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직 영주가 됩니다.
-- >
나는 그제서야 세나가 굳어있는 이유를 알아내었다. 아솔렛 누나가 앞에서 내가 세나의 옆구리를 잡고 있는 것 웃으며 봐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절로 손이 떨어졌다. 세나는 넘어질 만도 하건만, 자리에 서서 아솔렛 누나를 봐라보다가 아솔렛 누나의 시선이 자신이 아닌 나에게 고정되어 있는 걸,그러고보니 아솔렛 누나는 이번에 임시남작으로 파견되는 것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아솔렛 누나가 입을 열었다.
"세나야. 잠시 루이스를 빌려가도 될까?"
"당연하지…! 아솔렛 언니! 그럼 나 바쁜 일이 생각나서 먼저 가볼게…!"
"가 봐."
하며 도망치는 세나. 나도 도망가면 좋으련만 아솔렛 누나가 내 팔을 잡는다. 그리고 입술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아솔렛 누나의 표정이 굳어지며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변해버렸다.
"……."
"왜 그랬어?"
시작은 간단한 말이다. 왜 누나 대신 내가 플모어로 가고 아솔렛 누나가 몰렌느로 가게끔 말했는지 물어보는 거겠지. 아니, 그때 상황은 더 절박했다. 자문회 가신들이 아솔렛 누나의 기사수행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어디로 부임하는 게 아니라, 아예 기사를 못하게 만들어버릴 기세였기 때문이다. 내가 그때 나서서 이상한 말을 하며 누나를 변호한 이유는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그냥 하고 싶었다. 아솔렛 누나가 우는 게 보고 싶지 않았었다. 나는 괜히 세나가 돌려준 책인
"지독한 사랑 이야기"
를 매만졌다.
나는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아솔렛 누나가 우는 모습, 보고 싶지 않았어."
"…겨우 그것 때문이야…?"
"그래. 그거 때문이야."
"…그렇게 하지 말아야 했어. 말했잖아. 나는 딱히 후작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고."
"그럼 왜 기사수련을 하고 왜 성인식을 거부하는 거야? 왜 몰렌느로 가고 싶어 했던 거야?"
내 말에 아솔렛 누나는 적사자성의 창가에 몸을 기대었다. 밝은 점심의 햇빛의 누나의 흑단과 같은 머리카락을 비춘다. 그 일이 있은 후, 아솔렛 누나의 머리스타일이 조금 바뀌었다. 생머리 아님, 올려 묶던 누나는 이제 생머리체로 어깨를 넘어서는 머리카락의 끝부분만 밴드로 묶어버렸다. 어른스러워 보리고 더 잘 어울린다.
아솔렛 누나가 입을 열었다.
"……한계까지 가보고 싶었어."
"…뭐?"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 왔기에 나는 의문을 표했다.
"그랑데시아는 기사의 나라지. 그리고 어머니는 남자의 세계인 그랑데시아에서 기사가 될 수 있는 최고의 영애를 누렸어. 브륜힐데가 점지한 기사, 에인페리아…. 브리타뉴 공작의 스승이자 노르망디 공작의 부인, 공작령에서 가장 부유한 땅을 스스로의 힘으로 차지한 사람."
"……."
나는 아무 말 없이 누나의 말을 들었다.
"갑옷을 입고 랜스를 들고 말을 타던 기사들이 멋있게 보였어. 그리고 그중에서 유일한 여자인 어머니를 보고 나도 저렇게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 어릴 때는 못 모르고 어머니를 따라했지만 점점 커져가면서…. 어머니처럼 되고 싶었다고 할까…? 아니, 어머니를 뛰어넘은 기사가 되고 싶었다고 할까?"
"누나는 이미 뛰어난 기사야. 정식기사들도 아솔렛 누나에게 한 수 지고 가는데."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야. 내가 여자임에도 어머니처럼 모두가 인정하는 그런 고결하고 위대한 기사가 되고 싶어…. 나를 막는 모든 굴레를 이겨내고 한계까지 돌파해보고 싶어."
"그럼 몰렌느에서 그렇게 멋진 기사가 되면 되겠네?"
"그럼 나는 내 스스로 기사의 길을 이루는 게 아니라, 네 도움을 받게 되는 거야."
아솔렛 누나가 몸을 돌려 나를 봐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내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내고 싶었어."
"……."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결국 내가 개입해서 아솔렛 누나를 몰렌느의 임시남작으로 만들어버렸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루이스 너는 날 도와줌으로써 내
가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어."
