 음식을 적응 못했던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누나 혼자 사는 곳에 내가 얼마나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지는 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건 어떤 남녀관계의 기준에서가 아니라 예전과 현재가 같은지, 다른지를 통해 앞으로 더 친해질 수 있는지, 없는지를 가늠해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누나, 선물.”
“어머, 장미꽃이네. 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이런 걸 다 사와.”
“빈 손으로 오기 뭐해서 사온 게 아니에요. 나름대로 누나 기쁘게 해 드릴라고.”
“그래? 그럼 더 고맙게 받을게. 너 오니까 집 안 분위기가 활기차 지는 것 같아. 진작에 연락도 하고 들르지.”
다행히 누나의 반응은 작년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비로소 마음 한 켠에서 떨칠 수 없었던 일말의 불안감이 사라지는 듯 했다. 마음이 편해지니 누나를 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표정 하나에도 어색함이 없었다.
“먹을 만 해?”
“네, 역시 맛있어요. 하숙집 음식은 진짜 입에 안 맞았는데.”
“어쩐지 살이 좀 빠져 보이더라.”
“2달 만에 4kg 빠졌어요.”
“어휴~ 그 말이 왜 부럽게 들리지?”
“하하하. 근데 누나도 살 빠지지 않았어요?”
“진짜? 진짜 그렇게 보여?”
“네, 확실히!”
“나 실은 5kg 빠졌어.”
“다이어트 하셨어요?”
“매일 아침마다 조깅하거든. 1월 1일부터 시작했으니까 이제 5개월째 되는 거지.”
확실히 달라 보였다. 전엔 뭐랄까, 뚱뚱하지는 않았지만 몸이 무거워 보이기도 하고 둔해 보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제법 날렵해 보였다. 특히나 얼굴이 갸름해지고 푸석해 보였던 피부에 탄력이 붙은 것 같았다.
“어쩐지, 그냥 살만 빠져 보이는 게 아니라 건강해 보인다 했어요. 이제 완전 건강미인 된 거네요.”
“미인인 무슨.”
“어? 누나 미인인 거 몰랐어요? 살 빠지니까 어려 보이기도 하구만”
“진짜, 진짜? 빈 말이라도 기분 좋은데.”
“빈말 아니에요. 믿으시거나 말거나.”
“우와, 나 지금 기분 엄청 좋아졌어!”
평소엔 참으로 복잡하게 여겨지는 여자들이 이럴 땐 너무도 단순했다. 빈 말을 한 건 아니지만 예쁘다, 어려 보인다는 그 평범한 말들에 이렇듯 좋아라 하니!
식사가 끝나자 누나는 과일을 꺼내 주곤 설거지를 하려 했다. 난 그런 누나를 엉덩이로 밀어내며 싱크대 앞 자리를 차지했다.
“누나 남자 설거지 하는 모습 싫어하지만 전 과일 깎는데 재주 없어요. 그러니까 제가 설거지 하는 동안 누나가 과일 깎아요.”
“그래, 알았어. 대신 깨끗하게 씻어야 돼.”
“누나가 아직 군대 갔다 온 남자랑 안 갔다 온 남자의 차이를 모르나 보네.”
“무슨 차이?”
“군대에선 2년 넘게 자기 식판 자기가 닦거든요. 그리고 그걸 매번 검사해요. 그 검사가 얼마나 빡센데요.”
“알았어. 씻기나 하세요.”
누나는 과일을 깎으며 추억에 빠져드는 듯 내 등뒤에서 한 옥타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은이랑 태호랑 너랑 같이 있었던 작년 끝자락이 참 재미있었는데.”
“저도 그랬어요.”
“태호도 지은이도 잘 지내고 있겠지?”
“지은이한테 편지 안 와요?”
“2, 3월 달엔 몇 통 보내더니 이젠 연락이 없네.”
“무소식이 희소식 이라잖아요.”
난 지은이에게 한 통의 편지도 받지 못했다. 그것은 지은이도 나도 헤어진 연인이라고, 이젠 모두 지나간 과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섭섭한 마음은 무엇이란 말인지! 누나에게 보냈다는 지은이의 편지조차도 보고 싶었다. 지은이가 한자한자 써내려 갔을 글씨를 눈으로 보고, 느껴 보고도 싶었다.
“근데, 잘 지낸대요?”
“처음이니까 이것저것 정신 없다고 하지. 넌 지은이한테 편지 못 받았어? 너 잘 지내느냐고 물어보던데.”
“뭐, 편지 주고 받을 사이는 아니니까요.”
지은이의 편지를 보여달라는 대신 그렇게 얼버무릴 수 밖에 없었다.
“넌 태호한테 편지 온 거 없어?”
“훈련소에서 한 장 보낸 이후론 연락 두절이에요.”
