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화 (30/73)

제 15화 영상술사의 수상한 아저씨 (H씬 없음)

전쟁의 신의 날, 옆 도시에 도착했다. 이 도시는 과거의 한때 《공업의 나라》의 수도였던 적도 있다는, 매우 거대한 도시였다. 당연히 높고 긴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낮은 산을 등진 성채 도시였다.

도시 안쪽의 언덕 위에, 거대한 성이 보였다. 과거, 이 도시가 수도였을 때의 궁전이 틀림없었다. 이 도시는 건물이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힌, 혼잡한 도시였다. 공방도 많을 것 같았다.

현재의 수도는, 좀더 남쪽의 평야 지대에 있는, 교통의 요충지에 있었다. 아득히 먼 과거에, 이 도시에서 천도한 것이였다. 그러니까, 이 도시는 구수도였다.

여자 아이의 엄마는 이 옛 수도에 칸타로우가 체류한다고 했었다. 이 거리의 공방에서 일에 쓰는 도구들의 개량을 의뢰할 것이라고 했었다. 아마도 지금은 완성을 기다리고 있겠지.

칸타로우는 이 세계에서 몇 안되는, 나의 지인 중 한 명이였다. 그리고 일단, 은인이기도 했다. 모처럼 근처에 왔으니 찾은 것이다. 할 말이 있기도 하고. 나는 칸타로우가 묵을 것이라는 숙소의 주소를 알고 있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고마워."

웨이트리스가 내 앞의 테이블에, 달콤한 디저트와 홍차를 내려놓았다. 꽤 큰 딸기 밀푀유였다.

두 개의 파이 반죽 같은 빵이 있었고, 게다가 그 사이에 듬뿍 있는 딸기와 생크림이 끼워져 있었다. 이건 맛있을 것 같았다. 나는 단 것을 좋아했다.

나는 우선 홍차를 한입 마셔 보았다. 차가운 차는 싫었다. 이 세계는 어느 곳에 가나 말끔한 맛의 홍차를 내왔다. 티팩 홍차와는 완전 다른 음료 같았다. 나는 홍차가 너무 좋았다.

자, 이제 밀푀유를 먹어볼까?

"거너씨~"

칼로 잘르고, 포크로 입 앞까지 운반해서, 딱 먹으려고 하는 순간, 누군가 나를 불렀다. 변함없이 큰 목소리였다. 나는 일말의 감동도 느끼지 못한 채 뒤돌아보았다.

"아, 칸타로우."

나는 엷게 웃었다.

"오랫만이네, 거너씨."

칸타로우가 서있었다. 《상업의 나라》에서 헤어진 이후에 처음이였다. 그때 그 모습에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중년의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덩치 큰 아저씨.

"앉아도 돼?"

칸타로우는 태생적으로 목소리가 컷다.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반대편 의자를 가리켰다. 칸타로우는 근육질의 몸매를 하고 있었다.

"거너씨가 건강해보여서 다행이야"

칸타로우는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아, 웨이트리스에게 와인을 주문하고 있었다. 역시 주당이였다. 아직 대낮인데도 말이다.

"아, 깜짝 놀랬어. 숙소에 돌아가보니까, 거너씨가 와있다고 하잖아."

"빨리 왔네."

이곳은 칸타로우가 머물고 있는 숙소로 가는 도중에 위치했다.

칸타로우는 공방에 나가있어서, 숙소를 비우고 있었다. 숙소의 종업원이 말하기를, 이제 곧 돌아올 시간이라고 했다.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는게 좀 지루해서, 올때 길거리에서 발견한 이 가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숙소의 종업원에게 칸타로우에게 내 위치를 전해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러고 보니, 거너씨. 왜 내가, 이 도시에 있는지는 알아?"

"지난주에,이 도시에서 작업했지? 열심히 일하는거 같던데."

나는 밀푀유를 먹으면서, 칸타로우를 응시했다. 호색함이 얼굴에 배어 있었다. 그런 얼굴을,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야. 그 아가씨를 만난거야? 물론, 열심히 일하고 있지. 거너씨 덕분이야."