"…하지만."
내가 말하려고 하자 아솔렛 누나가 손을 들어 내 말을 가로챘다.
"알아. 안다고, 내가 다시 검을 잡기가 어려울 수도 있었다는 거…. 루이스 넌 그때 그냥 내버려두어도 되었어. 겨우 내가 눈물을 흘리려고 했다는 이유로 그렇게 한 거야? 혹시 그때…. 나, 나를 책임지겠다고 한 말을…."
"그것도 있어."
"…채, 책임질 필요 없어! 그, 그때 일에 관해서라면…!"
아솔렛 누나는 시선을 회피하며 말했다.
"나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그럴까지는 필요는 없었어. 나와 관계를 가진 것 때문에 그런 거라면…. 그건 별개의 일이야. 루이스……."
아솔렛 누나는 시선을 회피하다가 상기된 눈동자를 나에게 돌리며 말했다.
"그렇지만 도와줘서 고마워…."
이제야 대충 아솔렛 누나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아솔렛 누나는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모든 것을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과 근친 관계를 가진 것에 대해 내가 빚을 갚는다고 생각하고 행동한 것이라면 자기 스스로 일구어 낼려는 기회를 박탈하게 만든 것이다. 하지
만, 아솔렛 누나 스스로도 그때 상황이 내 도움이 없었더라면 다시 검을 잡기 힘들었다는 것도 안다.
그렇기에 마음이 굉장히 복잡할 것이다. 나는 살짝 아솔렛 누나에게 짜증났다. 아솔렛 누나는 고지식하면서도 고립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누나가 싫지만은 않았다.
나는 갑자기 짓궂은 마음이 생겨, 입을 열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솔렛 누나가 편할대로 하면 되지, 좋아. 그때의 일은 지금과 별개의 일이야. 그럼 나는 아솔렛 누나한테 호의를 하나 빚진 게 되네?"
"…?"
내 말에 아솔렛 누나가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조용히 아솔렛 누나에게 다가갔다.
"그럼 나에게 빚진 걸 없애면 되는 거잖아?"
"…루이스?"
어느새 나는 아솔렛 누나와 완전히 얼굴을 마주보는 자리까지 걸어왔다. 아솔렛 누나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고 눈시울은 살짝 붉어져 있었다. 나는 아솔렛 누나의 빰을 만지면서 눈가에 맺흰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솔렛 누나의 부드러운 여자의 피부의 온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살짝 벌려져 숨을 쉬고 있는 입술이 보였다.
나는 손을 뻗어 아솔렛의 입술을 매만졌다. 촉촉하고 부드럽고 따스했다.
아솔렛 누나가 고개를 돌릴려고 하자 나는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피하지마. 빚을 지금 받아야겠어."
그 말에 아솔렛 누나가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 둘의 얼굴은 완전히 마주보아져 서로의 눈동자를 봐라보고 있었다. 살짝 불안에 떠는 아솔렛의 회색의 눈동자가 보였다. 그리고 망설이는 게 보였다. 나는 그녀의 턱을 잡아 나에게 올리며 말했다.
"빚…. 받아가도 되지…?"
"……."
대답은 없었다.
대신 아솔렛 누나는 살짝 눈을 감아왔다. 그것을 신호로 나는 아솔렛 누나의 입술에 키스했다.
내 혀가 부드러운 입술을 넘어 아솔렛 누나의 입안으로 들어갔고 곧 혀를 감싸 앉았다. 아솔렛 누나는 저번에 몇 번이나 한 키스를 잠시 잊었는지 누나의 혀는 내 혀에 맞춰 리드 당하다가 점점 기억이 되살아나는 지, 내 혀의 움직임에 맞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내 손이 아솔렛 누나의 허리와 등을 잡고 키스를 이어나갔다.
날씨는 좋았고 햇볕은 따스하게 창 넘어 우리 남매를 비추었다.
곧 우리 둘은 떨어졌고 아솔렛 누나의 입술과 내 입술에서 길게 침이 이어졌다. 나는 입술을 다시 매만져주며 그 실을 끊어버렸다. 아솔렛 누나는 여전히 살짝 상기된 얼굴로, 살짝 멍한 회색의 눈동자로 나를 봐라보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루이스 너라는 녀석은 정말…!"
