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화 온천에서 아저씨의 마사지
"그만 일어나라......"
누군가가 상냥하게 어깨를 흔들었다.
"일어나라, 이미 해뜬지 오래다."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슬며시 눈을 뜨니 유에라의 사랑스러운 얼굴이 보였다. 나는 잠이 덜 깬 멍한 머리로 그녀를 불렀다.
"유에라......?"
"그래, 나다"
유에라는 팔베개를 한 채로, 내 바로 옆자리에 누워있었다. 조금 날카로운 큰 눈이, 기쁜듯이 눈웃음 지었다.
"후훗, 벌써 아침이다."
유에라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아무래도 나랑 같이 자고 있었던 듯 했다.
"좋은 아침, 유에라."
"아아, 좋은 아침."
내가 아침 인사를 하자, 유에라도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아침 인사를 했다.
"......"
멍하니 유에라를 바라보고 있자니, 유에라가 조금 부끄러운 듯이 가슴을 이불로 가렸다. 유에라는 알몸이었다.
"잘 잤나?"
"응. 푹 잤어."
유에라는 고개를 숙이고는, 긴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살살 간질이며 물어왔다. 깊이 잠들었던 듯 했다. 내는 어제 언제 잠이 들었는지 기억 나지 않았다.
"...... 나, 어제는 피곤했나봐."
나는 어제의 결투를 떠올렸다. 사람을 둘이나 죽였었다. 신경이 곤두서있던 것을 몸이 멀쩡한 것으로 착각했을 뿐, 실제로는 굉장히 피곤했던 것이 분명했다.
"......"
그보다, 실수 했다. 나는 아저씨의 마사지를 본 후에 아마도 그대로 잠들어 버린 것 같았다. 유에라와 아저씨가 목욕탕으로 향한 이후의 기억이 전혀 없었다.
"......그렇겠지. 나를 걸고 결투를 해줬었으니까."
내 목소리를 들으며, 유에라가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가녀린 뺨을 내 가슴에 대고 찰싹 달라붙어 왔다. 유에라의 기분 좋은 무게와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어제의 넌 정말 멋졌다."
유에라는 눈을 감은 채 말했다. 그리고는 내 목에 팔을 감으며, 꽉 안겨 왔다.
"뭘. 유에라를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나도 유에라에게 팔을 둘러서 껴안았다. 시야에는 유에라의 흑발이 흐트러졌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름답고 새까만 머리카락. 유에라를 지켜줄 수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
나는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벽의 한쪽에 모아진 커튼과 텅 빈 작은 침대가 보였다. 어제의 마사지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아저씨가 이동시켰던 침대도, 칸막이용의 커튼도 원상태로 돌아가 있었다.
"나를 지켜줘서, 고맙다."
"......응."
유에라는 언제나 상냥하지만, '그런 일'을 한 다음날 아침에는 더욱 상냥했다.
"......"
유에라는 내가 잠든 후에, 침대로 들어온 거구나. 어제 두 사람은 욕탕에서 어떻게 되버린 걸까?
그 뒤에 둘이서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에 있는 아저씨를 불러 룸서비스로 모닝 커피를 시켰다.
"커피 나왔습니다."
"고마워"
아저씨는 쟁반에 커피잔을 올려놓고, 문을 요령있게 열고 들어왔다. 오늘 아침도 어제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의 충실한 심복같은 표정이였다.
"어젯밤은 잘 주무셨습니까?"
아저씨는 커피잔을 비치되어 있는 테이블에 두면서 씨익 웃었다. 오늘도 역시 멋진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 아침까지 푹 잤어. 아저씨의 약탕 덕분이야."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저도 만족스럽습니다."
아저씨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당연히 만족스럽겠지, 아저씨도 함께 즐겼으니까 말이야.
"커피 드시죠."
"아아"
아저씨가 커피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면서 하는 말에, 유에라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마치 아저씨의 마사지를 받았던 일 따위는 없었다는 듯한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둘 다 능글맞구만.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이 세계에도 커피가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신맛이 강한 쪽을 좋아하긴 하지만, 맛은 그다지 따지지 않았다. 커피라면 인스턴트라도 다 좋았다.
그 후,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리볼버를 손질했다. 어제 결투에서 사용한 후의 상태 그대로였다. 사실 총은 사용한 후 바로 정비해 주는게 철칙이긴 하지만......
나는 리볼버를 빤히 바라보았다. 내가 태어난 세계의, 콜트 사의 파이톤과 매우 흡사했다. 구경은 9.1mm .357 매그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리볼버라고 불린 그 모델이다.
왼손으로 총열을 잡고 오른손으로 실린더 래치를 당겼다. 총을 흔들어 실린더를 내쪽으로 빼내고, 왼손을 떼고 총구를 위로 향했다.실탄 네 발과 탄피 두 개가 차르륵 빠져나왔다.
창문쪽으로 돌려 총구로부터 총신 안을 들여다보니, 빛이 들어가며 잘 보였다. 총신 안에 희미한 얼룩이 있었다. 이 세계의 총은, 화약과 비슷한 '뭔가'를 쓰는데도 이렇네......
나는 기다랗게 짜인 천으로 된 청소 키트를 꺼내서, 오일을 스며들게 한 뒤 총신을 닦아냈다.
다시 한 번 총신의 안쪽을 들여다보자, 아름다운 강선이 빛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갑자기 깨달았다. 유에라가 컵과 컵받침을 든 채 침대 옆에 서있었다. 말없이 빤히 내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보고 있는게 재밌어?"
"아아, 재미있다."
이런식으로 말해주니까, 정말로 기뻣다. 보통, 여자들은 이런 일에 전혀 흥미 없어했다.
천에 기름을 적셔서 금속 부분을 닦고, 좁은 곳까지 정성들여 얼룩을 제거했다. 그립의 나무로 된 부분은, 목재용의 다른 오일을 사용하여 닦았다.
나는 총의 손질은 거르지 않는 주의였다. 닦아서 먼지나 오물등을 제때 빼내지 않으면, 총의 상태가 나빠져 버린다.
게다가, 물기가 많은 장소 같은데에서 사용한 뒤 방심하면, 총신에 바로 녹이 슬어버릴 수도 있었다. 방수 가공이 된 시커먼 건 블루(Gun blue)와는 다른, 이 선명한 푸른색의 금속이 녹이 슬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즐거워 보이는군."
