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 은하보안관 이브 2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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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론 아스바르, 그는 라임비의 사람이었다. 평균수명이 70세인 라임비 사람답게 42살에 중년의 모습을 한 그는 37지구의 소유주다. 더벅머리에 패션안경을 쓰고 창백한 화면을 들여다보는 인상이다. 언뜻 보면 외모에 신경 안 쓰는 젊은 교수 같기도 하다. 풀어진 셔츠와 넥타이는 그의 성격을 드러내듯, 다소 자유분방하고 지적인 이미지를 도드라지게 한다.
그러나 그의 진짜 직업은 37지구의 소유주다. 일을 끝마치고 퇴근하고는 나른한 눈으로 집 앞 붉은 우편함 안에 들어있던 싯누런 종이 서류 봉투를 확인하고는 꺼냈다. 수신인도 발신인도 적혀있지 않은 그 수상한 서류가 겸연쩍긴 했으나 라임비 1지구, 그것도 하이-스트리트에서 우편물 테러를 할 용감한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이 스트리트의 주민들은 방범 장치들이 철저하게 구비된 아파트에 살기 때문이다. 이런 괴이한 물건은 우편함에서부터 자동으로 스캔하여 생화학 무기 및 기타 위험물질이 없는지 자동으로 판단한다.
물론 라임비의 소유주들보다 훨씬 돈 많은 사람들이 보낸 편지라면 모를까, 그런 사람들은 애초에 라임비에 오지 않고 연락도 친분도 스타 스트링스를 통해서만 한다.
테론은 그 안에 인생이 뒤바뀔 만한 무서운 서류가 들어있다는 건 예상치도 못한 채 집안에 가지고 들어왔다. 서류봉투 안에는 새하얀 A4용지 뭉치가 있었는데, 그는 대충 꺼내선 책상 옆에 두었다. 그리고 그는 나른한 눈동자로 A4용지 겉면에 쓰인 허무맹랑한 글귀를 읽었다.
[신체의 소유권 이전 서류 및 노예계약서]
“…음? 누가 요즘 이런 장난을 쳐?”
그 A4용지 겉면의 섬뜩한 문구만큼이나 테론은 서류의 진위를 믿지 않았다. 물론 저 은하에 노예는 공공연히 존재하고, 라임비에서도 사람을 사유재산으로 사용하는 건 인정되기는 하다. 단지, 노예보다는 안드로이드 쪽이 훨씬 싸고 다루기 쉽기에 안드로이드가 훨씬 인기가 많다.
게다가 아무리 기본교육조차 주지 못한다는 라임비라지만, 제정신으로 이런 서류에 인감을 찍는 바보는 없기 때문이다. 엄청난 빚을 지거나 한 게 아니라면.
서류봉지 안에는 뭔가가 더 있었다. 테론이 툭툭 털어내니 A4용지 더미 위로, 한 장의 편지지가 떨어졌다. 맑은 고딕으로 인쇄된 편지지는 왠지 꼭 읽어야만 할 것 같았다. 테론은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그 내용을 읽어나갔다. 그리고 손을 바들바들 떨며 편지지를 떨어트렸다.
“아아…”
편지지가 그의 손에서 나풀나풀 떨어져 바닥에 뒤집어졌다. 그리고 흔들리는 시선을 노예계약서로 향했다. 저 노예계약서는 예사 물건이 아니었다. 20년 전, 가족들이 숨기고 싶어 했던 가문의 치부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물건이었다.
[이 우편물이 도착했을 즘에는 언론에서 속보가 나오고 있을 테지.]
“TV 켜봐.”
그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유비쿼터스 인공지능에게 벽면 한쪽을 가득 채운 132인치 TV를 켜도록 명령했다. 전기가 텔레비전의 그래핀 관을 타고 전하가 두들겨지고, 양자점에 달해 화면이 나타난다. 홀로그램보다는 훨씬 싸기에 라임비의 상류층들도 구형 디스플레이를 자주 이용했다.
그러나 그는 TV의 소자에서 일어나는 원리보다는 화면에서 전달되는 경악할 만한 정보만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뉴스 속보입니다. 오늘 밤 아이들을 구출했던 은하보안관이, 누군가의 사유재산을 훔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는 CCTV 화면인데요, 옆에 데리고 다니는 이 은발의 소녀가 사실상 노예 신분인 것으로 드러나 화재입니다.]
“…나한테 왜 이런 일이.”