아솔렛 누나는 아까보다 얼굴이 빨개져서 부끄러움과 화가 난 얼굴로 손을 하늘로 올렸으나 나를 때릴 분위기는 아니었다. 나는 아솔렛 누나에게 맞기 전에 얼른 입을 열었다.
"이걸로 빚진 건 사라졌네?"
"루, 루이스!! 너…. 너! 자, 자꾸 이러면 여, 여자로 만들어
버릴거야!!"
말은 무서웠지만 목소리와 얼굴은 전혀 신빙성이 없게 만들었다. 더 이상 아솔렛 누나를 곤란하게 한다면 나는 정말 여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기에 웃으며 말하였다.
"자—. 이제 그때 일을 제외하고는 우리 둘의 관계는 다시 동등해졌어. 어때 만족하지?"
"마, 만족하기는—!"
"하지만 별 수 없었다고, 당장 내 인생의 기회인 몰렌느를 포기한 대가를 받아야하는데, 그것 밖에는 생각나지 않았단 말이야."
"평소에 뭘 생각했으면 그런 걸 하는 거야!!?"
"때, 때리지 마! 때리면 아까 건 무효야! 다시 해야 해!"
"다시 해줄까보나!?"
하지만 나를 때리러고 하던 아솔렛 누나의 손은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얼굴을 돌리고 있다가 뒤를 돌아서 자신의 얼굴을 몇 번 때린 후, 뒤를 돌아 나를 돌아보며 말한다.
"좋아—. 방법에 문제가 있긴 했지만, 이걸로 분명히 네가 빚은 사라졌어. 루이스. 이제 나는 정당하게 몰렌느에 간거다."
"경쟁이야. 다음 레옹루아르의 후작이 누가될지, 마지막 발큐리아 브륜힐데의 이름 아래, 정정당당하게 겨루어보자고."
"봐주지 않겠어. 내 앞에 있는 모든 것을 해치우고 레옹루아
르의 후작이 될거야. 그랑데시아의 기사들에게 여자의 몸으로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줄 거다. 몰렌느에서 앞 써 나갈태니, 따라와 봐."
아솔렛 누나는 그렇게 말하고 멋쩍은 듯, 씩 웃었다. 나도 웃어 보였다.
나는 누나를 향해 손으로 권총모양을 만들어
"탕야"
하고 쏘았다. 언젠가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이다. 무슨 영화인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친구이자 경쟁자를 떠나보내는 장면이었다.
아솔렛 누나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내가 웃는 모습을 보고 똑같이 따라 해주었다.
"땅야-!"
미소짖는 아솔렛 누나의 얼굴이 예뻐보였다. 역시 누나는 웃어야 예쁘다.
우리는 그렇게 웃고는 헤어졌다. 다시 만날 걸 알기에 다시 만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몰렌느는 교통의 유충지로 현재 히스파니아로 남하하는 바이킹들이 반드시 건너야 하는 길목이었으니까. 다음에 만날 때는 아솔렛 누나는 더 강해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누나는 기사들 속에서 군공을 세워 정식기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나도 질 수는 없다.
이제 나는 플모어로 떠난다.
♦♦♦♦♦♦♦♦♦♦♦♦♦
플모어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플모어는 망했다는 것을. 당연한 말이지만, 적사자섬은 강화도의 크기보다 큰 섬이지만, 대서양에서 부는 소금기가 가득한 바람으로 강화도만큼 농사가 잘되는 않았다. 하물며 플모어는 대서양을 봐라보는 제1의 남작령이었다.
무슨 영지물 판타지 소설처럼, 뒷산에는 엄청난 광산이, 앞마당에는 오크들이, 건너편은 우수한 기술을 전파할 드워프나, 우수한 인재이자 히로인을 바칠 엘프숲이라도 있으면 좋으면만 현실은 망했다.
망했다.
정말 망했다.
영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이라고 불리기도 민망한 언덕은 광물은 커녕 몬스터도 없어 소녀들이 마음 놓고 산나물을 뜯고 다니고 드워프나 엘프는 커녕, 이 동족 그림자도 안 보인다.
영지물에서 보통 이웃영주는 사악한 쪼렙남작이라 한판 붙은 다음에 영지민과 재산을 가져오는 공식이라도 있지만 이웃영주들은 사악하긴 커녕, 어머니께 충성을 바치고 기사들과 군마를 양성해내는 주요 협력자였다. 심지어 내가 플모어에 오자마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이웃 아르드르 남작이 자신의 아들을 파견하여 선물과 플모어의 정보를 알려주었다. 그의 말로는 다른 영주들도 아마 며칠이내로 천천히 인사를 드리러
온다고 한다.
