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9/73)

제 5화 촌장님의 아르바이트 - 저녁까지

지식의 신의 날, 드디어 산간 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주변이 모두 밭이었다. 계단식으로 된 경사면의 안쪽까지 빽빽하게 농사를 짓고 있었고, 그 사이로 드문 드문 석조로 된 집들이 있었다.

가구수는 적은 듯 했지만, 면적은 꽤나 넓은 마을이었다. 밭들 사이로 가도처럼 넓은 도로가 정비되어 있었다. 저건 유지보수하기가 정말 힘들 것이 분명했다.

가끔 큰 건물이 여러 채 보였다. 아무래도 저 큰 건물들은 창고인 것 같았다.

밭에는 잎이 커다란 식물 뿐이었다. 아직 오후 3시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밭에서 마을 사람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마침 근처 밭에서 작업하고 있는 아줌마가 있었기에 잠시 물어 보았다. 

"촌장님의 집은 어디에 있지?"

유에라가 나보다 한발 먼저 물었다.

"당신들, 뭐 하러 온건데."

역시 이런 산골 마을은 경계심이 강했다. 또한 폐쇄적이기도 했다.

"우리는 《공업의 나라》로 향하고 있다. 촌장님의 집에서 하룻밤 묵고 싶군."

"저쪽 도시의 여관 아저씨에게 소개 받았어요." 

내가 뒷말을 덧붙였다.

"뭐여, 그런거시였구만."

아줌마는 경계심을 풀고 웃었다. 

"촌장님의 집은 저어쪽 공장 옆에 붙어있는 집이여." 

"고마워요."

저쪽의 큰 건물은 공장이었구나. 어쨌든 가보자.

촌장님의 집에 도착하니 가정부가 나와 응접실로 안내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라면서 말이다. 어떻게 된거지? 

잠시 기다리자 촌장님으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왔다. 30살 전후로 생각보다 엄청 젊었다. 촌장님이라고 하길래 당연히 노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처음 뵙겠습니다. 제가 이 마을의 촌장입니다." 

촌장님은 안경 같은 걸 쓰고 있어서, 꽤나 지적이게 보였다. 게다가 몸집도 크고 질 좋은 옷을 입고 있었다. 부자인것 같았다. 이 집도 인테리어가 무척이나 잘 되어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또다. 기다리고 있었다니, 도대체 무슨 말이야.

"무슨 뜻이지." 

"그러게. 어떻게 우리가 찾아 올 거란 걸 알고 있었던 거야?"

촌장님이 히죽 웃었다.

『나는 뭔가 예감이 들었다.』 

"저쪽 도시의 동쪽 여관 주인으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전서구로 말이지요." 

나와 유에라가 침묵했다. 

"저는 말이죠, 도시에 들릴 때마다 그의 여관을 이용하고 있지요. 덕분에 그 여관 주인이랑 꽤나 친하답니다"

여관의 아저씨는 아직도 나의 충실한 하인인 것 같았다. 마지막까지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이건 예상 하지 못했던 일이라, 나는 말도 잘 안나왔다. 촌장님을 물끄러미 쳐다보고만 있었다.

옆에서 케레브릴이 '무슨 일?'이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케레브릴에게 여관 아저씨에 관해 자세히 말한적이 없었으니까 당연했다. 

반대편에서는 유에라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곧 촌장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 놀란 표정을 알아 챈걸까.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왜 아저씨가 그렇게 까지 했을까? 마지막의 백금화가 효과가 있었던 걸까. 

전서구라는 건 얼마나 걸리는거지? 가격은 또 어떻고?

『제게 전부 맡겨주시죠. 확실하게 준비해 놓겠습니다.』 

아저씨가 그렇게 말하는 듯한 환청이 들려왔다. 이 집에는, 아저씨가 계획한 '이벤트'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 제대로 규칙에 따른 '이벤트'가 말이다.

나는 고개를 돌려 유에라를 다시 쳐다 보았다. 유에라도 뺨을 은은하게 물들이며 나를 힐끗 바라보았다. 유에라도 눈치 챈 것 같았다.

"촌장,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요일을 묻는 것은 유에라가 자기 자신을 납득 시키기 위한 의식. 유에라, 아직 말도 안나왔는데 벌써 결심했구나.

"오늘은 지식의 신의 날입니다, 유에라 씨."

