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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이모 그리고 그녀와의 결혼 (6-2) (24/43)

우연, 이모 그리고 그녀와의 결혼 (6-2)

10월 초, 이모는 서울에서 무사히, 그리고 건강하게 딸을 출산했다는 소식을 전해왔고, 이어 광주로 내려오셨다. 이모의 품에 안긴 아기는, 정말이지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내게 안겨주었다. 저녁을 마치고 거실 가운데 아기를 눕혔다. 

“여보. 아기 이름은 뭐로 할까요? 아참, 이제...혜경이도 있는데, 제가..여보라고 하면 안 되겠네요...”

“설지. 최설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설지.’ 그 전 이모집에서의 온전한 첫날밤을 갖던 날 달력에 써 놓았던 그 단어였다.

“제 호적에 올리기도 했잖아요. 그러니까 정설지죠.”

“아니지. 다른 사람들은 모두 혜경이와 나의 딸인 줄 알잖아. 실제로도 내 딸이구. 그런데 성이 다르면 되겠어? 그냥 내 호적에 올릴게.”

“엄마, 그렇게 해. 나도 내 딸이라 여길게. 오빠가 다른 여자에게서 아이를 데려온 것도 아니고....그리고, 엄마만 좋으면...그냥 오빠한테...여보라고 불러두 돼. 대신 우리끼리 있을 때만....”

“....”

그렇게 결론이 났다. 아이도 호칭도 모두 그렇게 결론이 났다. 이모는 이제 내게는 와이프이자, 내 아이의 엄마였고, 또 장모가 되었다. 그리고 내 곁엔 또 한 사람의 와이프가 생겼다. 그녀는 내 첫 번째 와이프의 딸이자 내 아이의 언니가 되기도 하였고, 공식적인 와이프가 되기도 하였다.

우리는 우선 방부터 배분했다. 이층은 설지의 공간으로 만들기로 했지만, 희주선배의 집이 완성될 때까지는 당분간 희주네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그리고 일층에 만들어 놓은 방들 중에서 작은 방 두 개는 이모와 혜경이가 각각 하나씩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가장 큰 안방은 내가 쓰기로 했다. 물론 나 혼자 쓰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밤이든 작은 방 하나는 비우게 되기에, 그때의 공동 공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함께 살기로 한 이상, 그리고 서로가 부부로 인정하기로 한 이상, 마구잡이식 부부생활이 될 수는 없다고 혜경이가 말했다. 나는 말없이 거실에 꽂혀 있던 조화 두 송이를 꺼내 왔다. 빨간색 장미, 그리고 노란색 튤립이었다.

“빨간 장미는 당신, 그리고 노란 튤립은 혜경이 너를 의미해. 그때그때 내가 하나를 선택해서 안방 문앞에 꽂아 놓을게, 이렇게....”

그러면서 나는 장미와 튤립을 번갈아 가며 안방문에 꽂아 보았고, 둘은 이내 수긍했다는 듯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으로 그 문에 빨간 장미를 꽂았다.

“아..여보..당..당분간은 안 돼요. 아직..수술 자국이..다 낫지 않았어요..”

“무..무슨 수술? 자연 분만 했잖아.”

“에잉..오빠 바보..엄마 이쁜이 수술 했잖아. 자연분만 했으니깐 거기가 더 커졌을 거 아냐. 그래서 엄마는 오빠 생각해서 수술한 건데..큭큭...”

“그..그래?”

고개를 돌려 이모를 바라보자 이모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오..오늘은...혜경이하고....해...해요....”

뿌듯함이었다고나 할까. 두 여자 모두 그렇게 사랑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이내 이모는 설지를 껴안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거실엔 나와 혜경이 이렇게 둘이 마주앉아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둘이서 그윽하게 마주보며 미소 짓다가 혜경이가 나의 손을 붙잡고 안방으로 이끌었다.

“오..오빠..아니...나도 이제 연습할래...여..여보...”

