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화-1 (51/73)

제 26화 《마법의 나라》의 귀족과의 결투 - 총 vs 총

"......네가 어떻게 그런걸......"

레이첼은 발밑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 시선의 끝, 가도의 단단하게 다져진 흙바닥에는 작은 구멍이 나 있었다.

"어떤 분이 주신 물건이지. 하하핫......, 어때, 레이첼. 내가 이겼어."

남자는 총구를 레이첼을 향해 겨누며 자랑스러운 듯 웃고 있었다.

"......"

"레이첼, 항복해라. 너의 패배다."

"......"

남자는 항복을 요구했다. 물론 레이첼을 죽일 생각은 없는것 같았지만 말이다. 레이첼은 억울한 듯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손가락 끝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증인, 승부는 이미 난 것 아닌가?"

"......"

귀족은 볼에서 피를 흘린 채 이쪽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는 나에게 승리의 선언을 요구했다. 나는 망설여졌다.

"증인, 빨리 말해라. 어떻게 봐도 이 분의 승리지 않나?"

"상대가 전투를 못하는 상황, 그게 승리 조건이잖아."

검은 녀석들도 재촉하고 있었다. 확실히 레이첼은 무기도 잃었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전투를 계속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였다.

"......"

나는 시선을 레이첼에게 향했다. 레이첼도 나를 바라보았다.

"......별 수 없나. 결투인걸."

레이첼은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미안하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졌어."

작은 목소리로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레이첼이 저 녀석의 것이 되는 순간이었다.

남자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총을 다시 품에 넣었다.

"이제 넌 내꺼야."

그리고는 손수건을 꺼내서, 뺨에서 흐르는 피를 닦았다.

"도련님. "

"그냥 작은 상처다. 신경쓰지 마라."

"......"

그런 광경을 보고 있다가, 어느새 레이첼이 옆에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레이첼."

"져버렸어."

레이첼은 쓸쓸하게 웃었다.

"그래도 미리 알려줘서 고마워."

"설마 고위 귀족만 가지고 있는 총을 저 녀석이 가지고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

그리고는 우리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레이첼, 이제 어떻게 할거야?"

"어떻게 하냐니......"

레이첼은 내 물음에 고개를 들었다.

"죽는거 만큼 싫지만, 저 녀석과 결혼할 수 밖에 없겠지......"

그리고 나서 남자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남자는 여전히 검은 녀석들과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게, 결투의 보수니까"

"......"

.

.

.

"레이첼. 언제까지 그런놈과 시시덕 거릴꺼냐. 이제 그만 가지?"

남자가 이쪽을 향해 소리쳤다. 얼굴에는 승자의 미소가 가득한 채였다. 

"카오루, 고마웠어......"

"레이첼!"

남자가 다시 소리쳤다.

"잘가, 카오루."

레이첼은 입을 초승달 모양으로 하고 씩 웃으며 인사했다. 그리고 나서, 빙글 돌아 남자 쪽으로 걸어갔다.

"아~, 싫은데......"

떠나면서 중얼거린 작은 말 한마디가 나에게 또렷하게 들려왔다. 나는 아직까지도 망설이고 있었다.

"......"

"자. 왔......, 아파......"

"읏......"

남자가 갑자기 손바닥으로 레이첼의 뺨을 때렸다. 나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앞으로 말 조심해라. 나는 너의 남편이 될 사람이니까."

"......"

레이첼은 손으로 볼을 잡고 남자를 노려보았다. 고압적인 말투로 레이첼을 굴복시키려는것 같았다.

"......"

나는 결단을 내렸다. 코트 안의 리볼버를 잡고 한 걸음을 내디뎠다.

"아직이야, 레이첼. 나는 아직, 승리 선언을 하지 않았어."

모두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레이첼, 여자 아이를 힘으로 지배하려는 녀석은 안돼. 그게 아무리 결투의 보수라도."

"카오루......"

"이봐, 바보같은 생각은 하지 마라. 이것은 결투의 결과다. 네까짓게 참견할......"

"집어치워......"

나는 중얼거리면서 다가가, 홀스터에서 리볼버를 꺼내들었다. 남자의 새파래진 얼굴이 우스꽝스러웠다.

"나를 건드리면 우리 가문이 가만있지 않을거다!"

"도련님......"

"잠시......"

검은 녀석들이 남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목격자가 없으면 아무도 모르는거 아니야?"

