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 은하보안관 이브 3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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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굴복하지 않아. 절대로 나노머신 따위에게 져서 너 따위한테 몸을 대주지 않아.
소녀는 소리 없이 외쳤다. 그러나 추잡한 욕망의 씨앗은 스멀스멀 자라났다. 30년 전 새겨졌던 암컷의 기쁨은 민감한 부분과 짝 달라붙어 버린 강화복과 마찰되어, 약한 부분에서부터 가시덩굴 형태의 쾌락으로 자라나 이브의 목구멍을 옭아매었다.
아무리 눈치 없는 둔탱이라도 소녀가 헐떡이는 모습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것도 추한 형태로 엉덩이를 들이밀 듯 테이블에 쓰러진 채로. 뜨거운 숨결을 푹푹 쉬며 테이블보 역할을 하던 유리에 하얀 김을 그린다.
숨을 쉴수록, 감각이 집중되어 선연해진 젖가슴이 테이블에 억눌린다. 호흡을 위해 가슴이 오르내리며, 달라붙은 강화복과 유리 테이블이 마찰하는 그 감각이 뚜렷해졌다.
“이래선 네가 원하는 것 같잖아, 안 그래? 어쩌면 제비는 필요 없었나? 그냥 수컷이면 되는 거였나?”
이미 소녀를 함락시키고 기뻐서 울부짖는 듯한 넘버 8의 목소리였다. 이브는 다시금 망설였다. 지금 분명히 알터가 보고 있을 텐데, 이 남자가 대놓고 이런 짓을 하는 걸 봐선 무슨 일이 생겼을 것이다. 아무리 바보 같은 놈이라도 투시 안경이 있다는 사실은 모르지 않을 테니까.
알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었다. 한눈팔고 있거나, 아니면 딴 놈과 싸우고 있거나. 이미 자신을 구하러 저 복도에서 달려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브는 두 눈을 꼭 감고 알터가 무슨 행동을 취할지 떠올렸다.
만약, 다 알고 달려왔는데, 자신은 이 조막만한 쾌락을 좇아 더러운 중년의 배 밑에 깔려 앙앙댄다면…
그것만큼 억장이 무너져 내릴 일은 없었다.
“아, 아… 아니…”
“뭐라고? 다시 말해봐.”
넘버 8은 이브의 두 견갑골 사이를 주먹으로 꾹 누르며, 이브의 얼굴에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에 와서 속삭였다. 뜨거운 숨결이 피부에 델 것처럼 쏟아진다. 저 남자의 폐부에서 나온 더러운 숨결이, 소녀의 비강으로 들어와 뜨겁게 물들었다.
이브는 두 눈을 꼭 감았다. 저항해야 한다. 그리고 제힘으로 저항할 수 있었다. 강화복을 입은 이상, 이렇게 쉽게 당해선 안 되었다.
그러나 감각신경이 제대로 돕지를 않았다. 이브는 몸이 통나무가 된 것처럼 조그맣게 부푼 젖가슴 부분과 국부를 제외하고는 어떤 감각도 제대로 받아들이질 못했다. 락 온 기능에 꽉 조여든 기성복은 오히려 이브의 몸에 쾌락이라는 이름의 독을 한 방울씩 떨어트렸다. 마비된 정신으로는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 상태로 이브는 선택해야만 했다. 알터를 따라가 과거의 영광을 좇을 것인가, 조금만이라도 뒤에서 박으려 준비하는 중년에게 붙잡혀 지금처럼 쾌락을 좇을 것인가. 후자를 선택하는 순간 이브는 지금처럼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망설이는 동안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이브가 고민하는 동안은 마치 상대성 이론에 따라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빛을 보는 것처럼, 세상은 무척 느리게 흘러갔다. 하지만 그 멈춰 있는 것처럼 길어진 시간은 넘버 8의 목소리와 함께 원래 시계로 되돌아왔다.
“이미 선택하긴 늦었어, 원한다면 제비라도 물어다 줬을 텐데 말이야. 이렇게 박아달라고 소리치는 영계가 있는데 안 먹을 수가 없잖나?”
