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 은하보안관 이브 1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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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왼쪽 검지로 젖무덤을 매만지며 자극하다가 간지러움이 극에 달할 때면 검지와 중지 사이로 연분홍색 첨단을 잡아 꾹 꼬집었다. 오른손 검지로는 달덩이 같은 음부를 아래위로 긁다가 촉촉하고 깊은 구멍 안으로 밀어 넣어 얽혀드는 속살을 긁었다. 손가락이 민감한 피부를 누를 때마다 황홀한 쾌감이 밀려들어 손수건을 깨문 잇새로 비통한 신음이 흘러나갔다.
“흑… 으흡, 흐앗… 으흑, 앗.”
억지로 이를 꽉 깨물며 소리를 참으려 해도 터져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쾌락이 짙을 때면 입이 자연스레 벌어졌다. 어느 순간부턴 재갈 역할을 하던 손수건이 흘러내려져 있었다.
이브는 남자의 굵은 자지로 안쪽을 긁으면 훨씬 시원하고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그나마 위안은 한때 공중목욕탕에서 잠복수사를 하다 봤던 알터의 물건을 떠올리면 아직까지는 ‘더럽다’와 ‘저걸로 쑤시고 싶다’중에 전자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아직은… 아슬아슬하게 선에 걸쳐 있었다.
그 위태한 아슬아슬함이, 그리고 급하다는 마음에 가장 민감한 곳을 쥐어뜯는 행위가, 어쩌면 소녀의 배덕감과 민감도를 증폭시키는 원인이 되었으리라. 소녀의 두 다리는 자신의 손가락 끝에서 연주되는 쾌락의 가락을 맞춰 바닥 위에서 이리저리 비틀리다가 결국 들려선 허공을 갈랐다. 소녀의 두 눈은 눈물로 가득 차서 흐릿했으나 참을 수 없는 욕정이 붉은빛처럼 일렁였다. 갈 곳 잃은 쾌락에 속눈썹이 바르르 떨렸다.
“흐윽...!!”
소녀의 동공이 바늘구멍만큼 작아지며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이브는 절정 중에 팽팽 도는 머리 속으로 변명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었으니까. 남자를 바라며 알터를 덮치는 일만큼은 피하고 싶었으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비참한 건 방음 하나 되지 않는 판자 너머로, 대치하고 있던 215cm의 거구와 그 절반쯤 되는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지속해서 들리는 낯뜨거운 소리에 알터의 낯빛은 검게 썩어들어갔다. 보안관님은 어디까지 망가지신 건지, 알터는 저런 몸으로 만들어 놓은 개새끼를 꼭 찾아 찢어발기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이 있었으니, 채 열도 못 넘겼을 년경의 아이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아저씬 대체 누구세요.”
“아저씨는 보안관님의… 퀘이사님의 부관이었지. 은하보안국 수석 보안관, 알터 카이로스라고 한다.“
알터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속주머니에서 명찰을 꺼냈다. 보는 것만으로 복제가 가능한 세상에서 남들에게 불쑥불쑥 보여줄 만한 물건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앞에서 자신을 증명하기엔 이보다 더 적합한 방법이 없었다.
명찰을 유심히 보던 레아는 커다란 눈망울을 깜박였다.
“그럼 퀘이사님은 누구예요?”
“음…”
알터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요즘 세상에 보안관님을 모르는 애가… 있겠구나. 라임비같이 스타 스트링스의 힘이 닿지 않는 행성에서 철저하게 숨겼다면 가능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저 퀘이사 보안관님이… 자기 이야기를 꽁꽁 숨겼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아까부터 대체 언니는 누구인가? 설마 저 보안관님이 본인 입으로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나, 정황상 보안관님의 주변에 다른 여자가 없었으니 그럴지도 모른다. 알터가 퀘이사에 대해 가졌던 환상들이 하나하나 깨져가는 와중에, 레아는 스스로 답을 찾아냈다.
“아…! 설마 그 은하보안관 님이요?”
