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화 마을 사람과 첫 아르바이트
창조의 신 날 저녁, 이 세계에 소환된 이후 처음으로 마을을 볼 수 있었다. 창조의 신의 날은 금요일이였다. 칸타로우와 헤어진 지 사흘째의 일이었다.
마을에는 경계에 울타리 같은 것은 없었다. 주변에 온통 보리밭이 펼쳐져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 가옥들이 모여 있었다.
이것을 마을이라고 불러도 좋을지는 의문이 들었지만, 건물의 수는 가뿐하게 100은 넘어보였다. 생각보다 더 규모가 컸다.
건물은 모두 돌로 만든 것이였고, 모두 아기자기한 빨간 지붕이였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었다. 아무래도 치안은 좋은 것 같았다.
"......뭔가, 생각했던 것보다 평범하네."
"당연하다."
우리는 마을의 중심 가까이에 있었다. 가게에는 형형색색의 상품들이 즐비했고, 주부들이 평범하게 쇼핑을 하고 있었다. 적당히 북적였다.
"......하지만, 좋은 분위기군."
"그런가?"
왠지 내가 중세의 유럽에 온 것 같은,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돌로 만든 건물이 멋있었다. 그런 나를 유에라가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너는 건축에 관심이 있는가?"
"......조금? 그냥 신기했을 뿐이야."
그러고 보니, 우리는 서로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몰랐다.
"유에라, 앞으로 더 자주 이야기를 나누자. 나는 유에라에 대해 더 알고 싶고, 유에라가 나에 대해서 더 알아주길 바래."
"아아. 그렇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하다."
유에라는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이 이 마을의 중심인가 보군."
"그런것 같네."
유에라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길은 마을을 관통했고, 그대로 쭉 뻗어져 있었다. 이 근처에는 많은 노점상들이 늘어서 있었다.
"......미안하지만, 길 좀 물어도 되겠나?"
"엣, 넵......"
유에라가 지나가던 아가씨를 잡고 물었다. 역시 행동력이 있었다.
"우리는 여관을 찾고 있다......"
"여관이라면......"
아가씨는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큰 마을인데 설마 여관이 없을까?
"술집과 겸하고 있는것도 괜찮다면......"
"괜찮다. 가르쳐 받을수 있겠나?"
지나가던 아가씨한테는 미안하지만, 비교해보니 유에라가 압도적으로 아름다웠다. 키가 커서 늠름했고, 굉장히 눈에 띄었다. 아가씨도 유에라에게 약간 압도된 눈치였다.
"......"
그리고는 유에라에게 여관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 주면서, 힐끔 힐끔 나를 보고 있었다. 꽤나 샅샅히 훑어보는 눈초리였다.
"......알겠다. 고맙군."
"아니에요......"
감사 인사를 한 유에라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아가씨는 다시 갈길을 걸어갔다.
"......보고 있었군."
"......응. 보고 있었어."
역시 유에라도 여자였다. 시선의 움직임을 잘 아는 것 같았다. 나는 애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렇게 보니까 내 옷이 꽤 눈에 띄네."
해질녘 무렵, 마을의 중심지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혼잡했다. 다만 나처럼 입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확실히 너의 옷은 특이하고,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마라."
"응."
나는 청바지에 와이셔츠를 입고있었다. 이런 복장은 흔치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 뿐이 아니잖나."
"......"
유에라가 말한 대로였다. 그 아가씨는 내 복장 뿐만이 아니라, 나 자체를 보고 있었다.
"너는 보여지는 것에 익숙한 것 같군."
"......그런가?"
그것도 유에라가 말한 대로였다. 나는 여자 아이에게 보여지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사실 전에 있던 세계에서 나는 꽤 인기가 있는 편이였다. 하지만 약간 삐딱한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유에라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나 한텐 유에라 밖에 없어."
"읏......"
그래서, 재빨리 나의 진심을 전했다. 내게는 유에라만 있으면 됐다. 유에라의 뺨이 확 빨개졌다.