넘버 8은 잔혹하게 웃었다. 그는 뒷세계 사람답게 인내심이 없었다. 물론 그건 이브만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녀의 몸은 한참 전부터 이미 준비를 끝마치고 유혹하고 있었다. 빨리 엉망진창으로 범해달라고 페로몬을 뿜어대는 몸을 보고 달려들지 않을 뒷골목 수컷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입을 벌린 채, 눈가를 게슴츠레하게 뜨고는 저항할 의지를 잃은 두 팔과 다리는 마비된 채로 축 늘어져 있었다. 거기에 스스로 강화복의 기능으로 몸을 꽉 조이면서, 자극해버린 탓에 간헐적으로 움찔움찔거리는 어깨와 엉덩이는 테이블의 모서리 부분에 걸쳐져 탐스럽게 내밀고 있었다. 비부에서는 강화복 속옷에 물기로 얼룩을 그렸고, 따스하게 데워진 내부는 이미 수컷을 잡아먹을 준비를 끝마쳤다.
넘버 8은 소녀의 엉덩이를 다 감쌀 듯 커다란 손바닥으로 이브의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별로 힘을 주지 않아도 찰떡처럼 말랑말랑한 살점을 주무르며 귓가에 속삭였다.
“탱글탱글하니, 아직도 넌 젊고 예쁘구나.”
넘버 8은 천 너머로 쓰다듬은 이브의 원피스 끝자락을 슬쩍 들어냈다. 그쪽의 감각은 남은 건지, 오히려 선명하게 천의 날실 하나하나가, 공기 입자 하나하나가 느껴져 이브의 수치심을 배가시켰다. 들춰낸 원피스 자락 안에는 락 기능에 피부에 달라붙어 이브의 국부를 보호하는 순백의 팬티와, 토실토실한 둔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브는 수치심에 이를 악물었다.
안돼.
지금 당장 다리로 차버려도 될 텐데.
어째서 움직이지 않는 거지?
정말… 나는 원하고 있는 건가?
아니다! 이브는 그제서야 저항할 의지를 지니고 손으로 묶인 두 손을 풀려 했다. 그러나 언제 채워졌는지 모를 수갑 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다리를 뒤로 뻗어 넘버 8의 몸을 걷어차려 했으나 다리는 꿈쩍도 안 했다. 물리적으로 묶여 있던 건 아니다. 소녀에게 찰나 지나간 생각이 다리를 묶었다.
만약 다리를 뒤로 뻗었다가, 이 남자의 물건이라도 걷어차 버린다면?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는 명석한 머리는 이때만큼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브의 머리는 마취된 듯 느릿해진 상황 속에서도 앞으로의 상황을 고려해 조금 더 가능성이 높은 방식을 생각했다.
어차피 한 번은 발정 날 몸이었다. 어떤 남자든 잡아서 해소해야 했으니, 여기서 해결하면 좋을 것이다. 저번에 섹스한 지도 벌써 이틀이나 지났다. 몸을 달래고 저 위로 올라간다면 한동안 정신을 잃을 정도로 남자를 찾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아직 정보를 얻지도 못했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해야 했다.
그게 마침 넘버 8인 것이다. 몸을 대주고 정보를 얻어, 쓸어버릴 놈들을 더 명확히 하는 과정일 뿐이다. 자신의 몸은 어쨌든 수백 수천 명에게 돌려 먹혀 일말의 가치조차 남지 않지 않았나.
그러나 알터가 지켜보고 있을 텐데,
“아쉽지만, 누군진 몰라도 목숨 아까운 병신들이 시간을 끌어준 모양이야. 너를 따먹고도 뒤처리 할 시간은 남아있겠지.”
“그, 그런… 아악!”
넘버 8은 떡두꺼비처럼 부푼 복부로 이브의 꼬릿뼈와 묶인 수갑을 짓누르며 긴 혀를 날름거렸다. 거기서 온기를 느낀 이브는 고개를 힘껏 휘저었다. 이렇게 추한 자세로… 반항해야 하는데…….
