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이모 그리고 그녀와의 결혼 (8-1)
집으로 돌아오니 혜경이와 민주가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지은이모는 설지와 함께 낮잠에 들었다가 아직 일어나기 전이라고 했다. 그녀들에게 숙자어머님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빠짐없이 이야기해 주었다. 민주는 그런 이야기에 의외로 담담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기 시작했다.
며칠 전 그 집 어머니에게 문전박대 당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분명히 남자 친구가 집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집 어머니는 매몰차게 자신을 돌려 세우더라는 것이다. 그 뒤로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밤이 대면 그 집 근처에서 서성이다가 창밖으로 흘러나오는 이상한 신음소리와 중얼거리는 듯한 대화를 엿들어보았다고도 고백했다.
처음엔 누군가 아픈 줄로만 알았다가 모자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나서는 모든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충격적이긴 했지만, 어차피 인정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여기에 남아 있는 것은 남자친구와의 인연을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깨끗하게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그저 한 번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제 우리가 그 집 사정과 민주와의 사이를 알아 버린 이상, 이제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민주가 좀 안되어 보였던지, 갑자기 혜경이가 뜻밖의 고백을 해버렸다. 자신과 나의 사이, 그리고 그렇게 된 것이 자신의 엄마인 지은이모와 나로부터 시작이었고, 설지 또한 자신의 배다른 동생이자 딸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말해 버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민주는 담담했다.
사실 민주는 그런 관계에 대해 이미 짐작하고 있었고, 또 드나들면서 이미 그런 사실들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혜경이가 휴학하기 전까지 함께 기숙사 생활했던 룸메인데, 만약 혜경이가 정말로 임신했다면 자신이 몰랐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배도 나오지 않은 혜경이가 어떻게 한 두 달 만에 출산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까지 했다, 그리고 결혼까지.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그냥 모른 체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친과 관련된 그런 것들에 대한 인정이 조금은 수월했던 것일 지도 몰랐다.
혜경이가 술상을 차려왔다. 이모까지 합세해서 술자리는 밤늦도록 지속되었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가운데 점차 민주는 동화되기 시작했다. 술자리가 끝날 무렵 혜경이가 피크닉을 제안했다. 민주를 위로하고자 나름 생각해낸 깜짝 행사인 모양이다. 그랬다. 혜경인 누군가를 위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 첫 번째 수혜자라면 자신의 엄마와 내가 아니었던가. 지은이모는 설지 때문에 빠지겠다고 했고, 나와 혜경이 그리고 민주 이렇게 셋이서 함께 하기로 했다. 그날 안방은 혜경이와 민주에게 내어주었다.
다음 날. 우리는 함께 인근 유원지로 향했다. 평일이어서 그런 지 날씨는 좋았지만 사람들로 북적이지는 않았다. 아침 일찍부터 부산하게 준비한 음식을 꺼내 먹으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오후가 되자 잔디밭 커다란 나무 아래 돗자리를 폈다. 그리고 셋이 나란히 누워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민주는 어젯밤 이후 표정이 정말 밝아져 있었다.
그러다가 혜경이가 잠시 화장실 다녀오겠다고 일어섰다. 혜경이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느낀 것은 한참 후에 도착한 문자 때문이었다.
‘오빠 나 먼저 출발했어. 민주랑 천천히 있다가 와요. 민주랑 어젯밤 침대에서 이야기 많이 했어. 그러니까 걱정말구 재밌게 시간 보내다 와, 늦게 와도 되니까는. 아, 민주 집으로 보내지 말고 함께 우리 집으로 다시 와야 해.’
갑자기 도착한 문자 한 통이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인상 쓰듯 그렇게 찌푸리며 문자를 읽고 있는 나를 민주는 걱정스럽다는 듯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민주에게도 문자가 한 통 도착했다. 아마 혜경이가 보낸 것이리라. 민주의 표정은 노을처럼 붉게 물들어져 가고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다 저물어갈 때까지 우리는 그렇게 말없이 누워만 있었다.
