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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2화 〉 036. 러시아 좋지. 좀 춥지만 (2) (112/125)

〈 112화 〉 036. 러시아 좋지. 좀 춥지만 (2)

* * *

[나 : ……이렇게 해서, 일단 공략조에 참가하기로 했어요]

[나 : 그렇게 됐습니다.]

그날 저녁, 괜히 싱숭맹숭해진 마음에 문자 상담을 개시했다.

상담자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이런 부류의 문제를 털어놓는 상대방은 한 사람뿐이다.

[백사장 : 사건의 연속이로고]

딱히 그녀에게 의지하지는 않는다. 엄밀히 따지자면 불신하고 의심하는 편이다.

다만 청아 사장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한세혁 이해도는 참조할 가치가 있다.

거기에 더해서, 특유의 마이페이스 덕분인지 객관적이라면 객관적인 편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공감능력이 모자라다.

[백사장 : 그럼 그동안 장사는 때려치우는 거냐]

[백사장 : 6억 홀라당행ㅋㅋㅋ]

보라니까.

심지어 액수를 정확히 외우고 있잖아. 그런 점에서 훨씬 모욕적이다.

[나 : 아뇨. 가게는 렌나에게 맡기고 가려고요]

[백사장 : 저번에 그 왕찌찌?]

고유성을 지닌 존엄한 인격체를 왕찌찌라고 기억하고 호칭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그렇지만 렌나 정도의 가슴이라면 일종의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번에 물어보니 계절과 지갑사정에 따라 I에서 J컵을 왔다갔다 한다던데.

존엄하기도 하지. 그보다는 존귀함에 가깝겠지만, 대충 뜻이 통한다.

근데 이게 뭐라고 주절주절 떠들게 됐지?

혹시 렌나의 가슴에는 남성의 주의를 끄는 스킬 따위가 부여돼 있는 게 아닐까?

……그만두자.

[나 : ㅇㅇ 걔가 가게 일 도맡을 예정]

[백사장 : 그럼 러시아에는 너 혼자서?]

[나 : ㄴㄴ 일리냐도 같이 감]

[백사장 : ???]

아.

그러고 보니 이 부분을 빼놓고 얘기했네.

참가로 결심을 굳힌 직후, 선도부에 일종의 딜을 걸었다. 가는 건 좋은데 일리냐도 데리고 가게 해달라고.

그렇게 요청한 이유는 다소 복합적이다.

우선 첫째로, 나는 일리냐와 생활하며 습득한 몇 마디를 제외하면 러시아어 문외한이다. 방문 목적이 게이트 공략이므로 통역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있으면 훨씬 좋다.

두 번째로, 호문쿨루스를 찾아내는 동시에 치료제의 재료까지 습득해야 하므로 숙련된 헌터가 필요하다. A랭크에 공략 짬밥 좀 있는 일리냐는 더할 나위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요인. 사실은 이게 가장 중요하다.

일리냐가 지적한 대로 이 상황 자체에 뭔가 미심쩍은 부분들이 많다. 어쩌면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므로…… 무턱대고 믿어도 좋은, 신뢰도 100%의 동료가 필요했다.

이상의 세 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인물은 일리냐뿐이다.

일리냐는 대찬성이고 선도부도 괜찮다는 대답을 돌려 주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검증된 아카데미 학원생이니까.

다만 새론이는 결사반대했다. 선도부와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 사적으로 연락했을 정도로.

차라리 자기가 같이 가겠다는 걸 만류했다. 학생회장이 러시아행을 택하면 분명 세간의 이목을 끌 테니까. 나 때문에 이런 불미스러운 일과 연루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러시아어도 못 하고 말이야.

새론이도 억지스러운 주장이라는 자각이 있었는지, 금세 진압됐다.

그래도 자신이 사태를 주시하고 있겠다며,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거나 곤란해지면 연락하라는 당부로 끝을 맺었다. 부담스럽게.

[백사장 : 유새론은 울고 있다]

[백사장 : 왕찌찌도 울고 있다]

또또 음습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배웠을 법한 말투로 깐족거리네.

그리고 새론이가 울고 있을 리가 없잖아. 친구가 러시아까지 끌려 간다니까 걱정스러운 정도겠지.

반면 왕찌찌는…… 아니, 뭐래냐. 렌나겠지.

다시. 새론이와 달리 렌나는 울고 있다는 표현이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그러니까, 나와 일리냐가 가게 2층에서 러시아행을 결의한 직후의 일이다.

일리냐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다음과 같이 물었다.

—근데 렌나는 어떡해?

굉장히 곤란한 질문이었다.

일리냐와 달리 렌나는 더 이상 전투요원이 아니다. 이번 공략에서 역할이 있다면 습득한 재료를 필요에 따라 보존해주는 정도.

