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화 온천 마을의 환상의 공동 목욕탕 - 벌칙 게임의 시작 (H씬 없음)
사랑의 여신의 날, 우리는 마침내 대하를 건넜다. 수상경비대 기지 도시에서 남쪽으로 직진했다. 물론 배는 수상경비대가 순시선을 띄워 주었다. 협상은 간단했다.
수상경비대 기지의 대장은 국경경비대장의 형이였다. 동생과 많이 닮은 사람이였고, 우리 얘기도 국경경비대장의 편지로 알고 있었다.
거기다가, 옥수수밭 도시에서의 결투 소식을 들은 것 같았다. 또다시 군인이 되지 않겠냐고 권유 받았다. 물론 거절했지만. 그리고 우리는 도하 협상을 했다.
용에 대해서는 유에라와 케레브릴이 말한 대로였다. 용과 협상을 할 수 있는 상인이 나타났고, 용의 토벌 작전은 중지되었다. 이 근처 수역의 전면 봉쇄 또한 해제되었다
우리는 수상경비대 순시선에 올라타서 순찰하는 김에 대하를 건너게 되었다. 아무런 조건도, 대가도 없었다.
유에라와 케레브릴 덕분이였다. 나는 자랑스러운 연인들이라고 생각했다.
"미끄러우니까, 발밑 조심하시고."
목재 보트 위에서, 해안경비대장이 주의를 당부했다. 체격 좋은 사람으로, 다른 대원들보다 더 훌륭한 갑옷을 갖추고 있다. 국경경비대장과 꼭 닮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응."
나는 대답하고는 조심스럽게 암벽으로 된 항구에 뛰어내렸다. 대장의 말이 맞았다. 큰 바위로 된 암벽은 파도에 젖어있어서 미끄러웠다.
"자, 유에라. 잡아."
나는 돌아서서 보트 위의 유에라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아."
유에라는 기쁜 것 같았다.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내 오른손과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서 왼손을 뻗어 내 손을 잡고는 보트에서 암벽으로 뛰어 넘어왔다.
"고맙군."
"당연한거니까."
"후훗."
유에라는 내 옆에 서서 고마움을 전했다. 내 손을 잡은 채로, 기쁜 듯이 웃었다.
"......바람이 강하군."
유에라는 나를 쳐다본 채로, 나른하게 중얼거렸다. 대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유에라의 아름답고 긴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있었다. 유에라는 오른손을 들어 긴 머리를 살짝 눌렀다.
"......응."
나는 그런 유에라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우리는 사랑스러운 마음을 담아 서로 바라보았다.
"근데......, 너희들, 적당히좀 해......"
나는 보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미소녀가 언짢다는 듯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시끄럽군. 자, 날 잡아라."
"......"
유에라는 귀찮다는 듯이 레이첼에게 손을 뻗었다. 레이첼은 말없이 유에라의 내밀어진 손을 노려보았다.
"왜, 난 유에라의 손을 잡아야 돼!"
"누구를 붙잡든 똑같다. 뒤에서 기다린다. 이봐, 빨리 잡아라."
레이첼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유에라는 그런 레이첼을, 평소의 쿨한 무표정으로 재촉했다.
"이잇..... 싫어! 나도 카오루의 연인이거든!"
"......넌 제멋대로군."
유에라와 레이첼이 말다툼을 시작할 것 같았다. 내 감각이 위험한 낌새를 느꼈다.
"이봐, 카오루......"
"......응, 레이첼."
레이첼은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나를 보고는 오른손을 쑥 들이밀었다. 나는 당장은 위험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어있던 왼손을 곧장 레이첼에게 내밀었다.
"고마워, 카오루."
레이첼은 이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입술을 초승달 모양으로 하며 웃었다. 그리고는 내 손을 잡고, 폴짝 항구의 암벽으로 뛰어내렸다다.
"넌, 역시 착하구나?"
"그래?"
레이첼도 내 손을 잡은 채 빙긋 웃었다. 역시 이 아이에게는 웃는 얼굴이 어울렸다.
"흥......"
하지만 유에라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았다. 얼굴을 홱 돌리고는 등을 돌려버렸다.
"맞아, 유에라와는 많이 다르니까!"
레이첼은 그렇게 말하고는 유에라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난 착하지 않은게 아니다. 나도 너에게 손을 내밀었다."
유에라도 레이첼을 힐끗 쳐다보았다.
