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이모 그리고 그녀와의 결혼 (3-1)
약속대로 이모는 그날 역시 우리 집에서 보냈다. 저번 주 수강신청을 마친 나는, 수업시간을 피해 이모와 만나는 날을 정했다. 수요일 오후는 우리 집, 그리고 주말은 이모네에서 보내기로 하였다. 그리고 맞은 주말 오후, 내 여자로서의 이모를, 그것도 그녀의 집에서 처음 만나는 날이기도 했다. 물론 첫 경험 또한 그곳에서 이루어지긴 했지만, 그때 이모는 내 여자가 아닌 그냥 이모였다. 그래서 그날 그 기분은 마치 결혼식을 마치고 처음 신혼집에서의 밤을 맞이하는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오전에 사우나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서는데 이모에게 전화가 왔다.
“인...인설아. 어디야?”
직감적으로 느꼈다. 말투. 누군가가 옆에 있었던 것이다.
“이제, 가려는데, 왜?”
“어...아니..저..있잖아, 지금 친구들이 왔네. 기집애들이 말도 없이 갑자기 오는 바람에..어...어쩌지?”
“그럼 내가 이따 밤에 가면 되는 거야? 그럼 되겠네, 뭐...이따 전화 줘...”
맥이 풀렸지만, 오랜만에 친구들이 왔다는데 기분 나쁘게 대할 수는 없었다. 학교로 발길을 돌렸다. 텅 빈 학생회실. 이 책 저 책 뒤적이며 시간을 죽이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여자애가 들어왔다.
“어, 인설이 있었네, 주말 오후에 왠일이야?”
“어? 아니..그냥요. 약속이 있는데 조금 시간이 있어서요. 근데 누나는 무슨 일로?”
“그래? 어쩌나..나도 같은 이윤데...큭.”
옆 자리에 털썩 앉은 희주선배는 3학년, 2년 선배다. 짧은 미니스커트에 하얀 스포츠 셔츠라, 예쁘다. 오늘 데이트라도 있는 모양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희주선배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지 못한 거 같다. 그냥 많이 바쁜 선배라는 정도, 그래도 가끔 후배들 챙겨줄 줄 아는 선배라는 정도. 갑자기 희주선배가 일어서더니 사물함에서 무언가 뒤적거리며 찾는 듯 했다. 나는 보지 않는 척 했지만, 옆눈길로 그녀를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키는 좀 작은 듯했지만, 대신 매끈한 라인이 그런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았다. 하얗지는 않지만 적당히 태운 듯한 그녀의 다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명하게 보였다. 여름이라 스타킹을 신지 않아서 그럴 지도 몰랐다. 엉덩이와 허벅지가 만나는 그 아슬아슬한 지점에서 끝이 나는 스커트는 외려 직접 보는 거보다 더 큰 흥분을 자아내게 하였다. 순간, 나는 보았다. 그녀의 손이 잽싸게 핸드백 속으로 들어갈 찰나, 그녀에 손에 쥐어진 것이 콘돔이었다는 것을.
“나 간다. 주말 잘 보내, 인설아!”
“아, 네. 누나도 주말 잘 보내세요.”
갑자기 인사를 건네며 눈을 마주친 희주선배는 그대로 곧장 나가버렸다. ‘아, 희주누나도...’ 이런 저런 생각하다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 부르며 흔드는 느낌에 눈을 떴다. 정면 벽에 걸린 시계는 이미 2시간이 넘게 흘러버렸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옆에는 희주누나가 앉아서 나를 깨우고 있었다. ‘갑자기 누나가 왜 다시 여기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근데, 누나 왠일로 다시...”
말을 꺼내며 쳐다보는데, 얼굴엔 얼룩이 져 있었다. 울었을까.
“어..그냥..약속이 펑크. 그래서 갈 데도 없고 다시 와봤는데, 너가 자고 있길래..너 약속있다고 하지 않았어?”
“어, 아 맞다. 괜찮아요. 아직 안 늦었어요. 누나 근데 무슨 일 있었어요?”
“아..아냐..무슨 일은...뭐...큭...저기..인설아..우리 술 한 잔 할까?”
