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화 코다카라탕(子宝の湯)의 때밀이 본방 전
행운의 신의 날, 우리는 아직도 건스미스가 사는 도시에 있었다.
이제 이 거리 근처에 있는 온천에 가기로 했다. 그 곳에는 희귀한 직업 스킬을 가진 장인이 있다고 건스미스가 말했었다.
비용은 모두 건스미스가 지불한다고 했었다. 유에라를 울린 것에 대한 사과였다. 우리는 이것을 건스미스가 준 선물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는 내일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동안 건스미스는 나의 샷건과 라이플을 오버홀 하고 있겠다고 했다. 건스미스의 솜씨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나는 다시 태어나게될 두 총을 기대했다.
"......언니, 어디 가는거야?"
여자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얼굴로 케레브릴의 손을 잡고 있었다. 어제 만난 미아 아이였다. 여자 아이는, 케레브릴을 많이 그리워하고 있었다.
"잠깐, 나갔다 올 뿐이니까. 착한 아이니까,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잘 기다릴 수 있지?"
케레브릴은 여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 아이는 칭얼대고 있었다. 미아가 된 이후는 계속 케레브릴과 함께였으니 당연했다. 괜히 씁쓸해졌다.
"......응."
그래도 여자 아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착한 아이네.
"그래, 장하지. 정말 착한 아이로구나. 언니가 없는 동안, 이 할머니랑 같이 여러가지 놀이를 하자꾸나."
숙소의 노부인이 상냥하게 웃으며 여자 아이에게 말했다.
"......여러가지 놀이?"
여자 아이는 금새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노부인을 올려다 보았다.
"그래, 여러 가지 놀이. 할머니가 어렸을때 했던 놀이란다. 할머니랑 놀아보자꾸나."
"......응"
여자 아이는 수줍에 웃었다. 귀여웠다.
"이 아이는 우리에게 맡기고, 안심하고 다녀오시죠."
옆에 있던 숙소의 노주인이 말을 걸어 왔다. 성실하고,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노인이였다.
"고마워."
이미 이 노주인과 위병은 이야기를 나눴었다. 부모님을 찾을 때까지, 당분간은 이 숙소에서 여자 아이를 보호하게 되었다. 부모님이 발견되거나, 뭔가 정보가 들어오면 바로 연락을 취해주도록 되어 있었다.
"그래서, 부모님은 어디 있을까?"
내 말에, 노주인은 어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 아이, 이 도시의 아이가 아닌것 같습니다."
"그런가?"
"작은 도시니까요. 게다가, 아이가 없어졌는데, 부모가 위병에게 신고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죠."
그럴지도 모른다.
"......어쩌면 좋을까?"
"뭐, 걱정할 건 없습니다. 우리 부부는 아들도 수도에 살고 있고, 오랫동안 외롭게 살았습니다."
그러면서, 노주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여자 아이를 바라보았다. 여자 아이는 노부인과 이야기하면서 웃었다. 노부인도 즐거운 것 같았다.
"아이가 있으니, 이 숙소의 분위기도 밝아지는 기분이군요."
노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옛날의 추억을 회상하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그 건스미스도 멋진 일을 했군요."
노주인은 좀 우울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말을 돌렸다.
"......응"
나는 약간 어색했다. 노부부에게는, 잠시 떠나는 제자에게 주는 스승의 선물이라고 말했었다.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유에라를 울린 사죄라던가. 철분제를 배란유발제라고 속이고, 유에라에게 질내 사정을 했다던가......
"시간이 약간 늦을지도 모르니, 기왕이면 마차를 고용하시죠. 일찌감치 점심을 먹으면, 충분한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진실은 모르는 노주인은,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분명히, 벌써 점심에 가까워졌다.
"고마워, 그렇게 할게."
나는 기분을 전환하고 온천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우와, 거대하네."
마차의 말을 보고, 나는 상당히 놀랬다. 정말 말 그대로 거대했다. 다리도 굉장히 굵었다. 경마장에서 볼법한 서러브레드 같이 무척 컷다.
"......크다!"
여자 아이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고 있었다. 노주인이 수배해 준 마차가, 우리의 숙소에 도착했다.
"말의 눈빛, 초롱초롱하고 예쁘지?"
