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LEVEL 0 (6)
그저 그의 옆자리에 있고 싶었다.
"눈치가 있으면 알아서 꺼져주지 않을래?"
그녀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그저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자신과 비교해 그녀는 무척이나 유능한 여자였으니까.
한 왕국의 공주이기도 했으며 자신과 비교해 그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기에 그때의 그녀는 그 여자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창년 주제에
"자꾸 주인님이랑 내 사이에 끼어들 생각 하지 말고 쫄래쫄래 따라오지 말고 주제 파악해. 너 아니어도 들러붙는 년들 많아서 짜증 나니까"
그의 앞에서는 온갖 아양을 떠는 주제에 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여왕으로 군림하는 그 여자.
그는 그 여자가 이러는 것을 알까?
그것을 안다 하더라도 그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그에게 필요한 여자였으니까.
쓰레기장에서 잡동사니나 줍던 그녀였기에 몇 달 동안을 그저 그의 뒤를 따라가기만 했고, 그에 반해 그 여자는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루어주는 여자였다.
"왜? 아... 돈이 필요해? 그거 내가 줄게. 그거 주면 떨어져 주는 거지?"
살아오는 동안 그 여자가 가진 돈의 천분의 일조차 가져본 적 없었다.
그녀의 가치는 그녀 자신이 잘 알고 있다.
염치없이 밥만 축내는 년이라는 것 정도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선생님이 없었더라면 진즉에 죽었을 목숨이었으니까.
선생님의 등 뒤가 아닌 옆자리에 있고 싶었으니까.
"너 주제에? 얌전히 꺼져라. 하... 주인님 아니었으면 진즉에 치워버렸을 텐데 왜 이딴걸 아끼는 건지 이해가 안 되네"
그래서 마법에 손을 대었다.
죽는 것보다 싫은 마법이라는 것을 직접 배우겠다 다짐했다.
악마에게 붙잡혀가 수도 없이 죽고 싶다고 다짐하게 했던, 고통스러워 수도 없이 죽여달라 부탁하게 했던 그것을 그녀는 직접 배우겠다 다짐했다.
그를 위해서.
그의 쓰임이 되기 위해서.
그가 바라는 것을 전부 이루어주기 위해. 그녀는 무엇이든 했다.
무엇이든...
그의 앞길에 걸림돌을 전부 치웠다.
마족을 죽이고, 유사 인종을 죽였다.
그 걸림돌이 설령 사람 아니, 국가라 할지라도 그녀는 주저 없이 그를 위해 헌신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그의 옆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그의 옆에는 늘 그 여자가 있었으니까.
나약하고 탐욕스러운 여자가 선생님 옆에 달라붙은 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그녀의 자리가 생기지 않는 것이었다.
저 여자보다 자신이 더 쓸모 있는데...
주제도 모르는 년
만약...아주 만약 그 여자가 아니라 자신이 선생님을 먼저 만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
"있잖아. 너 선생님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지? 여기서 뭐 했던 거야?"
"아무것도 모른다니까 왜 자꾸 엄한...꺄아!!!"
수도 없이 죽여버리고 싶었던 여자를 짓밟을 힘과 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여기는 왜 왔는데?"
"너야말로 여기는 어떻...꺄아아악!!!"
"내가 묻고 있잖아. 왜 질문에 질문으로 되물어"
"......"
"주제 파악 못 해?"
수도 없이 찌른다.
마음 같아서는 이 여자를 수십번이고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너야말로 주제 파악 못 하는 거 아니야?"
"뭐?"
애초에 눈앞에 있는 이것은 그저 그 여자의 인형일 뿐이었기에 이것을 죽인다 한들 그 여자의 죽음과는 무관했다.
정말 그 여자다운 능력이었다.
숨기고 빼앗고 기만하는 게 특기인 여자.
선생님의 옆에 달라붙어 간사한 말을 하며 자신과 그의 사이를 이간질하던 여자.
"있잖아. 내가 주인님을 어떻게 찾았는지 알아?"
"......"
"아무것도 안 했어. 그냥 가만히 있으니 주인님이 날 찾아오던걸?"
"지랄하지마"
거짓말이다.
이 여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거짓말이 분명했다.
그런데도 동요한다.
