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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이모 그리고 그녀와의 결혼 (7-1) (28/43)

우연, 이모 그리고 그녀와의 결혼 (7-1)

한 철 내내 우리를 포근히 감싸 주었던 겨울이 지나갔고, 어느새 3월이 되었다. 그 사이 진숙이모의 아들인 은찬이는 약속대로 전주의 특수학교로 떠났다. 그리고 나 역시 새롭게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내년이면 졸업하는 만큼 미래를 준비해야 했다.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혜경이와 2세 출산을 계획했기 때문이었다. 혜경이 또한 복학해서 약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희주선배는 이미 촉망받는 신인화가로서 진가를 떨치고 있었고, 정윤 또한 서서히 이름을 알려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윤경고모가 내려왔다. 사실 요사이 윤경고모의 방문이 잦았다. 윤지고모와 나를 보러온다는 핑계가 대부분이었지만, 사실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를 그날 오후 나는 처음으로 들을 수 있었다. 윤경고모는 여전히 존댓말이었지만, 윤지고모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아니었다. 관계를 들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예 입을 닫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저 이혼 준비해요.”

“네? 왜요?”

“시댁에선 이제 제가 없어지길 바라나 봐요. 요전에 어떤 여자가 시댁에 찾아왔는데, 이미 배가 불러 있더라구요. 남편이 밖에서 시험관을 통해 만든 아기래요. 당신도 알다시피 남편이라는 사람, 정상적으로는 불가능하잖아요. 아직 우리 아기가 당신의 아이인 줄은 모르지만 왠지 정이 안 간대요, 요새는. 그래서 그렇게 만들었나 봐요. 저도 강하게 부정하지는 못 했어요, 저의 원죄도 있잖아요. 그치만 그냥은 안 될 거 같아서 지금은 거부하는 척 해요.”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아직 낳지도 않은 아이를 가지고 유세한대요?”

“실은 저도 그 여자가 유세하는 게 싫지만은 않아요. 어차피 저야 새장 속의 새 같은 존재였잖아요. 시간을 더 달라고 했어요. 호걸이도 데려와야 하구요. 근데 제가 이혼하면 어차피 여기서 살 텐데, 호걸이의 존재가 당신에게는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이미 혜경이랑 결혼도 했고, 또 이미 설지까지 낳았는데....호걸이의 존재가 알려진다면..... 그래서 쉽게 결정을 못 하고 있었어요.”

“......”

“요새 이 근방에 다른 과수원들 좀 사뒀어요, 시내에 아파트도 한 채 사 두었구요., 시댁 식구들 몰래요. 별달리 기술도 없고, 이 나이에 어디 취직할 수도 없고, 호걸이도 키워야 하고, 그래서.... 나쁜 년이라고 생각하진 말아요.”

“나쁘다니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할 수 있음 얼마든지 해요.”

“내려오면 윤지도 다시 재혼 시키려구요. 언제까지 함께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럴 생각은 있대요?”

“아직은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한창 젊은 때니까 어쨌든 가능하지 않겠어요?”

“하긴...그래요. 윤지고모도 여기서 계속 그렇게 살 수는 없겠지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던 도중 간간히 윤경고모의 어깨가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었다.

“근데 호걸이는 안 데려왔어요?”

“오늘은 그냥 두고 왔어요. 이런 상황을 의논하러 왔는데, 호걸이가 있으면 당신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서요.”

“...... 그 녀석 보고 싶기도 해요....”

“......”

“저...설지 말인데요.....”

나는 그냥 이제 고백하기로 했다. 더 이상 숨길 수도 없을 것 같았고, 그런 비밀이 영원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리고 호걸이의 문제도 생긴 이상 말해야 할 것 같았다.

“네?”

“설지요..실은...내....딸이에요.....”

“아..”

윤경고모의 입에서 짧은 신음소리가 나왔다. 그리고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게...정말...정말이었군요...”

“무..무슨?”

“저 실은 짐작은 했어요. 혜경이가 임신했다는 말 믿기 어려웠거든요. 더군다나 지은이와의 관계도 짐작하고 있었구요. 그냥 모른 척 했어요. 나 역시 떳떳한 입장은 아니어서요. 그럼 정말....지은이 아기가 맞는 건가요?”