촌장님은 당연하게도 우리들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틀림없이 우리들의 '상태' 또한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런가." 

나도 유에라도 온천 여관에서 더욱 눈떠 버렸을지도 몰랐다. 아마도 우리 둘 모두 지금 조용히 흥분하고 있겠지.

옆에서 케레브릴은 이상하다는 듯이 유에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지금 그런 얘기를?' 그렇게 말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비밀로 해서 미안해, 케레브릴. 근데, 이건 나와 유에라 둘 만의 이야기라 어쩔 수 없다고.

"그런데 편지에는 두 사람에 밖에 쓰여 있지 않았습니다만......"

그렇게 말하며 촌장님이 케레브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당황하지는 않은것 같았다. 오히려 몹시 기뻐보였다. 

보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촌장님은 대체 뭘 기대하는거지...... 

"나는 케레브릴이다. 여행 도중에 합류 했는데. 폐가 됐으려나."

케레브릴이 꽤 고압적인 느낌으로 답했다. 

"......아뇨, 물론 환영합니다. 케레브릴 씨." 

촌장님이 압도된 것 같다. 

나와 유에라는 이미 알고 있었다. 케레브릴이 정말 무서운 누님이란 걸. 그렇지만 정말 상냥하기도 하다는 것을. 친한 사람에게는 굉장히 다정하다고.

"특히 당신 같은 미인은 대환영입니다, 케레브릴 씨."

촌장님은 멘탈 회복이 빠른 모양이었다.

"그래서?" 

케레브릴의 태도는 차가웠다. 입만 웃으면서 대답했다. 촌장님이 싫은 걸까.

"유에라씨도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촌장님은 이번에는 유에라에게 말을 걸었다. 나한테는 아무것도 없네. 

"뭐 그렇지." 

유에라는 당연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유에라는 자신의 미모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오늘은 검은색 기모노군요. 정말로 잘 어울립니다."

......흐응? 편지에 옷 색깔도 적혀있었나? 뭐 그런건 아무래도 됐지.

유에라는 옷 입는 걸 즐겨서 여러 옷이 있었다. 그리고 검은색 기모노는 확실히 잘 어울렸다.

"그런가." 

유에라는 표정이 바뀌지 않은 채 대답했다.

"맞아, 잘 어울려." 

조금 이런 저런 '예감'이 들었으므로, 촌장님의 이야기에 말을 맞췄다.

"그런가." 

유에라가 조금 수줍어하면서 대답했다. 좀 기쁜 것 같았다.

촌장님은 만족한 듯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동생을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편지에는 복장에 관한 것까지 쓰여 있던 거야?" 

케레브릴이 차가운 목소리로 촌장님에게 말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뭐, 나도 조금 그렇게 생각하긴 했다만은...... 하지만 그 아저씨가 쓴 거니까, 외관상의 특징 정도는 써 놨을 것 같았다. 

"아뇨. 상태나 용모, 스타일 같은 특징만 쓰여 있었습니다만......"

그렇게 말하고, 촌장님은 나와 유에라를 차례로 쳐다보았다. 뭔가 반응을 살피는듯 했다.

"아아, 그러고 보니 복장에 대해서 쓰여 있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렇지 않다면 제가 알고 있을 리가 없죠."

촌장님이 말했다. 저건, 분명 거짓이였다.

유에라 또한 케레브릴과 함께 미심쩍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화제를 바꿨다.

"촌장님. 이 인테리어들, 정말로 멋진걸?"

촌장님은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국경 근처니까요. 《공업의 나라》에서 직접 고품질의 물건을 사올 수 있었습니다."

"편리하네." 

"그렇죠. 얼마 전에도 새로 개발된 물품도 손에 넣었거든요. 꽤 값이 비쌌습니다만, 다양한 쓰임새가 있어서요. 취미에도 장사에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당신 무슨 장사를 하고 있는데." 

케레브릴이 날카롭게 묻는다. 

"이 마을은 담배가 특산물이거든요. 토양이 매우 적합합니다." 

관심을 가져준다고 느꼈는지, 우리의 질문에 촌장님은 기뻐 보였다.

"이 마을은 비교적 풍족하답니다."

이거, '이 마을' 이 아니고, '내가' 라고 말하고 싶은 거 아니야? 

"제가 촌장님이 되고 나서, 생산량을 늘었습니다."

촌장님은 자기 자랑을 하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 같았다.