“그래, 전설적인 은하보안관님이시지.”
“근데 그게 언니랑은 대체 무슨 관계에요?”
알터는 조바심에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듯했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한테 뭘 이야기하라는 거지? 한시가 바쁜데,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언제 적이 들이닥칠지 모르는데.
“그건 내가 묻고 싶어. 아이야”
“레아에요.”
“그래, 레아야. 너는 네 언니와 무슨 관계니?”
“언니는 제 언니예요. 제가 지켜줘야 하는 언니요.”
아이는 알터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알터를 잡아먹을 기세로 도끼눈을 뜨며 노려보았다. 한시라도 빨리 저 아이를 훌렁 들쳐 업고, 저만치에서 슬픈 곡조로 흐느끼는 보안관님을 납치하듯 데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은하보안관의 직무상 품위나 양심적 의무를 고려한다면 그건 ‘정의’가 아니었다. 알터가 그렇게 충동에 약한 사람도 아니었고.
결국, 알터는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이 아이를 설득해야 했다.
지금 당장에라도 누가 덮칠지 모르는 상황인데 말이다.
알터는 어처구니없는 이 상황 속에, 혹여 레아가 게헨나스의 함정은 아닐까 고민하던 시점이었다.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좌시하지 않고자 레아의 손이 스쳐 나간 자리를 슥 닦아 선글라스를 매만지며 DNA검사를 맡긴다. 레아는 의심하는 눈초리로 알터를 보다가, 갑자기 어디론가 뛰어나가려 했다.
“혼자 나가면 안 돼. 위험해.”
“바빠요, 저 일 해야 해요. 밖에서 일해요.”
“넌 법적으로 미성년자 아니니?”
“그런 거 라임비에는 없어요, 아저씨.”
“…아저씨가 그 사람들에게 잘 말해 줄게, 오늘은 못 가. 우리는 여길 떠나야 한단다. 여기 있다간 정말 위험해질 거야.”
알터는 본인이 내뱉고도 어딘가의 납치범이 할 만한 말이라면 참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레아와 알터 사이엔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은 비통한 신음에 깨져버렸다.
-흑, 어흑!
멀리서 들리는 이브의 신음이 한층 더 커졌다. 흐느낌에 가까운 교성에는 육욕에 굴복하고, 인간의 존엄성마저 체념한 슬픈 쾌락이 스며들어 있었다. 알터는 눈을 질끈 감았다. 도저히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하니 오히려 아득하니 바닥이 멀어진 듯한 비현실감이 느껴졌다.
“왜요?”
“네 언니는 은하보안관이었다. 그것도 가장 위대한 그 ‘퀘이사 라케이니아.’ 보안관이셨지. 나는 네 언니의 부하였던 사람이다. 여긴 굉장히 위험해. 네 언니를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에 보안국에서 지켜야만 한다. 그리고 나는 네 언니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갈 수 있기 위해 뭐든 노력할 생각이지. 레아야, 그리고-”
“아저씨, 믿을 수 있어요?”
레아가 갸름한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알터는 성심성의껏 레아에게 대답했다.
“그래, 믿을 수 있어. 온 은하에 정의를 실현하는 은하보안국의 명예와 영광을 걸고서, 그리고 나 개인의 은퇴를 걸고 이야기하지. 여기서 알터 카이로스가 한 말은 모두 진실임을 밝힌다.”
“저는 그렇게 거창한 거 몰라요.”
“그럼, 레아는 뭐가 필요하니?”
레아의 행동에 슬슬 화가 났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러나 알터는 한시바삐 탈출해야 한다는 목표를 위해 오히려 인자한 미소를 꾸몄다. 착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는 선글라스를 벗었다. 매서운 눈매에서 꾸몄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따스한 눈빛이 드러났다.
“아저씨가 언니를, 지킬 수 있어요?”