그나마도 선도부가 재료 전송 장치의 사용을 허가해준 상태였다. 까닭에 렌나가 현장에 직접 동행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러는 대신 가게에 남아 혼자서라도 영업해주는 편이 이쪽에게는 달가웠다.

때마침 장사를 똑바로 하겠다고 결심하기도 했고.

월급 받고 일하는 거니까,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명분도 있고.

물론, ‘넌 필요없으니까 여기 남아서 팝콘이라도 먹고 있으렴’이라고 러프하게 전했다간 렌나가 그 자리에서 실신하거나 기숙사에 돌아가 자해를 시도할 터였다.

나는 일단 일리냐에게는 렌나를 남기는 편이 좋겠다고 답해두었다. 그리고 당사자에게 그 사실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팔짱을 끼고 고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떠올린 게 ‘널 믿으니까 가게를 맡긴다’는 식의 시나리오였다.

인정요구가 비대하게 강한 렌나이니까? 어쩌면? 오히려 좋아할지도? 무난하게 넘어갈지도?

……라는 식으로 혼자서 말하기 전략을 쥐어 짜내는데, 일리냐가 특유의 고양이 같은 눈빛을 번뜩였다.

그러더니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야! 렌나아아아——!

1층으로 우라 돌격하고.

—나 오빠하고 둘이서 여행간다아아아아아——! 너는 못 간대애——! 꺄핫핫핫핫핫——!

렌나의 마음을 찢어 발겼다.

속보) 카운터에서 웃는 얼굴로 바코드 찍던 아라가키 렌나(X7세), 눈빛이 죽은 채 발견.

어쩔 수 없이 카드 계산은 내가 받아주고, 가게 문을 잠갔다. 직후 일리냐의 정수리에 꿀밤을 강타.

렌나를 돌아본 순간.

—어, 째서…… 인가요……?

의존집착진동모드 가동.

—어째서인가요어째서인가요어째서인가요어째서인가요어째서인가요어째서인가요어째서인가요

—그, 잠깐만, 오해가 있어.

—그럼…… 렌나도 데려가 주시는 건가요?

—그건…… 아닌데…….

—どうしてですかどうしてですかどうしてですかどうしてですかどうしてですかどうしてですかどうしてですか

한 시간에 걸쳐서 렌나를 달래주어야 했다. 렌나를 정말 사랑하고 아끼고 신뢰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가게 영업의 전권을 맡기고 떠난다고.

상세한 해명을 전부 듣고 나서야 렌나는 한국어 능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눈은 여전히 죽어있는 채, 아래와 같이 요구했다.

—지금 사장님과 키스하고 싶어요.

—그…… 상점을 모아야…….

—지금당장사장님과키스하고싶어요제발부탁드립니다버리지말아주세요렌나가잘할게요.

해줬다. 일리냐가 쳐다보고 있는데도.

만족스럽게 키스하고, 황홀한 바보 표정이 된 렌나에게 이번 사건이 종결되면 상점 100점을 주겠다고도 약속했다.

렌나는 힝, 하고 조금 속상하다는 티를 내면서도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서며 간만에 자빠졌다.

—일리냐는 끝나면 벌점 100점이야.

—하?

—렌나의 멘탈을 터뜨린 죄야.

—아앙? 쟤 멘탈은 원래 쿠크다스라구!

—벌점 200점.

—어째서?!

자각이 있는 범행이라서 가중처벌받는다.

—아니! 렌나는 저번에 오빠하고 둘이서 여행 갔었잖아! 이번엔 내가 놀려먹어야 공평하지!

어…….

군자의 복수는 10년도 이르다더니. 극야섬 알몸 복귀 사건을 지금에 와서 갚았단 말인가.

아무튼 일리가 있으므로 정상참작했다. 벌점 10점으로.

……여기까지가 일리냐와 듀오를 구성하게 된 전말이다.

있는 그대로 전하면 청아 사장의 이유 있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나는 다음과 같이 간추렸다.

[나 : 아무튼 그렇게 됐습니다]

[백사장 : 호옹이]

청아 사장은 별다른 의미가 담겨있지 않은 감탄사로 답하고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나 : ???]

[백사장 : ????]

[나 : ?????]

[백사장 : ??????]

[나 : 아 지랄 그만하고]

[나 : 왜 갑자기 말하다 말아요?]

[백사장 : 호옹이 했다만?]

[백사장 : 자연스럽게 발언권을 상대방에게 넘겼다. 고급 기술이지]

말은 청산유수야.

그건 그렇다 치고. 내가 아는 백청아는 대화 도중 타인에게 발언권을 양도할 정도로 문명적이지 못하다.