게다가 방금 전에 받은 또 다른 이웃영주의 편지에는 어려우면 언제든지 도와주겠다고 한다. 정말 좋은 이웃들이다.
판타지 소설처럼 이웃 영지를 아무 명분 없이 쳐들어가는 건, 그랑데시아에서는 미치지 않고서 불가능한 일이다. 생각해봐라. 남작 위에 백작이든 공작이던 상관이 있는데, 남작 녀석이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명분도 없이 영지전을 일으킨다? 당장 상관이 기사들을 끌고 나와 반란놈들의 역적 무리를 퇴치해 주실것이다.
"올드 갓"
모드의 세계는 악마들의 패잔병인 몬스터가 판을 치고 각종 위험이 가득한 세계이기에 이웃영주는 경쟁자라기 보단 협력자라는 생각이 우선적으로 드는 세계였다. 애초에 같은 나라에서 같은 상위 영주를 모시는 사람들이다. 사소한
분쟁이 생기면 웬만하면 교회나 상위 영주가 중재해준다.
그렇다보니 나는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 그저 기사로써 이곳에 있는 노기사들과 수련하고 영지를 시찰하는게 내 일과의 전부였다. 나는 막시무스를 타고 영지를 시찰한 뒤 남작관(官)에와 쇼파에 드러누웠다.
"하아…."
"플모어 남작님, 오셨습니까? 헤헤."
"오냐. 지겹게 보는 구나. 보몽."
"예! 이 보몽 다시 도련님을 뵐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쁩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무려 도련님을 곁에서 섬기는 몸이 되다니! 이 보몽은 정말로 축복받은 게 분명합니다! 아아."
지랄하고 자빠졌네.
모두 기억하는가? 전에 몰렌느 군도에 난파한 오크들을 소탕할 때 내 옆을 지킨 부지에르(Voulgier) 지휘관, 보몽이었다. 이 자식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보몽, 너 왜 적사자섬으로 기어 들어와서 하필 플모어에 오게 된 거지?"
"이 보몽! 그간 몰렌느 군도에서 부지에르로 도련님만 생각하며 봉사하다가 더 큰일을 하려면 역시 적사자섬에 가야한다는 생각에 적사자섬으로 이주해왔습니다!"
보몽은 자유민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지만 공작령에 한한다. 자유민과 부르주아는 다른 계층이지만 설명은 나중에 미루도록 하고 나는 보몽을 봐라보며 말한다.
"분명히 나는 새 부지에르를 모집한다고 상인들에게 공고를 냈는데, 하루만에 20명이 넘는 장정들이 와서 놀랐다. 다 네가 데려온 거야?"
"예. 그때 루이스 도련님과 오크들을 소탕하던 친구들이죠! 그 친구들도 더 큰일을 하고 싶어 적사자섬에 찾아왔습니다. 헤헴! 물론 그들을 인솔한 건, 이 보몽이죠!"
보몽이 내 옆에 오게 된 계기는 간단하다. 막상 플모어에 와보니, 전 시장이 쓰던 관저는 관리가 되지 않아 방치되어 있었고, 주변에는 은퇴를 하고 조용히 아이들이나 보고 살아가는 노기사들 밖에 없었다. 당장 나를 호위해준 병력은 어머니
의 병력이기에 돌아가야 하는데, 돌아가면 당장 나를 지키고 섬길 병력이 없던 것이다.
이건 명백한 어머니와 자문회의 실수였다. 플모어에 가면 전직 시장이 남긴 부지에르가 있을 줄 알았을 것이다. 나를 호송한 호송대 지휘관에게 양해를 부탁하고 조금 있어달라고 했지만 호송대의 기사들과 부지에르는 이번 호송이 끝나면 공작령에 출현한 오크들을 토벌하러 가야하는 임무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나는 상인들을 통해 부랴부랴 나를 호위하고 남작관을 지킬 부지에르를 구하기 시작했다. 적당한 중개수수료를 주고 만난 20명의 부지에르는 보몽의 일행이었던 것이다.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꽤나 거금을 주고 보몽과 그의 일행을 고용했다. 보몽도 적사자 섬에 오자마자 바로 일을 구할 수 있어서 좋아하는 눈치다.