"......그런가."
유에라의 표정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쿨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지금은 입가가 기쁜 듯이 느슨하게 풀려있었다.
"......"
나와 유에라는 아가씨가 알려준 숙소를 향해 걷고 있었다. 거리를 걷는 동안,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쳐다보는데 거리낌이 없는 것 같았다.
"......"
나는 주위의 시선에 약간 긴장을 하며 허리에 찬 리볼버를 만지작 거렸다. 그때의 모험가들과의 일이 있은 후, 항상 리볼버를 허리의 홀스터에 차고 다녔었다.
"오늘 밤은 오랜만에 다른 것을 먹을 수 있겠군."
"......응."
유에라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사실 그러는 유에라도, 보여지는 것에 익숙해 보였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왜 그러지? 기대되지 않나?"
유에라는 나의 짧은 답변이 불만인 것 같았다.
"나는 유에라가 손수 해주는 요리가 더 좋은걸?"
정말이었다. 유에라의 요리는 맛있었고, 나는 그다지 식탐이 없었다. 그냥 배만 고프지 않고, 영양만 충분하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그렇게 칭찬을 해도, 오늘은 안할거다."
유에라는 수줍게 말했다. 딱히 그걸 바란건 아니였는데......
"......아무래도 여기인 것 같군."
여관은 그리 멀지 않았다. 마을의 중심지 부근에 있었다. 알기 쉽게, 맥주잔이 그려진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예쁜 건물이네."
"그렇군."
이 건물은 새하얀 돌로 지어져 있었다. 빨간 지붕만큼은 주위의 건물들과 똑같았지만, 창틀도 빨갛고, 컬러풀하게 칠해져 있었다.
"......어서 오시죠."
술집에 들어서자 카운터 안에서 안광이 날카로운 할아버지가 맞이했다. 왠지 으스스한 할아버지였다. 건물의 겉모습과 외모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어서 오세요. 두 명이야?"
정정한다. 요염한 아가씨가 웨이트리스를 하고 있었다. 이 아가씨라면, 이 건물의 외관과 잘 어울렸다.
"조금 번잡하니까, 저쪽 테이블은 어때?"
"아아. 부탁하지."
유에라가 웨이트리스에게 대답했다. 그 말대로 술집은 조금 붐볐다. 10개 정도의 테이블 중 반 이상이 채워져 있었다.
"자. 이쪽이야."
우리가 안내된 곳은 카운터 바로 앞에 있는 테이블이였다.
"무엇을 먹고 싶나?"
"......나는 이 세계는 처음이니까 유에라한테 맡길게."
나는 아직 이 세계의 음식을 알지 못했다.
"......그렇군. 그럼, 내가 알아서 주문하지."
유에라는 기대된다는 듯이, 웨이트리스에게 요리를 주문하고 있었다. 그 동안 나는 술집 안을 둘러보았다.
"......"
술집의 손님들은 모두 마을 사람들 같았다. 마치 퇴근 후 한잔 즐긴다는 느낌이였다.
"......그리고, 이곳은 여관도 겸한다고 들었다."
"어라....... 손님들, 2층에서 묵는거야?"
웨이트리스는 조금 놀란 것 같았다.
"뭔가 문제라도 있어?"
"우후후. 그런건 아니야. 단지 마을 외곽에 모험가용 숙소가 있어서, 신기하다고 생각했어."
웨이트리스는, 나의 질문에 요염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반대로,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우리가 모험가로 보여?"
나는 모험가가 싫었다.
"우후후. 그렇지는 않아."
"근데 이 가게의 숙소를 이용하는 건, 대부분 이 마을의 젊은 사람들이야."
"......그래."
그 말에 나는 바로 이해했다. 분명 '이용'한다고 말했다. 근처에 집이 있는 마을 사람들이 이용하는 숙소. 즉, 여기는 모텔 같은 곳이였다.
"......우리는, 길에서 소개받았을 뿐이다."
