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화-1 (33/73)

제 17화 용인 누님 전편

*

정신을 차리자, 나는 새하얀 공간에 있었다. 분명 눈은 똑바로 뜨고 있는데도, 새하얀 것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감아도 새하얬다. 오직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만이 들려왔다.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은 내가 서있는지도 불분명했다.

그때, 이질적이고 거대한 무언가가 혼을 어루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압독적인 공포. 그말 말고는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좋을지 몰랐다. 어쨌든 이해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치지직 하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텔레비전의 잡음 같은 느낌이였다. 그리고 그것은 무언가의 메시지였던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나는 기억 나지 않았다.

뭔가 중대한 사명을 강압적으로 전한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를 배운 것 같기도 했다. 아무직도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생각해낼 수 없었다.

갑자기 정신이 멀어졌다. 마치 잠이 들기 직전인 것 같았다. 의식이 없어지기 직전에 생각했다. 아아, 이건 도대체 몇 번째일까? 이건 자주 꾸는 그 꿈이 틀림없었다.

*

"유......, ......, ......"

"......, 읏......, ......"

아주 기분 나쁜 꿈을 꾸었다. 압도적인 무언가와 소통하는 하는 꿈이였다. 

"......저기, 유......양, ......저기"

......, ㅍ......

"응......, 아아......, ...... 흣......"

그 압도적인 무언가는 메시지를 전한 것일까? 하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팡, 팡, 팡......

짜증났다. 희미한 소리였다. 무엇인가 불분명한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마른 소리와, 왠지모를 여자 아이의 소리도 들렸다.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자, 유에라양. 벌써, 보지 속이 눅진눅진해졌네."

팡, 팡, 팡......

"응, 흐읏......, 아읏......, 응, 아아읏......"

"읏......!"

눈을 뜨자, 검은 머리의 굉장히 귀여운 여자 아이가 중년의 아저씨에게 뒤로 범해지고 있었다. 색기어린 표정으로, 여자 아이는 요염하게 헐떡거리고 있었다. 나는 이것도 꿈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전과는 뭔가 달랐다. 이상하게도 현실감이 있었다. 게다가 나는 팔짱을 낀 채로 서있다는 것이 분명하게 인지되었다. 나는 지금 등을 벽에 기대고 있었다.

나는 눈앞의 광경을 응시했다.

"그토록 확실하게 전희를 했었으니까. 젖지 않는게 이상하겠지?"

팡, 팡, 팡......

"흐읏......, 크읏, 아읏......"

하늘색 기모노를 입은 검은 머리는 반나체로 벗겨져 있었고, 노출된 거유를 바닥에서 깔아뭉갠 채, 엉덩이만 높이 들고 있었다. 부자연스럽게 네 발로 엎어져 있었다. 아저씨는 둥근 엉덩이를 잡고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이것이 꿈이 아니라는 증거로, 실내는 여자의 냄새로 가득했다. 나는 냄새까지 느껴지는 꿈이라는건 들어본 적도 없었다.

"유에라양은 청초한 얼굴이였는데, 사실은 엣치한 아가씨였구나?"

팡, 팡, 팡......

"크읏......, 시끄럽다......, 응, 흐아아......"

나는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아저씨가 일방적으로 검은 머리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이곳에 다른 사람이 있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지, 둘 다 전혀 나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말이야. 보지의 주름들이 기쁜 듯이 내 자지에 달라붙어 오고 있는걸?"

팡, 팡, 팡......

"흐아읏......, 거짓말이다, 아읏......, 거짓말이야......"

검은 머리는 유에라라고 불리고 있었다. 분한 표정으로 헐떡거리고 있었다. 아깝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예쁘고 맘에 드는 여자 아이가, 이런 중년의 아저씨랑 한다는게 왠지 아까웠다.

아름다운 검은 머리카락이였다. 청초한 미모의 소유자이지만, 조금 큰 눈이 특히 인상적이였다. 거기다 나는 이런 오기 있고 강해보이는 미인이 너무 좋았다.

"오옷. 유에라양의 느끼는 곳은 여기야?"

팡, 팡, 팡......

