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8화《공업의 나라》의 수도 - 낮
"칸타로우, 이쪽이야."
나는 뒤를 돌아 칸타로우를 부르면서, 큰 사거리에 발을 내디뎠다. 대낮의 환락가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거리를 걸어다니고 있었다.
나는 통행인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해서 사거리를 빠져나갔다.
"기다려줘......, 거너씨......"
칸타로우의 애원하는 목소리에 나는 잠시 멈춰섰다.
"거너씨, 너무 빠르잖아......"
칸타로우는 능청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사거리를 타다닥 가로질러왔다.
"칸타로우가 느린거야."
나는 단순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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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의 환락가에 원래 이렇게 사람이 많아?"
나는 걸으면서, 옆의 칸타로우에게 물어보았다. 사거리를 빠져나와 다시 평범한 길로 들어섰다.
"오늘이 특별한거 같은데? 어딘가에서 퍼레이드 같은게 있다는거 같던데."
"퍼레이드?"
"《평화의 나라》에서 사절단이 온다는 모양이야."
"흠......"
《공업의 나라》와 《상업의 나라》는, 《평화의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평화의 나라》의 국민을 만나본 적도 없었다. 내생각으로는 사랑의 여신을 신앙하는 그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제대로 된 국민이지 않을까 하는 인상이 있었다.
"칸타로우는 구경같은거 안가?"
"나? 난 됐어. 사랑의 여신의 신자들은 딱딱한 녀석들이니까 말이야. 게다가 난 사람들 붐비는 곳도 안 좋아하고."
내 질문에 캔타로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내 영상도 《평화의 나라》에서는 잘 팔리지가 않아."
"그렇구나."
사랑의 여신은 어둠의 여신과는 극과 극인 신으로, 순애라든지, 결혼을 관장하고 있었다. 칸타로우의 영상이 잘 팔리지 않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했다.
"괜찮아, 칸타로우는 재능이 있으니까. 언젠가, 《평화의 나라》에서도 칸타로우 영상의 매력을 깨닫게 될거야."
나는 칸타로우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사랑이랑 흥분은 항상 같이 일어나는게 아니니까 말이다.
"정말 그렇게 될까......?"
칸타로우는 또다시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내면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물론이지, 칸타로우."
나는 마음의 경계 수준을 높이면서 대답했다. 이 녀석은 또 무슨 생각인지......
"후우우......, 그렇다면 안심이야......"
칸타로우가 요란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왠지 수상했다. 굉장히 어색한 마치 연기같은 행동이었다.
"나 바람난 아내 시리즈에 이은 새 시리즈를 만들려고 생각중이거든. 물론 거너씨한테 배운 아이디어들을 바탕으로 말이야......"
"아아......"
칸타로우는 잠시 말을 흐렸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이어질 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단 시제품을 찍어보려고 하는데...... 거너씨, 유에라랑 케레브릴양한테 모델을 부탁해도 되지?"
그랬었다. 유에라와 케레브릴은 전에 칸타로우와 만났을 때,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하면 출연하기로 약속했었다. 물론 정상적인 약속은 아니였지만 말이다.
"전에 카메라 테스트 때 얘기했었지? 그때 유에라랑 케레브릴양은 허락했잖아? 이제 거너씨만 허락하면 되는거야."
칸타로우가 이번에는 미리 나에게 허락을 구하고 있었다. 지난번에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오래전부터 대본도 준비해놨어. 물론, 유에라랑 케레브릴양 전용 대본이지."
"......굉장히 준비가 철저하네."
어느새 칸타로우의 표정은 진지해져 있었다. 나는 대답하면서 생각했다. 지난번 테스트 촬영이 끝나자마자 바로 대본을 쓰기 시작한 것이 분명했다.
"응. 엄청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칸타로우가 잔잔하게 말했다. 조용하지만 작품에 대한 진지함과 열정이 전해지는 목소리였다.
"......"
나는 침묵하면서 생각했다. 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시리즈라는게, 배우가 화면 밖을 향해 말하는건가? 그런거라면 물론 보고 싶은게 당연했다.
