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이모 그리고 그녀와의 결혼 (9-1)
혜경이가 집을 떠나 시내에 살게 된 것도 벌써 두 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약속대로 가끔 들리기는 했지만 전처럼 그렇게 살갑게 대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안 보면 멀어진다는 그런 말이 새삼 느껴지는 나날들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민주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빠, 내일 집에 잠깐 들러주실래요?’
그저 일상적인 문자인 줄로만 알았다. 다음날 찾아간 혜경이의 집에는 민주만 있었다. 혜경인 과 선후배들과 엠티에 갔으며, 모레나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런데 혜경인 내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하기는 어쩌면 그렇게 학교생활을 즐기라고 시내로 보낸 까닭이기도 했기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민주는 별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점심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 행동이 유독 조심스럽다고 생각했다. 그저 둘이만 있었던 시간이 오랜 만이라서 그런 것으로만 여겼다. 그리고 함께 점심을 마칠 때까지도 민주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다.
나도 편했다. 오랜 만에 가져보는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생각해보면 거의 날마다 나는 여인들과 함께 있었다. 어느 경우엔 한꺼번에 몇 명의 여자와도 하루를 나눠보낸 적도 많았었다. 그런 시간들을 벗어나 이렇게 홀로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았다.
물론 곁에 민주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 민주와 함께 밤을 보내게 되리라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민주뿐이었다. 그리고 민주가 싫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기에 이런 한가한 오후가 너무나 행복하게만 느껴졌다.
“민주야, 우리 오랜 만에 쇼핑할까? 너 필요한 거 있을 거 아냐, 그치? 나갔다 오자.”
“저..정말?”
나의 제안에 순간 펄쩍 뛸 정도로 좋아했던 민주가 이내 시무룩해지고 있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는 제 방으로 달려가 버렸다. 무슨 영문인지 도대체 알 길이 없었다. 잠시 후 슬며시 민주의 방으로 향했다.
민주는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그 어깨, 유독 가녀렸고 애처로워 보였다. 남자 친구의 문제라면 이미 해결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마 미처 해결하지 못하고 남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해결해주고 싶었다.
“민주야, 왜 그래? 남자 친구가 속 썩이니?”
“.......”
“민주야, 말해봐. 괜찮아. 이제 나도 네 오빠잖아, 그치, 그니까 어서 말해봐.”
“오..오빠..시..실은..나....”
“실은 뭐? 안 좋은 일 있어?”
“그게 아니라, 나, 이...임산했대. 어쩌면 좋아..흐흑...”
“뭐? 남자 친구랑? 얼마나 됐는데.”
“그게..9주라는데, 남자 친구 아니야, 그러니까...흐흑..”
“그..그럼, 설마?”
흐느끼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민주를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도대체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가끔 민주와 관계를 가질 때는 거의 빠짐없이 콘돔을 사용했었다. 그렇지 않은 때라면, 그때 피크닉 다녀오면서 들렀던 모텔에서의 섹스 외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 한 번이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9주째라면 대충 그때 무렵인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 민주에게는 나 외의 다른 남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틀림없었다. 갑자기 막막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라니, 혜경이도 아직 임신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먼저 민주라니. 그것도 민주는 이제 남자 친구까지 생겼는데, 정말 난감했다.
“오빠, 너무 걱정하지는 마. 나 아기 낳지 않을 거야. 죄인 줄은 알지만 어떻게 낳을 수 있겠어. 오빠랑 혜경이 사이를 절대 방해할 수 없어.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오빠. 나 조그만 더 이렇게 내 뱃속에 아이를 담고 있으면 안 될까? 그것만큼은 느껴보고 싶어. 오빠의 아기를 조금이나마 더 느껴보고 싶어.”
민주는 벌써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 힘들어 할 것이 뻔했다. 그냥 놓아두고 바라만보고 있을 수도 없었다. 마침 혜경이도 며칠 간 집을 비울 터였다. 민주에게 말했다.
“민주야, 오늘 오후 오빠가 민주 많이 안아줄게. 그리고 오후 늦게 쯤 오빠랑 함께 병원에 가자.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혜경이가 올 때까지 쭉 네 곁을 지킬게.”
민주는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런 민주를 뒤에서 살포시 안았고, 민주 역시 이내 몸을 돌려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렇게 한 동안 민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병원을 나서는 순간 내리쬐는 오후의 햇살이 너무나 가혹한 듯 그렇게 느껴졌다. 주차장에 세워진 차로 걸어오기까지 민주는 여전히 힘들어 했다. 너무나 가여웠다. 그런 민주를 부축하며 차에 태우고는 곧바로 집에 돌아왔다. 그때까지 민주는 여전히 흐느끼고 있었다.