"그래 그래. 예쁜 여자랑 멋진 남자가 물어봤으니까. 분명 그 사람도 신경 써준걸거야."
"그리고 이 숙소도 가끔씩은 여행자가 묵는다고. 그래서, 둘은 묵을꺼야?"
"......아아. 부탁한다."
유에라는 내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대답했다. 나는 모험가 전용 숙소보다, 이쪽의 숙소가 더 좋았다.
"그럼. 마스터한테는 숙박 손님이라고 전해둘게."
마스터란 사람은 분명 저 기분 나쁜 할아버지일 것이다. 웨이트리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
.
.
"여기 요리는 제법이군."
"응. 맛있네."
"오늘은 오랜만에 침대에서 자보겠어."
여행을 하다보니, 깨달은 것이 있었다. 푹신한 침대에서 잔다는것. 그것은 인간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것이였다.
"......아아, 그렇군."
유에라는 쓸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모처럼 침대에서 잘 수 있게 됐는데, [어둠의 여신의 저주] 때문에 사랑을 나눌 수 없었다.
"......미안해, 유에라."
"말했잖나? 신경쓰지 마라. 나는 그래도 너와 함께하고 싶다."
나는 유에라에게 사과했지만, 유에라는 웃으며 대답했다. 유에라는 정말 강한 여자였다.
"......하지만, 모레에는 기대하겠다."
유에라는 볼을 붉게 물들인 채, 눈을 내리깔고 수줍게 말했다. 역시 용인이라는 종족은 성욕이 매우 강했다. 유에라도, 나와 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응. 모레 기대해."
"......약속했다."
유에라는 내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나도 유에라의 손을 꼭 붙잡아 주었다.
"여어~. 미안 미안. 좀 늦었지?"
"어이. 목공씨, 늦었잖아."
그 때, 황급히 가게에 들어온 남자가 우리 테이블 옆을 지나갔다. 아까부터 카운터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다른 남자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소란스러웠다.
"이봐, 너희들, 좀 조용히해라. 다른 손님들께 폐가 되잖아."
"미안, 마스터."
마스터 할아버지가 두사람에게 주의를 주고 있었지만, 마스터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
"죄송합니다, 손님분들"
"괜찮다. 우리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마스터가 우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두 남자도 할아버지를 따라 머리를 숙였다. 꽤 괜찮은 녀석들 같았다. 유에라가 손을 내저으며 대답했다.
"미안, 석공씨. 오는 길에 그 녀석한테 잡혀서, 잠깐 같이 마셔주고 왔어.
"아아, 그 녀석인가. 그 녀석이라면 충분히......"
그리고 나서 남자들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식사를 재개했지만, 그들의 자리와 가까웠기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그보다도, 석공씨. 저 신축 건물, 전혀 진척이 안 됐잖아. 그럼 내 일을 시작하지 못한다고."
"무슨 소리야. 우리도 이래뵈도 열심히, 짓는 중이라고."
아무래도 석공씨라고 불린 남자는 건물을 짓는 중인 것 같았다.
"더 빨리, 후딱 후딱 해치우라고."
"안돼지, 안돼. 정성을 들여 차근 차근 하는거라고."
그러면서 석공씨는 검지를 치켜들고 까딱까딱 흔들었다. 정말 오랜맨에 보는 제스쳐였다.
"......즐거워 보이는군."
"응. 꽤 재밌네."
마을 사람들끼리 티격태격하는 정겨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흠. 맛있군."
"그렇네. 가끔이라면 사먹는 것도 나쁘지 않네."
유에라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용인이라고 특별히 많이 먹는건 아니였다.
"......그렇게 내 요리가 좋은가?"
유에라가 기쁜 듯이 중얼거렸다. 볼이 붉어졌다. 내 말뜻을 짐작한 것 같았다.
"물론이야, 유에라."
나는 순순히 대답했다. 유에라가 만든 요리는 언제나 맛있었다.
"......그렇게 좋아한다니, 앞으로도 잘 부탁하지."