그런데도 텍스트가 비었기에 어쩌면 또 자기 할말 끝났다고 톡방을 나가버렸나 싶었다.

다행히 그건 아닌 듯하고.

[백사장 : 흠]

[백사장 : 뭔가 기분이 이상하구나]

[나 : ???]

[백사장 : 나는 네가 늘 나의 애새끼 겸 공방 청의 솔거노비로 살아갈 줄 알았는데]

[백사장 : 내가 없는데도 알아서 가정을 꾸리고 가열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멜랑꼴릭하달까]

[백사장 : 뭐어 행복해 보이니 다행이다]

[박사장 : 두 아이가 네 곁에 있어서 안심이고]

[백사장 : 그렇다고 피임을 소홀히 하면 피본다?]

[나 : 뭔씹 개소리를 하든지 감동적인 소리를 하든지 하나만 해]

[백사장 : 아무튼 그러함]

[백사장 : 그냥 ㄹㅇㅋㅋ만 치라고]

[백사장 : ㄹㅇㅋㅋ]

안 쳤다.

시위하는 느낌으로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니 청아가 먼저 텍스트를 채웠다.

[백사장 : 아무튼]

[백사장 : 거사를 앞두고 불안해서 이 스승님의 품이 그리운 모양이지]

[백사장 : 우쮸쮸쮸]

굉장히 열받았지만 반박하지 못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진로 문제에 한해서 한세혁이라는 인간은 백청아에게 깊게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수치스럽고 빡치게도.

[백사장 : 뭐어. 러녀가 알아서 잘 조언해준 것 같다만]

[백사장 : 이번 여정에서 차차 알아가면 그만이겠지. 그게 정답이다]

[백사장 : 그러니 정답을 구하는 건 아닐 테고]

나는 동의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적어도 겉으로는.

[백사장 : 스승님께 채점을 받고 싶은 거라면]

[백사장 : 안될 것도 없다. 내 생각을 들려주마]

잠깐의 텀. 30초 정도.

[백사장 : 잘 하고 있다]

[백사장 : 장하다]

[백사장 : 어떤 길을 가도 응원하겠다]

[백사장 : 그렇지만 언제나 본질을 잊지 말도록]

[백사장 : 네가 되고 싶은 건 영웅이잖으냐. 그리고 영웅과 헌터는 거의 비슷한 말이지만, 약간의 간극이 있지]

[백사장 : 기억하고 있나?]

물론 기억하고 있다.

[나 : 괴물을 무찔러서 헌터는 될 수 있지만, 영웅은 될 수 없다]

[나 : 영웅은 울고 있는 소녀를 구해주는 녀석이다]

[나 : 라고]

이걸 기억하고 있는 내가 레전드다.

[백사장 : ㄹㅇㅋㅋ]

[백사장 : 청아좌의 띵언에 대한 감상은???]

[나 : 라노베 작작봐 오타쿠]

[백사장 : 그냥 ㄹㅇㅋㅋ만 치라니까 ㄹㅇㅋㅋ]

돌겠네.

이 인간에게든, 이런 인간의 지랄맞은 다독임에 마음을 놓아버리는 나 자신에게든 돌아버리겠다.

그런 비탄을 잠재울 방도는 없었다. 동시에, 인정하기 싫지만 상담의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화제를 돌렸다.

[나 : 아무튼 알겠어요]

넌지시, 이렇게 물었던 것이다.

[나 : 근데 요즘도 계속 해외에 있는 거죠?]

[나 : 정확히 뭐 하고 있는 거예요?]

이 질문 자체는 예전부터 던져댔다.

그렇지만 청아 사장은 제대로 된 대답을 돌려주지 않았다. 보통의 경우 회피했다.

혹은 대충 둘러대는 식이었다. 그저 흥미 위주의 여행이라고.

그렇지만 기간이 이렇게 길어지는 것으로 보아, 그리고 사진을 달래도 좀처럼 주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녀가 일반적인 여행을 즐기고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애초에 자주적인 여행을 즐길 만한 인간도 못 된다. 기껏 여름 휴가를 내서 떠나는 곳이 아라드 아니면 빅토리아 아일랜드인 인간이다. 가끔 소환사의 협곡도 가고.

그녀가 실제로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이따금 상상해 보고는 했다.

그렇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장면이 없었다. 약간의 짐작도 서지 않았다.

실로 우스운 일이었다. 가게라는 배경만 주어진다면 시뮬레이션은 정상적으로 작동했을 텐데.