“네, 맞아요.”

“휴.....아...어떻게 해야 할지....”

“이제 그럼 그쪽 정리해요. 그리고 호걸이랑 내려 와요. 그리고 다 털어 놓고 그냥 모여 살게요..”

“아...그..그럼 윤지는 어떻게 봐요...그리고 희주는요? 진숙이는요?”

“윤지고모랑 진숙이모랑은 아무 관계도 없어요. 그래서 그들도 아직 우리들 관계를 몰라요. 희주선배는 다 알고 있지만요. 윤지, 진숙 모두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요. 그렇지만 진숙이모 역시 우리 앞에서 떳떳하지는 못해요. 그러니까 걱정말구요. 당분간은 윤지고모에게만 비밀로 하면 되요. 그리고 우리끼리는 이제 다 털어놓고 마음 편하게 살게요. 알았지요?”

“......네.....”

마침내 모든 고민이 해결된 듯 윤경고모의 표정이 밝아져 왔다. 그리고 예의 그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저...지금...좀 안아줄래요?”

대답 없이 두 팔을 벌려주었다. 살며시 다가와 안기는 윤경고모의 몸짓은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이런 여인을 도대체 어떤 놈이 무시하는 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윤경고모의 입술이 내 입술을 찾아왔고, 이내 자신의 혓바닥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 두 사람의 관계를 용인하고 있다고들 하지만, 오후의 정원에서 이런 모습이 목격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있었다. 혹여 아랫마을 사람들이라도 지나가다 보면 큰일이겠다 싶었다. 

‘안으로 가요, 여기서는, 지금은....“

윤경고모가 알아들었다는 듯이 입술을 거두어들였고, 먼저 자신의 별장으로 다가갔다. 그 뒤를 따라 함께 현관에 들어섰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윤지고모는 오후 근무라고 했으니, 아마 저녁 무렵에나 들어올 것이었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격렬하게 키스를 나누면서 거실로 향했다. 그건 현관문을 잠그는 것도 잊을 만큼 폭풍 같은 격정이었다. 

1층 침실로 향하기도 전에 우리는 벌써 거실 소파에서 뒹굴고 있었다. 그 사이의 윤경고모의 머리를 풀어헤쳐졌고, 내가 입고 있던 셔츠 단추도 몇 개 떨어져 거실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윤경고모가 입고 있던 가디건의 단추도 덩달아 떨어져 나갔지만 우리는 누구 하나도 그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렇게 거친 다가섬은 처음이었다. 

어느새 나와 윤경고모는 알몸이 되어 있었고, 삽입은 뒷전인 채 서로의 몸 구석구석을 탐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삽입할 의도도 없었다. 서로 뒤척이며 뒹굴다가 그녀가 내 몸 위로 올라오는 자세가 되었을 때, 그리고 그녀가 온몸으로 나를 부비고 있을 때, 그때 갑작스런 삽입이 이루어졌다. 서로 의도하지도 않은 삽입이었다.

“아흑.”

“헉.”

두 입에서 동시에 외마디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윤경고모가 격렬하게 허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스스로 요분질을 시작했다. 윤경고모의 섹스가 이렇게 거칠고 격렬한 것도 처음이었지만, 그녀 스스로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처음이었다. 윤경고모는 마구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이미 삽입 전, 그런 상황 자체로 절정을 맛보고 있는 것 같았고, 삽입이 이루어지자 그 절정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흐..아흐...아으윽...흐윽..흐윽...어째..어째...크...윽....나...다..당신....허윽....”

내 몸 위에서 그녀의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흩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유방 또한 춤추듯 이리저리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 가슴에 얹은 가냘픈 두 팔로 간신히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나 또한 그 순간 그녀의 요분질에 내 몸을 그냥 맡겨 두진 않았다. 그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좀 더 심해졌다고 생각되는 순간 내려오는 그녀의 엉덩이를 허리를 치켜들어 맞아 주었다. 그녀의 엉덩이가 올라가면 반대로 내 허리는 내려갔고, 그녀의 엉덩이가 내려오면 내 허리가 다시 올라갔다. 그렇게 서로의 둔덕이 맞부딪칠 때마다 거실엔 달뜬 소리가 메아리쳤다.