이 사람 원래는 분명 굉장히 영리하겠지만, 지금은 좀 멍청해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약간 우스웠다. 

"과연 대단하네, 촌장님." 

촌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상업의 나라》의 국민이니까요. 수요가 있으면 공급을 늘린다.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 여관 아저씨도 《상업의 나라》의 인간이였다. 어쩌면 유에라의 몸에 값을 매겼을지도 몰랐다. 

"게다가 고품질의 제품이라면 당연히 수요가 많아집니다. 생산자가 가격을 높게 설정 할 수 있다는 거지요."

"그렇네." 

"이 마을에도 많은 상인들이 찾아와서 가격을 협상합니다. 그 때 이런 집이 굉장히 도움됩니다."

그건 어째서일까. 

"그렇지요. 우리 마을의 담배를 한 번 펴보시겠습니까?" 

나는 여태까지 강제로 금연하고 있었다. 다른 두 사람은 피우지 않는듯 했다. ......그럼.

"......그래도 될까?" 

"물론입니다. 대신 나중에 감상을 좀 들려주시죠. 사소한 아르바이트 입니다."

"고마워." 

그리고 촌장님은 기쁜 듯이 유에라를 보았다.

"유에라씨는 용인족이라고 했던가요. 정말 드문 종족이군요. 그래서 말인데 긴히 가르쳐 주셨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만......"

촌장님이 일단 말을 한 번 끊었다. 

"이것도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셔도 상관 없습니다." 

유에라가 뺨을 희미하게 물들이며 다시 나를 힐끗 보았다.

"......뭐 괜찮겠지." 

"이것 참 기쁘군요. 케레브릴씨는 어떻습니까? " 

촌장님은 기고만장해 졌는지 케레브릴에게도 물었다. 

"나는 싫어." 

케레브릴은 즉시 거절했다.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유감이네요. 다크 엘프 종족도 꽤 희귀합니다만......"

촌장님은 정말로 아쉬워 보였다. 

"그럼 오늘은 객실을 사용해 주시죠. 카오루씨와 유에라씨는 같은 방이 좋겠지요?" 

촌장님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우리들을 쳐다보았다. 마치 자신에게 맡기면 전부 괜찮을 거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르바이트는 저녁 식사 후에 합시다." 

아르바이트. 이렇게 해서 나와 유에라는 내용은 조금 달랐지만,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저녁, 객실에서.

나는 촌장님에게 담배를 받았다. *궐련이었다.

[궐련 : 얇은 종이로 가늘고 길게 말아 놓은 담배.] 

"마는 방법은 아십니까?" 

"응. 아마도." 

"저도 한 대 피워 볼까요." 

촌장님이 담배를 말기 시작했다. 나도 따라서 말았다.

"...... 케레브릴씨는 당신에게 매료되어 있는 것 같더군요."

둘이서 담배를 말고 있다가, 갑자기 촌장님이 말했다. 

"그런가?" 

나는 손을 멈추고 촌장님을 보았다.

"당신을 바라 볼 때의 케레브릴씨는 정말로 애틋한 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럴지도 몰랐다. 케레브릴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를 다정한 눈길로 바라봐 주었다. 

"누가 봐도 그렇다고 말했을 겁니다. 그건 당신을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눈이였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촌장님이 꽤 멋진 미소를 지었다. 

"저는 말이죠, 케레브릴씨의 사랑을 이루어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째서?" 

"아름다운 여성에게 눈물은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촌장님은 담배를 다 말고는 불을 붙였다. 

"물론 유에라씨를 울리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길게 연기를 뱉어내면서 촌장님이 대답했다. 

"혹시 알고 있습니까? '[어둠의 여신의 저주]는 운명의 상대를 끌어당긴다'고요. 그런 설이 있는 것 같더군요." 

"그래?" 

나는 전혀 몰랐다. 그런 말은 아무도 하지 않았었다. 

"전에 어둠의 여신의 신자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세계에서 [어둠의 여신의 저주]라는 이름은 상당히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세세한 내용까지 알려졌다고 하기에는 의문이였다. 잘 모르는 사람은 이름만 알고 있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이 촌장님처럼 자세하게 아는 사람도 있었다.

"요점은 당신과 유에라씨가 케레브릴씨를 받아들일지 말지 입니다."

그럴까?

"케레브릴의 마음이 가장 중요한 거 아냐?" 

