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화 〉 034. 아무튼 일리냐 잘못임 (3)
* * *
—히이이이……! 몰라앗♥ 몰라몰라아……! 모른다구우……♥ 햐우, 햐우우욱♥ 으냐아아앙♥
일리냐는 이제 온전한 문장을 내뱉는 것도 잊어버리고 헐떡이기 시작했다. 온몸의 힘이 전부 풀려서, 예쁜 벽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고 입술 주변에는 한심스럽게 침방울을 늘어뜨린다.
이윽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다. 허리가 빠져버릴 듯한 아픈 절정감에 온몸을 푸들푸들 떨어댄다.
남자로서는 견딜 수 없는 순수한 유혹이자 사정 유도. 세혁은 더는 참지 않고, 한계치에 다다르던 사정욕구를 그대로 폭발시켰다.
왈칵, 왈칵, 요도 안에 쌓인 걸쭉한 사정액을 두 차례에 걸쳐 일리냐의 자궁구 너머로 주입한다.
그와 동시에 일리냐가 꺄아아아아앙—— 하고 길게 신음하며 행복 오르가즘을 즐긴다.
높아졌다가 가라앉고 다시 살짝 높아졌다가 더 많이 가라앉는 평소의 오르가즘 패턴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한없이 높아지다가…… 이제 내려갈 때가 됐는데 싶다가도 다시 높아지는…… 암만 그래도 이쯤이면 다 올라왔겠지? 싶은데도 더 올라가 버리는.
아찔하고 견디기 힘든 열락 속에 일리냐는 겨우겨우 호흡한다.
—오으으으……♥ 오후우……♥ 후아우우……♥ 어후우우……♥
호흡이 고작이었다.
모르겠다모르겠다. 이런거알지도못하고어떻게하면좋은지도모르겠어.
일리냐는 그저 세혁의 품에 꼬옥 안겨서 뒷머리와 등을 쓸어주는 손길에 안도한다.
—사랑…… 해애……♥
나도, 하고 세혁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일리냐는 끝없이 이어지던 절정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어마어마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안 그래도 대회를 치루며 체력이 빠진 상태에서 첫 경험을, 그것도 대면들박이라는 과격한 체위로 겪었으니 지치지 않는 편이 이상했다.
축 늘어진 일리냐를 세혁은 부드러운 동작으로 벤치에 앉혔다. 그 과정에서 줄곧 연결돼 있었던 세혁의 신체 부위가 뾱, 하는 왠지 귀여운 흡착음과 함께 빠져나간다.
—우으으…….
그 감각이 어째서인지 아쉽고 애달프다. 일리냐는 자신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흘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암컷즙과 수컷즙으로 질척질척한 성기를 세혁이 일리냐의 콧잔등에 얹었다.
훅 끼치는 자극적인 체취에 일리냐가 풀렸던 긴장을 되찾았다.
청소 시간이구나.
일리냐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본능적으로 아앙— 하고 크게 입을 벌리고 맛있는 귀두를 한입에 머금으려는 순간, 세혁이 허리를 뒤로 뺐다.
일리냐가 츄르를 뺏긴 고양이처럼 냐으응~ 하고 투덜거린다. 굴복 선언까지 끝마쳤으니 청소 정도는 곱게 시켜줘도 좋지 않겠느냐는 애교섞인 항의였다.
세혁은 마음이 혹하려다가도…… 그전에 짚고 넘어갈 일을 떠올렸다.
일리냐의 참교육은 끝났으니…….
남은 건 몰래 훔쳐보는 도둑고양이의 교육이었다.
—렌나 들어와봐.
“헙.”
렌나가 입을 틀어막고 창틀 바깥으로 휙 몸을 숨겼다.
그래봤자 무슨 소용이냐고. 이미 눈이 마주쳤는데.
세혁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창문 바깥으로 소리쳤다.
—렌나. 사장님 말 안 들을래?
오버하는가 싶어 미안하지만, 렌나에게도 잘못이 있었다. 파티장 가서 세팅 좀 하고 있으랬더니 그새를 못 참고 관음질을 해댔지 않은가.
그냥 잠깐 보고 만 것도 아니다. 그 자리에 아주 시즈모드를 박았지. 창문에는 얼굴만 드러났지만 표정과 동세를 보아하니 은근슬쩍 자위도 저지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만큼은 렌나가 절대로 못 견디는 화법을 구사한다.
—렌나가 싫어지려고 하네?
“히이익……! 자, 잘못했어요! 지금, 지금 갈게요!”
효과는 발군이었다.
렌나는 허겁지겁 역사 안으로 들어섰고 세혁 앞에 섰다.
반성하는 낯빛을 띄우기도 잠시. 수습되지 않은 세혁의 성기를 지근거리에 목격한 렌나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그러면서 습관처럼 허벅지를 꽈악 좁힌다.
이때 사타구니가 위치한 옷자락이 액체로 어둡게 번져 있었다. 훔쳐보는 동안 스스로 적셔놓은 것이다.
속옷은 물론이고 얇은 드레스 원단까지 흥건히.
“뭐하고 있었어?”
“그, 그게…….”
렌나는 세혁의 다리 사이에서 도저히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렇게 한참을 우물쭈물하고는 엉뚱한 소리를 지껄였다.
“저기, 그게…… 질문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갑자기? 뭔데?”
렌나는 다시 5초 정도 고민하다가 정말로 물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혼내 주시나요?”
“렌나.”
“넵……!”
세혁이 일차적으로 한숨을 토했다.
“축하한다. 목표를 달성했어. 이리로 와서 엉덩이 대.”
“넵넵……! 일리냐 씨에게처럼 인정사정 없이 팡팡, 부탁드려요……!”
그때 두 번째로 한숨 쉬었다.
