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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1 (53/73)

제 27화 암흑의 신의 날 뱀 - 숲 (H씬 없음)

타앙-

커다란 총성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새 한마리가 떨어졌다. 나는 사냥감을 챙겨 야영지로 향하기로 했다. 레이첼이 기다리고 있을게 분명했다.

"우와, 굉장해. 너 정말 대단해."

"고마워, 레이첼."

레이첼이 양손을 내밀고 있어서, 잡은 산새를 건네주었다.

"할 수 있어? 아니면 내가 할까?"

"할수 있지. 난, 요리를 좋아한다고."

레이첼은 당연한걸 묻는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누가봐도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혔을 것 같은 귀족 아가씨인데 의외였다.

"피곤하지? 가서 쉬고 있어. 기대하고 있으라고!"

레이첼은 마치 신혼부부 같은 말을 하며 걸어갔다. 손질을 하러 가는 것 같았다.

"후우......"

나는 모닥불 옆에 앉아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태양은 붉게 물들고 있었다. 오늘은 정말 피곤했다....

행운의 신의 날 저녁. 나와 레이첼은 야영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옥수수밭 도시와 수상경비대 기지 도시 사이에 있는 숲속이였다.

우리는 옥수수밭 도시에서 나와, 저녁이 되기 전에 숲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다 됐어. 자, 먹자."

레이첼이 만든 것은 새고기를 넣어 끓인 스프였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있었다.

"고마워. 잘 먹을게."

접시에 한 국자를 크게 떠서 먹어보았다.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어때?"

레이첼은 이쪽을 눈을 부릅뜨고 쳐다봤다. 내 반응이 무척이나 궁금해 보였다. 나는 레이첼에게 웃어주었다.

"맛있어."

"거봐, 맛있다니까?"

레이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레이첼은 이런 요리도 할 줄 아는구나?"

"뭐,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 그냥 수프인데. 그리고, 빨리 먹기나 해. 모처럼 만든것데 다 식어버리기 전에."

"그렇네. 잘 먹을게."

"흥......"

레이첼은 아까와 똑같은 말에 토라진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저 표정을 푸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고 말이다.

"레이첼은 분명 좋은 신부가 될꺼야."

"헤에에......, 정말?"

역시 말 한마디에 바로 표정이 풀려버렸다.

.

.

.

"......"

숲 한가운데, 나는 모닥불 옆에 앉아있었다. 해는 이미 완전히 져버려서 주위는 캄캄했다. 하늘에는 커다란 달이 떠 있었다.

솔직히 오늘은 마음이 좀 괴로웠다. 아무리 결투였다지만 권총도 아니고 산탄총으로 사람을 쏴버렸으니 말이다. 산탄총에 당한 상처는 치료하기도 쉽지 않다.

"꺄아아아앗......"

"읏......"

그때 천막 너머에서 레이첼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레이첼은 저 너머에서 몸을 씻고 있던 중이였다.

"레이첼, 무슨 일이야!"

레이첼은 벌거벗은 채로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달려가서 레이첼을 품에 안았다. 레이첼은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카오루, 뱀이......"

"뱀?"

레이첼은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뱀 같은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레이첼, 없는데......?"

"아니, 거기가 아니라...... 커다란 뱀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고!"

레이첼은 떨리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

나는 얼굴을 위로 향했다. 숲 사이로 하늘이 보였다. 하지만 그곳에는 오직 달만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저 달에 커다란 뱀 그림자가......"

"......모르겠는데?"

레이첼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하늘을 나는 큰 뱀이 있다고도 지금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거짓말 아니라고, 정말로......"

"레이첼, 난 널 믿어. 근데 일단 지금은 모닥불 옆으로 가자, 그러다 감기걸려."

"......응, 알았어."

레이첼은 의외로 큰 가슴을 팔로 가리고는 기쁜 듯이 대답했다.

"......난, 널 믿어....... 헤에에, 뭔가 기분 좋다......"

레이첼이 내 품 속에서 작게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이미 진정은 된 것 같았다.

.

.

.

"나, 그렇게 큰 뱀은 처음 봤어. 사람 같은건 한입에 먹어버릴정도로 컸다고."

"어느 쪽으로 갔어?"

"남쪽. 수상경비대 기지쪽이지."

우리가 향하는 곳이였다. 

"일단 지금은 밤이야. 그 커다란 뱀이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보장도 없고. 일단 우리는 여기서 푹 쉬면 돼."

"그렇네. ......우리가 할일은 쉬는거고."

레이첼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모닥불 옆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레이첼은 이미 옷을 입은 채였다. 

"......"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야?

"......별건 아니야. 레이첼은 뱀을 싫어한다는 생각?"