칸타로우는 영상과 관계된 마법에 특화된 마법사였다. 야한 영상을 촬영해서, 그것을 판매하는 장사를 하고 있었다. 오락이 적은, 여성이 적은 지역에서 인기 있는 것 같았다.

"자, 거너씨. 이걸 보라고."

칸타로우가 호색하게 웃으면서, 아이템 창을 열어 내게 무언가를 내밀어 왔다. 꺼낸 것은 한 장의 사진이였다. 알몸의 남녀가 찍혀 있었다.

"읏......!"

사진에 찍힌 것은 미아 여자 아이의 엄마였다. 얼굴이 잘려있었지만, 아마 사진의 남자는 칸타로우일게 분명했다. 두 사람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젊은 엄마는, 칸타로우에게 안긴 채, 무릎 사이에 앉아 있었다. 양손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잡고, 스스로 다리를 M자로 크게 벌리고 있었다. 뒤에서 뻗어진 칸타로우의 손이, 보지를 활짝 펼치고 있었다.

무엇보다 선정적인 것은, 젊은 엄마의 표정이였다. 추잡한 포즈를 한 채로, 부끄러운 듯, 쑥스러우면서도 음란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그 예쁘장한 젊은 엄마가 그렇게 웃고있었다.

"......이건?"

"거너씨의 조언대로, 이제부터는 영상수정에 여배우의 사진을 붙여서 판매하려고. 이건 이번 신작 사진이지."

......아, 확실히 기억났다. 나는 그런 조언을 한 적이 있었다. 칸타로우에게 먼저 트레일러를 보여준 다음, 수정구를 판매하라고 했었다.

"어떨까, 이건?"

"......굉장히, 잘 팔릴꺼라 생각해."

칸타로우의 눈이 진지했기에, 나도 진지하게 대답했다. 칸타로우는 이래뵈도,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열정 가지고 좋은 일을 하고 있었다. 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일 도량도 가지고 있었다.

나도 그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고, 칸타로우의 열정에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정말 잘 만들었다. 나도 사진만 보았을 뿐인데도, 이 영상을 굉장히 보고 싶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아 여자 아이를 생각하면 착잡한 심정이 되었다. 하나 위안이 되는 점이 있다면, 이세계의 성인 영상 산업은 아직 제대로 태동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이 모든건 칸타로우가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였다. 그 아이가 엄마의 아르바이트를 알아채는 일은 없을 확률이 높았다.

"타이틀은, 『바람난 아내 시리즈: 청초하고 젊은 미인 아내 질내 사정 3연발로 실신!』 인데, 거너씨는 어떻게 생각해?"

"......되게 직관적이네, 좋은 타이틀이야."

나는 홍차를 한 모금 홀짝이며, 진한 빨간색의 액체를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실신』이라고 할까, 『떡실신』이라고 할까, 고민중이야."

"난 『떡실신』이 더 좋은거 같아."

......아아,  주변 테이블의 여자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이쪽을 노려보았다.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칸타로우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그럼 거너씨가 말한대로, 『떡실신』이라고 할게."

"......그래."

칸타로우는, 나의 조언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미안. 그냥 아무거나 대충 대답한 것이였다.

"그러고 보니, 거너씨. 유에라랑 함께 가지 않았어?"

"물론, 함께 하고 있지. 지금은 쇼핑하러 갔어."

나는 식기 시작한 홍차를 빠르게 마시면서 엷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가. 아쉽네, 유에라도 만나고 싶었는데."

칸타로우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에라랑은 잘 되가?"

"물론이지, 칸타로우. 여행이 끝나면 함께 살기로 약속 했어."

"그렇구나. 뭐, 유에라는 처음부터 거너씨한테 푹 빠져있었으니까."

칸타로우는 웨이트리스에게 와인 한병을 더 주문했다. 이제는 잔이 아니라 아예 병째 마시려고 하고 있었다.

"칸타로우. 궁금한게 있는데."

나도 밀푀유를 다 먹어치웠다. 가볍게 허리의 홀스터에서 리볼버를 뽑아내고, 만지작거렸다.

"《공업의 나라》의 국경 가까운 곳에 있는, 《상업의 나라》의 담배 마을 촌장님과 아는사이야?"

