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이모 그리고 그녀와의 결혼 (7-3)
윤경고모가 갑자기 서울로 올라오라고 전화했다. 이혼 전 마지막으로 긴히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호텔 파라다이스 스위트룸. 이미 예약까지 마친 상태라고 했다. 4시까지 도착하면 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주말 점심 무렵 용산행 KTX를 탔고, 시간에 맞추어 호텔에 들어섰다. 프런트에 스위트룸 예약을 말했더니 이미 키를 가져가신 분이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윤경고모가 먼저 와 있는 모양이었다.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룸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초인종을 눌렀다. 문이 열리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곳엔 이지수, 그녀가 있었다.
“어서 오세요.”
“당신이 여긴 무슨 일로?”
말없이 그녀가 비켜섰고, 룸 안으로 들어갔다. 혹시 윤경고모가 안쪽에 있나 싶어 둘러보았더니 그녀의 흔적은 없었다. 지수가 위스키 한 잔을 내왔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지수, 그녀는 그간 나를 뒷조사했다고 말했다. 나와 윤경고모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지은이모와 혜경이와의 결혼까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
처음엔 그런 사실들을 무기로 협박을 생각했다고 했다. 단순히 금전을 요구하는 그런 협박이 아닌, 자신과의 만남을 유지하고 싶은 그런 협박이라고 했다. 나에게 협박한 적은 없지만, 그녀가 협박한 것만은 사실이었다. 윤경고모를 불러내서 그간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고백은 자신 또한 우리에게 동화되고 싶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나..나도 그곳에서 살고 싶어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안 될 것 같았다. 아직 그녀를 사랑하지도 않고 또 사랑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적어도 정사촌은 내가 사랑하는 여인들과 삶을 꾸며가는 곳이었다. 물론 진숙이모는 예외이기도 했지만, 그건 순전히 그곳 사람들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지수는 자신도 윤경고모와의 인연이 있으니 그곳에 들어가도 되지 않겠냐며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인연가지고 그녀를 정사촌에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사업을 포기할 수도 없을 것이다. 영혜이모가 가정을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전주에 살면서 다녀가는 것처럼 그녀 역시 정사촌에 정착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냥 서울에 있어, 꿈도 꾸지 말고.”
“......”
한 동안의 침묵이 흘렀을까. 그녀가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럼 내 존재만이라도 인정해줘요.”
“우린 딱 두 번 만났을 뿐이야. 그런데 인정은 무슨.”
“아니오, 그 두 번의 만남 때문에 나는 정말이지, 이제는 바뀌었어요.”
“뭐가?”
“나, 나도 윤경이처럼 당신의 여자가 될래요. 당신이 나만의 남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나는 당신만의 여자가 될래요.”
“........”
“나,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 해 줄 수 있어요. 그럴 능력 충분해요. 그러니까 부탁해요.”
“나 원하는 거 없어.”
“그냥요, 그냥 가끔 옆에만 있어주면 안되나요? 그거면 나는 만족해요. 오늘 어떻게 이 자리가 만들어졌는지 기억 안 나요? 나,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아요.”
“......”
이지수. 그녀는 암코양이를 닮았다. 아니, 내 앞에선 발정 난 암캐처럼 굻었다. 나도 그렇게 대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섹스에도 예의가 필요하다가 생각해왔다. 정사촌의 그 누구와도 예의에 벗어나게 대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그녀, 이지수에게는 달랐다. 그녀의 암캐 같은 면모가 모두 싫은 것은 아니었다. 그럴 때면 나 역시 한 마리 짐승과도 다를 바 없이 돌변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생각했다. 그래 정사촌으로 오지만 않는다면, 가끔 서울에서 만난다면 그다지 나쁠 일도 아닐 것 같았다. 툭, 말을 던졌다.
“오피스텔 하나 마련해 둬.”
“벌써 그렇게 했어요.”
“그럼, 그리 가지.”