‘찹...찹...찰싹..찹..푸걱....’

“으흥...으흥...아흐..허..으흑..흑..컥...나...나요..나요...아흑....끄으윽....”

기다란 신음소리를 내며 마침내 윤경고모가 내 몸 위로 쓰러졌다. 그리고는 다시 한 바탕의 활처럼 등이 뒤로 젖혀지더니 다시 짧은 비명과 함께 내 몸 위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내 물건은 아직도 윤경고모의 샘물을 마셔대고 있었고, 미처 마시지 못한 샘물이 내 허리와 허벅지를 적시면서 소파에 흥건히 고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요새 윤경고모는 예전 같지 않게, 짧은 자극에 섣불리 분출을 보여주지 않았다. 어느 샌가 윤경고모 역시 스스로 조절해 가고 있었다. 

아직도 채 숨을 고르지 못하고 있는 윤경고모에게 말을 건넸다.

“당신. 이제 여기로 와요. 그리고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그렇게 여기에서 살아요. 여기 사람들 진심으로 당신을 좋아하고, 환영하는 거 알지요?”

“.......”

윤경고모는 대답하기도 힘들다는 듯 여전히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고는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런 윤경고모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쓸어주었다. 너무 격렬했던 탓이었을까, 많이 헝클어져 있었다. 한 올 한 올 손가락 사이에 끼워 쓸어주었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등 위로 손을 내렸다. 여전히 매끈했다. 이제 나이 사십이 다 되어가는 그런 여인의 몸은 아니다 싶었다.

순간 지은 이모가 떠올랐다. 그간 무심했던 것 같았다. 이모와의 섹스야 일상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일상 자체가 내게는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이모는 과연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이모도 여자였다. 가꾸고 싶었을 것이다. 이제라도 이모를 배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배려가 아닌, 그리고 섹스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내 첫 번째 아내인 이모를 더욱 사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이 윤경고모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내 귀에 숨결을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저..당신..아직이죠?”

그냥 미소로 대답했다.

“저...하...한 번만...더요...”

그렇게 말하고는 부끄러운 듯 다시 고개를 숙여버렸다. 그때까지도 내 물건은 여전히 발기된 채로, 나도 모르게 그녀의 샘을 자극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번엔 대답 대신 다시 머리를 쓸어주었다. 윤경고모는 이내 내 어깨를 잡아 소파에 앉히려 하고 있었고, 나 역시 그녀의 몸짓에 화답하는 양 몸을 일으켜 소파에 기대고 앉았다. 그때까지 윤경고모는 행여 내 물건이 자신의 샘에서 빠져나갈까 조바심을 내면서 더욱 허리를 밀착시켜 왔다. 소파에 앉아 있는 내 위로 그녀가 다시 앉아 있는 형국이었다. 그리고 윤경고모는 온 몸을 나에게 밀착시켜왔다.

“저..지금..이 순간..만큼은...절대로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요...저...이렇게 있을래요...”

귓가에 그녀의 조그마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윤경고모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엉덩이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처럼 정말 조금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의도와는 반대로 그녀의 신음은 이내 갈수록 거칠어져 가고 있었다. 이번엔 내가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침대로 가요.”

그녀의 소원대로 안방 침대로 향하는 순간에도 그녀를 안고 있고자 했다. 내 몸 위에 앉아 엉덩이를 흔드는 그녀의 몸을 그대로 안아 올렸다. 윤경고모의 두 팔이 나의 목에 감겨왔고, 두 다리는 내 허리로 감겨 조이기 시작했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안간힘이었고, 그렇게 하고 싶었던 그녀의 숨겨진 욕정이었다. 그렇게 소파 위에서 일어나 침실 쪽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나는 얼어붙고 말았다.

현관에 한 여인이 서 있었고,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놀란 토끼마냥 커다랗게 눈을 뜨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잠깐의 멈춤이 이상했던지 윤경고모가 ‘어서 가요.’라고 말하는 순간, 현관 앞의 그 여인은 더욱 크게 놀란 듯 했다. 그 놀람은 저절로 외마디 비명으로 이어졌다.

