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화-2 (60/73)

"읏......"

순간,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유에라, 잠깐. 잠시만 움직이지 말아봐."

"응? 왜 그러지?"

유에라는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

나는 유에라가 서 있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있었다. 큰 가슴과 위로 올라간 엉덩이가 강조되고 있는 것도 매력적이였지만, 유에라는 전체적으로 몸매가 좋았다. 특히 S 라인이 예뻤다.

"검술 덕분인지, 유에라는 몸매가 예뻐."

"......그런가."

유에라의 볼이 빨개졌다. 나는 그대로 말을 이었다

"나, 유에라와 사귈 수 있어서 행복해."

"......"

나약한 여자아이는 내 타입이 아니였다. 그 점 하나만으로도, 유에라는 완전히 내 타입이였다. 물론 얼굴이 귀엽다든가, 긴 생머리라든가, 좋은 성격, 큰 키, 등등 다른 이유도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유에라 같이 시원한 여자아이를 너무 좋아했다. 기도 세고. 케레브릴과 레이첼도 그런 점이 있었다.

"......나도 너와 연인이 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유에라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내 품에 꽉 안겨왔다. 약간 큰 눈이, 반짝반짝 아름답게 보였다.

"......오늘이 암흑의 신의 날이였으면 좋겠군."

"......응."

유에라는 내 어깨에 뺨을 파묻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제껏 그래왔듯, 우리는 [어둠의 여신의 저주] 때문에 암흑의 신의 날 밖에는 사랑을 나눌 수 없었으니까.

"그, 가지."

"알겠어, 유에라."

그래서 이런식으로 비가 오는 날은 정말 유감이였다. 이 마을에서는 온천욕을 하거나,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떠는것 밖에 할게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즐거움 밖에 남지 않았다.

"후훗......내가 검술을 익혀서 다행이군."

유에라가 기쁜 듯이 웃고 있었다. 나는 유에라와 팔짱을 끼고 1층 식당을 향해,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이잇......, 너희들만, 팔짱끼고......"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안에 있던 레이첼이 나와 유에라를 발견했다.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레이첼도 의외로 질투심이 많은 편이였다.

"후훗......, 우리는 상성이 좋으니까 말이다. 목욕 후 타이밍도 딱 맞았다."

"이잇......"

유에라는 나에게 더욱 기대면서, 약간 우쭐한 표정으로 레이첼에게 대답했다. 이런식으로, 유에라는 레이첼을 종종 놀리는 듯한 경향이 있었다.

"손님들은 항상 사이가 좋네?"

식당 안쪽 카운터 안에서, 여관 영감이 말을 걸어왔다. 앞니가 없는, 멍청한 얼굴의 영감이였다.

"그렇네, 오너."

나는 영감에게 대답했다. 영감은 이곳에서 오너라는 호칭으로 불리고 있었다.

"히힛......, 손님이 부럽군. 나는 더 이상 서지 않는데."

오너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냈다. 이 멍청한 얼굴의 영감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해괴한 영감이였다.

"나는 이제, 여자로는 안돼. 사는 재미는 도박뿐...... 손님, 언제나 기다리고 있어."

오너의 취미는 도박이였다. 이 여관의 식당은 투숙객 이외에도 개방되어 있어서, 오너와 도박을 할 수 있었다. 구석에 그것을 위한 별도의 공간도 있었다. 나는 그쪽으로 눈을 돌렸다.

"카오루, 너도 이쪽으로 와."

"유에라도 같이 하는게 어때?"

레이첼과 케레브릴은 현지인들과 관광객들과 섞여서 트럼프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유에라, 어떻게 할래?"

"나는 어떻게 하든 상관없다."

유에라는 정말 상관 없는 것 같았다. 나도 사실 그닥 도박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였다.

"형씨, 기다렸잖아! 어제 했던거, 계속하자고."

키 큰 중년의 아저씨가 나를 불렀다. 어제 내가 트럼프로 이겨서 돈을 조금 따갔던 아저씨였다.

"유에라, 괜찮지?"

"나는 상관없다."