이미 민주를 안겠다는 생각은 저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아니 그저 안아만 주고 있었다. 그렇게 민주의 곁에서 내내 떠나질 않고 그녀를 지키고자 애썼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았던지, 민주는 어느새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동틀 무렵 쯤이었다. 따뜻한 입술의 감촉이 얼굴에 닿고 있었고, 이어 가슴에 닿고 있었다. 가만히 눈을 떴다. 민주였다. 민주가 지금 나를 안고 내 몸 곳곳에 키스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왠지 그 키스는 어떤 달콤함이 아닌 진한 서글픔 같은 것이 더 많이 묻어있는 것만 같았다.
“미..민주야, 지금은 안 돼. 네 건강도 생각해야지.”
“알아, 오빠. 그냥 이렇게 오빠 몸만 만지는 것도 안 돼? 이렇게라도 오빠를 느끼고 싶단 말이야. 너무 허전해.”
차마 거부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저 그런 민주의 머리카락만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민주의 입술이 천천히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내 옷을 벗겨 내렸고, 그런 상황마저 참지 못하고 내 자지는 어느 새 불쑥 솟아있었다.
“그러고 보니 울 오빠 자지 잘 생겼네? 크크.”
“떽, 오빠 보고 못 하는 말이 없어.”
어느새 우린 그렇게 장난을 치고 있었고, 민주의 손은 내 자지를 흔들고 있었다. 이윽고 말을 멈춘 민주의 입으로 내 자지가 사라지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민주는 거의 오랄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딱히 그럴 상황도 없었거니와 그렇게 하자고 요구하지도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민주는 부드러웠다. 마치 자칫 세게라도 하면 상처받을까, 깨질까 그렇게 천천히 부드럽게 빨고 있었다. 간질 맛이라는 게 그런 느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의 입 안에서라면 그마저도 행복했다. 그리고 행복해하는 민주의 모습이었다.
“아..민주야, 오빠...싸...싼다...큭.”
갑작스런 방출을 참지 못했다. 내 말을 들었을 민주는 그래도 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움찔거리며 내 정액이 자신의 입 안으로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시 멈추었을 뿐 빼지는 않았다. 꿀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민주는 지금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모두 자신의 몸속으로 집어넣겠다는 양 그렇게 나의 정액을 모두 쓸어 마시고 있었다.
“오빠, 이렇게라도 오빠를 또 갖고 싶었어. 이젠 안 되다는 것도 잘 알지만 어쩔 수 없었어. 마음은 여전히 그대로인 거 같아. 그래도 오빠가 원하는 대로 최대한 노력해 볼게. 딱 한 가지만 더 부탁해도 돼?”
“뭔데, 민주야.”
“오빠, 나 있잖아, 그 사람 제대할 때까지만 오빠랑 함께 있으면 안 될까? 날마다는 아니고, 그냥 오빠 보고 싶을 때 한 번씩 밖에서 만나주면 안 될까?”
“.....”
“정말이야. 딱 그때까지만, 약속할게.”
“그래, 그렇게 하자.”
별로 어려운 부탁은 아니었다. 하지만 민주가 영영 내 곁은 떠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 지가 조금 걱정스러웠을 뿐이었다. 민주라면 자신의 약속을 지키리라 그렇게 알고 있었음에도 왠지 불안했던 것이다. 민주는 뛸 듯이 기뻐하고 있었다. 그런 민주의 손을 붙잡고 끌어 당겨 안으며, ‘미안해, 고마워’만 연발했다. 정말 미안했다, 그때는.
그렇게 이틀을 민주와 함께 있었다. 비록 섹스는 하지 못했지만 우린 둘 다 너무 즐거워했다. 그리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혜경이가 돌아왔다. 나를 보자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민주가 나서서 잠깐 들렸다고 말하자 이내 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 상황이 너무 웃겼다. 나와 결혼한 사람은, 비록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 여자는 혜경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민주가 내 아내인 것처럼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혜경이가 자고 갈 거냐고 내게 물었지만, 나는 그냥 일이 있어 시내에 나왔다가 잠깐 들른 것이라고만 했다. 그리곤 이내 일어섰다
“오빠, 이번 주 토요일 날 집에 갈게. 그때 봐.”
