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3 팰리스 부인 =========================================================================
…
“후르르릅.”
조금 전까지 차를 마셨던 건지, 아직 뜨거운 차가 담긴 찻잔이 있어서 입으로 가져가 힘껏 들이마신다. 어째 텁텁한 느낌이 입안을 맴도는데다가 이상 달콤한 느낌인 것이, 마치 영국 홍차를 떠올리는 것 같다.
“주인님 교양이 없네요. 게다가 간접키스라니.”
“어차피 내 정신이 공유되었다면, 나나 마찬가지. 내가 내 차를 마시겠다는데 무언가 이상한가? 응?”
나는 들고 있는 찻잔을 이레아의 머리에 들이대면서 말했다. 그러자 이레아는 잠시 눈을 찡그리는 듯한 표정을 취하더니 곧 애써 참는 듯 응답
“흐음. 그렇군요.”
슬슬 고개를 숙이고 있는 율란을 불러볼 까나. 최소한 나에 대한 칼춤을 멈춘 것을 보면, 일단 내 정신이 확실히 정착한 것은 맞다. 물론 이 짓을 하면 한동안 몸에 피로가 엄청나지지만, 그래도 대전이를 위해서라면 뭔들 못하랴. 게다가 한 나라의 공주다. 그것도 금발에 금색 눈이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 여자를 내 형제로 만들면 그야말로 행운 중에 행운. 게다가 언제고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모습.
“율란? 타나 율란?”
“뭐.뭐야, 무엇을 물어보려고. 아읏. 머리가 너무 아파. 짜증나.”
머리를 또 갑자기 붙잡는데.
“그리도 머리 아파?”
“이게 누구 때문인데!? 이 개!”
“나를 욕하면 너 자신을 욕한 것과 같다고? 안 그래? 흑마술의 선두주자의 여성 버전씨.”
버전이라는 단어를 저쪽이 알지 모르지만, 아니, 알겠군. 내 기억의 혼합체니까. 후후. 공주 자신에게는 정말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적어도 빠른 시간 이내에 여자들을 다 떨어트려야 하니까. 게다가 소서러의 의뢰는 대신관의 의뢰를 받지 말라는 것인데, 들키지 않으면 범죄도 아니다.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도박을 하자. 오히려 이번 정신주입 작전은, 공주를 또 다른 나로 만든 것과 마찬가지니까.
“아.우으. 머리 아프게 시리. 자꾸 내가 너인 듯양 말하지 마!”
“하지만 욕은 할 수 없지? 그건 네가 결국 나를 긍정하고 받아들였다는 뜻이겠지. 흑마술의 선두주자씨.”
콰앙!
내가 최근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해버렸더니, 이 타나율란은 두 손으로 테이블을 쾅소리가 나게 내리치면서 입을 크게 열었다.
“누가 흑마술의 선두주자야? 그런 소문은!”
아주 제대로 열받는다. 내가 속으로 생각했던 분노를 그대로 표출한다. 보통 사람이 선두주자라는 소리를 들으면, 저리 과민반응할 리가 없지. 여태 듣기 싫은거 억지로 참아온 내가 분노를 터트리는 거 같아.
“와, 내가 생각했던 말을 그대로 내뱉네. 과연 대단해. 이레아. 박수.”
짝짝짝짝짝
“누가 박수치래? 치지 말라니까?”
“야야야, 이제 그 쯤 하자고. 이제 서로 동류라고? 너희 집은 어디야?”
본격적으로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아무리 정신주입이 되었어도, 율란 공주 자체가 대신관을 좋아했기에, 또 다시 대신관을 언급했다가는 화낼 수도 있다. 이 자리에서 나는 내 몸이 빛으로 두 동강나는 것은 싫으니까. 확인작업을 반복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당연히 페아. 어? 페아국? 잠깐. 어디지?”
역시 이상해지고 있어.
“거 봐 벌써부터 헷갈리기 시작했다니까. 너는 마음 놓고 내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면 되는 것 뿐이야.”
“그게 무슨. 소리.”
“좋아하라고? 흑마술의 선두주자와 한 몸이 된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타나 율란?”
조금씩 질문을 시작하면, 율란은 내게 반응하는 동시에 오른손으로 뒷머리를 만진다. 아마 두통은 심할 것이다. 일반인이라면 아마, 버티지 못하고 정신이 완전히 나가버려 그 자리에, 내 정신만이 남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 뭐 그런 말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뭐. 뭐. 왜 자꾸 부르는 건데?”