이세계의 사람들은 대부분 평생토록 총을 볼 구석이 없었다. 그래서 테이블 위에서 내가 총을 만지작거려도,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그들은 이게 뭔지도 몰랐다.

"......알지, 거너씨. 안경 쓴 촌장 말하는거지? 인심이 후한지, 영상 수정을 많이 사줬어."

하지만 칸타로우는 이게 뭔지 알고 있었다. 숨을 죽이고 총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마을의 촌장, 우리가 도착하기 전부터 나랑 유에라를 알고 있었어. 왜 그럴까?"

나는 리볼버에 새겨진 COLT라는 글자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이미 유에라를 봤대. 나도 거기에 비쳤나봐."

나는 리볼버를 오른손으로 잡고 실린더를 왼쪽으로 열었다. 손잡이는 있을지언정, 왼손 잡이용 총이란건 없었다. 총알이 여섯발 모두 장전된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나는 실린더를 닫았다.

"하지만, 이상하지? 우리는, 분명 약속했는데 말이지?"

나는 왼손으로 리볼버를 들고, 이질적인 나무 손잡이를 꽉 잡았다. 이 나무 손잡이는 건스미스가 직접 제작해 준 물건이였고, 어제 내가 직접 교환했다. 왼손으로 잡는 것이 한결 편했다.

"칸타로우. 마지막으로 할말은?"

그리나서 나는 칸타로우를 향해 리볼버를 들어올렸다. 격철을 일으키며 기계처럼 감정을 지운채 겨냥했다. 테이블 너머로 칸타로우의 겁먹은 얼굴이 보였다.

"오해야, 거너씨. 나는 약속을 어기지 않았어."

"......그럼 어떻게 된거지?"

나는 조용히 칸타로우를 바라보았다.

"그 영상을 아무에게도 판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잖아. 난 단지 샘플을 보여줬을 뿐이야.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약속을 어긴건 아니잖아......?"

"......"

칸타로우는 이런 구석이 있었다.

"그때 영상 지금 가지고 있어?"

"......지금은 없어. 수도 있는 내 작업실에 있어."

칸타로우는 희비가 엇갈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칸타로우에게는 빚도 있으니까. 그 영상을 넘겨주면, 이번 일은 용서해 줄게."

나는 엷게 웃으며, 하늘을 향해 한 발을 쏘았다.

"아아아아......"

칸타로우는 기진맥진하게 신음하면서 세 잔째의 와인을 들이키고 있었다. 덩치가 아까운 한심한 모습이였다.

"너무한거 아니야, 거너씨......"

"그래?"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칸타로우는 총성이 울렸을때 놀라, 의자에서 굴러 떨어졌었다. 꽤 우스꽝스러웠다.

"그러게 왜 장난질 같은 걸 해서, 날 화나게 만들고 그래."

"......"

나는 아이템 창을 열고,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칸타로의 꼴사나운 모습을 본 것에 만족하면서, 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담배 마을을 나온 이래로, 칸타로우에게는 조금 화가 나 있었다.

"......총사씨, 적응 잘했네."

"칸타로우 덕분이야."

내가 이세계에 처음 소환되었을 때, 눈앞에 있던 것이 칸타로우와 유에라였다. 내가 사랑하는 유에라와의, 잊을 수 없는 첫 만남의 순간. 그때의 일은 지금도 가끔 생각났다.

그리고 우리들은, 셋이서 잠시 동안 여행을 함께했다. 칸타로우는 친절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이세계에 대한 여러가지를 가르쳐 주었다.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로 칸타로우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세계 최초로 만난 사람이 칸타로우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칸타로우는 절대로 악인은 못될 사람이였다. 만약 처음 만난 사람이, 나를 속여서 몽땅 벗겨먹으려는 놈이였다고 생각하면 섬뜩했다.

"나, 칸타로우한테는 감사하고 있어."

"......나, 방금 전에 죽을뻔 했는데......"

칸타로우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칸타로우가 은인이 아니였다면, 이미 벌집이 되었을걸?"

"......"

칸타로우는 침묵했다. 벌집의 의미는 잘 이해한 것 같았다.

"칸타로우, 슬슬 기운 차리라고."