"거짓말. 나랑 카오루를 방해하려고 하던거였으면서......"
"그건 틀렸다. 우리들 사이를 방해한건 너다."
"뭐라고......!"
유에라와 레이첼이 나를 사이에 두고 말다툼을 시작해 버렸다. 이런 일은 유에라와 케레브릴 뿐이였을 때는 없었던 일이였다.
"......"
나는 두 사람을 말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필사적으로 생각하면서, 왠지 모르게 나는 레이첼에게 시선이 갔다.
"......"
레이첼은 격렬하게 유에라에게 불평을 하고 있었다. 마치 겁 없는 하룻강아지가 호랑이에게 재롱을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
"너...... 왜, 날 보고 실실 웃는거야?"
"......내가, 그랬어?"
아무래도 나는 웃고 있었던 것 같았다. 레이첼이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미안, 왠지 레이첼이 너무 귀여워 보여서."
"......바ㅡ보"
레이첼도 고개를 홱 돌렸다. 뺨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 아이는 피부가 새하얘서 빨개지면 엄청 눈에 띄었다.
"저기, 다음엔 나야."
케레브릴의 목소리다.
"잘 받아야 돼?"
케레브릴의 찢어진 눈이 장난스럽게 웃고 있다. 그러다가 케레브릴은 보트에서 나를 향해 훌쩍 도약했다. 요정다운 가뿐한 동작이였다.
"읏......"
나는 재빨리 유에라와 레이첼의 손을 놓고, 케레브릴을 양팔로 껴안았다. 부드러운 감촉이 가슴에 파고들었다.
"......케레브릴, 위험하잖아."
"우후후, 괜찮아. 네가 있으니까."
나는 양팔을 케레브릴의 허리에 감고 눈앞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향해 주의를 주었다. 케레브릴은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와 함께 나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읏......, 케레브릴, 혼자만...... 너무하다."
유에라는 못마땅해 하는 것 같았다. 약간 큰 눈을 부릅뜨며, 껴안고 있는 우리를 지긋이 노려보고 있었다.
"과연 그럴까? 나만, 혼자 보트에 내버려 뒀으면서."
케레브릴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유에라에게 대꾸했다.
"나도 조금은, 괜찮겠지?"
그리고는 케레브릴이 내 목에 팔을 감고 뺨에 쪽 키스를 해버렸다.
"아아....... 너희들, 뭐하는거야......"
레이첼은 애처로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너희들은, 사이가 좋군."
수상경비대장도 웃으면서 항구의 암벽으로 뛰어 넘어왔다. 상당히 덩치가 큰데도 매서운 몸놀림이였다. 우리가 투닥거리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맞아, 우리는 사이가 좋아."
케레브릴은 내 목에 팔을 감은 채로 살짝 옆으로 비켜 주었다. 그러면서도 행복해 하는,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흠....... 이 항구에 온 것도 오랜만이군."
대장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수상경비대 기지에서 강 건너편에 있는 작은 어촌 항구였다. 저 멀리 수상경비대 순시선이 보였다 이 항구는 물이 얕야서 보트로 갈아타고 왔었다.
"대장, 정말 고마워."
나는 수상경비대장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아니, 나야말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수상경비대장이 내 오른손을 꼭 붙잡았다. 크고 투박한 군인의 손이었다.
"우리 나라를 위해 고생하긴 영웅분들의 일이니까. 이 정도는 별거 아니지."
수상경비대장은 나와 악수를 한 채로, 유에라와 케레브릴을 보며 히쭉 웃었다. 과연 형제였다. 국경경비대장과 똑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별것 아니였다. 《공업의 나라》를 위해 한 일도 아니였고."
유에라는 왜인지 수상경비대장의 말에 어색해하며 대답했다. 대장 쪽이 아니라, 먼 곳을 보며 대답하고 있었다.
"유에라 말이 맞아. 우리는 그때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니까......"
케레브릴도 어색해 보였다. 왠지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
나는 마음속으로, 뭔가 이상함 예감을 느꼈다.
"흐음....... 외모 뿐만이 아니라, 마음씨도 아름답군. 이런 멋진 연인분들을 가진, 거너씨가 부럽군."
"......"
수상경비대장은 이번에는 나를 향해 히쭉 웃었다. 그리고 나는 동시에 대장의 취조를 떠올리고 있었다.
"......맞아. 내 자랑스러운 연인들이야. 아주 좋아하는."