이 여자가 하는 말이 혹시 진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물어보면 알겠..아, 곧 물어볼 수 있겠네"
"거짓말!!!"
이 여자는 늘 이딴 식이었다.
늘 타인을 기만하고 희롱하는 것에 쾌락을 느끼는 그의 옆자리에서 치워버려야 할 불순 종자였다.
"거짓말거짓말거짓말거짓말"
찌르고 또 찌른다.
가지고 놀겠다는 생각은 이미 저편으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 여자는 죽여야 한다. 이 분신이 사라지면, 어떻게 해서든 본체를 찾아 죽여야만 한다.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긴 시간 동안, 이 바퀴벌레와 같은 여자를 어떻게 죽일지 알아 왔기에 이번에야말로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여자가 한 말이 전부 거짓이라는 것은 그 뒤에 알아내면 된다.
[끼이익]
"누구야?"
여자의 생명이 곧 끊어지겠다고 생각할 때 즈음 문이 있는 방향에서 소리가 들려왔고, 순간 흥분해 주변을 살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한 번 본 적이 있던 남자였다.
[현금이 없으시면 계좌 적어드릴게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이곳에서 돈을 요구했던 남자.
"아... 이 집 주인?"
"왜...니가...여기있어?"
"....."
"네가 어떻게 여기 있냐고!!!!"
그는 멋대로 소리를 지르고는 안으로 들어와 엘리제를 안았다.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종일 쉬지도 않고 애타게 찾던 선생님이 이곳에 온 첫날 만났던 남자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야.
그런데도 현실을 부정한다.
"왜 왔어요...."
가증스러운 연기를 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며... 부정하고 또 부정한다.
저 창년이 다른 남자에게 아양을 떨리가 없음에도 절대 저 남자가 선생님이 아닐 거라 자신을 세뇌한다.
"....선생님?"
아니죠?
"왜 그랬어?"
그가 자신을 노려보았다.
저 여자를 걱정하며 자신을 적대하는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하지 마
제일 처음 만났으면서....
왜... 저 여자만...
또 늦었다.
수도 없이 거짓말이라 자신을 세뇌해도 눈앞에서 자신이 아닌 여자를 걱정하며 자신을 증오할 듯 노려보는 저 남자가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제일 처음 만났던 사람.
몰라본 내가 멍청한 것이다.
처음이 될 기회를 자신의 발로 차버린 내가 멍청했던 것일 뿐
"이제야 둘만 남게 되었어요"
.....그래도 괜찮다.
만회 할 수 있는걸?
그 여자가 없는 사이에 선생님의 옆자리를 차지하면 된다.
무척이나 나약해진 선생님에게 내 좋은 점을 알려드리면 분명 그 여자 따위는 금방 잊어버릴 것이다.
분명....
그런데... 선생님은 왜 이렇게 약해진 걸까?
***
"여기가 선생님이랑 저랑 함께 살 곳이에요"
이곳에서 처음으로 만든 공방에 선생님을 데리고 왔다.
이곳이라면 그 누구도 간섭하지 못할 것이다.
이곳은 나와 선생님 사이를 방해할 존재가 아무도 없었기에 하루하루가 너무 기분이 좋았다.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선생님 또 도망가려고 하신 거예요?"
늘 선생님은 이곳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는 것이다.
요즘 바깥에 쥐들이 너무 많아서 불안한데.... 자꾸 도망치면 빼앗길 게 분명했다.
그래서, 묶었다.
마음이 조금 아프기는 하지만 혹시나 공방 바깥까지 나갔다가 주제도 모르는 쥐새끼가 선생님을 낚아채 갈지 몰랐다.
그리고... 그 여자도 분명 선생님을 노리고 있을 게 분명했기에 더더욱 조심해야 했다.
"자. 아~ 해보세요"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다른 여자들에게는 식사 시중을 시켜주었지만, 자신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것이었기에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밥에 뭘 탄 거야..."
"...아…. 아무것도 안 탔어요"
거짓말을 해버렸다.
선생님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어쩔수없었다.
같이 있는 시간이 늘면 늘수록 자꾸만 욕심이 늘어나 버리는 걸 어떻게 해요...
이렇게 함께 살다가 금세 선생님에게 사랑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대해 버리고 말았다.