“대신관 문제 말이야. 머리에 들어갔으면 잘 알겠지? 이제 그만 놓아주라고. 나는 내 정신, 기억, 영혼을 가진 인간이, 늙은 노인네의 성기에 놀아나는 꼴은 보기 싫거든.”
“나는 그것 때문이 아니야! 정말로 대신관을.”
하여간 다혈질. 역시나 또 테이블을 박차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이제는 사랑한다는 감정도 없으리라 그리 보는데.
“사랑한다? 지금도 그래?”
“어. 어라? 뭐지?”
“왜 그래?”
이미 나는 알면서도 물었다.
“왜 머리가 복잡하고 또 대신관이 보고 싶지가 않아.”
솔직히 대답했다. 얼굴도 꽤나 진정했다. 이제 슬슬 말이 통할 것 같군. 일단 이것으로 아군 한명을 얻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
“거봐. 거봐.”
“그래서,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건데? 당장 나가주었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그 점은 공주구나. 내 정신을 이식받은 주제에 나에 대해 경계하다니, 나라고 할 수도 있는 주제에 참 말이 많아. 그래도 역할극 놀이는 하고 싶다. 그거 같은데, 아쉽지만 여기서 그냥 돌아갈 수는 없다.
“뭐 사실 이제 대신관에 대한 마음이 사라진 지금 아무래도 상관은 없는데 말이야.”
나는 고개를 숙여 율란에게 조심스럽게 가까이 갔다.
“뭐?”
“네가 나를 도와주어야겠어.”
속삭이듯, 아주 처절하게 악마가 속삭이듯이 말하면, 율란은 인상을 찌푸리다가는 곧, 무슨 이유인지 깨달은 듯, 눈에 힘이 들어간다.
“내가 뭘 어떻게 도와주라는 건데? 이건 네 의뢰라고? 공주인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그래도 대전이에는 너도 관심 있겠지?”
다시 말해서 내 말은 이번 의뢰를 도우라는 것. 이야기가 산 너머의 산이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군을 한명 늘려야 한다. 소서러를 먼저 설득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신관에 대한 분노가 달아올라있는 데다가, 이건 단순히 머리만 쓰는 것이 아니라, 육체도 써야 하기에 그녀를 선택할 수 는 없었다. 정신을 주입한다하면 대전이에 관련해서 기억이 엉망진창이 될지도 모르니까.
“그.그건.”
“아쉽게도 내가 정신주입하는 것은 너 한명 밖에 없어. 그 외의 다른 여자들에게 정신을 주입했다가는 난 한 동안 일어나지 못하겠지. 뿐만이 아니라 나의 일부가 붙은 존재가 복제품 마냥 많다면, 기분 나쁘다고.”
한명이 적당하다. 그리고 이 한명이 다른 여자를 맡아주고, 나는 또 다른 여자를 맡는다. 오는 중에 이레아의 말로는 총 3명. 본래 페아국에 더 있다고 하지만, 그들은 대신관이 처리 가능한 항목이라 했고, 일단 이 세명 중에 율란은 내 정신이 있으니까. 정확히 말해서 두명만 있다고 보면 간단하다. 그 두명이면 나와 율란이 한명씩만 맡아주면 되지. 사실. 율란은 여자이니까. 여자가 여자를 상대하기란 힘들 것이다. 게다가 상대는 본래는 연적에 해당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뭐 공주니까 공주 본연의 품위도 있으니 제대로 하리라 보지만.
“그래서 나보고 도우라 그거야?”
“그래. 도와줘. 나머지 두명 중 하나는 내가 맡을 테니까. 다른 한명을 대신관에게서 떨어트리면 되는 거야.”
어쩌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여자 대 여자. 어째 재밌어 보이잖아? 직접 이 여자의 몸에 들어가서 하고 싶지만, 이왕지사 일은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 몸이 두 개라면 그만큼 간편하겠지.
“떨어트리다니.”
“일단 펠리스 부인과, 인세인 아가씨. 라고 불리는 인물들. 그 중에서 부인은 내가 잡도록하지. 너는 인세인을 맡도록.”