"달라......, 나는, 네 녀석 따위로......, 아읏, 아아읏......"

아저씨는 보고 있는 이쪽이 부끄러워질 정도의, 노골적인 기쁜 표정을 지었다. 기모노를 걷어 올리고, 노출된 하얀 엉덩이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며, 검은 머리가 느낀다는 부분을 집요하게 찌르고 있었다.

"여기가 좋은거지? 잔뜩 찔러줄게."

팡, 팡, 팡, 팡......

"흐아읏, 그만둬라......, 거기만......, 아아읏, 그만둬......"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검은머리는 두 손이, 빨간 천으로 묶여 있었다. 부자연스러운 자세의 원인이였다. 이 아가씨는 강간당하던 중인걸까? 도와주는게 좋을까?

"유에라양, 키스하자."

팡, 팡......

"흐읏......, 그만둬라......, 싫다, 키스는 싫다......"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검은머리에게 얼굴을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검은머리는 분명히 싫어했다. 왠지 불쌍해보였다. 강제로 키스당하기 전에 그만 멈추게 하자.

아저씨는 근육질의, 상당한 덩치가 큰 남자였다. 순수한 완력으로는 이길 수 없을것 같았다. 뭔가 다른 무기가 필요할지도 몰랐다. 나는 방을 다시 둘러보았다.

이곳은 작은 통나무 오두막 안 같았다.

왼쪽 벽에는 문, 정면의 벽에는 창과 두 사람의 짐으로 추정되는 물건들. 오른쪽 벽에는 작은 난로와 부지깽이, 그리고 장작이 쌓여 있다. 아아, 부지깽이가 있네. 금속이였고 무게도 적당한 것 같았다.

나는 용기가 생겼다. 만약 싸우게 되버린다면 망설임 없이 아저씨에게 부지깽이를 휘두를 것이였다. 물론 안싸운다면 더 좋았다. 나는 말을 걸었다.

"저기......"

거기까지 말했을 때, 아저씨에게서 고개를 돌리던 검은 머리와 눈이 딱 마주쳤다.

팡, 팡, 팡......

"......"

나는 검은 머리와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는 벽에 등을 기댄 채, 검은 머리는 아저씨에게 범해지면서. 검은 머리의 조금 커다랗고 예쁜 눈이 크게 벌어져 갔다. 몸을 앞뒤로 흔들리면서 말이다.

팡, 팡, 팡, 팡......

"......"

검은머리는 벼락 맞은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 검은 머리의 눈동자에는 놀라움과, 그리고 다른 어떤 감정이 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튼 아주 강한 감정이였다.

"뭣......! 뭣......, 뭐, 뭐......"

잠시 후, 검은 머리는 겨우 목소리를 냈다. 꽤나 혼란스러워 보였다. 눈을 부릅뜬 채,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내고 있었다.

"우왓......, 우와아아앗......"

아저씨도 그때서야 알아챘다. 소리를 지르면서 황급히 놀라더니, 알몸으로 재빨리 나와 반대편 벽에 달라붙었다. 아무래도 아저씨는 겉모습과는 영 다른것 같았다.

"보지마라......, 나의 이런 모습, 보지 말아라......"

"......"

검은 머리는 눈을 내리깔며 창피한 듯 소리쳤다. 간청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귀까지 새빨개졌다. 이해하지 못할건 아니였다. 여자 아이로서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로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인게 당연했다.

나는 좀 곤란했지만, 검은 머리에게 다가가서 빨간 천을 풀어 주었다. 나는 갑자기 마루에서 주저앉아 강조된 날씬하고, 새하얀 엉덩이를 가리듯 덥석 코트를 걸쳐주었다.

"아......"

검은머리는 조금 놀랐는지 의외인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은 자세로,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내 코트에 몸을 숨긴 채, 털썩 바닥에 주저 앉아 있었다.

"......고맙다."

부끄러운 듯한 작은 중얼거리는 소리로 감사의 말이 들려왔다.

"언제부터 보고있었지......?"

"......눅진눅진 하다고 할 때 쯤?"

검은 머리는 나를 바라보며, 의외의 질문을 했다. 하지만 내 코트를 꽉 쥐고 있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나는 약간 난처했지만,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런가......"

