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LEVEL 1 (3)
눈앞에서 누군가 죽는다.
두번째로 본 것이지만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는 것은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끔찍한 경험이었다.
엘리제는 내 말로 인해 그녀가 죽음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것은 정말 내 잘못일까?
***
애초부터 벨라트릭스는 히로인이 아니다.
첫 설정부터 악역으로 준비되어있던 엘리제와는 다른 의미로 그녀는 히로인이 아니다.
낙오된 히로인.
잠깐 스쳐 지나가는 여자.
잠깐...아주 잠깐 초반 스토리에 그녀가 히로인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히로인이 되었던 것도 포함이 되는 것일까?
[검이 낮다]
[대체 가르쳐준 것은 어디로 간 것인지. 매번 이렇게 변함이 없는 것이냐]
[정말 재능 없는 녀석이군. 대체 머리는 왜 달고 다니는 건가. 그쪽 세계에서 가져온 기념품인 건가?]
나름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지만, 설정을 잘못 짰던 것인지 아니면, 내가 못 쓴 것인지 글은 그다지 매력이 있지는 않았다.
[꺄....]
[아..아무일도 없었다... 경지에 오른 기사가 어떻게 돌부리에 넘어지겠느냐. 네가 잘못 본 거다]
[귀...귀엽....웃음이 나오는 것을 보니 오늘 훈련이 무척이나 할만했나 보군.....내일은 기대해도 좋다]
주인공의 스승이자 연인이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주인공과 이어주려고 했었다.
[너는 정말 언제 즈음 사람 구실을 하려 하는 거지? 너를 가리킬 시간에 다른 이를 교육했다면, 너보다 몇 배는 쓸만했을 것이다]
[보상을 달라? 그래 좋다. 네가 이번에 나가는 전투에서 내 부관보다 높은 전공을 쌓는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부탁 정도는 들어주도록 하지]
[어떻게... 그동안 힘을 숨기고 있던 것이냐? 조..좋다. 약속대로 원하는 걸 말해 보아라]
[잘 못 들었는데. 다시 말해 보거라......]
[다시 말해봐]
[약속은 없던 거로 하지]
[야,약속이라니. 기,기억이 나지 않는다만]
애초에 처음 소설을 쓸 때는 하렘 소설을 쓸 생각 자체를 안 했으니 아마, 초기 설정대로만 갔다면 벨라트릭스 솔로 히로인으로 순애 엔딩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화수가 늘어날수록 조회 수가 빠지기 시작했다.
[아니, 여기사 ㄹㅇ 답답해 뒤질 것 같은데 대체 언제까지 저 꼬락서니 보고 있어야 함? 아 오늘도 고구마 개 먹었네. 안 봐. 하차할게요]
-하차좌
[작가님. 저년 죽이죠]
-ㅇㄴㅇㅁ 845
[강한 여성 혐오. 참교육 희망]
-남캐삭추
[하...렘...존...버...]
-qwe123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내 글 실력이 안 좋았을 뿐인데 어째서 나는 그때 내 필력을 탓하지 않고....그녀를 탓했던 걸까?
아무 말 없이 빠져나가는 독자들을 잡아다가 앉혀놓고 왜 안 보는 거냐고 물어볼 수는 없었으니
소설의 방향을 바꾸었다.
짜놓은 천천히 성장하는 용사 소설은 진부하고 답답했기에 인공을 빠르게 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순애를 지향했던 것을 포기하고 히로인을 하나씩 넣기 시작했다.
하렘.
솔직히 하렘이라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기에 결말은 순애를 목표로 해왔는데....
한명 한명 히로인을 만들어 소설에 넣어보니 나 자신이 재밌어져 버렸다.
신세계.
주인공에게만 흡혈 충동을 느끼는 뱀파이어. 자신이 만든 세뇌 물약에 당해 주인공에게 미쳐버린 연금술사.
부모를 죽인 원수를 사랑해버린 다크 엘프. 동생의 남자를 사랑해버린 여왕.
자신이 만든 수십만의 엘프보다 주인공을 더 사랑하게 된 세계수.
그리고 마법실험으로 망가져 버렸지만, 주인공에게 길러지며 사랑을 키워 온 마법사...라던가...
수많은 히로인들을 어떤 식으로 그릴지 생각하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었다.
이야기를 어떻게 써 내려갈지 흥분됐다.
순애 루트가 사라졌기에 벨라트릭스의 스토리도 바뀔 필요가 있었다.
늘 대쉬를 하던 남자가 자신에 대한 관심이 천천히 끊기기 시작했다.
늘 하던 장난도 치지 않게 되었고 너무 빠르게 강해진 나머지 더는 그녀가 가르치지 않게 되었다.
어느새 그녀가 그와 마주할 이유가 사라졌다.
어느새인가 주인공의 주변에 여자들이 생겼고, 더는 주인공은 그녀에게 그 어떠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언제 어디에 있던 당신의 뒤에 서 있는 기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 그녀가 그를 짝사랑하는 방법.
그리고 나는.... 재미가 없어졌다.
쓰기 힘들어졌다.
매력이 없어졌다.
필요가 없어졌다.
인기가 없어졌다.
그래서 쓰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트로피 히로인도 되지 못하게 되었다.
***
다시 한번 자신에게 물어봤다.
정말 그녀의 죽음은 내 잘못일까?
***
[BAD END] - 벨라트릭스 DEAD (32일 생존)
"야, 강의 끝난 지가 언젠데 혼자 뭐하냐?"