“왜 멋대로야. 나보고 뭘 어떻게,”
“너의 그 뛰어난 신검머리를 쓰던가, 아니면 육체를 쓰던가.”
율란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가, 가슴을 쿡 찌른다. 이때 묘한 한기가 내 몸을 맴돌았으나, 결국 율란은 내 지배하에 있는 격, 결국 싫어도 긍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율란.
“내가 왜 네 녀석의 이런 것에 놀아줘야 하는지 정말로 모르겠네. 이 페아국의 공주가 말이야.”
일부러 자기 자신은 공주라고 각인하기 위해 오른손을 자신의 가슴 위로 올리며 당당히 소개하고 있으나. 내 의식과 정신이 이제 막 침식하고 있으니, 결국에는 점점 내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
“아니면, 내가 직접 네 몸으로 들어가 줄까? 어차피 너, 내 주입 덕에 나 죽일 수도 없을 텐데 말이야.”
“크으으으으으읏.”
매우 분한 표정이지만, 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지, 다시 양손으로 머리를 붙들고 흔드는 율란. 뭐 결국에는 얼마 남지 않은 거다.
“게다가 내 기억 덕에 파렴치한 경험도 있을 걸? 그것을 응용하면 네 몸으로 여자를 잡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야.”
“그래서 뭐 어쩌라는.”
“어쩌긴? 잘 부탁해. 타나 율란. 대전이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의뢰 다 해결하면, 그 정신 돌려받을 테니까. 그때 까지만 고생해줘. 나도 오늘 당장 할테니까. 너도 내일 안으로는 마무리 지어줘. 가자, 이레아.”
슬슬 식기 시작한 찻잔을 연거푸 입안으로 들이킨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재미없는 하루의 연속인데, 오늘은 조금 재미있을 지도,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대전이인데, 여기서 또 의뢰를 서로 경쟁 상대까리 내어주었다. 게다가 페아국의 공주라는 여자를 내 정신을 주입했고.
“짜증나게 시리.”
뒤에서 그리 중얼거리는 소리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내일 안으로 공주가 제대로 해결해주리라 본다. 그러면 일단 나가볼까.
…
“그나저나 주인님. 저거 괜찮은 거에요? 괜히 저 정신주입. 사람 한명 망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는데.”
밖으로 나오자마자 나를 쏘아대기 시작하는 녀석. 허나 그건 분명 걱정이 담긴 말이었다.
내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지. 허나, 보아하니까 빛으로 된 검을 사용하는 ‘신검’이라던데, 그 정도의 정신력이면 남의 정신이 자신을 침식해도 잘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 나는 그리 확신한다.
“뭐 괜찮을 거라고. 다음은 누구지?”
“펠리스 부인을 덮친다고 하셨으니, 그 쪽 집으로 가야지요. 펠리스 부인의 별장은 저 멀리 보이는 붉은색 벽돌 집입니다.”
슬슬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이레아는 오른손의 검지를 들어, 정면의 저 먼 곳을 가리켰다. 그 곳에는 붉은 벽돌로 쌓아올린 건축물이 있었는데, 방음은 제대로 될 것 같다. 적당히 내가 요리해먹기 좋을 지도.
“별장을 정말 제대로 지었구만.”
“그냥 집이지만요 뭐. 헌데 부인이라구요? 유부녀를 범하실 생각인가요? 그랬다가 반대로 주인님께 푹 빠져버리면 곤란할 텐데요?”
“일단 들어가서 부인의 상태를 보고, 내가 알아서 판단하겠어. 헌데 범한다면, 늙은 것보다는 젊은 것이 좋다. 라는 걸 각인만 시켜둘 거야.”
“나 참. 그래도 가릴 건 가리고 드세요 좀. 뭔 잡식도 아니고 이제는 하다하다 아줌마까지 먹겠다니. 30대 초반이라니까요? 나이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유부녀라는 점에서 보면 이미 아줌마라구요?”
아줌마를 몇 번씩이나 강조한다. 그것도 온갖 인상을 박박 찡그리면서 말이지. 요즘 들어 표정이 너무 풍부해지는 거 아닌가.
“그런 거 신경 쓰면 사랑도 버려야 한다고.”
“가끔 그렇게 사람이 못받아칠 말을 하신다니까.”