“.....”

“나 엄마랑 함께 있을 땐 그냥 오빠라고 할게. 근데 이렇게 우리 둘만 있게 되면 그때는 여보라고 부르고 싶어. 엄마한테 양보하긴 했지만, 나도 오빠에게 여보이고 싶어.”

“그래, 혜경아. 언제든, 어디서든 그렇게 해. 너한텐 그럴 만한 자격도 있고, 또 나 역시 네가 그렇게 부르는 것 듣고 싶어.”

“오빠..아..아니..여...여보....고마워....행복해....”

“나두...그리고 사랑해...혜경아...”

“오...아니 여보.. 나 알지? 내 성격. 오빠가 어느 여자를 만나든 무슨 짓을 하건 상관하지 않을게. 대신 나만, 아니 우리 가족만 지켜줘. 그게 전부야. 오빠에게 바라는 전부야. 난 사랑과 섹스가 별개라고 생각해. 근데 그 별개를 나는 모두 다 갖고 싶어, 특히 사랑을. 대신 다른 여자가 있다면 그 여자에게는 하나만 주길 바래, 사랑이 아닌 것만을...알았지?

“그래..그럴게..약속할게..우리 가족 내가 지킬게.”

아직까지 혜경인 오빠인지 여보인지 헷갈려 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앞으론 이렇게 함께 지낼 수 있게 된 것을. 혜경이를 안았다. 혜경인 이제 전에 없이 더 적극적이었다. 자신이 말한 대로 사랑과 섹스가 동시에 충족된다면 언제든 어떤 모습으로든 변할 수 있다고 하는 약속을 스스로 지키는 것만 같았다. 혜경이의 알몸이 드러났다. 봉긋 솟은 유방 그리고 앙증맞게 막 맺히는 앵두 열매처럼 달려있는 그녀의 유두. 그리고 그 사이 하얀 평원을 지나 만나는 검은 수풀과 일자 계곡. 그리고 갑자기 탐욕스러워진 나의 자지.

“하으응...흐읍..아아앙..”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신음소리에 스스로 놀라는 여인이 아니었다. 그 사이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그대를 마음껏 토해 내는 그런 여인으로 변해 있었다. 나의 자지가 그녀의 수풀을 헤치고 마치 목마른 사슴처럼 그녀의 샘물을 찾고 있을 때, 갑자기 부드러운 손바닥이 나의 자지를 감싸 안았다.

“내..내가..아..오빠....여보...내가 넣을게....내가.. 넣고 싶어...”

그렇게 혜경이는 스스로 자신의 섹스를 만들어 갔다. 그녀의 보지 깊숙이 삽입이 되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혜경이는 두 다리로 내 허리를 감싸 조였다. 역시 그녀의 보지는 나의 움직임을 필요치 않았다.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이제 내 의지로 그녀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 의지가 담긴 내 허리의 움직임을 느꼈을까. 혜경이도 가만히 다리 힘을 풀었다. 전에 없이 나는 강하게 혜경이를 밀어 붙였다.

“아흑..학...아...오빠..이...이런 것도..이런 느낌도 이..있었어...아흑..흑..아응..조..좋아.요..크으윽...하응..”

혜경이의 엉덩이가 위아래로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이제부턴 혜경이의 임신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정말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혜경이 역시 그런 부담으로부터 벗어나도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녀의 신음소리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아흡...오..오빠...이..이제 괜찮지...괜찮겠지...아...오..오빠...싸 줘요...내...보지에..깊이..기..깊이...아흑...아아흥...”

나 역시 문득 오늘만큼은 혜경이의 보지를 내 정액으로 적시고 싶었다. 그 안 저 끝까지 밀어 넣고 싶었다. 다시 혜경이가 두 다리로 내 허리를 감싸며 조이기 시작했다. 혜경이의 절정이 임박한 듯 보였다. 갑자기 터져 나오려는 신음소리를 거친 입맞춤으로 막아버렸다.