지나간 시간을 되새기며 시작되었던 대화는 그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속해서 이어졌다. 즐겁기도 하지만 가슴 아프기도 한……
누나의 집에서 나온 건 거의 10시가 다 될 무렵이었다. 마음이 허전했다. 나의 발길은 집으로 향하지 못하고 지은이와 추억이 있던 장소를 계속해서 맴돌기만 했다. 무슨 미련이 그리 남았기에 그랬던 것일까?
내가 다시 누나 집을 방문한 것은 3일이 지난 후였다. 사실 언제 다시 찾게 될지 기약도 하지 못했는데 누나의 전화 한 통으로 아무 부담 없이 그곳을 찾게 된 것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누나 집에 가는 것이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내가 가지 않으면 오히려 누나가 섭섭해 할 지경이었다. 심지어 두 주가 지난 뒤의 주말엔 서울에 가지 않고 누나와 소풍을 가기도 했다. 누나의 취미가 사진이었는데 모델이 되어달라는 부탁 때문이었다.
“누나가 부탁하니까 모델 하긴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모델 감이 아니에요.”
“뭐, 모델이 따로 있나?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이들도 다 모델이 되는 건데. 그리고 넌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사진 잘 받을 거야. 누나가 예쁘게 찍어 줄 테니까 믿어봐!”
내키지 않는 모델 역할이었지만 나 역시도 사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뷰 파인더로 보이는 네모난 세상에 끌렸던 것이다. 그날부터 나는 누나에게 사진에 대해 이것저것 배우기 시작했다. 누나도 자신의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동지를 만난 것을 무척이나 반겼다. 여담이지만 그것은 아직도 유효한 나의 취미생활이다.
그로부터 이틀 후, 누나에게서 필름을 현상했다며 저녁에 들르라는 전화가 왔다.
“와, 사진 진짜 잘나왔다.”
“봐봐. 누나 믿으랬지. 넌 좋은 모델이라니까!”
“하하, 인물보다는 분위기가 멋지게 나왔어요. 이거 그 동안 찍었던 사진하고 차원이 틀린대요. 도대체 얼마나 찍으면 이렇게 찍을 수 있어요?”
“카메라 조작하는 건 별로 어려운 게 아니야. 사진은 감각이야. 예술적인 감각. 네가 보기엔 이 사진들 잘 찍은 거 같겠지만 전문가들이 보면 비웃을 거야.”
“아니에요. 모르긴 해도 비웃을 사진이 아니라는 정도는 알아요.”
“푸웃. 누나 인정해 주는 사람은 너 밖엔 없네. 그리고 자, 이거 받아!”
“이게 뭐에요?”
“풀어봐.”
리본으로 둘러져 있는 종이상자, 리본을 풀고 상자 뚜껑을 열자 어릴 때 손가락으로 터트리면서 놀았던 쿠션용 뽁뽁이가 보였다. 무엇을 이렇게도 정성스럽게 싸놓은 것일까 궁금해하며 통째로 꺼내 보았다.
“앗, 카메라!”
카메라 정면에 음각으로 새겨진 라는 문구, 렌즈 동선을 따라 역시 음각으로 새겨진 M-ROKKOR 40mm 1:2 라는 문구가 보였다.
“미국에 있을 때 중고 샵에서 산 거야.”
“이거 정말 저한테 주는 거에요?”
“응, 앞으로 사진 열심히 찍어.”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수동카메라, 물론 당시엔 알지 못했지만 정말 특별한 관계가 아니고선 선뜻 선물할 수 없는 고가의 카메라였다. 선물을 금전적 가치로 평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고가의 카메라를 선물했다는 것은 누나가 생각하는 우리 사이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밀접하거나 혹은 밀접하기를 바래서가 아닐까? 아무튼 그것은 내 인생에 첫 카메라였으며 가장 소중한 선물이기도 했다.
내가 예상치 못했던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내가 카메라에 눈을 떼지 못하는 사이 누나는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내며 날 놀래 켰다.
“재진아, 너 졸업할 때까지 여기서 사는 건 어때?”
“네?”
도대체 누나가 뭐라고 했는지? 나는 내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지은이 방 비어있는데 저 방 쓰면 하숙비는 절약되잖아. 학비도 비싼데 하숙비라도 아끼면 부모님 부담이 덜하시지 않을까?"
“저야 좋지만 누나가 불편하지 않을까요?”
“내가 불편할 게 뭐 있어. 오히려 네가 있으면 누나도 꼬박꼬박 밥도 챙겨먹고 무서운 것도 덜하고 이래저래 든든한데. 재진인 누나랑 있음 불편할 거 같아?”
“아뇨, 저도 딱히 불편한 건 없는데.”
“지금 결정하라는 건 아니니까 생각해보고 말해줘.”