나는 엷게 웃었다. 나는 이미 총을 쥐고 있으니까. 남자가 품에서 총을 뽑기 전에 쏴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모두를 쏘는 데 3초도 걸리지않을게 분명했다.

"기다려!"

검은 녀석들 중 작은 녀석이 장검을 옆으로 빼내들며 외쳤다.

"너, 저 녀석도 쏠 생각이냐?

장검이 가리키는 곳에는 울먹이는 얼굴로 불안한듯 이쪽을 살피고 있는 마부가 보였다. 

"저 녀석은 도련님이 고용했을뿐인, 무고한 마부다."

"......"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확실히 저 마부는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 단지 이 자리에 있었을 뿐.

"......"

"카오루, 하지마."

나의 사고를 중단시킨 것은 레이첼의 목소리였다.

"저 사람은 아무 잘못도 없잖아. 쏘지 마."

"......"

나는 레이첼에게 얼굴을 돌렸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마음은 고마워.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저 녀석이 저런 물건을 가지고 있는 한, 어짜피 언젠가는 이렇게 됐을 거 같고......"

"......"

"......넌 그런 얼굴 할 필요 없어."

레이첼이 애처롭다는 듯이 미소지었다. 나는 내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

나는 리볼버를 잡은 왼손을 힘없이 아래로 내렸다.

"후우....... 레이첼, 가자."

남자는 크게 숨을 몰아쉬고는, 레이첼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너의 일은 《마법의 나라》에 보고해 놓지."

"얏......, 만지지마......!"

그러더니 나에게 비웃음을 보내며 과시하듯 레이첼의 가슴을 잡았다.

"하하핫......, 보기와는 달리 크잖아, 레이첼."

"너 따위에게......"

남자는 웃으면서 계속해서 레이첼의 가슴을 주무를 뿐이였다.

"움직이지 마, 레이첼. 나에게 인생을 바친거 아니였나?"

"큭......"

레이첼은 남자의 그 말에 억울하다는 듯 신음하며 거부하던 것을 멈췄다. 입술을 깨문 채, 순순히 몸을 맡기고 있었다.

"이봐, 마차 준비를 해라!

"네......"

검은 녀석들 중 큰 녀석이 호통을 쳤고, 마부가 약하게 대답했다.

"어디로 가실건가요...... 읏......"

"이대로 계속가라."

"대하를 건너는건 용이 토벌된 이후다. 그 동안, 내가 친절히 교육 시켜 주지. 내 아내가 되기 위한 교육을 말이지."

"읏......, 이제, 그만해......"

남자의 손가락이 레이첼의 볼록한 부분을 옷 위에서 꽉 잡고 있었다. 나는 그런 모습을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레이첼, 약을 내놔라. 네가 본가에서 훔쳐서, 팔아서 여비로 쓰고 다닌건 다 알고 있다."

"......"

레이첼은 침묵했다. 

"레이첼."

"......알겠어."

레이첼은 포기한듯, 작은 갈색병을 꺼냈다. 병에는 장미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그걸 마셔라. ......내가 두번 말하는 일은 없게 해라."

"읏......!"

남자는 고압적으로 명령했다. 레이첼은 그 말에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넌 쓰레기야."

레이첼은 떨면서도 남자를 노려보았다. 미약을 먹인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레이첼."

나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읊조리고 있었다. 작은 병을 든 레이첼의 손이 떨리면서 올라갔다.

"읏......"

이윽고 레이첼은 가련한 입술에 작은 병을 대고, 안에 있던 액체를 꿀꺽 삼켰다.

"아......"

그러더니 작은 병이 떨어지며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미약의 효과는 극적이었다.

"뭐야......, 이건, 크읏......"

레이첼이 직접 미약을 사용한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무릎을 구부린 채, 엉거주춤한 상태로 당황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볼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레이첼의 호흡이 얕아지고, 이마에 땀이 맺히고 있었다. 색기를 띤 표정은 분명히 약효가 들은 얼굴이였다. 무섭도록 즉효성이 높은 약 같았다.

"하핫......, 역시 굉장해. 과연 왕실에서도 쓸만해."

남자는 징그러운 웃음을 지었다.

"자....... 어디, 귀여운걸 입고 있군."

"멍청이......, 보지 마......"

그러더니 레이첼의 장미 무늬 치마를 걷어올렸다. 가는 허벅지와 청초한 파란색 체크무늬 속바지가 보였다.

"도련님, 준비를 마쳤습니다."

검은 녀석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마차가 다가왔다.