“흐읍..흡..끄윽..끅....”

그와 동시에 사정이 시작되었고 내 움직임은 이내 멈춰 서서 그저 조금 더 조금 더 혜경이의 안으로 들어가고자 힘썼다. 그런 느낌을 알았던 지 혜경이의 두 다리에 좀 더 많은 힘이 가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 동안 떨어질 줄 몰랐고, 떨어지려 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대로 혜경이의 몸 위에서 잠이 들었고, 그런 나를 혜경이는 두 손으로 꼭 안아주고 있었다.

드디어 10월 말, 혜경이와의 결혼식 날이 되었다. 아침부터 찾아온 희주선배와 정윤이는 부지런히 정원을 꾸미고 있었고, 방안에서는 영혜이모가 혜경이의 드레스와 화장 매무새를 만져주고 있었다. 이모는 자꾸 내 턱시도만 이리저리 매만지고 있었다. 그런 이모의 손길을 느끼며 가만히 이모를 내려다보았다. ‘저런 표정이 의미하는 것은 도대체 무얼까?’ 전혀 알 수 없었다. 슬픈 듯 기쁜 듯, 사람의 표정에서 그런 감정들이 한꺼번에 느껴진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아마 울고 있을 것이다, 이모는. 한 쪽의 슬픔과, 다른 한 쪽의 기쁨이 절묘하게 만나는 그 지점에서 그녀는 아마 울고 있었을 것이다.

한 두 사람씩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물론 많지도 않겠지만, 맨 먼저 정원에 모습을 보인 사람은 윤경고모였다. 그리고 이제 막 아장거리는 그녀의 딸, 그 곁에 고모의 동생인 윤지고모도 함께 했다. 윤지고모는 윤경고모의 별장을 짓기 시작하면서부터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이미 그녀는 내게 고모였고, 또 그런 까닭에 아직까지는 그렇게 스스럼없이 대해 왔다.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지금 광주에 산다는 것과, 결혼한 지 한 달 만에 파경을 맞았다는 것, 그리고 지금은 진숙이모와 함께 같은 마트에 나가 일한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완성될 윤경고모의 별장을 관리하면서 그곳에서 지내게 된다는 사실 그 뿐이었다.

두 번째 손님은 혜경이의 유일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손민주라는 여대생이었고, 그와 동시에 진숙이모와 그 아들이 들어섰다. 그리고 내내 2층에서 이 광경을 내려다보던 희주선배의 어머님이신 숙자아주머님께서 내려오셨다. 우리 결혼식의 하객은 이들 뿐이었다. 아랫마을 어르신들이 몇 분 오셨다가 가시긴 했지만, 하객으로까지 참석하시진 않으셨다.

결혼식은 주례 없이 혜경이와 내가 동시 입장하는 것으로 시작되었고, 가족 대표들의 축사와 건배제의로 마무리되었다. 이모가 신부측 대표가 되었고, 윤경고모가 나의 대표가 되었다. 그런 광경을 보면서 영혜이모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진심으로 축하의 건배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직 나와 윤경고모와의 관계를 모르는 희주선배나 윤지고모 역시 아무런 사심 없이 우리를 축하해주었다. 진숙이모 역시 윤경고모와의 일을 전혀 몰랐다.

신혼여행은 없었다. 아니, 5년 후 우리는 다시 공개적으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신혼여행도 그때로 미루었다. 그때는 아는 모든 사람을 하객으로 부르자는 약속과 함께 그날을 위해 오늘은 그저 조촐하게 치르기로 했던 것이다. 우리 관계를 몰랐던 혜경이 친구나 정윤이, 그리고 윤지고모만 그런 조촐한 결혼식을 조금 의아해하긴 했지만, 이모에게 안겨져 있는 딸이 나와 혜경이 사이에서 나온 아기인 줄은 알고 있었기에, 단지 그것 때문이려니 하고 넘어가는 눈치였다.