주섬주섬 갈 채비를 시작했다. 민주도 일어나서 말없이 그런 나를 도와주고 있었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유원지를 벗어나자마자 이어지는 강변길. 시원했다. 예전에는 이렇게 좋은 경치를 왜 그냥 지나쳤을까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노을을 받아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강물이 정말로 아름다웠다. 언제 지은이모와도 함께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내내 말이 없던 민주가 입을 열었다.
“오빠, 저기서 세워 봐요.”
갑작스러운 말에 브레이크를 밟는 발에도 잔뜩 힘이 들어갔다. 그렇게 세운 길가엔 온갖 색으로 치장된 아름다운 건물 하나가 서 있었다. 건물의 간판과 민주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민주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럼 아까 혜경이가 보낸 문자가 이런 것을 의미했을까. 차마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시 차를 움직였다. 순간 민주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차를 다시 도로로 진입시키지 않고 천천히 그 건물의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구석진 곳에 주차할 때까지도 여전히 민주는 말이 없었다. 시동을 껐다. 그제야 민주가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눈동자가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민주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에 포갰다. 그리고 살며시 잡아주었다.
차문을 열고 내리자 민주 또한 함께 내렸다. 그리고 조용히 내 옆으로 다가와 섰다. 그렇게 다시 우리는 손을 잡고 건물 안쪽으로 향했다. 301호. 문을 열자마자 환하게 열린 커튼 사이로 황금색 강물이 펼쳐지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민주가 내 허리를 껴안고 안겨 왔다. 그것은 어떤 욕망의 표출이 아니었다. 그 몸짓은 뭔지 모를 부끄러움 같은 것을 밀어내고자 보이는 그런 몸짓이었다.
그런 민주의 턱을 위로 올렸다. 그윽하게 올려다보는 민주의 눈동자가 보였고, 이내 그 눈동자는 눈꺼풀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대신 조그맣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마저도 어서 덮어달라는 듯 입술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런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갰고, 이어 혀를 밀어 넣었다. 민주의 혀는 어디론가 숨기라도 하듯 이리저리 도망 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키스하며 민주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아직은 서툰 듯 쉽게 동조하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동조해야 하는 지를 아직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렇게 타이트한 하얀 색 티셔츠를 벗겨냈다. 그리고 그녀의 젖무덤을 가로막고 있는 하얀색 브래지어의 후크도 풀어냈다. 어깨 끈이 없었던 까닭일까. 벗겨진 브래지어는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고, 대신 그 자리엔 유난히 투명한, 그러면서도 아직 덜 자란 듯한 복숭아 두 개가 차지하고 있었다.
짧은 청치마였다. 지퍼를 열고서도 잘 내려가지 않는 그런 청치마였다. 민주는 여전히 나를 껴안은 채 키스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 그것이라도 하지 않으면 부끄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그런 의미인 것 같았다. 가까스로 치마를 벗겨 내렸다. 그리고 또 마지막 하얀 천 쪼가리까지 벗겨냈다. 그 동안에도 나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녀의 입술에서 입을 뗐지만 민주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아직은 환한 탓이었을까. 민주는 커튼을 쳐달라는 말도, 불을 꺼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눈만 꼭 감고 있었다. 그런 민주를 침대로 안내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눕혔다. 그러자 민주는 두 팔을 올려 자신의 유방을 하나씩 감추고 있었다. 아래는, 텅 비어 있었다.
그런 민주를 바라보며 나도 옷을 벗었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런 기척을 느꼈던지 민주의 몸을 아까와는 달리 무척이나 떨리고 있었다. 대뜸 그녀의 보지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흐윽.”