레이첼은 가만히 이쪽을 보고 있었다. 예쁜 얼굴이 모닥불의 불빛 때문에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음..... 별로? 일반적인 뱀이라면 딱히 그러진 않아. 너는?

"나는 ......사실 커다란 뱀도 싫거나 무섭진 않을거 같아."

"흐응......"

레이첼은 내 대답을 흥미롭다는 듯이 듣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서로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모르네."

불꽃의 움직임에 맞춰 레이첼의 큰 비취색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좋아하는 음식이라든가, 취미라든가......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때가 왔음을 짐작했다.

"레이첼, 놀라지 말고 들어줘."

"뭐를?"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사실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야. 어둠의 여신에 의해 다른 세계에서 소환된 인간이지."

"에......?"

레이첼의 안그래도 커다란 눈이 더 크게 떠졌다.

"어둠의 여신이 가끔 소환한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지?"

"그렇긴 하지만......"

.

.

.

"......그렇게 된거야."

"흐응......"

나는 이 세계에 소환된 이후부터의 일을 간단히 요약해서 레이첼에게 설명했다.

"그게 네 비밀이야?"

"......응."

나로서는 숨기기도 힘들고, 말하기도 힘든 일이였지만, 큰 결심을 한 고백이었다.

"그럼 네가 가지고 있는 신기한 것들이 다른 세계의 거란 말이지? 《상업의 나라》에서 산게 아니고. 나도 갖고 싶었는데......"

"......"

나는 살짝 어이가 없었다.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였다. 

"그럼 그거 말고, 다른 거짓말은 없는거지?"

"......없어."

레이첼의 눈은 진지했다. 나는 약간의 고민 끝에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대답했다.

"거짓말. 넌 항상 거짓말이야. 내가 30점이라며?"

"......"

조금 전의 내 입을 꿰메버리고 싶었다. 저렇게 중요한걸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이제 막 사랑을 나눈 첫날인데 첫단추부터 잘못 끼운 느낌이였다.

그때 순간의 재치를 발휘했다.

"난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연인이 아니라면 아무리 높아도 30점이야. 그러니까 그때는 30점이였고. 지금의 레이첼은 100점이지."

"하여간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일단 기분 좋으니까, 이번은 넘어가 줄게. 다음부터는 용서 안해줄꺼야."

레이첼은 삐진 것처럼 말하더니 나한테 바짝 달라붙었다. 나는 내 머리에게 마음속 깊이 감사함을 느꼈다.

"......내가 다른 세계에서 온건...... 궁금하지 않아?"

나는 화제를 돌렸다.

"넌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거야?"

기대했던 질문과는 달랐다. 하지만 레이첼에게는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았다.

"아니. 절대. 방법도 없지만 돌려보내준다고 해도 안 갈거야."

나는 즉답했다. 전의 세계에 미련은 없없다.

"그거면, 됐어."

레이첼의 작은 머리가 내 어깨에 기대졌다. 뺨에 닿는 부드러운 금색 머리카락이 기분 좋았다.

"계속 내 곁에 있어줘.

"......응."

나는 레이첼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어짜피 넌 책임을 져야 하니까. 내 처음도 가져가고, 아까 그렇게 많이 냈었으니까. 혹시...... 아기가 생겼을지도?"

"......"

방금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레이첼은 볼을 붉히며 양손으로 소중하다는 듯이 아랫배를 쓰다듬고 있었다.

"......레이첼, 약은?"

"응? 안 먹었는데?"

새침한 얼굴로 대답했다.

"......"

우리는 옥수수밭 도시를 나서기 전에 약국에 가서 피임약을 샀었다. 이런건 남자의 책임이라느니 하며, 여자 점원 앞에서 내가 직접 사도록 한건 다름아닌 레이첼이였다......

"꺄하핫......, 거짓말이야. ......놀랐어? 이건 복수야!"

"......"

레이첼은 입을 벌리고 웃고 있었다.

"......레이첼, 세상에는 해서는 안될 거짓말도 있는거야."

나는 이 아이에게 벌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미안, 미안. 화해하자. 응?"

"......"

내 목에 팔을 두르고 천진난만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자, 기분 풀어. 내가 잘못했으니까......"

"......"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였다. 예쁜 여자아이가 달라붙어서 애교를 부리면 당해낼 수 없었다.

"......레이첼, 이제 슬슬 자자. 오늘은 우리 둘 다 피곤했고, 내일은 대하를 건너야 되니까."

"......"

나는 일어서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좀만 더."

하지만 레이첼은 아직 놓아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그대로 다시 끌어앉혀졌다.

"......너의 연인들은, 어떤 사람이야?"

"......"

이어진 레이첼의 중요한 질문에 나는 답해 줄 수 밖에 없었다.

.

.

.

한창 유에라와 케레브릴에 대해 이야기 하던 도중이였다.

"......그래서 그 다음은?"