검은 머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조금 슬픈 듯이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멋대로 봐버려서. 창피하게 해서. 하지만, 요염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나는 기뻤어.

"......"

"......"

어색한 침묵이 자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검은머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려는듯 크게 심호흡하고 있었다. 내 먼저 침묵을 깼다.

"저기......"

"유에라다."

내가 말을 걸려고 하는 순간, 얼굴을 든 검은 머리가 늠름한 목소리로 이름을 말했다.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까 아저씨가 말했었으니까.

"......"

"내 이름은 유에라다."

내가 침묵하고 있자, 검은 머리가 다시 이름을 말했다. 이건 그러니까, 이제 이름으로 불러달라는 의미였다.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에라."

"......아아."

내가 이름을 부르자 유에라의 뺨이 약간 빨개지며, 목소리를 흘렸다. 나를 바라보는, 강렬한 눈빛이 매력적이였다. 나도 유에라를 쳐다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외모였다. 나는 마음을 빼앗긴 것처럼 계속 바라보았다.

"그, 나는......"

"저기, 애송이. 도대체, 어디로 들어온거지?"

유에라가 무언가를 말하려 하자, 아저씨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에라를 넋을 놓고 보고 있어서, 나는 아저씨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몰라. 깨달으니까 여기에 있었어."

나는 아저씨의 큰소리에 귀가 얼얼해지자,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너무 큰 목소리였다. 마치 귀가 잘 안들리는 노인과 이야기를 하는 기분이였다.

"읏......!"

아저씨는 벌거 벗은 채로 벽가에 앉아 있었다. 상당히 놀랬던 모양이였다. 하지만 다리 사이의 자지는 아직도 딱딱하게 우뚝 서 있었다. 대단한 변태 근성이였다. 이 아저씨는 뭘까? 강간범일까?

"애송이. 거짓말은 좋지 않아."

"애송이라......"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음, 여려 보인다는 것은 좋았지만, 이럴 때까지는 조금 사양이였다. 나는 이미 성인이였다.

"나와 유에라가 이 통나무집에 왔을 때는, 분명 아무도 없었다고."

"......정말이야. 나도 몰라. 나는 분명 다른곳에 있었는데 말이야......"

나는 천천히 창가로 다가갔다. 주변은 완전한 숲속이였다. 그리고 나는 이런 곳을 지금 처음 알았다.

마치, 만취였다가 때어난 듯한 느낌이였다. 너무 취한 나머지 기억이 뚝뚝 끊기고, 정신을 차리면 전혀 다른 장소에 있는 느낌?

"저기, 여기는 어디야?"

나는 희미하게 웃으면서, 계속 궁금하던 것을 물어 보았다.

"여기는 《상업의 나라》의 북부 숲속이다, 애송이."

"......무척 직관적인 나라 이름이네."

아저씨가 장난치고 있는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무척이나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

유에라를 바라보자, 유에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얼굴은 아니였다.

"......애송이. 잠시 메인 스테이터스를 열어봐라."

"......"

나는 침묵했다. 아저씨가 말도 안되는 정신나간 소리를 했기 때문이였다. 이 아저씨는 게임 중독자인가?

"자. 이렇게 말이지."

"읏......!"

아저씨가 무언가를 하자, 손 앞에 반투명한 창이 생겨났다. 나는 저게 뭔지 깨달았다. 흔히 RPG게임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상태창이였다.

"어떻게 하는거야?"

"......자. 이렇게, 상태창을 불러내고 싶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번에는 유에라가 가르쳐 주었다. 유에라의 손끝에도 반투명한 창이 나타나 있었다.

"읏......!"

왠지 나도 미쳐버린 것 같았다. 내 손 앞에도 아저씨가 메인스테이터스라고 부른 창이 마법처럼 나타났다. 나는 두 사람의 상태창과 내 것을 비교해 보았다.

이름 카오루

종족 인간

직업 거너

신장 174cm

상태

[어둠의 여신의 저주]

[NTR좋아함]

이름 유에라

종족 용인

직업 검사

신장 169cm

가슴 88-73cm (G컵)

상태

보통

이름 칸타로우

종족 인간

직업 영상술사

신장 179cm

상태

보통

"......"