"정말이지…. 나는 너와 또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
"하하하! 이게 다 유일신의 계획하신 일 아니겠습니까? 남작님!"
응, 아니야.
그때 내 창문 너머로 멀리서 부터 기사들이 말을 타고 보였다. 자유민인 보몽 앞에서는 완전히 나태하게 굴어도 되지만 이곳의 유지인 기사들에겐 아니었다. 나는 자리를 일으키며 말했다.
"기사들이 오는구나. 보몽, 연회준비는 다 되었겠지?"
"물론 입니다! 도련님!"
"좋아. 가서 부지에르들에게 경비를 제대로 서라고 말해. 지역유지들이시다. 너희들도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야."
"옛! 도련님!"
현실에서 중세의 기사가 그랬듯, 그랑데시아의 기사는 씀씀이가 커야 좋은 기사이며 존경받는 기사다. 그래서 중세의 기사들은 자신의 씀씀이를 보여주며 연회를 자주 열어 쓸모없는 지출을 만들며 항상 돈 걱정에 시달렸다. 나는 지역유지들에 대한 연회를 위해 옷을 갈아입고 남작관 입구로 향했다. 그곳에는 유지들을 인솔해온 젊은 기사가 있었다.
"모시고 왔습니다. 남작님."
"그래, 수고했어. 드 아르드르 경."
"아르눌이라 불려주십쇼."
아르눌 드 아르드르, 이웃 남작의 후계자다. 내가 부임오기 전에 방치가 된 남작관을 청소했으며 하인들을 고용하고 내 편의를 봐준 이다. 뭐, 남들이 보기에는 가문의 유일한 남성인 내가 차기 후작이 되는 것이 확실해 보였기에 이렇게 해주는 것이겠지만.
"좋아! 아르눌, 손님들을 모두 모셔라. 연회를 시작하지."
곧 지역유지들을 자리에 앉히고 연회가 시작되었다. 당연히 내가 제일 상석에 앉고 아르눌이 옆에 앉았다. 조금 의외였
다. 서열상 아르눌이 앉을 자리가 아닌데, 아무래도 노기사들에게 양해를 구한 것 같다. 아르눌이라면 아르드르 남작령의 후계자니 양해를 받아줄만도 하지.
곧 지역유지들을 자리에 앉히고 지역유지중 하나인 유일신교 사제의 축사로 연회를 시작했다. 축사 뒤에는 지겨운 지역유지들의 자기소개가 있었고, 마지막으로 나는 간단하게 나를 소개하고는 잔을 높이 들어올렸다.
"보르도에서 가져온 그랑데시아 최고의 와인입니다. 모두 플모어의 발전과 브륜힐데의 영광을 드높이기 위해 건배합시다!"
"건배!! 브륜힐데의 영광을!!!"
"우리가 먹는 음식들과 이곳 남작관은 여기 아르드르 남작의
장남, 아르눌 경의 도움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모두 그의 인품을 높이 사며 다시 한 번 잔을 듭시다! 아르드르 경을 위해 건배!"
"아르드르의 장남 아르눌을 위해 건배!!"
"곧 축제가 이어졌고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대의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음식들도 꾀 있는데, 앙트리메 같은 것이다. 관상용이고 과시용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커다란 물고기는…. 무려 붉은색과 흰색의 물감을 바르고 그 위에 유지를 발라 빛나 보였다. 또 다른 앙트르메는 물감을 넣어 딱딱한 케익을 만들었다. 미친 소리 같지만, 그게 식탁위에 올려져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건 먹지 못 한다. 후에 이런 앙트르메가 마카롱 같은 걸로 진화하는 건, 무서운 일이다.
"레옹루아르의 도련님께서 플모어에 직접 행차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이번에 온 호송단에게 듣기로는 아솔렛 아가씨께서 몰렌느로 가셨다고요?"
"몰렌느 쿨럭! 쿨럭! 좋지…. 젊은 기사들이 많아…. 쿨럭!"
"몰렌느는 군공을 쌓기 좋은 곳이지요. 제 아들놈도 몰렌느 군도로 보냈습니다. 요새 바이킹들이 또 준동한다는 군요. 히스파니아로 대규모 침공입니다."
"바이킹이야, 이제 그랑데시아를 건들면 혼난다는 걸 알았으니 건들지만 안으면 되죠. 저는 바이킹보다, 새 플모어 남작님에게 더 관심이 가는 군요? 듣기로는 아솔렛 아가씨께 몰렌느로 가는 권리를 양도하셨다고요?"