하지만 이브는 배 안쪽이 콱 잡아당겨지는 느낌에 몸서리쳤다. 안 된다. 몸이 원하고 있다. 알터가 곧 사태를 끝마치고 돌아올 텐데…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원한다면 말해. 억지로 하진 않을 테니까. 응? 혀는 멀쩡할 텐데 그 나불거리는 입으로 말해보지 않겠나?”
알터가 내려준 동아줄을 잡아당겼는데, 이브는 제 의지로 그 동아줄을 놓치고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물론 여기서 떨어져 봤자 더 떨어질 곳이 없으리란 것도 알았다.
그래도 남자로 돌아가면 다 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이브는 망설였다. 어째선지 자신의 알량한 몸을 이놈한테 주기 싫었다. 저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혹은 사태가 끝나고 지켜볼 알터가 실망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을 모습을 생각하니 눈앞이 아득해졌다.
그냥 몸 주고 정보를 얻는, 평소의 일일 텐데.
그러니까, 한 번만 더 즐기고 증거도 얻으며 이 행성에서 탈출할 확률을 높이는 일일 텐데.
“흑… 흡…”
이 빌어먹을 몸뚱어리는 볼품없는 남자의 물건을 받아들이자고 다시금 소리쳤다. 배꼽 아래쪽이 다시금 훅 당겼다. 감각이 선명해진 탓에 이브는 뭍에 내놓은 물고기마냥 움찔거리고야 말았다.
넘버 8은 약에 빠진 이브에게 경계심을 완전히 풀어내고 완전한 빈틈을 드러내 주었다. 강화복을 입지 않았음을 대놓고 드러냈다. 이브가 완전히 약에 취해 마비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미 수십 명의 여자에게 마비 약물을 써본 후의 자신감이기도 했고, 그때 당시에도 수십 명에게 대주고 다녔던 이브가 감히 자신을 물지 않으리라고 여기기도 했다.
“잠금 풀어, 아니면 그 입으로 먼저 물어줄 텐가?”
넘버 8은 이브의 붉은 머리채를 끌어당겼다. 마비되어 축 늘어진 팔다리 그대로, 이브는 그대로 끄집어 당겨진 머리채에 끌려 소파 위로 앉혀졌다. 넘버 8은 이브의 다리 양옆으로 무릎을 받치고 이브의 코앞에 발기한 채로 검은 양복 안에 숨어있는 아랫도리를 내밀었다.
“이로 자크 끌어, 알지?”
남자의 그림자 아래 완전히 가려진 이브의 표정은 삽시간에 굳어버렸다. 공기가 훨씬 차가워진 느낌이었다. 이런 체감온도라면 저 남자가 내미는 저 물건이 더없이 뜨겁게 느껴지겠지, 성감만 느낄 수 있는 이브는 다시금 눈물을 흘렸다. 이대로… 집어넣어 섹스하면 기분이 째지겠지. 입으로 해도 정액이 더욱더 달달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브는 애원하듯이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무엇을 애원하는지도 몰랐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중년의 배에 가려져 그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때였다. 이브는 상대가 누군지, 넘버 8이 누구인지를 떠올리고야 말았다. 따지자면 지금 이 사람도 이브가 복수해야 할 대상이었다.
넘버 1230.
비탄에 빠진 소녀를, 서서히 기억을 되찾아가며 퀘이사 라케이니아라는 전생 같은 과거를 기억해버린 소녀를 위해주는 척하면서 다가와 강간했던 남자. 이브는 그때 그 약물과 수법이 똑같았음을 기억했다. 어쩔 수 없이 복수를 다짐하며, 보스에게 언제든 쓰일 수 있는 인형처럼 안겨 있던 이브에게 다가와 달래주던 청년이었다.
그때도 이런 말을 했었지.
“귀여운 이브야.”
그때도 다정한 손길로 이브의 구부러진 머리카락을 쓸어주었다.
“내가 고아원을 운영하던 갱단의 소식을 찾았는데, 한번 살펴보지 않겠나? 너한테만 특별히 알려주는 거야.”
그리고 넘버 8이 된 넘버 1230은 말했다.
