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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이모 그리고 그녀와의 결혼 (4-1) (11/43)

우연, 이모 그리고 그녀와의 결혼 (4-1)

월요일, 개강일이 되었다. 오전부터 학교에 나가 친구들 만나 노닥거리며 작업실 정리 정돈에 한창이었다. 선배들이 졸업 작품 작업한다고 우리 작업실까지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래도 친구들과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과 대표가 공지사항을 전달했다.

‘오늘 오후 6시, 정문 앞 독일호프, 개강잔치, 전원 참석 할 것.’

‘에잉, 재미도 없던데 가서 뭐 하자고.’ 그런 생각하면서 오늘은 그냥 집에 가서 쉬려고 마음먹었다. 늦게까지 있으면 잡힐 것 같아 오후가 되자 그냥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그리고 이모에게 줄 깜짝 선물을 만들고 있었다. 이모는 모를 거다. 내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는 그 마음의 표현으로 이모의 누드를 그리고 있었다. 사진 한 장과 기억에 각인된 이모의 알몸을 생각하면서. 얼마나 지났을까, 전화가 울렸다. 시간이 그새 많이 흘렀다 보다. 벌써 저녁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야, 너 안 와? 죽을래? 선배들이 찾고 난리 났잖아..”

민태가 다급하게 전화했다. ‘언제부터 나를 찾았다고는.’ 하고 투덜거리면서 금방 가겠노라고 했다. 하긴 약간 뭔가 서운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던 차였다.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호프집으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거긴 벌써 거나한 무리들의 난장판이었다. 얼마나 급하게 마셨으면 이 지경일까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찾는데, 민태가 불렀다. 옆에 앉아 맥주를 마시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비틀거리며 희주선배가 들어와 앉았다.

“야, 아까 희주선배가 너 묻더라. 그래서 전화한 거야. 처음부터 요 앞자리에 앉았는데, 계속 술만 마시더라구. 아마 지금 토하고 왔을 거다..큭큭큭..”

희주선배를 쳐다 봤다. 분명 술은 마신 것 같았지만, 눈망울은 초롱했다. 그리고 슬퍼보였다. 희주선배가 나를 바라봤다.

“왔구나...”

그리고는 말이 없었다. 묵묵히 술잔만 홀짝이고 있었다. 나도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하기는 우리가 무슨 인연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주말 오후 잠깐 본 것뿐인데, 그런데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이 기분, 나도 도대체 모르겠다. 그렇게 가끔 눈빛만 마주치며 서로 술잔을 들어 목만 축이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희주선배가 일어나서 비틀거리며 화장실 쪽으로 향해 갔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서 뒤따랐다. 여자 화장실. 더 이상 갈 수는 없었다. 그때 화장실 문이 다시 열리더니 희주선배가 재빠르게 내 손을 부여잡고 안으로 이끌었다. 그리고는 느닷없이 목에 매달려 키스를 퍼부었다. 

뭐라고 말할 수도 없었고, 제지할 수도 없었다. 모든 게 한 순간이었고, 또 그곳은 여자 화장실이었다. 한 차례 폭풍같은 키스가 지난 후, 그제야 희주선배는 내 목에 감긴 팔을 풀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속삭였다.

“내가 먼저 나가고 신호하면 그때 나와. 그리고 모임자리에 좀 앉아 있다가 내가 문자하면 나 있는 곳으로 와. 그럴 수 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윽고 희주선배가 나간 후 조금 있다 ‘나와’라고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멈칫거리다 얼른 빠져 나왔고, 누가 볼까봐 다시 건너편 남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한참을 거기서 서성이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모임 자리로 돌아왔다. 앞자리의 희주선배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모른 척하고 민태에게 물었더니, 이 녀석도 많이 취했는지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잠시 후 문자가 왔다. 근처 조그마한 바였다. 그냥 집에 가는 척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누구 한 사람 나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바에 도착했더니 희주선배는 조그마한 룸에 들어가 있었다. 탁자에 놓인 양주 1병, 과일 한 접시. 아직은 한 잔도 마시지 않은 채 열려 있었다. 

“와..왔어? 거기 앉아..”

“네, 누나. 근데, 무슨 일 있어요? 술을..”

