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이모 그리고 그녀와의 결혼 (7-5)
윤경고모가 전화를 받았지만, 목소리가 낮았다. 이따 전화하겠다면서 급하게 먼저 끊었다. 아마 마지막 정리 작업을 하는 것 같았고, 시댁에 있는 것도 같았다. 오늘은 올 수 없을 것 같았다. 지수 역시 지방 출장이라고 했는데, 괜히 현아를 보낸 것 같았다. 그렇다고 다시 전화해서 바로 오라고 하는 것도 내 꼴이 조금 우스워질 것 같았다.
‘그래, 현아는 이따 밤에 불러서 함께 자면 되겠네.’
그렇게 생각하고 외출 준비를 했다. 오랜만에 혼자서 거리를 걸어볼 참이었다. 인사동이며 청계천이며 황학동 같은 곳에 들렀다. 몇 개의 선물을 준비해서 지은이모랑 혜경이, 영혜이모, 숙자어머니 등 빠짐없이 챙겨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나는 모두에게서 받기만 했지 준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작지만 그래도 한 사람 한 사람 씩 챙길 수 있다는 게 또한 행복하기도 했다. 그렇게 구경을 마친 후 호텔로 돌아왔다. 깜짝 놀랐다. 희주선배와 정윤이가 벌써 와 있었던 것이다.
“아니, 내일 오라 그랬잖아?”
“어, 그러려고 했는데, 어차피 둘 다 오늘은 할 일도 별로 없고, 내일 새벽부터 부산떨기도 싫고, 그래서 그냥 미리 올라와버렸어. 호호. 왜, 우리 오니깐 안 좋아?”
“안 좋긴,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렇지. 저녁은 먹었고?”
“인설씨, 배 고파. 점심도 안 먹었어.”
희주선배와 정윤이가 번갈아 가며 대답했다. 그녀들의 표정은 아주 밝았다. 룸서비스를 불러 저녁을 시켰고, 셋이서 와인과 곁들어 수다를 떨며 행복한 저녁을 마쳤다. 그 사이 현아의 존재는 잊혀지고 있었다. 저녁식사 후 우리는 다시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나란히 앉았다. 정윤이가 과일을 깎았고, 위스키 한 모금씩 홀짝이면서 내일 있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근데, 어떤 화가래? 우리도 아는 사람이야?”(희주)
“나도 잘 몰라. 윤경고모 알지? 윤경고모 친구가 그쪽에 좀 인맥이 있나 봐. 어제 부탁했더니 바로 약속 잡아주네. 내일 잘 해. 후후. 물론 잘 하지 않아도 아마 그쪽에서 잘해주겠지만...”
“무슨 말이야?”(희주)
“아니, 별 뜻은 아니고, 앞으로 잘 될 거라고, 둘 다. 화가로서. 쿡. 둘이 잘 되면 나 잊을 거지? 큭큭.”
“별 말씀을 다 하시네, 인설씨. 우리가 어찌 인설씨를 잊겠어요? 호호.”(정윤)
“아냐 아냐, 아무래도 중앙으로 진출하면 정사촌을 떠날 것 같은데.”
“나는 절대 거기 안 떠나. 설령 화가로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도 거길 떠날 생각없어.”(희주)
갑작스런 저음에 나와 정윤이는 깜짝 놀랬다. 희주선배의 표정은 자못 비장해보였다. 절대 정사촌을 떠날 수 없다는 의지가 완강하게 느껴져 왔다.
“왜 그리 심각하게 말하고 그래? 장난이잖아, 장난.”(정윤)
“그려, 나도 장난인데, 희주선배 무섭네. 후후.”
그제야 비로소 웃기 시작하는 희주선배였다. 그렇게 단란한 저녁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때 문자가 왔다.
‘저 언제 가면 되나요? 아직이신가요?’
현아, 그녀였다. 이 시간에 이렇게 문자가 왔다면 틀림없이 호텔 근처에 있을 것이다. 그 사이 까마득하게 그녀를 잊고 있었다. 희주선배와 정윤이가 동시에 나를 쳐다보았다. 별 일 아니라는 듯 씨익 웃어주고는 곧바로 문자를 보내려 했다. 순간 통화가 나을 듯 싶었다. 그래도 계속 기다린 듯한 그녀에게는 문자보다는 통화가 훨씬 더 나을 것 같았다.
“현아? 미안해요. 갑작스럽게 호텔에 손님들이 찾아와서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다들 내일 함께 미팅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이라서요.”
“아, 네.”