유에라는 약간 긴장한 듯이 말했다. 결혼을 의식한 말일까? 그러고 보니 유에라는 저번에도 결혼을 걱정하고 있었다.
"고마워, 유에라. 기뻐."
비록 우리가 아직 사귀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결혼을 생각한다는 것이 싫지만은 않았다. 나도 여자 아이한테 이런 생각이 든 적은 처음이였다. 유에라는 나에게 특별했다.
"......그런가."
유에라는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유에라가 나에게 푹 빠져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기뻐할 줄은 몰랐다.
"......후후훗"
유에라는 기쁜 듯이 웃고 있었다. 그런 유에라를 보고 있으면, 나까지 행복해졌다.
"손님분, 실례해도 괜찮은지요?"
어느덧 마스터 할아버지가 우리 테이블 옆에 와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왼쪽 뺨에 세로로 깊은 흉터가 있었다. 오래된 상흔 같았다.
"아아. 뭐지?"
유에라가 기분 좋은,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늘 숙박과는 별도로 저녁은 백금화 한장입니다."
"알았어."
나는 곧바로 백금화를 꺼내 마스터한테 건넸다. 여행 자금은 충분했다.
"그럼 메인 상태창을 보여주시죠. 숙박부에 기재를 해야합니다만."
"......"
나는 침묵했다.
"......해야한다."
유에라가 약간 꺼려하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이 세계에서 숙소에 머물 때는 메인 상태창을 보여야 하는 것 같았다.
"......숙소에 묵을 때는, 메인 스테이터스를 보여 숙박부에 기재를 한다. 범죄 예방 차원에서다."
"......그렇구나."
유에라가 설명해 주었다. 확실히 합리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직업을 속이거나, 가명을 사용하지 못할테니까.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것이 문제였다.
"......어쩔 수 없다."
"......응."
나와 유에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메인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카오루
종족 인간
직업 거너
신장 174cm
상태
【어둠의 여신의 저주】
【NTR좋아함】
이름 유에라
종족 용인
직업 검사
신장 169cm
가슴 88-73cm (G컵)
상태
【어둠의 여신의 저주】
【배덕】
"......"
나는 부끄러웠다. 유에라도 좀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만, 할아버지가 말없이 기재해 주고 있다는 것이 위안이었다.
"방에 들어가실때는 다시 말을 걸어주시죠. 열쇠를 드릴테니."
"고마워."
할아버지의 태도는 끝까지 변하지 않았다. 단지 그렇게 말하고는 카운터 쪽으로 걸어갈 뿐이였다.
"......우리, 이제부터 힘들겠네."
"......할 수 없다."
[어둠의 여신의 저주]는 잔인했다. 이 세계의 사회 시스템상, 숙소에 머무를 때마다 나와 유에라의 상태를 공개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둘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 깨끗하게 다 먹었네? 접시 치워도 될까?"
"응. 맛있었어."
웨이트리스가 상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후후, 주방장도 기뻐할꺼야."
무척 쾌활한 아가씨였다. 이 가게의 간판일게 분명했다.
"커피 마실래? 마스터가 좋아하는건데."
"에? 커피도 있어?"
이 세계에도 커피가 있을줄은 몰랐다.
"우후후, 커피 정도는 있어."
웨이트리스는 요염하게 웃었다. 당연하지만 내 놀람의 의미를 알지는 못했다.
"마스터. 커피 두잔."
"......"
웨이트리스 아가씨가 카운터 안의 할아버지에 말하자, 할아버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쁜 발걸음으로 주방의 안쪽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정말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 같았다.
"너희도, 커피? 내일도 일하러 가는거지?"
그리고 웨이트리스는 아까 그 남자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지. 이만 끝내자고."
석공씨는 새빨간 얼굴로 말했다. 이미 얼큰하게 취한 것 같았다.
"에엣? 좀 빠르잖아. 석공씨 좀만 더."
하지만 목공씨라 불린 남자는 아직 술자리가 부족한 것 같았다.