케레브릴은 여자아이 옆에 꾸그리고 않아 함께 말을 보고 있었다. 케레브릴은 정말로 아이를 좋아했다.
"응!"
여자 아이는 말에 바로 옆에 붙어서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농사용 말이군...... 뭐지? 말은 처음보는가?"
곁에 있던 유에라가 조금 웃으면서 내게 물었다.
"내가 봤던 말이랑은 좀 달라서 놀랬어."
이게 농사용 말인가? 그 말을 들으니 마차도 다르게 보였다. 마차는, 짐마차를 개조한 것 같았다. 큰 사륜 바퀴에, 마부석과 대면식 좌석, 거기에 천막을 덮은 심플한 마차였다.
"기다리겠습니다. 자, 어서 출발하시죠."
노주인의 재촉을 받아 우리는 떠나기로 했다.
"고마워. 다녀올게."
나는 마차에 올라탔다. 양쪽에 세명씩 앉을 수가 있는 좌석이 있었다.
"의자가 딱딱하네."
케레브릴도 당연히 내 옆에 앉았다. 반대편 좌석은 다 비어 있었다. 왠지 한쪽에 몰려앉은 모양이 조금 이상했다.
"손님, 이제 출발해도 될까요?"
마차의 덮개는 사방이 모두 뚫려 있었다. 마부 영감이 물었다.
"아아, 잘 부탁하지."
유에라가 대표로 대답했다.
"넵."
유에라의 대답을 듣고, 마부 영감은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잘 갔다와."
여자 아이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착한 아이니까 잘 있을 수 있지?"
케레브릴이 상냥하게 아이에게 대답했다. 우리들 모두 여자 아이와 노부부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 마차는 처음이야. 근데 생각보다 빠르네."
마차는 생각보다 빨랐다. 풍경이 휙 휙 지나갔다.
"생각보다 조금 더 흔들리기는 하지만."
마차는 도시에서 나와 흙길을 지나가자 꽤 덜컹거렸다.
나는 조금 생각을 했다. 자동차처럼 뭔가 스프링 같은 것으로 이런 흔들림을 줄일 수 없을까?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 자세히 살피면, 이 세계에는 돈을 벌 수 있는 아이디어가 어디에나 떨어져 있었다.
나는 한층 더 깊게 생각했다. 내가 이 세계에 없던 지식을 잘라 팔아서 돈을 벌면, 유에라와 케레브릴의 아르바이트 기회를 빼앗아버리는걸까? 유에라와 케레브릴도 가끔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때론 마차도 좋군."
유에라가 조금 한가로운 목소리를 냈다.
"마차로 온천 여행이라니, 좀 사치스러운걸?"
케레브릴은 조금 웃고 있었다.
"어짜피 건스미스가 지불하는 거야. 사양할 필요는 없어."
나는 마차비도 건스미스에게 지불하게 할 생각이였다. 유에라를 울린 앙금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그러니 신경 쓸 필요 전혀 없어, 케레브릴.
"그래?"
케레브릴은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다."
유에라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유에라도 약간의 복수를 하고 싶은 것 같았다.
"어제, 내가 같이 가지 않은건 운이 좋았던걸까?"
"그건 틀림없다."
유에라와 케레브릴은, 나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유에라는 천재지변에 당한거네."
"정말이다."
사실 나도 눈치 챘었다. 유에라와 케레브릴은, 최근엔 뭐든지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다. 내게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케레브릴은 어제 일도 자세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너는 넓은 욕조를 좋아했지. 온천은 맘에 들겠지?"
유에라가 다정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분명히 나는 그렇게 말했었다. 꽤 오래 전의 일이였다.
"잘 기억하고 있었네."
"당연하다. 네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나는 무엇이든 알고 싶다."
유에라는 조금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며, 내게 몸을 딱 붙이고 있었다. 완전 찰싹 달라 붙었다. 어제 이후로 유에라는 무척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유에라, 기쁘긴 한데, 좀 좁아."
"......싫은것만 아니라면, 별 상관없다. 나는 이러는게 행복하다."
그렇게 말하면서 약간 삐진 것 같았다. 그리고는 내 어깨에 살포시 머리를 기대었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랑한다."
