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제작자가 게임을 시작해 버렸어.
-- >
우리 앞에 거대한 지도를 보았다. 마치 우주의 초월적인 존재가 되어서 세상을 굽여 설피는 것 같았다. 우리 5사람 앞에 나타난 지도는 역사 컨텐츠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본다면 생전 처음 보는 판타지 지도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유럽을 본 떠 만든 지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세계관을 만들때 가장 쉬운 방법은 현실의 것을 그대로 가져와 살짝 비틀고 변경하는 것이었다. 아니 애초에 현실에 살고 있는 이상 현실에 있었던 기반으로 창조할 수 밖에 없어진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조금 심한데? 지도가 꽤 꼬여 있어도 사실상 영락없는 유럽지도다. 가운데에 지중해를 본딴 바다를
기반으로 아래쪽에는 건조한 북 아프리카 땅. 윗쪽에는 온대기후의 유럽지대가 있었다.
나는 지형지도화면에서 국가지도를 켰다.
"현실 유럽지역하고 비슷하네요."
"그래도 속은 더 판타지스러워 졌습니다. 판타지의 로망을 잘 살려서 각 국가별로 넣어놨죠."
크루세이더 로드4는 전에 설명 했듯이 중세시대의 인물에 빙의되어 자신이 직접 그 시대를 살아가며 승리조건을 달성하거나 게임이 끝날 시기에 가장 높은 점수를 가지면 된다.
중세시대의 인물이 되어 플레이하는 게임답게 십자군 전쟁시기의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이나
"킹덤 오브 헤븐"
영화로 유
명한 아발린 백작이 되어 성지를 보호하거나 전설의 바이킹 라그나르 같은 사람에게 빙의되어 바이킹들과 세상을 약탈하고 돌아다닐 수 있다. 삼국지 모드에서는 유비나 조조, 여포로 플레이 할 수도 있다.
다른 크루세이더 로드 시리즈가 게임과 차별화되는 점은 단지 한 인물뿐 아니라 캐릭터의 대를 이어서 플레이 할 수 있다는 것. 캐릭터는 백작령급의 영지가 없으면 게임시간으로 1년 내 게임오버 된다는 것.
뭐 이러이러한 이유들로 시작지점은 플레이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다. 시작지점이 바이킹 문화권이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약탈하고 무역하는 플레이를 하겠다는 거고 스페인의 군주로 시작하면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한 이슬람을 몰아내는 플레이를 해야 하니까. 반면 이탈리아의 상업공화국에서 시작한다면 이슬람국가들과 무역을 할 수도 있다.
어떤 지역에 어떤 문화에 따라 플레이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 플레이 방식뿐만 아니라 눈과 귀를 즐겁게 할 문화나 건물, 풍습도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하지만 모두 제작자이자 베타테스트 리더인 귤선생님 빼고는 모두 이 세계를 모른다. 그래서 모두 조용히 지도화면을 봐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모두들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나 특수한 병사들이 있을 것이고 플레이 방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이 세계에 대해 전무하니 어디가 어떤지 생각하며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아닌 종족은 선택이 안 되네요?"
"아직 베타니까요. 알파 때는 선택가능하게 만들어 보겠습니
다."
나는 그 말을 듣고는 찬찬히 세계지도에서 내가 선택할 캐릭터들과 그들이 있는 국가들을 살펴보았다. 우선 가장 왼편에 있는 스페인 문화권의 히스파니아, 이곳은 과거에 통일된 히스파니아 왕국이 있었지만 남쪽에서 온 아랍권 문명인 튀르키예에게 털린 후, 크고 작은 국가들로 쪼개어져 있었다고 한다. 좁은 해협 건너 남부에서 침공해 온 이들도 본토와 정치상의 문제로 독립해 몇 개의 군벌이 되었다. 히스파니아 군소 군주들과 튀르키예 군벌 뿐 아니라, 북쪽에서 내려온 몇 개의 바이킹 부족들이 정착지를 마련해 눌려 앉았고 오크들의 점령지, 옆 프랑스 문화권 국가가 점령한 지역도 있었다.