유에라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보여?"
"아아, 그렇다"
생각지도 못했었다. 나는 지금 즐거운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았다.
"......모르겠어."
정비가 즐겁다는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전에 있던 세계에서의 습관이야."
귀찮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사냥을 나가서 사냥감을 쐈을 때는 더 하기 싫어진다. 해체하느라 바빠서, 그럴 기분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총을 사용한다면 반드시 정비를 해왔다.
"좋아하는 도구는 오랫동안 사용하고 싶고, 다음에 사용할 때 문제가 있으면 곤란하잖아."
"아아, 네 말대로다. 무기의 손질은 정말 중요한 일이지."
유에라는 진지한 표정으로 끄덕 수긍했다. 역시 유에라도 칼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으니까, 내 말을 바로 이해해준것 같았다.
"나는, 총이 정말 좋아."
나는 애정을 담아서 리볼버를 바라봤다. 딱히 차별하는 것은 아니지만, 총과 나이프는 남자의 도구라고 믿고 있었다.
"......"
그리고 이런 식으로 가치관이 맞는 여자와 교제하는 것은, 정말로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청소를 마치고, 나는 아이템 창에서 총알 두발을 꺼내서 실린더에 한 발씩 신중하게 넣었다. 전부 넣은 뒤에 래치를 당겨서 실린더를 다시 끼웠다.
총의 정비는 이걸로 끝이다.
이어 어제 사용한 탄피를 손에 들었다. 황동색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붉었다. 황동과는 다른, 짙은 구리색의 이상한 금속으로 되어있었다. 고대 문명이란게 굉장한것 같았다.
탄피를 손안에 쥐고 스킬 [재장전]을 시전했다. 마력을 탄두, 뇌관, 화약등으로 변환시키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손안의 감촉이 변하며, 손을 다시 펼쳤을 땐 이미 탄피 안에는 총알이 자리하고있었다. 정말 마법의 탄피라는 느낌이였다.
"됐다."
나는 리볼버를 홀스터에 꽂고, 유에라를 올려다 보았다. 내 여행 준비는 이것으로 끝났다. 아이템 창이 있으니까 다른 짐을 들고 다닐 필요는 없었다.
"끝난건가?"
"응. 유에라는?"
"나는 이미 끝내 놨다."
유에라는 여행에 익숙해서, 역시 행동이 빨랐다.
"그럼 아침을 먹을까."
"그러지."
유에라는 문을 열어, 아래 층의 아저씨에게 가서 주문을 했다. 유에라는 항상 부지런했다. 나는 비치되어 있는 의자에 허리를 기대고 앉아, 식사를 기다리기로 했다.
"......"
나는 저주를 푸는 여행이 끝내면, 일정한 직업을 가져보겠다고 결심했다. 안정된 생활을 하며, 유에라와 매일 지금 같은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예를 들자면, 총기 장인. 모처럼 젊어졌으니까, 이 세계에서 장인이 되어보는 것도 괜찮을지도 몰랐다. 이 세계에 건스미스(총기 제작자)가 존재하려나.
만약 총기 제작자가 존재한다면 제자로 입문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 엽총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커스텀해본다거나, 직접 공방을 차려 본다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면서, 좋아하는 일을 직업 삼는다. 내가 제대로 돈을 벌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에라라면 항상 내곁에 있어 줄테니까, 분명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환상이 있었다.
"응......? 왜 그러지?"
유에라는 방으로 들어와서, 좀 의아한 듯한 얼굴을 했다.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내가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구나.
"미래에, 유에라랑 함께 살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렇구나."
유에라도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있지만, 기대에 찬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가능한 빨리 [어둠의 여신의 저주]를 풀어야겠지.
정중한 노크 소리가 났다. 분명 아저씨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손님, 아침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고마워."
역시 아저씨였다. 쟁반을 든 상태로 요령 있게 문을 두드리는 것 같았다. 아저씨는 보기와는 다르게 재주가 많았다.
"실례하겠습니다."
아저씨는 방으로 들어와서, 테이블 위에 달칵 달칵하고 식기를 세팅했다.
"고생시키는군."
유에라는 아까 내가 한 말이 기뻤던 것 같다. 조금 기분 좋은 듯한 목소리였다.
"아닙니다, 손님. 그리고, 괜찮으시다면 이걸......"
"응......? 뭐지......?"
아저씨는 공손한 행동으로 무언가가 들어있는 천주머니를 건넸다. 잽싸게 열어보니 안에는 흰 알약이 가득 들어있었다.
"......"
유에라의 조금 기분 좋아 보였던 표정이, 살짝 굳은 차가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분명, 이 약의 정체를 알고 있는거라 생각했다.
"아저씨, 이 약은......?"
"안전해지는 약입니다."
"......"
나는 침묵했다. 아저씨는 확실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게 피임약이란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나는 마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다행히 유에라가 임신할 걱정은 없어졌다.
"......나에게 그런 것은 필요 없다."
하지만, 유에라는 아저씨의 제의를 거절했다. 유에라는 내 쪽을 힐끔 힐끔 보고 있었다. 아마 내 앞에서 피임약을 받는다는게 거북해서 그런게 분명했다.
"손님, 많이 있으므로 사양하지 말고 받아가 주시죠. 여행하는 동안 필요해질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가. 그렇다면 일단 받아 두지."
아저씨는 설득에 능숙했다. '그런' 플레이에 관계 없이도 필요한 약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제야 유에라도 주머니를 받아서 슬며시 품에 넣었다.
"자, 출발하지."
"응. 가자, 유에라."
아침식사는 끝마쳤다. 이제 출발할 시간이였다. 《자유의 나라》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손님."
계단을 내려 가자, 아저씨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방문해 주시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무쪼록, 조심히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아저씨는 깊게, 우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응. 아저씨, 고마워."
나는 멈춰서서 답례의 인사를 했다.
"......신세를 졌다."
유에라도 잠깐 멈춰서서 아저씨를 슬쩍 쳐다보며 인사를 했다. 쿨한 행동이었다. 이 두 사람이, 어제는 그런 야한 짓을 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아, 맞다."
하지만, 거기서 나는 물어보려 했던 것이 떠올렸다.
"......나는 먼저 가고 있겠다."
유에라는 터벅터벅 걸어서 문을 열고 먼저 밖으로 나갔다. 분명 뭔가를 헤아려 준거다.