“아냐, 나 술 많이 안 마셨어. 그냥 있으면 자꾸 사람들이 말을 걸길래 많이 마신 척 한 거 뿐이야. 오늘 나 말 많이 하고 싶지 않았거든. 근데 또 혼자 있고 싶지는 않았고, 그래서 참석한 거야. 너두 알잖아. 나 학과 모임 참석 안 하기로 유명한 거..후훗.”

“아, 네네..”

그렇게 말하고 있는 희주선배는 웃음과는 다른 표정으로 술을 따르고 있었다. 

“인설아, 나..고민 상대 좀 해 줄래?”

“제가요? 제가 뭘 안다고...”

“아냐, 그냥 들어주기만 하면 돼. 왠지 너는 뭐든 이해해 주고 들어줄 것만 같았어. 너 참 순진하잖아. 여친도 없고..”

“그..그런가요..그렇게 봐주셨다면 제가 감사하지요. 근데 뭔대요, 누나?”

“휴...일단 한 잔 받아..너도 나도 맨 정신에는 조금 힘들 거 같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럴까 싶었다. 단숨에 양주 몇 잔이 비워졌다. 그리고 그 양주가 바닥을 드러낼 무렵 희주선배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나, 요새 잘 데가 없어.”

가타부타 그런 소리였다.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저번 토요일 우리 학회실에서 만났지, 기억나? 그때 나 나갔다가 다시 왔잖아.”

“아, 네. 기억하죠, 물론...”

“음....나...그때 버림받았어.”

순간 실연당했나 싶었다. 그래서 슬퍼했던 것일까? 그런데 잘 데가 없다는 것은 또 무슨 말인지. 궁금했다. 뭔가 엉킨 실타래 같았다.

“실은 나 아주 어릴 때부터 당해왔어, 오빠한테.”

그렇게 말을 꺼내는 희주선배는 아까보다 오히려 더 담담해져 있었다.

“배다른 오빠야. 새아버지의 아들. 중 3때 처음 당했어. 아무도 없는 집에서. 무서웠지. 그래서 아무에게도 말 못했고. 그냥 그놈이 어디론가 사라져주기만 바랐어. 다행히 대학에 들어가고는 한 동안은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 그런데 내가 다시 이 대학에 들어오면서 악몽이 다시 시작된거야. 이 학교만큼은 죽어도 오기 싫었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그리고 결국 엄마는 내가 돌봐야 하잖아. 그런 엄마의 부탁을 무시할 수 없었어.”

머리에 뭔가 쿵하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희주선배도 집에서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인가. 어쨌든 경우는 다르겠지만, 내가 간직한 비밀과도 같은 종류였다. 

“집에서는 여전히 오빠 동생으로만 봤지. 그래서 오빠 집에서 다시 생활하게 된 거고. 그때부터 난 오빠에게 사육당한 거나 마찬가지야, 짐승처럼, 아니 그놈이 짐승이지. 내가 바빠서 학교생활에 열심히 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고 하더라, 다들. 실은 마음대로 뭘 할 수가 없었다. 오빠 때문에.”

희주선배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희주선배는 끝까지 말을 끊지 않았다. 

“이런 더러운 이야기를 자세하게 말하긴 싫어. 근데 그날 토요일, 실은 나 친구 만나고 있었어. 근데 그놈이 전화한거야. 콘돔 없으니까 사 가지고 당장 오라고. 그때 나도 돈이 없었구, 그래서 사물함에 있던 콘돔을 생각한거야. 그놈이 가끔 학교에서도 그랬거든. 그래서 언제 그럴 지를 몰라 넣어 두었던 거야. 근데, 그걸 들고 집에 갔더니, 세상에 집에는 어떤 년놈들이 뒹굴고 있었어. 오빠라는 놈은 그걸 비디오로 찍고 있었고. 그러더니 갑자기 내 옷을 벗길려구 하는 거야. 그 년놈들은 그 광경을 쳐다보면서도 히죽이죽 웃고만 있드라. 나와 오빠 사이를 아는 듯했어. 그러더니 오빠가 나보고 그 년놈들과 함께 해보래. 싫다고 했더니 그때부터 때리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반항하다가 급하게 집에서 도망쳤지. 그리고 학교로 다시 왔는데, 너가 있었구...”

희주선배는 다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축 쳐진 어깨에서는 작은 떨림이 보였다. 나 역시 아무 말 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가 곁에 가서 앉아 위로할 자신도 없었다. 그저 꺼낸 한 마디.

