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화 (20/40)

[TS] 은하보안관 이브 2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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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는 숨이 가빠졌다. 오전의 사태로부터 몸이 회복되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수상한 점원이 언제 위해를 가할까 감시하고 있어서도 아니었다. 단순히 바들바들 떨리는 손에 든 종이 쪼가리 하나가 이브의 숨을 가파르게 만들었다.

영수증에는 3300만 페니가 찍혀 있었다. 이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안 봤을 돈이었지만 이건 지난 30년간 이브의 몸으로 벌었던 돈의 100배는 되는 게 아닌가? 이걸 다 갚으려면 3000년 동안 몸만 팔아야 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해서 오한이 돌았다.

이미 알터를 만난 순간부터 그럴 일은 없겠지만… 언제나 최악은 가정해야 했다. 저 알터가 혹시 이 돈을 몸으로 갚으라고 할 수도 있지 않는가?

이브가 들고 있는 종이가방을 향해 시선을 떨어트렸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안에는 갈색 케이프 윈터코트에 목도리, 나풀거리는 다소 짧은 치마에 솜뭉치가 달린 털모자, 앙증맞은 별무늬가 있는 벙어리장갑까지 들어있었다. 겨울철 소녀가 입을 법한, 무려 1500만 페니짜리 조합이었다.

레아의 옷은 이브와 같은 디자인에 연한 파란색이었다. 연노란색 머리카락과 어울려서 구매했다. 마찬가지로 1500만 페니다. 부가세는 따로 측정되니 겨우 두 세트에 3300만 페니.

이브는 레아가 가격표에 넋을 잃은 동안, 이브의 옷을 연분홍색으로 사려 했으나 실패했다.

“치… 언니랑 커플옷으로 하고 싶었는데.”

“분홍색은 안 돼.”

그건 이브가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 원래는 치마보단 청바지 정도를 바랐지만 라임비에 소녀용 바지가 있을 리가 없었다. 레아는 이브에게 연분홍색 옷을 못 입혀서인지 못내 아쉬워했다.

이브는 레아를 먼저 탈의실에 들여보내고는 팔짱을 낀 채 점원을 주시했다. 점원은 방긋 웃는 눈매로 다투던 소녀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브는 점원을 경계했다.

눈빛이 조금 탁한 느낌이었다. 대기업의 점원이라면 정직원일 텐데, 정직원이 저런 눈을 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점원은 뭔가에 조종당하고 있었다.

그게 누구이건, 점원을 조종하여 이브를 언제든지 습격할 수 있었다. 이브는 폼페이라의 유니폼이 보통 강화복이 아니기에 1분도 채 버티기 힘들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점원이 자신을 죽이려 들었다면 이렇게 뜸을 들일 필요도 없었다. 표적을 두고 아무 행동도 안 하는 것이 참으로 이상했다.

어쩌면 점원을 의식하는 것 자체가 자의식 과잉일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이브는 문득 알터의 지갑이 옅게 진동하는 듯해서 살펴봤다. 겉면의 로고가 반짝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천장의 등을 반사하는 빛이라 여길 정도로 미세한 반짝임이었다. 동시에 점원의 표정이 급변했다. 점원이 들고 있던 옷걸이를 핏발이 설 정도로 꽉 집었다.

“죽어라! 이 범죄자야!”

발작을 일으키듯 점원이 새된 소리를 질렀다. 살기등등하게 옷걸이의 모서리를 세운 점원이 이브를 위협했다.

“알터야.”

그리고 굳이, 이브는 상대의 공격에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강화복도 없는 소녀의 몸으로 움직여봤자 그저 변수만 늘려줄 뿐이었다. 그저 이브는 태연히 상대를 응시하며 팔짱을 끼고 기다렸다. 점원이 휘두른 옷걸이 모서리가 이브의 머리통을 찍기 직전, 알터는 저만치 먼 복도에서 뛰어나와 점원의 팔목을 후려쳤다.

“부르셨습니까?”

“야, 야아아악!”

알터는 가벼이 여자 점원이 들고 있던 옷걸이를 날려버리고 손목을 잡아 뒤로 꺾었다. 그리고 단호하게 손날로 점원의 급소를 툭 두들겼다. 점원은 끈 떨어진 인형처럼 푹 쓰러졌다.

알터는 단숨에 제압하고는 귓등에 있던 세뇌 칩을 제거했다. 삽시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주변에서는 이상하리만치 보는 눈도 없었다. 뒤늦게 살짝 잘린 이브의 하얀 머리카락 한 올이 하늘하늘 휘날려 떨어졌다.