"우리들 이제부터 북쪽 길을 통해서 《공업의 나라》로 갈건데. 중간에 온천 같은게 있을까?"
나는 일단 무난한 이야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저씨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여관의 비정상적으로 좁은 욕탕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예. 있습니다."
아저씨는 씨익 웃었다.
"북쪽의 가도를 이틀 정도 걸으면 있는 첫번째 마을 여관에, 작은 온천이 있습니다."
"역시 있었구나......"
됐다 싶었다. 나는 물어볼 사람을 제대로 찾은 것이였다.
"거기에서 닷새 정도 걸어가시면, 두 번째 마을이 있고, 거기서 또 7일 정도 걸어가게 되면 《공업의 나라》의 국경입니다."
"그렇구나."
아저씨는 여정의 구체적인 일수까지 알려 주었다.
"두 번째 마을에 도착하게 되면, 촌장님에게 제 소개를 받았다고 말씀해주시죠. 이 도시의 동쪽 여관이라고만 말씀하셔도 알아들을 겁니다. 그 마을에는 숙박 시설이 없거든요."
"...... 아저씨, 고마워."
아저씨는 정말 친절했다. 아저씨의 인품인지, 돈의 힘인지, 그것도 아니면 유에라의 몸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저씨의 장점은 이런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말야......"
"예. 왜그러십니까?"
이제부터가, 하고 싶었던 비밀 이야기.
"어제말야,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나, 잠들어 버렸거든. 욕탕에 같이 들어갔어?"
"......예."
아저씨는 씨익 웃었다.
"목욕탕 안까지 시중 들어 드린 후에, 제가 마사지 오일을 씻겨 드렸습니다."
"......그래."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별로 화가나거나 한 것은 아니였다. 정말로, 내가 왜 거기서 잠들어 버린걸까......
"그래서, 그 후에는?"
"예. 일행분이 서 있을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제가 뒤에서 받쳐서 지탱해 드렸습니다."
아저씨는 뒤에서 무엇을 사용해서 지탱해줬으려나? 어째서 나는 그 장면를 엿보지 못한 걸까. 깊은 후회가 됐다.
"그럼 말이야, 영양제는 아래쪽 입에 직접 먹여준거야?"
"물론이지요, 손님."
"그렇구나......"
나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로 복잡한 기분이 되었다. 아저씨의 이 짧은 이야기에 흥분하기도 했지만, 질투와 분함의 감정도 들었다. [NTR 좋아함]이라는건 참 복잡했다.
"저 약, 정말로 받아도 돼? 정말 괜찮은거야?"
"일반적으로 널리 유통되고있는 별로 비싸지도 않은 약입니다. 신체에 해도 없습니다. 일행분에게는 필요한 물건일테니 부디, 마음에 담지 마시고 가져가셔도 됩니다."
"그렇구나......아저씨, 고마워."
아저씨의 뒷처리가 확실하다 느꼈다. 그보다도, 이 세계에 사후 피임약이 널리 유통되고 있는 것까지는 몰랐다. 거기다 저렴하기까지 하다니, 꿈 같은 약이였다.
"......"
그리고 나는 전의 세계에서 친구들에게 전해들은, 인상 깊었던 말이 떠올랐다.
『명심해라. 쾌감은 한 순간이지만, 책임은 평생이다.』
당시에는 다들 고등학생이었을텐데, 어떻게 그런 말을 알고 있었던 건지......
"......"
그건 그렇고, '커튼 너머로'라는 것은 정말 굉장했다. 모습이 직접 보이지 않는 만큼 상상하게 되어서 색다른 종류의 흥분이 있었다.
"아저씨."
나는 이 아저씨가 마음에 들었다. 흉내내듯이, 아저씨처럼 씨익 웃어 보였다. 비슷했으려나?
"아저씨는, 참 수완이 좋네."
"이것도 연륜이지요."
아저씨도 씨익 웃는다. 웃는 모습마저도 나와는 다르게 연륜이 느껴진다.
"목욕탕, 엿보고 싶었는데......그게 아쉽네."
"......저의 책임입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아저씨는 흠칫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괜찮아, 아저씨. 별로 아저씨의 탓이 아니야.
"괜찮아, 아저씨."
"아뇨, 저의......"
내가 괜찮다고 말해줘도, 아저씨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나, 아저씨에게 충분히 감사하고 있어."
"이 도시에 오게 되면 반드시 다시 들릴게."
나는 백금화를 한 개 꺼내서, 아저씨의 손에 살짝 쥐어줬다.
"손님, 이렇게나......"
아저씨는 손을 조금 열어, 살짝 동전의 색을 확인 한 것 같았다. 고개를 들고 감격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손님. 아무쪼록, 부디 조심히 여행하시기를......"
아저씨는 세 번씩이나 고개를 숙여, 우리들의 여행이 순탄하기를 기원해 주었다. 아저씨의 행동은, 거의 전속 노예급으로 바뀌어 있었다.
여관 밖으로 나오자 유에라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나를 기다려 준거였다.
"누나, 안녕"
아니였다. 유에라는 혼자 있지 않았다. 멀리서 소년이 흰 손수건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고있었다. 심심풀이로 잠시 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았다.
"......아아, 잘가라."
유에라도 남자아이에게 작별 인사를 돌려줬다.
"얌전해 보이는 남자아이네. 이 주변에 사는 아이려나."
나는 유에라 등에 대고 이야기했다.
"......아아, 그런 것 같다."
소년은 손수건을 팔랑 팔랑 흔들며, 골목쪽으로 달려 나갔다. 유에라는 그것을 계속 바라보며 배웅했다.
"......늦었구나."
"기다리게해서 미안해."
빙글 돌아본 유에라의 얼굴은, 미묘하게 빨갰다. 무슨 일이 있었나?
"저기......무슨 얘기를 하고 온거지?"
유에라는 나와 아저씨의 비밀 이야기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하지만 사실 유에라도 이야기의 내용을 예측하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앞으로의 여행에 대해서였어. 두번째 마을에서 촌장님의 집에 묵을 수 있을 거라고 하더라. 그리고 첫번째 마을에는 온천 여관도 있대."
나는 태연한 얼굴로 둘러 댔다. 미안해, 유에라.
"......그런가."
"음......?"