저벅저벅저벅
일단 해도 저물고 있으니 바른 걸음걸이로 걸었다. 밤중에 갑자기 찾아가면 틀림없이 민폐라 생각할 수도 있으니, 해가 저물기 전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밤가지 어떻게든 대화의 장을 열자.
“이레아. 그녀의 성격은?”
“꽤 호탕하고 주변에서는 사람 좋기로 소문났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신을 신경 안 써주는 남편에게서 멀어지고, 친절한 대신관에게 반했다. 뭐 그런 거죠.”
“아주 전형적인 불륜형 아줌마로군.”
즉, 외로움을 쉽게 타는 여자다. 남편이 신경 안 써준다는 것 때문에 멀어진다라. 어떻게든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는 여자라는 것이겠지. 사랑과 관심을 위해서라면 남편도 그저 지나가는 인연에 불과하다는 것. 그 때문에 친절하고 자신에게 잘 대해준 대신관에게 붙었지만, 아마 대신관보다 더한 사랑을 주면 달라질지도 모른다.
“아니, 그냥 2일간, 그 세 여자에게 전부 정신주입만 해두면 되는 거 아니에요? 안 쓰러질지도 모르잖아?”
“그건 확실치 않고.”
“아니면 2일간 어디 포박해둔다던가.”
“그게 쉽겠니. 트리아티움은 이 도시에서 가장 안전한 귀족들의 또 다른 도시라고. 그런 곳에서 귀족들을 포박했다가는 어찌 될지 몰라.”
게다가 묶일 수 있는 상대가 있냐는 것.도 의문이지. 만일에 팰리스 부인이라는 사람도, 율란 마냥 이상한 빛의 검이라던가. 또 새로운 마법을 구사한다던가. 그런 것이라면 끔직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단순히 내 바람도 있다. 이왕 의뢰를 받은 것, 즐기면서 하는 것이다. 즐기면서 여자를 범한다.
“에, 그런데 솔직히 주인님이 그저 범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죠? 안 그래요?”
기껏 잘나가다가 일침을 가격한다.
“뭐 그렇기야 하지.”
잠시 헛기침까지 하면서 사태를 넘긴다.
“하여간 변태라니까요.”
“변태는 아니지. 이건 남자 모두의 본능! 여태 봐왔으면 알 거 아니야? 상대도 즐기고 나도 즐기고 서로 윈윈 전략이라고.”
두 팔을 번쩍 펼치며 나는 정당하다라는 것을 만 천하에 독보적으로 밝힌다.
“하아, 그 윈윈 전략이 매번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일이라니.”
“뭐야, 너도 확 해줘?”
내가 확 얼굴을 들이밀며 묻자, 이레아는 순간 얼굴을 움찔거리다가도 곧 크게 얼굴을 붉히 며 입을 열었다.
“에, 음. 제 음부에서는 비릿한 냄새가 나는 건 조금.”
눈동자만 옆으로 돌리면서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배배꼬고 있는데, 관심은 있는 것 같다. 어디 이참에 좋은 거 구경이나 시켜줄까.
“헤에, 관심은 있는 모양이네?”
“아, 아니요. 딱히.”
아니라고 해도 이미 얼굴에서 다 드러났다. 어디 보자. 얼굴만 보면 아주 귀여워해주고 싶은 얼굴인데. 어째선지 왜 매력을 못 느끼고 있는 것일까. 물론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범하는 건 간단한 일인데. 음? 그런데 이 녀석 오른 팔에 뭔가 피가 감겨 있는데, 게다가 옷까지 잔뜩 베였다. 피가 흘러 나오는 한편, 이거 너무 많이 흘렀는데, 이대로면 위험한 거 아닌가? 옷이 시뻘겋게 젖고 있어.
“잠깐만 너, 몸이 이상한데? 팔에서 피가 흘러.”
결국 내가 녀석의 오른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팔에서? 아, 이거 아까 그 빛의 검에 베여서 그런 거 같아요. 별로 큰 상처는 아니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런 미친,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피가 이렇게 나오고 팔이 후들거리잖아? 이거 지금 치료 안하면 곪을 수도 있다고?”
정말로 그랬다. 이 녀석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어. 그러고 보니. 아까 아주 잠깐 무언가 베이는 소리가 들렸었지. 율란한테 말이다. 그런데도 가만히 있었다는 말인가? 로브로 숨길 참이었어?