진숙이모는 은찬이와 나란히 앉아 말없이 미소만 짓고 있었다. 진숙이모는 설지가 혜경이의 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영혜이모가 그녀에게 혜경이의 딸이라고는 했지만, 지난 1학기 광주에서 학교에 다니던 혜경이가 몇 차례 그녀를 찾아가 놀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혜경이의 배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그래서 설지가 이모의 딸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던 것이다. 단지 그 딸의 아빠가 나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으나, 내가 혜경이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 아빠 역시 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래도 그녀에게 우리 관계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녀는 사촌이 아닌 모자간 근친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여기 온 하객들 중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희주선배의 친구인 정윤이와 혜경이 친구인 민주뿐이었다.

은찬이의 시선이 줄곧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시선의 끝은 희주선배의 어머니인 숙자아주머니에게 닿아 있었다. 이숙자. 희주선배 어머니의 이름이다. 올해로 46세라고 들었던 것 같다. 그 나이의 여자들이 다 그렇겠지만, 어머님은 유난히 더 늙어 보이셨다. 십 여 년의 고통이 그녀의 몸을 감싸 안은 듯 보였다. 그래도 여기에서 지내시게 된 이후 부쩍 밝아지셨다. 그런 까닭일까, 처음 보았던 때보다 훨씬 더 젊고 건강한 모습으로 앉아 계셨고, 흥겹게 건배 제의와 수다를 받아들이고 계셨다. 그런데 은찬이의 시선이 그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좇고 있었다. ‘저 녀석이 감히 누구를.’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아직 고등학생이었고, 약간의 정신 지체가 있었던 터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넘어 갔다.

해가 떨어지자 우린 누구나 할 것 없이 우리 집으로 들어갔고, 널따란 거실에는 이미 잔칫상이 또 마련되어 있었다. 정원에서 웃고 떠드는 사이 내 첫 아내인 이모 정지은과 영혜이모가 둘이서 마련한 모양이었다. 이모는 그날 그 자리에서 만큼은 정말 사위를 맞는 장모의 모습과 웃음을 보여주었다. 이모와 그 친구들 그리고 숙자어머님은 거실에서, 은찬이는 작은 방 하나를 차지했고, 나와 혜경이는 아기와 함께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층엔 희주선배와 정윤, 민주가 차지했고, 그렇게 떠들썩하게 나의 신혼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약 일주일 후, 윤경고모의 별장과 진숙이모네 집이 완성되었다. 윤경고모네의 살림은 모두 윤지고모가 도맡아 처리했고, 곧이어 진숙이모네의 살림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다음 함께 입주했다. 그날 나는 과수원의 나무 울타리를 손 봤고, 그 입구에 조그맣게 푯말을 써 놓았다.

「정사촌」

그리고 모두를 불러 모은 다음 그 이름을 설명해주었다. 물론 영혜이모에게는 그 남다른 의미에 대해 따로 설명해주었다. 그녀는 배가 아파 눈물을 흘릴 정도로 웃어댔다. 그 바람에 나 또한 한 동안 웃느라고 정신을 못 차렸다. 아, 영혜이모는 이곳으로 거의 출퇴근하다시피 한다. 어차피 전주에서 승용차로 삼사십 분 정도면 오는 거리였다. 그리고 그 중 삼사일에 한 번 꼴로 영혜이모는 나를 과수원 모퉁이의 작은 창고로 불러냈다. 집에서 해도 괜찮았지만, 이제 정식으로 혜경이와 결혼했으니 당분간만큼이라도 그 침대는 혜경이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모와 혜경이 역시 영혜이모와 나의 섹스를 알고 있었다. 둘이 조용히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도 이모는 살며시 웃거나 간혹 잠깐 눈을 흘길 뿐이었고, 혜경이 또한 말리는 법이 없었다. 언젠가 그런 섹스를 나눈 그날 밤, 혜경이가 오히려 진지하게 묻기도 했었다.