“술이요? 저야 좋지만,..아, 근데 제가 약속이 있어서요..다음에 마시면 안될까요? 미안해요, 누나.”
“아냐, 아냐, 괜찮아.. 맞다 너 약속 있다고 했는데...큭큭”
웃는 모습이 조금 슬퍼보였다. 뭔가 사연이 있는 듯했다. ‘어쩌지? 이모도 친구들 와있다는데 그냥 누나 데리고 나갈까? 아닌데, 오늘은 좀 특별한 날인데, 어쩌지..’라는 고민에 잠시 빠져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네. 네. 네, 알겠어요.”
이모였다. 친구들이 자고 가겠다고 했단다. 그러면서 지금 술 좀 사들고 오면 좋겠다고 했다. 친구들이 나를 보고 싶어 한다고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긴 하지만, 오후부터 벌어진 술자리에서 거나해진 친구들과 별의 별 말을 다한 모양이었다. 물론 이모는 내 얘긴했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저 조카로서의 이야기만 했다고 말했다.
“누나, 나 지금 가야할 것 같아요. 어쩌죠? 저두 누나랑 술 한 하고 싶었는데, 평소부터 그랬어요.”
“괜찮아, 인설아. 뭐 오늘만 날이겠어? 나 이제부터 시간 많아. 그니까, 그럼..음..다음 주에 한 번 보자. 누나가 연락할게. 어여 가봐.”
“네, 누나. 그럼 꼭 연락주세요.”
집 앞 마트에서 술을 잔뜩 사 들고 이모네로 들어섰다. 문을 열어준 이는 처음 본 여인이었다. ‘내가 모르는 이모 친구들도 있나?’라고 생각하며 거실로 들어섰다. 상 주위로 동그랗게 앉아 벌그레한 얼굴로 주절거리던 그녀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아, 안녕하세요. 최인설입니다.”
“아, 네가 인설이구나..일루 와라..고생했다.”
제일 먼저 말을 붙여준 이는 영혜이모였다. 그녀는 이미 내가 알고 있는, 그러니까 이곳에서 이모와 아주 가깝게 함께 지내는 절친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고개를 까닥거리는 것으로 눈빛을 마주친 사람은 진숙이모, 문을 열어주고 처음 나를 맞이한 사람은 윤경이모라고 했다.
“이리 와, 여기 앉아, 고생했지?”
마치 오늘 약속을 잊은 것처럼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이모가 손짓했다. 내가 앉게 된 자리는 이모와 영혜이모 사이, 내 정면으로 윤경이 이모가 앉았고, 그 옆으로 진숙이 이모가 앉았다. 본격적으로 술자리가 벌어졌다. 이모는 많이 마시지 않으려는 듯 자꾸 내 눈치를 보았고, 이야기는 주로 영혜이모와 윤경이모가 주도했다.
윤경이모와 진숙이모는 둘 다 모처럼 친정나들이 했다고 했다. 영혜이모 또한 남편과 아들을 모두 시댁으로 보내고, 오늘 자리에 참석했다고 했다. 진숙이모는 벌써 취했는지 횡설수설하고 있었고, 윤경이모는 그 뒤치다꺼리하면서 가끔 내게 눈길을 보내기도 하였다. 별로 말이 없는 여인이라고 생각했다. 이모에게 눈빛을 보냈다. 이모는 아주 난처하다는 듯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술기운이었을까,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괜찮다는 의미의 미소를 보냈다. 안도의 표정을 보이더니 금새 얼굴이 밝아졌다. 그리고 친구들과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갑자기 영혜이모가 머리가 아프다며 일어섰다. 그리고는 잠시 누워있겠노라며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5분쯤 지났을까. 안방에서 영혜이모가 물 한 잔 가져다 달라고 외쳤다. 이모가 일어섰지만, ‘심부름은 어린 사람이 해야죠.’라며 내가 일어섰다. 물을 한 잔 따라들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있던 영혜이모는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재빨리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물을 받아들어 마시더니, 갑자기 속삭였다.
“인설아, 너 전화번호.”
“네?...”