나는 수상경비대장의 손을 놓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나저나, 정말 이 항구여도 괜찮은 건가? 수도에 더 가까운 곳까지 데려다 줄 수도 있다만......"
대장님은 턱에 손을 얹으며, 조금 의문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더 서쪽까지 순시선을 타고 갔다면, 애당초 목적지였던 대하의 남쪽 도시에 닿았다.
"지금, 그 도시에 가면 번거로울것 같다......"
유에라는 상상하기도 싫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에라는 침몰한 배의 손님들을 용의 등에 태워 그곳에 날랐던 적이 있었으니까. 도시 사람들 입장에서는 분명 놀랐을거다.
"유에라 말대로, 귀찮은 일이 생길꺼야."
케레브릴도 꺼려했다. 케레브릴도 많은 사람을 정령으로 구조했으니까, 틀림없이, 두 사람은 남쪽 도시에서 유명해져 있을게 분명했다.
"흠.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군."
대장도 납득한 것 같았다.
"그. 이 마을에서도, 수도로 바로 가는 가도가 있지 않나?"
"아가씨가 잘 알고 있군. 분명히 산을 넘긴 하지만, 수도로 이어지는 작은 가도 있다."
유에라는 이제껏 가보지 않은 곳을 가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었다. 수상경비대 기지 도시에서 숙소 아저씨에게 물어봤었던 것이였다.
"그러고보니, 그 가도를 따라가다 보면, 수도 가까운 곳에 온천으로 유명한 마을이 있다."
"그런가?"
"에엣?"
유에라는 쿨하게 대답했지만, 레이첼은 대장의 말에 좋은 반응을 보였다.
"우와, 기대돼. 나, 온천은 처음이야."
이 아이는 정말 순수한 귀족 아가씨였다. 밝은 표정으로, 기쁜 듯이 웃고 있었다. 그런 레이첼을 모습에, 나도 온천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그, 이 길로 가도 되겠나?"
"응, 난 상관없어."
나는 유에라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제와서 새삼스럽긴 했지만, 이미 나는 처음 이 길에 대해 들었을 때부터 가려고 마음먹었었다. 유에라와 케레브릴이 원하는 길이니까.
"대장, 여러모로 고마웠어. ......우리는, 동생분 한테도 도움 많이 받았었는데."
"나야말로. 거너씨는, 동생의 편지로 꽤 알고 있었다. 동생이 좀 칠칠치 못하긴 하지만, 거너씨한테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군."
대장은 새끼손가락을 세우고는 히죽 웃었다.
"......그렇구나."
역시, 형제는 형제였다.
"흐음."
그러다가 대장이 돌연 턱에 손을 얹고는 조금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보니, 거너씨. 수도에서는 어디쪽에서 머물 예정인가?"
"글쎄...... 우선, 지인의 공방을 방문할 예정이지만......"
대장님은 이상한 이야기를 물어 왔다.
"괜찮다면, 그 지인의 주소를 알 수 있겠나?"
"알겠어."
나는 칸타로우의 공방 주소를 알려주었다. 왜 그런걸까? 혹시, 《공업의 나라》에서 유에라와 케레브릴에게 포상이라도 주려는걸까?
"호오....... 거너씨의 지인은 꽤 유명한 사람이군."
"대장, 칸타로우를 알아?"
나는 조금 놀랐다.
"만나본적은 없다만, 그는 인기있는 사람이지."
"......그래."
아무래도 칸타로우의 인기가 꽤 많은 것 같았다. 아니, 정확히는 칸타로우 자체가 아니라 그 녀석이 판매하는 영상이 인기이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 거너씨에게 용건이 있다면 그쪽으로 연락하지."
대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대장. 우리는 이만 슬슬 갈게."
"조심히 가게나, 우리 나라는, 우수한 젊은이들을 언제나 환영하고 있으니까."
나는 다시 웃었다. 과연 형제였다. 동생과 비슷한 얼굴로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다.
"아가씨들도 조심하시고."
"......그럼."
"......잘가."
유에라와 케레브릴의 반응이 퉁명스러웠다. 대장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어촌 쪽으로 황급히 걸어갔다. 나는 분명히 예전의 그 취조를 떠올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잘가, 대장."
"잘가."
나와 레이첼도 대장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했다.
"자네들도, 잘가게나."
대장은 보트로 뛰어들며 작별인사를 했다. 대기하고 있던 수상경비대원들이 보트를 몰아 순시선을 향해 나아갔다.
"......"