“다행히도 놈들이 수작 부리기 전엔 왔군요.”

“날 노린 건 아니다.”

라임비는 슬럼 행성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슬럼가라면 모를까, 이런 곳이라면 범죄가 흉흉하니 일어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돌아돌아 결국 이브를 해치려는 행위였지만, 그게 꼭 이브가 아니었어도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이브는 조용히 무릎을 굽히고 쓰러진 여자의 사원증을 뒤집었다.

[아르티 프리세크(Artty presec) - 아르바이트]

너무 수상한 이름에 이브는 피식 웃었다. 5천여 년 전, 페니키아인들이 최초로 알파벳을 만들 때부터 쓰이던 퍼즐게임을 이름에 쓰는 게, 아주 자기 흔적을 남기고 싶어 안달 난 놈들 같았다. 이름에 대놓고 비밀결사단(Secret party)의 아나그램을 지 이름으로 적어 놓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이름을 계속해서 보다 보니 이브는 약한 두통에 시달렸다. 이상하게도 그 이름이, 이브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마치 저 이름이 아나그램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걸 이미 알았던 것처럼. 어쩌면 약물에 의해 잊혀진 30년 전의 아픔 속에 그 이름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브는 미간을 꾹 눌렀다.

“알터야, 비밀결사단이 누굴 뜻하는 걸까?”

“음… 비밀 결사단이라. 그런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니는 무법자 집단이 있죠.”

“잔챙이치곤 자신 있는 것 같은데? 세뇌 칩을 대놓고 쓰고 이름도 내 앞에서 대놓고 드러낼 정도면. 폼페이라를 상대로 이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는가?”

“잔챙이는 아닙니다. 급하게 세를 불린 만큼 배짱이 대단한 놈들이에요. 썩 유쾌한 놈들은 아닙니다. 모든 무법자를 자기 세력으로 끌어들여 하나의 초월적 범죄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놈들입니다. 15년 전부터 두각을 드러냈죠.”

15년 전은 이브는 살길 포기하고 부랑자들 사이를 전전하던 때였다. 이브로 살아온 지 절반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무척 긴 시간임에는 틀림없었다. 보통 무법자들의 조직, 흔히 마피아라 불리는 이들이 어떻게 행동반경을 불리고 진화하는지는 이브가 익히 알고 있었다.

‘위험한 요주인물이 나타났거나, 어딘가의 뒷배가 있겠지.’

이브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알터는 쓴웃음을 지었다. 범죄조직 하나 쓸어버리지 못한 게 자기 탓 같기도 하고, 알터가 아니라 퀘이사였다면 그들을 며칠 만에 싹 날려버리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 이 여자의 본명이 뭔지 알아봐. 폼페이라의 아르바이트생이라 하더라도 보안국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지 못할 리는 없겠지.”

[루미아 린(Lumia Lin) 코르디스(Cordis) 행성 출신]

알터는 이브의 말대로 곧바로 선글라스를 조종해 신원을 검색했다. 숨겨진 데이터는 아닌지 무척 빠르게 분석 결과가 나왔다. 범죄 전과 없는 깨끗한 사람이기도 했다.

“가짜 신원이네요. 그리고, 이 옷. 문제없으니 입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생각하던 것보다 너무 싸긴 하지만요.”

알터는 검색과 동시에 이브가 잡고 있던 옷을 확인하고는 문제가 없음을 확인해 주었다. 알터로서는 저기 있는 1억 페니짜리 드레스 모양 강화복이 그나마 성에 찼다. 애초에 알터가 보는 건 디자인이 아니라 성능이었다.

그러나 이브의 얼굴은 왠지 모르게 시뻘개졌다. 지금 고른 옷이 어떤 옷이던가, 무난한 갈색이더라도 디자인만큼은 완전히 소녀소녀한 옷…

“이 옷을 빨리 입으라고?”

“원하신다면 저는 굳이 입은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찾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서요. 찾아서 쓸어버리러 가셔야죠.”

알터는 조금 전 회수했던 세뇌 칩과 방금 점원에게서 떼어낸 세뇌 칩 두 개를 보여주었다.

“놈들이 세뇌 칩으로 악마의 유혹을 바르도록 유도했더군요. 엄연히 이 행성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범죄입니다. 할 수 있으면 빨리 잡아야죠.”