“아.아니, 괘.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충분히 팰리슨지 뭔지하는 부인을 범할 때까지는 어떻게 될 듯 싶어요.”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구만!”
이가 악물린다. 이거 내 탓이다. 아까 내가 괜히 율란을 도발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터다. 차라리 기회를 보다가 정신주입을 시도 했으면 될 일이었는데, 이 녀석한테 너무 무리한 것을 시켜버렸어.
“의뢰는 내일까지 해결해야 하잖아요? 소서러한테 들키지 않으려면요.”
정말 짜증난다. 이 계집애.
“야, 너 내가 그렇게 무능한 주인으로 보여?”
나를 우습게 보고 있다. 우습게 보고 있어. 내가 자기가 아픈 걸 무시하리라 생각하는 것 같다. 가만둘 수 없다.
“네?”
“의뢰보다는 네가 더 중요해!”
나는 녀석의 손을 앞으로 확 끌어당겼다. 그러면서 녀석의 다친 팔을 자세히 살피고 또 살핀다. 역시나 피가 너무 흘러나온다. 팔 전체적으로 피가 잔뜩 흘러나온다는 것. 이러고도 괜찮단다.
“무슨?”
“우습게 보지 말라고. 나, 의뢰만 하는 것이 아니야. 네 녀석도 위한다고. 주인인데, 시종관리 못하면 그거 완전 최악이라고.”
“무슨 말씀이에요? 의뢰가 더 중요해요 지금은.”
“이거 너 지금 당장 치료 안 받으면 위험해. 그러니까 용서 못한다고. 게다가 과다출혈이야. 너 버틸 수 있겠어?”
내가 가장 크다. 아주 커. 여기서 이렇게 과다출혈로 내버려 둔다면, 정말로 죽을 수도 있으니까. 지금 어디라도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우선이다 펠리스 부인이라고 했나. 가장 가까운 곳이 펠리스 부인 집이겠지? 이곳에서는?
“그.그건.”
“차라리 펠리스부인 집에 가서 치료받자. 설마하니, 명분도 그럴 듯한데 집은 들여보내 줄 것이고, 너를 버려두겠어? 안 그래?”
성격도 보면 그럴 듯하게 괜찮을 것 같다고 하니까. 이대로만 가면 충분하다. 펠리스부인이라면 어떻게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그렇겠지요. 하지만 의뢰는 어쩌시려구요? 그리 되면 실패한다구요.”
“그.그건. 음. 아무려면 어때? 잘 될거라고 생각해.”
“하여간, 저한테 이리 잘해주시다니, 너무 황공하기만 하네요.”
이 와중에 비아냥거리는 것도 이 녀석 답다고 볼 수 있겠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의식을 잃을지도 모른다.
“당연하잖아. 나는 네가 좋다고. 그러니까 멋대로 피를 흘리는 것도 안 된다는 거야. 그러니까 절대로 조심해.”
“알겠어요. 알겠으니까. 얼른 저 좀 옮겨주세요.”
결국 나한테 몸을 기대었다. 정말 귀여운 녀석. 내 등을 맡길 수 있는 녀석. 여기서 죽으면 안 된다. 너무 급전개이긴 하지만, 죽으면 안 된다고.
“알겠어. 따라 와.”
일단 우리 두 사람은 몸을 옮겼다. 저 멀리 보이는 펠리스부인의 집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나에게 기대고 있는 이레아는 조금씩 몸이 차가워지고 있었다. 선혈이 자신의 존재를 부각 시키듯이 점점 이레아의 팔을 타고 내려와 길가에 뚝뚝 떨어진다. 이것이 오래 되면 결국에 위험해진다.
“끄응차. 얼른.”
얼른 가야 한다. 펠리스 부인이 있는 집으로.
…
펠리스 부인의 별장
“누구 안계세요?”
쿵쿵쿵!
도착하자마자 문을 두드렸다. 그냥 세게, 지금은 이레아를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움직인다.
“저기 문두드리는 소리도 시끄러운데.”
“알았어. 조심할게. 그러니까. 의식 잃지 말라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되었지. 대체 여자 한명 곯리다가 갑자기 검상이 드러나고, 너무하잖아. 이런 불행도 없다고, 의뢰 중에 내 시종이 다치다니, 주인으로서 정말 자격이 없다.