“……”
아득하니 멀어졌던 비현실적인 세상의 빛이 현실로 돌아왔다. 소녀의 한없이 순수한 물음에 알터는 잠시나마 대답할 수 없었다. 알터의 표정은 순간 미세하게나마 굳었고, 아이는 생긋 웃었다. 온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얼굴로 하는 말속에는, 벌써 인생을 두 번째 사는 사람이 하는 듯한 통뼈가 들어있었다.
정말 이 레아라는 아이는 애가 맞는 걸까?
**
석탄공장의 중앙 홀에서는 여느 날처럼 빈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 줄로 배급을 기다린다. 평생을 밥 한 끼 먹는 낙으로 죽지 못해 사는 빈민들이었다. 거의 꺼져가는 눈빛으로 하염없이 서서 기다리던 맨 앞의 노인 앞으로, 평소에 오던 밥차 대신 검은 세단과 함께 구시대식 테크니컬(무장한 트럭)들이 경적을 울리며 거칠게 들이닥쳤다.
먼지가 휘날리는 테크니컬에서 중무장한 유격대들이 내렸다. 그들이 탄 차에는 ‘세레니티’라는 글자가 빨간 페인트로 대충 그려져 있었다. 검은 세단에서는 정장 입은 중년의 행동대장이 내렸다. 미간이 잔뜩 좁혀진 털보인 행동대장에게는 손에 닿기도 싫은 연 소득 200페니 이하의 불가촉천민들과 마주 보는 것도 굉장히 아니꼬운 일이리라.
“여긴…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가장 앞에 서 있던 노인이 감히 행동대장에게 말했다. 그러나 중년의 행동대장은 말도 없이 그를 거칠게 밀어내고 소매를 탁탁 털었다. 밀려난 노인은 휘청거리다가 저만치 넘어졌다. 행동대장은 쓰러진 노인의 옆에 침을 뱉고는 소리쳤다.
“다들 귀는 안 먹었나? 오늘 니들 보급은 없다.”
그가 말하기도 무섭게,
“아니 왜 오늘 보급이 없어요!”
“밥 좀 주시오, 뱃가죽 등딱지에 들러붙겠다!”
“밥차 갖고 와라!”
무리 속에 있던 일부 빈민들은 극히 노하여 반발했다. 생에 대한 의지 없는 자들은 고개를 젓거나 시선을 피하며 바닥을 바라보고 슬슬 자리를 떴다. 중년의 행동대장은 대드는 놈들보다 삶을 포기한 놈들을 더 가증스럽게 둘러보더니 내뱉었다.
“이유는, 이 계집 때문인데.”
그는 속주머니에서 홀로그램 영사기를 찾아 내밀었다. 홀로그램 영사기에서 나오는 화면은 푸른색으로 열화된 화질에, 군데군데 치지직거리는 노이즈가 있었으나 석탄공장 사람들은 홀로그램을 모두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뭐야, 저거 이브 아냐?”
“무슨 소리야? 우리 귀염둥이 창녀가 뭐라도 했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빈민들의 반응에 행동대장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브 이야기가 나오자 이번엔 생을 포기하고 고갤 돌렸던 자들조차도 귀를 기울였다. 악착같이 살려는 이브는 빈민들에게서도 인식이 좋은 편이었다. 그래선지 어째서 그녀가 밥차를 빼앗았는지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오늘의 보급은 없다. 이 계집 때문이지. 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계집이 너희 밥차를 박살 냈어. 현상금도 거하게 걸렸지. 밥 먹고 싶으면, 아니 살고 싶으면 이년 잡아와라, 이 거지새끼들아!”
행동대장이 소리치자 무리들은 웅성거렸다.
“자네 이브가 그런 짓을 할 수 있다고 믿나?”
“아니? 자네는?”
“저 부자들이 배급 안 주려고 핑계 대는 거 아닌가? 요즘 재개발한다고 나돌더만-”
-탕, 컴퍼니를 모욕하는 말에 유격대 중 하나의 총포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빈민들 중 하나가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동시에 일렬로 늘어선 유격대들은 빈민들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빈민들은 그제서야 힘의 차이를 깨닫고 두려움에 떨며 두 손을 들며 슬금슬금 물러났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쓰레기들아. 빨리 찾아와! 찾아오면 좋은 보상을 해 주지. 현상금이라니깐? 무려 100만 페니라고.”