"카오루......, 나......"

"가자."

레이첼이 무슨 말을 하려던 것을 남자가 막았다.

"이봐, 레이첼을 마차에 태워라."

"헤헤......, 아가씨 실례하겠습니다."

"앗......"

검은 녀석들 중 큰 녀석이 레이첼의 배에 오른팔을 감고, 휙 어깨에 메어 올렸다. 그리고는 레이첼을 지탱하는 척하며 왼손으로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흐읏......, 아읏......, 왜 너까지......"

"헤헤, 좋은 엉덩입니다."

덩치 큰 남자는 천박하게 웃더니, 레이첼을 물건처럼 마차에 내동댕이 쳤다.

"꺄앗......"

레이첼은 작은 비명을 질렀다.

"그럼, 너는 레이첼이 허리를 흔드는거나 상상해라."

마지막에 남자가 열받는 소리를 하더니 마차에 올랐다.

"카오루......"

레이첼이 내 이름을 부르며 이쪽으로 몸을 내밀었다.

"......"

"......"

나와 레이첼의 시선이 교차했다. 왠지 레이첼의 큰 눈은 나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같았다.

"......넌, 그녀들과 행복해야돼."

하지만 그녀가 한 말은 다른 말이었다.

"행복해야돼, 라......"

나는 가도 한복판에서 중얼거렸다. 레이첼을 태운 마차는 옥수수밭 도시 쪽으로 지나갔다.

나는 물론 레이첼이 말하지 않았어도 그럴 생각이였었다. 유에라와 케레브릴을 찾고, 《자유의 나라》로 가서 저주를 풀어 행복하게 살 것이였다. 

"......"

나는 연인들의 얼굴이 떠올렸다. 빨리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내 마음에는 후회의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감정을 제거할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고 말이다.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유에라와 케레브릴을 만나기 위해서는 위험한 것은 피해야 한다고. 거기다가 상대방은 총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때보다 위험이 훨씬 높았다.

하지만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저 소녀의 미래는 불행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읏......"

한참의 고민 끝에, 결국, 나는 옥수수밭 도시로 발걸음을 돌렸다.

.

.

.

"하아......, 하아......"

나는 코트도 벗은 채, 달리고 있었다.

가도 양쪽에는 이미 옥수수밭이였다. 꽤 도시에 가까워 진 것 같지만, 상대는 마차였다.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달리고 있었다.

"읏......"

그때 마침 저 멀리에, 쉬고 있는듯 한, 어제의 그 짐마차를 발견했다. 그 옆에 아저씨도 보였다.

"아저씨......, 하아......, 하아......"

"응? 아아, 어제 그 청년인가. 뭐야, 돌아오는건가?"

나는 어떻게든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아저씨, 도시까지만 데려다줘. 후우...... 답례는 제대로 할게. ......부탁이야."

"......어떻게 된 거냐?

아저씨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조금 전 마차 한대가 지나가지 않았어? 어제 같이 있던 여자애를, 그 마차 탄 놈들에게 빼앗겼거든. 되찾아야해."

"......"

아저씨는 말없이 일어섰다

"청년, 빨리 타!"

아저씨는 턱으로 마차를 가리켰다. 아저씨는 망설임도 없이 바로 승낙한 것이였다.

"청년, 성문이 보이기 시작했어."

덜컹거리는 마차 위에서 아저씨가 소리쳤다. 저 멀리 도시의 성문이 뚜렷하게 보였다.

"고마워, 아저씨 급히 와줘서."

"피곤한건 언제나 말뿐이지. 도시에 도착하면 충분히 쉬게 해줄거니까 신경쓰지 마라."

아저씨는 커다란 말을 쉴새 없이 재촉해 왔었다. 말은 온몸에서 땀을 흘리며 달리고 있었다.

"응......? 이봐, 청년이 쫓고 있는 마차가 저거지? 이리 오고있는걸?"

"아아......, 정말이네."

새하얀 마차가 성문을 빠져나와 이쪽으로 향해 오고 있었다. 이미 그 녀석들과 레이첼은 도시의 어딘가에 정착한듯 싶었다.

"......"

"그래서 청년, 어떻게 할까? 저 마차, 멈출까?"

"......응. 부탁할게."

마차는 꽤 가까이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아저씨는 고삐를 당겨 마차의 속도를 늦췄다.