한마디로 개판오분 전. 하지만 이 지역은 다양한 세력과 종족들이 있어. 플레이할 때 재미는 보장될 것 같다. 작은 세력부터 찬찬히 키우면서 침략자들을 몰아내고 통일하는 과정이라
고 할까? 옛 스페인의 국토회복 운동인 레콩키스타가 생각난다.
하지만 나는 스페인을 싫어하지. 이유는 모르겠어. 그냥 정감이 안 가.
그러므로 패스.
다음으로는 옆의 프랑스 문화권 국가인 그랑데시아, 설명으로는 아주 오래전 바이킹 부족들이 그랑데시아의 땅의 악마들을 몰아내고 세운 명예로운 기사들의 국가라고 한다. 건국시에 부족장이었던 이들이 각각 공작이 되어서 7명의 공작이 왕과 함께 나라를 움직인다고 한다. 그랑데시아의 기사들은 상무적이며 그들을 기사들의 천국 발할라로 이끄는 발키리를
숭배하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기사와 바이킹의 조합이라니? 이 얼마나 끔찍한 조합이니? 솔직히 인게임에서 어떤 문화를 가질지 상상이 잘 안되긴 하지만 기사와 바이킹의 조합은 신선했다. 전국토가 바이킹이 프랑스에 눌려 앉아 세워진 노르망디가 된다는 것인가?
하지만 2차대전 게임을 주로 하는 나에게는 프랑스라는 것은 정말이지 끔찍한 존재지. 바게트 녀석들. 시간도 못 벌어주는 달팽이나 먹는 빵국 녀석들.
그러므로 패스.
다음으로는 신성연방제국이라는 딱 봐도 독일의 신성로마제국을 벤치 마케팅한 것 같은 국가다. 독일계 문화권이라고 하기에 애매한 게 연방을 이루고 있는 국가들은 독일계도 있었지만 프랑스계도 네덜란드계도 보헤미아계도 폴란드계도 교황이 있는 이탈리아계도 있었다. 딱 봐도 지도의 중앙에 있는 게 주인공 역할을 하는 국가 같다. 제국의 어디를 선택해도 그 지역의 다양한 문화와 특수한 병종으로 멋진 특색을 보여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왠지 주인공이나 1p가 싫다. 게다가 나는 주로 게임에서 소련만 골라하는 중증 소련빠였기에 독일은 뭔가 생리적으로 싫었다.
그러므로 패스.
다음으로는 현실의 북유럽인 스칸다나비아를 모델로 하고 있는 노르트란트 지역, 이곳은 바이킹 부족들과 개혁과 정복으로 왕국을 세운 스베리예라는 국가가 있었다. 스베리예? 그거 스웨덴의 다른 말이었지?
하지만 나는 스웨덴을 싫어하지. 2차 대전 전략게임을 하면 소련으로 철광석을 늑대 같은 파시스트 놈들에게 파는 스웨덴은 반드시 밟아버린다.
그러므로 패스.
다음으로는 러시아와 동유럽 문화권의 루스그라드라는 지역, 강력한 군소 공국들이 전국시대를 열고 있었다. 강한 세력이
없기에 여기저기서 몬스터가 점거한 땅도 많고 이곳에서의 스타팅도 재미있을 것 같지만, 나는 중세 러시아에는 별 관심이 없다. 내가 관심 있는 러시아는 오직 소련뿐이라고.
그러므로 패스.
내가 곰곰히 생각하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진짜로마님이었다.
"에에에에!? 비잔티움 문화권 국가가 없잖아요!?"
"예. 이 세계관에서 비잔티움 문화권 국가는 멸망한 걸로 처리되었습니다. 잔당이나 독립군 같은 세력은 있습…."