유에라 그렇게 중얼거리며, 내 손을 꽉 잡았다. 길다란 손가락이, 내 손가락 사이로 얽혀왔다.
"자, 이제 그만 가자......"
유에라 조금 부끄러워 하면서 내 손을 잡고 탁탁 조금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이렇게 적극적인 유에라는 처음인걸.
"여긴 이 세계에서 네가 만난 최초의 도시지 않나. 어딘가 들러보고 싶은 곳이 있나?"
유에라는 나를 신경 써 주었다.
"고마워, 유에라. 하지만 난 괜찮아. 앞으로 분명 많은 도시를 들를 테니까, 지금은 여행을 서두르고 싶은 기분이야."
"......그런가?"
유에라의 마음은 정말로 고맙지만, 이 도시에서는 살인도 했었고, 천천히 관광을 할 만한 기분은 아니었다. 유에라가 조금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시라도 빨리, [어둠의 여신의 저주]를 풀고 유에라와 행복해지고 싶어."
"......그래."
내 말을 듣고, 유에라가 고개를 저쪽으로 슬쩍 돌렸다. 수줍어하는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걸까. 하지만, 유에라의 입가는 느슨해져 있었다.
창조의 신의 날의 저녁, 우리들은 첫번째의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아저씨의 말대로 출발한지 이틀 후였다. 이 마을은 정말 작은 마을이라, 건물이 20채 정도 밖에 없었다.
강가 주변의 자그마한 계곡 옆에 위치해 있었고, 소규모 경작지에서 농업을 하면서 살고 있는것 같았다. 무척이나 외진 마을이였다. 하지만 마을의 한가운데에는 훌륭한 가도가 지나고 있었다. 북측의 가도를 여행하는 사람에게 이마을은 중요한 거점이였다.
《공업의 나라》로 향하는 사람들은 이 마을에서 여행을 할 힘을 비축하고, 《상업의 나라》로 오는 사람들은 이 마을에서 여행의 피로를 달래는 곳이다. 이 마을은 그런 마을이였다. 물론 여행자들이 숙박하는 곳은 온천 여관이였다.
이 마을이 자랑하는 온천 여관은 의외로 마을의 변두리에 있었다. 강에 접한, 조금 지대가 높은 곳으로, 이 마을에 어울리지 않게 큰 건물이였다. 우리들은 기대하며 온천 여관을 방문했다.
"네에, 어서오세요."
여관의 현관에서 활기찬 분위기의 아줌마가 마중 나와 주었다.
"두 분이시죠?"
"그렇다"
유에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접수는 이쪽에서."
아줌마는 접수대까지 안내해 주었다. 아줌마는 아무래도 접수도 담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두 사람 모두 젋으시네요. 부러워라...... 호호, 물론 한 방으로 하실거죠?"
"아아. 그렇게 부탁하지......"
유에라 다시 끄덕이며 긍정했다.
"네에.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 식사까지 포함으로 백금화 한 개 되겠습니다."
"여기요."
나는 즉시 요금을 지불했다. 왠지 이 온천 여관은 저렴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어머 어머, 귀여운 오빠네. 백금화 한 개 확실히 받았습니다."
나는 [어둠의 여신의 저주]의 탓인지, 소환됐을 때 몇 살 정도 젊어졌다. 지금은 고등학생 정도의 외모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줌마에게 귀엽다는 말을 들어도 기쁘지 않았다.
"그럼, 숙박부를 기입할게요."
"......"
역시 숙박부가 문제였다. 나는 침묵했다. 아줌마에게 상태창을 보이는 것은, 여전히 부끄러웠다.
"아아"
하지만 유에라는 동요하지 않았다.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얼굴로 바로 상태 창을 열었다.
"......"
나는 요전의 도시에서 여관 아저씨에게 계몽되어 버렸다. 커튼 너머의 유에라의 모습을 보고, '그쪽'에 눈 떠 버린 것이다.
"......"
나는 유에라를 슬쩍 보았다. 유에라는 어떨까. 유에라도, 그 커튼 너머의 플레이에 계몽되어 버린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후우-......"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었다. 각오를 하며, 나도 상태 창을 열었다.
"어머나......"
아줌마는 우리들의 상태창을 보고 놀란듯이 큰 목소리를 냈다. 이런 호들갑스러운 점은 어쩔수가 없구만...... 아줌마라는건 여성이 아니라, 아줌마라는 이름의 신생물(新生物)인 것이다.
"젊은 연인분들이 [어둠의 여신의 저주]라니...... 정말 큰일이네에......"
아줌마는 숙박부에 기입하면서, 계속 중얼 중얼거렸다.
"모처럼 우리 여관에 묵어주었는데......"
그리고는, 우리들의 얼굴을 힐끔 힐끔하며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저기, 당신들. 객실, 따로 할까? 금액은 더 안받을게."
"......"
갑자기 아줌마가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왜 그러지? 우리는 같은 방으로 해도 된다."
유에라가 조금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이쪽 오빠가 쌓여 있을거 아냐? 같은 방으로 하면 좀 거북하지 않겠어?"
"......"
나는 침묵했다. 이 여관에는 성인 서비스도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있었던 곳의 오래된 온천 마을도, 환락가와 성인용품점이 세트로 있기도 했었다.
"오빠라면, 내가 서비스해줘도 좋은데?"
"......"
나는 침묵하는 걸 넘어서, 아줌마의 끈적거리는 시선과 발언을 묵살해 버렸다. 저런 아줌마가 상대라면 아무리 노력해도 서지 않거 같았다.
"저기......나랑 같은 방으로 괜찮지?"
유에라는 내 코트의 소매를 붙잡고 불안하게 물어왔다. 상당히 강한 힘이였다. 내 침묵이 유에라를 불안하게 만들어 버린 것 같았다.
"물론이지, 유에라."
"그런가......"
내가 바로 대답하자, 유에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됐다. 우리는 같은 방이다."
"그래도 말야......좀, 그렇잖아......?"
유에라는 내 팔을 껴안으며 아줌마의 참견을 거절했다. 하지만 아줌마는 유에라의 말에도 '그렇잖아?'라여 여전히 참견했다.
"언니는 용인이지? 용인은, 저기......그것도 강하다고 하잖아......언니도, 그런거지......?"