그러고 보니, 유에라는 내게 사랑한다고 직접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치안이 나쁜 도시에서의, 음란한 고백 이후였다. 어떤 형태로였든, 우리의 사랑은 깊어지고 있었다.
"나도 널 사랑해."
케레브릴도 치고 들어왔다. 케레브릴은 원래부터 적극적이였다. 물론 나와 케레브릴의 사랑도 깊어지고 있었다.
"첫 여행인데, 나도 이렇게 하고 싶어."
케레브릴은 마치 호소하듯, 가만히 내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그랬다. 오늘은 이제까지와는 달랐다. 순전히 휴식만을 위한 여행인 것이다.
"그렇네. 나도 이러고 있으면 행복해."
온천뿐만 아니라 유에라와 케레브릴과의 첫 여행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도시에서 나온 이후로, 주변은 온통 논밭이였다. 저 멀리로 여러 산들이 보였다. 그 산기슭 어딘가에 온천 여관이 있겠지. 논밭을 지나고 나자, 조금씩 활엽수가 많아졌다.
"......"
케레브릴은 도시 쪽이 신경쓰이는 듯 살짝 뒤돌아보았다.
"왜 그래?"
"......그 아이, 괜찮을까?"
케레브릴은 미아 아이를 걱정했다.
"숙소의 노부부는 괜찮은 사람들이 같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도 착하고. 가정 교육을 잘 받은 것 같군."
유에라는 눈썰미가 좋은 것 같았다.
"그래, 그 아이는 착한 아이니까, 틀림없이 괜찮을거야."
케레브릴도 겨우 안심한 모양이였다.
"손님, 이제 곧 도착합니다."
마부 영감이 말했다. 벌써 주위는 완벽한 산속 이였다. 길도 오르막길이고 활엽수가 만연했다.
"어떤 온천일지 기대되는군."
유에라는 나에게 달라붙은 채 약간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유에라도 기대해?"
"당연하잖나. 나도 여자란 말이다."
유에라는 조금 반발했다.
"미안해. 왜냐하면, 예전에 같이 온천에 갔을 때는, 그런 말 하지 않았었으니까......"
"......그땐 네가 즐거워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유에라는 약간 삐진 얼굴을 했다. 하지만 볼이 약간 빨개져 있었다. 온천 아저씨의 마사지를 생각해 냈을지도 몰랐다.
"여자라면 처음 하는 일을 기대하는게 당연하잖나. 게다가 온천은 들어가면 피부가 깨끗해지는 느낌도 들고 말이다."
유에라의 대답을 들으며, 케레브릴도 나에게 달라붙은 채, 기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리 모두는 온천을 기대했다.
조금 더 나아가자, 활엽수 숲 사이로 온천 여관의 건물이 보였다. 크지 않은 이층의 목조 건축물이였다.
"이건 《동쪽 끝의 섬》 풍의 건축물이군."
유에라가 가르쳐 주었다.
"《동쪽 끝의 섬》?"
처음 듣는 명칭이였다.
"《자유의 나라》의 아득히 먼 동쪽 바다에 있는 섬이야. 대륙과는 다른 문화를 가진 섬으로 지금은 《자유의 나라》의 일부로 편입되었어."
이번에는 케레브릴이 가르쳐 주었다.
"다른 문화?"
"대륙과는 다른 작도라던가, 내가 입고 있는 이런 옷 말이다."
몰랐었다.
"잘 아네?"
"나의 검술 스승이 《동쪽 끝의 섬》 출신이다."
그래서 유에라는 특이하게 작도를 쓰는 거였구나.
"유에라가 그 옷을 입는건 스승의 영향이야?"
"아아. 그렇다."
유에라는 스승을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온화한 표정을 하고 있어.
"손님, 도착했습니다."
마차가 멈췄다. 운치있는 온천 여관이 바로 앞이였다.
"운행료는 건스미스 앞에 달아놔."
"알겠습니다."
마차 영감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돌아갔따. 자, 새로운 숙소에 들어가 볼까.
"어서오십시오."
여관에 들어서자, 문 앞에서 여종업원이 마중나왔다.
"본 여관은 처음이십니까?"
"응."
우리가 로비에 들어서자, 거기에는 기모노를 입은 멋진 여자가 나왔다.