테론은 아내도 있고 아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도 버젓이 살아계셨다. 테론은 37지구의 소유주이자 언제나 따뜻하고 겸손한 마음씨를 지니고 소유지의 주민들을 돌보던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했었다. 20여년 전 그 사건 전까지는…
가족들은 모두 테론의 아버지를 포기했다. 한 소녀에게 후원자로 다가가 우주 엘리베이터의 VIP룸에서 진창 외도를 하다가 복상사로 돌아가신 그 사건은 스무 살의 테론이 맞이하기엔 충격 그 자체의 사건이었다. 가족은 그 사건을 묻기로 결심하고, 라임비 컴퍼니의 회장에게 직접 찾아가 이 사건을 묻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이 노예가, 사실은 20여년 전 37지구의 소유주 루드 아스바르 씨를 살해한 용의자라고 밝혀져 논란입니다. 또한 의문의 제보자에 의하면 노예의 소유주는 한 시간 전, 루드 씨의 아들 테론 아스바르 씨로 밝혀졌으며…]
…이 사건은 이렇게 공공연히 TV에 나올 사건이 아니었다. 언론사들이 파기 시작하면 어떤 식으로 살해당한 것인지를 알게 될 것이고, 빈자들을 구호하며 평생을 깨끗하게 살았던 아버지의 명예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릴 것이다. 용의자가 가증스럽기는 하나 테론에겐 아버지의 명예가 더 중요했다.
편지지의 마지막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기자회견 한 방이면 된다. 은하보안관의 명예를 실추시킨 알터 카이로스를 비난해라. 첨부한 계약서는 살인자의 노예계약서이고, 그 소유권은 자네에게 있으니까.]
대체 살인자의 소유권을 가져서 무얼 하라는 말인가?
삐리리리-
편지지의 마지막 문구가 떠오르기 무섭게 그의 집 전화기가 불나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이토록 아연하고 어이없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그는 한 지구의 소유주답게 냉철하게 생각하려 했다. 그러나 온갖 집안의 유비쿼터스 물건들이 전화기 역할을 하며 불티나게 울려댔다.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비데, 심지어 세면대까지…
“…이게 대체 뭐야.”
저 살인자는 왜 노예이고, 그 소유권은 왜 자신에게 넘어왔으며, 심지어 그 노예는 무시무시하고 경이로운 존재인 은하보안관과 동행하고 있는가?
현대에도 신앙이 있고 신이나 천사, 악마 같은 인지 외적인 존재들이 있다면 은하보안관은 천사나 다름없는 존재다. 잔혹하리만치 인간들에겐 무지한 천사.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은하보안국은 전 은하의 컴퍼니 중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지니고 있다. 은하 경제 연합회(GEF)에서 전 은하의 정의와 질서를 위해 후원하기 때문이다.
우주시대 이후 컴퍼니가 국가의 역할마저 하는 시대다. 전 은하에 퍼져 있는 인류의 10대 대기업이 만든 ‘은하 경제 연합회’는 사실상 고전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류 연방이나 인류 제국과도 같은 협의체이다. 이곳에서 지원하는 은하보안국은 사실상 전 인류의 군대이자, 경찰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은하보안관들이 정의만을 위해 뛴다고는 하지만, 하룻밤 실수나 잠깐의 심적 변화만으로도 라임비 행성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는 무서운 존재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심지어 은하보안관은 즉결처형권이 있다. 10대 가문이라 불리는 재벌가들이 은하보안국을 컴퍼니들의 경찰이자, 인류의 히어로로 삼아 추대했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기분 안 좋다고 어떤 인간의 존재 자체를 제거해 버렸다는 흉흉한 소문은 거진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왜?
불과 오후 시간대만 해도 언론에서는 은하보안관이 아이를 구출했다고 추앙하기까지 하더니, 갑자기 태도가 바뀌어버린 건가? 저 하염없이 인간과 비슷한 천사들을 분노케 해서 무엇을 얻는단 말인가?
“아니면, 세상이 미쳐 돌아가나?”
그런 것이 틀림없다. 적어도 라임비가 미쳐 돌아가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누가 감히 그 은하보안관을 음해하려 하는가, 왜 하찮은 자신은 갑자기 그 음해의 중심이 되어있는가,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괴로웠다.
그러나 이 계약서가 사실인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건 소유주인 테론 아스바르가 잘 안다. TV를 보니 살인자는 20년이 지나고서도 CCTV에 찍혀 있던 그때와 모습이 변하지 않았으니 영생자인게 틀림없었으나, 이런 행성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는 별 볼 일 없는 영생자일지도 몰랐다. 그러니 어쩌면, 그 여자가 다른 방법으로 살해했을 수도 있었다.
물론 테론은 살인자를 꼭 찾아내고 싶었다. 그 순간만큼은 복수하고 싶어 했었다. 이런 식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그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졌다. 파서는 안 될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 한 방이면 된다.]