나는 침묵하고 있었다. 뭔가, 나의 상태창에만 굉장한 내용이 쓰여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부끄러워졌다. [NTR 좋아함] 이란건 뭘까?

"......너의 이름은 카오루인 것인가."

유에라가 내 코트를 잡고 일어서서, 내 상태창을 들여다보았다. 슬슬 흐트러진 옷을 다시 고쳐 입었으면...... 여전히 얇은 코트 끝을 소중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좋은 이름이군."

유에라는 남자같은 말투를 쓰면서, 살짝 미소 지었다. 왠지 귀여웠다. 게다가 나는 알아버리고 말았다. 유에라의 가슴 사이즈 말이다. 여자 아이에게는 가슴 사이즈까지 실려 있다는 것이 어쩐지 불쾌했다.

"카오루......"

아저씨는 칸타로우라고 하는 것 같았다. 칸타로우에게 이름을 불러지자, 나는 어쩐지 기분이 조금 나빴다.

"......나, 이름으로 불러지는거 싫어해."

"그래?"

나는 적당히 거짓말을 했다. 칸타로우에게 조금 미안했다.

"그럼, 거너씨?"

"......뭐?"

이번에는 나를 스테이터스상의 직업으로 불러왔다. 거너. 내 취미가 사격과 사냥이였고, 총을 다룰 줄 알기 때문에 그런것일까?

"거너씨는, 아무래도 다른 세계에서 어둠의 여신한테 소환된 것 같네."

"......그렇구나."

보통 사람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나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패닉에 빠지거나, 필요 이상으로 고민하거나 하는 것은 내 성미에 맞지 않았다. 게다가 사실로 추정되는 것을 부인해 봤자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그래, 사실이 그 모든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모르는 숲 속에 있고, 유에라와 칸타로우를 만나고 있었고, 그리고 상태창을 열어두고 있었다.

아마 그 꿈에서 만난, 거대하고 이질적인 무언가가 한 것이 틀림 없었다. 그게 신이라고 한다면 납득이 갔다. 확실히 난, 그때 압도적인 무언가를 경험했다.

"......"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RPG풍의 이세계인가? 좋게 생각하자.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고, 그 밖에 다른 가족도 없었다. 원래 세계에 나를 구속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약간의 혼란은 있을지도 몰랐지만, 내가 없어진다해도 분명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거였다. 거기다 이 세계의 생활은 힘들게 일하는 것보다 훨씬 즐거울 것 같았다?

"......"

"......기운내, 거너씨."

내가 계속 침묵하고 있자, 칸타로우가 안쓰럽다는 듯이 위로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게, 의외로 좋은 아저씨 같았다. 거기다 함께 걱정해 주기도 했고.

"......칸타로우."

하지만, 나는 칸타로우를 반말로 대했다. 사실은 연장자는 공경해야 했지만, 내 감각이 위험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는 얕보이면 안된다고 말이다.

"고마워, 칸타로우. 난 이제 괜찮아."

"......거너씨."

나는 칸타로우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괜찮아, 나는 이 세상을 받아들였니까.

"......거너씨, 이제부터 어떻게 할꺼야?"

"글쎄?"

그런 말을 들어도, 지금의 나는 아직 이 세계의 아무것도 몰랐다. 목표도 없었다. 굳이 목표를 정하자면,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역시, 거너씨도 고민이 많겠지? 그렇게 젊은데 [어둠의 여신의 저주]에 걸려버렸으니......"

"......맞다. 이 저주가 뭐야?"

멍청하게도 나는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상태창에는 그런게 실려 있었다. 왜 나는 어둠의 여신에게 소환되었는데, 어둠의 여신에게 저주를 받은 걸까?

"좋아하는 사람이랑은, 일주일에 단 한번, 암흑 신의 날에만 엣치할 수 있는 저주야."

"......그게 무슨 의미야?"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정말 모르겠었다.

"한 사람만 사랑하지 말고, 여러 사람과 엣치를 즐기라는 말이지. 어둠의 여신은 자유로운 연애를 관장하는 신이니까. 어둠의 여신의 입장에서는 축복을 내려준거지."