“그럼 그 동안 어디에서 지낸 거에요?”

“그냥 근처 모텔에서. 집에 몰래 들어가서 내 옷이랑 현금 좀 가지고 나오긴 했는데, 이제는 방법이 없어.”

“그럼, 당분간 저와 지내요.”

그렇게 말해 놓고도 나 역시 깜짝 놀랐다. 우리집에서 함께 지낼 수는 없는데. 

“정말 그래도 돼?”

“아..네..아니..저....잠깐만요.”

당황스러웠다. 순간 이모가 떠올랐다. 잠깐 밖으로 나와 이모에게 전화하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물론 사건 자체는 말하지 않았다. 이모는 흔쾌히 허락했다. ‘혹시 자기 애인 아니야?’라고 웃으면서 말했지만, 그건 장난이라는 걸 우린 서로 알고 있었다.

“희주선배, 일어나요. 가요.”

“어..어딜?”

“당분간 희주선배가 맘 편히 지낼 곳이요.”

그러면서 택시를 잡아 타고 모텔에 들려 짐을 챙긴 다음 희주선배를 이모집으로 데려갔다. 이모는 웃으면서 반갑게 맞이해주셨고, 희주선배를 씻겠다며 욕실로 향했다.

“예쁘게 생겼네. 정말 자기 애인 아니야?”

“아니야, 절대루..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말고 잘 대해 줘, 당분간만..알았지?”

“그건 걱정 안해두 되는데, 그럼 우리는?”

“뭐가?”

“토요일마다 자기 우리집에서 지내기로 했잖아. 저 아가씨 있음 어떡해...”

“그건 걱정마. 주말엔 작업실에서 작업하면서 밤새우니까. 우리 과가 원래 그래, 나만 자기한테 빠져가지고 지금 그런거지..큭큭..”

“호호..알았어..그럼 그렇게 해...”

그 사이 희주선배가 머리를 털며 거실로 나왔다. 이모에게 거듭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고, 이모는 그런 희주선배를 데리고 혜경이 방으로 안내했다.

“당분간 여기서 지내요. 여기 우리 딸 방인데, 서울로 유학 갔어요. 방학 때나 한 번씩 오니까 방 써도 괜찮아요.”

조금 시간이 흘렀을까. 취기가 오르는지 아니면 긴장이 풀렸던지 희주선배는 금방 잠이 들고 말았다.

“자기, 여기서 자면 안 되잖아. 아침에 마주치면 좀 그런데...”

“지은아...나 지금 하고 싶어. 너 먹고 싶어...”

“그래도 자기, 지금은 좀 그렇잖아..엊그제 영혜 있을 때나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 아..어떡하지...”

망설이는 이모의 손을 잡고 무작정 밖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주차장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그래, 그럼 되겠다 싶어 주차장을 누른 다음 내려 이모의 차로 들어갔다. 뒷자석에 이모를 눕히고 허겁지겁 치마를 들췄다. 

“아잉..누가 보면..어쩔려구..여기서..들키면..아흑 우리..끝장이야...어헉..”

아무런 소리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냥 그날은 내가 짐승이었다.

“아, 당신...당신...아흑..아앙..왜...이렇게..어떡해...아..나...몰라..으흑....”

이내 이모의 다리가 나를 감싸 안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움직임에 맞춰 이모 역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여기서...아흑..이런 데서...아흑,...당신...어떡해..아흥...미칠 것 같아..아...지은이..조..좋아요....흑..”

벌써 이모는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모는 대단한 여자였다. 분위기에 취하면 금방, 그것도 아주 금방 절정에 달하는 그런 여자였다. 그래서 이모와의 섹스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내가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금방 함께 할 수 있었으니까.

“나..당신..아..사랑해..자기야....나....가요..가...으윽..싸요..헉..큭..컥..”

또다시 이모의 경직을 느꼈다. 그 경직의 순간 이번에는 나도 참지 않았다. 그리고 빼지도 않았다. 이모의 보지 저 깊은 곳으로 정액이 뻗어 갔고, 그것이 질벽에 닿을 때마다 움찔 거리는 이모의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이모와 나는 예정치 않은 그러나 정말 스릴 넘치는 또 한 번의 섹스를 나누게 되었다. 뒤처리를 하고 이모와 나는 한 사람씩 주차장을 나섰다. 이모는 위로, 그리고 나는 우리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모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활기차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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