“오빠..아니 여보...에이 그냥 오빠 할래..호호..근데 있잖아. 영혜이모 말이야..”

“응, 영혜이모 왜?”

“아, 별건 아니고 오빤 영혜이모 어디가 그렇게 좋아? 질리지도 않나? 혹시 영혜이모한테 나 모르는 비결이라도 있나, 있음 말해줘 봐..나도 따라해 보게..낄낄....”

“허참, 그런가?”

난 그냥 영혜이모가 좋을 뿐이었는데, 그냥 그녀와의 섹스는 뭐랄까, 무언의 섹스였을까. 아무런 말도 나눌 필요 없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것을 조절하고 가져가는 그런 원초성이 좋았을 뿐이었다. 생각해보니 그것이 영혜이모의 비결이었을까, 나도 궁금해졌다.

“음..영혜이모에게도 별다른 건 없는 것 같은데. 아, 이건 비밀인데, 영혜이모 보지엔 털이 없지요..하하..”

“지..진짜? 어떻게? 깎았대? 왜?”

“아니. 원래부터 없었대. 그래서 사람들은 영혜이모가 색을 밝히는 여자라고 선입견을 갖나 봐. 영혜이모가 섹스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하고나 막 하고 다니는 것은 아니거든. 젊었을 때 몇 번 그러기는 했었지만, 그래서 이모부하고도 사이가 안 좋아졌지만, 몇 년 전부터는 그렇지도 않아. 그때부턴 쭉 우리하고만 있었잖아.”

“아, 그랬구나. 그럼 그거 빽보지라고 하는데, 그것이 비결일까?”

짐짓 혜경인 혼자 심각한 듯 고개까지 갸우뚱거리며 고민에 빠져 있었다.

“혜경아, 너 그런다고 일부러 깎을 필요 없어. 깎지도 말고. 알았지? 너도 알다시피 나도 이 여자 저 여자 마구 섹스를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모르는 사람까지 그렇게 하지는 안잖아. 어떻게든 내가 아닌 우리 식구와 관련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안 하는 거 알지? 그리고 언제 오빠가 먼저 나서서 그런 적 봤어?”

“응..맞아..그치만 요샌 내가 오빠를 독차지하고 싶은 걸?”

“혜경이 네가 나를 독차지하고 있는 거 맞아. 그니까 오빠도 요샌 거의 네 옆에 붙어 있잖아. 그리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혜경이 너만큼은 오빠의 사랑을 함께 가지고 있잖아. 몸뚱아리뿐만 아니라 그렇지? 오빠의 마음과 섹스를 동시에 갖는 사람은 이 세상에 딱 두 사람밖에 없답니다. 그니까는 안심해도 된답니다, 중전마마..”

“웅..알아..나도...그래서 오빠 나 많이 행복해하는 거 알지? 앞으로도 나랑 엄마한테 그 사랑 변하면 안 되는 거다...또 약속...큭...”

그렇게 알콩달콩한 혜경이와의 신혼생활이었다. 그러는 사이 희주선배의 작업실도 완성되어 입주를 모두 마쳤다. 일층엔 어머님과 함께 하는 생활공간이었고, 이층엔 작업실을 꾸몄다. 작업실은 두 개였다. 그리고 이층을 드나들 수 있는 계단 통로를 따로 설치해 놓았다. 그걸 보고 의아해하는 나에게 희주선배는 정윤이를 배려했다고 말했다. 시내의 작업실이 불편할 땐 언제든 이곳에 와서 작업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었고, 그것이 상처받은 자신과 어머니를 따뜻하게 안아준 정윤이에게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고 했다. 그런 정윤이가 언제 어느 때라도 일층에 사는 어머니와 자신의 눈치를 보지 않고 드나들 수 있게 배려한 계단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정사촌의 여자들, 참 따뜻한 사람들이었고, 그야말로 정을 아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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