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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40 악마의 제안 (40/43)

00040  악마의 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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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 왕실 진료소

“생명에 지장은 없어요. 요새 무리를 한 탓에 쓰러진 것 같은데.”

“그런 건가요? 그렇다면.”

“곧 깨어나긴 할거에요 하지만, 당신들 ‘이’ 세계 사람은 아니지요?”

“그게 무슨?”

무슨 소리지 저건. 나를 빼고 이레아가 누구랑 이야기 하는 거야. 그보다 코로 들어오는 이 냄새 소독약 냄새 같기도 한데, 나 설마 병원에 있는 것인가. 이 세계에서도 이런 익숙한 냄새가 있는 것인가.

“능력을 너무 남발하면 이렇게 된다는 거에요. 다른 세계, 본래 세게에서 이 세계로 온 사람들은 하나씩 능력을 가지게 되는데, 그 능력은 생명을 잡아먹는 겁니다. 계속 사용하다가는 정말 죽어요. 사실 생명의 지장이 없다고는 했지만, 능력을 앞으로 안 쓴다는 가정 하의 이야기라는 것이지요.”

“당신은 누구?”

“저는 이 나라의 세자비이며 저 또한 다른 세계에서 왔습니다. 운 좋게도 세자와 대신관의 눈에 들어서 세자비가 될 수 있었지요. 저는 다른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이곳에서 지나는 것을 원하고 있지만요.”

뭐야, 이 나라의 세자비? 그러고 보니 대신관과 연관이 있다고 들었는데, 대체 어떻게 되먹은 일이지? 세자비가 나를 구해준 것인가? 사실 따지고 보면 나는 저 여자가 다른 세계 사람이라도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말이야.

“어째서에요?”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저는 이전 세상의 기억을 가지고 있어요. 별로 저에게는 좋은 기억도 아니었고 오히려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이 더 좋다고 여길 정도지요. 단순히 그 뿐이에요. 게다가 귀족의 지위도 있고.”

그런 것이라면 나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뭐 저 여자의 의견도 무시 못할 논리긴 한데, 지금 중요한 건 나는 아직 살아있다는 정도인가.

“그렇군요. 아무튼 능력난발은 좋지 못하다는 거?”

“그런 것이지요.”

“어째서에요?”

“사실 그것도 능력이라 할 수 없는 것이. 그저 이곳으로 올 때 어떠한 경우로 인해 후유증이라고 봐야 해요. 즉, 이 세계의 법칙에서 어긋나는 행동이죠. 아무튼 능력을 계속 쓴다면, 당신 주인은 얼마 못가서 죽을 거에요. 그 외에는 괜찮을 거라는 말씀. 당초 인간이면서 능력을 쓴다는 것 자체도 이상하잖아요?”

“그렇기는 하네요.”

어떻게 된거지. 능력이라고? 계속 사용하면 죽어? 이거 정말로 위험한 거야? 아니, 아니아니 나 여기서 쓸 거라곤 능력 밖에 없어서 위험한데? 그렇다고 율란에게 계속 도움만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만일 본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하면 여러 가지 이유로 위험한 것도 분명 사실일 듯 싶다.

“당신들 목적이 본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서로 협력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데?”

“무슨 소리에요?”

“전이기구. 다른 세상으로 가는 전이기구. 그것에 관련된 문서는 왕이 가지고 있어요. 율란 공주가 아는 건, 왕실의 역사에서 전이기구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 정도일 뿐이고 말이죠.”

“왕이라니, 너무 높네요 벽이.”

그런 것인가. 그렇다면 왕에게 따져들어야 하나. 하지만 왕이라니, 이레아 말대로 벽이 너무 높다.

“당초 왕은 당신들이 전이에 대해 알아보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가진 채 모른 척 하고 있던 거에요.”

“그런 나쁜.”