그 짧은 소리 한 번 뿐이었다. 그 뒤로는 낑낑거리는 듯한 강아지 소리 같은 가느다란 소리만 간간히 들려오고 있었다. 애써 참는 듯 그런 소리였다. 입술로 혀로 그녀의 보지를 핥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그때까지 숨겨져 있던 그녀의 분홍빛 구슬을 꺼내려 애썼다. 나왔구나 싶어 혀로 어루만지면 다시 들어가 버리고, 그렇게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른다.
그런 숨바꼭질이 다 끝난 후에야 민주의 입에선 드디어 커다랗게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것은 신음소리 뿐만이 아니었다. 내 입을 적시는 그녀의 애액이었다. 그때가 되어서야 나는 비로소 그녀의 몸 위로 입술을 옮겨가기 시작했다. 수풀을 쓰다듬다가 배꼽으로 그리고 젖무덤에서 노닐다가 그 꼭대기까지 입술로 품었다. 그 사이 내 자지는 그녀의 보지 주변을 연신 쪼아대고 있었다.
“흐윽..흐윽...아으으으..흐윽..흐응...”
“이제...들어갈게...”
“흐윽..흑..네...으흑....허억.”
삽입은 이제 시작이었다. 귀두 부분만 삽입되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민주의 입에선 통증을 보내기라도 하듯 그런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하긴, 그 부분만 삽입되었을 뿐이었지만, 내게도 뭔가 많이 뻑뻑하다는 느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혹시?’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후퇴 없이 끝까지 삽입하기 시작했다. 민주의 손이 내 등으로 얹히더니 뭔가가 할퀴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허어억...허억..조...조금만요...아..아파요...”
중간에 막힌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래서 뭔가를 찢거나 뚫는다는 그런 느낌도 없었다. 단지 조금 뻑뻑하다는 느낌만 연신 받았을 뿐이었다. 처녀를 간직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렇다고 실망하거나 뭐 그런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이 순간 중요한 것은 민주가 아프지 않게 하는 것이었고, 그러면서도 민주의 마음이 활짝 열리게 하는 것뿐이었다.
끝까지 삽입되자 이번엔 거칠게 움직이지 않고 그 안에서 조금씩 조금씩 힘만 주고 있었다. 민주 역시 아까와 같은 통증은 사라졌는지 지금은 훨씬 안정되어 있었고, 제법 자신의 엉덩이를 움직이기도 했다.
“흐읍..흐응...흐윽...아..아응..아..오빠...흐읍...”
천천히 그 신음소리에 맞춰 조금씩 더 움직이기 시작했고, 또 민주의 보지를 왕래하기 시작했다. 아까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느낌이었고, 물도 많아진 것처럼 느껴졌다. 민주의 엉덩이 또한 아까보다는 훨씬 더 강하게 그리고 빨리 움직이고 있었다.
“하응..아흥...아..오빠..이..이상해요...하읍..하으으응....”
이상한 건 오히려 나였다. 몇 번의 왕래를 거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사정이 임박해지고 있었다.
“미..민주야..헉헉..나..할 거 같애...헉헉...”
“아흑..오..오빠..그냥..해도..돼요...아흑..”
그 소리를 신호로 나는 참지 못하고 폭발해버렸다. 그 폭발의 와중에도 민주는 열심히 엉덩이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민주의 몸 위로 쓰러졌다. 민주는 아직이었다. 아니 처음부터 민주가 절정을 느끼게 하는 일은 힘들었을 것이다. 민주는 아직 절정을 몰랐다. 그건 민주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가까스로 민주의 몸에서 내려와 곁에 누웠다. 그리고 팔을 들어 민주를 안았다.
“오빠. 고마워.”
대뜸 고맙다는 말을 했다. 뭐가 고맙다는 건지. 그래도 그녀가 사랑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민주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오빠, 나 실은 처음이야.”
“처음?”
“네. 남자는 처음이요.”
“저..정말?”
“네, 정말로 처음. 근데 피가 안 나와 이상해요? 안 나올 거에요. 전에 나왔거든.”