“큽…”

이브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옷도 옷이지만, 악마의 유혹을 비롯해 수십 가지 약물에 당해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괜스레 발정 난 것마냥 아랫배가 근질거렸다. 남자의 자지로 해소하지 않아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28년 전, 이브는 어떻게 탈출하게 되었는지 경위가 너무 흐릿해서 기억나지 못했다. 그때 가장 의심하던 약물이 바로 악마의 유혹이었다.

마치 악마의 유혹을 바른 것처럼 일부러 기억 자체가 무의식적으로 지워져 있었다. 약물이 뇌의 기억을 담당하는 특정 영역에 관여하고, 뉴런들의 연결조직 자체에 폭탄을 심어 날려버린 것이다. 아무리 나노머신이 자고 나면 상처를 회복시켜 놓는다지만, 기억까지는 돌려놓지 못하는지 그때의 기억은 하지 못한다.

“15년 전에 나타난 놈들하고, 30년 전, 날 이렇게 만든 놈들이랑 같은 방식을 쓴다고?”

세뇌 칩이나 악마의 유혹을 이용하는 건 카인 마피아들의 방식은 아니었다. 카인이 해쳐모여 한 조직인 게헨나스도 마찬가지일 거다. 30년이 지나 그 수법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카인의 방식은 인간의 약한 부분을 공략하는 방식이지 강제로 기억을 덮어씌우거나 세뇌를 쓰는 쪽은 꺼려한다.

그러니 이브가 퀘이사라는 사실이 이렇게 빨리 알려졌다고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알터는 그 점을 지적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죠.”

“…빨리 뒤를 잡아야겠어.”

“집히는 곳이라도 있습니까?”

“물론”

이브의 다짐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등 뒤에서 탈의실 문이 열리고 레아가 나타났다. 알터도 급하게 다가가 레아에게 다가가 옷을 확인했다. 악마의 유혹은 지효성 약물이니만큼 흔적도 독하게 남는다. 다행히도 문제는 없었다.

이브에게 괜찮다는 사인을 날리니 그제서야 이브의 표정도 누그러졌다.

“언니, 나 어때?”

레아가 빙그르르 돌면서 자기 모습을 과시했다. 이브는 신을 믿지는 않지만, 천사가 강림한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무자비한 악마이기도 했다. 강화복을 입고 성인 남성만큼의 힘을 갖게 된 레아는 이브에게 다가오더니 허리를 꼭 껴안았다.

“히히, 언니도 빨리 입자!”

“…아, 뭐… 야아아아악! 싫어!”

이브는 뒤늦게 발버둥 쳤으나 성인 남성만큼의 힘을 내는 레아에겐 당할 수 없었다. 안에서 악다구니를 쓰는 소녀의 비명이 들렸지만, 알터는 CCTV를 보고 다가온 다른 직원을 보고는 별일 없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 직원은 아르바이트를 관리하는 상급자 되는 사람이었는지 알터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손바닥 지문이 사라져라 빌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저희 아르바이트생이 실수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둘 다 잠깐 기절시켰으니 회사에서 알아서 하십쇼. 이걸로 컴플레인 걸지는 않을 테니까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고객님!”

“그리고 여기부터 저기까지, 악마의 유혹이 발라져있으니 처분하든가 중화제 바르든가 하십쇼.”

알터는 이브가 갈아입는 동안 직원과 뒤처리를 논의했다. 이미 백화점 측에서는 알터가 은하보안관임을 알았기에 이야기는 술술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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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는 강화복에 적응이 잘 안 되어서 휘청거렸지만 그래도 강해진 힘에 중심을 못 잡는다거나 크게 넘어지지는 않았다. 반면에 레아는 옷에 강화 기능이 거의 없는 만큼 금방 적응했다. 백화점에서 알아서 뒤처리를 하겠다고 하니 알터는 벌어진 일에 대해 대화만 나누고 나왔다. 일행은 스코르피우스에 탑승했다.

“폼페이라 측에서도 몰랐던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근방에서 비슷한 어린이 실종 사건이 지난 30년 사이에 수십 건 정도 있었던 것 같네요. 공통점을 찾기란 매우 어려웠을 겁니다. 잡을 능력도 안 됐을 거고요.”

“…1지구면 어느 거리를 가나 CCTV가 있을 텐데, 대놓고 범죄를 저질러도 될 만큼 라임비는 별거 아니란 거겠지. 나도 거기 당했고. 그들이 몸값을 요구한 적은 없었나?”