현아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그런 목소리 나도 잘 안다. 어떤 기대가 사라졌을 때의 그 허무함에서 비롯하는 그런 목소리. 미안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별 도리가 없었다. 둘을 무시하고 잠시 나갔다 올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분위기로서는 그것마저도 불가능해 보였다.
“아, 내일 오후 3시에 호텔로 와요. 그때쯤이면 시간 충분하겠네.”
“저...정말요? 3시오?”
거듭 확인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한층 밝아져 있었다.
“그래요. 낼 3시면 미팅하러 떠날 테니 그땐 여기 혼자 있을게. 그때 와요.”
“네. 그럼 내일 뵐게요. 안녕히 계세요.”
그제야 현아의 목소리도 안정을 찾은 것 같았다. 미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낼 약속으로 어느 정도 기분을 씻어낼 수 있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희주선배와 정윤이는 여전히 수다를 떨고 있었고, 위스키는 어느새 반쯤 비어 있었다.
“오늘은 둘이 침실로 가서 자요. 내가 여기 소파에서 잘 테니.”
“우리가 괜히 먼저 와서 인설씨 잠자리 뺏었나봐. 미안해서 어쩌지?”
“상관 말고 편하게 자요.”
그렇게 주섬거리며 테이블을 치웠고, 이내 둘은 침실 쪽으로 사라졌다. 웅얼거리는 TV 소리와 간간히 들려오는 물소리만 룸 안을 채우고 있었다. 나 역시 간단히 샤워를 마친 후 소파에 기다랗게 누웠다. 오늘 밤은 기대해 볼 수 없었다. 희주선배와 함께 하고 싶었지만, 정윤이가 있었다. 그래도 굳이 내가 희주선배를 이끌고 침실로 들어간다면 정윤이도 인정할 것이다. 정윤은 우리의 관계 이상을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만약 정윤이와도 관계를 갖지 않았었다면 가능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정윤이와 관계를 나누었고, 희주선배는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둘 중 누구와도 관계를 맺을 수 없었다. 게다가 당분간은 비밀로 하자던 정윤이 스스로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머릿속은 이내 현아를 상상하고 있었다. ‘아까 한 번 더 안아줄걸.’이라는 아쉬움이 떠나질 않았다. 그렇게 상상하다가 어느 순간 잠이 들고 말았다.
잠결에 아래쪽에서 부드러우면서 감미로운 감촉이 느껴져 왔다. 꿈이려니 했다. 비록 꿈이려니 했어도 그 느낌만큼은 정말 현실에서처럼 생생했다.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그 느낌은 꽤나 훌륭했었기 때문이었다. 한 동안 그렇게 그 느낌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보드라운 여체가 만져지기 시작했다. 봉긋한 젖가슴이었다. 희주선배와 닮았다. 아니 희주선배려니 했다. 내가 지금 희주선배와 꿈에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좋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언가 육중한 무게가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래쪽 물건은 어떤 동굴로 사라져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꿈이 지나쳐 가위가 눌렸다고 생각했다. 힘겹게 눈을 뜨려 애썼고, 팔을 휘저으려 애썼다. 그러다가 문득 눈을 떴다.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꿈이라 여겼던 내 몸의 느낌들은 모두 현실이었다. 어느새 내 몸 위엔 어떤 여인이 있었고, 그녀의 보지 안에 내 자지가 들어가 있었다. 서툴지만 약간의 움직임도 있었다. 동그랗게 떠진 내 눈에 비친 그녀는 희주선배가 아니었다. 그리고 정윤이도 아니었다. 그녀는 이현아, 바로 그녀였다. 놀란 내 얼굴에 그녀가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듯이 말이다. 그리곤 귓가에 조그맣게 속삭였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집에 있다가 그냥 이렇게 달려 나와 버렸어요.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제발 한 번만 안아주세요.”
“......”
“욕해도 좋아요. 그저 한 번만 안아주세요.”
언뜻 눈가에 물기가 비쳤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뒷머리를 곱게 안아 쓸어주었다. 허락의 표시였다. 그러나 그녀에게 속삭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침실에 손님 있어.”
고개를 끄덕이는 현아. 그러면서 행복한 듯 미소 지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아까 잠들 때 상상했던 그 몸이었다. 그 젖가슴이었다. 봉긋함보다는 훨씬 더 커다란, 그러면서도 탱탱함을 간직한, 스물 한 살의 아가씨였고, 그런 여체였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올 뻔했다. 내 위에 앉아 삽입한 채로 현아는 쑥스러운 듯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우지 않아도 좋은 것이다. 굳이 배우지 않아도 본능인 것이다. 그랬다. 많은 경험을 갖고 있지 않은 현아였지만, 스스로 그렇게 터득해가고 있었다. 일부러 나는 내 허리를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질 안에 나의 자지가 천천히 각인되길 바랐다. 그녀도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아니 몰랐을 것이다. 조용히 눈을 감고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엉덩이를 움직이면서, 그녀는 스스로 자신 안의 또 다른 자신을 찾고 있는 듯 했다.