“이따 윤경이가 이곳으로 올 텐데.....”
“괜찮아, 전화해서 밤늦게 오라구 그래.”
오피스텔은 바로 근처에 있었다. 보안이 철저한 곳처럼 보였다. 그런 것을 보면 이지수, 사업적인 마인드는 정말 뛰어난 듯 했다. 그렇게 좁아 보이지도 않았다. 욕실에 자그마한 부엌, 그리고 거실. 방으로 별도로 있지 않았다. 특이하게도 그녀는 침대를 거실 한 가운데 놓았다. 검붉은 바탕에 금색 실로 수놓아진 이불이 침대에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정체모를 의자, 아니 침상 뭐 그런 비슷한 가구도 하나 놓여 있었다. 그 한 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러브체어라고 해요.”
“....으음....”
“여긴 당신과 나만 등록되어 있는 곳이에요. 아무나 올 수도 없고, 데려오지도 않은 거에요.”
“벗어.”
그녀는 갑작스런 대답 아닌 명령에 짐짓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주저하지 않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오랜만이었다, 그녀의 거대한 젖무덤을 보는 것은. 저 가슴에 쌓여 있었던 자지의 경험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 젖무덤이 부풀어 오른 만큼 내 자지도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굳이 내가 벗지 않아도 어느새 알몸이 된 지수가 앞으로 다가와서 허리춤을 풀어 헤치고 있었다.
위의 옷은 내 스스로 벗어야 했다. 그녀는 내 바지와 팬티를 벗긴 후 그대로 꿇어앉은 채 게걸스럽게 내 자지를 빨아대기 시작했다. 말릴 틈도 말릴 까닭도 없었다.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눈을 질끈 감은 채 마치 테이스팅이라도 하는 것처럼 요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그 아래 젖무덤이 출렁이는 것이 보였고, 간혹 그 사이사이로 자신의 보지를 어루만지고 있는 그녀의 손등이 보였다.
그녀를 일으켜 침대를 붙잡고 엎드리게 했다. 그리고 이미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그녀의 보지에 자지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세차게 밀어 부쳤다.
“아흑..흐억...흐윽...아..아....앙.....”
지수의 입에선 벌써부터 커다란 신음소리가 새나오기 시작했다.
“아..어째..아흑...어째..이...이렇게...거..거칠게만....흐악.....흐윽....”
그녀의 섹스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 나는 아직 잘 몰랐다. 단지 내겐 화장실에서 첫 번째 관계를 갖던 날, 그리고 호텔에서의 기억만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두 번 다 거칠었었다. 그리고 그 두 번 모두 그녀의 절정을 목격했었다. 그것뿐이었다. 그 기억만으로 나는 항상 그녀를 대하는 것 같았다. 지금 역시 그와 다를 바 없었다.
어찌 보면, 나는 최대한 수치스러운 느낌이 들도록 그녀를 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수는, 불행인지 행복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수치심을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 알고서도 오히려 즐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신음소리가 달뜨게 들려왔다.
그녀의 상체를 일으켜 안았다. 그리고 천천히 창가 쪽으로 옮겨갔다. 빠질 듯 빠지지 않고 용케 내 자지는 그녀의 보지 속에서 버티고 있었다. 그렇게 한 걸음 씩 옮길 때마다 그녀의 신음은 흐느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출렁이는 그녀의 젖무덤을 잡았지만, 붙들고 있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그런 부족함을 그녀 스스로 내 손에 손을 얹는 것으로 채워주고 있었다.
가까스로 창가에 이르렀다. 지수는 거의 본능적으로 두 손을 창에 기댔다. 하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녀가 창에 기댄 것을 보는 순간 깊숙하게 두 어 번을 찍어버린 자지의 힘에, 지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손바닥에 남아 있는 땀방울들이 창문에 기다랗게 꼬리를 내리고 있었다. 지수의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자지만 뎅그러니 남았다.