“아마 아닐 겁니다. 깨끗한 아이들을 대상으로만 저질렀던 것 같습니다. 피해자들의 공통점일랑, 다들 상류층 자녀라고 자존심이 강했다는 것 정도일까요?”

이브의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자존심 강한 아이들. 이브의 기억은 확실하지 않았지만 철창 너머로 흐느끼는 다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던 적은 있었다. 그리고 당장 자신이 무엇을 당했던가, 엉망진창으로 당해 눈물콧물 쏟으며 온 구멍과 성감대를 개발당해 느끼게끔 온갖 약에 절어 성적으로 고문당했다.

문제는 증오만 남고 기억은 흐릿하다는 점이다. 이건 억지로 뇌 패턴을 복사해 기억을 재생시켜도 확인할 수 없다. 만약 재생시킨다 한들, 피해자가 눈이 가려지고 귀가 막힌 상황에서 무엇을 인식할 수 있었을까.

확실하진 않았으나 그들이 어린애를 잡아 조교해 누군가에게 넘기는 것만큼은 추측할 수 있었다. 그것도 스타 스트링스에 접속할 권한은 있는 상류층 자녀들을 재료로 말이다.

“언니, 오늘은 위험한 곳 안 갈 거지?”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일찍 가서 저녁 먹어야지.”

“으음… 약속해야 해.”

레아는 불안한지 계속해서 이브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치 자기 시야에서 언니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이브는 억지로라도 웃으며 레아를 안정시키려 했다. 레아는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주니 금세 잠들었다.

이브도 잠이 쏟아져 알터가 먹던 각성제를 먹었다. 삼키기도 벅찬 큰 알약이 목구멍을 넘어가자마자 잠이 훅 달아났다. 수사했을 땐 많이 먹었던 약이지만, 이브가 되고도 몇 번 먹었던 적이 있었다. 주로 첫 2년간…

-내가 이래도 되는 걸까

지금까지 살아왔던 곳과는 다른 풍광에 상념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이 스트리트는 돔 겉면에서 비추는 밝은 빛이 언제나 찬란하게 비친다. 아무리 라임비라 할지라도 저 빛은 스타 스트링스의 찬란함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아무렇게나 지어진 높은 마천루의 그림자 사이로 전선이나 오물 따위가 늘어져 있는 골목길이 있다. 조금만 시선을 내려도 아득하게 아가리를 벌린 거대한 심연이 이브를 노려보는 듯했다. 창밖에서 시선을 회수한 이브는 목덜미에서 답답하게 걸린 케이프를 쭉 당기고는 알터에게 조용히 말했다.

“라임비 1지구, 로담13 거리 183, 28년 전 내가 빠져나오면서 유일하게 기억할 수 있던 주소다.”

“…마침 칩의 신호도 그쪽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브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거기서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글쎄.”

이브는 겹겹이 감춰둔 기억을 떠올렸다. 생각만 해도 억울해서 속이 아직도 부글부글 끓었다. 그러나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어떤 놈들이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스코르피우스는 그동안에도 계속 고도를 낮추었다. 어둑한 그림자 안으로 스코르피우스가 들어서니 창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아직 해가 지기엔 이른 시각에도 음울한 지역색이 발아래에서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있었다.

위와는 완전히 다른 곳. 도시의 로우 스트리트, 슬럼이었다. 드문드문 네온사인이 빛나 밤 같은 분위기가 났다. 고도가 낮아짐에 따라 이브의 표정 또한 시시각각 어두워졌다. 알터는 이브의 표정을 읽고는 더는 캐묻지 않았다.

“스코르피우스는 안전한 곳에 대기시킬 수 있겠지?”

“네비가 알아서 띄워 놓고 알아서 방어할 겁니다. 센서는 다 최신으로 깔려있으니 적어도 납치되면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 있죠. 뭐, 적어도. 게헨나스가 노리는 건 따님이 아닐 테니 걱정하실 필요는 크게 없을 겁니다.”

“…그래.”

빨리 비타쯤 되는 행성에 가야 안전한 곳에 레아를 두고 다닐 텐데.

이브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옮기며, 음울한 도시의 색 속에 자신의 어두운 표정을 감추었다. 그리고 무릎 살짝 위까지 내려오는 짧은 치맛자락을 움켜줘었다.

========== 작품 후기 ==========

내일부터 연재시간 0시 47분으로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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