“누나, 그럼 한가지 부탁드릴께요.”
“뭔데?”
“밥값이랑 생활비 정도는 내게 해주세요.”
금전적인 면을 떠나서 누나 집에 들어와서 산다는 것은 특혜나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무작정 좋아할 수 없었던 이유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였다. 생활비를 내겠다는 것 역시 그 연장선에서 나온 말이었다. 또한, 그게 누나의 호의에 대한 예의라고도 생각했다.
“그건 안돼.”
“네?”
“아까도 말했지만 누난 네가 불필요하게 나가는 돈을 아끼라고 들어오라는 건데 그걸 내겠다면 의미가 없어지는 거잖아. 누난 진짜 그거 싫어. 그리고 네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저 많이 먹어요.”
“걱정 마.”
“진짜죠. 저 배 골게 하면 소송 걸 거에요.”
“하하, 피둥피둥 살 찌워 놓으면 되는 거야?”
다음날, 오전 수업을 마치자마자 하숙집으로 돌아와 짐을 챙겨 나왔다.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혼자 나를 수 있는 짐이 아니라 택시를 잡아탔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시선을 두었으나 내 정신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이제 곧 누나 집 앞에 도착하는데도 이게 사실인가 싶어 어젯밤 누나가 준 열쇠꾸러미를 주머니 속에서 만지고 또 만질 뿐이었다.
어제 저녁, 그러니까 아직 24시간도 안 지나고 다시 방문했으니 어색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곧장 지은이 방, 아니 이제부터 내가 사용하게 될 방으로 짐을 들고 들어섰다. 깨끗하게 정리되어있는 책상과 책장이 맨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맞은편 벽으로 맞닿아있는 침대, 매트리스 위엔 바삭 하게 마른 침대커버가 씌어져 있었고 그 한 켠으로 이불이 곱게 개어져 있었다. 아마 어제저녁 내가 가고 난 뒤 부랴부랴 정리했던 모양이었다.
침대에 몸을 던지듯 드러누워 눈을 감았다. 지은이의 체취가 느껴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을 감자 보이기 시작했다. 그 전에 단 한번 여기 누웠었던 기억, 어두컴컴한 배경에 실루엣으로만 어렴풋이 보이던 지은이의 모습. 포르노 테이프를 보듯이 지은이와의 자극적인 장면들이 펼쳐졌다. 게다가 귓전에 맴도는 뜨거운 호흡소리. 벌써 5개월이 다 되어가나? 갑자기 아랫도리가 묵직해져 왔다. 생각해 보니 한창 나이임에도 꽤 오랫동안 자위도 잊고 지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발기한 페니스는 달래달라는 듯이 더욱 뻣뻣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하지만 첫날부터 그러고 싶지 않았다.
마음을 추스를 겸 땀에 젖은 몸도 씻을 겸, 금새 속옷까지 전부 벗어버리고 욕실로 향했다. 한참이나 샤워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맞고 섰는데도 흥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머리 속이 점점 어지러워지고 있었다. 고집일까? 나는 본능과 전투를 벌이기라도 하듯이 식식거리며 샤워타올에 비누칠을 했다. 그리고 온 몸 구석구석을 문질렀다. 그런데 그 샤워타올이 발기한 페니스로 옮겨갔을 때, 이것이 오늘 아침 수진이 누나의 그곳에도 닿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치며 등줄기가 짜릿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 도대체 나란 놈은 본능밖에 없는 건가?’
일부러 그런 생각을 한 것도 아니지만 누나가 베푼 호의를 이용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어떤 딱딱한 관념에 사로잡힌 듯 그런 생각자체만도 상당히 비양심적인 행동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하지만 본능은 본능일 뿐이지 않는가! 그리고 이런 종류의 본능이 이성으로 컨트롤될 정도라면 그건 본능이라고 말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 때 나를 덮었던 본능 또한 억제하려고 해서 억제되는 그런 본능이 아니었다.
결국 비누거품이 잔뜩 묻은 채 위로 솟구쳐 있는 페니스를 잡았다. 그리고 일부러 지은이와의 자극적인 장면들을 떠올렸다. 혹시나 그 대상이 수진이 누나로 옮겨질까봐 염려해서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지은이와 내가 아니라 지은이와 수진이 누나가 엉켜있는 장면들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잊고 있었던 기억이 때마침 떠올랐던 것이다. 이럴 수가? 오히려 그 때부터 내 몸이, 성욕이 제대로 불이 붙었다.
손놀림이 빨라지자 비누거품 때문에 페니스에서 찌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동시에 다른 한 손으로 젖꼭지를 긁었다. 뜨거운 콧김이 인중위로 쉴새 없이 뿜어져 나오며 몸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허벅지 근육이 세세하게 갈라지기 시작하며 머리가 어질어질해져 갔다.