“일어서.”
지수는 일어서는 대신 거친 숨소리를 토해내며 오히려 바닥에 널브러지고 있었다. 유독 엉덩이만 솟구친 그녀의 엎드린 나신. 그것은 또 그 나름대로의 굴곡을 보이며 색다른 욕정을 자극하고 있었다. 망설이지 않고 그 위로 내 몸을 포갰다. 그리고 곧바로 그녀의 보지를 찾아 삽입했다.
이번에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삽입했다. 그리고 또 부드럽게 그녀의 보지를 두드렸다. 겨우 숨을 고른 지수는 가까스로 뒤로 돌아보며 힘겹게 말했다.
“아..흐윽...저..정말이지...당신이란 사람...으흑...잊을..잊을 수가 없어요...으흑...으흡....”
끊어질 듯 이어지는 지수의 말이었다. 그녀는 또 다시 반응하고 있었다. 모든 힘을 다 쏟아버린 채 무너졌던 그녀에게서 또 다른 힘이 생겨나고 있는 듯 했다. 제법 허리까지 들어주면서 적극적으로 반응해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서려는 듯 보였다.
상체를 일으키자 그녀도 무릎을 꿇고 엎드린 형국이 되었다. 그러다가 내가 다리를 펴고 바닥에 앉아 지수 역시 천천히 몸을 뒤로 옮겨오며, 이내 내 위에 앉아 있는 자세가 되었다. 두 손으로 내 허벅지에 자신의 몸을 지탱한 지수는 그녀만의 요분질을 시작했다. 눈앞에는 그녀의 둔중한 엉덩이만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알 듯 말 듯한 신음소리, 말소리가 섞여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 이름이 들리는 것 같기도 했고, 다른 사람의 이름이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욕처럼 들리기도 했고, 칭찬처럼 들리기도 했다. 엉덩이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옆구리를 잡고 옮기자는 의사를 전달했더니, 그녀가 서서히 일어서려 했다.
“빼지 말아요. 이대로...이대로 가요..”
그렇게 천천히 옮겨가서 가까스로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그랬더니 지수는 이내 내 몸을 밀어 침대에 눕혀버리고는 자신의 몸과 함께 천천히 침대 가운데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편안하다 싶은 순간, 그녀가 내 몸 위에서 핑그르 돌기 시작했다. 봉춤을 추듯 그렇게 가운데 자지를 중심으로 다리 하나씩 번갈아 옮겨가며 내 정면으로 앉았다. 여전히 거대한 그녀의 젖가슴이 내 시선을 뺏고 있었고,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지수의 얼굴이 보였다.
“나, 내숭 같은 거 모르는 거 알죠?”
그리고는 이내 내 가슴에 두 손을 지탱하고는 다시 요분질을 시작했다. 이번에 달랐다. 위 아래로 움직이던 그녀의 엉덩이는, 지금은 돌고 있었다. 그녀의 허리 움직임에 맞춰 돌고 있었고, 그 중간 위 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움직임을 처음 경험한 건 아니다. 늘상 겪는 그런 움직임이었다. 헌데, 왜 오늘따라 지수의 움직임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오는 것일까.
“허윽...헉윽...크윽...큭...아아흐윽...나..싸고 싶어..끄윽...당신한테...싸고 싶어...흐윽..으흑..”
아무래도 좋았다. 나 역시 사정하고 싶었다. 그녀의 보지 안에 가득하게 싸고 싶었다. 내 흔적이 지수에게 남길 바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사정없이 토해내고 싶다는 그런 생각뿐이었다.
“아아악...나...지...지금...지금이요...크윽....”
그 순간 나도 몰려오기 시작했다. 어떤 떨림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이 느낌이 지나가면 분명 왈칵하고 사정이 시작될 것이었다. 그 순간, 그러니까 머리끝이 쭈뼛하고 선다는 느낌이 든 순간 갑자기 그녀의 거친 몸짓으로 순식간에 돌려 엎드렸다. 그녀의 보지는 내 얼굴을 짓누르고 있었고, 내 자지는 어느새 그녀의 얼굴을 향해 있었다.