"물론입니다만. 제 눈에는 틀림 없습니다." 

촌장님은 자신만만 했다.

"당신은 아직 젊습니다. 제게 맡겨주시죠."

촌장님은 단언했다. 

"유에라씨도, 케레브릴씨도, 당신과 나도, 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수 있도록 해보죠."

촌장님의 저 자신감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리고, 대체 어떻게 하려는 걸까.

"그럼 이만." 

촌장님이 담배를 끄며 자리에서 일어낫다.

"아, 그렇지. 당신들은 《자유의 나라》를 목적지로 삼고 있었지요. 혹시 알고 있습니까? 그 나라에서는 중혼도 자유입니다."

잠시 후. 

나는 오래간만의 담배에 머리가 어질 어질 했다.

너무 오랫만에 담배를 피우는거라 굉장히 흡수를 잘 하는듯 했다. 어질 어질하며 몸이 축 늘어져 움직일 수 없었다. 

정말로 일어나 있을 수가 없어서, 힘없이 엎드려 누워 있었다. 적어도 살아는 있다고 생각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지만 대답할 수가 없었다. 

철컥 하는 소리가 나며 발소리가 다가왔다.

"몸 상태가 안 좋은 거야?"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나는 손으로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 목소리는 케레브릴이였다.

"그래?" 

케레브릴이 침대에 걸터앉은 것 같았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괜찮아진 기분이 들었다. 슬슬 일어나야지.

"......이제 괜찮아." 

"담배 같은 거 피우지 않는 게 좋을텐데." 

사실 나는 담배를 엄청 좋아했다. 게다가 상표나 종류도 그다지 가리지 않았다. 그저 연기만 나오면 뭐든지 ok였다. 

"담배란게 왜 이렇게 맛있는 걸까."

"그런거야?" 

그런거야. 근데 케레브릴이 여기 무슨 일로 온거지? 촌장님이 뭔가를 한 걸까.

"근데 무슨 일이야?" 

케레브릴은 내 바로 옆에 앉아있었다. 달콤한 향기가 났다. 엘프들은 다들 이런 걸까, 아니면 케레브릴만의 체향인가? 

"그 촌장한테 끈질기게 아르바이트를 권유 받았거든."

역시 그랬었군. 케레브릴은 지긋지긋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인간, 다크 엘프에 대해 알고 싶다면서 계속 말을 걸어오더라니까."

그렇게 말하며 돌연 나를 요염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왠지 모르게 오싹했다. 

"하지만 너라면......가르쳐 줘도 좋은데 말야."

케레브릴이 다가왔다. 저기, 가슴골이 보이는데 말이지...... 

케레브릴의 피부는 보기 좋게 그을려 있었다. 비유하자면 밀크 커피색에 가까웠다.

그 위에 입고 있는 '드레스처럼 화려한 하얀색 원피스'는 신체의 라인을 그대로 드러내며, 밑의 스커트 부분만 넓게 펼치고 있었다.

밀크 커피색의 피부에 이 새하얀 원피스의 조합은 그야말로 발군이였다. 정말 멋진 누님이라니까.

"저기, 날 안아보지 않을래?" 

케레브릴이 고개를 기울이며 그렇게 물어왔다.

나는 흠칫했다. 갑자기 무슨 말이야?

"저기, 케레브릴. 좀 더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겨줘."

나는 유에라를 생각해 이 유혹을 참기로 했다. 미안해, 케레브릴.

"소중히 하고 있어." 

진심이야? 게다가 유에라는 꽤 질투가 심하다고.

케레브릴의 얼굴이 점점 다가왔다. 심장이 마음대로 요동쳤다.

"여관 주인의 편지를 읽었어."

그리고 케레브릴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가벼운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이 말에 진심으로 놀라고 말았다.

"......알아 버렸구나."

"알아 버렸지." 

그렇게 가볍게 대답하며 케레브릴이 내 눈을 바라보았다.

나는 어떤 얼굴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대로 케레브릴을 바라보기만 했다.

"촌장하고도 이야기를 나눴어." 

촌장님이 무슨 얘기를 한 걸까.

"[어둠의 여신의 저주] 정도는 괜찮아. 나는 다크 엘프라고."

"그래?" 

"무서운 것은 유에라 정도일까." 

그거 더 큰일이네.

"그 촌장, 내 사랑이 이루어지길 응원해 주겠다고 하던데."