우리는 대장에게 손을 흔들며, 멀어져 가는 보트를 보고 있었다. 왠지 수상경비대장이, 마지막에 히죽히죽 웃어 보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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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 산책은 끝났나?"
밭일을 하던 할아버지가 말을 걸었다. 이 곳은 산 넘어 가도변에 있는 작은 마을이였다. 숙소 같은게 없는 곳이여서, 오늘은 이 할아버지 댁에서 묵기로 되어 있었다.
"응, 조용하고 좋은곳이네."
나는 뒤돌아서 마을을 바라보았다. 석양에 내려앉은 한가로운 마을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저, 시골일 뿐이네."
할아버지는 말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왠지 좀 기뻐보였다.
"젊은이, 마안하네만. 집으로 간다면, 저 바구니좀 가져다 놓을 수 있겠나?"
할아버지는 근처에 놓인 바구니를 가리켰다. 바구니에는 할아버지가 수확한 야채가 가득 들어 있었다.
"조금 무겁긴 하겠다만......"
"알겠어, 할아버지. 괜찮아, 이정도는."
야채 바구니는 딱딱하게 무거웠다. 하지만 이정도는 옮길 수 있었다.
"고맙네."
할아버지는 정말 미안해 보였다. 굉장히 좋은 할아버지였다.
"할머니한테는, 잠시 강에 다녀오겠다고 전해주게."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면서 오른손으로 홱 낚시대를 흔드는 동작을 했다. 이 마을은 강을 끼고 있었다. 아니, 가도 자체가 강을 따라 뻗어 있었다. 항구가 있던 어촌부터 쭉 그래왔다
"할아버지. 저녁, 기대해도 되지?"
"맡겨주게나."
할아버지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낚시의 달인같은 자신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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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여기에 둘게. 할아버지 심부름이야."
"미안하구먼."
나는 부엌 구석에 야채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할아버지는 강에 간댔어. 낚시하러."
"홀홀....... 그럼, 오늘 저녁은 생선이겠구먼."
할머니는 물고기를 잡아오는게 당연하다는 듯, 방긋 웃었다. 역시 할아버지는 낚시의 달인이 맞는 것 같았다.
"젊은이, 고맙네. 저녁 먹기 전까지 쉬고 있게."
"그렇게 할게."
나도 좀 피곤했다. 모두 같이 푹 쉬자.
나는 손님방 쪽으로 걸어갔다. 이 집은 꽤 넓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단 둘이서만 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우리에게 커다란 손님방 하나를 통째로 빌려줬었다.
"......"
손님방의 문은 조금 열려 있었다.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곧 온천마을이구나. 나, 기대돼."
"나 역시다."
"......"
나는 여자아이들끼리는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궁금해서 문에 대고 귀를 귀울였다. 5cm 정도의 틈으로 여자아이들의 일상적인 대화가 들려왔다. 세 사람 모두 나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어라, 유에라도 기대돼?"
"물론. 나도 온천을 좋아한다."
"그래? 유에라는 그 온천 숙소에서 꽤 즐거웠었구나?"
"뭣......?"
"우후후......, 유에라는 그런걸 좋아하니까."
"케레브릴도, 좋아하는 주제에. 그때 나보다 더 대단했잖나."
"어라, 그랬나? 우후후......, 유에라는, 마지막에 스스로 굉장하게 움직이고 있었으면서."
"큿......, 케레브릴도......"
"근데......, 둘은 무슨 얘기를 하는거야......?"
"......"
정정한다. 여자아이들의 야한 대화였다
"......"
유에라와 켈레브릴 사이에 비밀은 없었다. 지금까지 이런식으로, 내가 없는 곳에서 대화하고 있었다. 나는 조금 흥미가 일었다.
"......네가 합류하기 전의 이야기다."
"셋이서 온천숙소에 머물렀었어."
"헤에에에......"
"그 숙소에는 솜씨 좋은 때밀이가 있었는데......
"희귀한 직업인데, 아마 그 사람들 스킬은, 분명 유니크 스킬이였을걸."
"그 사람들?"
"장인이 있었다. 제자도 하나 있었고."
"흐응....... 남자야?"
"맞아, 나이 지긋한 장인이랑, 젊은 제자였어."
"에엣......?"
"......뭐지? 그 눈빛은."
"그래도......"
"레이첼, 우리가 그 사람 몰래 하고 그러진 않았어. 그 사람도 같이 있었거든."