세 번째는 엉덩이를 대라고 지시했을 뿐인데 치맛자락을 스스로 들어올리는 순간에 내뱉었고.
네 번째는 답지않게 야한 속옷을 입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였고.
다섯 번째는…… 나름 승부 속옷이랍시고 구해다 입은 게 빨간색 레이스라는 걸 확인했을 때였다.
얼마나 꾸밀 줄 모르는 거냐고, 하는 한탄이 절로 드는 귀여운 엉덩이를 세혁은 아프도록 짝짝 때려줬다.
그러는 동안 세혁의 성기는 다시 강직도를 되찾아갔다.
마음 먹은 20번의 스팽킹이 끝났을 무렵에는 성교 도중만큼 딱딱하게 발기해 있었을 정도.
““꼴깍.””
두 소녀가 거의 같은 타이밍에 군침을 삼켰다.
저 안에 담긴 하얗고 끈적끈적한 꿀물을 받아먹고 싶다. 그렇게 절감한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세혁의 앞으로 기어나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경쟁자에게 절대로 빼앗기지 않겠다는 각오를 담아, 최대한 사랑스럽게 아양을 떨어댔다.
그랬던 것치고는 제법 사이좋게 협심해서, 두 사람은 세혁의 성기를 뒷청소해주었다.
참고로 사정액은 렌나가 양보받았다. 잘 됐네 잘 됐어.
***
……라니, 나는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
다른 여자도 아니고. 한없이 아끼고 사랑해도 모자란 풋풋한 신입생들에게 인두겁을 뒤집어쓰고 못할 짓을 저질렀다.
당시에는 하반신에 대뇌가 침식당해 자각이 없었지만, 본격적인 현자타임이 시작되고 나니 수치스럽고 미안하고 괴로워서 죽을 것 같다.
아니, 죽을 것 같으면 안 되겠지. 죽어야 한다. 의무적인 죽음이다. 곱게 죽겠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렌나와 일리냐에게 머리를 박고 사과했다. 원한다면 죽여도 좋다고 덧붙였다.
반응은 엇갈렸다.
우선 렌나는,
“네, 넵?!”
기겁했다. 경악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반면 일리냐는,
“또 시작이네. 저거.”
흥흥 콧방귀 뀌는 중이다.
일리냐가 한숨을 푹푹 쉬면서 렌나에게 설명했다. 나름의 해석을 덧붙여서.
“원래 저래. 어리고 예쁘고 잘난 여자아이를 따먹은 죄책감을 저렇게 해소하는 거야.”
“아앗……. 어떤 건지 이해했어요.”
자학이라면 빠질 수 없는 렌나가 손쉽게 납득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 합의됐는지 모를 명제를 당위적으로 덧붙이며 안심했다.
“진심이 아니라니…… 다행이에요. 사장님께서 돌아가시면…… 렌나도 죽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넵.”
“오빠오빠? 있짜나? 난 가끔 렌나가 너무너무 무섭다?”
나도 비슷한 심정이다.
그렇게 대답하는 대신 거듭해서 사과하는 내게 일리냐가 잘 벼려진 포크를 뻗었다.
심판을 내릴 속셈…… 은 당연히 아니었다. 처음 익은 바베큐를 한 점 찍어서 내게 내밀었다.
그냥 내민 게 아니고 입 안에 쑤셔 넣었다. 자발적이지 못하게 우물우물 씹어야만 했다.
“익었어?”
확인 안 하고 줬냐고.
익었다. 알려주자마자 이번에는 렌나가 젓가락으로 한 점을 집어서 내게 내밀었다.
“렌나에게도 아앙— 하세요……?”
“방금은 아앙이 아니라 우왁이었는데.”
“아앙—”
했다.
맛있게 먹어주자 렌나가 으후후후, 하고 행복하게 웃는다.
웃음을 돌려주기도 잠시. 일리냐가 다시 한 점을 쑤셔 넣었다.
질 수 없음. 렌나도 쌈장까지 찍어서 한 점.
일리냐도 한 점.
렌나도 한 점.
식고문이냐.
내가 선택해서 개최한 바베큐 파티였다. 악으로 깡으로 어떻게든 삼키려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양손에 포크 하나씩을 쥐고 두 사람에게 돌려주었다.
이게 중단 버튼이었던 모양이다. 끝도 없이 이어지던 바베큐의 세례가 멈추었다.
대신 오물오물, 행복하게 고기를 씹는 세 사람만 남아있을 뿐이다.
“일리냐. 렌나. 이건 정말로 그냥 하는 소린데.”
나는 문득 떠올라서, 그야말로 떠오르는 대로 물었다.
“사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게이트가 붕괴하고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잖아. 그런 와중에 내가 상점주인 따위로 남아서…… 지금처럼 오래오래 행복해도 괜찮은 걸까?”
“뭐라는 거야. 갑자기.”
평소처럼 급하게 삼킨 일리냐가 먼저 대답했다.
“당연히 괜찮지. 오빠는 적어도 나하고 렌나만큼은 확실하게 구해줬으니까. 안 그래?”
“맞아요.”
렌나가 더듬지 않고 대답했다.
“사장님이 계셔서…… 두 여자아이는,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게 됐어요. 사장님의 행복은 저희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오오. 그거 어느 애니에서 나온 대사야?”
“레, 렌나의 오리지널이에요……!”
투닥거리는 두 소녀를 바라보며 나는 안도했다.
그리고 기도했다. 이 평온이 오래 가기를. 겨우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두 소녀가 웃으며 당당하게, 내가 누렸던 것 이상의 즐거운 학원 생활을 이어가기를.
간절한 기도가 무색하게도 바로 그 다다음날, 학원도시 전역의 게이트가 대폭주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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