[“누구신지?”]
“대신관으로부터 밀명을 받은 타나토스라고 합니다!”
[“아, 그 흑마술의 선두주자…”]
“아닙니다. 흑마술의 선두주자도 아니고 지금은 대신관님의 명령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밤늦게 죄송하지만 열어주실 수 있습니까? 꼭 전해야 할 말도 있고, 지금 제 시종이 목숨이 위급할 지경입니다!”
[“무슨? 시종이 얼마나 아픈 건지요?”]
제기랄. 무슨 말이 이렇게 많아. 내 옆에서는 다 죽어가고 있는데, 조금 믿어주면 안 되나. 호탕하다면서 이건 뭔 쫌생이도 아니고. 진짜!
“엄청 아픕니다. 이 녀석 피 줄줄 흘리고 있어요. 부탁드립니다. 제발!”
“하악 하악.하악.”
옆에서는 거친 숨이 들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제야 이 단단한 현관 저 너머의 펠리스 부인이 무어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곧, 덜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있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내 앞에 나타난 존재는 다름 아닌, 펠리스 부인. 부인이라고 하기에는 꽤 젊은 얼굴이었다. 붉은색 웨이브 머리에, D컵 이상은 되어 보이는 가슴. 그리고 그것이 넘칠 만큼 몸에 딱 달라붙는 붉은색 드레스, 들었던 성격과는 달리,
“당신이 타나토스? 젊은 남성인 줄은 몰랐네. 그럼 그 쪽은. 어머나 세상에 그 피는 대체 어떻게 된 거니?”
“부탁드립니다. 제발. 이 아이를 고쳐주세요!”
나는 고개를 푹 수그렸다. 이미 옆에서는 반응조차 없다. 어째 얼굴이 점점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 같은데. 이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러니까. 얼른 이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마침 내가 힐링 마법이 있길 다행이지. 어서들 들어와!”
펠리스는 몸을 옆으로 돌려 우리가 들어갈 공간을 마련해주는 동시에 턱을 뒤로 흔들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힘내! 이레아!”
“아.알겠습니다.”
이레아도 힘을 내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피를 바닥에 많이 흘리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버틸만 한 것 같았다.
…
다행이 펠리스의 도움으로 우리는 그녀의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펠리스는 힐마법을 조금은 쓸 수 있던 터라, 이레아의 지혈은 물론이오 집 내부에 있는 자신의 응급처치 도구로 이레아의 치료를 도와주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니?”
펠리스는 우리 두 사람을 아이 다루듯이 대하고 있었다. 기분이 좋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 저 말은 무엇인가. 어떻게 답변해주어야 할지 모르겠다. 율란에 대해 말해주어야 하나? 뭐, 말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 여겨지는데.
나는 침대에 누워 정신을 잃은 이레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답했다.
“그.그건. 율란이라는 공주 덕입니다.”
“율란? 그 공주가 왜?”
펠리스는 본인도 그 여자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지, 곧 내게 적극적으로 대답을 요구해온다.
“율란공주가 제 시종을 베어버렸습니다.”
“대체 율란이 왜. 잠깐 그럼 대신관 일로 율란한테도 갔었다는 말? 대체 대신관이 무슨 말을 했기에?”
“에, 대신관이 그러니까. 이곳 여성분들께 작별을 고했습니다. 더는 이제 이런 관계를 그만두고 싶다고, 본인의 마법사 인생에서 부인과 율란, 인세인 이 세분은 무척 방해가 된다고 말이지요.”
나와 함께 이레아를 돌보며 옆에 앉아있던 펠리스 부인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펠리스 부인은 잠시 고개를 흔들더니,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그런 말을. 대신관이?”
굉장히 놀라는 얼굴. 하긴 이 여자는 관심과 사랑을 무한이 받기를 좋아하는 여자인데, 뭐 놀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가. 그렇다면 이쪽은 더 심각하고 정직하게 답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네. 정말 진지했습니다.”
“아니, 음. 그런데 타나토스. 네 말을 쉽게 믿을 수는 없는데.”
그렇겠지. 여태 자신과 놀아주던 남자가 단숨에 배신한 것이나 다름이 없잖나. 하지만 이것을 설득해내야 한다. 저 믿을 수 없다는 얼굴 표정을 고쳐주어 자신이 잘 못 생각했음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뭣하면 율란을 찾아가 보셔도 됩니다. 물론 지금 완전 눈이 돌아가 버려서 각오 단단히 하고 가셔야겠지만.”
