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 은하보안관 이브 2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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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비는 수많은 은하의 난개발 행성 중 하나였다. 특히나 막 정착했던 1지구는 그 무계획도가 카오스 이론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마천루들 사이로 기상 나노머신들이 엉망진창으로 일조량을 드리운다. 로담 13거리 또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서 있는 빌딩숲의 그림자 아래 있었다.
쾌적한 빛을 뿌려주는 기상나노머신도 부족한 행성에서 층계조차 낮은 로우-스트리트는 그야말로 일 년 내내 어둠이 드리우는 거리였다. 심지어 마천루들 80층쯤에서 하나로 묶어버린 평평한 바닥, 일명 ‘플랫 구역’은 하이-스트리트와 로우-스트리트를 구분하는 일종의 천막 역할까지 했다.
스코르피우스를 타고 한참은 활강해 도착한 곳은 적당히 내릴 곳조차도 없었다. 도로는 언제부터 쌓여왔는지 모를 끈적한 타르와 검은 진창으로 질퍽거렸다. 판자와 낡은 표지판, 역할은 하는지 알 수 없는 구리선들은 오래된 거미줄마냥 널려있었다. 복잡하고 무질서한 골목길은 덤이었다. 착륙장 역할을 할 공터조차 금방 부서질 판자가 점령했고, 사람이 살 수도 있는 곳에 스코르피우스를 착륙시키기엔 위험했다. 알터와 이브는 어쩔 수 없이 구역 근처를 뱅뱅 맴돌다가 허공에서 3m쯤 되는 지점에서 내렸다.
“바닥 조심해!”
“보안관님도 새 옷 더러워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겨우 머문 골목의 바닥에는 프로펠러에서 날리는 바람에 바닥에서 썩어가고 있던 종이조각을 비롯한 생활 쓰레기들이 이리저리 휘날렸다. 이브는 펄럭거리는 케이프와 치마를 억누르며 바닥에 착지했다. 무심코 바닥에 손을 짚을 뻔하다가 장갑이 더러워질까 재빨리 자세를 바로잡았다.
“새 옷은 아깝지.”
“주변에 이상 현상은 없습니다. 수상한 놈들은 많지만 크게 위험하진 않겠네요.”
알터는 곧잘 선글라스로 주위 정보를 수집하고 말했다. 목표지인 로담 13거리 183에 내리기는커녕, 로담 12거리 15까지 온 만큼 목표 지점은 굉장히 멀었다. 알터는 손짓 한 번으로 스코르피우스를 조종해 적당한 상공에 올려보내고는 아직도 강화복의 힘을 못 이기고 휘청거리는 이브의 곁에 붙었다.
“조심해야지요.”
“이러니까 꼭 납치범하고 뭣 모르는 애새끼 같은데 말이지.”
“정말 납치하고 싶었다면 화물칸에 넣어드렸을 겁니다.”
“후… 씨발. 말이라도 못해봐라.”
이브는 한숨을 쉬고는 알터를 노려보았다. 어둑어둑한 거리에서 보이는 알터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음울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시가 있나?”
알터는 자연스레 안주머니에서 시가를 찾았다. 온갖 종류의 타바코 생산지로 유명한 시니스 행성 산이었다. 알터는 시가는커녕 담배조차 피우지 않지만, 퀘이사는 어둑어둑한 배경을 보고는 시가를 질겅질겅 씹는 걸 좋아해 항상 들고 다니곤 했었다.
알터는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그 시가를 꺼내 허리를 굽혀 물려주었다. 토치라이터를 찾아선 불도 붙였다. 이브는 눈을 감고 음미하듯 연기를 스윽 빨아들였다.
“스흡… 켁, 큭, 흐윽!”
“보안관님?”
“아... 흐… 큭… 스카치, 스카치… 아니 물이라도!”
연기를 목구멍으로 삼키자마자 이브는 고통스럽게 기침하며 뱉어냈다. 담배를 피웠던 적은 있었으나 진짜 시가를 피운 건 작아진 이브의 몸으론 처음이었다.
하물며 향이 짙고 독하기로 소문난 시니스 산 시가는 이브의 기도를 죄 텁텁하게 찔렀고 소녀의 몸은 도 넘은 자극을 거부했다. 알터는 이브의 등을 두들겨주며 재빨리 타는 부분을 잘라 꺼트렸다.