"예, 브륜힐데를 섬기는 기사로써 해야 할 일을 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제 누이 아솔렛은 저보다 휠씬 더 뛰어난 기사입니다."
"저런…. 레이디는 성에서 기사들을 기다려주는 게 레이디지, 직접 전선으로 뛰어나가시는 여자는 발큐리아의 사제들 밖에 없을 겁니다. 아가씨는 발큐리아 교단에 입교하시러 하는 걸까요?"
"맞습니다. 몰렌느로 가야할 분은 바로 저희 루이스님이신데 말입니다."
아르눌은 그렇게 말하고는 내 와인 글라스에 보르도 와인을 따라주었다. 한 방울이라도 흘리라, 유리가 깨질까 아주 조심조심하는 손길이다. 그랑데시아에서는 보르도 와인을 1품으
로 쳐주고 유리가 매우 비싸기에 이곳 사람들에겐 유리로 컵을 만든다는 건 엄청난 과시였다.
"하하…. 그렇군요. 하지만 저는 제 누이가 저보다 몰렌느에서 더 큰 군공을 세울거라고 믿습니다."
어차피 이들에게 아솔렛 누나에 대해 말해줘 봤자 이해할리가 만무하기에 나는 대충 얼버 부리고 손을 식탁보에 닦으며 (그랑데시아는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다. 그리고 식탁보에 손을 닦는 문화다.) 일어서며 말했다.
"여러분들이 제가 이 플모어에 온 이유를 많이들 궁금하다고 생각한다는 걸압니다. 제가 플모어에 임시이긴 하지만 남작으로 오게 된 것은, 이 플모어를 더 낳은 영지로 발전시켜 어머님의 도움이 되고자 함입니다."
"서, 설마 플모어의 언덕에 광물이라도 나는 겁니까!?"
아니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하하, 모르지요. 그걸 제가 그런 걸 여러분들께 물어봤으면 하고, 이렇게 플모어에 대해 잘 아시는 유지여러분들을 초청한 겁니다. 저는 플모어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영지를 통치하는데 있어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의 이 영지에 대해 아는 것이 있다면 성심성의껏 말씀해 주십시오."
곧 지역유지들이 잔을 들며 영지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하였다. 하지만 정말이지 평범했다. 대부분의 지역유지는 은퇴해서 작은 땅을 가지고 몇 안 되는 농노를 부리는 노기사
들이었고, 자기 땅을 가지고 있는 부유한 자유민이었다. 부르주아도 있었는데 은퇴하고 고향은 플모어에 정착했다고 한다. 전 플모어 시장의 친구로써 전 시장의 관리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영지를 돌보기 위해 제 곁에서 재무관을 맡아주실 수 있으십니까?"
소위 노인들이 은퇴하고 넉넉한 삶을 사는 건 어느 시대나 꿈과 같은 이야기다. 부르주아라도 도시에 살지 않고 고향에 내려와 사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겠지. 그에게 자문회직을 맡아달라고 하자, 흔쾌히 수락했다.
어느 시대나 어디서나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는 홀로 통치해나갈 수가 없다. 가장 좋은 통지방법은 바로 지역유지들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곧 명목상이나 나마 재상이나 궁정사제, 부지에르 사령관을 임명했다. 어디까지나 명목상이다. 명예
직이지.
이어 나는 유지들에게 질문했다.
"혹시 플모어에서 나는 특산물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뭐 있겠습니까? 밀과 물고기죠. 허허."
망했다. 여기서 밀과 물고기라고 하는 게 포인트다. 만약 어획 생산량이 많다면 물고기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리고 특이하게 자주 잡히는 물고기가 있다면 그 물고기 이름을 말했을 것이다. 그런데 두 가지다 아니었고, 플모어는 농업에 대해 전무한 내가 봐도 생산량이 좋지 않아 보인다. 그 뜻은 어느 쪽도 망했다는 거지.
"그럼 저기 언덕에서 특별한 거라도 있습니까?"
"없습니다. 적사자섬에서 몬스터는 이미 브륜힐데의 검으로 멸종된지 오래입니다."
"그렇군요…. 제가 플모어에 처음 왔을때, 가장 흥미롭게 본 건, 작은 고깃배들 옆에 커다란 군함용 도크가 있더군요. 지금은 비어 있지만 거대한 창고도요."