“으음. 그래도 조금은.”
이레아가 아픈 와중에 의뢰를 처리하려는 나도 정상은 아니지만, 일단 이렇게 된 이상 내 기억의 일부를 보여주는 수밖에.
“그러면 어쩔 수 없지요. 제 기억의 일부를 보여드려야 하나요?”
“그래주면 고맙겠는데.”
“그럼 잠시 제게 뒷머리를 보여주실 수 있는 지요. 최대한 필요한 것만 보여드리겠습니다.”
정신주입과는 별도로 고도의 컨트롤을 요구하는 행위지만, 어떻게 하겠어. 일단 이레아가 안정을 찾은 김에 노리는 것도 중요한 판단.
“아.알겠네.”
조금 미덥지근한 반응을 보였으나, 그녀는 곧 고개를 돌려 내게 뒤통수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을 노려 나는 곧 그녀의 머리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그리고는 내 머리에 떠오른 것들 중 한 두가지만, 대신관과 관련된 일들을 그녀의 머리 안으로 천천히 흘려보내는 것이다. 조금 힘든 일이긴 하지만.
부르르르
“자아, 지금 들어가고 있는게, 대신관과 저의 대화입니다.”
“어.어? 이 무슨. 의뢰? 잠깐. 그리고 소서러가 알고 있어? 또 우리를 싫어해? 우리는 그저 방해?”
내 기억을 받은 이 여자는 크게 경악하면서 의문형으로 답변. 좋아, 은근히 상황은 나쁘지 않다.
“그런 겁니다. 대신관은 일로 바쁜 데다가, 괜히 부인과 율란, 인세인을 직접 보면 안 될거라고 판단해서 제가 이렇게 의리를 받고 온 겁니다.”
“그.그런.”
이 쯤 되니 내가 왜 이 짓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 얼굴이 파들파들 떠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어째서 나한테 이걸 시켜먹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어쩌시겠습니까? 대신관을 직접 만나시겠습니까? 하지만 그는 대전이 연구로 인해 한 동안은 연구기관에 있어야 합니다.”
“으.으음.”
“부인도 남편 일이 있어서 금방 돌아가야 한다고 들었는데요.”
점점 어째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이 짜증. 어서 이 일을 해결하고 싶다. 이레아에게만 집중하고 싶다. 적어도 지금은 의뢰보다는 그녀가 소중하니까. 어째 그녀가 죽으면 안 될 것 같으니까.
“그래. 뭐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어차피 안 될 거라는 걸. 그나마 우리 세 명 중에서 내가 가장 연상이라서 나이 많은 대신관에게 어울릴 거라 생각했는데.”
그럴 무렵. 펠리스 부인은 과거를 떠올리듯, 허공을 응시하며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
“그런 가요.”
“나에게 잘해주던 대신관. 나에게 사랑을 주던 대신관. 너무 고마웠어. 내가 그에게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내 몸이 여기까지 따라오고 말았어.”
고개를 숙인다. 눈에 아주 살짝 물이 고이는 것이 보였는데, 역시나 그런 건가. 하여간 대신관 그 남자도 못된 남자야. 어떤 영화에서나 볼법한 인기 많은 남자 역할을 자기 혼자 다 하고 있는 셈이잖아.
아무튼 나는 내 일을 할 뿐이다. 지금부터는 다급하게 말해야 한다. 그녀가 대신관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지만, 대신관의 생각도 해주셔야 해요. 여러 모로 입장이 난처해지십니다.”
“그것도 그렇긴 하네. 후우.”
“어찌 하시겠습니까?”
“일단, 네 시종 응급처치는 했으니, 내일 중으로는 일어날 거야. 그리고 나도 내일 안으로는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해야지. 결국 나는 남편이 있는 몸이니까.”
결국 혼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은 현실을 직시했던 것. 역시 알려진 인품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그래. 이런 여자가 말이 잘 통하는 법이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래도 설마 이렇게 헤어지게 될 줄은 몰랐네. 다른 애들도 그렇겠지?”
“율란공주는 아주 그 검을 마구잡이로 휘둘러 제 시종에게 상처를 입혔을 정도니까요.”