아줌마가 다시 '그런거지?' 하는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
유에라도 침묵하고 있었다. 아줌마는 나 뿐만이 아니라, 유에라에게도 참견 하고 있었다. 오지랖이 너무 넓은 아줌마였다.
"그래, 알겠어......"
아줌마는 후-하고 한숨을 토했다. 아무래도 포기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아줌마에게 악의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좀 오지랖이 심했을 뿐, 우리들을 걱정하는 마음은 진심이였다.
"방으로 안내할게. 이쪽이야......"
우리는 아줌마를 따라 여관의 복도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자아. 이 방이야."
안내된 방은 더블 침대와 테이블이 있는 평범한 방이었다. 특별한 것이 없더라도, 유에라와 함께 잘 커다란 침대만 있으면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괜찮았다.
"두 사람, 어떻게 할래? 먼저 온천에 들어갈래? 우리 여관의 온천은 대단하다구."
"아니, 될 수 있으면 식사 먼저 하지."
유에라는 즉시 대답했다. 그래, 밥 먹고, 느긋하게 온천에 들어 가자.
"그래? 그럼 먼저 식사를 가지고 와야겠네. 천천히 쉬고 있어."
아줌마는 우리들의 의사를 확인하고는 방을 나갔다.
"후우-......"
유에라와 단 둘이 되자, 나는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나는 커다란 침대에 걸터앉았다.
"유에라"
나는 침대를 쓰다듬어보면서, 유에라에게 말을 걸었다. 다음 마을에 도착할 때 까지는, 잠시 침대없는 생활이 계속될 것이다.
"이 세계에서는 온천이란게 일반적인 거야?"
"......아아, 일반적이다. 네가 있던 세계에서는 달랐나?"
유에라는 구비되어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조금 의아하다는 듯한 얼굴로 물어봐 온다.
"내가 태어난 나라는 온천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라야. 어디를 가든지 온천이 있었지."
대답하면서 생각했다. 과연, RPG 스타일의 이세계였다. 중세풍으로 보이지만, 이런 식으로 다양한 문화 또한 섞여있었다.
"흐음…......그럼 너도 온천을 좋아하겠군."
"나도 적당히 좋아했어."
유에라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거울을 보면서, 긴 머리를 정리했다. 빨리 들어가고 싶었는지 벌써부터 온천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넓은 욕탕이 좋지. 목욕할 때는 다리를 펴고 들어가고 싶어. 지난번에는 욕탕이 너무 좁았었으니까."
아저씨의 여관 목욕탕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좁았었다. 다른 사람들은 만족할지 몰라도, 나는 그 목욕탕만은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가."
기분 탓일까, 유에라의 볼이 약간 붉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별 생각없이 한 말에, 욕탕에서 아저씨에게 오일을 씻겨졌던 일을 떠올랐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둘이서 편안히 쉬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느긋한, 우리 둘만의 휴식 시간이였다. 유에라도 즐거워 했다. 나는 이렇게 느긋하게 보내는 시간을 정말로 좋아했다.
"실례 합니다~"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아줌마가 들어왔다. 복도에 보이는 바구니에 이인분의 식사가 있는 것 같다.
"온천은 자정 전까지 언제라도 들어갈 수 있어요."
아줌마는 능숙하게 식기를 테이블에 세팅하며 말했다.
"그래서......역시 두 사람은 함께 온천에 들어가고 싶어......? 보통은 따로 들어가지만......"
아줌마는 손을 멈추고, 우리들에게 물어 왔다.
"함께 들어가는 것......말인가?"
"어머나......역시나네요......언니는, 오빠와 함께가 좋은거지......? 역시......그런거지......?"
아줌마는 또 다시 '그런거지?'하는 부분에서 끄덕끄덕 몇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함께 들어가고 싶다. 너도, 괜찮지......?"
"응. 나도 유에라와 함께 들어가고 싶어."
유에라가 기쁜 말을 해줬다. 물론, 나도 찬성이야. 유에라와 함께 욕탕에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였다.
"어머 어머...... 역시......정말로 대담하네에...... 그치......?"
아줌마의 뺨이 상기되었다. 그리고 유에라에게 찡긋 윙크를 날렸다. 이상한 확인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둘다 여탕 쪽으로 들어가주세요."
마지막에서야 아줌마가 직원처럼 말했다.
"......괜찮은건가?"
"나에게 맡겨두라고. 게다가 내일부터 저쪽 도시에서 한달에 한 번 열리는 큰 장이 서니까. 오늘 손님은 단골 손님 한명 뿐이니까. 정말, 싫어진다니까아...... "
유에라의 목소리에 아줌마는 사정을 설명해 주었다. 그 아저씨의 여관이 있는 도시에서 큰 행사가 있는 것 같았다. 여행하는 손님들도 오늘은 묵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가......그럼 호의는 달게 받도록 하지."
"저에게 맡겨시고 느긋하게 즐기길......"
아줌마는 상을 차리는 일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의미 심장하게 찡긋 윙크를 하면서 나갔다.
밥을 먹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에, 둘이서 온천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긴 복도를 지나서 온천으로 향했다. 여탕과 남탕 입구가 나뉘어 있었지만, 우리는 망설임 없이 여탕 탈의실로 들어갔다.
탈의실의 작은 창문을 통해 강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어쩐지, 노천탕 같다고 느껴졌다.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았다.
"......"
나는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유에라 또한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지은 채 푸른 기모노를 벗고 있었다. 유에라는 옷 갈아입는 것을 즐기는것 같았다. 그리고 언제나 드는 생각이지만 유에라는 벗는 모습은 매력적이었다.
"자......가지."
유에라는 어느새 전라가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팔과 손으로 커다란 가슴과 보지를 가리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수줍어하는 몸짓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점이, 유에라의 장점 중 하나였다.
"응. 가자......"
우리들은 탈의실 문을 열고 욕탕에 발을 들였다.
"유에라, 노천탕이야."
"......그렇구나."
온천은 역시 노천탕이었다. 욕조에 크고 작은 바위를 둘러 운치가 있었다. 바닥에서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지, 수면이 부글부글하고 끓어오르며 거품이 일고 있었다. 마치 목욕탕 같았다.
정확히는, 반 노천탕이라고 해야 하려나. 욕조는 강가의 모래밭에 위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방이 확실히 가려져 있었고, 지붕까지 있었다. 강에 접한 일부분에는 유리도 된 창문이 있었다.