행동대장의 잔인한 목소리에 공포와 돈에 대한 열망이 뒤섞여 빈민들을 뒤덮었다. 일부는 도망치고, 일부는 이브를 찾으러 떠났으며, 남아있는 자들 사이에서도 밥이 오지 않는 건 이브의 탓이 되어버렸다. 이것이 우주시대의 힘의 법칙이었으며, 부유한 자들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원시적인 힘이었다.
빈민들은 저 총에 죽지 않으려는 공포에 따라서든, 현상금을 얻겠다는 의지에 따라서든, 그 자리에서 해산하기 시작했다. 그때, 무리에서 한 흑인이 헐레벌떡 다가와 그들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루이스였다.
“혀, 혀혀형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루이스, 이 거렁뱅이들 치우라고 했냐, 안 했냐?”
“죄, 죄송합니다. 형님.”
“죄송한 건 됐고, 어서 가서 이 창녀 좀 잡아와라. 형 기분 좋을 때 어여 데려와라?”
행동대장의 표정은 말과는 달리 전혀 기분 좋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고개를 조아린 루이스는 행동대장의 표정을 확인하지 않고도 오금이 저리고 숨통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기절해도 좋고, 다리 한 짝 부러져 병신이 돼도 괜찮다. 그냥 숨만 붙여서 데려와. 고객께서 원하신다.”
“알겠습니다! 형님!”
허리를 곧추세우고 일어난 루이스는 그래피티 가득한 복도를 향해 부리나케 달려 나갔다. 루이스를 따르는 패거리들은 눈치를 보고 있다가 달려 나가는 루이스의 뒤에 합류했다.
“자, 사냥개는 풀었고. 나머지들은 출구를 봉쇄해. 고객께서 창녀를 원하신다. 이번 일만 잘 해결되면 다들 보너스 300%야. 빨리!”
“예, 알겠습니다!”
행동대장은 시가를 꺼내 피웠다. 타들어가며 연기를 내뿜는 시가의 끝만큼이나 행동대장의 표정도 검게 타들어갔다.
‘씨팔, 왜 내가 창녀 따위를 잡아야 해?’
행동대장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레아의 말을 들은 알터는 순간적으로 수만 가지 가능성을 떠올랐다. 실제로 알터의 몸은 강화인간의 것이었고, 알터의 뇌는 그만큼 과도한 정보량을 처리할 능력이 되었다.
레아의 태도, 모습, 그리고 나타난 시기. 외모는 5살~9살쯤 되어 보이니 어쩌면 임의의 적이 심은 아이일지도 모르는 가능성, 혹은 위급한 상황이 왔을 때 시간을 끌고 다리를 부여잡으며, 혹여 살려 두기라도 한다면 퀘이사의 발목을 잡도록 만들어졌을지도 모르는 존재로서의 가능성. 알터는 레아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염두 해 보았다.
[DNA검사 완료, 대상은 ‘퀘이사 라케이니아’의 친자일 확률 0.13%]
선글라스의 인공지능은 알터의 의심대로 레아가 이브의 친자가 아님을 확인해주었다. 몸으로 낳아 기른 아이는 아니지만, 보안관께서 애라고 한 데에는 이유가 있으리라.
실제로 자기가 낳은 애처럼 아낀다는 이야기겠지.
당장 퀘이사의 위태로운 상태를 본다면, 위협을 감수하고라도 이 아이를 살리는 것이 퀘이사가 무너지지 않을 버팀목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언니는 어디에 가야 더 안전한 거예요?”
“당연-“
“당연히 나에게 와야 안전하다. 그런 말 할 거죠? 그런데 은하보안관은 위험한 일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무서운 적들과 부딪히고 전쟁하고, 싸우고, 서로 빵야빵야 총 쏘고.”
“…그만큼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주지.”