“하지만 선택해야지. 27시 20분에 내 방으로 와라.”
그리고 그의 방에 가득했던 정향. 마비되어 기억을 담당하는 뉴런조차 이어지지 못했던 그때를, 같은 상황이 되고서야 비로소 기억해내고야 말았다. 어쩌면 같은 상황에서만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약에 특수한 처리를 했는지도 모른다.
양복바지 안에 갇혀있는 중년의 물건이 꿈틀거렸다. 이미 다 늙어버린 남자일지라도 얼마나 정정한지 아랫도리는 옷을 입고도 수컷 냄새가 났다. 눈앞에, 코앞에서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자 이브의 정신은 점점 흐려졌다.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야. 조금 더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이브는 눈을 감고, 이를 내밀어 그의 바지 지퍼를 물었다.
그 순간 알 수 없는 배덕감이 몰려들었다.
거부할 수 있는데도 거부하지 못하는 자신이 하찮았다. 그래서 더, 어쩌면 더, 그냥 뒷골목의 갱단 따위 알터와 함께 쓸어버리고 정보를 알아낼 수도 있었을 텐데. 설마 이걸 원해서 여기까지 왔던 건가? 얼마든지 약을 먹이고 협박할 거라는 예상쯤은 하고 있었다.
이토록 타락했다고, 구하러 와준 부하가 자신을 위해 밖에서 싸우고 있음을 아는데도 이곳에서 섹스나 하고 있는 자신은 어디까지 망가진 걸까. 그리고 그 대상이 나이 먹은 배불뚝이 중년이라는 점은…
“원한다면 직접 말하지 그랬어?”
그는 지금도 머리를 쓰다듬었다.
공기 중에 가득한 독한 정향은 이젠 달콤한 냄새로 바뀌었다.
착각이 아니었다. 이제는 정향이 아니라, 이 남자의 체향이 더 강하게 느껴졌기에.
지퍼를 내리자 발기한 그의 물건이 툭 튀어나왔다. 조그맣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때처럼 꽤 컸다. 우람하다고 까진 못하겠지만, 나이치고는 훌륭하기는 했다. 이브는 그 앞에서 코를 킁킁거리고 맡게 되는 추한 행동을 하고야 말았다. 혀에서 얽혀나오는 타액이 거미줄처럼 끈끈하게 먹잇감을 잡아들이고자 입안에 촘촘히 얽혀들었다.
이래선 마치… 스스로가 원해서 하는 것 같았다.
어차피 돌아갈 때까지 순수하지 못할 거란 건 스스로가 잘 알지 않았나. 그래서, 이브의 머리는 머리는 변명거리를 찾았다. 그냥 몸이 음란한 탓이라고. 잠시 알터를 잊고, 그냥 모든 걸 잊어보자고. 잠깐만 즐기는 거다.
알터의 몸에 안기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은가?
그런데 이상한 죄책감이 말려드는 건, 아마도 알터가 이 상황을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어차피 네 보디가드는 한동안 오지 않는다고. 그때처럼 잘 해봐. 그럼 그때 알려주지 못한 걸 다 알려주지.”
약지 잘린 손은 그때처럼 다정하게 이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다가 턱 아래까지 내려와 애완동물을 토닥이듯이 간질였다. 소녀는 더러운 손길을 피해 턱을 들었다. 그리고 감각 없는 입가에서 떨어지는 음란한 실을 늘어트리고, 축 늘어진 팔다리를 인형처럼 내려놓았다. 혀를 내밀어 그의 자지에 갖다 댔다.
다행히도 좆밥은 없었다. 씻었는지 깨끗한 포경 된 물건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냄새를 강하게 느낄까. 또 잘난 나노머신 때문이겠지.
꿀꺽 침을 삼킨 이브는 그의 물건을 완전히 입안에 받아들였다.
========== 작품 후기 ==========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여기서 끊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연참하겠습니다.
모임도 많고 바쁜 시기라서 비축분이 다 떨어져버렸습니다.
쉬는 날에 글 많이 써서 쌓아둬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