얼마쯤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야 그녀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리는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고, 높아져 가기 시작했다. 재빨리 손을 들어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상체를 내 가슴 쪽으로 내려 얼굴을 묻었다. 자신의 소리를 감추고 싶었던 것이다. 그때가 되어서야 나는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신음소리는 내 가슴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룸에서는 또 다른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물과 물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 몸과 몸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 그런 소리들이었다. 그렇다고 그 소리를 멈추기 위해 이제 와서 허리의 움직임을 멈출 수는 없었다. 현아는 이미 온몸을 떨고 있었다. 그렇게 떠는 몸을 나에게 완전하게 맡기고 있었다.
현아의 엉덩이가, 아니 보지가 멀어져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신 따뜻한 액체가 내 물건 위로 더 많이 쏟아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얼굴을 든 현아는 눈물범벅이었다. 그리고 그 얼굴로 내게 키스를 청해 왔고, 조그맣게 벌려진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과 합쳐지는 순간, 현아는 무너졌다.
이제까지 나는 무너지는 순간만큼 더욱 더 강하게 조여 오는 여체만 보았었다. 그런데 현아는 멀어지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방어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멀어지려는 움직임은 오히려 그녀 스스로 그녀의 절정 너머의 또 다른 절정을 결코 맛보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 나는 조금 남아 있었다.
멀어져가는 그녀의 엉덩이를 두 손을 꽉 잡고 다시 내게로 밀착시켰다. 그와 동시에 허리를 세게 들어 올렸다. 무너져가던 현아의 입에서 얕은 비명 소리 같은 것이 흘러나왔다. 방금 전의 무너짐과는 다른 무너짐이 또 다시 현아의 육체를 덮치고 있었다. 분명히 그것을 나도 느낄 수 있었다. 두어 차례의 거센 허리 움직임만으로도 현아는, 아니 그녀 속의 또 다른 현아가 또 다른 무너짐을 준비하고 있었다.
현아는 무섭게 떨고 있었다. 비명도 신음소리도 없었다. 숨소리마저 사라져가고 있었다. 대신 그렇게 내 몸 위에서 무섭게 떨고 있었다. 그 떨림은 상체만이 아닌 하체에서도 분명히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떨림으로 나 역시 사정할 수 있었다. 울컥거리며 밀려가는 내 정액은 그녀의 질 벽에 닿을 때마다 육체의 떨림과는 다른 움찔거림을 그녀에게서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한 동안 그녀는 죽은 듯 무너져 있었다. 한참을 등을 쓸어주며 머리카락을 매만져준 후에야 비로소 정신을 수습했다. 다행히 화장은 이미 지웠던 것일까, 눈물 자국으로 범벅인 얼굴에 화장기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미소도 아닌 뭔가 야릇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 이런 느낌이군요. 죽을 때 이런 느낌인가요? 결코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이런 느낌, 무섭고 두려우면서도 다시 느끼고 싶은 이런 느낌. 휴.”
현아는 대답할 필요 없는 그런 질문을 아니 자문을 하고 있었다. 나는 말없이 그냥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갑자기 그녀가 내 볼에 뽀뽀를 했다. 귀여웠다. 그리곤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저, 앞으로 지킬 건 지킬게요. 허락 없인 절대 오늘 같은 일처럼 제가 먼저 나서는 일은 없을 거에요. 대신 오늘 일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감사해요. 하지만 언제든, 연락....기...기다릴게요.”
살짝 안아주었다. 그리고 방문으로 데려가 문을 열어주었고, 그녀는 둥지를 떠나는 한 마리 새 마냥 그렇게 조용히 날아가고 있었다. 자꾸 뒤돌아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녀가 복도 끝 엘리베이터에 사라지는 순간까지 나 역시 말없는 눈길로 배웅하고 있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문을 잠그고 돌아선 순간, 흐릿한 그림자 하나를 언뜻 보았고, 침실 문이 조용히 닫히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룸 안이 분주했다. 눈을 떠보니 그녀들은 벌써 일어나서 부산을 떨고 있었다. 여자들의 하루 준비였다.
“나, 머리하고 올게. 아무래도 이따 미팅 때 신경 쓰여서, 한 지가 오래됐거든. 희주야 같이 가자.”
“아냐, 난 괜찮아. 그냥 이대로 갈래. 어여 갔다 와.”