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알터가 건넨 잔을 들이켰다. 잔 속에 든 액체는 얼음물처럼 차가웠다. 이전처럼 마음껏 연기를 들이켜기엔 이브의 기도는 무척 약했다. 자극하지 않고 피우는 방법을 처음부터 배워야 했다. 지금 입은 강화복처럼, 소녀의 몸으로는 과거에 익히 했던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이브는 목구멍에서 터진 급한 불을 끄고 나니 지금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알터의 도움 없이는 아무리 강화복을 입었어도 이 어두운 거리를 홀로 걷는 건 불가능했다. 다행히도 옷이 옷이니만큼 이전처럼 지나다니는 인간들이 이브를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보지는 않았다. 볼일만 보고 빨리 빠져나가는 게 인지상책이리라.
“어서 가자, 레아가 깨기 전에 빨리 처리하고 쉬어야지.”
“…알겠습니다. 가시지요.”
짜증스럽게 투덜대는 이브를 보는 알터는 스멀스멀 드러나는 착잡한 마음을 최대한 억눌렀다. 그리고 혹여, 이브를 해치려는 인간이 갑자기 나타날지 경계하며 긴장했다. 그러나 가끔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부유한 두 사람을 더 경계하고 자리를 피했다.
**
도착한 주소지에는 빌딩 숲 그림자에 가려져 있는 2층짜리 허름한 건물이 있었다. 심지어 스코르피우스를 타고 보았던 허공에서는 보이지 않는 건물이었다. 겉면은 시멘트가 거의 뜯겨져 나갔고, 철골이 보일 정도로 낡은 흉물이었다. 건물만 똑 때다 놓으면 45지구의 건물이라 해도 믿을 법했다. 오래된 판자에는 헤블론 고아원이라는 글자가 있었다.
“아무리 봐도 여기 사람이 살았다고는 믿기지가 않네요. 고아원이라니.”
“폐쇄된 지는 한참은 지났을 거다.”
“아무튼, 냄새는 나네요.”
“나도… 기억이 너무 흐릿해서 맞는지 모르겠어. 아마 정상적인 고아원은 아니었을 거다.”
건물의 입구는 옆면에 있는 낡은 도어락과 함께 잠겨있었다. 알터는 주머니에 있던 태블릿의 암호해독기 앱을 찾고는 도어락 회로를 맨손으로 뜯어 연결했다. 몇 초 뒤에 석연치 않은 짧은 비프음과 함께 철문이 열렸다.
“삐빅- 외부인 진입 금지.”
문을 열자마자 입구를 지키던 낡은 안드로이드가 총을 꺼내 겨누었다. 알터가 자연스레 레일권총을 꺼내려 하자 이브는 알터을 막고 안드로이드에게 큰 한숨을 쉬고 말했다. 이브는 순간 익히 이래야만 할 것 같음을 느꼈다.
“이브.”
“삐릭삐릭- 입장하라.”
“…놀랍네요. 설마 연줄을 만들어 두신 겁니까?”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네. 그냥 뭔가 익숙해서 시도해봤을 뿐이야.”
이브는 목도리를 입가 근처까지 끌어올렸다. 낡은 건물의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으슬으슬한 한기 때문에 소녀의 손발이 바들바들 떨렸다. 건물 안쪽은 온통 어두워서 보이질 않았다. 알터의 선글라스는 자연스레 적외선 카메라 기능으로 작동했다.
“아흡-“
“괜찮으십니까?”
소녀의 눈에는 시커먼 어둠이 잡아먹을 것처럼 괴물로 변해 달려드는 것처럼 보였다. 소녀의 어깨가 움츠러들며 지나치게 떨렸다. 부디 이게 자신이 정말로 느끼는 하찮은 공포가 아니기를 빌었다. 부디…
“힘드시면 제가 들어가서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을 쓸어와도 됩니다. 사람이 드나든 흔적은 테라 표준시 기준 일주일 전에 끊겼습니다. 안에 사람이 없다면 아마 없는 거겠죠.”
소녀의 상태는 위험해 보였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 라임비 기준이라고는 하나 서로 다시 만난 지는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다.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일주일 전에 만난 것 같았지만, 하루도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브는 하루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
알터는 퀘이사라면 몰라도 눈앞의 이브가 어떤 상태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이브는 흔한 복지혜택 하나 받지 못한 채, 살기 위해 몸 팔던 여자였다. 억울해 미칠 것 같지만 그건 사실이란 말이다. 이브는 뭔가에 쫓기는 것처럼 과거를 헤집으려 하고 있었다. 과거의 기억을 이렇게 빨리 들춰내다간 회복수단 없이 폐인이 되어버릴 수 있었다.