“으으윽...큭.”
“아아아아아흐흑......”
짧고 긴 신음이 동시에 흘러나오면서 내 정액이 그녀의 얼굴을 강타했고, 이어 그녀의 입속으로 자지가 빨려 들어갔다. 언제나 그렇지만 입안에 사정하는 것 또한 보지에 사정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마무리에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순간 내 얼굴에도 무언가 뜨거운 물들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수의 움직임은 아예 멈춰버렸다.
입속에 박힌 자지를 빼낼 수도 없었고, 그녀의 보지에서 흐르는 애액을 피할 수도 없었다. 숨이 막힌 듯 거칠게 쏟아내는 내 숨결만 다시 그녀의 보지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한동안 지수는 움직이지도 않았고, 숨소리를 토해내지도 않았다. 그런 반응, 물론 잘 알고 있었다. 지은이모가 그랬고, 윤경고모가 그랬다. 그리고 숙자어머니 역시 그런 모습을 보였다.
희주선배의 말을 빌리자면 그건 극강의 오르가즘이라고 했다. 여자가 모든 것을 내어주고, 한 치도 남김없이 모든 마음을 열어준 채로 남자를 받아들일 때만이 느껴질 수 있는 그런 극강의 절정이라고 했다. 게다가 상대가 같더라도 매번 느껴지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날그날 서로의 컨디션에 따라 가능할 수도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영혜이모도 그런 말을 한 것 같았다. 여자가 섹스할 때, ‘싼다, 간다’는 말을 하면서 절정에 이르는 것은 거의 모두가 조금만 노력하면 가능한 절정이라고 했고, ‘죽을 것 같다, 미칠 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몸이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가졌다면 그보다는 조금 더 발전한 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고의 절정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고, 몸을 움직일 수도 없으며, 한동안 의식조차 사라져버린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이지수, 그녀가 그랬다. 그래서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깨어날 것을 알고 있으니까. 20분 쯤 흘렀을까. 그제야 얕은 신음소리와 함께 그녀의 나신의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내 옆으로 다가와 누웠다.
“이대로 죽는 줄 알았어. 당신 정말, 정말이지 내 곁에 있어줘요.”
“당신, 그림 쪽 일도 한다고 했지? 유명한 화가도 많이 알고 있겠네? 한 사람 소개시켜 줘.”
느닷없는 동문서답이었다. 하지만 그 대답 역시 지수는 나의 허락을 의미하고 있음을 간파했다. 그건 대답이 아닌 부탁이었기 때문이었다.
“알아요. 근데 무슨?”
“우리 과 선배. 국전에 입선했고, 지금 조그마한 전시회 준비 중이야. 노는 물이 크면 제대로 크지 않을까 해서. 유명한 사람 있음 바로 소개시켜 줘.”
“네. 그런데 언제까지?”
“빠를수록 좋아. 그래 말 나온 김에 오늘은 불가능하겠고, 내일 오후에 만나봐. 그리고 월요일 날 오후쯤으로 약속 잡아. 나 내일 자고 갈게, 여기서.”
지수의 귀에는 여기서 자고 간다는 말만 들렸나 보다. 갑자기 어린애마냥 천진하게 웃더니, 당장 일어나서 여기저기 전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내일의 약속을 잡은 모양이다. 그리고 다가와서는 그 화백이 어떤 사람인데, 어쩌구 저쩌구 지껄이기 시작했다. 그 화백이 어떤 사람이건 나는 상관없었다. 단지 그 화백을 통해 희주선배와 정윤이를 중앙으로 진출시켜 볼 욕심뿐이었다.
‘쪽.’