그런 대화가 오가고 정윤이가 나갔다. 나는 그때까지 소파에 누워 눈만 뜨고 아침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희주선배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한참 동안 나를 내려다보았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보였지만, 말을 하진 않았다.
“왜요?”
순간 어제 새벽 희뭇한 그림자의 주인이 희주선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희주선배가 손을 뻗어 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여전히 말없이 등을 떠밀어 욕실로 향하게 했다. 다짜고짜 내 옷을 벗겨냈고, 그리고 그녀의 옷도 벗어버렸다. 샤워기를 틀어 내게 들이밀었고, 그 사이 거품을 내어 구석구석 닦아주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영문이람.’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 무렵 샤워를 끝낸 그녀가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손을 잡고 침대로 이끌었다. 침대는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 한 가운데로 나를 밀어 눕혔다. 그리고는 대뜸 내 몸 위로 올라왔다.
“안아줘. 안고 싶었어. 너무 보고 싶었어.”
희주선배는 갑작스럽게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이내 자신의 얼굴을 내 하체에 묻었다. 그녀의 입을 받아들이면서, 그녀의 머리를 잡고 움직이면서도 나는 아직 영문을 몰랐다. 그녀의 움직임은 평소와는 분명 달랐다.
‘어젯밤 일을 알아서 이러는 걸까? 아님, 정말 하고 싶어서 이러는 걸까?’
갖가지 생각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으니 몸이 제대로 반응할 리 없었다. 그런 몸을 희주선배는 부지런히 탐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 역시 이내 그런 생각을 지어버렸다. 생각해봐야 골치만 아플 뿐이었고,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갑자기 자지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희주선배도 그제야 만족한 듯 얼굴을 들고 미소를 보내 주었다.
희주선배의 다리를 찾았다. 이내 두 다리가 내 얼굴 쪽으로 다가왔고, 그 사이 그녀의 보지가 내 입술로 앉았다. 서로 그렇게 탐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서로 나눠먹는 양 게걸스럽게 우리는 서로의 탐하고 있었다.
“아항..아항..넣어줘...넣어줄래?...이제..어..어서...으흡...”
그대로 희주선배의 엉덩이를 아래로 밀었고, 희주선배 역시 그 엉덩이 사이 계곡으로 내 물건을 삼켰다. 그리고 그렇게 앉은 채로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윽...하윽...흐으윽...하읍...아...다..당신...좋아..좋아요...”
이번에 내가 상체를 들어 앉았다. 희주선배는 자연스럽게 상체를 구부렸고, 그렇게 서로의 왕래는 계속되었다. 조금 더 상체를 들자 희주선배는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 희주선배는 단 한 번도 이런 체위를 허락한 적이 없었다. 뒤로 할 때면 언제나 침대에 납작하게 엎드렸고, 도그 체위는 결코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전에 윤경고모와 희주선배 이렇게 셋이 관계를 맺을 때 단 한 번 희주선배는 도그체위를 보여준 적은 있었다. 그래도 그때 역시 삽입은 허락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은 굳이 바닥에 찰싹 엎드리려 하지 않았다. 희주선배의 밑보지가 오늘은 정말이지 진가가 발휘된다고 여길 정도였다. 희주선배가 엉덩이를 움직여도 자지는 보지에서 빠져나오지 않았다. 신기했고, 또 신기할 정도로 색다른 느낌이었다. 한 없이 그 느낌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희주선배의 손이 뒤로 돌아왔고, 천천히 엉덩이를 움직이면서 내 자지를 빼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부여잡고 자신의 항문 쪽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허억. 애널, 설마 애널을?’
“인설아..오늘...오늘 허락할게..언젠가 내가 단 한 번도 허락하지 않는 그곳, 준비가 되면 허락한다고 그랬지? 오늘 허락할게. 너에게만 영원히 그곳 허락할게.”
“하..하지만....”
“괜찮아. 지금 나 충분히 행복해...그리고 앞으로도 행복할거구. 우리 마을에서도 정말이지 행복하게 영원히 살거구..그러니까 괜찮아...”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의 항문을 향해 계속해서 내 자지를 안내하고 있었다. 그녀의 엉덩이를 붙잡고 꿇어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삽입을 시도했다. 귀두 부분이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생각뿐이었다. 희주선배의 항문은 좀처럼 삽입을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약간 힘을 주었다. 그랬더니 뭔가 뚫리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정말로 귀두부분만 조금, 아주 조금 삽입되었다.
“헉. 아..으.으...”