"이런식의 온천도 좋구나."
유에라는 온천을 보며 중얼 거렸다. 유에라의 말대로였다. 완전한 노천탕은 아니지만, 온천에서 몸이 달궈지면 창 쪽으로 가면 될것이다. 열려진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는 바람이 무척이나 시원했다.
"유에라, 먼저 몸을 씻자."
"아아."
나는 탕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몸을 깨끗이 씻는 타입이다. 유에라와 함께 샤워장에서 몸을 싹싹 씻었다.
"......"
옆에서는 유에라가 몸을 씻는 것을 끝내고, 거품을 물로 흘려내고 있었다. 유에라 하얀 알몸이, 오늘따라 몹시 눈부시게 보였다.
"......"
나는 유에라를 보면서 다짐했다. 언젠가 암흑의 신의 날에 유에라와 함께 목욕을 하자고 말이다. 유에라에게 몸을 씻겨지거나, 씻겨주거나 하는걸 원했다.
"저기......이제부터 머리를 감는 거겠지?"
유에라가 갑자기 휙 돌아보며 이쪽을 향해 말했다. 시선이 마주쳤지만, 별로 놀래하지는 않았다. 여자는 시선에 민감하니까, 내가 빤히 쳐다보던 걸 알아채고 있었던 모양이였다.
"그런데."
"그렇다면 내가 머리를 감겨주지."
내 대답을 듣고, 유에라는 바로 내 정면으로 이동해왔다. 답정너 같은 신속함이었다.
"물을 뿌리겠다."
유에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머리를 물로 적셨다. 그리고 무릎을 꿇은 채, 샴푸 같은 것을 손에 짜내고는 내 머리에 거품을 내기 시작했다.
"어때? 가려운 곳은 없나?"
"괜찮아."
유에라의 긴 손가락이 두피를 마사지 하듯 씻겨주었다. 유에라의 정말로 능숙한 손길에 기분이 좋아져서, 나는 미용사가 머리를 감겨주던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유에라, 정말 기분 좋아."
"그래?"
유에라의 목소리가 천진난만한 것처럼 들렸고, 정말로 기분이 좋아 보였다. 긴 머리가 자랑이라고 말한 적도 있고, 머리를 감는 일에 남다른 집착이라도 있는걸까?
"거품이 눈에 들어가면 안되니까,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좋다."
"괜찮아, 유에라."
지금 눈을 감는다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였다. 유에라는 정면에서 내 머리를 감겨주고 있었다. 즉, 멜론 같은 거유가 내 얼굴 앞에서 흔들리고 있는것이였다.
유에라가 양손을 움직일 때마다, 눈 앞에서 부들부들 진동했다. 이따금 유에라가 몸을 내밀면 중량감 있는 가슴이 다가오고, 핑크빛의 유두가 코끝을 스칠듯 가깝게 되었다.
"이제, 씻어내겠다......"
머리를 감겨주는 것을 끝내고, 유에라가 거품을 깨끗이 흘려내 주었다. 머리가 가벼워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아주 좋은 기분이었다. 유에라가 의외로 이런쪽에 소질이 있는듯했다.
"자, 물에 들어 가자."
"그러지......"
나는 유에라의 손을 잡고 욕탕으로 향했다. 온천을 즐기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였다. 다만 유에라의 뺨이 약간 빨개져 있었다.
"오늘은 창조의 신의 날이니까. 그......암흑의 신의 날까지 앞으로 이틀만 참으면 되겠구나......"
"응......"
내 자지가 단단해져 있는다 걸, 유에라가 눈치챘구나.
"나도, 참고 있으니까......"
유에라는 부끄러운 듯이 중얼거렸다.
"와아......"
온천의 물은 적갈색의 낙엽색 같은 물이었다. 내가 원래 세계에도 이런 온천은 있었지만, 채도가 전혀 달랐다. 물감을 푼 것처럼 짙은 색의 물이었다.
"이 세계의 온천은, 이런게 많아?"
물의 수면은 목욕탕처럼 성대하게 부글부글 거품이 일고 있다. 나는 유에라에게 물어봤다.
"흔하진 않지만, 그리 드물지도 않다. 이 온천은 뭔가 마법으로 물을 분출하고 있군."
유에라의 대답은 의외로 자세했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지 않은가, 이만 들어 가지."
"그래, 유에라."
유에라는 온천에 빨리 들어가고 싶은 것 같았다.
"응......"
유에라의 발끝이 찰박하고 물을 가르며 들어갔다. 나도 뒤따라 들어갔다.
"후훗, 피부가 깨끗해질 것 같은 색이구나."
유에라는 기쁜 듯이 미소지으며, 낙엽색의 탕 안에서 어깨와 팔을 쓰다듬고 있었다. 탕의 색은 굉장히 진해서, 수면 아래로 점점 짙어 졌다. 배꼽 아래는 적갈색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네. 어떤 효능이라도 있는 걸까."
나는 두 손으로 물을 퍼올려 보았다. 색이 있는 탕은, 한눈에 봐도 온천이라는 생각을 들게 해서 기분이 좋았다.
"글쎄. 하지만 피부 미용의 효능은 틀림없이 있을거다."
유에라는 자신있게 말했다.
"굉장히 따뜻하고 녹아들 것 같은 온천이야."
"아아. 가능한 오래 들어가 있도록 하지."
내 말에 유에라는 기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에라와 함께 물에 들어와서, 목덜미를 자세히 본 것은 처음이었다. 평소와는 다른 색기가 있었다.
"......"
나는 어깨까지 물에 담그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욕조는 상당히 넓었지만, 왠지 이상한 구조를 하고있다. 5m × 10m 정도의 사각형 모양의 욕조 한가운데에 큰 바위들이 늘어서 있었다.
인간의 가슴높이 정도 되는 크기의 바위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산맥처럼 줄 지어 서있었다. 마치 5m × 5m의 정사각형 욕조 두 개로 나눠 놓은 듯한 느낌. 바위 사이로 물이 왕래하고 있기 때문에, 양쪽의 물은 같았다.
"유에라, 저거 의미가 있는 걸까."
"......나도 모르겠다."
유에라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보다는 이쪽으로 와봐라."
유에라는 욕조 가장자리의 한가운데 쯤에 있는 벽, 거품이 부글 부글 기세 좋게 뿜어지고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유에라가 있는 곳은 온천수 분출구였다.