"......"
[NTR좋아함] 스킬은 정말 성가셨다. 유에라와 케레브릴이 영상을 촬영한다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흥분됐다.
"......"
다만, 나는 일말의 걱정이 있었다. 만약 유에라와 케레브릴이 작품에 출연한다면, 케레브릴은 아직 두번이지만, 유에라는 벌써 칸타로우에게 세번 째 안기는 것이 되어버린다는 점이었다.
유에라가 괜찮으려나? 유에라는 칸타로우를 싫어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는 같은 남자에게 연인을 세번씩이나 안게 해준 적은 없어서 왠지 가슴이 설렜다.
"거너씨?"
내가 계속 침묵하고 있어서 그런지, 칸타로우가 나를 불렀다. 그냥 시원하게 허락하고 영상을 보고 싶은 마음과, 딱 잘라 거절하고 불안을 떨쳐버리고 싶은 마음이 충돌하고 있었다. 나는 망설이고 있었다.
"......괜찮아."
나는 짧게 대답했다.
"......그걸, 유에라와 케레브릴이 거부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나는 언제나처럼, 유에라와 케레브릴에게 선택을 맡겼다.
"고마워, 거너씨."
칸타로우는 진지한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했다.
"천만에."
감사 인사는 아직 이르니까. 칸타로우의 영상에 출연을 유에라와 케레브릴이 원할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유에라와 케레브릴에게는 의로운 면이 있었다. 분명 칸타로우가 약속을 물고 늘어지면, [배덕]스킬을 가진 그녀들은 마지못해 칸타로우와의 약속을 이행할 것 같았다.
"좋은 영상으로 보답할게."
칸타로우가 앞을 향하면서 선언하듯이 말했다.
"유에라와 케레브릴양이 모델이라면 든든하지. 변태적인 대사를 펑펑 날리면서, 내 자지로 히이히이 기분좋게 해주고, 열심히 거너씨를 위한 메챠쿠챠 영상을 찍을테니까."
"......그래."
왠지 선택을 후회할 것 같았다.
"......도착했어."
나는 중얼거리면서, 예스러운 찻집 앞에 멈췄다.
"아, 이 가게였어? 나도 자주 아내랑 오는 곳이야."
의외로 칸타로우는 이 가게의 단골손님인 것 같았다. 익숙한 몸짓으로 문을 밀어 열고 있었다.
"......"
나도 칸타로우의 등을 보며 가게로 따라들어갔다. 문 안쪽에는 손님을 알리는 방울이 달려 있었다.
"어라......? 유에라랑 케레브릴양은......?"
칸타로우가 가게 안에 들어서자 마자, 가게 안을 스윽 훑어보았다. 유에라와 케레브릴을 찾는 것 같았다.
"앗......, 카오루다."
레이첼의 톡톡 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카오루, 이리와."
나는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복도 한중간에서 레이첼이 활기차게 손을 들고 나를 부르고 있었다. 천진하고 밝은 미소를 짓고 있어서, 나도 똑같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기다렸지?"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될 줄 몰랐어."
내 말에 레이첼은 불만스럽게 대답했다. 나는 작게 웃었다. 이 아이는 항상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말했다.
"미안해,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좀 하느라."
"뭐, 됐어."
내가 사과하자, 레이첼은 순순히 용서해줬다.
"거너씨~."
칸타로우가 또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왜?"
나는 귀찮다는 듯이 대꾸했다.
"그 아이는, 누구야? 굉장한 미소녀야......"
칸타로우가 레이첼에게 강렬한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역시 이 녀석이 레이첼같은 미소녀에게 반응하지 않을리가 없었다.
"레이첼이라고 해, 최근에 알게 되었어. 그리고 유에라랑 케레브릴이랑 똑같이, 레이첼이랑도 사귀고 있어."
"여전히 거너씨는 인기 많구나......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응, 있었지."