“이따위도 못 이겨내면 남자가 아니다. 사내로 태어나서 무서워할 순 없지.”
“…퀘이사님.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뭔데?”
“우주 세기 전, 인류가 테라에서만 살던 시절입니다. 테라 2차대전에 참전한 군인 중 일부는 전쟁터에서 지나치게 잔혹한 모습을 보이거나 두려워서 총 하나 집지 못했습니다. 그때부터 PTSD가 부각되기 시작했지요. 물론 요즘은 적절한 약물과 수술로 정신적 질환 따윈 말끔하게 없애버릴 순 있는 시대라지만, 지금의 보안관께선 그런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시죠. 무리하지 말란 말입니다.”
“……”
이브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이가 딱딱 부딪히고 팔을 안으로 감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애처럼 오줌이라도 흘리지 않는 게 요행이었다. 비척비척 흔들거리는 다리로 한 걸음씩 복도를 들어가려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했다.
물론 알터가 이브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이브는 처절하게 자기증명을 하려 들었다. 하룻동안 이브로서 보인 평가를 뒤엎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알터는 지금도 충분했다. 소녀가 지금 행하는 건 자기증명이 아닌 자기파괴였다.
이브는 지금도 한 발짝 내밀고 있었다.
자신을 망가트린, 트라우마가 되었던 이곳을 극복할 수 있다고 처절하게 과신하면서 말이다.
“안 보여. 라이트 좀 켜.”
“…킬게요.”
알터가 라이트를 켜니 사방팔방이 다 보였다. 알터는 일부러 색온도까지 햇볕처럼 따스하게 조종했다. 찬 빛이 반사되어 공포물처럼 보이지 않도록 말이다. 건물 안은 바깥 환경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온통 쓰레기가 가득했고, 천장에서 떨어진 전선과 깨진 유리창 따위가 너저분하게 널려있었다.
이브는 그곳을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었다.
“따라와.”
“지켜드리겠습니다.”
알터는 연민을 집어삼켰다. 대체 퀘이사 라케이니아 보안관을 연민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그러나 이브 라케이니아는 연민할 수 있었다. 내키지 않았지만 연민해야만 했다. 알터는 저 가녀린 소녀의 어깨를 잡았다. 이브는 도둑고양이처럼 움찔 놀랐다. 그러나 천천히, 도도하게 걸음을 옮겼다.
**
이브는 과거의 기억을 더듬었다. 복도를 따라 나 있는 철창들, 이름 모를 음식을 먹었던 장소, 약에 취해 옷을 갈아 입혀졌던 장소, 그리고… 팔다리를 다 묶인 채 어디가 성감대이고 어디까지 자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추잡한 구멍인지 깨우쳐진 장소까지.
기억을 더듬어가며 놈들이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분명히 이 건물은 기억 속의 장소가 맞았다. 그러나 이 모든 장소가 하나의 건물 안이라곤 믿기지 않았다.
하나의 완성된 기억이 아니라 파편처럼 흩어진 기억만이 드문드문 떠올랐다. 어디에선 사무칠 듯 아쉬운 그리움이 느껴졌다. 어디에선 그저 쾌락만으로 울부짖고 싶어졌다. 어디에선 그냥 울음만 쏟아졌다. 어디에선 쓰러지고 싶을 만큼 혼탁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알터가 어깨를 잡아주고 있는데도 혹여 이 알터가 놈들처럼 돌변해서 개처럼 밖아대지는 않을지, 그런 생각까지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 어떤 장소를 가도 날강도가 지나간 듯 어질러진 흔적만 있을 뿐이었다. 조작된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혹시 여기서 아무것도 찾지 못할까, 그런 불안감이 엄습했다. 불안감은 과거의 끔찍한 기억들을 재료삼아 눈덩이를 굴리듯 부풀어올랐다. 특히나 이브가 격렬히 반항했던 곳이었을수록 그 강도는 심해져갔다. 끝끝내 불안감은 형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가 되어 소녀를 집어삼켰다.
“꺄아아악!”
소녀는 돌연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기는 느낌에 비명을 질렀다. 몸은 바들바들 떨리고 다리엔 힘이 풀려서 주저앉았다. 그러나 아무도 머리끄댕이를 잡지 않았다. 소녀는 삐걱거리는 목덜미를 움직여 뒤를 지켜주던 알터를 바라보았다. 알터가… 믿고 있던 부하가 자길 선글라스 너머로 연민의 눈길로 바라보는 비참한 느낌이 뼛속까지 사무쳤다.