"아, 과거에 바이킹 보복원정에 대한 논의가 한참일 때, 레옹루아르 후작령은 북해에 나가 바이킹들과 열심히 싸웠죠. 비록 바이킹들의 땅, 노르트란트로 원정을 나가진 않았지만, 논의가 되던 시점에선 플모어를 북해에서 싸우고 돌아온 군함들을 긴급 수리하는 장소로 쓰였습니다."
"지금도 사용되나요?"
"당연히 아니죠. 허허."
"저희 아르드르 남작령에 등대가 북해를 밝혔고 그럼 그 빛을 보고 군함들이 플모어로 돌아오는 거라고 했습니다."
"하하! 다 옛날이야기로군요? 그럼 그때는 플모어에서 어떤 사업이라도 불였나요?"
"뭐 그딴 배들이 들어오고 해만인력을 먹이고 재우는 사업이 있었죠. 지금은 없지만."
"뭐, 상인들은 돈이 안 되면 철수해야죠. 별 수 있겠습니까? 하하,"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하하하하하!!
"혹시 바이킹이나 바다괴수가 플모어를 노린 적 있나요?"
"없습니다. 플모어는 정말이지, 에우로파와는 안 어울리는 평화로운 땅이지요."
바이킹들도 알거야! 여긴 털어도 수익이 안 나오는 땅이라는 것을!!
"그렇군요! 아르눌! 잔이 비웠군, 내가 따라주는 와인을 따라주지."
"감사합니다. 레옹루아르 남작님."
다른 게임과 다르게 크루세이더 로드4가 RPG요소가 적어서 레벨이라는 개념이 없다. 캐릭터가 겪은 일들로 성장해 나가는 것뿐이다. 소드마스터라는 양반이 나타나도 화살 한방에 훅 가는 게 이 게임이다. 오죽하면 캐릭터에 능력치가 표시가 안 되겠냐. 그래도 몬스터라도 있으면 토벌이라도 해서 군공을 세우기라도 한다. 심지어 여긴 몬스터도 없는 청정지역이다.
나는 눈물을 머금고 연회를 마쳤다. 지역유지들에게서 좋은 정보라도 있을 것을 기대했다만, 건진건 플모어는 정말이지 평화롭고 할 일 없고, 돈도 안나고 인구도 별로 없는 별 볼 일 없는 남작령이라는 것이었다.
유일신교의 가르침에는 과음하지 말라고 가르치지만 유일신교 산하의 발큐리아 수녀들이 알려주는 그랑데시아의 기사의 미덕중에는 그런 게 없기에, 오늘 온 지역유지들은 마음껏 먹
고 마시고 하다가 절반 가까이 집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남작관에서 자버렸다. 물론 나머지 절반도 정신이 온전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랑데시아의 법률에는 술 마시고 말 타지 말라는 법은 없기에 휘청거리며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그랑데시아에서 통계청이 있다면 술 먹고 낙마해 죽은 사람은 분명 높게 나올 것이다.
뭐, 어쨌든 어김없이 다음 날이 찾아왔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연회복에서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찬물로 세수를 한 다음에 해장술을 마시고, 미리준비해둔 해장음식 청어를 먹었다. 본래 그랑데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해장음식하면 장어지만 유감스럽게도 장어를 구할 수 없기에 싱싱하게 잡아 올린 청어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나서 술 취한 주당들이 곤히 자는 걸 지켜본 뒤에 남작관을 나왔다. 남작관 입구에서는 경비로 있던 보몽이 졸고, 아니 자고 있었다. 나는 보몽에게 다가가 발로 차주었다.
"일어나라 보몽, 새 나라의 아침이 밝았다."
"으, 아! 누, 누구야……가 아니고 아이고! 도련님! 좋은 아침입니다!"
"못들은 걸로 해주지, 가서 내 막시무스를 데려와라."
"예, 예! 알겠습니다! 당장 대령하겠습니다!"
남작, 아니 남작령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이정도 영지에서는 평시에 24시간 경계근무를 서지 않는 게 관례기에 보몽이 자고 있었기에 이정도로 봐주었다. 곧 보몽은 막시무스를
대령했고 나는 등자를 밝고 막시무스에 올라탔다.
"잘잤냐? 막시무스?"
"히이잉!"
"넌 언제나 힘세고 강한 아침이구나."
"히이잉!"
"난 지금 심란하다. 막시무스야."
"히잉??"