"어, 어떻게 판타지게임이라도 진정한 로마제국의 후계자 국가인 비잔티움 문화권이 없죠!?"
"거참, 어차피 게임시작하자 나가실 복돌이는 조용히 해."
"지, 지금 게임피드백 중이잖아요! 제작자에게 유저의 소중한 의견을…!"
"베타테스터도 포기한 주제에 말이 많네. 진짜로마라는 닉네임을 보니 너 비잔틴 빠구나. 아아—. 난 크루세이더 로드할때 마다 비잔틴 같은 허약한 가짜 로마는 얼른 부셔버렸지. 진정한 로마는 역시 오스만투르크야. 고대로마 만큼의 힘! 그리고 이름뿐이었던 비잔티움의 로마황제자리를 이은 건 맞다고. 오스만제국은 비잔티움을 정복한 다음에 유럽국가들에게 스스로 로마황제라고 하고 다녔으니까."
"아니다! 이 악마야! 어떻게 상식적으로 케밥이나 먹고 다니는 이슬람 수니파 골궐족들이 로마라고 할 수 있는 거예요! 고대 로마제국의 유산을 그대로 이어받은 비잔티움이야 말로 진정한 로마예요! 비잔티움 사람들은 스스로도 로마인이라고 생각한다고요!"
"아니, 어떻게 그리스어를 하고 인종도 그리스인이고 수도도 로마가 아니고 로마같은 판도도 제대로 못 만든 타락한 그리스 왕국이 로마라고 할 수 있냐? 하아…. 이해할 수 없네."
"초등학생 때 훈남이고 엄청나게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했던 초 엄친아 철수가 커서 배불뚝이 아저씨에 대머리 아저씨가 되어서 사업에 실패해도 그 대머리 아저씨는 그대로 철수인 겁니다!
""왜 여기서 대머리 아저씨가 나오는 거냐!?"
"왜 찔리세요? 현실에서 탈모이신가봐요?"
"뭐!? 이 꼬맹이가!?"
"아재 냄새에다가 케밥 냄새나요! 가까이 오지마세요!"
이래서야 논쟁은 끝나지 않는다. 나는 귤선생님을 봐라보았다. 지금 우리가 시작지역과 캐릭터를 고르지 않는 이유는 이 세계를 잘 몰라서다. 귤선생님은 제작자중 한명으로써 베타테스트에 참여했다. 제작자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이 모드에 대해 잘 알 것이다. 귤선생님은 어디에서 시작하는 게 가장 유리한지 알고 있다. 그리고 어떤 세력이 누구에게 약한지도 알고 있다.
국가들이 안끌리는 것도 있었지만 저러한 이유로 나는 귤선
생님이 선택할 곳에서 떨어진 곳을 선택하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었고 기리기리님도 자연스럽게 기다리기 위해 일부러 진짜로마님과 시비를 튼 것 같다.
나는 직설적으로 귤선생님에게 물었다.
"귤선생님 어디 하실거에요?"
"그냥 아무 곳이나 할 생각입니다. 아랄님은 정하신 곳 있습니까?"
"뭐, 저야 이 세계관은 처음이니 여기 있는 짥은 설명만으로 뭐가 뭔지 모르겠네요. 제 생각에는 귤선생님이 먼저 고르시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가장 잘 아시니."
"…그렇군요. 제가 선택을 안 해서 다들 안 고르는 거였군요.
저는 테스터분들이 먼저 고르고 가장 마지막에 고르려고 했습니다만, 그게 잘못된 생각이었군요."
"게임을 하면 이겨야한다 주의라, 그리고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이기는 것보다 데이터를 얻는 게 우선이라. 하하. 그래도 그렇게 말씀하시면 골라야겠죠? 저는 연방제국의 작은 백작가문 하나 하겠습니다. 정 뭣하면 아랄트란스님께서 골라주실래요?"
"아니요. 뭐, 괜찮습니다. 가문문장이 멋있네요."