"오늘은 그녀석한테 억지로 붙잡혀 있어서 말이야. 기분이 별로야."
목공씨는 술이 든 잔을 쾅 소리를 내며 카운터에 놓았다. 좀 화가 난 것 같았다.
"과음은 몸에 해로워, 오늘은 이쯤 끝내지?"
"그치만......"
웨이트리스 아가씨가 접시를 치우면서, 목공씨한테 말했다. 목공씨는 기세에 눌린 듯, 풀이 죽어 있었다.
"......술 말고, 오랜만에 나한테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 어때?"
"앗, 그럼 나도!"
갑자기 목공씨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고, 석공씨가 기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알았어, 석공씨. 예전처럼, 또 셋이서 즐겁게 보내자고."
"그땐 최고였지....... 두번이나 내버려서......"
나는 금방 이해했다. 아마도 아르바이트란 것은 매춘의 은어 같았다. 나는 놀라움에 웨이트리스 아가씨를 쳐다보다가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우후후, 근데 오늘은 안돼. 오늘 밤은 그 녀석이라고."
아가씨는 당당했다. 나와 유에라 앞에서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쳇. 또 그녀석인가"
목공씨는 다시 큰 소리를 내며 잔을 내려놓았다. 이들의 대화에서 게속 그녀석이라는 사람이 언급되고 있었다.
"모험가는 최악이야."
"이 마을에는 필요 없다고......"
남자들은 퉁명스럽게 불평하고 있었다.
"여행중인 아가씨도 그렇지?"
"......"
목공씨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이쪽을 향해 말했다. 게다가 아가씨라고 부르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실수했어. 사과해. 이 손님은 남자야."
"에엣......? 정말 실수했네....... 미안. 너무 매끈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나를 여자로 착각한 것 때문에 웨이트리스 아가씨의 타박을 받으며, 목공씨가 황급히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괜찮아. 그정도는 익숙하니까."
"......물론 나도 모험가는 싫어. 최근, 모험가들한테 당한게 있거든."
"그렇지. 모험가들은 비겁해."
"그래. 모험가 같은건 마을에서 내쫒아야......"
나는 화제를 다시 모험가로 돌렸다. 목공씨는 내 대답을 듣더니 다시 화를 내면서 석공씨와 떠들었다.
"바보 같은 놈. 그게 뭐 그리 좋은 말이라고 큰소리로 떠들어!"
"우왓......!"
갑자기 뇌성같은 큰 소리가 울렸따.
"너희들은 입 밖으로 내도 되는 말이랑 안되는 말도 구분하지 못하는거냐!"
어느새 주방에서 나온 마스터 할아버지가 목공씨를 노려보고 있었다. 손에 들린 쟁반에는 커피 두 잔이 놓여 있었
"미안, 마스터......"
"미안합니다......"
남자들은 마스터한테 사과했다. 박력 넘치는 할아버지였다.
"우후후, 마스터도 한때 모험가였어."
"흐음......"
웨이트리스 아가씨가 우리에게 살짝 뒤뜸해 주었다.
"동네 망신 다시키는군, 손님분들. 식기 전에 드시죠."
"고마워."
"고맙군."
할아버지는 두 남자를 질책하며 우리 테이블에 커피를 내려 놓았다.
"우리는 신경쓰지 않아도 돼."
"실례했습니다."
마스터는 다시 한번 사과를 하면서 카운터로 돌아갔다.
"흠......, 이건......, 맛있군."
"......응. 굉장히 맛있네."
"이런 마음에서 커피를 마실 줄은 몰랐다."
유에라는 만족스러운듯 눈을 감고 커피를 음미했다.
"유에라도 커피 좋아해?"
"아아. 너도인가? 나와 같군."
나와 취향이 같다는 것을 알게된 유에라가 기쁘게 웃고 있었다.
.
.
.
"그럼 나는 이만 아르바이트 하러 갈게."
"쳇."
"좋겠네......"