“돌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무리하지 마세요.”
“아냐… 안돼. 여기서 더 있어야 해. 찾을 수 있을 거야.”
“많이 약해지셨습니다. 증거가 있으면 제가 갈무리를 해 갈 테니까요.”
“야… 야! 야아악! 놔, 놔아아! 안지 말라고!”
알터는 마치 애를 달래려는 듯 소녀를 껴안았다. 소녀는 악착같이 알터를 밀어내려 솜뭉치같은 주먹을 쥐고, 손톱을 세우며, 무릎을 찍어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알터는 놓아주지 않았다.
이건 반발이 아니라 반항이었다.
미친년마냥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브는 끝까지 발버둥 치려 했다. 그러나 몸에 맞지 않는 강화복을 입고 있었던 만큼 각성제로도 가릴 수 없는 피로가 급격하게 몰려들었다. 단단하고 따스한 낯익은 사내의 체온은, 소녀의 불안을 서서히 녹여버리고야 말았다.
“애석하지만 현실을 무시할 순 없잖습니까. 잠시 이대로 쉬십시오. 맥박이 너무 높게 잡히고 있습니다.”
이브는 알터가 알려주고 난 다음에야 목구멍이 타고 있음을 느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온몸에 힘이 들어간 채로 걸어서 온 근육이 파들파들 떨림을 느꼈다. 심장은 한계를 넘어서까지 뛰고 있었다. 정말로 알터가 놓아버리면, 이브는 도저히 서 있지 못하리란 사실을 깨달았다. 소녀의 몸은 두려움에 완전히 잠식되어 있었다.
이브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등짝이나… 빌리자.”
“이상한 생각 하게 되는데요.”
“씨발, 그러다 진짜 너 따먹는다.”
이브는 거칠게 말했으나 이미 헐떡거리며 쓰러질 정도로 약해진 상태였다. 벙어리장갑 속의 주먹은 힘이 풀리고 나풀거리던 치맛자락도 하염없이 축 늘어졌다. 소녀의 뇌는 계속된 충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안전한 등에 업히자마자 스스로를 잠재웠다.
소녀가 잠들고 나니, 거구의 사내는 안심하고 라이트를 줄이고는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쓰레기가 늘어선 방들을 수색했다. 지하 포함 5층 건물에 복도마다 방이 4개씩 개는 되는 건물인데도 창틀, 책장, 뜯어진 방바닥, 환기구까지 둘러보는 데 채 2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건물의 구조상 비밀의 장소는 없었으나, 마지막 지하 3층의 도서관에서 일지를 발견했다.
[아르티 프리세크(Artty presec)]
일지 겉면에는 연필로 대충 그적인 비밀결사단의 증표가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우주 마피아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하며 세를 불린 조직, 고대에 있었다는 비밀 조직 프리메이슨을 따라 만든 듯한 가증스러운 문양. 삼각형 피라미드의 꼭짓점에 눈이 있을 자리에 있는 사각형 무늬는 무척 익숙한 것이었다.
이토록 기묘할 정도로 상황이 들어맞는 사건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우연찮게 백화점에 가서 수상한 점원들을 따라가서 세뇌 칩과 악마의 유혹을 발견했다. 그 흔적을 찾아왔더니 보안관님을 이렇게 만든 놈들이자, 지금까지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던 마피아들의 과거를 발견한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지나쳤다.
-정말로 이건 조작된 증거가 아닌가?
조작이라 의심될 만큼 상황적 증거들이 너무나도 딱 들어맞았다. 물론 이 건물을 수색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다. 그러나 큰 힌트를 얻는 건 사실이다. 알터는 일지를 열어 간단히 살피고는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레이더를 작동시키자 세뇌 칩의 신호가 근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신호를 소리로 들으면 머리가 찌잉 울릴 정도로 강렬한 신호였다. 도서관에서 더 이상 찾을 게 없자 알터는 밖으로 나왔다. 그러다가 도서관 입구에 놓여있는 미라를 발견했다. 이미 죽은 지 15년은 더 된 상태였다.
“과거의 망령이 칩이라도 심은 건가.”
알터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끼익끼익 소리를 내는 거미 모양의 로봇이 알터를 향해 스멀스멀 기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