유에라의 허락과 함께, 우리는 식당 구석으로 향했다.

"자, 그 쪽 자리에 앉으라고. 형씨, 어제의 설욕을 해주지."

중년의 아저씨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긴 테이블의 구석 자리를 가리켰다.

"알겠어, 학자."

이 사람은 이 곳에서 학자라고 불렸다. 어깨까지 오는 긴머리가 확실히 학자스러워 보였다. 나는 학자에게 대답하고는 유에라와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평소 멤버네."

"......아아, 변하지 않는군."

지난 나흘 동안 긴 테이블 주변에는 항상 다섯 명의 멤버가 있었다. 이 녀석들의 얼굴을 외워버릴 정도였다.

"케레브릴씨, 그 패는 가지고 있는게 좋지 않을까?"

첫 번째 멤버는 옆에 있는 케레브릴의 패를 들여다보고 있는 학자였다. 매너 없게 도박판에서 케레브릴에게 훈수를 두고 있었다.

"과연 그럴까?"

"앗......"

케레브릴은 학자가 말한 카드를 가차없이 내버렸다. 아마 케레브릴의 결정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자는 말은 잘했지만, 트럼프는 정말 못했다.

"비 때문에 곤란해......"

두번째 멤버는 내 근처에 있는 아저씨였다. 이 사람은 《공업의 나라》의 수도에서 온 아저씨로 아들과 함께 관광을 온 것 같았다. 우리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여행을 하고싶지 않은 것 같았다.

"곤란해, 곤란해......"

곤란하다는 말을 계속 하고 있었지만, 전혀 곤란해하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몸은 의외로 늠름했다.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다.

"헤헤....... 레이첼, 나, 이번에는 이길거 같아."

세번째 멤버는 케레브릴과 승부를 하고 있는 아들이였다. 아버지는 아버지라고, 아들은 아들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레이첼과 비슷한 또래인 것 같았다.

"응...... 뭐, 힘내."

"헤헤헤......, 지켜봐줘."

아들은 레이첼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레이첼은 대충 적당히 대답하고 있었다.

"데헤헤......"

네번째 멤버는 케레브릴의 옆에 앉아있는 칠칠치 못하게 생긴 덩치 큰 아저씨였다. 이 사람은 농부로, 몸도 이 중에서 가장 커다랬다. 다만, 머리는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농부, 아무리 케레브릴양의 가슴이 크다고 해도, 그렇게 노골적으로 쳐다보는건 실례야."

다섯번째 멤버는 마른아저씨였다. 이 사람은 학처럼 생겨서, 매우 마른 체형이였다. 양봉업을 하고 있어서 벌집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

나는 다시 멤버들을 둘러보았다. 이 녀석도, 저 녀석도 모두 헬렐레 하고 있었다. 나의 연인들은 모두 귀여웠으니까.

직사각형의 긴 테이블의 짧은쪽 변에 앉은 나와 유에라를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아버지, 아들, 레이첼 순으로 앉아 있었다. 왼쪽에는 학자, 케레브릴, 농부 순이였다. 벌집은 반대쪽 짧은 변에 앉아있었다.

"히힛......, 모두, 술 마실건가?"

오너는 카운터에서 나와, 모두에게 술을 마실건지를 물었다.

"난, 와인!"

"나도."

"나는 독한 것으로 부탁하지."

"......나도 유에라와 같은 걸로."

여자아이들은 바로 술을 주문했다. 나는 조금 망설여졌지만, 유에라와 같은 것을 주문했다. 멤버들도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술을 시켰다.

"신기하네. 오너, 원래 도박판에서 술 못마시게 했잖아?"

오너는 그런 주의인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도박 중에는 술주문을 받으러 온 적이 없었다.

"오늘 밤에는 비가 그칠것 같으니까. 손님분들은, 내일 날씨가 맑으면 수도로 떠나겠지? 오늘은 특별하다고."

오너가 대답했다.

"비, 오늘 중으로 그쳐?"

"아아, 당연한거야. 나를 믿어봐."

"형씨, 이 몸은 날씨로 먹고 사는거야."