"제가 본 여관의 주인입니다. 잘 오셨습니다."
여주인은 정중하게 인사 했다. 이 사람이 건스미스 안다는 그 사람인가?
"여주인, 건스미스가 준 소개장이 있어."
"핫."
건스미스라는 말에, 여주인의 볼이 확 빨개졌다. 뭘까?
"그럼, 저희 숙소에서 제일 좋은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고마워. 그리고 말인데, 소개장에는 두 사람이라고 써있을텐데, 사실은 세명이야. 나는 건스미스의 제자고, 이 두 명은 나의 애인이야."
"핫. 과연 그 분의 제자시군요."
여주인이 묘한 곳에서 납득했다.
"......숙박비는 건스미스에게 청구하면 돼."
"알겠습니다. 그럼, 숙박부에 기제를 할테니, Status를 보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는 각각 Status를 보였다. 여종업원이 평범한 표정으로 숙박부에 써내려갔다. 이 숙소의 종업원은 교육이 제대로 된것 같았다.
"......"
오히려, 여주인이 우리의 스테이터스를 보고는, 다시 볼을 붉히고 말았다. 여기서 나는 뭔가 예감이 들었다.
"이쪽입니다."
여주인에게 소개장을 주고, 우리는 여종업원에게 방으로 안내되었다.
"우와, 좋은 방이야."
방은 전체적으로 고급스런 방이였다. 대나무로 된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진 정갈한 방이였다
"......좋은 경치군."
유에라는 커다란 창문으로 바깥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밖은 인공적인 정원이 아닌, 활엽수가 심어져 있었다. 마치 숲 속에 있는 것 같다.
"이쪽의 문은 전용 노천탕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가?"
여종업원의 설명에, 케레브릴은 기쁜 듯한 소리를 질렀다. 아무래도, 이 방에는 전용 노천탕이 딸려있는 것 같았다. 사치스러웠다. 침실도 다른 곳보다 특별한것 같고......
"둘 다 마음에 드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유에라와 케레브릴은 만족스러워 보였다.
"감사합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여종업원도 빙긋 웃으며 나갔다.
"저기, 모처럼 좋은 방에 묵는데 전용 노천탕에 들어가 보지 않을래?"
셋이서 잠시 방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는데, 케레브릴이 들뜬듯이 말했다.
"좋다."
유에라도 들뜬 것 같았다. 우리는 노천탕에 들어가기로 했다.
"저기, 봐. 물이 하얘."
"아아, 정말이군."
온천의 색깔은 유백색이었다. 두 사람 모두 기쁜 듯이 웃고 있었다.
"나 백색의 온천은 처음이야."
"나도다."
둘 다 수건을 세로 들고 신체의 앞면을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둘 다 스타일이 좋아서, 더 야하게 보였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바라보지 마라."
"......그래 맞아."
유에라와 케레브릴은 볼을 붉히며 나에게 항의했다. 너무 빤히 쳐다봐서, 두 사람을 부끄럽게 만든 것 같았다.
"둘다 귀여워."
"......"
"......"
우리는 벌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서로에게 알몸을 보였는데도, 둘 다 부끄러워했다. 눈을 내리뜨고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귀여웠다. 둘 다 최고의 연인이다.
"......자, 들어가지."
유에라는 수줍어하며 나의 손을 잡고 끌고가기 시작했다.
"......내일이 기다려지네."
케레브릴은 요염한 눈으로 쳐다보며, 나의 팔을 살짝 쓰다듬었다. 내일은 우리가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는, 암흑의 신의 날이였다. 나도 내일이 기다려졌다.
그리고, 우리는 몸을 씻은 후, 노천탕에 들어갔다.
"꽤나, 넓네."
노천탕은 열 명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사치스럽게 잘 꾸며져 있었다. 유백색의 물은 약간 미지근해서 오래동안 있어도 문제 없을 것 같았다. 깊이도 앉았을때 딱 턱 아래까지 오는 적당한 수심이였다.
"피부가 매끈매끈해 질것 같아."
케레브릴은 나의 옆에서, 즐거운 듯이 유백색의 물을 손으로 뜨고 있었다. 케레브릴의 피부는 밀크 커피색이다. 유백색의 물속에 있으니, 왠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군."