"하아…. 아니다. 말한데 이야기해봤자. 뭐하냐? 가자. 플모어 한 바뀌는 돌고 오자."
막시무스를 타고 수행원 없이 남작관을 나가 영지를 돌아보기로 했다. 그때 뒤에서 한명의 기사가 간편한 무장으로 말을 타고 쫒아왔다.
"아르눌?"
"좋은 아침입니다. 레옹루아르 남작님."
"응, 어제 엄청 마셨는데 용케도 일어났군. 자네도 산책 한 바퀴 할 탠가? 플모어를 더 자세히 알고 싶군 그래."
"좋습니다. 같이 가시지요. 히럇."
아르눌도 어제의 연회복이 아니라 갬비슨과 장갑과 부츠만 한 가벼운 차림이었다. 우리 둘은 말을 몰아 영지에 딸린 마
을을 둘러보고 바로 앞에 있는 항구로 나갔다. 과거에 대 바이킹 거점으로 될 뻔한 지역답게 항만은 기초적인 공사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도크도 농노들이 어선을 묶어두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는 것 같고,나와 아르눌은 말을 몰아 옆의 커다란 창고로 갔다. 지금은 관리가 안 되어있지만 과거에는 배를 수리하기 위한 자제들과 부상자에 대한 약품과 전리품 보관소, 보급품 보관소, 등 다양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어제부터 연회 때까지 남작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남작님께서는 이 플모어를 더 키우고 싶은 것이로군요?"
"그래, 기사가 기왕 영지를 맡았으면 가장 부유하게 살찌워야지. 안 그래? 음유시인들의 노래 중에 그런 이야기 많잖
아."
"모두 이야기의 결말에 기사가 공적을 인정받아 영지를 수여받고 레이디와 함께 영지를 부유하게 만들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지만, 그 부유하게 라는 단어가 가장 끝에 나온다는 건,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다 못할만한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겠죠."
"그래. 맞아."
나는 알고 있다. 1세대 안에 눈에 보이는 성장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성장이라는 건 팽창이다. 그게 경제적으로 팽창을 하던, 군사적으로 팽창을 하던, 팽창을 바탕으로 돈이 벌린다. 하지만 그 팽창을 뒷받침하는 건 기반, 즉 인프라다. 인프라가 없다면 그냥 이벤트성 철 장사 밖에 되지 못한다.
그러나 이곳 플모어에서는 어떠한 팽창도 불가능했다. 이웃은 좋은 파트너들이었고 나오는 자원들도 없었다. 그렇다고 수공업이라던가 기술이 발전한 것도 아니다. 인구가 많은 것도 아니다.
플모어는 글러먹었다.
망했다.
나는 울 것만 같았다. 플모어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아, 아솔렛 누나, 잘 있어? 나도 잘 있어. 지금쯤 누나도 몰렌느에 도착해서 연회를 벌이고 일어나 이렇게 아침햇살을 맞이하고 있겠지? 좌우에 장다르메들을 대동하고 말이야. 여기 생활은 좆같아. 아직 많이
생활해 본 건 아닌데, 좆같을 거 같아. 아솔렛 누나, 내가 너무 설쳤어. 지금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바꿔줘어!!!!!!!!
"……."
"남작님?"
"하."
"예…?"
"하하…. 하하하핫!!!"
옆에 아르눌만 없다면 소리쳤을 것이다.
비명소리를. 정말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 작품 후기 ============================역시 영지물은 꿈도 희망도 없어야지! 자원도 몬스터도 악덕영주도 없다! 으하하하하! 평화롭다! 평화다! 피스! 월드 피스!!! 이대로 평화를 세상에 전파하는 거다!
"탕—!"
어림없는 소리! 네놈은 혁명력이 부족한 프렌즈(동무)구나!
세상은 무력투쟁으로 바뀔 것이다! 꽁산당의 깃발이 세상을 뒤덮을 것이다! 우라! 그랑데시아 코뮌 만세!!!
다시 혁명사령부도 복귀했습니다. 그래서 나름 영지물을 간판으로 들고 왔는데 루이스에게 똥망한 영지라도 하나 줘야지요! 으하하하! 절망하라! 루이스!
수정을 하면서 고민도 많이 했고 스트레스도 많아 받았는데 여러분들의 코멘트가 많은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래서 본래 두 편을 나누어야 할 걸, 이렇게 34kb로 씁니다.34kb는 뭐다!?
"추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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