귤선생님이 고르신 캐릭터는 연방제국 중앙에 위치한 한 백작가문이었다. 가문문장을 알리는 방패에는 검은바탕에 붉은 하트패턴과 흰 사냥개가 멋들어지게 장식하고 있었다. 가문
이름은 폰 예거훈트부르크, 독일어로 사냥개의 성이라는 뜻 같다.
"문장이 멋진데 설마 게임 시나리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가문은 아니겠죠?"
"하하, 네, 중요하긴 합니다만 세력을 키우는 가문은 아닙니다. 악마와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마녀사냥꾼 가문이죠. 제가 절대악을 무찌르고 인류를 수호한다는 로망이 있어서요. 멋지잖아요…. 고독한 마녀사냥꾼, 그는 세상을 구했지만 세상은 아무것도 모르고 곤히 내일을 맞이한다. 멋지죠?"
"예…. 그렇네요."
"하하. 안심하세요. 저는 정말 게임하면서 마녀사냥꾼의 일만 열심히 마녀사냥꾼의 일만 열심히 할테니까. 이 모드의 이
름이 왜
"올드 갓"
인줄은 아시죠?"
"이 모드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마법을 부리거나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게 아니라 시시때때로 세상을 악에 물들여 지배하려고 하는 악마가 된 옛 신들을 막는 거라고 들었습니다."
"예. 이 모드의 핵심은 번목하는 인류국가들이 힘을 합쳐 인류를 노예로 만들려는 악마들을 무찌르는 거예요. 실제로 13의 모든 악마의 소멸이 단체승리조건에도 들어가고요."
"13의 악마? 13명은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악마들은 악마의 추종자의 제물이나 의식으로 존재가 유지되고 힘을 얻습니다. 그래서 악마들은 모든 추종자가 사라지면 죽습니다. 또한 다른 악마를 죽이고서 힘을 흡수할 수 있지요. 시작은 13명이지만 시작하면서 점점 줄어들 겁니다."
"그렇군요…."
하며 귤선생님은 자신이 선택한 가문의 문장을 자랑스럽다는 듯이 봐라보았다. 예거훈츠부르크, 사냥개의 성을 가진 가문이라…. 문양을 보면 하운드계열의 사냥개다. 하운드라는 단어가 있음에도 굳이 사냥과 개를 각각 썼는지 모르겠다. 뭐 본인이 저리 좋다면야.
그때 뒤에서 기리기리님과 로마님의 논쟁도 어느 정도 끝나 가는지 진짜로마님도 가문과 캐릭터를 선택하는 소리가 들렸다.
"헤헤헤헤!! 그럼 내가 저 가문을 해봐야겠군! 아아 비잔티움 냄새가 나는데? 보라색에다가 노란 독수리라니!?"
"절대 저 케밥이 그 가문을 선택하게 둘 수는 없어!!! 에잇! 선택!"
아무래도 기리기리님은 진짜로마님을 괴롭히며 선택을 강요하신 것 같다. 아마 자신이 비잔티움을 상징하는 보라색 바탕에 금빛 독수리의 문양을 가진 세력을 해서 이상한 플레이를 한다고 했을 것이다. 이슬람 같은 종교로 개종한다거나 매국하는 플레이라던가. 그러고 보니 진짜로마님은 어차피 시작하자마자 나갈 건데 그냥 아무 곳이나 선택해도 되지 않았나? 뭐, 그래도 게임을 하지 않을 거라 다행이다. 저분이 선택한 지역의 이름이 필멸의 황무지라고 쓰여 있다. 딱 봐도 스타팅 하드코어지역.
진짜로마님이 선택하자 기리기리엔진님은 나를 봐라보며 말했다.
"나는 언제나 즐겜인 랜덤플레이지."