"자."
"고마워."
유에라가 뻗어준 손을 잡는다. 유에라에게 이끌려 분출구까지 와보니 수심이 꽤 깊었다. 욕조 바닥에 서면, 가슴 높이정도까지 왔다.
"와아......"
강한 물줄기를 몸에 맞는 느낌이 좋았다. 동시에 거품이 몸에 닿아 터지는, 간지러운 듯한 기분 좋은 느낌도 있었다.
"기분 좋지 않나?"
"응. 최고야."
나는 이 목욕탕에 만족했다. 내 대답을 듣고 유에라가 조금 기쁜 듯이 미소 지었다.
"반대편에도 하나 더 있으니까. 나는 저쪽으로 가겠다."
유에라가 나와 반대쪽 벽으로 갔다. 우리들은 마주보면서, 온천을 즐겼다.
"여어, 안녕하신가. 나도 좀 들어가도 될까?"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탈의실 방향에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려보니 팔다리가 길다란 아저씨가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
"......"
나도 유에라도 침묵한 채로 멍하니 아저씨를 바라봤다. 불청객이다. 이 아저씨 우리들이 거절하면 어쩌려고 그러는거지, 라고 생각했다.
"좀 실례할게."
아저씨는 뻔뻔하게도, 자기 멋대로 실례한다면서 욕탕에 들어왔다. 알몸으로 자지를 달랑달랑 흔들면서, 한손에는 수건을 들고 당당히 걸어왔다.
"뭐냐, 넌."
유에라는 목까지 물속에 담그고는, 아저씨를 싫다는 듯이 노려 보았다.
"...... 무례하군."
침입자 아저씨는 유에라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가볍게 탕으로 와서는, 내 바로 옆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전세라 그랬는데. 이 아저씨가 아까 말한 단골인걸까.
"아저씨, 너무 뻔뻔거 아니야?"
모처럼 유에라와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방해를 받다니. 나는 화가 났다.
"아저씨가 이 여관의 '단골 손님'이야? 아줌마에게서 듣지 못했어? 여탕은 오늘 전세라고?"
나는 딱딱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세계는 RPG스타일의 이세계다. 아이템창을 열어 총을 바로 꺼낼 수도 있었다.
"자-자-, 형씨. 그렇게 무서운 얼굴 하지 말라고."
"......"
아저씨는 양손을 들어올리고는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나는 말여, 그 접수대의 아줌마에게 부탁받아서 온거라고."
"......"
나는 오른쪽 눈을 감고, 조준하듯이 왼쪽 눈으로 아저씨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스포츠형 머리에, 잔뜩 주름져서 구져진 얼굴을 한 아저씨. 이제 곧 그 좁은 이마에 바람구멍이 뚫릴 예정이였다.
"아줌마가 걱정하더라고. '그렇게 젊은 두 사람이 [어둠의 여신의 저주]를 받다니 너무 가여워, 힘이 되어주고 싶어', 라면서 말여."
"하......"
나는 정말로 놀라고 있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전개였다. 나, 오늘 처음 알았다. 아줌마라고 하는 신생물(新生物)은, 정말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참견의 덩어리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이야기를 듣고 말여, 나도 생각 좀 해봤지."
아저씨는 빤히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도 뭔가 해줄까-'하고 생각해봐도, 내게는 대단한 스킬도 특기도 없고 말여......"
그리고 아저씨는 얼굴을 옆으로 돌려서 유에라를 보았다.
"해줄 수 있는건 마사지 정도뿐이거든."
"그래서 내가 아줌마에게 말했지. 내 방이나 온천에서, 나의 특별마사지를 받으면, 두 사람 모두 대만족일거라고 말여."
아저씨는 유에라를 보면서 히죽 히죽 웃었다.
"어때? 아가씨, 대만족이지?"
"흥......"
유에라는 아저씨에게서 얼굴을 홱 돌려서 외면했다.
"이쪽을 보지 마라. ......난 필요 없다."
"그래? 근데 말여, 내 마사지는 평판이 괜찮거든."
아저씨는 잼잼을 하듯이, 양손을 쥐었다 폈다하는 행동을 했다. 노골적인 손놀림이었다. 나는 이미, 아저씨의 마사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아가씨는 크니까, 정성스럽게 주물러 줄게."
"큭...... 보지마라......"
유에라는 좀 싫은 듯, 물 속에서 큰 가슴을 양팔로 가렸다.
"형씨는 어떻게 할텨?"
"나? 필요 없어."
아저씨는 기분 나쁜 짓을 제안해왔다. 젠장할.
"둘 다 뭐여. 접수대의 아줌마도 항상 칭찬해 준다니까? 여자의 몸을 다루는게 능숙하다고 말여. 어이, 형씨도 뭐라고 좀 해줘봐."
아저씨는 강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젊은데다, 중성적인 외모로 보이기 때문인 것일까? 아저씨는 나를 얕보고 있는것 같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하기를 바라는 건데?"
"뭘 알면서 묻는거시여? 아가씨가 마사지를 받도록 말 좀 해달라고."
나는 확실히 [NTR 좋아함]상태 였지만, 유에라가 원치 않는 일은 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걸 유에라가 원한다면 말이야."
나는 아저씨에게 대답했다. 유에라에게 선택을 떠넘기는 짓이지만......유에라가 바란다면, 나도 그것을 즐길 것이다. 하지만 유에라가 싫다하면, 아저씨를 바로 해치워버릴것이다.
"......"
"......"
유에라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보고 있었다. 나도, 유에라를 바라보았다.
"......"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이 아저씨가 유에라를 건드리는 것은 화나지만, 그 점이 오히려 최고의 NTR플레이가 될지도 몰랐다. 내가 사랑하는 유에라가, 이 짜증나는 아저씨에게 능욕당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
아마도 유에라도 같은 것을 상상하고 있는게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내가 아닌, 이 짜증나는 아저씨에게 능욕당해 버리는 모습을...... 유에라는 [배덕] 스킬 탓에 그런 일을 상상하거나, 실제로 하게되면 비정상적으로 흥분해 버리고 만다.
"......"
유에라의 뺨이 점점 붉게 물들어 갔다. 알아, 유에라. 사실은 마사지를 거절하고 싶은거지? 하지만, [배덕]의 유혹에는 이길 수가 없는거지? 저번 여관 아저씨가 굉장했었으니까......