“이미 당신들은 왕실에서 관리받고 있습니다. 율란 공주는 아니라지만 나머지는 이미 마법사들을 동원하고 있어요.”

그런가. 그것은 왕실 측이 우리를 감시한다라는 건가. 율란이 관계 없다고 해도 왕이 우리를 감시한다면 어쨌든 왕실이 우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이곳도 딱히 좋지는 못한 곳이 아닌가.

“그러면 저희는 어찌. 게다가 왕이 그것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빼도 못하고 전이 연구는 망치겠지요. 허나 방법은 아주 없는 것이 아니에요.”

“무슨?”

“저는 이곳에서 나라를 갈아엎을 생각입니다. 왕과 왕실을 뒤엎고, 제가 이곳을 다스릴 거에요.”

!!!

그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이곳을 다스린다고? 다른 세계 출신이 그런 것이 가능하긴 한 건가? 아니, 갈아 엎겠다는 말만 보면 지금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은데 무엇인 거야?

“그런.”

“그 일에 협조만 해주신다면 전이기구에 대해서 모든 것을 지원하고 또한 전이기구를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어찌 도와드려야 하는지? 저희는 능력도 못 쓰니 그저 일반인에 불과합니다만.”

“뭐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당신들 율란 공주와 친하잖아요?”

“네.”

“율란공주는 그 검술 실력이 상당해요. 헌데 왕좌에는 관심이 없지요. 그러니까 그 분을 잘 다독여서 다음 왕 자리를 노리지 않게 해주세요. 그러면 저는 세자저하를 왕위에 앉히고 제가 이 나라를 다스릴 테니까요.”

“무슨 그럼 설마.”

“왕을 죽일 거에요. 또한 죽여야 전이기구에 대한 정보도 얻습니다.”

더는 못 들어주겠다. 저거 정말 비열한 것이 아닌가. 아무리 우리가 상황이 좋지 않아도 저런 권력에 눈 먼 년의 편을 들어주어야 하는 것인가. 나는 절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할 생각도 없다.

“아, 네.”

“일단 생각해 보시길. 그럼 저는 이만.”

탁탁탁탁-철커덕

세자비의 발소리로 취급되는 것이 곧 사라져갔다. 그리고 곧 이레아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와 동시에 나는 몸을 일으켰다.

“주.주인님?”

이레아는 심각하게 고민하는 얼굴이었는데, 내가 깨자 곧장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표정변화를 시도하였다. 나는 그런 이레아에게 곧장 다음 말을 집어던진다.

“안된다.”

아직 몸은 정상은 아니지만, 그건 절대로 안 된다. 능력을 안 쓰는 건 좋아, 헌데 그렇다고 해서 왕을 죽이는데 동조하라니, 그것도 그 딸인 율란의 눈을 나로 하여금 멀게 하라니, 아버지가 나 때문에 죽은 걸 알면 얼마나 노발대발하겠어.

“네?”

“아무리 우리 형편이 좋지 않아도 왕을 죽이겠다니 미친 짓이야. 그리고 왕에게 있는 문서라면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 협상을 할 수도 있는 일.”

“그렇지만 만일에 왕이 우리를 돕지 않는다고 하면.”

이레아의 말도 일리는 있다. 왕이 우리를 돕지 않는다면 거기서 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죽이다니, 말이 되는 건가. 아니다. 적어도 인산의 탈을 쓰고 있다면 그래서는 안 되는 짓이다.

“너도 정신차려. 우리는 저런 독종이 되지 말아야 해. 우리 처지가 급하다고 다른 사람을 죽인다니, 그건 내 부모님보다 못한 짓이잖아.”

“그.그렇죠.”

“그리고 나는 능력을 안 쓰면 되는 거야. 그리고 설령 왕과 협상이 안 된다면, 우린 그냥 이곳에서 살면 되는 거야. 그리고 생각해 보면 언젠가 율란이 이 나라의 권력을 잡게 된다면 그 전이기구에 대한 정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넘어올 거라고.”