"카오루도 있었어?"
"......그렇다. 바로 앞에서, 몸을 씻어받았다."
"흐응......, 그랬구나. 기분 좋았어?"
"......그럭저럭이였다."
"그렇구나....... 장인은 대단해?"
"우후후......, 맞아, 레이첼. 프로의 기술은 굉장해."
"케레브릴은 그 젊은 제자가 좋았지 않나?"
"에......? 그 때, 유에라도......"
"후훗......, 과연 케레브릴은 격한걸 좋아한다."
"정말 이제....... 유에라, 나는 그 사람을 제일 좋아해. 너무 좋아해. 왜냐하면, 나랑 딱 맞는걸....... 유에라야말로, 그렇게 끈적끈적한걸 좋아하잖아?"
"뭣......, 다르다, 케레브릴. 나 역시 좋아하는 남자가 제일이다."
"우후후......, 귀여운 유에라네."
"큿......, 나 역시, 딱 맞는다......"
"근데......, 무슨 말을 하는건지 설명 좀......"
"......"
가슴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엿듣는 것은 나쁜거지만 조금 더 듣고 싶었다. 나는 다시 귀를 기울였다.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니다. 몸을 씻어받은 이야기니까."
"흐응....... 잘 모르겠어, 결론은 카오루가 씻겨주는게 최고란 말이야?"
"당연하다."
"유에라는 얼마전, 욕실에서 깨끗하게 씻겨졌었지?"
"아아, 그랬다. 후훗......, 나도 씻겨줬었고."
"에엣......?"
"후훗......, 역시. 나는 특별하다."
"왜 난, 처음 듣는데!"
"너는 그때 잠을 자고 있었다."
"이잇......"
"맞아, 그날은 유에라만 특별했어. 숙소 아저씨의 재활 치료도 도와드렸으니까."
"뭣......? 케레브릴......"
"흐응......, 유에라는 친절하구나? 안그래도 그 아저씨, 다리가 아파보였는데......"
"큿......, 그 일은 아무래도 좋다. 그것보다, 너의 일."
"나?"
"그렇다. 전에도 말했지만, 고민이 생기면 즉시 우리에게 상담해라."
"고민......"
"너무 큰 걱정은 하지 마라. 나 역시,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남자를 위해서니까......"
"그래, 그 사람을 위한거니까. 레이첼, 어쩔 수 없는거야......"
"처음에는 당황스러울지도 모르지만, 뭣하면 우리가 본보기를 보여 줄 수도 있다."
"그래. 우리가 가르쳐줄테니까......"
"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아이 취급 당하는거 같아......"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할리가 없잖나."
"나도, 유에라도, 레이첼을 제대로 된 어른으로 인정하고 있어."
"......알겠어. ......근데, 고민이 생기면 카오루랑 상담하면 안되는거야?"
"절대 안된다. 우리들에겐, 그......, 암묵적인 룰 같은게 있다."
"룰?"
"그래, 레이첼. 그러니까, 우리한테는 뭐든 상의해야 돼? 오직 우리 셋만이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니까......"
"케레브릴의 말이 맞다. 우리들은 자매 같은 것이니까......"
"......"
나는 문에서 벗어났다. 왠지 뿌듯했다. 소리 나지 않도록, 조심해서 방에서 멀어졌다. 부엌에라도 가는게 좋을 것 같았다.
"젊은이. 손님방에서 쉬고 있던거 아니였나?"
"아니, 그냥 주변 좀 둘러봤어."
나는 할머니에게 태연한 얼굴로 거짓말을 했다.
"차라도 드릴까?"
"고맙지만, 사양할게. 그보다 나, 할아버지한테 다녀올게."
차도 좋았지만, 왠지 갑자기 밖에 나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홀홀....... 젊은이, 그렇다면 이걸 가져가시게."
할머니는 큰 소쿠리 바구니를 건넸다. 할아버지가 잡은 물고기를 소쿠리에 담으라는 뜻이였다.
"......응. 다녀올게."
나는 소쿠리를 들고 할머니께 인사를 드린 후, 밖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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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석양이 산의 능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낚시에는 최적의 시간이였다. 나는 주황색 풍경 속에서, 어슬렁어슬렁 강 쪽으로 걸어갔다.
"......"