내 질문에, 농부와 벌집이 대답했다. 정말일까?

"아저씨들은 그걸 어떻게 알아?

"레이첼양, 그건 경험이야. 우리는 현지인이니까."

레이첼이 의문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벌집의 여유로운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다.

"저기, 너희들은 비가 와도 할 일이 있지 않아?

돌연, 케레브릴이 이상하다 듯이 물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비오는 날이라도, 농부나 양봉업자는 할 일이 있었다.

"우리들은 괜찮아. 마누라들이 여관을 하고 있어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되거든."

"벌집의 말 그대로다. 우리는 좋은 아내를 가져서, 축복받았지."

농부와 벌집은 못된 남편이였다.

"흐응....... 아저씨들, 최악이네."

"히힛......, 틀림없어."

레이첼은 아저씨들에게 나쁘다고 말했고, 어디선가 나타난 오너는 징그럽게 웃으며 맞장구쳤다.

"히히히힛......"

"......"

오너가 더욱 웃었다. 나는 뭔가 예감이 들었다.

"이걸로 하자."

"......그럼."

우리는 포커를 하고 있었다. 이 세계에도 트럼프 카드가 있고, 포커도 있었다.

"투 페어."

학자가 패를 내려놓았다.

"트리플."

"아아......"

그리고 내가 이겼다. 내가 잘하는게 아니라, 학자가 비정상적으로 못하는거였다.

"......자."

학자는 나에게 은화 1장을 내놓았다. 우리의 한 승부는 은화 1장. 즉, 약 1000원 정도의, 사실상 재미삼아 도박을 하고 있었다. 커다란 스릴따위는 없었다.

"너는 못하는군."

"......오늘 따라 컨디션이......"

학자는 망연자실해하며, 유에라에게 변명했다. 유에라도 술이 들어가자, 편안해진 것 같았다.

"유에라, 나와 승부하자. 누가 1번인지 결정하는 거야!"

갑자기, 레이첼이 유에라를 도발했다. 1번이 뭔 뜻이지?

"후훗......, 좋다, 레이첼."

"그래야지. 너, 유에라와 자리 좀 바꿔줘."

"에에......"

유에라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흔쾌히 승부를 수락했다. 아들은 레이첼의 말에, 마지못해서 유에라와 자리를 바꿨다. 

"어이, 카오루. 나와 승부하자."

아들은 내 옆에 앉더니 분위기가 돌변하며, 도전적인 눈을 불태웠다.

"싫어. 너무 재미없어."

"에엣......?"

나는 바로 거절했다. 스릴도 부족하고, 무엇보다도 나는 도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럼, 알겠어. 그것보다도, 카오루는 유에라와 사귀고 있는거지?"

"맞아."

아들은 진지한 표정이였다. 나는 단순하게 대답했다. 

"......"

나는 레이첼을 바라보았다. 진지한 표정으로 손패를 노려보고 있었다. 오늘은 연한 노란색과 흰색, 물방울 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이 또한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이였다.

"......"

다음으로 케레브릴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하얀색 원피스가 갈색 피부와 잘 어울렸다. 가슴팍이 트인 디자인이여서, 커다란 가슴골이 보이는 것이 더욱 매력적이었다.

"그럼, 레이첼은 내가 노려도 되는거지?"

"안돼. 레이첼도, 케레브릴도, 셋 다 내 애인이야."

아들은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 물론, 나는 현실을 알려줬다.

"에에엣, 어째서, 그런......"

아, 실수했다. 아들이 크게 소리질러버렸다. 

"아들, 조용히 해야지."

"......죄송합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훈계했다. 아들은 황급히 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였다.

"우후후......, 정말이야. 우리는 모두 저 사람과 사귀고 있어. 하렘이지."

케레브릴은 나를 향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아들에게 설명했다. 나는 애꿎은 독한 술만 꿀꺽꿀꺽 마셔댔다

"뭐, 카오루의 1번은 나지만."

"다르다. 그건 나다."

"......"

레이첼은 자신있게 스스로가 1번이라고 주장했다. 유에라는 무심한 표정으로 반박했고 말이다. 그리고 나는 침묵하고 있었다. 내가 건들기에 너무 위험한 화제였다.