“아저씨가 한 말 알아요. 어젯밤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잖아요. 아마 아저씨랑 누군가가 싸웠겠죠. 아저씨가 한 말이 진짜면 우리는 이제 이렇게 여기서 살 순 없을 거예요. 그리고 지금 이렇게 뭉그적거릴 때가 아니라 한시바삐 어디론가 가야 하겠죠. 그런데 정말로, 아저씨를 따라가면 언니가 행복하고, 언니가 안전하게 살 수 있나요?”
예사 애가 아니었다. 알터는 저 은하의 재벌들에게서도 느끼지 못했던 큰 벽에 부딪힌 듯한 느낌을 잠시나마 받았다. 어린아이라고 여겨 상대를 너무 얕봤다. 알터는 외모만 보고 레아를 어린아이로 봐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열 살도 안 된 아이에게 설명하듯 친절하게 설명해서는 오히려 논리적으로 논파 당할 뿐이다.
“…하나 생각해 보자. 커다란 별은 펑 터져서 초신성이라는 결말을 맡게 된단다.”
“그건 사는 데 필요한가요?”
“초신성이 일어나면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합성되어, 인류의 조상님들도 모두 별의 잔해에서 태어났으니 어쩌면 우리가 사는 데 가장 필요한 사건이었지. 퀘이사… 너희 언니는 커다란 별 같은 분이셨어. 응당 누려야 할 것이 있지.”
“음… 그런데 제가 먼저 물어봤는데…”
“그래, 지금 그 물음에 대답할게. 비록 완벽하게 안전하지는 않더라도, 보안국에서는 공로자로서, 네 언니를 대우해 드릴 수 있지. 30년 전 네 언니는 은퇴하고 싶다고 하셨어. 적어도 임무로부터 위험할 일은 없겠지. 그리고 네 언니가 자기 몸 하나 못 지키실 분도 아니고.”
“못 지키는데요?”
레아의 단언에 알터는 울컥했다. 설마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아이에게조차 무시당한다는 말인가? 레아는 알터를 향해 배시시 웃더니 어린아이다운 당찬 목소리로 다짐했다.
“언니는 내가 지킬 거예요. 적어도 아저씨를 따라가면 저도 지킬 힘을 얻을 순 있겠죠.”
“…….”
“결정했어요. 신문사에는 폭발 사고에 휘말렸다고 하면 되겠죠. 따라갈게요.”
레아는 생긋 웃었다. 알터는 저 웃음이 한편으론 두려워졌다. 저게 10살도 안 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한테서 나올 말인가? 대체 보안관님은 애를 어떻게 키웠길래 애어른이 되어 있나… 아마 이 행성이 슬럼이나 다름없기에 그렇겠지.
사람도 부르면 나온다더니, 이브는 비척이며 판자 너머에서 걸어 나왔다.
“…끝났나?”
헝클어진 머리칼에 풀어진 앞섶, 갈가리 찢어진 넝마 망토를 뒤집어쓰고 팔다리가 알 수 없는 액으로 뒤덮인 것이 꼭 비장한 분위기의 여전사와도 같았다. 하지만 고전만화에서 자주 사용되곤 했던 주제인 오크에게 농락당했다가 갓 풀려난 여전사라는 느낌도 없잖아 있었다.
이브는 여전히 홍조 띤 얼굴로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 여전히 숨결은 거칠고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으면서도 그 자리에 꼿꼿이 서 있었다.
“가자, 늦었다면서.”
레아는 생긋 웃으며 돌아온 이브에게 달려갔다. 이브는 달려든 레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두 소녀의 모습이 흡사 전쟁 난 행성에서 부랑자가 된 아이들이 마주 안고 있는 그림과도 비슷했다. 알터가 동공 렌즈로 두 사람의 모습을 뇌 속 메모리에 저장해두려고 하니, 레아가 알터를 슬쩍 바라보며 윙크했다.
이상하게도, 그 나이 아이다운 순수한 웃음을 보는데 알터의 속은 팍 식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