어찌 보면 랜덤은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너무 위험부담이 큰 선택이었다. 오리지날에서 랜덤 플레이는 발전가능성이 거의 없는 황무지에서 시작한다거나 현실의 아이슬랜드와 같은 본토로 부터 한참이나 떨어진 고립된 땅에서 시작하면 할 것도 거의 없을 뿐더러 입에 풀칠하는 것 마저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나만 남은 건가? 아니, 아까부터 말이 없던 우주최강트롤러님이 남았다. 내가 그를 돌아보니…. 이미 선택해 있었다. 트롤러님이 선택한 가문은 바이킹 문화권의 야를(백작)이었다. 반으로 나누어진 가문의 문양은 아랫 쪽으로는 흰색과 청색의 파도들이 중앙부분까지 패턴을 이루고 있었고 아랫부분은 청색위에 노란 별들이 수놓아져 있다. 그 위로는 하늘색 배경에 노란 바이킹 롱쉽과 바이킹 나팔이 있었다.
가문의 이름은 스렌드라카르.
트롤러님은 나를 봐라보며 입을 열었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남 생각이나 할때가 아니었군. 이제 정말 나만 남은 건가…?
다시 보았지만 딱! 이거다! 하고 끌리는 세력이나 지역이 없었다. 그때 나는 프랑스 문화권의 그랑데시아를 보다가 특이한 캐릭터를 찾아냈다. 그랑데시아의 모든 영주들이 남성인데, 이 캐릭터만은 여자였다. 그것도 15살. 이름은 아벨리네 드 성쓰기,
"어…? 그랑데시아에 있는 영주들 중에서 이 캐릭터만 여자
네요? 그랑데시아에선 여자도 영주를 할 수 있나봐요?"
"그럼 여자영주가 한명밖에 있지 않았겠죠. 아벨리네는 제작자중 하나가 잔다르크 컨셉으로 넣은 캐릭터일 겁니다."
"호오…. 잔다르크요?"
"처음에 그랑데시아 시작할때 외교관계가 꼬여있어서 바이킹 부족들도 침공해 오고 알비온이라는 영국문화권 국가와도 전쟁상태 입니다. 그랑데시아가 현상유지라도 할 수 있게 넣어두었지요."
"재미있어 보이는데요? 혹시 전용 스토리도 있나요?"
"아뇨…. 그건 아직, 그냥 배경설정 밖에 없을 겁니다. 전용스토리는 알파 때 넣을 거라. 아직 없죠. 그냥 크루세이더 로
드 바닐라 때처럼 샌드박스 형식으로 진행하시면 될 겁니다."
아벨리네 드 레옹루아르15살에 후작이라고? 게다가 잔다르크 컨셉이니 굉장히 강력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문양으로는 방패를 사각형의 4방면으로 나눠, 검을 문 흰 사자와 붉은 바탕 옆에 흰 바탕에 검정 백합들이 패턴을 이루는 것이 아래 칸에도 교차되어 있는 문양이었다. 흥미가 생겼다. 하지만 나는 성별이 남자기에 웬만하면 여자캐릭터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좋은 생각이 났다.
바로 저 아벨리네의 아들로써 플레이해보는 것이다. 현실의 잔다르크는 성처녀고 결혼도 하기전에 죽었지만 여기는 게임이고 배경설정만 정해졌지. ai캐릭터들이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방향인 시나리오가 정해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아벨리네도 결혼을 하고 후계자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 물론 잔다르크를 컨셉으로 잡은 캐릭터니 캐릭터 특성에 '순결주의자' 같은 게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 게임은 앞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크루세이더 로드4다. 게다가 부계사회에서 저렇게 젊은 나이에 홀로 후작노릇을 한다면 반드시 결혼압력이 들어오게 된다. 아벨리네가 결혼을 안 해 아이를 갖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다른 캐릭터를 고르면 되고.
"귤선생님, 혹시 방장권한으로 4분 먼저 시작하고 저는 조금 있다가 들어가도 될까요?"
"예? 뭐, 상관없습니다만."