칸타로우에게는 어딘가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이 있었다. 이세상은 나에겐 완전 낯선 세상이니 약간의 경계는 했지만, 나는 칸타로우가 그리 싫지 않았다.

"내가 갖고 있는 비장의 아이디어를 알려줄테니까."

이미 경고는 제대로 해뒀고, 나는 칸타로우를 기운차리게 하려고 미끼를 던졌다. 물론 가짜 미끼는 아니였다.

"거너씨, 정말?"

초췌했던 칸타로우의 얼굴에 갑자기 생기가 흘러 넘쳤다. 정말 단순했다.

"사실 칸타로우에게 팔려고 했던 아이디어야."

"나빴네."

내가 새 담배를 꺼내자, 칸타로우는 바로 불을 빌려 주었다. 필사적으로 내 비위를 맞추려 노력하고 있었다. 칸타로우의, 이런 알기 쉬운 점이 마음에 들었다.

"여배우가 말을 걸어오는 영상이 어떨까"

"말을 걸어온다고?"

칸타로우는 잘 이해하지 못한 것 처럼 보였다.

"자, 칸타로우, 상상해봐. 산속에 혼자 사는 남자가, 밤에 혼자서 영상을 감상한다고 쳐봐. 그 남자는 영상을 일방통행으로 볼 뿐이지. 당연히, 외롭겠지? 가능하면 눈앞의 영상에 참여하고 싶을꺼야."

"......"

칸타로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역시 칸타로우에게는 재능이 있었다.

"나의 엣치로 잔뜩 사정해줘, 라든지?"

"......그래."

"여기에 박아줘, 라든가?"

"알아들었네...."

나도 이제 주변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대화하고 있었다. 이미 아까 갑자기 총을 쏴서 주위를 놀라게 했으니까 말이다. 분명 미친 놈이라고 생각되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창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굉장해, 거너씨."

칸타로우는 얼굴이 붉어졌다. 상당히 흥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음에 드는 것 같네. 배우를 바꿔가며 시리즈화 한다면 어떨까?"

"시범 영상을 찍어보고 판단하겠지만, 아마 시리즈화될꺼야"

칸타로우는 사명감에 불타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거너씨. 나는, 세상의 외로운 남자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싶어."

이건 칸타로우의 꿈이고, 철학이였다.

"칸타로우라면 꼭 할 수 있을거야. 힘내."

"응. 나는, 해낼꺼야."

칸타로우는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기대했다. 말해오는 에로 영상인가? 칸타로우라면 분명 대단한 작품을 만들 것이였다.

만약, 유에라와 케레브릴이 그런 영상에 나오고, 다른 남자에게 범해지면서, 나에게 그런 말들을 해온다면...... 상상한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그렇지! 거너씨, 이걸 봐봐."

칸타로우는 아이템 창에서 약간 작은 기계를 하나를 내놓았다. 마치 소형 8mm 카메라를 방불케 하는 디자인이였다.

"앗, 이건......"

"응. 거너씨의 말을 듣고 개량한, 새로운 촬영기재야."

나는 카메라를 받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직육면체 부분이 본체였고, 툭 튀어나온 부분이 부분이 렌즈였다. 아래에는 손잡이과 셔터가 달려 있다. 마치 몸체가 두꺼운 권총 같이 생겼다.

"이게 새 카메라야?"

"......또 카메라라고 하네. 도데체 그게 뭔데?"

칸타로우는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카메라라는 단어는 이세계에 없는 말일까?

"『Camera』. 이런 촬영 장비를, 내가 있던 세계에선 그렇게 불러."

"오. 뭔가 [고대어] 같은데? 나도 이제 그렇게 불러볼까?"

칸타로우는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손잡이랑 셔터도 있구나?"

"거너씨의 리볼버를 본뜬거야. 물론, 분리할수 있지."

기존의 칸타로우의 카메라에는 손잡이와 별도의 셔터가 없었다. 분명히 이거라면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칸타로우는 손잡이와과 셔터를 분리해 보였다.

"이렇게 하면, 예전 그 모습처럼 되지."

칸타로우는 작은 삼각대를 설치하고, 그 위에 카메라를 고정시켰다.