잠시 후 웨이트리스 아가씨는 섹시한 의상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이제 아르바이트로 가려는 것 같았다. 카운터의 남자들은 아쉬운 것 같았다.
"손님, 편하게 있다 가."
"......아아."
"고마웠어."
아가씨는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며, 성큼성큼 가게를 나갔다. 유에라는 조금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같은 여자로서 뭔가 느끼는 것 같았다.
"아...... 그 녀석만 없었다면..."
석공씨는 웨이트리스 아가씨가 나간 출입구 쪽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기, 그 녀석이라는건 누구야?"
나는 조금 호기심이 들었다.
"몇년 전에 이 마을에 정착한 모험가야. 마을에서 꽤 미움받는 놈이지."
"근데 힘이 세서 아무도 거역할 수가 없어. 그 녀석이 마을을 지배하고 있지."
"흐음......"
마을의 지배자인건가. 뭔가 이제서야 RPG의 세계 같은 느낌이 들었다.
"꽤 배테랑이였던 모험가라고 해. 쳇, 모험가라니......"
"그만하자, 목공씨. 그러다 마스터가 듣겠어."
마스터 할아버지는 지금은 주방에 있었다. 아직 목공씨의 목소리는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마을의 위병은 뭐하는거지?"
"영주님도, 위병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
목공씨가 유에라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무래도, 뒤로 뭔가 수작을 부린 것 같았다. 상당한 불만이 있는 것 같았다.
"목공씨, 좀 진정해."
"......알겠어, 석공씨. 실례....... 화장실 좀 갔다올게."
목공씨는 침착함을 되찾았다. 휘적 휘적 화장실로 향했다.
"후우......, 우왓......!"
화장실로 향하던 목공씨가 갑자기 크게 넘어졌다. 그때 무심코 카운터를 짚었는데 카운터의 끝에 놓여있던 책자 한권이 바닥에 떨어졌다.
"아......? 뭐야, 이거......"
목공씨는 바닥에 떨어진 채 펼쳐진 책자를 주워올리다가 갑자기 목소리를 냈다.
"어이......, 석공씨. 이거......"
"뭔데? 엣, 이건......"
석공씨도 함께 들여다 보고 있었다. 무슨 책자일까?
"......"
"......"
돌연 두 남자가 나와 유에라를 빤히 쳐다보았다.
"......[어둠의 여신의 저주]인가. 그쪽도 힘들겠네."
"뭣......?"
"읏......?"
나와 유에라는 깜짝 놀랐다. 두 남자가 보고 있던 것은 숙박부였던 것이였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너희와는 상관 없는 일이다."
유에라는 조금 화가 난 것 같았다. 우리의 의사와 상관 없이 개인정보가 공개되서 그런 것 같았다.
"악의는 아니였어. 무심코 보니까 쓰여 있었을 뿐이니까......"
"......흥."
유에라가 고개를 홱 돌렸다.
"다, 다만......, 그......, 아가씨한테, 아르바이트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뭣......"
"읏......!"
나는 심장이 떨렸다. 목공씨는 아르바이트라는 말로, 당당하게 유에라에게 매춘을 제안해온 것이였다.
"아가씨는, 이런 일 익숙하지?"
"나는 그런 여자가......"
유에라는 빨갛게 변하며 부정했다. 분명히 유에라는 칸타로우와 한 적이 있지만, 그건 사귀기 전의 일이였다. 연인이 생긴 이후로 그런 일을 한 적은 없었다.
"아가씨도 많이 쌓였잖아?"
"뭣, 바보같은......"
석공씨의 말에 유에라는 부정했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했다. 단둘이서 여행을 하게된 이후로, 유에라는 나와 항상 함께 있었고, 혼자 위로를 하지 않았었다. 석공씨의 말대로, 지금 유에라는 분명히 쌓여있었다.
"[배덕] 스킬인가....... 확실히, 그런걸 좋아하는 상태네. 아가씨......, 상상해보는건 어때......?"
"왜, 내가......"
"우리에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걸 말이야......"