언제쯤 날 안아줄까?
그래도 일 년은 같이 있어야.
그렇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오래 있었는데. 조금 짧지 않을까?
맞아. 그동안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선생님은 날 좋아하고 있는걸?
아직 아이라고 생각해서 안아주지 않았던 것뿐이야.
그러면 한 달이면 될까?
맞아. 한 달이면 될 거야.
그런데 한 달 동안 어떻게 기다리지?
마음이 너무 급했던 걸까?
약을 탔다는 것을 눈치채자마자 선생님이 식사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내가 잘못 생각했던 걸까?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하는 것일까?
꼬르륵...
"선생님. 배고프세요?"
"배 안고파"
이제 그만할까?
배고픔을 참고 있는 선생님을 보자 지금 당장이라도 선생님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며 뭐라도 먹게 하고 싶었지만, 조금만 더 참아본다.
그렇지만, 한 달은 너무 긴걸...
다음 날 아침도.. 점심도 선생님은 식사하지 않았다.
포기하자.
자신의 식사를 거부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었기에 저녁 식사 때 포기를 선언하려고 했다.
"선생님. 이제 그만..."
"먹을게..."
정말?
"정말요?? 잠시만요!! 금방 차려드릴게요!!"
온종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했던 것들이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에 씻은 듯이 사라진다.
허탈한 선생님의 표정을 보고 양심에 조금 찔리기는 했지만, 그런데도 선생님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애써 참아낸다.
이번에는 지난번과는 달리 실수로 조금 약을 많이 타버렸다.
분명한 실수였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선생님"
선생님은 음식을 앞에 두고 수저를 들지 않은 채 나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분명 배고플 텐데....
"있잖아"
"네, 선생님"
"대체 내가 왜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거야 당연하죠.
"그거야 당연하죠"
진작 죽어버렸을 목숨이었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것은 아직 그가 옆에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내가 이곳에 올 수 없었더라면...
선생님이 이쪽에 넘어올 때 따라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다.
선생님은 내가 살아있는 이유였다.
"선생님은 저와 영혼으로 묶여있으니까요. 선생님은...당신은 제 삶의 의미인걸요. 몰라볼 리가 없어요"
혹시.... 그때의 일을 말하는 것일까?
"처음에 몰라봤던 건. 그냥...."
그런데 왜 나는 그때 몰라봤던 걸까?
내가 선생님을 몰라볼 리가 없는데...
왜?
아, 참!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지
"그것보다!! 어서 드셔야죠! 음식 식겠어요!! 아! 너무 배고파서 손에 힘이 안 들어가는 거군요. 제가 직접 먹여드릴게요"
중요한 건 선생님의 옆에 나만 있다는 것이다.
곧 나를 선택해줄 거라는 것이다.
"꺄아"
아직은 약을 사용해서 사랑받지만, 금방 선생님은 나를 사랑해줄 것이다.
남녀는 육...육체 관계를 하게 되면 금방 친해진다고 들었으니 분명 맞을 것이다.
"거짓말이라도 좋아요. 사랑한다 말해주세요"
생전 처음으로 타인에게 몸을 보여주었다.
선생님이 타인이라는 것은 아니다.
아! 이제 타인이 아니게 된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아직은... 아직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선생님은 나를 사랑하게 될 거고...
결혼도 하게 될 테니...
부부끼리는 타인이 아니니까...
부부면 아이도 낳는 걸까?
아이는 싫은데...
그의 사랑을 빼앗기게 될 게 분명했기에 아이를 낳는 건 싫었다.
이런 말 입 밖으로 하면 혼날까?
남자들은 아이를 낳아주는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금방 클 거니까. 조금만 참으면 될까?
아이가 크려면 그동안 참았던 시간보다 더 길게 참아야 할 텐데...
"흐응♥"
아이처럼 젖을 물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 그의 뒷머리를 쓰다듬는다.
선생님처럼 귀여운 아이라면 괜찮을지도...
몸을 만지는 그의 손에 사랑은 담겨있지 않았지만, 그런데도 행복했다.
선생님에게 사랑을 받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좋았다.
"섹스할 생각에 젖었어?"
선생님에 대해 생각만 해도 젖는걸요.
"음란하네"
선생님이 이렇게 만들었어요.