"......"

나는 침묵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세계에 소환된 것 이상의 충격을 받았다. 치명적인 저주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 세계에서는 앞으로 애인도, 가족도, 만들 수 없는걸까?

"거기다가, 이 저주는 사랑하는 사람과 엣치를 하게되면, 엣치를 한 사람도 감염시켜."

"......"

나는 충격 먹었다. 아무래도 이 세계는 상당히 미친 세계인 것 같았다. 신이 존재하고 있었고, 게다가 인간에게 직접 간섭하고 있었다. 정말 섬뜩한 세계였다.

"......그럼, [NTR좋아함]은?"

"거너씨, 그건 말 그대로야. 좋아하는 사람을 네토라레 당하면 흥분하는 스킬이지. 거기다 언제든 항상 발동하는 상태이기도 해. 아무대로 [어둠의 여신의 저주]랑 세트로 온 것 같네."

"......"

칸타로우는 별것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아니, 설명하고 있는건가? 즉, 나의 처지를 짧게 요약하면 이런 것이였다.

RPG풍의 이세계에 소환되었더니, [NTR좋아함] 스킬이 따라왔다.

이거 아무래도 최악의 처지였다.

"......그럼, 거너는?"

"그렇지, 거너씨. 거너라는 직업은 사실 전설의 직업이야."

칸타로우는 약간 흥분한 듯 소리쳤다.

"거너씨. 총 가지고 있으면 나도 보여줘."

"......보시다 싶이, 난 그런게 없는데?"

그런걸 가지고 있었다면, 분명 알아챘을 것이였다.

"아이템 창도 확인해 봤어? 자."

칸타로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새로운 창을 불러냈다...... 나도 이제 익숙해졌다. 머리 속에서 이미지해서.

"읏......!"

아이템 창이 열리자, 그 안에, 내가 전혀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을 꺼내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손에서 차가운 금속이 느껴졌다.

리볼버. 콜트 파이슨을 꼭 닮은 총이였다. 다만 금속 부분이 선명한 푸른 금속으로 되어 있었다. 신기하게도 처음 본 총이였지만,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용법을 알 수 있었다.

"보여줄게, 칸타로우."

나는 창문을 열고 몸을 내밀었다. 마침 타이밍 좋게 나무 한곳에, 새까만 까마귀가 앉아 있었다. 나는 양손으로 리볼버를 잡고, 까마귀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엽총과 달리 총신이 짧기 때문인지, 몹시 미덥지 않게 느껴졌다. 근거리고 움직이는 않는 물체니까, 리볼버로도 제대로 맞출 수 있을까? 나는 조용히 격철을 일으켰다. 이미 확인해 본 결과, 실린더에 총알은 담겨 있었다.

"귀 막아."

나는 칸타로우와 유에라에게 조심하라고 말하고는,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무방비 상태의 까마귀의 몸 위에 붉은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짧게 반동이 느껴지며, 양 어깨에 둔탁한 충격을 받았다. 그와 동시에, 목숨을 잃은 까마귀가 나뭇가지에서 뚝 떨어졌다. 무사히 맞은 것 같았다. 검은 날개 몇 장이, 팔랑팔랑 춤추고 있었다.

"어때?"

나는 조금 고양된 기분으로 뒤돌아보았다. 이것만 있다면, 이라고 생각했다.

"굉장하군......"

"굉장한 위력이네......"

두 사람 모두, 아직,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있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집중하고 있으면, 총성은 잘 들리지 않았다. 유에라는 눈을 부릅뜬 채 내 손 안의 리볼버를 응시하고 있었다. 칸타로우는 입을 벌린 채 떨어진 까마귀를 보고 있었다.

이것만 있다면, 나도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다.

"그래서, 거너씨. 갈 곳이 없다면 나랑 함께가지 않을래?"

"......"

칸타로우가 제안해 왔다.

"나는 장사를 하면서 여행 하고 있어. 그런 무기가 있는 거너씨가 함께라면 안심이고. 내가 여러가지 가르쳐 줄게."