"흥......"
"셋이서 즐기자구."
"응......, 흣......?!"
계속되는 목공씨의 목소리에 유에라는 무심코 달콤한 목소리를 흘렸다. 무의식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버린 것 같았다. 도대체 어떤 상상이였길래......?
"아가씨, 몸매 좋네. 나도 근육에는 자신 있는데, 분명 궁합도 좋을거야."
"응......"
"오오......? 헤헤헤, 아가씨, 상상하는거구나......?"
"큿......"
"아르바이트, 분명, 굉장히 기분 좋을꺼야."
"남자쪽은 방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어때......? 자극적인 아르바이트지?"
"흐읏......"
석공씨와 목공씨의 유혹이 계속 되었다.
"왜....... 어째서......, 나는......"
유에라가 슬픈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볼은 불그스름했다. 몸과 마음의 갭 차이에 당황하는 것 같았다.
"......"
나는 애정을 담아 유에라를 바라보았다. 유에라는 자신의 신체가 욱신거린다는 사실에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유에라가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웠다.
"어째서, 이런......"
유에라는 눈물을 글썽였다. 하지만 호흡이 거칠어지며, 몸이 달아오른듯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괜찮아. 유에라. 이게 바로 [어둠의 여신의 저주]겠지. 분명 [배덕]은 누구라도 버틸 수 없는걸꺼야.
"......"
나는 [어둠의 여신의 저주]가 그 누구도 이겨낼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당연히 나도 [NTR좋아함]을 이기지 못하는게 당연했다. 목공씨가 아르바이트를 제안했을때, 이미 내 심장은 폭발할 것 처럼 흥분하고 있었다.
"......저기."
나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와 그녀가......, 사귀고 있다는건 알고 제안하는거야?"
"아, 아아......, 물론이지......"
"으, 응......"
두 남자는 살짝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알고 있었으면 됐어."
나는 두 남자를 바라본 채, 깊은 미소를 지었다.
"유에라."
"......"
유에라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미안함에 휩싸인, 슬플 표정을 하고 있었다.
"괜찮아, 유에라"
"뭣......!"
유에라는 숨을 죽이고 나를 바라보았다. 놀란 표정으로 굳어져 있었다. 나는 유에라에게 부드럽게 웃어보였다.
"......저기. 아르바이트는 어떤일을 하는거야?"
그리고 나는, 두 남자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두 남자는 직설적인 질문에 당황해 하는 것 같았다.
"혹시 마사지 같은 거야?"
"앗, 아하하......"
"그, 그래, 마사지. 마사지 같은거야......"
목공씨와 석공씨는 내 말에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에라......"
나는 다시 유에라를 바라보며 안심시키듯 웃어보였다.
"오늘은 창조의 신의 날이야. 암흑의 신의 날이 아니지."
나는 일부러 요일을 말했다.
"암흑의 신의 날, 이외에......"
유에라는 칸타로우의 마지막 말이 생각난 것 같았다. 분명 칸타로우는 헤어질 때, 암흑의 신의 날 이외에 엣치가 하고 싶다면, 내가 인정할만한 그런 플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었다.
"어쩔 수 없는거야, 유에라. 그치?"
"어쩔 수 없다......"
유에라는 내 말을 조용히 읊조렸다.
"너는......, 내가 아르바이트를 해도 괜찮은건가......?"
"유에라, 단지 아르바이트잖아. 마사지 같은거. 그 정도는 신경쓰지 않아도 돼."
유에라는 여전히 불안한지 다시 물었다. 나는 최대한 대수롭지 않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유에라는 조용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나에 대한 애정, 자신의 윤리관이 [배덕]과 충돌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 누구보다도 유에라를 사랑해. 유에라가 일하는 모습도 알고 싶어."
"읏......"
내 말에 유에라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나는 그런 유에라의 행동 하나 하나가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웠다.
"......"
이윽고 유에라가 고개를 들고, 애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무언가 호소하는 듯한 눈빛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