아픔이 느껴지는 소리였다. 순간 삽입을 멈추었다. 희주선배는 아픔마저 감내하고 있었다. 신음소리를 감추는 것으로 최대한 나를 배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희주선배가 말했다.
“아. 자..잠깐만..잠깐만...”
역시나 무리인가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행동은 달랐다. 잠깐 일어서더니 자신의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왔다. 병에 든 것은 젤이었고, 작은 은빛 포장지에 싸여 있는 것은 콘돔이었다.
“이거 먼저 발라. 그리고 콘돔도 하구.”
“콘돔은 왜?”
“더러울 수 있잖아. 혹시나 해서, 자기에게 더러운 거 묻히긴 싫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런 배려가 그런 세심한 배려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나오는 것인지,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었다.
“나 희주선배에게 그런 거 생각한 적 없어. 내겐 순수함의 결정체야, 희주선배가. 그러니까 그런 거 필요없어.”
잠자코 듣고 있던 희주선배의 눈가가 촉촉해지는 듯 보였다. 그걸 감추기라도 하듯 내 손에 병을 쥐어준 그녀는 이내 다시 엎드려 엉덩이를 치켜 올렸다. 병을 열어 젤을 항문 주위에 바르려 했다. 그 순간 먼저 해야 할 일이 생각났다. 재빨리 얼굴을 그 가운데 묻고 항문을 혀로 핥아주었다. 그녀 스스로 더럽다고 생각되는 그곳이 결코 더러운 곳이 아닌, 내게 정말로 소중한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아흥..흐윽..흐윽...”
희주선배도 느끼고 있었다. 이젠 그녀의 신음소리만 들어도 그녀의 감정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젤을 발랐고, 손가락을 이용해 그녀의 항문을 벌려가기 시작했다. 다른 손으로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애무해주는 것도 잊지 앉았다. 그녀는 연신 엉덩이를 움직이며 반응을 보내오고 있었다. 손가락이 하나에서 두 개로 옮겨갈 때 쯤 그녀의 항문은 어느 정도 틈을 내어주고 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냥 조심스럽게 그곳에 자지를 가져다 댔고 살짝 삽입을 시작했다. 처음보다는 한결 수월했다. 한 번에 귀두 부분이 모두 삽입되었다.
“허억..으..으...아..아..퍼....으...음....”
순간 다시 뺄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대신 오히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더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그녀의 신음은 강렬해져 갔다. 강한 통증을 참아내는 듯한 그런 신음이었다. 자지의 밑부분까지 모두 삽입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들어가자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벽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그 지점에 이르러 나는 허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보지에 하는 것처럼 그런 왕래를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애액도 없었고, 뻑뻑했다. 그래서 내 스스로도 자지에 뻐근한 통증이 올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지 삽입한 채로 그 안에서 약간의 움직임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느낌은 참으로 색달랐다. 혜경이의 보지에서 느꼈던 그 느낌과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그것보다는 좀더 뻑뻑하고 강한 느낌이었다.
“흐윽..흐윽...아..아흡..아흡...흐윽..흐억..”
아까와는 다른 신음소리가 희주선배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 신음에 맞춰 나 역시 어느새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이렇게 빠른 절정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았다. 첫 경험 때 이후 처음인 것 같았다.
“아..나..싸요..싸요..”
“으흑.흐억..그..그래요..싸줘요..싸요...”
그렇게 나는 희주선배의 항문 안에 정액을 쏟아놓고 있었다. 그리고 한 번씩 쏟아내는 느낌이 들 때마다 희주선배는 점점 침대 위로 무너지고 있었다. 그렇게 사정이 끝나고 한참이 지나자 항문을 빠져 나오는 느낌은 한결 수월해졌다. 뭔가 막힌 구멍이 뻥하고 뚫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자지가 빠져나왔고, 이내 하얀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떨 땐 물방울처럼, 어떨 땐 거품처럼 그런 모습을 보이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처음인 거 알지?”
“네, 알아요. 고마워요, 진심으로.”
“아니, 내가 더 고마워. 나의 처음, 언제나 이렇게 지켜줄 거지?”
“그래요, 그럼요, 당연하고 말구요.”
희주선배의 입에선 새벽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사실 그녀가 아니었다. 우리를 훔쳐보고 있었던 그 그림자의 정체는 정윤이었다. 그리고 정윤이에게서 그런 사실을 들었던 것은 서울을 떠나 내려가던 기차에서였다. 물론 그 일이 우리들 관계에 어떤 악영향을 끼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그 밤의 정사를 목격한 이후로, 그리고 기차에서의 갑작스럽지만 짧은 정윤이와의 섹스 이후로, 정윤이의 정사촌 출입은 더욱 잦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