혜경이의 말이었다. 알았다고 말하고 그 집을 나섰다. 생각난 김에 시내 정윤이의 작업실에 들러보기로 마음먹었다. 정윤인 여전히 그림에 빠져 있었다. 내가 들어선 줄도 모르고 자신의 그림만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 정윤이의 어깨를 살짝 쳤더니, 얼마나 놀랐으면 뒤로 넘어질 뻔한 걸 간신히 붙잡아 놓았다
“언제 왔어? 왔음 기척이라도 하지 그랬어. 놀랐잖아.”
“놀래키려고 온 거지. 뭐 잘못한 거 있어? 별나게 놀라네?”
“잘못은 무슨. 근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 누추한 곳에까지 손수 왕림하셨나이까?”
“아, 내가 누가 좀 보고 싶어 몸살이 날 지경이더이다. 그래서 잠깐 나와 보았나이다.”
“그러시옵니까? 보고 싶은 사람은 보셨나이까?”
“네, 지금 보고 있사옵니다.”
갑자기 그런 장난말을 하다가 정윤이가 내게 안겨왔고 이내 턱을 들어 입술을 부딪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다시 입술을 떼고는 왜 이제야 왔냐며, 거의 한 달만이라며 앙탈을 부리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게 귀엽지만 또한 섹시함을 간직한 정윤이기도 했다. 만약 정윤이를 처음 만났었다면 아마 나는 결혼하자 졸랐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정윤이의 육체를 나는 결코 잊을 수 없었다. 유난히 탐이 날만큼 하얀 두 개의 봉우리와 그 가운데 피어 있던 분홍빛 꽃술, 그리고 마치 그 꽃술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은 그녀의 클리토리스와 보지, 하얗다 못해 투명하다고까지 느꼈던 그녀의 허벅지, 그런 정윤의 육체를 나는 결코 잊을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이 나를 다시 흥분시키고 있었다. 사실 지난 삼일 간 민주와 함께 있으면서 섹스를 하지 못했었다. 물론 한 번 쯤 민주의 입속에서 사정하긴 했지만, 그녀와의 본격적인 섹스는 없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유난히 몰려 있었던 그 때의 내 모습이었다.
“정윤아, 나 오늘 너를 놓아주지 않을 거야.”
“후훗, 누구 맘대로. 그렇게 못 할걸. 왜냐고? 내가 놓아주지 않을 거니까.”
그렇게 주고받으며 우린 어느새 작업실 한켠에 놓인 간이침대로 다가갔고, 이어 그곳에 쓰러진 나를 발견했다. 그곳까지 가는 사이 우린 벌써 알몸이 되어 있었다. 서로 벗겨주고 스스로 벗으며 그렇게 그곳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이곳에선 그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서 좋다. 희주선배도 이곳엔 거의 오지 않는다. 이제 그 둘은 작업실을 따로 쓰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그 둘의 사이가 나빠진 것도 아니었고, 둘은 여전히 최고의 친구 사이였다. 그런 정윤의 작업실은 우리에겐 완벽한 또 하나의 작업실이기도 했던 것이다.
“나 여기 누가 먹었는지 아시나요?”
“누가 먹었대, 그 소중한 곳을. 어느 놈인지 몰라도 복 터졌네.”
“그러게 말이옵니다. 그 놈은 아주 행복할 거에요, 그치요, 서방님? 호호.”
“아, 그 놈 부러워 죽겠네. 아, 질투나. 큭큭.”
정윤이가 제 보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장난을 걸었다. 또 거기에 지지 않고 대꾸하는 나였다.
“혹시 그 구멍이 요 녀석을 원하지는 않나요? 큭큭.”
“무슨 말씀을요. 혹시 고 녀석이 여기 구멍을 찾고 싶어하지 않은가요? 호호.”
“에잉, 모르겠다.”
대번에 달려들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정윤의 다리를 벌렸고, 그 사이 드러난 그녀의 보지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몇 번 핥았을까, 그때 정윤의 두 다리가 다시 내 머리를 조여 왔고, 두 손이 내 머리를 붙잡았다. 기분 좋은 밀착감이었다. 숨이 막히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쉽게 떨어질 수도 없는 딱 그 중간만큼의 조임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정윤은 나를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나라기보다는 나의 몸을, 그리고 나의 섹스 스타일을 더 잘 알았을 것이다. 그녀는 내가 원하는 딱 그만큼까지 진행했고, 그리고 멈출 줄 알았으며, 딱 그만큼만 부끄러워했다. 그리고 그 부끄러움 뒤 남은 만큼만 과격했고, 적극적이었으며 열정적이었다.
“아..자기야..그래..거기..거기야..아...으..흑...”
정윤의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이내 몸을 숙여 나를 안으려 몸부림쳤다. 아마 이렇게 조금만 더 가면 정윤이는 뒤로 넘어갈 것이다. 정윤이의 절정은 항상 그런 순서였다. 갑자기 정윤이의 허벅지를 꼬집어보고 싶어졌다.