“악.”

갑작스런 비명에 윤경고모도 놀랐는지 뒤돌아보고서는 이내 경악했다. 나 역시 그런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 하마터면 그녀를 떨어트릴 뻔 했다. 재빨리 엉덩이를 받쳐 다시 부축하긴 했지만, 그 상황 또한 묘했다. 서로 몸을 뗄 생각조차도 그때는 할 수 없었다. 현관 앞 그 여인, 다름 아닌 윤지고모였다. 윤지고모가 자신의 방으로 뛰쳐 들어간 후에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말없이 서로의 옷을 챙겨 입었다.

한 동안 우리는 그렇게 다시 소파에 앉아 있었고, 놀란 윤경고모를 달래기 위해 한 팔로 그녀를 꼭 안아주고 있었다. 그때 다시 윤지고모가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는 말없이 맞은 편 소파에 앉아 우리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는 윤경고모를 안고 있던 팔을 풀어 놓았다.

“언제부터야?”

윤지고모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나 의외로 담담했다. 

“네가 아는 거 보다 훨씬 더 오래됐어. 이런 짓, 미안하다고 하지는 않을게. 하지만 너에게 숨겨왔던 사실은 만은 미안하다고 말할게.”

“언니는 그게 전부야?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처음엔 누구나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 당사자가 아니라면. 하지만 지금, 적어도 나는 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내가 인설이, 아니 인설씨를 만났을 때 우린 친척 관계인 줄도 몰랐어. 너도 여기 오게 되면서 조카라는 사실을 알았잖아, 안 그래? 나도 그랬어. 정말 몰랐어. 하지만 알게 된 후에도 그만 둘 수 없었어. 지금 네 형부, 너도 알잖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나는 이해가 안 돼. 알았으면 그때라도 끊었어야지, 언니가 여기에서 함께 사는 것도 아니고, 서울에서 잘 살고 있으면서, 왜, 도대체 왜?”

“나도 여자야. 결혼해서 십 여 년 동안을 외롭게 살았어. 그럼 그건 말이 돼? 나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 너도 지금 그렇잖아. 너는 그럼 그렇게 평생을 살래? 그 나이에 남자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아?”

“아무리 그래도 하필....그리고...그리고...인설이는....”

“인설씨는 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도 없었고, 하지도 않았다.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처음에 맞닥뜨렸던 상황과는 정반대로 둘 사이의 대화 주도권은 윤경고모에게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때 윤지고모가 폭탄처럼 말을 뱉었다.

“인설이는...인설이는 제 이모와도 그런 관계야. 그리고 그 딸하고 결혼했고...게다가 제 이모와의 사이에서 아이까지 가졌다고. 그런데 이젠 고모야? 고모가 말이 돼?”

정말 폭탄 발언이었다. 도대체 윤지고모가 그런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지은이모나 혜경이는 말할 것도 없고, 영혜고모나 희주선배가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다. 숙자어머님 또한 아직은 이 사실을 정확하게는 모르실 것이다. 그렇다면 진숙이모가? 그랬다. 함께 마트에 근무하면서 그런 이야기들을 나눈 것이 틀림없었다. 진숙이모도 물론 어느 정도의 사실을 알고 있긴 했지만, 내가 지은이모와 관계를 갖으면서 아기까지 낳았다는 사실은 몰랐다. 순전히 짐작으로 이야기 했을 터이고, 지금 그 짐작을 윤지고모가 사실로 여겨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대꾸하지 못했다. 짐작이든 뭐든 사실은 사실이었던 까닭이다. 진숙이모, 참 입이 가벼운 여자였고, 보기보다 행동도 가벼운 여자인 것 같았다. 그때 윤경고모가 대답했다.

“나도..알아...알고 있었어.”

그러자 윤지고모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윤경고모 역시 불과 몇 시간 전에 이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도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는 듯 당당하게 말했던 까닭에 오히려 윤지고모의 말문이 막혀버린 것이었다.