"이 개량형은 말이야, 거너씨가 알려준 확대 기능을 추가시켰어. 이번에 고생해서 겨우 만들어 낸거지."

칸타로우가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꽤나 자신 있는 물건 같았다.

"단지, 확대 기능을 사용하면, 좀 소리가 나."

칸타로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앞에 시스템 창을 불러냈다. 칸타로우는 이 창으로 카메라를 원격 조작했다. 확대 기능을 실행시키자, 렌즈가 튀어나오며 위잉 하는 기계음이 생겼다.

"바보구나, 칸타로우."

"......뭐가 잘못됐어? 거너씨?"

칸타로우가 나를 살짝 째려보았다. 하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고 계속 말했다.

"오히려 소리가 나는 게 좋지 않을까?"

"......"

칸타로는 침묵했다. 잘 이해하지 못한것 같았다.

"그래야 여배우가 더 부끄러워하지."

"오......!"

칸타로우 새로운 것을 알아차린 듯 눈을 크게 떳다.

"거너씨는 정말 굉장해......"

"그런데, 칸타로우. 담배 마을 촌장님과는 언제 알게 된거야?"

"거너씨이랑 헤어진지 얼마 안돼서 바로. 상행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가던 도중이더라고. 운이 좋았지."

칸타로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 촌장님으로 돈을 많이 벌은 것이 틀림없었다.

"거너씨는 그 촌장을 어떻게 알아?"

"우리는......"

나는 우리가 헤어지고 나서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

.

.

"......라는 이유야."

"거너씨는 여러가지 일이 있었구나."

칸타로우는 조용이 중얼거렸다.

"칸타로우는 순조로운 것 같은데?"

"그런 편이지."

칸타로우는 우리와 헤어지고 나서, 우리와는 다른 루트로 《공업의 나라》의 수도로 향했었다. 칸타로우는 장사를 해야하니까. 그리고 이 도시의 공방에 카메라의 개량을 의뢰하러 와서, 나와 재회한 것 같았다.

"빨리 시범 영상을 찍고 싶어."

칸타로우는 오늘 막 완성된 카메라를 사랑스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의 직업에 굉장히 중요한 도구였다.

"그렇지. 거너씨, 내 숙소에 올꺼지? 봐줬으면 하는게 있는데."

"뭐를?"

나는 짧게 물었다. 뭐지?

"좋은 거. 아, 여기는 내가 살게."

칸타로우는 그렇게 말하고,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순식간에 계산을 하러갔다. 억지스러운 놈이였다. 어쩔 수 없이 나도 자리를 떴다.

"손님은 은화 5장입니다."

"이걸로 한번에 해줘."

칸타로우가 젊은 여자 점원에게 백금화를 건네고 있었다. 정말 내 몫까지 계산해 주는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여자 점원이 칸타로우의 손에 거스름돈을 떨어뜨렸다. 자신의 손이 칸타로우에게 닿지 않게 조심하고 있었다.

"......"

칸타로가 충격받은 얼굴로 내게 터벅터벅 걸어왔다. 근데 사실 당연했다. 그렇게 큰 소리로 이런 곳에서 추잡한 말을 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젠장. 그 여자, 분명 보지가 헐렁할꺼야."

돈을 집어넣으며, 칸타로우는 큰소리로 중얼거렸다. 최악이였다. 이러니까 여자들이 싫어하는 거였다.

나와 칸타로우는, 칸타로우의 숙소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길거리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어? 거너씨. 저기, 유에라 아니야?"

길 반대편에서, 몹시 눈에 띄는 미인 두 명이 걸어왔다. 주황색 기모노를 입은 긴 검은 머리카락의 미인과, 흰 드레스 같은 원피스를 입은 은발의 다크 엘프 미인이였다. 물론, 유에라와 케레브릴이였다. 칸타로우는 나보다 빨리 유에라들을 찾아냈다.

"어이~. 유에라~."

칸타로우가 소리를 지르자, 두 사람은 이쪽을 쳐다봤다. 유에라는 칸타로우를 발견하고는 노골적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케레브릴은 신기한 듯, 그런 유에라와 칸타로우를 보고 있었다.