아니, 정상 작동 수준이 아니다. 나는 청아 사장이 하절기간 하루에 벗어서 내팽개치는 속옷의 벌수, 가게 화장실에서 샤워할 때 로션통을 놓는 위치까지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도 가게 바깥의 그녀를 떠올리지 못한다는 것은…… 그녀가 자신의 과거는 거의 이야기해주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어딘가에서 장비제작술을 배웠고, 어딘가에서 자금을 융통해, 학원도시 11공구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가게를 세웠다.

고작 그 정도. 그 이상도 이하지 알지 못한다.

청아 사장이 나의 모든 걸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 : 혹시라도 혼자서 앓고 있는 일이 있다면]

[나 : 말해요]

[나 : 도와줄 테니까]

[백사장 : 크으 첫사랑을 챙기는 남자 빛 세 혁]

[백사장 : 청춘이로다]

진짜 눈앞에 있었으면 주먹을 박아버리는 건데.

이번에는 정말로 열받았다. 남의 걱정을 쳐웃어 넘기고 말이야.

손가락이 취해버린 건 그 때문이다.

[나 : 아닛ㅂ]

[나 : 깝ㅊ지밀고 어디서머하냐고이인간아ㅅㅂ]

[나 : 진심개빡치네]

[백사장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사장 : 걱정하지 마라. 스승님은 안전하다. 약속하지]

[백사장 : 그리고 똥마려운 개처럼 낑낑거리지 않아도 알아서 만나게 될 거다]

[백사장 : 조만간 말이지]

[나 : 이상한 복선 깔지 말고]

[나 : ㅅㅂ 러시아 그것도 당신하고 관련있는 거 아니야??]

청아 사장은 귀엽게 생긴 씹덕애니캐가 몰?루 하고 있는 이모티콘으로 답해 주었다.

그 시점에서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 미친 여자,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백사장 : 암튼 풋풋한 러녀와 함께 즐거운 신혼여행해라]

[백사장 : 다시 말하지만 피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백사장 : 피임 포션 제조법 아직 갖고 있지???]

[나 : ㅇㅇㅇ]

[백사장 : 역시 아다폭격기답구나]

[백사장 : 참고로 그거 조금만 손보면 발정제로도 만들 수 있다]

모르겠냐고.

그리고 손보겠냐고.

나는 욕하려다가 이것도 좀 궁금해져서 질문했다.

[나 : 근데 피임 포션 제조식]

[나 : 가게에 그게 대체 왜 있는 거예요]

[나 : 파는 물건도 아닌데]

[백사장 : ? 기억 못 하냐??]

[나 : ???]

[백사장 : 너 고등부 입학식 직후에 있었던 일]

[나 : ??????]

고등부 입학식이면 그게 벌써 몇 년 전이야.

간신히 기억하기로는 그날도 게이트를 돌았던 것 같다. 물론 포션을 풀차징해서.

[백사장 : 게이트 돌고 나서]

[백사장 : 진짜 아직도 까먹고 있어?]

[나 : 돌고 나서 뭐가 어쨌는데?]

[나 : 포션에 취해서 뻗지 않았던가??? 아마???]

그리고 필름이 끊겼을 것이다.

완전히 끊기지 않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잊어버렸을 테고.

[백사장 : 진심노답이구나 제자야……]

[백사장 : 이 스승님은, 아니 한 사람의 소녀로서 백청아, 가슴이 미어지는구나……]

[나 : ㅅㅂ 뭔 소린데]

그리고 누가 소녀야.

신체는 소녀가 맞겠지만.

[백사장 : 흠]

[백사장 : 음]

[백사장 : 흐으으으으으응으으으음]

[백사장 : ]

[백사장 : ]

[백사장 : ㄹㅇㅋㅋ]

백사장이 다시 몰?루콘을 보냈다.

[백사장 : 됐다 뭐ㅋㅋㅋ 아몰랑 어떻게든 되겠지ㅋㅋㅋ]

그런갑다 해야겠다.

[백사장 : 아무튼 조만간 다시 만나게 되면]

[백사장 : 그날의 일을 포함해서]

[백사장 : 모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게다]

청아 사장은 끝까지 불길한 복선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래서…… 청아 사장이 좋아하는 라노베적 작법을 따르자면.

라노베적으로 이거 아무래도 최종보스가 청아 사장이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이르러서 떡밥이 회수되고 청아 사장과 재회하게 되지만? 피할 수 없는 비극적인 승부를 나누고?

마침내 내 품 안에서 죽어가는 스승님을 눈물 흘리며 떠나보내는? 우리 제자 드디어 다 컸구나…… 가면 안 되요 스승님…… 류의 전개가 펼쳐지지 않으려나 싶었다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러시아행 비행기에 탑승한 그날, 나는 공항에서 마주쳤던 것이다.

한국어로 적힌 환영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청아 사장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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