케레브릴이 조금 기쁘다는 듯이 웃는다. 

"하지만...... 유에라가 허락해 줄까."

그런 내 말을 듣자 케레브릴은 약간 눈을 내리떴다. 그러고는 슥하며 일어서더니 입고 있는 것들을 툭 툭 하나씩 벗어 나갔다. 

"뭐하는 거야!"

"사랑에 이유가 필요해?"

나 케레브릴의 단호한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케레브릴이 벗고있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케레브릴은 갈색 피부 위에 원피스와 같은 하얀색의 청초한 속옷을 입고 있었다. 에로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이윽고 케레브릴은 속옷마저 벗어 던지며 알몸으로 침대로 올라 와버렸다. 

나는 무심코 방 입구 쪽을 바라 보았다. 지금 유에라가 들어와서 이 장면을 봤다가는 나는 분명 살해당해 버린다!

"유에라는 지금 촌장과 이야기하고 있어. 촌장님이 유에라에게 이렇게 말하더라고 '당신들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라고, '마음이 이어져 있다'고 말이야." 

내 셔츠의 단추를 풀어가면서 케레브릴이 말했다. 

"그러니까 나와 한 번 하는 것 정도는 분명 용서해 줄 거야." 

아아, 미안해 유에라. 나는 유에라에게 미안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심해버렸다. 이제 나는 바람을 피게 되는 걸까.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여성에게 창피를 줄 수는 없잖아?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멋진 몸이야."

케레브릴이 내 복근을 긴 손가락으로 스윽 쓸어올렸다.

"그래?"

"단단한게, 내 취향이야."

케레브릴이 내 얼굴로 다가와 키스했다. 입술만 살짝 닿은 버드 키스였다.

"저기, 이제 해도 되지?"

케레브릴이 내 벨트를 찰칵 소리를 내며 풀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청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자지를 꺼내 버렸다.

"......크네." 

케레브릴이 머뭇 머뭇 손을 뻗으며 말했다.

왜일까? 케레브릴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무척 기뻤다.

"핥아도 돼?" 

"응." 

분명 핥는다고 했으면서, 케레브릴은 갑자기 귀두를 입에 물었다.

"응...... 큽...... 후......"

케레브릴은 귀두 끝의 틈 사이로 혀로 할짝이고 있었다.

"웁...... 후웁...... 움, 쭙."

"읏......" 

그리곤 곧바로 깊숙이 빨아 들였다. 굉장히 기분 좋은 펠라였다. 

"웁, 후움......움, 츕...... 쯉, 츄르릅......"

나는 깊숙하게 빨아주는 쪽을 좋아했다.

"후움......-츕, 쭈웁, 응...... 흐응."

케레브릴은 굉장히 능숙했다. 

"움..., 쭙, 쯔릅, 우훔......응, 응......"

강약을 조절하며 빨아들였고, 동시에 혀로 귀두와 요도구를 핥아주는 느낌에 나는 참을 수 없었다.

"후움..., 츕..., 우웁, 움......"

아랫배로부터 쾌감이 밀려왔다. 이제 그만 빼라고 할 때였다.

"윽, 케레브릴, 그만, 쌀 것 같아."

"으응, 흐움...... 으웁...... 후응......" 

케레브릴은 도리질을 하며, 입에서 내 자지를 놓아주질 않았다. 그 도리질이 엄청난 쾌감으로 다가오며, 그만 참지 못하고 정액이 위로 튀어 올랐다. 

"......크읏, 나온닷."

나는 케레브릴의 입에 사정했다. 강렬한 쾌감이 밀려왔다. 

"흐웁! 읏..., 응...... " 

케레브릴은 입에 문 상태 그대로 정액을 받아들였다. 그에 맞춰 나도 남은 정액까지 전부 짜냈다.

"응...... 흐웁...... 꿀꺽...... 읏, 응, 응......" 

케레브릴은 정액을 전부 삼키고는 자지를 입에 문 채로 혀로 깨끗하게 씻겨 주었다.

"정말 진했어." 

케레브릴은 입을 떼고 뭐라 표현하기 힘든, 요염하고 윤기 나는 얼굴로 그렇게 말해왔다.

케레브릴이 내 위로 올라탔다. 나는 케레브릴의 허리를 팔로 감아 끌어 당겼다. 

"아아......" 