"잠깐, 쉿......"

뭔가가 이상함이 느껴졌다. 나는 정면의 나무들 사이의 캄캄한 숲속을 응시했다.

"뭔데, 왜......"

"쉿......!"

"......"

나는 레이첼의 어깨를 꽉 잡아당겼다. 내가 레이첼을 지키겠다는 무의식적인 행동이였다.

"읏......!"

"꺄앗......"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모닥불 부근으로 날아오더니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불똥이 불똥 튀어올랐다.

"읏......"

나는 레이첼의 허리에 팔을 감고, 근처 수풀을 향해 달렸다. 본능이 어두운 곳이 안전하다고 가르치고 있었다.

레이첼을 안고 질주했다. 큰 나무들 사이로 들어가 모닥불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나는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후-욱, 후-욱......"

두터운 덤불 속에 살포시 레이첼을 내려놓았다. 무언가에게 습격당한 것이 분명했다.

"......여기 있어."

허리에서 리볼버를 빼들고 어둠 속에서 조용히 말했다. 희미하게 레이첼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적어도 적에게서 레이첼은 숨겨야했다. 

"......"

나는 숲 속을 향해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샤냥할 때 처럼, 소리를 내지 않고,덤불이 흔들리지 않도록 천천히 걸었다.

"읏......"

다시 모닥불이 보여서 나는 움직임을 멈췄다. 장작 일부를 날려버리고 바닥에 꽂혀있는 것은 화살이었다.

"꺄아아앗......"

"읏......!"

레이첼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나는 다시 레이첼을 향해 달렸다. 적이 어떻게 레이첼에게 접근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꺄앗......, 뭐야 이거......"

"읏......"

비정상적인 광경이었다. 어둠 속에서, 작은 나무들이,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작은 가지들이 레이첼을 구속하려 하고 있었다.

"흐읏......, 큿, 움직일 수가......, 뭐야......"

"......"

작은 나무들은 순식간에 가지 끝과 잎으로 레이첼을 사방에서 붙잡고 완전히 자유를 빼앗아버렸다. 마치 선 채로 구속하는 것 같았다.

"레이첼, 지금, 구해줄테니까......"

"카오루......"

레이첼은 나무들 사이로 목만 내밀고 있는 채로 잡혀있었다.

"......거짓말쟁이."

"읏......"

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말았다. 레이첼은 내가 움직임을 멈추자 의아해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들린 소리는 내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목소리였다.

"케레브릴......? 케레브릴!"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케레브릴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린 것 같았다. 어느새 나무 화살은 모닥불 속에서 타기 시작하고 있다. 

"읏......!"

나는 숨을 죽이고 그곳을 계속 응시했다. 그 순간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스르륵 케레브릴의 모습이 들어났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가슴이 요동쳤다. 이렇게 무사한 모습을 보니,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았다.

케레브릴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갈색 피부를 희고 호화로운 원피스로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예쁜 얼굴을 하고 있었고 말이다. 내가 소리를 내려고 입을 열려던 순간이였다.

"거짓말쟁이."

"읏......"

케레브릴은 다시 한번 나를 향해 거짓말쟁이라고 외쳤다. 날카롭고 화가 난 듯한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 앞에서 사라지지 않기로, 약속했으면서!"

케레브릴은 울고 있었다. 나도 혼란스러웠지만 케레브릴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이런저런 사고 끝에, 어떻게든 발견한 나는 모르는 여자애와 다정하게 함께 있었으니 말이다.

"......어째서야?"

케레브릴이 조용히 다가오면서 내게 물었다. 순간 항구 도시에서 떨어진 것을 말하는건가 싶었지만, 곧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알았다.

"읏......"

"카오루......"

발밑에 갑자기 생긴 나무가지에, 나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레이첼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케레브릴은 내 배 위에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올라타더니 내 뺨을 쓰다듬었다.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으면서."

케레브릴은 울면서 내 볼을 긴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지금도 사랑하고 있어. 케레브릴을 싫어하는 일은 절대 없어."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리볼버를 바닥에 던져놓고 대답했다. 케레브릴이 화를 내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

케레브릴은 허리를 굽히고 내 볼을 양손으로 잡았다. 마치 키스를 하듯, 케레브릴의 아름다운 얼굴이 다가왔다.

"정말이야, 미안해, 약속 못지켜서. 나도 그렇게 될 줄 몰랐어. 아무튼 케레브릴이 무사해서 다행이야."

나는 재빨리 대답했다. 케레브릴의 가슴골 사이로 평소 애용하던 나이프의 자루가 보였다. 속으로 찔끔 할 수 밖에 없었다.

"날 버린게 아니야......?"

케레브릴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었다. 나는 케레브릴이 느꼈을 감정을 생각하자 가슴이 아팠다.