유에라도 나의 옆에서, 팔을 만지작거렸다. 이 온천의 물은, 공기중에 나와도 색이 변하지 않았다. 처음 유백색 그대로였다. 물 속에서 유에라의 가슴이, 희미하고 아슬아슬하게 보일 정도였다
"이 온천의 효능은 뭘까?"
"나중에, 여주인한테 물어봐."
나는 케레브릴에 대답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노천탕은 물 밖에도 꽤 넓은 공간이 있었는데, 얇은 매트 같은 것이 깔려 있었다. 어른은 두 사람은 잘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저건은 어디에 사용하는 걸까?
"바람이 기분 좋군."
"그렇네."
유에라의 말대로였다. 아직 이른 시간이여서, 노천탕에서 새파란 하늘이 보였다. 산들바람이 뺨에 부딪히며 매우 기분이 좋았다.
"어라? 저건 뭘까?"
"직원용 출입문이 아닐까?"
노천탕 주위는 대나무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중간에 작은 쪽문이 붙어있었다. 숲에 다녀오거나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종업원이 지나다니는 문이 아닐까 싶었다.
"이봐, 다리를 뻗을 수 있어서 기쁘지 않나?"
"응. 어넓고 기분이 좋아. 다른 사람도 없고."
"아아."
유에라도 편안한 자세로 있었다. 다리를 뻗고, 느긋하게 물에 잠겨 있었다. 감아 올린 검은 머리 아래로 새하얀 피부가 대비되어 보였다.
"이 온천, 좋은 곳이야."
내 팔에, 피부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케레브릴이 착 달라붙었다.
"그렇지 않아?"
케레브릴도 긴 은발을 묶고 있었다. 처음보는 머리 모양이였지만, 잘 어울렸다. 케레브릴은 반달같은 기쁜 듯한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맞아. 좋은 온천이라 생각해.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 그런 곳이기도 하고."
나는 짙은 유백색의 물을 양손으로 떠보았다. 마치 물감을 섞은것 같은 진한 하얀색. 이 물에 몸을 담그면, 피부도 이토록 하얘지지 않을까 싶었다.
"조금 이상한데?"
케레브릴은 물을 양손으로 뜨더니, 확 하고 얼굴에 뿌렸다. 하얀 물이 뺨을 흘러내렸다. 나는 오싹했다.
"이 온천, 조금 짜."
케레브릴은 얼굴에 묻은 하얀 온천수를 혀를 내밀고 핥아먹었다. 그렇게 말하며 매력적인 눈빛으로 웃고 있었다.
"......그래?"
케레브릴은 정말 순수하게 온천을 즐기고 있을 뿐이지만, 나는 멍하니 넋을 놓고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왠지 케레브릴이 무척 야해보였다.
"......"
반대쪽의 팔에도, 피부가 닿은 감촉이 느껴졌다. 유에라도 딱 나에게 붙었다.
"......나도 있다."
유에라는 내게 딱 밀착해서, 조금 질투난다는듯 보고 있었다. 유에라는 정말로 적극적이게 되었다.
"알겠어, 유에라. 다 같이 천천히 온천을 즐기자."
"아아."
유에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는 끝까지 온천을 즐겼다.
우리는 온천에서 나와 방에서 쉬고 있었다.
유에라와 케레브릴은 어제의 일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실례하겠습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나며 여종업원이 들어왔다.
"차를 가져왔습니다."
도자기 찻잔에, 녹차를 따라 주었다. 녹차 특유의 떫은 맛이 입속으로 퍼지며, 상쾌한 향기가 맴돌았다.
"저기, 이 숙소에는 다른 온천도 있어?"
녹차를 마시면서 나는 여종업원에게 물어보았다.
"네, 대목욕탕이 있습니다."
"그렇구나."
저녁때 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었다. 이번에는 대목욕장탕에 가볼까?
"대목욕탕에서는, 희망하는 분들께 때밀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엣......, 때밀이가 있어?"
이미 때밀이는 거의 사라진 직업이였다.
"네, 저희 숙소의 자랑입니다."
여종업원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때밀이가 있는건가. 신기하군."
"그래?"
유에라도 때밀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한 것 같았다.
"건스미스가 말한 장인은, 분명 때밀이 일거야."
"...아마 그렇겠지."