“얼른 전화번호 불러.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내가 연락할게..알았지? 그냥 별 일은 아니고, 심부름 좀 부탁할게 있어서...밖에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말고, 알았지?”
내가 번호를 말하자 자신의 핸드폰에 재빨리 입력하고는 다시 누워버렸다. 거실에서는 여전히 거나하게 취한 여인 셋이서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잠시 후 영혜이모가 다시 거실로 나왔다.
“에휴..오랜만에 마셨더니, 이것도 취하네..호호...근데 지은아, 너 애인 있지?”
“어, 뭐..뭐라고?”
“어머, 너 왜 이렇게 얼굴 빨개져? 진짜 있어?”
“아..아냐..아냐..”
“호호, 농담이야, 농담. 너 요새 얼굴 좋길래, 한 번 떠 본거야..호호..”
그렇게 말하면서 영혜이모의 눈은 나를 마주하고 있었다. 갑자기 윤경이모가 일어나더니 비틀거리며 소파에 누었다. 진숙이모도 덩달아 옆으로 쓰러졌다.
“얘들이 참, 여기서 이렇게 자면 어떡하자구...”
이모가 걱정스러운 듯 안방에서 이불 몇 가지를 가져와서 덮어주었다. 그리고 남은 우리 셋은 남은 술을 끝까지 마셔버렸다.
“이제 우리도 그만 자자. 참, 영혜 너는 혜경이 방에서 자라. 인설이는 택시비 있지?”
“어머, 얘. 뭐 하러 그래. 너랑 나랑 같이 자고, 인설이가 혜경이 방에서 자면 되지. 이 늦은 밤에 가긴 어딜 가라구..인설아, 너두 여기서 자고 가, 알았지?”
“아..네..네..”
상황은 이모와 내가 의도한 바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영혜이모가 혜경이 방에서 자게 되면, 나는 간다고 나갔다가 이모가 신호하면 다시 들어올 작정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한 집에서 자기는 자는 거니까 뭐 그리 많이 서운할 일도 없었다. 원숙한 여인을 그것도 넷이나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겠거니 했다.
대충 거실을 정리하고, 이모와 영혜이모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혜경이 방으로 들어온 나는 다시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책상 위 사진을 보노라니 마치 혜경이가 옆에 있는 것만 같았다. 컴퓨터를 켜고 혜경이의 사진을 찾았다. 그리고 모니터 한 가득 혜경이의 사진으로 장식했다. 침대에 누웠다. 아직 혜경이의 체취가 남아 있는 것 같은 베개를 안았다. 재빨리 바지와 팬티를 벗었다. 그리고 혜경이의 베개를 그 위에 덮었다.
“아, 혜경아...”
이모를 사랑하면서 이 순간 혜경이가 생각나는 까닭은 또 무엇일까. 나는 정말 나쁜 녀석일까. 이래도 되는 걸까? 사랑으로만 따지자면 이모가 먼저였다. 혜경이에 대한 감정은 사랑이라기보다는, 뭐랄까, 연민 그런 거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몸의 반응은 따로였다. 지금 이 침대, 혜경이가 쓰던 침대에 누워 나는 혜경이와 섹스를 나누는 상상에 빠져 정신이 가물거렸다.
갑자기 인기척이 들려왔다. 잠시 뒤 슬며시 문이 열리는 기척이 들려왔다. ‘이모일까?’ 아냐, 이모라면 이 상황에서 절대 그럴 리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여기서 잔다는 사실은 영혜이모도 알고 있는데, 그런 위험을 감수할 리 없었다. ‘그렇다면 누구일까?’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그냥 잠든 척하고 있었다. ‘휴’하는 옅은 한숨소리. 그리고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느낌. ‘모니터엔 아직 혜경이 사진이 떠 있는데, 아 어쩌지?’ 조심스런 손길이 하복부를 스쳤다. 그리고는 한동안 멈칫거리더니 이내 조용히 나가고 있었다. 그 뒷모습, 이모는 아니었다.