짐마차가 멈췄을 때, 마차의 마부석에 아까전 그 마부가 보였다. 나는 리볼버를 빼고 짐칸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리볼버를 왼손에 들고 가도 한복판에 섰다. 마부는 마차를 점점 늦췄다.

"이봐."

"......"

"그 녀석들 어디에 내렸지?"

"죄송했습니다......"

마부는 나를 보자마자, 엄청난 기세로 고개를 숙였다. 겁이 많이 난 것 같았다.

"알겠으니까, 묻는 말에나 대답해. 그 녀석들 어디에 내렸어?"

"그 분들은 중심 거리의 호텔에 내렸습니다......"

마부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아저씨를 올려다보았다.

"아저씨, 어딘지 알아?"

"안다. 자, 청년. 빨리 올라타라."

아저씨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서둘러 짐칸에 올라탔다.

짐마차는 힘차게 달려나갔다. 도시의 성문이 바로 코앞이였다.

.

.

.

시종이 열어준 두꺼운 문을 통과하자, 입구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시선을 돌려 바로 카운터를 찾았다. 카운터에는 종업원이 두 명 있었다.

"자, 이건 총이다. 총이 뭔지는 알겠지? 묻는 말에만 대답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거다. 아까 전 남자 셋과 여자 아이 한 명이 온 걸로 아는데 방은 어디지?"

나는 종업원의 코앞에 리볼버를 들이댔다. 난폭하지만 이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 생각했다.

"......"

하지만 종업원은 침묵하고 있었다. 몸을 파르르 떨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빨리. 쏴버리기 전에. 말해."

"......손님의 개인정보를 용건도 모른채, 가르쳐 드릴 수는 없습니다."

나는 혀를 찼다.

"질 나쁜 귀족에게 여자아이를 빼앗겼어. 이 호텔의 어딘가에서 무슨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지. 나는 그 아이를 도우러 왔어."

"......3층 , 제일 안쪽 방이에요......"

"이봐, 너 멋대로......"

내 말에 옆에 있던 어린 종업원이 실토했다. 총구가 겨눠진 종업원이 질책했다.

"......"

나는 리볼버를 내리면서, 대답했다.

"고마워."

"좀 부술 수도 있으니까, 그건 꼭 책임질게."

나는 계단을 오르기 전에, 미리 직원들에게 말했다.

3층의 가장 안쪽 방의 문은 유달리 컸다. 거기다가 무척이나 두툼해 보이는 나무 문이였다. 다행스럽게 경첩은 낡아있었다.

아이템 창을 열어 볼트 액션 소총을 꺼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총들 중에서, 이것이 가장 파괴력이 컸다.

순식간에 조준을 마치고 경첩을 향해 발사했다. 호텔 복도에 굉음이 울리며 아래쪽 경첩이 단번에 박살났다.

볼트를 당겨 탄피를 빼내고 다시 장전한 후, 연속해서 위쪽 경첩을 향해 발사했다. 

나는 귀가 울리는 아픔을 무시하고 복도 벽에 소총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리볼버를 빼내들고 두툼한 문을 걷어찼다.

"읏......"

방 안에는 내 상상을 초월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세 남자가 레이첼의 몸에 모여 있었다. 당연하게도 레이첼은 벌거벗고 있었고 말이다.

레이첼은 남자들 한가운데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었다. 레이첼의 뒤, 엉덩이 밑에는 귀족 남자가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검은 녀석들 중 큰 녀석은 레이첼의 오른쪽 옆에서 양손으로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고, 작은 녀석은 정면에서 바지를 내린 채, 자지를 레이첼에게 다루게 하고 있었다.

"카오루......"

남자들이 경직된 가운데 레이첼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안심시키기 위해, 나는 약간의 웃음을 보였다.

내 갑작스런 난입에 레이첼을 범하려던 남자들은 움직이지 못했다.

나는 레이첼의 옆으로 다가갔다. 바닥에 머리를 댄 채, 레이첼의 보지를 들여다보며 손으로 만지던 귀족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귀족은 진땀을 흘리며 나를 곁눈질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철컥, 부드럽게 리볼버의 총구를 관자놀이에 겨눴다.

"늦어서 미안. 자 그럼, ......레이첼, 일단 옷부터 입자."

"......바보."

레이첼의 큰 눈은 울기 직전 같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레이첼의 가슴은 꽤 컸다. 큰 녀석의 손으로도 모두 덮히지 않고 있었다.

"아무일도 없었지?"

"......아무일도 없진 않았지."

레이첼의 온 몸은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발정이 가라앉지 않은 것이였다.