"유에라, 케레브릴."

내가 두 사람을 부르자, 유에라는 나를 발견하고는 표정이 밝아졌다. 케레브릴도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둘은 이쪽으로 곧장 다가왔다.

"이런 곳에 있었나?"

유에라는 기쁜 듯이 내 팔을 잡았다. 칸타로우는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우연이네. 아무튼 만나서 다행이야."

케레브릴도 웃으며 내 팔을 잡았다. 그리고는 나에게 소개를 재촉하며 칸타로우를 보고 있었다.

"케레브릴. 이 사람이 칸타로우야. 전에 말한 적이 있겠지만, 내가 이 곳에 소환됐을 때 처음 만난 사람이야."

"......아아, 너가? 잘 부탁해."

케레브릴은 차갑고 희미하게 웃었다. 유에라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었던게 분명했다.

"거너씨, 이쪽은?"

칸타로우가 초조하게 물어왔다. 케레브릴에게 상당한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그녀가 케레브릴. 아까 말했던 내 연인이야."

"......거너씨는 미인에게 인기가 있네."

칸타로우는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하고 유에라를 쳐다보았다.

"유에라, 오랫만이야."

"......흥"

유에라는 얼굴을 홱 돌렸다. 칸타로우를 싫어했다.

"유에라, 냉정해......"

칸타로우는 상처받은 얼굴을 하고있었다.

"뭐. 이제 볼일은 끝났나? 이런 놈은 내버려두고 우리끼리 가지."

유에라는 내 팔을 잡은 채 걷기 시작했다.

"유에라, 안돼. 거너씨는 나랑 함께 가기로 했으니까."

칸타로우가 내 옷을 움켜잡고 세게 잡아당겼다. 옷이 늘어나 버리잖아......

"......그 녀석과 할일이 남았나?"

"글쎄? 나한테 뭘 보여주고 싶다던데?"

유에라가 내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나도 뭔지는 잘 몰랐다.

"앞으로 거너씨는, 내 신작, 『청초하고 젊은 미인 아내 질내 사정 3연발로 떡실신!』을 볼꺼니까."

"......"

"뭣......"

나는 침묵했다. 칸타로우 녀석, 유에라와 케레브릴 앞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을 해버렸다.

"......최저."

케레브릴은 경멸의 눈으로 칸타로우를 응시하고 있었다.

"왜 그런걸 보여줄 필요가 있는 거냐!"

"모처럼 만났는데, 거너씨의 조언이 필요해. 유에라, 독점은 나쁜거야."

유에라는 칸타로우에게 격하게 항의했지만, 칸타로우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유에라는 잘 모르겠지만. 이건 거너씨를 위한거기도 하다고."

"왜냐! 내가 옆에 있으니까, 그런건 볼 필요가 없지 않나!"

"거너씨는 이렇게 젊은데 [어둠의 여신의 저주]르 받았잖아. 유에라, 일주일에 딱 하루만, 거너씨를 만족시켜주는거지?"

"뭣......"

"젊은 남자는 매일 매일 쌓인다고."

"큿......"

"......"

유에라는 칸타로우의 논리를 격파하지 못하고, 분해한 표정을 지었다. 칸타로우는 나를 걱정했다. 그 점은 정말 고마웠지만, 이런 길거리에서 그렇게 목소리를 키워버리니, 주변에서 전부 쳐다보았다. 난 발끈했다.

"......저기, 어디로 좀 빨리 가자...... 여기는 너무 눈에 띄어......"

케레브릴이 나를 걱정하듯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고마워, 케레브릴.

"......그렇군. 미안했다."

"......미안해, 거너씨."

두 사람 모두 진정한 것 같았다.

"괜찮아, 유에라. 날 걱정해 준거 뿐이니까."

"......미안하다."

나는 유에라에게만 대답 하고, 다정하게 껴안았다. 유에라는 애인이니까. 확실하게 구별했다. 칸타로우가 찌릿 노려보았지만, 무시했다.

"......여기서는 내가 묵고 있는 숙소가 가까워. 유에라, 일단 내 숙소로 가지?"

"......어쩔 수 없군."

유에라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칸타로우의 숙소로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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