그런데 버튼 한 방으로 자길 포함해 이 행성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는 은하보안관을 상대로 여론전이나 펼치고 계약서를 들고 가서 법적으로 무언가를 하라니, 이건 말이 안 되는 짓이었다.
행성 전체가 망하고 싶어 안달 난 게 아니라면 말이다. 은하보안관들은 행성 하나를 부숴 놓고 ‘아이를 구출했던 악마의 유혹은 이전에 행성 하나를 망쳐버렸기에, 사용된 흔적만으로도 정화할 수밖에 없었다.’ 라고 말하며 그걸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부유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저 나불거리는 언론들을 다 닥치게 하고 직접 만나서 뭔가를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이건 말로 해결해야만 했다. 테론 아스바르는 재빨리 은하보안관이 묵고 있다는 숙소에 전화를 걸었다. 걸려오는 전화를 취소하며 호텔에 전화를 거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이었다.
테론은 레드호크의 기대와는 달리 배짱 없는 소시민이었다.
서류 가방에 들어있던 자그마한 나노머신들이, 진짜 악마의 손길이 공기 분자에 섞여 그의 비강과 고막을 통해 뇌리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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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터는 아이를 바래다주고는 곧잘 숙소로 돌아왔다. 파파라치들에게 둘러싸였던 건 덤이었으나 별로 개의치 않았다. 은하보안관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이 행성의 지역 언론에 실린다는 건 언제든 환영할 일이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코 파듯 쉬운 일로 행성 전체의 평판을 얻을 수 있다면 더더욱.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프라이버시를 엉망진창으로 침입당해 찝찝한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알터는 쫓기는 입장이었다. 보안이 굉장히 중요했다. 숙소도 하나만을 예약했을 뿐인데 위아래로 네 층을 전부 비워 행성급 귀빈 맞이를 당했다. 보안을 위해서라지만 상대가 우주 마피아들이라면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다. 알터가 빨리 돌아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밖에 돌아다녀봤자 좋을 게 없기 때문이기도 했고, 숙소를 오래 비워 두면 상대가 언제 숙소를 들춰낼지 몰라 위험했다. 물리적인 공방전은 알터의 장기였으나, 상대가 준비한 카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비웠다가 함정 가득한 숙소를 뚫고 들어오는 건 힘들다. 게다가 공격보다는 방어가 훨씬 쉬웠다.
알터는 돌아오자마자 소녀들을 침대 위에 누이고, 창밖을 배경으로 놓인 탁자에 앉아 페이의 통신을 받았다.
[보안관님, 라임비에서 납치당했다는 아이들, 분석해서 자료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아르티 프리세크란 사람에 대해서는 더 찾아보겠습니다만... 이런 가명은 잘 쓰지도 않고 찾아봐도 정보가 나오지 않네요.]
“의도적으로 숨겨져 있겠지. 비밀결사단의 발생 원인과 관련 있을 거다.”
[그런데… 이건 너무 억지 아닌가요. 비밀결사단이 라임비에서 발생했다고 보기엔 너무 넘겨짚는 게 많아 보입니다.]
“무엇이든지 근원을 찾아내는 건 중요하지.”
[휴… 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괜찮으시답니까?]
알터는 옆방 침대에 쓰러진 이브를 흘긋 보았다. 기절하듯 잠들어있다. 자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12살짜리 애 같다. 나이는 알터보다 두 배는 훌쩍 많은데도, 겉모습만큼은 평생 원치 않았던 영생자가 되며 어쩔 수 없는 애로 변해버렸다. 곁에는 레아도 새근새근 자고 있었으나 알터의 시선은 이브만을 향하고 있었다.
이브는 침실에 옮겨놓고부터 열이 펄펄 끓고 있었다. 각성제를 먹었기에 잠도 제대로 못 잘 터다. 눈살을 찌푸리고 오한이 도는 듯 몸을 바들바들 떠는 게,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기절하듯 악몽이나 꾸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알터는 이브의 모습을 보고 연민이 들었으나 이런 감정을 품어선 안 된다고 자책했다.
“…답을 찾고 싶어 퀘이사님을 찾았건만, 이제는 내가 답을 내려드려야 할 자리에 있구나.”
[항상 아리송한 이야기만 하시네요. 뭐, 보안관님이 찾으셨으니 위험하진 않겠지요. 언제 돌아오세요? 며칠 전에 사격장 내기하자고 하셨잖아요. 빵-]
페이는 오퍼레이터형 작전부관이었다. 선글라스에 비치는 화면 너머로 더벅머리의 청년이 손으로 방아쇠 당기는 흉내를 내었다. 페이는 실전 실력은 쥐뿔도 안 되면서 통제변인이 다 제어된 훈련장 사격만큼은 잘 한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애송이였다. 알터는 과거가 생각나선 입꼬리를 슬쩍 들어 올렸다.