가까스로 손을 올려 정윤이의 허벅지를 쓸어보았다. 그러다가 살짝, 정말 살짝 그렇게 꼬집기 시작했다. 처음 느낀 감촉이었는지 정윤이의 움직임이 잠시 멈춰졌지만, 이내 다시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반응은 온몸에 이는 떨림이었다. 신음이 아닌 거친 숨소리가 대신 나오기 시작했고, 그 사이 내 머리를 조이던 허벅지에도 힘이 풀려 있었다. 대신 그 허벅지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정윤이는 마침내 뒤로 무너져 내렸다. 그랬다, 이제 정윤이도 자신의 절정을 즐길 줄 알았다. 그런 절정이 단 한 번만이 아니라는 것을 이젠 정윤이도 몸으로 알았다. 그래서 찾아오는 절정을 굳이 애써 참으려 하지 않았다. 지금의 정윤이는 그런 여자로 변해 있었다.
나는 이제 가만히 누워 있으면 되었다. 그렇게 눈을 감고 누워 있으면, 조금 뒤 정윤이의 보지가 내 자지를 삼킬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정윤이의 거친 숨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그리고 작업실은 잠시 적막이 차지하고 있었다.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잠깐 들렸다. 정윤이가 정신을 차렸다는 그런 신호였다. 그리고 이내 부드러운 정윤이의 손길이 느껴졌고, 그녀의 따뜻한 입김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녀는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빠짐없이 깊은 키스를 선사할 것이다. 첫 섹스 이후로 그런 과정은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사랑이 없다면 매번은 불가능할 정도로 정성스러운 그런 키스였다.
정윤이는 그런 키스를 한 번도 생략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정윤이의 키스에 길들여져 가고 있었다. 그래서 나 또한 그런 정윤이에게 온몸을 내맡겼고, 또한 나만의 느낌에 충실했다. 그러다가 사정을 해야 했다. 그리고 나서 둘의 몸이 합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정윤이는 공평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스스로 웃었던 적도 있었다. 자신이 먼저, 그리고 나, 그 다음엔 둘이 함께라는 것이다.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지만, 내 몸은 벌써 정윤이의 키스에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었고, 그런 격렬한 뒤척임을 정윤이도 알았던지, 그 순간 자신의 입 속으로 내 자지를 삼켜버렸다. 정윤이는 그럴 때마다 자신의 하얀 이를 사용했다.
입을 모두 벌리지 않고 살짝 벌려 이 사이로 내 자지를 끼웠다. 그리고 긁듯이 살살 오르내리곤 했다. 가끔씩 찾아오는 통증 속에 감추어진 묘한 느낌이 있었다. 그런 느낌은 금새 사정을 불러오기도 했었고, 그런 사실을 정윤이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정액이 분출되면 그제야 그녀는 이를 풀고 입술로 내 자지를 감싸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반응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반응을 하겠지만 사정은 참으리라 생각했다. 그때 자지에서 느낌이 몰려왔다. 얼른 정윤이의 머리를 밀쳐내고 자지를 빼냈다. 그러자 정윤이가 이상한 듯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애써 무시한 채 그대로 그녀를 엎드리게 만들었다.
예상치 못한 나의 행동에 정윤이가 잠시 놀란 듯 했지만, 이내 그 분위기에 적응하는 그녀이기도 했다. 재빨리 침대에서 이불을 내려 자신의 몸 아래로 깔아버린 정윤이였다. 그리고는 스스로 엉덩이를 올려주고 있었다. 채 올라오지도 않은 엉덩이를 붙잡고 그대로 삽입을 시도했다.
그녀의 보지는 어색하지 않았다. 마치 잘 맞는 나사처럼 그렇게 쑥쑥 삽입되고 있었다. 그런 갑작스런 삽입 또한 색다른 느낌이었는지 이내 정윤이의 엉덩이도 내 허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사정 직전에 잠깐 쉬었다가 다시 정윤의 보지 속으로 들어간 내 자지는 생각처럼 그렇게 오랜 시간을 버티지 못했다.
“아..정윤아..나...해...싸...싸....”
“그...그래..해..해줘..으흐헉...”
굳이 삽입된 자지를 빼지 안았고, 그대로 그녀의 질 안 구석으로 내 정액을 밀어넣고 있었다. 그녀 또한 밀려드는 정액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주고 있었다. 단지 그녀의 절정 전에 이루어진 나의 사정이 조금 미안할 뿐이었다.