"잘못했으면 이제 그만할까?"
"안 돼요!!!!"
그만한다는 말과 함께 반사적으로 그의 몸을 붙들었다.
여기서 그만둔다고 하시는 거예요?
이렇게 기대하게 만들어놓고?
이날을 그렇게나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여기서 멈추신다고 하시는 거예요?
"꺄악!"
"네가 뭔데 안된다고 하는 건데"
가슴을 뜯는듯한 고통에 비명을 내버렸지만, 그에게 사용된다는 생각에 고통까지도 머릿속을 꽃밭으로 만든다.
그것으로 기분이 풀린다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다뤄주세요.
"선생님....사랑해요"
그에게 모든 것을 내어준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마지막까지 몸을 가리고 있던 속옷을 스스로 벗어내며 그를 향해 다리를 벌렸다.
이렇게 하면 너무 싸 보이지 않을까?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그가 나를 원했으면 했다.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아주 조금이라도
"거짓말이라도 좋아요. 사랑한다고 한 번만..."
사랑받고 싶었다.
그의 마음 구석 아주 조그마한 한조각이라도...
"그래. 사랑해"
그 말과 함께 선생님의 것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세상이 분홍색으로 색칠이 된다.
사랑한다고... 말했어...
사랑한다고... 선생님이...
사랑한다고...
새빨간 것이 자신의 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것을 느끼며 그의 볼에 손을 올렸고, 그러자 그는 얼굴을 가까이하며 입술을 가져온다.
선생님.
저도 정말 정말 사랑해요.
***
무척이나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살면서 이렇게 잠을 잔 적이 있었을까?
잠에서 일어나니 눈앞에 귀여운 입김을 내뱉는 선생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밤에는 짓궂은 말을 하는 나쁜 선생님이었지만, 다시 아침이 되니 귀여운 선생님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누워서 마냥 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보며 하루를 지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선생님이 일어나셨을 때 드실 식사를 준비해야 했기에 노곤한 몸을 애써 일으켰다.
일어나는 도중 이불 바깥으로 조그마한 무엇인가가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이 자니 이것도 자는 것인지 어젯밤과는 달리 무척이나 조그마하다.
선생님과 같이 귀여워진 그것을 검지로 툭툭 치자 다시 무서워지려는 것인지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한다.
그것을 바라보다가 문득 머릿속을 스쳐 가는 생각이 있었다.
입으로 핥으면 기분이 좋다고 하던데...
자신의 피로 새빨개진 그것의 모습에 조금 거부감이 들기는 하지만, 선생님이 기분 좋아할 거라 생각하니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식사 준비하고 깨울 때 해야지.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그렇게 생각하고 아침부터 칭찬받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채 방 바깥으로 나왔지만....
먹을 게 없네...
어제 바깥에 다녀와야 했는데, 선생님이 식사하지 않는다는 생각만이 가득해 까먹어버렸나 보다.
지금이라도 당장 다녀와야 한다는 생각에 자주 식재료를 사는 곳으로 가기 위해 빠르게 포탈을 열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익숙한 대형마트의 모습이 보였고, 곧이어 주변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방금 허공에서 사람이 나오지 않았어?"
"나도 본 것 같은..."
"어머머, 내가 헛것을 봤나?"
오늘은 어떤 걸 해드릴까....
저쪽에 계실 때에는 고기 드시는 걸 좋아하셨었는데...
마트에 들어가자 아까와는 다른 느낌의 시선들이 나에게 꽂힌다.
기분상 전부 죽여버리고 싶기는 하지만 선생님은 아주 관계없는 인간을 죽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하시니 애써 참아낸다.
그리고 마침, 기분도 좋았다.
첫 번째 여자.
그리고 분명 마지막이 될 것이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한가득 차올라 손에 잡히는 대로 이것저것 카트에 담는다.
왠지 선생님이 좋아 하만 한 것들 전부를 담다 보니 어느새 카트가 한가득 차버린다.
언제 이렇게 많이 샀지?
평소 사던 양의 4배가량을 담았지만, 돈이야 넘치도록 많으니 상관없었다.
그렇게 계산을 위해서 카트를 끌고서 계산대로 향하던 중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린다.
"......"
"잘 지냈어?"
그 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