“애송이가 사격은 무슨, 로이랑 아스타는 잘 지내나?”
[걔들이야 말 안 해도 잘 지내죠…]
알터는 다른 부관들의 안부도 물었다. 각각 알터가 아끼는 첩보부관과 지원부관이었다. 알터는 퀘이사의 현장부관이었다가 보안관으로 승진했었다. 알터는 가까스로 퀘이사의 조직을 전부 흡수했었으나, 이미 그가 진급하고 난 뒤에는 퀘이사의 부관들은 보안관으로 승진했거나 은퇴하고 난 뒤였다.
그 라인에서 새로 들어온 집무관급 후배들로 조직한 것이 지금의 알터의 부관들이었다.
일단 보안관님을 찾고 나니 안식년이라고 부관들을 팽개치고 3개월 동안 찾아다닌 게 영 마음에 걸렸다. 알아서들 잘하겠지만 말이다. 어서 돌아가서 퀘이사 보안관님과 같이 일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놈들을 다 잡고 은퇴하신다 하셨으니 짧은 기간이더라도 같이 일하면 부관들이 배울 게 많을 것이다. 마침 자기도 안식년이고.
게다가 저분께서 저렇게 결연한 마음을 먹으면 안 될 일이 없을 터다. 정말 배울 게 많겠지.
“나도… 빨리 돌아가고 싶구나. 퀘이사 보안관께서도 어서 돌아가셔야지. 참, 코르디스-테라 포탈을 통과하려면 신분증도 새로 만들어야 하겠다. 두 사람 사진을 보낼 테니 내 사재에서 털어서 사민증 만들어 놔라.”
[다른 회사의 사민증을 위조할까요? 아니면 보안국 명의로 만들까요?]
알터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위조로.”
저 소녀의 몸으로 퀘이사임을 여러 사람 앞에서 들키게 된다면 본인에게도 힘들 것이다. 지금의 기억은 잊고 싶어 할 테니 말이다.
보안국의 사민증은 무척 투명하다. 정말 그 사람이 어떤 조작 없이 그 신분임을 증명하는 진중한 의미가 담겨있다. 이브의 보안국 사민증이 발급된다면 이브라는 사람을 새로 만드는 거나 다름없었다. 기록이 남는다.
게다가 온갖 컴퍼니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한 사람이 신분증 대여섯 개씩 들고 다니는 건 의외로 흔한 일이다. 하물며 온갖 곳에서 위장업무를 진행하는 보안국의 특성상, 위조 신분증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잠깐만… 보안관님, 큰일 났어요!]
“왜?”
[그… 보안관님. 이건 말로 설명해드리는 것보단… 자료 보내드릴게요.]
알터의 선글라스 위로 글자와 영상이 혼합된 자료들이 스쳐 지나갔다. 요약하자면, 아직까지는 황색 언론이자 가십을 다루는 행성 단위의 작은 언론사에서 알터의 사유재산권 침해를 걸고넘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커져서 은하 단위의 언론 컴퍼니에게 퍼지게 된다면, 보안국의 명예 실추로 큰 손해를 입게 된다. 사유물 소유권 침해는 어쩔 수 없는 수사권 문제로 정당화할 수 있지만, 노예와 관련된 문제라면 심각해진다. 물론 이것마저도 노예를 구출했다는 식으로 정당화할 순 있다. 아무도 라임비 행성의 명예 따윈 생각치도 않을 테니까.
그러나 노예가 살인 사건의 용의자까지 지목된 상태에서, 퀘이사 보안관이라는 사실이 어디선가라도 새어나가면… 사건은 은하 단위의 이슈가 되어버린다.
어쩐지 지금까지 일이 잘 풀린다 싶었다.
“노예라고? 누가 이따위 언론 공작을 하는 거지? 하여간 이런 짓을 할 건 게헨나스 뿐이겠지.”
[아, 이건 로비한다고 듣지도 않을 텐데. 후, 알아서 안 퍼지게 처리해 볼게요. 보안관님도 뭐라도 하셔야 할 것 같은데-]
“행성 일은 행성 안에서 처리하지. 밖으로 못 퍼져나가게 하겠다. 페이야, 너는 이쪽에서도 나름 힘쓰는 지역언론들 입부터 좀 막아놔라”
알터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눌렀다. 어느샌가 레아가 일어나 그의 곁에서 물을 뜨는 모습도 그의 시선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이 파트는 하루 한 편 쓰기도 힘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