조금 왜곡되었기는 하지만, 이렇게는 해주어야 제대로 반응할 것이다.
“그건 많이 무섭네.”
“일단, 오늘 일은 감사했습니다.”
감사는 해야 했기에, 나는 고개를 힘있게 여러 번 숙였다. 이레아를 구해준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대신관의 일을 뒤로 미뤄주고 싶을 정도였다. 보아하니까. 얼굴에 무척 서러움과 슬픔이 가득한데.
“아아, 아무래도 나도 혼자서 있어야 할 것 같군. 일단 나는 내 방으로 가볼 테니, 혹시라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불러.”
“알겠습니다.”
마무리까지 철저하게 해준다.
“그럼 이만.”
그 말을 끝으로 펠리스 부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째 얼굴과 몸에서 깊은 공허함이 느껴지는데.
“후우, 이레아. 드디어 둘이 되었네.”
펠리스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는, 나는 침대에 누워있는 이레아만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여태 나 때문에 고생 많이 했다. 가지고 있는 백발이 나 때문에 스트레스로 하얗게 변질된 듯한 느낌이다.
쓰으윽-
조심스럽게 그녀의 코에다가 손가락을 들이대면, 코에서 나오는 뜨거운 숨결이, 내 손가락을 덮었다. 그래도 아까보다는 많이 편안해진 호흡이다. 이 정도라면 내 쪽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녀석과는 거의 반년 전에 만났다. 이 세상에 오고 나서 말이다. 자신을 이레아라고 밝힌 그녀는 스스로 내 시종으로 들어오기를 바랬다. 아무런 기억도 없던 나에게 먼저 다가와 주었다. 처음에는 반말한 것으로 기억났다. 아주 조금 시끄러웠던 것 같고, 그리고 그저 내가 장난으로 뱉은 내 말에, 그녀는 방긋 웃으면서 내 시종이 되겠다고 했다.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 좋다고 했다.
어쩌면 이 녀석이 내게 행하는 행동들이 나를 사랑해서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었다.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유심히 관찰하지만, 남자를 좋아하는 여성이 취하는 행동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면 시종이 되겠다고 하지는 않았겠지. 연인이라는 것은 동등한 관계. 그런데 그런 존재가 시종이 되겠다고 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 게다가 내가 다른 여자랑 자는 행위라던가. 여자 몸으로 즐기는 것을 지켜본다던가. 말이 되지 않는다.
“귀여워.”
왜 생각을 못 했을까. 내 시종이라고 너무 당연하게 여겼다. 이 녀석도 결국에는 여자애다. 젊은 소녀라고, 한창 청춘을 즐기고 사랑을 해볼 나이다. 그런데 내 옆에서 내 수발이나 들다니, 뿐만이 아니다. 내가 시키는 일이며, 내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한다. 전부 다 내게 도움이 되는 일은 알아서 한다. 나는 그것을 너무 당연시 여기고 있던 것일 지도 모른다. 이런 멍청한 자식.
!!
잠깐 혹시 그때 그 꿈. 어쩌면 정말로 경험했던 것이 아닐까. 꿈에서 나는 이 녀석의 몸이었어. 게다가 왠지 모르게 머리는 갈색에 몸은 작았다. 그것은 분명 어린 시절, 이레아라고 볼수 있다. 한편 나는 너무도 건방졌다. 어린 이레아가, 나한테 했던 행동들. 그리고 나는 그런 이레아에게 했던 그 냉정한 말투. 게다가 오빠 동생 하는 것을 보면, 그건 분명 우리가 남매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다. 만약 남매라면 이 세계에서 그녀는 왜 나를 오빠라 부르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남매가 아닌가.”
이레아의 머리는 꿈에서 갈색이었다. 게다가 어린 모습이었고, 어째선지 성격은 지금과 완전히 반대였다. 그런데, 남매라고 볼 수는 없겠지. 그렇다면 단순히 내가 그만큼 이 녀석을 소중히 여긴다는 뜻인가.
“나도 참.”
이런 것이 뭐가 중요해. 지금은 그녀가 아프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 수하가, 나 때문에 아프다. 이건 최악이다. 너무 최악이야, 나는, 나는 어떻게든 그녀를 돌봐주고 싶다. 상처 하나 없이 아끼고 싶다.
“주.주인.님.”
깨어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