"......이미, 늦은건가."

 俺はちょっとしょんぼりした. 

"달랏.......! 바보, 난 아직......"

"그럼말이야, 이제 그런것에서 손을 떼자. 레이첼, 나는 도와주러 왔어"

"에......? 아......, 싫엇......! 너도 가슴에서 손 떼!"

레이첼의 왼손은 여태 마른 남자의 자지를 꽉 잡고 있었다. 내 말에 황급히 손을 놓았다. 그리고 덩치 큰 남자에게 소리쳤다.

"......기다렸지?"

나는 귀족 남자를 내려다 보았다. 왼팔에 힘을 준 채, 총구로 남자의 머리를 마루에 내려 찍었다.

"이봐......, 나에게 이런 짓을 하고도......"

"뒷 말은, 지옥에서 마저 해."

찰칵 소리를 내며 리볼버의 격철을 일으켰다.

"아......, 기다려라, 기다려......"

귀족들의 눈은 공포로 인해 핏발이 서 있었다. 더더욱 공포를 부추기기 위해 나는 일부러 한마디 더 했다.

"......죽어라."

"아아아......"

나는 엷게 웃었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죽어라.

"카오루, 그만해......"

"읏......"

나를 막은 것은 레이첼의 목소리였다.

"......"

나는 레이첼을 바라보았다.

"그 녀석을 죽여버리면, 너는......"

"......"

나는 진심으로 귀족을 죽일 생각이었다. 레이첼이 손을 뻗어 내 볼을 살짝 만졌다.

레이첼의 손은 따뜻했고, 나는 여기서 깨달았다. 나는 여자 아이가 다른 남자와 엣치 하는걸 좋아하지만, 아예 뺏겨버리는것은 싫어한다는 것을 말이다.

"레이첼의 친절에게 감사해. 공정한 결투로 심판해 주겠어. "

"바보같이, 왜 내가......"

"그래? 그럼 지금 죽던가."

"......알겠다. 알겠으니까 쏘지 마라."

귀족은 수락했다. 완전한 협박이였지만, 결투는 결투였다.

"결투 보수는 레이첼이야. 다른건 없어."

"......레이첼은 내 것이다. 넌 뭘 걸거지?"

"난 나를 보수로 걸지. 네가 이기면 날 원하는 대로 해."

나는 적당히 말했다. 어짜피 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알겠다."

"그럼, 결투는 이루어졌고."

나는 귀족의 대답을 듣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총을 내린 채 돌아서서 입구 쪽으로 내려가며 말했다.

"그럼, 밖에서 기다릴게. 레이첼, 옷 입고 이따봐."

"응......"

레이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직 귀족 남자의 것이였다. 저 녀석을 해치운 후에,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기로 다짐했다.

"고마워, 아저씨. 위병도 불러놨네."

호텔 로비에는 짐마차 아저씨, 갑옷을 입은 위병,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청년 말대로 했을 뿐이다."

"도와줘서 고마워."

아저씨는 내가 요청한 증인이 되어줄 사람을 확실하게 모아 준 것 같았다. 내 상대는 귀족이니까 이런건 확실히 해야했다. 아까 내가 했던 것 처럼 협박할 수도 있으니까. 결투는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의 공증을 받는게 좋았다.

"결투를 하겠다고 하셨습니까......?"

"그래, 아저씨한테 상대는 들었지? 결투 보수는......"

나는 도시의 위병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알겠습니다."

"고마워."

거리 위병이 결투를 허락했다. 내가 있던 세상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간단한 승락이였다.

위병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로비에 있던 사람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비싼 옷들을 입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대부분이 호텔 손님들이었다.

"고객님."

처음에 만났던 종업원이 말을 걸어왔다.

"미안해. 좀 시끄러웠지?"

"네, 많이 시끄러웠습니다."

아......, 걱정했던 대로였다. 이 호텔에는 민폐를 저질러버렸다.

"그러나 투숙객분들이 사정을 듣고 이해해 주셨습니다."

"......그래. 고마워."

나는 계단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러 사람이 내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레이첼은 눈을 살며시 감은 채, 가볍게 벌린 입술로 애절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몸이 쑤시는지, 미묘하게 몸을 비틀고 있는 것이 남자를 유혹하는 것처럼 보였다.

"제길, 넌, 죽여버리겠어......"

귀족 남자는 내려오자 마자 화를 내고 있었다. 아까의 일이 굴욕적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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