나는 입술로 케레브릴의 배를 문질렀다.

"흐읏......"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입술을 스치면서 점점 위로 움직여 케레브릴의 가슴을 크게 한번 빨았다. 

"읏...... 아...... 아아......" 

입술을 떼자, 눈 앞에 케레브릴의 커다란 가슴이 있었다. 속옷이 없는데도 전혀 쳐지지 않았다.

나는 그 큰 가슴을 주물럭 거렸다. 케레브릴의 가슴은 조금 단단하게 느껴질 정도로 굉장히 탱탱했다. 마치 손가락을 튕겨 내는 것 같았다.

"흐읏...... 아아아...... 읏, 아앗......" 

가슴 아래를 양손으로 받치고 위로 들어 올려 보았다. 밀크 커피색의 가슴이란 건 정말로 선정적이었다. 

"앗...... 아아아...... 응......"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돌리듯이 주물렀다. 케레브릴과는 처음이니까 조금 자제하면서, 천천히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앗...... 아...... 아아아...... 앗......" 

딱딱해진 분홍색 젖꼭지를 입에 머금고 혀 끝으로 자극했다.

"앗, 앗...... 아앗, 흣...... 아앗...... 아아...... 저기, 이제 슬슬......" 

"뭐가?" 

나는 일부러 모른척 했다. 

"아아..., 정말, 넣어도 된다고" 

"그럴까?" 

"더는 못 참겠어......"

"응."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케레브릴의 눈동자는 이미 욕망에 젖어있었다.

케레브릴은 스스로 내 자지를 잡고서 자신의 보지로 이끌었다.

"읏......" 

나는 삽입하는 순간을 제일 좋아했다. 지금은 강제로 삽입하는 것을 당하는 중이였지만......

"아앗! 앗..., 앗......"

케레브릴이 허리를 한번에 내려버리자, 내 자지가 끝까지 삼켜져 버렸다. 귀두 끝부분부터 뿌리쪽으로 급격한 쾌감이 번져나갔다.

"앗, 아아..., 앗......" 

뿌리까지 전부 들어가면서 굉장한 충족감이 느껴졌다. 그러다 탄력 있는 자궁구에 귀두 끝이 닿았다. 그 순간 질 내부가 꿈틀거리며 자지를 확 잡아당겼다. 귀두가 자궁구를 뚫고 쭉 빨려들어가 버렸다.

"앗! 아아앗-!" 

케레브릴은 넣은 것 만으로 절정했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자궁구가 강하게 조이며, 귀두 밑부분의 잘록한 곳을 자극했다.

나 또한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케레브릴의 보지는 정말 굉장했다. 나는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읏, 응...... 앗, 앗...... 아앗......" 

손으로 케레브릴의 허리를 잡아 움직임을 도우면서, 나는 앞 뒤로 미끄러지듯 허리를 움직였다.

"아아앗, 앗, 아앗, 하으읏...... 흣, 앗, 아앗, 아아아."

찌를 때마다 귀두 끝이 케레브릴의 자궁 입구에 딱 맞아 들어갔다. 나는 이 감각을 알고 있었다. 

"아아앗, 좋, 앗, 앗, 아아......" 

뺄 때는 자궁구가 귀두 끝부분에 달라 붙어 왔다. 굉장히 기분 좋았다.

"아아읏, 흣, 으읏, 으흥......" 

케레브릴이 내 가슴에 양 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두팔 사이에 끼인 커다란 가슴이 박력 있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또한 내가 무척 좋아하는 광경이었다.

"흐읏, 아, 아앗, 아아아......"

또다시 아랫배의 저 밑에서부터 점점 쾌감이 올라왔다. 

"아아아앗, 앗, 앗, 아아...... 앗, 아아......" 

이번에는 쾌감을 참지 않으며, 허리의 움직임을 빠르게 했다.

"아아앗, 아, 아, 앗, 아아, 아아아......" 

평소보다 많은 양의 정액 덩어리가 요도를 타고 올라오면서 커다란 쾌감을 줬다. 사정의 순간, 굉장히 강렬한 쾌락에 눈을 질끈 감았다.

흠칫, 움찔 움찔, 움찔...... 

"아아앗-!!!! 앗, 앗, 앗, 아아아......"

정액이 주입됨과 동시에 케레브릴이 몸을 부들 부들 떨면서 가버리는게 느껴졌다.