나는 칸타로우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무대로 그게 훨씬 나아보였다. 모르는 세상에서 외톨이로 지내는 것 보다는 말이다.

"그럴까?"

"응, 응. 그러자, 거너씨. 앞으로 잘 부탁해."

칸타로우는 솔직하게 기뻐했다.

"그럼, 이제 슬슬 우리도 일을 다시 시작할게. 거너씨, 조금 기다려줘."

"......무슨 일을 하는건데?"

여기엔 우리밖에 없어서 장사같은 건 할 수 없을텐데......

"몰랐어? 거너씨도 잘 봤었잖아. 유에라 양의 보지의 사용이야."

"......"

"뭣......, 달라, 다르다!"

나는 침묵했다. 그런 일이 있는걸까. 유에라는 당황한 목소리로 부인하고 있었다. 창피한지, 새빨간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나를 보고 있었다.

"다르지 않아, 유에라. 그렇게 합의 했었잖아?"

"헛소리마라. 뭐가 합의냐. 나를 속이고 양 손을 묶은 채, 네가 억지로......"

유에라는 칸타로우에게 반발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익숙했는지, 칸타로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유에라양도 보지를 흠뻑 적시면서 기뻐했잖아."

"뭣...... 그건 단순한 생리현상이다. 어쩔수 없는거 아니였나.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계속 손으로......"

유에라는 내 얼굴을 힐끔 힐끔 보면서, 부끄러운 듯이 칸타로우와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내 반응을 상당히 신경쓰는 것 같았다.

"도데체, 그게 어떻게 모델일인 것이냐. 말이 전혀 다르지 않나."

"유에라양. 금화를 몇 장이나 지불한 모델일이잖아, 그냥 평범한 모델일 일리가 없지. 유에라양도 알고 있었잖아?"

나에게도 점점 사정을 알게 되었다. 칸타로우의 직업란에는 영상술사라고 되어있었기 때문이였다. 모델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분명 AV 여배우였다.

"뭣......그건 호위 계약금이지 않나."

"그런거 치곤 너무 많다는 생각 안들었어? 정 싫다면 돈은 돌려줘."

"크읏......"

유에라는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에라는 속은거 같았다.

"유에라, 돈을 돌려주면 되잖아?"

"......돌려줄 수 있었다면, 이미 진작에 돌려줬을거다."

내가 무심코 유에라에게 물어보았다. 하지만 유에라는 난처한 것 같았다. 이미, 그 돈을 써버린걸까?

"유에라양은, 기쁜 듯이 옷감을 샀으니까."

"어쩔 수 없잖나...... 나도 여자다."

유에라가 창피해하면서, 마지막에는 나를 보며 대답했다. 저런 여성스러운 구석도 있었네.

여기 근처에 있는 마을은, 옛날부터 환상적인 옷감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유에라는 그 환상의 옷감을 목적으로, 여행 도중에 들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옷감은 생산량이 적어서 매우 고가였다고 했다.

칸타로우는 마침 그 마을에 장사를 하러 와있어서, 유에라에게 호위와, 모델의 일을 의뢰한 것 같았다. 키 크고, 스타일도 좋고, 무엇보다도 엄청난 미인이니까. 이런 여배우라면 당연히 최고였다.

유에라는 옷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칸타로우가 선불로 지불한 돈을, 여행에 필요한 돈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을 환상의 옷감 구입에 쏟아 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둘이서 여행을 시작한 둘째 날, 숲 속에 있던 이 통나무집을 발견했다는 것이였다. 그리고 칸타로우의 제안으로, 이 오두막에서 유에라는 모델일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니, 칸타로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델 일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지도 않았다. 그리고는, 모델 일의 일환이라면서 유에라의 양손을 묶고,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것이, 유에라와 칸타로우, 각각의 주장을 듣고, 내가 이해한 두 사람의 사정이였다

"유에라양, 어쩔 수 없는거야. 어쨌든 계약이니까 말이야.

"크읏......, 싫다, 너 따위와......더군다나......"

유에라는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나를 굉장히 의식하는 것 같았다.

"역시 유에라는 싫은거지?"

"당연하다. 그리고......"