한 시간 쯤 흘렀을까?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거실로 나섰다. 달빛이 환하게 비추는 거실에는 아까 그대로 진숙이모와 윤경이모가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 조용히 안방 문 앞에 다가서서 귀를 가져다 댔다. 고른 숨소리 그리고 약간은 불규칙적이지만 거친 숨소리와 섞여 들려왔다. 두 여인 모두 잠든 게 틀림없었다. 안방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는 순간 깜짝 놀랐다. ‘으응’하는 소리와 함께 뒤척이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살며시 뒤를 돌아보니 윤경이모가 이불을 차낸 모양이었다.
안방은 포기하고 소파로 다가섰다. 약간 파리한 듯 보이는 얼굴에 가냘픈 팔이 한 쪽은 소파 옆으로, 한 쪽은 가슴에 포개져 있었다. 한쪽 무릎은 구부린 채 벌어져 있는 다리가 보였다. 이모 것으로 보이는 엷은 긴 치마는 이미 허벅지 위에까지 말려 올라가 있었다. ‘꿀꺽’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이 삼켜졌고, 그 소리에 되려 스스로 놀랐다. 거실 바닥에 누워 소파 옆으로 바짝 기댔다. 그리고는 손만 올려 슬그머니 윤경이모의 다리를 밀어보았다.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 다시 한 번 해보았지만, 약간의 뒤척임만 있을 뿐, 깨어나는 기미는 없었다.
다시 일어나 그 옆에 앉았다. 이렇게 떨린 적도 별로 없었던 것 같았다. 이제는 곧게 펴진 윤경이모의 두 다리가 눈앞에 다가왔다. 치마를 살짝 더 위로 올렸다. 하얀 색 팬티가 보였다. 그 팬티에는 어떤 장식도 색깔도 없는 그냥 지극히 평범한 하얀색 팬티였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때는 왜 그리 섹시하게 보였을까? 나는 망설이지 않고 일어섰다. 그리고 자지를 꺼내 놓구선 윤경이모를 바라보며 자위를 시작했다. 아까 보았던 그 우수에 젖은 듯한 슬픈 눈빛이 떠올랐다. 그 슬픈 눈빛으로 지금도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았다. 사정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허걱’하는 느낌이 든 그 한 순간, 나는 재빨리 몸을 돌렸고, 그와 동시에 정액이 분출되었다. 아뿔사, 조금 늦었는지 벌써 몇 방울은 윤경이모의 허벅지로 튀었다. 거실바닥에 튄 정액은 급하게 닦아냈지만, 그 사이 윤경이모 허벅지에 묻어 있던 정액은 그 안쪽으로 흘러내려 닦을 수가 없었다. 불안했지만, 곧 마르겠지라고 생각하고 방에 들어와 버렸다.
“인설아, 일어나, 이모들 가신대.”
눈을 떠 보니 벌써 11시였다. 거실에 나가보니 짐을 챙기는 이모들로 부산했다. 윤경이모의 눈치를 살폈지만,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즐겁게 웃어준다. 진숙이모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한 바탕 부산함이 가신 후 세 여인은 떠났다. 마지막으로 떠나던 영혜이모가 아무도 모르게 윙크를 보내준다. ‘맞다, 어젯밤, 전화번호, 그리고 혜경이 방에 들어왔던 그 여인이....’
그렇게 다들 떠나고 거실엔 이제 이모와 나, 지은이와 나만 남게 되었다.
“인설씨, 아니 자기야, 어제는 정말 미안해. 이렇게까지 있다 가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
“괜찮아, 오랜만에 우리 자기도 스트레스 풀고, 좋았잖아. 나도 자기가 웃는 게 더 좋거든.”
“정말? 고마워..자기...”
이모가 스르륵 안겨왔다.
“오늘은 그냥 뽀뽀만 하자. 대신 수요일 날 내가 다시 집으로 올게. 자기, 그때는 나만의 여자로 기다려줄래? 조금 꾸미기도 하고. 어제 그러기도 했지만, 못했잖아. 그렇게 우리 우리만의 첫날밤을 갖자. 괜찮지?”
“아....네...그렇게 할게요.”
이모는 당장은 서운한 표정이었지만, 그것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녀도 그런 밤을 기대하고 있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