유에라는 왜인지 볼이 빨갰다. 왜 그런걸까?
"유에라, 무슨 일이야?"
케레브릴도 의문스러운듯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나, 잠깐 다녀올게."
"아아."
"다녀와."
두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대목욕탕을 향했다.
대목욕탕의 입구에는 『코다카라탕』이라고 적혀있었다. 남탕이나 여탕같은게 아니였다. 이 목욕탕은 혼욕 같았다.
목욕탕은 넓었다. 노송나무와 같은 침엽수로 만들어진 욕조였다. 수영장처럼 헤엄칠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샤워를 하고 온천에 들어갔다.
나 이외의 손님은, 전부 여자였다. 대부분 나이든 사람이였지만, 가끔 젊은 여자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젊은 여자들은 나를 힐끔힐끔 보고 있었다. 좀 부끄러운거겠지?
나는 잠깐 상상해 보았다. 만약, 이 목욕탕의 남녀성비가 정반대였다면, 남자 투성이의 혼욕 온천에, 내가 유에라와 케레브릴을 데리고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언젠가 정말 그럴지도 몰랐다.
때를 미는 곳을 보니 나이든 남자가 있었다. 허벅지에서 가랑이 사이까지 수건을 감고 있었다. 저 사람이 때밀이인 것이 틀림없었다. 지금은 한 할머니의 등을 수건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저기, 여기 숙박하시는 분이신가요?"
갑자기 말을 걸어졌다. 나보다 꽤 연상인 온순해 보이는 여자였다. 30세 정도?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다,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응. 애인과 함께 묵고 있어."
"......그런가요."
여자는 급격하게 실망하는 눈치였다. 어쩔 수 없었다. 나에게는 유에라와 케레브릴이 있으니.
"나는 요양하러 왔어요."
그렇게 말하고, 여자는 때밀이를 보았다. 때밀이는 지금은 할머니를 마사지하고 있었다.
"......좀처럼 아이를 가지지 못해서."
여자는 부끄러운듯 말했다. 아이를 가지지 못한 건 안타까웠지만 왜일까? 여기는 『코다카라탕(아이를 위한 탕)』이니까, 아이를 갖지 못해 요양하러 왔다는건 이상하진 않지만......
"어라, 젊은 때밀이도 있었네?"
그때 대목욕탕의 구석에 있는 직원용 출입구에서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20세를 조금 넘어선 정도일까. 같은 때밀이의 모습이였다.
"......네"
왠지 여자는 수줍게 대답했다. 그리고 조금 요염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살이 쪄있었다. 내 취향은 아니였기에, 나는 눈을 돌렸다. 젊은 때밀이는 인기가 많은지, 다른 할머니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이만 갈게."
나이 지긋한 때밀이는 작업을 끝내고 있었다.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면, 나도 때를 밀고 싶었다. 여자에게 인사를 하고는, 나는 나이든 때밀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나도 받고 싶은데, 괜찮을까?"
"당연하죠."
나이 든 때밀이는 50세 정도로, 키가 좀 작았다. 하지만 몸은 탄탄했다.
나는 나무 목욕 의자에 앉았다. 때밀이가 내 뒤에서 타월로 등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할머니 때와는 달리 꽤나 강한 힘이였다.
"손님이, 건스미스의, 제자입니까?"
"그래."
때밀이는 내 등을 세게 문지르면서 물어 왔다. 나이 든 때밀이는 역시 장인 같았다. 강한 힘을 주면서도, 착 가라앉은 좋은 목소리였다.
"여주인한테 들었어?"
"네."
이렇게 힘차게 때를 밀어가자, 시원했다.
"건스미르를 알고 있었구나?"
"그 분은 저희 온천의 은인이십니다."
때밀이는 등 뿐만 아니라 어깨와 팔도 꼼꼼하게 밀어주었다.
"그래?"
"예."
때를 다 민 후, 때밀이는 마사지를 시작했다. 마치 보듯이, 하지만 사이에 뭔가를 감싸고, 그리고 나의 어깨를 두드려댔다.
"제자분들께는, 오늘 밤, 특별한 때밀이를 하라는 여주인의 말이 있었습니다."
나이 든 때밀이는 공손한 어조로, 나를 제자라고 불렀다. 아무래도 건스미스는 존경받는 모양이였다.