유에라와 케레브릴은 좋은 여자아이였다. 나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최고의 연인이였다. 유에라가 처음 아르바이트를 했던 날, 마스터 할아버지가 저주를 즐기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마스터 할아버지의 말이 맞았다. 당장은, [어둠의 여신의 저주]를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
《자유의 나라》에서 [어둠의 여신의 저주]가 풀릴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어둠의 여신에 의해 소환된 이유도 몰랐다. 하지만 나에게는 하나의 환상이 있었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은 RPG풍의 이 세계였다. 신도 실존하고, 이런 답도 없는 저주도 있는 매우 정신나간 곳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조금 더 정신나간 짓을 한다고 뭐가 바뀔까? 아니, 바뀌는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
어느새 강가에 도착했다. 할아버지는 강가에서 낚싯대를 감고 있었다. 도중에 나를 눈치 챈 듯 싶었다. 나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무래도 오늘은 대어였나보다.
나는 연인들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우선은 할 일은 오늘 저녁 식사 도우미다. 연인들은 맛있는 요리를 아주 좋아했으니까 말이다. 나도 할아버지에게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든 소쿠리를 크게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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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신의 날, 우리는 온천 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공업의 나라》의 수도에서 아주 가까운 마을이며, 온천 치료와 관광으로 유명한 마을이였다. 산속의 좁은 평지에 수많은 건물들이 밀집해 있었다.
주위는 어느 쪽을 바라봐도 산뿐이였다. 그리고 다섯 갈래의 산 능선을 따라 마을이 들어서 있었다. 그러니까, 이 마을은 손바닥을 벌린 것처럼 생겼다는 의미였다.
이 마을에는 여관이 많이 있었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공동 목욕탕이 있었다. 그 수는 6개. 손바닥 한가운데와 각 손가락의 뿌리 부분에 있었다. 현지인이든, 관광객이든, 모두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였다.
이 공동 목욕탕은, 이 마을의 명물이였다. 여섯 개의 목욕탕 모두, 물의 종류가 모두 달랐다. 유황 냄새가 나는 갈색 온천수, 무취의 투명한 온천수, 등등. 신기했다.
관광객들은 여섯개의 온천을 모두 제패하기 위해, 자신이 머물고 있는 여관의 온천뿐만 아니라, 공동 목욕탕에도 입욕했다. 꽤나 재미있는 시스템이였다. 물론, 우리도 여섯개의 목욕탕을 모두 제패했다.
단지, 이유가 있어서, 우리는 이 마을에 4일씩이나 머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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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유에라."
나는 온천을 즐기고, 따뜻하고 좋은 기분으로 여관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층계참에 유에라가 혼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응? 아아, 너도 목욕을 마쳤나?"
유에라는 나를 돌아보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유에라도?"
"아아, 다른 할 일도 없으니까 말이다."
유에라도 방금 막 목욕을 마친 것 같았다.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아름다운 긴 검은 머리카락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어느 목욕탕에 갔었지?"
"나는 투명한 온천수가 있는 곳이였어."
나는 위치로 말하자면 중지 부위에 있는 목욕탕에 다녀왔었다. 피부가 매끈매끈해지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유에라는?"
"나는 유백색의 온천수였다. 소지 부위였다."
우리는 이런식으로, 원할 때마다 자유롭게 온천욕을 즐기고 있었다.
"......비가 오는군."
유에라는 층계참에 있는 유리창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응. 좀처럼 그치지가 않네."
나도 유에라의 옆에 서서 밖을 바라보았다. 아직 낮인데도, 마을 안은 어둑어둑했다.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수도가 멀지 않았다만......"
유에라는 안타깝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 비는 사흘째 계속 내리고 있어서, 오늘은 지식의 신의 날이였다. 우리는 이 온천 마을에 빛의 신의 날부터 줄곧 머물고 있었다.
"유에라, 날씨는 어쩔 수 없는거잖아?"
"......맞다."
나는 유에라를 위로했다. 우리는 비오는 날에는 여행을 하지 않았다. 이건 둘이서 여행을 할 때부터의 일종의 규칙이 되어 있었다.
나도 비를 맞으면서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케레브릴도 레이첼도 여기서 머무는 것에 불만이 없는 것 같았다. 비오는 날은 쉬고, 맑은 날은 여행을 한다. 이것이 우리의 페이스였다.
"유에라, 식당으로 가자. 차라도 마시면서, 느긋하게 있자고."
"아아, 그거 좋군. 너와 느긋하게 보내고 싶다."
나는 유에라에게 차를 권했다. 유에라도 유리창에 손을 짚은 채로,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