“아~~앗!!”
이미 감고 있던 눈이 다시 한번 질끈 감기며 정액이 허공으로 쭈욱 뿜어졌다. 얼마나 오랜만이었는지 사정도 길었고 정액도 그만큼 많이 쏟아져 나왔다.
뒷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열린 창문으로 들어와 침대 위에 누워있는 맨 몸뚱어리를 만지고 지나갔다. 마치 관계 뒤에 내 몸을 만져주던 형수님의 손길 같았다. 나는 살며시 눈을 감고 형수님을 떠올렸다. 황홀했던 그 기억들의 시작은 작년 이 맘 때였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일년이 지난 지금 그와 비슷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때도 나는 그런 일이 벌어질 지 상상도 하지 못했고, 일이 진행되어서도 지금과 같이 누가 만들어 놓은 지 모를 도덕적 관념에 스스로를 질책했었다.
‘그래, 내가 무슨 성직자, 수도승도 아닌데 그냥 물 흐르는 대로 살자. 억지로 취하지도 말고, 억지로 밀어내지도 말고.’
누나와 살기 시작한 이후로 무기력의 연속이었던 하루하루가 즐겁고 활기 넘치기 시작했다. 누나가 신경 써주는 만큼 편한 것 또한 많았다. 그런 것들이 미안해서 청소니, 빨래니 나름대로 일을 찾아 했지만 누나의 수고로움에 비하면 역시나 형편없이 모자란 것이었다. 내가 누나를 정작 기쁘게 만들었던 것은 아침조깅을 따라가주던가, 함께 출사를 나간다던가 하는 것들이었다. 몸만 같이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함께 산다는 것이 누나에겐 좋았던 듯했다.
어느덧 한 달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그 사이 장마가 끝이나 날씨가 무척이나 무더워졌다.
“장마 끝났다고 바로 열대야인가? 바람도 안부네.”
“맥주라도 마실까?”
“맥주 좋죠.”
식탁에 마주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안주 삼아 맥주를 들이켰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이야기와 상관없이 누나가 웃기 시작했다. 첨엔 그저 내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그러나 했지만 웃을 타이밍이 아닌데도 웃고 애써 참으려는 모습이 나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근데, 아까부터 혼자 왜 그렇게 웃어요?”
“아니야, 아무것도.”
분명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다. 누나는 분명 나와 얼굴이 마주치기만 하면 피식피식 웃어댔다.
“저 봐, 또 웃어!”
“너……”
“뭐에요? 그냥 속 시원히 말해봐요.”
“너, 원래 아무것도 안 입고 자니?”
그랬다. 어릴 때부터 걸리적 거리는 느낌이 싫어서 추우나 더우나 속옷도 입지 않은 채로 자는 것이 버릇이었다. 그런데, 누나가 그걸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혹시, 아침에 제 방 문 여셨어요?
“아니!”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아요?”
“베란다 창문! 하하.”
그걸 생각지 못했다니…… 지은이와 관계를 나누기도 했던 바로 그 베란다였다. 그 곳에 서면 벽의 반을 넘게 차지하는 커다란 창문이 있는데 최근 들어 그것을 활짝 열어놓고 잤던 것이다. 그제서야 아차 싶었다.
“그만 웃어요. 뭐가 그리 좋다고.”
“돌고래 한 마리가 침대 위에 엎어져 있는 것 같았거든.”
“왠 돌고래?”
“네 몸이 탄탄한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 피부도 매끈매끈하고.”
“나 참! 자세히도 봤네요. 도대체 어디까지 본 거에요?”
“그게 다야.”
애로틱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저 쪽팔리단 생각에 어떤 표정을 해야 할지,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누나는 또다시 찬물을 끼었었다.
“참, 말 같기도 했어.”
“갑자기 왠 말? 돌고래 같았다면서요.”
“엎드려 잘 땐 그랬는데, 네가 금새 몸을 돌리더라고.”
“아~ 나! 뒷모습밖에 못 봤다면서요!”
“하하, 그 말 하면 더 민망해 할까봐.”
“그럼 말을 마시던가요.”
누나는 또다시 자지러지며 웃었다. 남자의 벌거벗은 몸이 그렇게 웃겼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뭔 추잡스런 짓을 했던 것인가?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저 누나의 웃음이 머지기 만을 기다리며 맥주만 삼켰다. 그렇게 대화가 잠시 끊어지고 누나도 이내 진정을 되찾았다.
“한가지 궁금한 게 있어.”
다시 말을 꺼낸 누나의 얼굴엔 웃음도 장난기도 없었다.
“뭔데요?”
“너 그때 완전히 잠들어 있었지?”
“네.”
“근데, 왜 커져있었어?”
“뭐가요?”
되묻고 나서야 누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누나는 자연발기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런데 남자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그걸 몰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