칸타로우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나와 레이첼의 만남에도 큰 사건들이 벌어졌으니까.
"분명히, 레이첼과 만난것도 운명일거야."
칸타로우는 언젠가 말해준 것 처럼 운명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런가?"
"분명히, 거너씨."
칸타로우가 다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카오루...... 거기 서서 얘기하지 말고, 빨리 이리와."
레이첼은 어이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왠지 얼굴이 빨개진 채, 기뻐 보였다. 나와 칸타로우의 대화 때문인 것 같았다. 운명이라는 거라든가.
"응, 갈게."
나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레이첼에게 다가갔다.
"......"
레이첼은 나랑 칸타로우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소개해달라는 뜻인 것 같았다.
"이쪽은 내 은인인 칸타로우야. 내가 아무것도 몰랐을 때,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 내가 이 세계에 무사히 적응 할 수 있었던건 칸타로우 덕분이야."
나는 레이첼에게 뒤에 서있는 칸타로우를 소개했다. 일단 칸타로우의 직업은 덮어두었다. 직업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얘기해 줄 생각이었다.
칸타로우의 겉모습은 40대 정도의 수상한 아저씨였다. 강압적인 얼굴을 한 근육질의 거구, 그리고 성인 영상을 촬영하는 수상한 아저씨.
솔직하게 모든걸 단숨에 밝혀버리면, 마이너스적인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그건......너무 거창한걸, 거너씨."
칸타로우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난 그냥 거너씨의 친구야."
칸타로우가 겸손하게 정정했다.
"맞지? 거너씨?"
칸타로우가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래, 칸타로우."
하지만 이 녀석은 그런 친구의 애인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범해버렸었다. 나는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도 유에라와 케레브릴에게 스케베 말을 하게 한다던가...... 이 녀석은 그런 녀석이었다.
"아......"
내가 데리고 온 수상한 아저씨를 보더니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드러운 금발이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칸타로의 부인과는 이미 만났었기도 했고.
"반가워. 레이첼은 굉장히 귀여운 얼굴을 하고있네? 마치 빛의 신의 천사같아."
"그렇지?"
레이첼은 당연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서, 칭찬받는 것에 익숙했다.
"난 거짓말 안해."
칸타로우가 헤픈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분명 칸타로우는 거짓말을 하지는 않지만, 말장난으로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든다.
"꺄하핫......, 너는 정직한 사람이구나."
칸타로우의 목소리에 레이첼은 기분이 좋은 듯 웃었다. 이 아이는 친화력이 너무 좋아서 문제였다.
"유에라와 케레브릴을 알고 있는 것 같으니, 분명하게 말해두겠지만."
그리고 나서 레이첼은 칸타로우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카오루의 첫번째는 나야."
레이첼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아이는 항상, 나의 첫 번째에 집착하고 있었다.
"그렇구나. 나이도 거너씨랑 가장 비슷하고, 잘 어울리네."
칸타로우가 절묘하게 맞장구를 쳤다.
"에헤헤 ......, 그치? 카오루, 들었지?"
"......응."
레이첼은 기뻐하며 마치 태양처럼 환한 미소를 짓고있었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레이첼, 칸타로우는 단지 우리 나이가 가장 비슷하다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레이첼, 앞으로 잘 부탁해."
"그래, 잘 부탁해."
칸타로우가 오른손을 내밀자, 레이첼도 곧 오른손을 뻗었다. 칸타로우의 큰 손과 레이첼의 하얗고 작은 손이 악수했다.
"......"
나는 둘이 악수를 하는 것을 복잡한 마음으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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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루가 신세를 졌나보네......"
"그렇지 않아. 나야말로 거너씨한테 신세만 지고 있는걸 ......"
레이첼은 아내 같은 말을 하며, 칸타로우와 화목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일단 칸타로우에 대한 첫인상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레이첼, 다른 사람들은?
나는 유에라와 케레브릴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마 칸타로우의 부인도 함께 있겠지.
가게 통로에 계속 서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점원도 눈치를 주고 있고, 슬슬 이동해야 했다.