"그럴리가 없잖아. 오해야. 나는 여태 케레브릴을 찾아다녔어."

나는 상반신을 일으켜 케레브릴을 꽉 껴안았다.

"더 이상, 나한테서 떨어지면 안돼......?"

"응, 이제 절대 떨어지지 않을게."

케레브릴은 나에게 부둥켜안은 채 조용히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케레브릴의 울음을 멈출 때까지 계속해서 은색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케레브릴, 무사해서 다행이야. 다친 곳은 없어?

나는 케레브릴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물은 이제 거의 말라가고 있었다. 혹시 다치진 않았을까, 나는 걱정이었다. 

"난 괜찮아. 너도 힘들었지?"

케레브릴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나무들 사이에 구속되어 있는 레이첼을 향해 물었다.

"우응....... 난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되는건데......"

레이첼은 볼을 부풀렸다. 하지만 나와 케레브릴의 분위기를 읽고, 아까부터 얌전히 있었다.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줘.

"이거 케레브릴이 한거야?"

"응, 정확히는 숲의 정령이."

"......그렇구나."

나는 무력으로는 케레브릴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이런 숲속이라면 더더욱. 나는 케레브릴의 모습조차 발견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것을 봐서라도 앞으로는 케레브릴을 화나게 하면 안될 것 같았다. 사실은 엄청 무서운 누나였다. 껴안고 있어서,  가슴의 감촉 사이로 딱딱한 것도 느껴지고 있었다.

"혹시, 옥수수밭 도시에 내 얘기를 들은거야?"

"그래. 귀여운 여자아이를 두고, 《마법의 나라》의 귀족과 결투를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으니까."

"......그래."

"나는 당신을 믿고 있었어. 분명 무슨 사정이 있는거라고. 하지만, 아까 모습은......"

케레브릴은 고개를 숙인 채 슬퍼하며 말했다.

"쟤는 레이첼이라고 해. 내가 그 귀족에게서 구출한 아이지. 아무튼 케레브릴을 잊거나 하지는 않아. 좋아해."

"......나도 좋아해."

평소처럼 다정한 목소리였다. 우리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오랜만에 하는 케레브릴과의 키스였다.

"아앗......, 이봐, 너희들......, 으읏, 이제 좀 풀어줘......"

"......"

"......"

돌연 레이첼이 날뛰며 분위기가 깨졌다. 나와 켈레브릴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케레브릴, 레이첼은 이제 풀어줬으면 하는데......"

"......알겠어. 저 아이한테는 듣고 싶은 것도 있고."

"우......"

케레브릴은 아쉽다는듯 한숨을 내쉬고는 내 위에서 일어났다.  레이첼은 케레브릴의 시선을 피하며 약간 겁을 먹고 있었다.

"그래도 내가 먼저 찾아서 다행이야. 아까의 모습을 유에라가 봤다면......"

케레브릴은 나를 쳐다보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유에라는 질투심이 무척 많았으니까 말이다. 나는 그 끔찍한 상상과함께,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맞다. 케레브릴, 유에라는? 함께 안 왔어?

유에라가 케레브릴과 함께 있지 않은 것은 부자연스러웠다. 혹시 유에라한테 무슨 일이 생긴건가?

"유에라는 괜찮아. 나랑 함께 온것도 맞고. 단지, 유에라가 지금 좀 피곤해서......"

케레브릴은 나에게 말하기 꺼려하는듯한 약간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유에라, 어디 있어? 어디 아픈건 아니고?"

"그게......"

나는 케레브릴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리볼버를 주워 들고 일어섰다. 유에라가 가까이에 있다면 찾으러 갈 생각이였다.

"유에라 말로는 이제 괜찮다고는 하는데....... 자, 저기. 유에라가 온 것 같네."

케레브릴은 손을 뻗어 숲 한쪽을 가리켰다. 나무들 사이로, 천천히 누군가가 이쪽으로 향해 다가왔다.

"유에라......"

유에라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오늘은 하늘색 옷을 입고 있었고, 여전히 새까만 머리가 허리까지 늘어져 있었다. 한눈에 봐도 유에라였다.

"아......"

유에라도 이쪽을 발견한 것 같았다. 작은 탄성과 함께, 기쁜 듯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나는 조금 망설였지만, 두 팔을 벌려 유에라를 맞이하기로 했다.

"유에......, 왓......"

"이 바보......"

유에라는 나를 꽉 껴안아왔다. 하지만 나는 유에라를 받아주지 못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유에라를 껴안은 채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넌 바보다. 어째서 항구 도시에서 기다리지 않았지? 네가 떠났다는 말에 내가 얼마나......, 우우......"

"미안해, 유에라."

여러가지 궁금한것도 있고, 하고 싶은 말도 많았지만, 나는 솔직하게 사과했다. 유에라는 약간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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