괜찮아, 유에라. 나도 [NTR 좋아함]의 포로가 되어 있는데다, 유에라에게 머리를 감겨질 때부터 자지가 딱딱해진 상태였어......
"아가씨는 용인이지? 참는 건 좋지 않다고."
"......"
아저씨의 목소리에, 유에라는 아저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이,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창조의 신의 날이야, 아가씨."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묻는 것은, 유에라가 자신을 납득시키기 위한 의식 같은 것.
"......창조의 신의 날이라면, 어쩔 수 없구나."
유에라는 결심한 것 같았다.
"......받겠다."
유에라는 아저씨에게서 눈을 피하며 승낙했다.
"그렇게 나와야지."
아저씨는 기쁜듯이 히죽 웃으며 징그러운 표정을 지었다. 수건을 한 손에 들고, 유에라 쪽으로 수영하듯이 가르며 다가갔다.
"뭐냐......? 이쪽으로 오지 마라...... 마사지는 나중에 해도 괜찮지 않나."
유에라는 접근해 오는 아저씨에 주춤하고는, 힐끔 내 쪽을 바라봤다.
"헤헤헤."
"이봐, 나에게 손대지 마라......"
아저씨는 유에라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옆까지 이동했다. 유에라의 어깨를 붙잡고 불쾌하게 웃고 있었다. 유에라는 싫다는듯이 한 손을 들어서 아저씨의 손을 떼어냈다.
"마사지라면, 여기서 할거거든."
"무슨......?"
아저씨는 온천 안에서, 지금 이대로 특별 마사지를 할 생각인 것이었다! 유에라의 조금 날카로운 큰 눈이 경악하며 크게 떠졌다.
"다른 데서 마사지를 할 생각이었다면, 온천이 아니라 딴 장소에서 말을 걸었을거여. 안 그려?"
아저씨는 유에라에게 손을 쳐내져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유에라에게 딱 밀착되도록 접근하고 있었다.
"이 온천의 물은 색깔이 진하니까 말여. 아가씨, 부끄럽게 여길 필요 없다고."
"너는 무슨 소리를......"
아저씨는 내 방향에서 봤을 때, 유에라의 오른쪽에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억지로 유에라를 설득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에라는 내 눈 앞에서 아저씨의 마사지를 받는 것에 거부감이 드는 것 같았다.
"음......"
나는 눈치를 챘다. 탕 안에서 희미하게 보이던 아저씨의 오른손이, 유에라의 뒤쪽으로 슥 사라졌다.
"그렇지?"
"앗......?"
유에라는 이쪽을 바라보면서, 흠칫 떨었다. 아저씨가 아마 유에라의 엉덩이를 만진 것 같았다.
"어이......"
유에라는 가슴을 양팔로 가린 채 옆에 있는 아저씨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자, 아래를 봐, 보라고."
"......"
유에라는 아저씨의 말에,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수면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낙엽색이 진해지며, 배꼽 아래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유에라의 주변에는 온천수 분출구에서 나온 거품이 부글부글거리고 있었다.
"보이지 않지?"
"......"
물론 아저씨의 말대로였다. 나에게도, 수면 아래쪽은 잘 보이지 않았다.
"봐, 그치? 남자 친구쪽도, 모르겠지?"
"......"
유에라는 아저씨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에는 쿨한 유에라의 무표정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어 갔다.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보이지 않았다.
"아가씨. 이게바로, '온천에서 마사지를 한다'는 거야."
"아......"
탕 안에서 아저씨의 왼팔이 움직여서, 가슴을 가리고 있던 유에라의 왼쪽 손목을 잡았다.
"내 특별마사지는 기분 좋다고......"
"......"
아저씨의 왼손은 유에라의 손목을 잡은 채로 천천히 아저씨의 사타구니쪽으로 내려갔다.
"......"
유에라는 얼굴을 붉힌 채 이쪽을 살짝 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저씨의 손을 떨쳐내지 않았다. 두 사람의 왼손은 배꼽 밑의 진한 낙엽색의 물 속으로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어때? 알겠지?"
"......"
"내껀 대단하니까~...... 기대하게 되어버리지?"
"......"
"아가씨, 다음은 더 아래야...... 헤헤헤, 잡아 보라고......"
"......"
"자, 어때? 탕 안에서도 묵-직하지?"
"......"
유에라는 아저씨의 손에 이끌린 채, 나를 바라보며 아저씨의 자지와 고환을 손에 쥐고 있는 듯했다.
"아가씨~, 좀 더 편하게 생각하라고. 이건 그저 마사지라니까 말이여."
"......"
"그저 이녀석을 도구로 쓸 뿐이야."
"......"
유에라는 계속 말이 없었다.
"아줌마한테도 말해놨다고. 내 마사지로 절대 만족시켜 보이겠다고 말여. 어?"
"......어디 한 번 해봐라......"
마침내 유에라가 조용히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헤헤헤, 아가씨 참 착하구만."
"흥......"
아저씨는 기분 나쁜 간사한 목소리를 냈다. 유에라는 힐끔 아저씨의 얼굴을 쳐다봤지만, 바로 휙하고 눈을 돌려버렸다.
"......"
"오오......? 뭐야, 아가씨~...... "
아저씨는 갑자기 움찔 떨었다. 유에라가 탕 안에서 아저씨에게 뭔가 하고있는 것 같았다.
"알았다구, 못 참겠는거지......?"
"무슨......?"
아저씨는 나에게 과시하는 것처럼, 유에라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하지만 유에라는 조금 놀란 얼굴을 했다. 아마 아저씨에게 복수를 할 셈이었겠지만, 아저씨의 말에 자신이 더 당황해 버린것 같았다.
"아가씨는 보기보다 대담하구먼. 헤헤헤, 곧 기분 좋게 해줄게."
"아......?"
아저씨는 나를 보고 히죽하고 웃으면서, 오른팔을 올려 유에라의 등을 꾸욱 앞으로 밀었다. 그리고 나선 유에라의 등과 욕조의 가장자리 사이로 재빠르게 몸을 밀어 넣었다.
"아가씨, 양팔을 조금만 벌려봐."
"......"
아저씨는 유에라의 바로 뒤에서 말했다. 유에라는 여전히 쇄골 아랫 부분까지 탕에 담근 채, 오른팔로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