"아, 카오루...... 미안, 유에라들은 저쪽에 있어."
레이첼은 칸타로우와의 대화를 중단하고 가게 안 쪽을 가리켰다.
"내 아내도 저쪽에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칸타로우가 가게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너는, 부인을 데리러 온거야......?
레이첼은 약간 놀란듯한 말투로 물었다.
"맞아. 오랜만에 유에라랑 케레브릴양도 만나려는 것도 있고."
칸타로우는 레이첼의 질문에 수긍하고는 가게 안으로 성큼성큼 나아갔다.
"부인을 많이 아끼는구나, 착한 사람이네."
칸타로우의 등을 쳐다보며 레이첼이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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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에라, 케레브릴양, 오랜만이야. 보고 싶었어."
가게 가장 안쪽 테이블석, 칸타로우는 만연한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활짝 벌렸다. 환영한다는 것을 격하게 표현하면서, 유에라와 케레브릴에게 인사했다.
"흥......"
하지만, 유에라는 고개을 홱 돌려버렸다.
"......오랜만."
케레브릴은 길게 찢어진 눈을 가늘게 뜨고, 엷게 웃으며 대답했다. 보라색 눈동자가 강한 시선으로 칸타로우를 꿰뚫고 있었다. 무척이나 차가운 표정이였다. 둘 다 칸타로우를 반기는 기색은 없었다.
"......"
칸타로우는 풀이 죽어 양팔을 내렸다.
"미안, 다들 기다렸지."
나는 칸타로우의 뒤에서 얼굴을 살짝 내밀어 유에라와 케레브릴에게 사과했다.
"앉을래?"
케레브릴은 언제나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상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봐주었다. 옆으로 뻗은 길고 뾰족한 귀가 기쁘다는 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자, 카오루. 빨리 앉아."
"응."
레이첼도 나를 재촉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디에 앉을까 고민했다.
"자, 여기 비어있다."
유에라는 자신의 옆의자를 가리켰다. 테이블은 6인용 원탁이었고, 유에라의 양 옆은 공석이었다. 케레브릴과 칸타로우의 부인은 나란히 앉아있었다.
"유에라~, 고마워."
"뭣......?"
칸타로우가 분위기 파악을 못했다. 정확히는 하지 않았다고 해야하나. 기쁘다는 듯이 유에라와 케레브릴 사이에 털썩 앉아버렸다.
"......넌 부인 옆에 앉아야하지 않나?"
유에라가 칸타로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유에라씨, 저는 괜찮아요. 남편도 유에라씨 같은 예쁜 사람과 재회한걸요."
칸타로우의 부인은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붉은 입술로 미소를 지으며, 상냥한 시선을 칸타로우에게 향하고 있었다.
"......"
奥さんは微笑を浮かべて俺を見てた.何と言ったらいいのか, この人は初対面の人でも最初から待ち受けていたような, そんな落ち着いた表情をしている.
"유에라, 아내 말이 맞아. 유에라는 여전히 이쁘네."
"흥......"
칸타로우가 유에라를 칭찬했지만, 유에라는 다시 홱 외면했다.
"케레브릴양도 여전히 미인이야."
"......그래."
칸타로우가 케레브릴에게도 말을 걸었다. 하지만 케레브릴은 힐끔 쳐다보고 짧게 대답했을 뿐이었다. 칸타로는 유에라와 케레브릴에게 몹시 미움을 받고 있었다.
"둘 다 매정해......"
칸타로우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하지만 자업자득이였다.
"그럼, 나는 여기!"
레이첼은 잽싸게 유에라 남은 옆자리를 차지했다. 이제 남는 자리는 레이첼과 부인 사이에 있는 자리뿐이었다.
"네가 저쪽에 앉아도 되잖나."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
유에라가 레이첼을 뚫어지게 노려보았지만, 레이첼은 승자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레이첼도 많이 성장했는지, 더 이상 유에라의 시선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거너씨, 안녕하세요."