가타부타 말없이 나는 여전히 종알대는 그녀의 입술에 뽀뽀를 건넸다. 갑자기 부끄러운 듯 지수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기가 세다고 해도 여자란 다 그런 것일까. 자신을 알아주고 자신을 받아주면 모두 저렇게 변해버리는 것일까. 내 대답은 ‘그렇다’였다. 정사촌의 여인들이 모든 그랬던 것처럼.
“갈게. 윤경고모 만나야 해.”
“알아요. 나도 오늘은 가야 해요. 내일 외박하려면, 아무래도 오늘은 들어가야 할 듯해요.”
“조심히 들어가고 그럼 내일 봐.”
“네, 네? 아..그..그래요.”
갑작스럽게 부드럽게 대하는 내 태도에 놀랐던 것일까. 그녀는 보기에도 무척 행복해하고 있었다.
“아, 참. 이거요.”
그녀가 내민 것은 자동차의 넘버가 적힌 쪽지였다.
“주차장에 가시면 검정색 차를 찾으세요. 거기에 운전하는 사람이랑 함께 있을 거에요. 선물이에요. 서울 오실 때마다 그 차를 이용하세요. 그리고 거기 운전하는 사람, 아가씨에요, 특별히 뽑은. 당신이 원하는 일은 그 아가씨가 모두 해결해 줄 거에요. 잔심부름이든 뭐든. 그러니까 부담없이요, 내 마음이라고 생각해주세요.”
“고마워.”
그리고는 오피스텔을 나섰다. 지수는 정리를 마친 후 자신의 차로 따로 가겠다고 말했다. 주차장에 고급차들로 즐비했다. 중간 쯤 걸어갔을까. 지수가 말해준 차번호가 보였다. 그 앞에 다가섰다. 그러자 차문이 열리고 검정색 정장을 입은 긴 머리의 아가씨가 내렸다.
“최인설씨 되시죠? 이쪽으로 타세요.”
그녀가 뒷문을 열어주었다. 검정색 벤츠였다. 뒤에 앉자 차는 이내 출발했다. 이미 목적지를 알고 있는 듯 그런 것은 물어보지도 않았다. 포켓에 봉투 같은 것이 보였다. 꺼내서 열어보니 자동차키와 쪽지가 들어 있었다.
“이거, 당신 거에요. 이지수.”
어처구니가 없다기보다는 피식하는 웃음이 먼저 흘러 나왔다. 그녀라면 분명 그러고도 남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차를 정사촌으로 몰고 가진 않을 작정이었다. 그냥 여기 두고 여러 사람이 번갈아 쓰면 될 것 같았다. 희주선배도 정윤이도 좋아하지 않을까.
“안녕하세요, 저는 이현아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가 쪽지 하나를 내밀었고, 거기엔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서울에 계시는 동안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그리고 서울에 오시기 전에 미리 연락주시면 계시는 동안 언제나 대기하고 있을게요.”
다소 사무적인 말투였지만 목소리는 예뻤다.
“나 지금 당장 여자가 필요해.”
장난삼아 한 번 말해보았다. 흠칫하는 것 같더니 이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당장이요? 네. 알겠습니다. 호호.”
그러더니 갑자기 이리저리 차를 몰기 시작했고, 이내 어떤 으슥한 골목길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는 말릴 새도 없이 뒷좌석으로 건너왔다.
“하하, 갑자기 생각이 사라졌어. 그냥 가. 내일 부르지.”
그녀는 당황한 듯 잠시 눈을 흘기더니 이내 운전석으로 돌아갔고, 다시 호텔로 향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호텔에 도착했다. 그녀가 나에게 키를 건네주려 하자 손을 저었다.
“그냥 현아씨가 가지고 있어요. 나도 하나 더 있으니깐. 내가 서울에 없을 땐 현아씨가 쓰세요. 내일 필요하면 전화하지요. 잘 가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편히 쉬세요.”
그렇게 그녀를 보내고 곧장 스위트 룸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