이해하기 힘든 말들이 흘러나왔다. 처음이었으면 처녀막이 있었을 것이고, 처녀막이 찢겼다면 분명 흔적이라도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 흔적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처음인데, 전에 나왔다는 말은 도대체가 이해되질 않았다.
“오빠, 실은 나 동성애자는 아니지만, 이미 관계한 적 있어. 남자처럼 그걸로 삽입한 적은 없지만, 그때 처녀를 잃었어. 홀가분할 것 같았거든.”
그제야 비로소 상황이 이해되었다. 남자와 섹스를 한 적은 없지만 다른 여자와 비슷한 관계를 가졌고, 그때 처녀막이 파열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처녀막에 대한 부담을 지우고 싶었던 생각이 있었지만, 남자는 무서웠고, 그래서 다른 여자를 선택한 모양이었다. 물론 선택이 아닌 자연스런 상황에서 이루어졌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자신의 첫 경험을 만든 모양이었다.
민주의 고백은 계속되고 있었다. 아랫마을 사는 그 남자친구 부탁했던 성적인 관계를 모두 거부했다는 고백이었다. 단지 만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너무 빠른 거 같아서가 표면적인 이유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남친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관계를 인정받은 후에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남친은 참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군대 가기 며칠 전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가 술기운에 모텔까지 함께 갔지만, 그 남자가 샤워하는 사이 다시 나와 버렸다고 말했다. 그때 남친을 사랑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이렇게까지 그 남자를 변하게 할 줄 몰랐고, 그 전이든 그 후든 엄마와 그런 관계가 되어버린 것도 마치 자신의 책임일 것 같은 죄책감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기도 했다.
다행이다 싶었다. 말이라도 민주는 그 모든 것이 나와 혜경이 덕분이라며 고마워하고 있었다. 사실 어젯밤 침대에서 혜경이가 오늘 일을 먼저 제안했다고 했다. 처음엔 어떻게 친구 남편과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펄쩍펄쩍 뛰면서 자신이 먼저 반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혜경인 담담했다고 전했다.
혜경이는 나의 존재에 대해 정말 사랑하는 남편이면서 오빠이면서, 그러면서 아빠이기도 한 그런 남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그래서 자신을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배신할 수도 없는 그런 존재일 것이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민주 또한 혜경이의 또 다른 사랑이라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담담히 오늘 일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혜경이의 성격이라면 즉석에서 생각한 일이 아니었을 터였다. 혜경이라면 적어도 몇 날 며칠 동안을 그렇게 고민해서 내린 결론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혜경이의 생각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고, 옳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내왔던 것이다. 혜경이는 민주의 상처받은 마음이 나에게서 충분히 위안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혜경이는 민주를 돌려보내지 말고, 집에 함께 돌아오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냥 보내버리면 그건 치유가 아닐 것이므로. 앞으로 민주는 며칠 더 우리 집에서 머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민주의 웃음이 다시 예전 그대로 돌아간다면 그때야 혜경이는 비로소 민주를 돌려보낼 것이다.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민주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문득 혜경이가 생각난다. 혜경이는 아마 집에서 또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혜경이를 그리고 지은이모를 포기할 수 없는, 그리고 생의 마지막까지도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이유들이다. 그리고 사랑일 것이다.
벌써 날은 어둑해져 있었다. 샤워하는 것도 있고, 부랴부랴 웃으면서 옷을 챙겨 입고는 그 모텔을 빠져 나왔다. 빨갛게 불이 켜진 모텔 간판에는 공교롭게도 ‘러브라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지은이모와 혜경이가 나란히 서서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혜경이가 지은이모에게 자초지종을 말하지 않았더라도 지은이모는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 함께 간 피크닉에서 먼저 들어온 혜경이, 그리고 나중에 나란히 들어오는 나와 민주. 그러나 지은이모의 표정은 여전히 환했고,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