"쳇......, 왜 너는 그렇게 인기 있는거야."

"......그건 나도 모르지."

"너랑 카오루는 일단 얼굴부터 비교가 안되잖아. 카오루는 멋있고, 상냥하고, 거기에 엄청 강하니까."

"에에......"

하지만, 내 대답이 무색하게도, 레이첼은 잔혹하게 팩트로 때려버렸다. 아들은 잘 보이고 싶은 여자아이에게 공격당하자,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특기라면 나도 있어."

학자가 머리를 확 쓸어올리더니, 뜬금없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내 특기는 연설이지. 수도 웅변대회에서 우승했지. 뭐, 내 능수능란한 혀를 생각하면 쉬운 일이였지만."

그리고는 물어보지도 않은 것을 자랑스럽게 늘어놓았다. 물론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했다. 이 사람은 단순히 외모 뿐만이 아니라, 진짜 학자일지도 몰랐다.

"자, 봐라."

학자는 그렇게 말하며 갑자기 혀를 내밀었다. 기분나쁠 정도로 긴 혀가 위로 뻗어지더니, 자신의 코 끝을 할짝할짝 핥고 있었다.

"......학자, 그건 대단한 특기네. 그것만으로도 잘 먹고 잘 살수 있을거야."

"......솔직히 그건 좀."

학자는 내 칭찬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바보같다는 메시지는 전달 된 것 같았다.

"히힛......, 별로 신나지 않지?"

어느새 오너가 다시 근처에 와 있었다.

"손님들은 트럼프가 질린것 같네? 그렇다면, 이 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도박을 해볼래?"

"흐응......, 무슨 게임인데?"

오너가 우리에게 다른 도박으로 제안했다. 레이첼은 천진난만하게 내용을 묻고 있었다. 순수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판돈은?"

나는 오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물어보았다. 왠지 오늘따라 술을 마시게 하는게 뭔가 이상했다. 혹시 우리가 가진 돈을 쓸어가려는 무슨 계략이 있을지도 몰랐다.

도박판에서는 그 누구도 신용해서는 안되는 것이니까.

"큰 돈은 좀...... 난 이미 주머니가 가벼워져서......"

학자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히힛......, 그럼, 지면 벌칙이라도 하겠어? 도박에는 뭐든 걸어야 재미있는 법이야."

"오오, 그거 좋아."

"이 몸도 좋아. 하지만 벌칙을 받는건 싫어. 슬슬 진심으로 해야하나......"

오너가 돈 대신 벌칙을 제안했고, 농부와 벌집은 즉각 찬성했다. 마치 미리 짜놓기라도 했던 것처럼, 이야기가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

목적은 돈이 아니었나 보다. 아까 들었던 느낌은 기우가 아니였다.

"벌칙? 손을 주체하지 못하겠어."

아버지는 팔을 걷어붙이고는 의욕이 넘쳐보였다. 아무래도 오너와 멤버들은 다같이 무언가를 꾸민 것 같았다.

"흐응......, 아저씨들은, 이미 알고 있었구나? 나도 참가해볼까?"

레이첼은 순진하게 중얼거렸다. 이 아이는 정말 순수한 아이였다. 근데 머리는 좋은데, 왜 저렇게 단순할까?

"벌칙의 내용은?"

나는 확인을 위해 물어봤다.

"히힛......, 그건 일단 하면서 정하는게 좋겠어."

오너는 벌칙을 정하는 것을 나중으로 미뤘다. 하지만 틀림없이 내 예상이 맞을거라 생각했다.

"......"

"......"

유에라와 케레브릴도 흠칫 한 것 같았다. 아마 벌칙의 내용을 짐작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살짝 볼을 붉힌 채로, 말없이 레이첼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원, 참가할꺼지?"

학자가 유에라와 케레브릴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는 상관 없다."

"나는, 너가 원한다면......"

둘 다, 약간 부끄러워하며 대답했다.

"......괜찮아?"