"앗...... 아아......" 

나는 달콤한 쾌감을 느끼며, 귀두를 조금씩 움직이면서 사정 후의 여운을 즐겼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 굉장했다." 

귓가에 속삭여지는 느낌이 조금 오싹했다.

케레브릴은 수줍어하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저 깊은 곳에서부터 치밀어 올랐다.

왜 남자는 자기가 안은 여자를 사랑하게 되버리는걸까.

"응. 정말로 기분 좋았어."

케레브릴을 끌어 안으며 나도 대답했다. 

"아직도 팔팔하네." 

"응." 

케레브릴의 안이 무척이나 기분 좋았으니까.

"우리의 몸은, 궁합이 좋은 걸까."

"굉장히 좋지."

왜냐면, 사이즈가 딱 들어맞잖아.

나는 케레브릴을 품에 안은 채로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앗!" 

이 느낌...... 나의 자지가 없어져 버린 듯한 이 느낌...... 나는 이것이 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자지가 급격하게 흐물 흐물해지며, 케레브릴의 안에서 빠져나와 버렸다.

"무슨 일이야?" 

케레브릴이 걱정스럽게 보고 있었다. 아아, 나는 또 저질러 버리고 말았다......

"케레브릴. 부탁이니까, 상태창을 열어줘."

케레브릴은 의아스러워 했지만, 그래도 말없이 열어 주었다.

이름 : 케레브릴 

종족 : 다크 엘프 

직업 : 정령 술사 

신장 : 172cm 

가슴 둘레 : 89cm 

상태 : [어둠의 여신의 저주] [배덕] 

나는 케레브릴을 감염시켜 버린 것이였다

"미안해, 케레브릴." 

나는 어떻게 사과해야 될지 몰라서 고개를 숙였다. 케레브릴을 위해서라면 뭐든지라도 할게......

"너 바보야? 왜 그런 말을 해!"

케레브릴이 외치며, 양손으로 내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너는 나를 손에 넣은 거잖아." 

케레브릴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여전히 상냥한 눈빛이었다.

"너를 좋아해. 정말 좋아해."

"......응." 

"사랑해."

내게 솔직하게 고백해왔다. 이렇게 노골적인 사랑의 감정이 부딪쳐 온 것은 처음이었다.

"계속, 언제까지나......"

"계속?" 

"그래, 죽을 때까지, 영원히......"

저기, 다크 엘프는 장수하는 거지? 그야말로 진정한 사랑이었다.

내가 졌다. 케레브릴의 너무나도 진심어린 고백에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

.

.

"저는 이걸 좋아해서 말이죠. 어울려 주시지 않겠습니까."

저녁 식사가 끝나고, 촌장님이 호박색의 술과 잔을 가지고 왔다. 그러고는 나와 유에라 그리고 자신의 잔에 따랐다.

케레브릴은 기분이 좋지 않다면서 저녁 식사에 오지 않았다.

그 말에 촌장님은 몸에 좋은 것을 가져다 줄 것을 가정부에게 지시했다.

"자아, 마시죠." 

그럼 좀 마셔볼까...... 꿀꺽하고 단숨에 들이키자 뱃속이 확하고 뜨거워졌다.

"술이란, 오늘 노력한 자신에게 주는 포상이고, 그리고 내일의 활력을 위해 마시는 것입니다." 

촌장님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마치 동생을 격려해주는 것 같았다.

곧이어 몸이 화끈 달아오르면서 기분이 고양되었다.

"한잔 더 하시죠." 

"고마워." 

술을 더 따라 주었다.

"나도 한 잔 더 받아도 되나?"

유에라가 잔을 내밀었다.

"물론입니다. 자, 여기 있습니다." 

촌장님이 유에라의 잔에 술을 따른다. 그리고 유에라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유에라씨는 아직 오늘의 아르바이트가 남아있으니까요." 

"......흥." 

유에라는 긴 흑발을 흔들며 홱하고 고개를 돌려서 외면했다. 

그래. 이제 곧 내가 사랑하는 유에라가 '아르바이트'를 할 것이다.

유에라가 나를 힐끔 힐끔 보고 있었다. 술 때문인지 뺨이 살짝 붉었다.

두번째 잔을 들이키자, 그제서야 강한 알코올 향이 느껴졌다.

'아르바이트'. 이제부터 유에라의 '아르바이트'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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