내가 자리에 앉자, 칸타로우의 부인이 인사했다. 이 사람은 칸타로우의 영향인지, 나를 거너씨라고 불렀다.
"남편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남편이 항상 신세만 지고 있네요."
부인은 예의바르게 미소 지으면서 이야기했다.
"아니야, 칸타로우야 말로 내 은인이니까."
나는 살며시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아마, 이 사람은 다 알고 있을게 분명했다. 칸타로우가 유에라와 케레브릴과 테스트 촬영을 한 일이라던지, 내가 아이디어를 제공한 일이라던지.
이 사람은 칸타로우의 부인일 뿐만 아니라 협업자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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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다시 한 번 칸타로우의 부인을 쳐다보았다. 부인은 예쁜 사람이었다. 속눈썹이 길었고, 모든 것을 관조하는 듯한 침착한 눈을 하고 있었다. 입가의 점은 매력포인트였다.
물론 나는 연인들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
그리고 가슴과 엉덩이가 꽤 커보였다. 검정색 바탕에 딱 달라붙는 원피스를 입어서 더욱. 큰 가슴이 천을 밀어올리고, 풍성한 가슴골을 만들고 있었다. 요염한 어른의 매력이 퍼져 나왔다.
"......"
부인은 고급창관의 창녀였다고 했었다. 무심코 이 사람이 만약 칸타로우의 부인이 아니라 현역 창녀였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했다
"......"
부인은 살짝 볼을 물들이더니,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너무 오랫동안 쳐다보았던걸까? 부인의 긴 머리가 흔들리고, 앞머리가 한쪽 눈을 가리고 있었다.
어른스러운 색기가 넘치는데도, 소녀처럼 부끄러워하는 것이 더욱 매력적이였다.
"읏......!"
갑자기 옆구리에 격통이 느껴졌다.
"......흥."
레이첼은 사랑스럽게 뺨을 부풀리고는, 홱 고개를 돌렸다. 내가 부인을 쳐다본 것을 질투해서, 옆구리를 꼬집은 것 같았다.
......생각보다 많이 아팠다. 물론 유에라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잘 됐나?"
유에라는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았다.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 영상'이 잘 회수 되었는지 걱정한 것이였다.
"잘 끝났어, 유에라. 무사히."
"......그렇군."
내 대답에, 유에라가 후우 숨을 몰아쉬었다. 이것으로 유에라의 AV여배우 데뷔는 피했다.
"카오루. 점심 아직 안먹었지? 뭐 좀 먹을래?"
"응."
레이첼이 선뜻 메뉴판을 건네주었다.
"이 가게는 파스타가 유명해. 버섯 파스타가 좋을것 같은데?"
메뉴를 망설이고 있었는데, 케레브릴이 제안했다.
"그럴까."
나는 케레브릴의 제안을 수락했다. 케레브릴은 맛있는 것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쪽에선 감이 좋았다.
"케레브릴양은 버섯 모양을 굉장히 좋아하는것 같네?"
"......"
칸타로우가 기습적인 드립을 쳤지만, 케레브릴은 깔끔하게 무시했다.
"나와 카오루는 운명이래......"
"흥......몇번이고 말했지만, 진짜 운명적인 만남은 우리다......"
유에라와 레이첼은 늘 그랬듯이 투닥거리고 있었는데, 오늘 주제는 운명적인 만남에 대한 것 같았다.
"어라, 나도 꽤 로맨틱하고 극적인 만남이었다고 생각하는데......"
특이하게도 오늘은 케레브릴도 합류해 있었다.
"......"
나는 어느새 나온 점심을 묵묵히 먹고 있을 뿐이였다. 이럴 때 섣불리 참견하면 큰일 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류의 연인들의 대화는 언제나 조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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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밥도 다 먹었고, 일할 시간이야."
칸타로우가 마지막으로 남은 와인을 쭉 들이키며 의욕에 찬 얼굴로 말했다.
"읏......"
나는 짧게, 하지만 급하게 숨을 들이켰다.