학자가 내 눈치를 보며 물었다. 하지만 내 대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히힛......, 룰은 간단해. 내가 컵 안에서 세 개의 주사위를 굴릴거야. 그리고 그 주사위의 숫자를 맞히는 거지."

오너는 벌집 옆에 앉더니, 게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손바닥에 주사위를 세 개 올려놓고 있었다.

"초보자가 많으니까, 조금 단순하게 할게. 1~9는 소, 10~18이 대. 그것 뿐이야."

나는 이것과 비슷한 게임을 알고 있었다. 전의 세계에서 대륙쪽에 있던 게임이였다.

"모두에게 세개씩, 말을 건네줄게. 틀리면 줄어들고, 맞추면 늘어나. 횟수는......, 10판 정도로 할까?"

오너는 히죽 웃었다.

"'자', 어쨌든 시작 해볼까?

주인은 도자기 컵 안에서 세 개의 주사위를 굴리고는 테이블에 엎어뜨렸다. 내가 먼저 시작했다.

"2, 3, 4 소."

내 예상은 빗나갔고, 말을 잃었다. 나와 유에라와 레이첼, 그리고 농부가 틀렸다. 

"빗나갔네......"

아저씨는 머리를 박박 긁으며 말했다. 하지만 분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다'들, 방법은 숙지한 것 같네? 그럼, 다음으로 갈게."

주인이 다시 주사위를 흔들었다. 나도 다시 큰소리로 도전했다. 

"3, 4, 6 대."

내 예상이 이번에는 맞았다. 레이첼과 케레브릴, 벌집이 말을 잃었다. 뭔가 알 것 같았다.

"이 몸의 예측이......"

벌집은 속상해했다. 그러나 뭔가, 연기 같았다.

"히힛......, 그러고 보니, 벌칙 게임은 어떻게 할까?"

"내가 한가지 제안할게."

오너의 물음에, 학자가 즉시 대답했다.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의 벌칙 게임을 정하자."

"히히힛, 그래도 괜찮겠어?"

멤버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기 쉬운 녀석들이였다.

"그러고보니, 이 마을에는 환상의 온천이 있다고 하던데......"

"아버지, 어디서 들었어? 현지인들만 아는 내용인데?"

아버지와 벌집이 부자연스럽게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벌집, 그냥, 어쩌다 알게됐네. 현지인들만 이용하는, 일곱번째 공동 목욕탕 말이네."

"호오......"

농부는 벌집의 말을 이으면서, 마을의 비밀을 알려주었다.

"『미끈미끈 탕』이라는 곳이야."

"그것은 희귀한 온천인데......"

학자도 이야기에 동참했다.

"'슬'슬, 정리 됐나? 그럼 다음 갈게."

주인이 주사위를 흔들었다. 나는 다시 작은 것에 걸었다

"1, 3, 4 소."

그리고 당연히 맞췄다. 이 녀석들 아주 단순한 암호를 쓰고 있었다. 오너가 ㅅ,ㅈ,ㅊ 으로 시작하는 말을 하면 '소' 였고, ㄷ,ㅌ 으로 시작하는 말을 하면 '대' 였다. 다행히 눈치 챌 수 있었다. 

"히히힛......, 손님, '잘' 맞췄네?"

오너는 여전히 징그럽게 웃고 있었다. 

"'좀', 내가 '잘' 맞췄지?"

내 강조를 포함한 말에, 왠지 주인의 미소가 굳어진 것 같았다.

"아~아, 졌어~"

레이첼은 재미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 아이는 똑똑했지만, 눈치는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흥."

"벌칙 게임은 어떻게 할꺼야?"

유에라와 케레브릴도 졌다. 이 게임에서 나의 연인들만 졌다.

"그러게....... 승자의 권리로, 온천에서 몸이라도 씻겨줄까?"

"학자, 그거 좋은 생각이야."

"이 몸도 찬성이다."

현지인들이 마음대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에에......, 나는, 그건 조금......"

레이첼은 맘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에게 어떻게 좀 해보라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카오루......"

"괜찮아, 레이첼. 내가 함께 있을테니까.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있으면 되는거잖아?"