내 말에 유에라는 다시 나를 흘끗 쳐다보았다. 괜찮아. 유에라. 칸타로우의 방식은 공정하지 않았어. 유에라는 속았을뿐이니까. 불쌍하게도 말이야.

"칸타로우, 괜찮을까? 내가 제안할게 있는데."

"뭐야? 거너씨."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유에라, 이런 사기 계약은 어겨도 돼. 유에라는 너무 순진한걸. 똑같이 칸타로우를 협박해서 계약을 파기시키면 되잖아. 여기엔 아무도 없으니까 말이야.

"저기......"

"그렇지. 유에라양, 내가 싫다면 저기 거너씨랑은 어때?"

"뭣......!"

칸타로우가 절묘한 타이밍에 이상한 제안을 해 왔다. 마치 내가 협박할거란 것을 알아차린듯한 타이밍이였다. 

"왜...... 말이 그렇게, 되는거지?"

"나는 영상만 찍을 수 있으면 되니까. 내가 직접하지 않아도 돼."

칸타로우는 친절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당황한 유에라의 모습이 귀여웠다.

"유에라양은 거너씨도 싫어?"

"그런......, 건......"

유에라는 말을 흐렸다. 얼굴을 붉히면서, 나를 힐끔거리며 머뭇 머뭇 하고 있었다. 유에라가 처음부터 나에게 호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아차리고 있었다.

"거너씨는, 유에라양이랑 엣치하는건 어때?"

"......"

유에라는 불안한 듯이 천천히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칸타로우는 참으로 대답하기 애매한 질문을 했다. YES 이외의 대답을 해버린다면, 유에라는 상처 받을 것 같았다.

"응. 싫진 않아."

단지, 내가 싫어하는 것은, 남들 앞에서 하는거나, 남자 배우로 영상에 출연하는 것이였다. 물론, 유에라와 하는 것은 싫지는 않았다. 유에라는 나의 대답을 듣고는, 무의식적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결정 됐네."

칸타로우는 기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뭐, 나는 차려진 밥상은 거절하지 않는 주의니까. 그것이 유에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괜찮았다. 나머지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그, ......정말로 괜찮은가?"

유에라가 불안해하며 물어왔다.

"......나를, 더러운 여자라 생각하는건 아닌가?"

그렇게 말하면서 유에라는 고개를 푹 숙였다. 바보구나. 유에라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거구나.

"그런건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

"아......"

나는 유에라를 살며시 껴안았다. 나와의 눈높이는 거의 차이나지 않았는데, 신체는 툭하면 부러질 것처럼 가늘었다.

"유에라를 안을 수 있다니, 꿈같아."

"바보다......"

내 목소리에 유에라는 볼을 붉혔다. 쑥스럽구나? 우리는 서로의 숨결이 닿는 거리에서 서로를 응시했다.

"유에라양, 거너씨. 준비 다 됐어."

좋은 분위기였는데, 칸타로우의 큰 목소리가 파토냈다.

"자, 언제든지 시작해도 되니까."

칸타로우는 삼각대가 설치된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다.

"......저기, 그건 카메라?"

"카메라? 거너씨, 그게 무슨 말이야?"

분명했다. 저건 카메라였다. 이 세계에 어떻게 카메라가 있는지는 나중에 다시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자, 유에라양, 거너씨. 시작할게."

칸타로우는 전라 상태로, 카메라를 잡은 채, 스탠바이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유에라와 AV 영상을 촬영하게 되었다.

"......"

정신을 차리자, 유에라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칸타로우가 눈에 거슬렸지만, 잠시 무시하기로 했다. 이 제 내 시야에 통나무집 안에 있는 건 나와 유에라, 단둘뿐.

"유에라......"

"아......"

나는 유에라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귀를 스치듯이 만졌다. 유에라가 작은 머리를 약간 위로 들었다다. 유에라의 약간 큰 눈이 내 눈을 정확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

유에라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눈동자가 흔들리며 뺨이 약간 붉어졌다. 내가 얼굴을 가까이 다가가자, 유에라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응......"

유에라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졌다. 유에라의 두 손이 내 옷을 꽉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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