"특별한 때밀이?"
"예. 특별한 때밀이죠"
나는 다시, 예감이 들었다.
"지금, 받고 있는 거랑 다른거야?"
"저희의, 또 다른 때밀이 법이죠."
나이 든 때밀이의 손이 몸을 마시자 할 때마다, 부르더운 충겨과 함께, 기분 좋은 나른함이 퍼졌다.
"저기, 그건 『코다카라탕』과 관련된 거야?"
"예."
"......그래."
때밀이의 대답에 나는 어렴풋이 이해했다. 이 곳의 때밀이는, 아마도 여성 전용의 특별한 때밀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 유에라도, 아까 그 여자도 부끄러워 한 것이 틀림없었다.
때밀이에게 마사지를 받으며, 생각했다. 오늘 밤의 특별한 때밀이는, 분명 건스미스와 관계된 일이였다. 소개장에 무언가 쓰여져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조금 전의 유에라와 케레브릴의 행복한 얼굴을 생각하면, 가슴이 옥죄어 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 구석에는, 유에라와 케레브릴이 특별한 때밀이를 받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NTR좋아]스킬을 가지고 있는 상태니까. 정말로 사랑하는 연인들이 다른 남자에게 범해져버리는 것을 보고 싶었다.
"......"
때밀이는 말없이 계속 마사지를 하고 있었다. 지금은 타월로 내 등을 두드리는 중이였다. 이런 마사지는 처음이지만 의외로 기분이 좋고 편안했다.
"제자, 끝났습니다."
"고마워. 과연, 장인의 솜씨였어. 최고야."
내가 의자에서 일어나 감사의 말을 전하자, 나이 든 삼조는 기쁘게 웃었다. 나는 조금 놀랐다.
".....고맙습니다"
웃는 모습을 처음 봤다. 정말 상냥한 얼굴이였다.
"좋은 추억이였어."
"......제자분."
탕에 들어가려던 나를 때밀이가 불렀다.
"오늘 밤 때밀이에는, 아직 견습이긴 하지만, 젊은 때밀이도 데리고 갈 것입니다만, 미리 인사 나누시지 않겠습니까?"
"아무쪼록, 잘부탁드립니다."
어느새, 나이 든 때밀이 옆에 아까 직원용 출입구에서 나온 젊은 남성이 서 있었다. 아직 정식 때밀이는 아니었던 모양이다였. 근육질의 좋은 몸을 한, 장난꾸러기 같은 쾌활한 청년이였다. 견습은 내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나야말로,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고 나는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두 사람이 싫다는 일은 하지마."
"......"
견습의 표정이, 잠깐 굳어진 것처럼 보였다.
.
.
.
"자, 이걸 한번 먹어봐라."
"여기, 이것도 맛있어."
우리들은 방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이 곳에서 제일 좋은 방인 만큼, 요리도 호화로웠다. 유에라와 케레브릴도 아주 좋은 기분으로, 나에게 차례로 요리를 권했다.
유에라는 좀 취한 상태였다. 저녁 식사에는 과일주도 함께 있었다.
놀랍게도 음식은 내가 원래 있던 세계의 음식과 매우 흡사했다. 유에라의 말로는 《동쪽 끝의 섬》의 음식이라 했다. 나는 오랫만에 그리운 맛을 느꼈다.
"저기, 혹시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
케레브릴이 걱정스럽게 물어왔다. 볼이 빨갰다. 케레브릴 역시 조금 취해 있었다.
"설마. 고향에 미련은 없어. 유에라, 케레브릴과 헤어진다는건 상상도 하기 싫어."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물론, 나도 취해있었다.
"......그런가."
"......그래. 다행이야."
두 사람은 안심한 듯, 미소지었다.
"실례하겠습니다."
노크 소리가 나더니, 여주인이 들어왔다. 여주인이 인사(挨拶: 선종의 문답에서 유래)를 하려는 것 같았다.
"오늘 식사는 어떠셨나요......"
"......손님, 뭔가 불편하신 점은 없으십니까?"
"그런건 없다. 좋은 숙소다."
여주인의 인사가 끝나고, 유에라가 대답했다. 케레브릴도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모두 만족한 모양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