나도 일어나서 레이첼 곁으로 다가갔다. 안심 할 수 있도록, 부둥켜안았다.

"응....... 불안하지만, 너가 같이 있어준다면......"

레이첼이 불안해 보이지만 내가 같이 있겠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미안, 레이첼.

"아버지, 나도 괜찮지?"

"너에겐 아직 이르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그런......, 나도 이제 성인이야!"

주위를 둘러보자, 부자는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아들은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 아들이 불쌍한데?"

"그래, 다 같이 사이좋게 가자."

벌집과 농부가 아들을 지지했다.

"......괜찮을지 모르겠군. 너, 아저씨들 말, 잘 들어야 돼."

"야호!"

아버지가 허락을 내리자, 아들은 크게 기뻐하며 웃었다.

"유에라씨와 케레브릴씨도, 괜찮지?"

학자는 재차 유에라와 케레브릴에게 확인을 했다. 

"......오늘이 무슨 날이지?"

그리고 유에라는 늘 하던 말을 했다.

"오늘은 지식의 신의 날이야."

"지식의 신의 날이라면, 어쩔 수 없어......"

케레브릴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말, 두 사람이 각오를 다지기 위한, 의식 같은 것이였다.

"그렇군. 벌칙 게임이고, 어쩔 수 없군......"

유에라와 케레브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모두 온천에 가게 되었다

"아, 맞다. 오너."

나는 식당을 나가기 전에 오너를 불렀다.

"히힛......, 손님, 왜?"

오너는 역시 카운터 안에 있었다. 온천은 가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나도 재미있는 도박을 알고 있는데, 내일 날씨가 맑으면 나랑 승부하자. 작별 인사 대신 말이야."

"좋고 말고. 도박 인연에 딱 맞는 이별이야."

예상대로, 도박을 좋아하는 오너가 승락했다.

"모두, 어때?"

나는 다섯명의 멤버들에게도 물었다.

"좋아."

"......응. 약속했어."

학자가 대표로 대답했다. 나머지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은 먼저 알려줄게. 러시안 룰렛이라는 게임이야. 아주 스릴 넘치는 게임이 될꺼야."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밖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어느샌가 조금 줄어들어 있었다.

"나도 들어갈래."

"이잇......"

케레브릴이 내 우산 안으로 쏙 들어왔다. 그리고는 나에게 착 달라붙었다. 케레브릴은 항상 적극적이였다. 레이첼이 불만스러운 듯 파닥거렸다.

"어디로 갈 생각이지?"

"모처럼이니, 환상의 온천을 구경시켜 줄게. 저들이 있으면 괜찮아."

유에라의 물음에, 학자가 대답했다. 아무래도 미끈미끈한 탕에 갈 생각인 것 같았다.

"어떤 온천일까?"

케레브릴은 무척 궁금해 보였다.

"난, 왠지 알꺼 같아."

나는 조금 웃었다. 케레브릴의 예쁜 얼굴을 보며 대답했다. 눈높이가 거의 같기 때문에, 케레브릴과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편했다.

"어라, 너는 미끈미끈이 뭔지 알아?"

"물론이야, 케레브릴."

케레브릴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물론이였다. 전의 세계에서 비슷한건 소프랜드려나?

"어이, 카오루."

좁은 비탈길을 오르던 중, 아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귀찮은 놈이였다.

"너의 특기는 뭐야?"

아들은, 케레브릴의 허리에 감긴 나의 팔을 보며 물었다. 이 녀석은 나의 특기를 알아내서, 참고하고 싶은 모양이였다.

"사냥이랑, 살인?"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 맞는 말이네."

"......"

내 말에 케레브릴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하지만 아들은 말이 없어졌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은 많지 않을걸?"

"......"

멤버들은 모두 입을 다물어버렸다. 말이 좀 지나쳤나? 그래도 다같이 터벅터벅 비탈길을 걸어갔다.

"......여기가 『미끈미끈 탕』이야."

현지인 멤버들이 안내한 장소는 이 마을에서 중지 끝에 있었다. 조그마한 오두막 같은 건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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