차라리 그렇게 될거라면 율란에게 발을 담그는 것이 도덕적으로도 안전권으로도 완벽하다. 더더욱 지금 우리를 감시하는 마법사들은 우리를 죽일 것 같지는 않다. 말했듯이 내 옆에는 율란도 있으니까.

“분명 미래를 보면 그렇겠네요?”

이레아도 이제야 머리가 돌아가는 것 같았다.

“때문에 그녀의 그런 행위는 우리에게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야. 아무래도 이곳에서의 적은 정해진 것 같군.”

“설마.”

“일단 세자비와 싸운다. 그녀는 우리에게 별 도움이 안 되는 존재. 나는 율란의 편에 서서 세자비를 붙잡을 거야. 더욱이 율란은 내가 막는 다고 해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 여자가 아니야. 그녀의 검은 올 곧다. 옳지 못한 일에는 반드시 검을 뽑을 거야. 그것만 봐도 세자비가 불리한 싸움이다.”

온 몸이 아직 나른하지만, 오히려 머리는 맑아졌다.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어. 설마 내가 정치권 싸움에 끼어들게 될 줄은 몰랐으나,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우리는 최대한 중립을 지키면서, 잘 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우리가 유리한 쪽으로 길을 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그렇다면 완전히 율란 편에 서시겠다는 건가요?”

“율란은 아무것도 몰라. 우리는 세자비를 잡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싸움에서 최대한 빠져야해. 나는 너와 함께 이딴 더러운 싸움에 끼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렇다면.”

“일단 율란에게 이 사실을 말하는 것이 좋겠지. 아마 세자비는 내가 설마하니 율란에게 말할 줄은 몰랐겠지만.”

그나저나 이상한 것이 있다. 아까 내가 쓰러질 때 들렸던 어색한 목소리가 세자비의 목소리였다면 세자비는 이전부터 나를 봐왔다는 것인가? 게다가 말로 보면 나를 감시하는 것들과는 다른 것 같다. 아마 나에게 접근할 기회를 노리고 있던 것일 지도 모른다. 밖으로 나올 때부터 말이다.

“그래도 아직은 움직이면 안 된다구요.”

“그래 아직은 조금 더 쉬어야겠지. 이레아. 부탁이 있어.”

“네?”

“지금 당장 율란에게 알렸다가는 너와 나는 세자비에게 목숨이 노려질 수 있어. 그러니까 대신관을 불러와.”

일단 율란에게 알리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알려주고 싶어도, 설마하니 세자비가 미리 그 가능성을 배제 했을 리가 없다. 아마 율란에게 알리러 가다가는 틀림없이 막히거나 세자비의 사람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세자비가 좋아하는 대신관. 그를 불러다가 아주 중립적인 위치에서 세자비의 편을 드는 척 하며 대신관을 떠보자. 대신관이 이 사실을 안다면 대책을 세워야 하고 아니라면 이 일에서 도움을 구해야 한다.

“대신관을?”

“대신관은 지금 쯤 분명 이곳에 와있을 거야. 어떻게든 찾아야 해. 일단 그를 떠보기로 해야지.”

“그렇지만 무슨 이유로 오라고 해요?”

그 이유도 이미 정해두었다. 나는 이곳에서 살면서 잔꾀만 늘었다. 저 세자비라는 여자. 버릇을 고쳐주어야 한다.

“일단 몸이 너무 안 좋으니, 대신관께서 좀 봐주셨으면 한다. 이 정도면 좋겠지. 그는 대신관이니까 힐 마법도 알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그럼 쉬고 있을 테니까 부탁해.”

명령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긴 하지만 지금은 내가 활발하게 움직일 수도 없을 분더러, 괜히 그리 움직였다간 세자비가 이상히 여길 테니까.

“네.”

내 명령에 이레아는 곧 몸을 날렵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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