“나도 처음엔 인설씨인 줄은 절대 몰랐지?

“그..그게 무..무슨 소리야?”

“아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그럼 대우받고 살겠다고 그런 고민을 영혜한테 말한 적이 있었어. 그때 영혜가 한 가지 계획을 제안했어. 자기가 알고 있는 남자가 있는데, 모든 조건이 괜찮다고, 더구나 고아여서 뒷일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면서 그 남자를 소개시켜 준거야.”

“.......”

“서로 잠자리를 갖는 날 나는 순전히 임신만을 위해서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어. 그 남자가 누군지 알고 싶지도 않았고, 알아서도 안 될 것 같아서 불까지 끄고, 거기에다 안대까지 쓰고서 말이야. 그런데 그날 이후 이상하게 안 잊혀 졌어. 그 남자가 아니라 그 남자와 했던 그것이. 그때까지 결혼생활하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 했던 거야.”

“....”

“너도 기억하지. 네가 친정에 놀러 와서 너네 신랑이랑 성격 차이는 좀 있는 것 같아도 밤일은 정말 끝내줬다고 자랑하던 일. 나는 그게 어떤 걸 의미하는 지도 몰랐어. 그런데도 너는 자랑스럽게 그런 일들을 나한테 말하곤 했지. 그런데 그 남자와 만난 이후 네가 말한 그것을 이해하게 됐어. 그래서 한 번 더 그 남자를 만났고, 그때는 그것이 전부였어. 그리고 원하던 임신을 했고, 그 아이를 출산하면서 시댁도 그리고 친정도 모두 잘 됐지. 그건 알지?”

“....”

“그 후로 몇 년 간은 그 남자 잊고 살았어. 그치만 그 일들은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지. 그런데 호걸이 돌잔치 하던 날 그 남자의 정체를 알았어. 영혜가 말해주더라. 그날 그 남자가 여기 옆에 앉아 있는 인설씨였다고. 처음엔 놀랐다가도 나중엔 다행이다 싶었지. 이미 지은이의 조카로 알고 있었으니까. 근데 그날 인설씨가 조카였다는 사실도 함께 알아버린 거야.”

“그..그럼....모두..호걸이도...어..언니도...”

“맞아, 여기 이 사람이 호걸이 진짜 아빠야. 그리고 내가 고모라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도저히 떠날 수 없었어. 아니, 차라리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관계가 된 것이 더 좋았다는 게 그 당시 내 솔직한 마음이었어. 지금은 물론 더 그렇고....”

“그..그건 그렇다 치고..그럼 언니는...앞으로..어,,,어떻게 할 건데?”

윤지고모는 어느 새 우리의 관계를 인정해가고 있었다. 자신의 친정이 그리고 자신이 이렇게 살게 된 것도 모두 언니의 희생 때문이었다는 사실에 이제 그녀는 윤경고모를 가여워하고 있었다. 

“윤지, 너, 내 생각하지 말고 앞으론 네 생각만 해. 나는 나대로 계획이 있어. 그니깐 이제 너두 남자도 만나고 그러다가 다시 재혼할 생각만 해. 아까운 세월 다 보내지 말고. 다른 거 걱정하지두 말고.”

“으...응...그..그럴게....”

그러면서 윤경고모는 자신의 이혼 계획과 과수원, 아파트 등등의 이야기를 다시 윤지고모에게 털어놓았고, 윤지고모 역시 이제는 언니의 계획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까지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그때 내가 처음으로 한 마디 꺼냈다.

“나, 이제 말해도 되죠?”

그러자 윤경고모가 먼저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윤지고모는 자신이 지은 죄도 없는데 마치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듯 발그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실은 내가 할 말은 없었다. 그냥 그 자리에 이제 다시 들어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저녁이 되자, 밥 먹고 올라가라는 우리의 청도 물리치고, 윤경고모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도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이 한없이 평온해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두달 뒤쯤이면 서울 생활을 완전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녀의 자신감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윤지고모를 뒤로 한 채 함께 현관문을 나서는데, 윤경고모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윤지고모에게 말했다.

“윤지야, 언니는 너랑 모든 걸 나눌 준비가 되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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