정윤이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저 좋았던 척 그렇게 일부러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절정의 마지막에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은 나도 잘 알았다. 하지만 나 역시 모르는 척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어쩌면 우린 오늘 밤 함께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정윤이의 생각도 그러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린 작업실 바닥에 나란히 누웠다. 옷을 입을 생각도 하지 않았고, 정윤이의 보지에서 조금씩 흘러나오는 정액과 애액마저 닦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둘이 누워 마주보며 행복해하고 있었다. 그때 정윤이가 다시 말을 꺼냈다.
“인설씨, 있잖아..음...”
“뭔데? 말해 봐.”
“나..나랑 결혼해 줄래?”
청천벽력 같은, 아니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말이었다. 대답을 못하고 뻔히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호호, 놀라긴, 농담이야, 농담. 어쩌나 보려구.”
“놀라긴, 누가 놀랐다고 그래. 나도 정윤씨랑 결혼하는 상상해 봤는데, 뭘.”
나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농담이라도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그녀가 한 번 쯤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농담을 가장한 자신의 진심을 슬며시 꺼내본 것이라 여겼다. 그런 이유로 나 역시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상처받을 것 같아 염려되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농담이야, 실은 그게 아니고, 인설씨, 놀라지 마, 이번에 진짜야.”
“도대체 뭔데? 임신이라도 했대?”
순간 민주가 생각났다. 그래서 혹시 정윤이도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던 것이다.
“임신? 푸훗, 내가 얘야? 그런 것도 조절 못하게? 그게 아니고..”
“그럼 도대체 뭐야?”
“실은 희주 있잖아. 희주가...”
“희주가?”
“어, 며칠 전에 함께 포장마차에서 한 잔 했는데, 좀 취했었어. 그래서 데려다 주고 거기서 함께 잤는데, 그때 인설씨에 관해 무슨 말을 하더라.”
“무슨 말?”
“희주가, 희주가 말이야.”
“아참, 희주선배가 왜?”
“희주가 너랑 결혼하고 싶대.”
순간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 ‘쿵’하고 심장이 아예 떨어져버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너무 놀라지 마. 희주 가만히 보니까 아주 오래 전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 사람들 다 떠나도 자신만을 결코 정사촌을 떠나지 않겠다는 말은 인설씨도 들었잖아. 그때부터 그런 생각이었을지 몰라. 아니면 처음 인연을 갖으면서였는지도 모르고. 인설씨 생활이 지금 그러니까 아마 말하지 못하고 있지 않았을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생활을 하는 나랑 결혼하겠다는 것이 말이 돼? 내가 하자고 해도 싫다고 거절해야 할 사람이?”
그랬다. 나 역시 희주선배가 싫은 것을 결코 아니었다. 그녀와의 결혼 또한 상상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얽히고설킨 내 생활 속에서 희주선배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을 더 이상 없었다. 법적으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적어도 난 두 여자와 이미 결혼한 사이고, 또 다른 두 여자가 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희주는 인설씨 모든 걸 이해해. 그리고 인설씨의 모든 상황을 자신의 상황처럼 받아들일 각오까지 되어 있었어. 아니 이미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던데. 어차피 인설씨도 정식으로 결혼한 상황도 아니잖아. 또 언제까지 그분들과 살 수도 없을 것이고. 안 그래?”
“......”
머리가 혼란스러워지고 있었다. 도저히 누워있을 수만은 없을 것 같았다. 정윤에게도 옷을 내밀면서 술이나 한 잔 하자고 데리고 나갔다. 밖은 벌써 어두워져 있었다. 말없이 소주잔만 부딪치고 있었다. 그런 나를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는 정윤이었다.
“정윤씨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그날 우리 첫 섹스 하던 날, 정윤씨도 봤잖아. 나랑 숙자어머님이랑 그 관계. 그런데 이게 말이 돼?”
“나도 알아. 그리고 그거, 희주가 그렇게 만들어준 거라며? 그렇다면 뭐가 문제야? 어차피 결혼하면 이제 나와서 살게 될 텐데.”
“만약 나와서 산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말처럼 쉽게 떨어지겠어? 정리되겠냐구?
“하기 나름이겠지 뭐. 여하튼 난 몰라. 둘이 알아서 해. 나는 여기까지.”
그렇게 정윤이는 말문을 닫았다. 만약 희주선배가 아닌 정윤이었다면 또 혹시 몰랐다. 그런데 희주선배였다. 희주선배여서 이렇게 새삼 고민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조금 생각이 정리되면 희주선배를 만나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그날은 다시 정윤이와 함께 보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