크루세이더 로드4 멀티플레이에서는 동시에 게임시작을 해도 되지만 따로따로 시작해도 된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먼저 시작한 사람이 게임 내에 기반을 잡아 더 유리해질 확률이 높다.
"설마 우리 플레이하는 중에 우리 들 중 하나 주변에 들어와서 망치고 나가는 비매너짓 하는 거 아니죠!?"
"아니에요. 그냥 재미있는 플레이가 떠올라서요."
진짜로마님의 말에 나는 대답해주었다. 어차피 게임시작하자 나갈 사람이 걱정도 많네.
"아…. 혹시 아벨리네의 아들로 플레이 해보시게요?"
"예. 그렇죠. 하하…."
가상현실게임에서 같은 성별의 캐릭터로 플레이하지 않을 때 위화감이 있기에 크루세이더 로드4에서는 간혹 이런 식으로 플레이를 하기도 했다.
"저는 동의합니다. 나머지 분은 어떠신가요?"
["!
@#$^!
@#."]
"저는 아랄님의 의견에 반대합…."
"복돌이가 말은 많아요. 어떻게 하던 상관없어."
"으으으으!"
"로마님께서는 어차피 곧 나가실태니, 실례지만 없는 의견으로 하겠습니다. 그럼…. 트롤러님…?"
["%!
@!
$^@$(@!
#."]아무래도 대화를 하기는 힘든 것 같다.
"대화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데?"
"애초에 저분 인게임에서 어떨지 궁금해네요."
"뭐…. 그럼 의견을 알 수 있는 기리기리엔진님의 동의로 저희들끼리 먼저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가겠습니다."
"고고고고. 고고! 고, 고, 고, 고!"
기리기리엔진님의 재촉하는 소리가운데 시스템 안내 목소리가 들려왔다.
[5…4…3…2…게임시작. 귤선생, 기리기리엔젠, 진짜로마, 우주최강 트롤러 할거야. 님께서 크루세이더 로드4를
"올드 갓"
모드, 플레이 시작하십니다.]그렇게 대기실에는 나 혼자 남게 되었다. 그리고 혼자 남은 나는 게임속도인 의식을 잠시 늦쳐버렸다. 그러자 내가 보는 지도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러 국가와 세력들이 흥하다가 망해버렸고 오크들이 인간의 땅을 몰아내기도 인간들이 빈 땅에 새 정착지를 세우는 것도 지켜보았다. 내가 플레이할 국가인 그랑데시아도 살펴보았다. 처음에는
알비온이라는 국가와 바이킹들이 미는 가 싶더니 영토를 회복하고 알비온의 군대를 그들의 섬으로 패주시켰지만 북쪽에는 몇 바이킹 부족들이 정착해버린 것 같다. 내가 플레이를 할 캐릭터를 출산할 아벨리네도 지켜보았다. 곧 내 예상대로 이웃하는 영주와 결혼했고 곧 첫아이인 딸을 가졌다. 플레이하면서 내 누나가 될 캐릭터였다. 그리고 곧 다시 임신했고 이번에는 남자아이었다.
이름은 루이스, 루이스 데 레옹루아르성이 어머니와 같은 레옹루아르인 걸 봐서 아무래도 아벨리네는 결혼해서 낳은 자식이 아내의 집안사람이 되는 모계결혼을 한 것 같다. 나는 루이스의 아버지 캐릭터가 전처로 부터 이미 남자아이만 2명이라는 걸 보고 놀랐다. 먼저 형이 2
명인 건 예상 못했으니까.
그래도 루이스는 어머니의 가문이고 형들은 아버지의 가문이라 웬만해서는 만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럼 크루세이더 로드4
"올드 갓"
모드! 그리고 야릇한 성인 모드 시작이다!!!
그러나 나는 모르고 있었다.
대기실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이 사고의 조짐이라는 것을, 아니, 이미 대기실에서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 작품 후기 ============================오타수정 완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