"칸타로우, 벌써부터?"
"물론이지, 거너씨. 난 지금이 최고의 상태야."
내 확인 질문에, 칸타로우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은 항상 정력이 넘치는 것 같았다. 지금 당장 영상을 촬영하고 싶은 것 같았다.
"유에라, 케레브릴양 준비는 됐지?"
칸타로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두 팔을 쭉 뻗으며, 유에라와 케레브릴의 어깨를 꽉 끌어안았다. 둘을 안은 적이 있기 때문인지, 익숙한 자세였다.
"뭣......?"
"꺄앗......?"
둘 다 조금 놀랐는지 작게 소리를 질렀다.
"유에라, 전에 시제품 모델이 되어준다고 '약속'했었잖아?"
"큿......"
칸타로우는 약속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유에라는 의리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약속이라는 말을 듣고는 침음성을 삼켰다.
"케레브릴 양도 괜찮지? 지난번 테스트 촬영 때처럼 거너씨를 기쁘게 해주자구."
"나......"
칸타로우의 말에, 케레브릴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였다. 예전의 일이 떠오른 것 같았다.
"근데, 무슨 일을 하는거야?"
레이첼은 순진한 목소리로 나에게 질문했다. 순순히 대답하기에는 어려운 질문이였다.
"남편은 영상술사거든요. 전에 유에라씨와 케레브릴씨는 모델이 되어 주기로 약속을 했었고요."
"와, 대단하네."
나 대신 부인이 대답했다. 무슨 영상인지가 빠졌을 뿐, 거짓말은 아니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레이첼은 순수하게 칭찬하고 있었고 말이다.
"우후후...... 유에라씨도 케레브릴씨도, 화면발은 잘 받을 것 같네. 두 사람에게 어떤 의상이 어울리려나......?"
부인은 볼을 붉히며 황홀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와 동시에 나는 깨달았다. 아, 이 사람도 야한 것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였구나......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남편은 재능이 있으니까요......"
부인은 다시 우아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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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루, 빨리 들어가자."
"......응."
레이첼이 내 손을 잡아당겼다. 나는 조금 멍한 상태였다.
"어서오세요......"
문을 열자 좁은 로비가 있고, 정면에 카운터가 있었다. 그 안에는 뻔뻔한 태도의 아저씨가 앉아 있었다. 이곳은 장기 체류에 적합한 호텔로, 칸타로우가 알려준 곳이였다.
"아저씨, 우리 한 달정도 머물고 싶은데......"
"연연이지? 2인실로 하면 될까?"
레이첼은 아저씨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미소녀라는 것을 십분 활용해서 그런지, 아저씨의 반응도 좋았다.
"......"
나는 협상을 레이첼에게 맡겼고, 멍하니 서 있었다. 왠지 이 로비에서, 약간 개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정말 아쉽지만, 여자가 두 명이나 더 있어. 그러니까 4인실로 부탁해."
"쳇......"
아저씨는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조금 싫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로비를 둘러보고 있었다.
이 호텔은, 석조 건물인데 내부는 목재로 되어 있었다. 바닥은 물론 벽도 나무판자로 되어 있었다. 왠지 이 호텔의 벽이 얇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그리고, 나는 자그마한 강아지를 발견했다. 생후 두달 정도 되보였다. 카운터 구석에 우뚝 서서, 강아지 특유의 귀여운 눈동자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 칸타로우라는 사람 소개로 왔는데, 할인 돼?"
"쯧, 그놈 소개냐? 어쩔 수 없지......"
아저씨는 칸타로우의 이름을 듣는 순간 혀를 찼다.
"그 녀석의 소개라면 문제는 없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며 카운터 위의 숙박부를 열었다.
"아......, 그거...... 저기......"
레이첼이 우물쭈물거리며 도움을 요청하듯 나를 바라보았다다. 스테이터스를 보여주기가 아직 부끄러운듯 했다.
"네, 아저씨."
나는 카운터에 다가가서 아무렇지도 않게 스테이터스를 열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