등 뒤에서 들려오는 귀에 익은 목소리에 나는 상념에서 깨어나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거체에 나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귀지점이 바뀌었다.
대체... 왜?
"어..."
"왜 그렇게 넋이 나가 있어? 너 약이라도 했어?"
머릿속에는 온통 '왜'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눈앞에서 벨라트릭스가 죽고 눈을 뜨자 보이는 게 강의실이라는 현실을 믿을 수가 없다.
대체 무슨 기준으로 시간이 변하는 거지?
회귀를 너무 많이 해서 이렇게 된 것일까?
아니면,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게 아닐까?
'짝'
"미친... 야, 너 왜 이래? 진짜 약했어?"
고개가 틀어질 정도로 뺨을 때려보자 뺨에서 고통이 올라온다.
"지금...날짜가 언제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냐?"
"언제냐고!"
"9월 1일인데 왜? 너 갑자기 왜 이래? 정신차려"
생각...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8월 1일에 라일라가 눈앞에 첫 등장한뒤 나는 9월 30일까지 생존했다.
그 뒤 8월 21일로 회귀했고 그 다음... 기억이 언제까지 였지?
예상치 못한 라일라의 죽음과 함께 변해버린 회귀 시간에 머리가 터져버릴 듯이 아프다.
불과 30분 정도밖에 회귀하지 못했는데 대체 기준이 뭔...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벨라트릭스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쳤다.
"너...왜 기분 나쁘게 갑자기 웃냐? 야 그냥 나 먼저 간다. 너 약 좀 적당히 해. 심각하다"
미쳐버리겠다.
마치, 벨라트릭스를 피하는 것을 막으려 하는 것 같지 않은가.
정말 내가 미리 엘리제에게 말해 벨라트릭스에게 나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압박을 넣을 것을 예상하고서 이딴 회귀를 준 것일까?
뭐가되었든 나를 회귀시킨 사람의 목적은 벨라트릭스와 연관이 있다.
"씨발"
누군가가 나를 가지고 놀고 있다.
두 번째 회귀를 생각해보니 확실하게 느껴진다.
이미 첫 번째 영상을 올리고 엘리제를 만난 직후로 회귀했던 것도 누군가의 의지가 아니라면 그 타이밍에 회귀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려고 한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나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기 위해 숨을 들이마신다.
숨을 내뱉으며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자 바로 전에까지 들리지 않던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강의실 문밖에서 들려왔다.
일단 벨라트릭스를 만나자.
얼굴도 모르는 존재에게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는 것은 거북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은 이것을 깨달았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으로 그쳐도 된다.
조금 더 알아보고 조금 더 생각한 뒤에...
천천히 감고 있던 눈을 뜨자 문밖에 서 있는 금발 머리의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이내 앉아있는 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기 시작했고, 곧이어 아까와 같이 무릎을 꿇으며 입을 벌렸다.
"주군을 뵙습니다"
"응, 오랜만이야"
나는 그렇게 고통받았음에도 또다시 주인공을 연기한다.
***
흐릿하지만 끝이 보인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무척이나 커다란 발전이다.
그저 초자연적인 현상과 같은 것인 줄 알았다.
운이 없어서 내 소설 속 히로인들이 세상에 나타나 나를 괴롭게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저 운이 없어 몇 번을 죽임당했고, 얼마나 죽어야 이것이 끝나는지도 모른 채 당하는 것을 멍청하게 기다려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가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나라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함인 것인지 내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회귀의 시간을 앞당기고 있다.
그게 인간이든 신이든 어찌 되었든 실존하는 무엇인가가 틀림없을 것이다.
"이곳은..."
커다란 건물 앞에서 내가 멈춰서자 벨라트릭스가 고개를 들어 그것을 바라보았다.
"찜질방?"
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방구석에 처박히기만 했다.
학기가 시작돼서도 마찬가지로 그저 평온함을 즐길 생각이었다.
그러다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지면 죽을 생각이었다.
운석이 아니더라도 좀비가 들이닥치거나 역병이 퍼지더라도 얌전히 죽을 생각이었다.
적어도 그 여자에게 당했던 고문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 버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회귀할 때마다 정신이 초기화되기라도 하는건지 그 정도의 고문을 당했음에도 나는 아직 죽음이 두렵다.
[이곳은 제가 처음 이 세계에 떨어진 장소다 보니 특별했거든요. 그래서 자주 들렸어요]
엘리제의 특기가 숨는 것이기에 그동안은 집에 있어도 상관없었지만, 벨라트릭스는 다르다.
그녀가 가진 힘은 엘리제의 특기로는 도저히 숨길수가 없다.
그렇기에 언제 어느 때 라일라가 들이닥칠지 몰라 일단 나오기는 했는데...
갈 곳이 찜질방밖에 없었다.
"성인 세 명이요"
"네...? 두 사람 아닌가요?"
"세 사람 맞아요. 여성복은 두 벌로 주세요"
신기한 얼굴을 하고서 옷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벨라트릭스의 모습
그녀를 뒤로하고 남탕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옮기던 도중 눈살을 찌푸린다.
"엘리제"
"네, 주인님"
[그 무엇이 되었든 명령해주세요. 사랑하는 우리 주인님]
나는 내 눈에 띄지 말라고 대답했다.
옆에 있어도 상관없으니 내 눈에만 보이지 말라고 부탁하긴 했는데...
남탕에 들어가려는 나의 바로 뒤에 서서 싱글벙글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
늘 이런 식으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일까?
요 며칠간 집에서 혼자 있는 동안 했던 것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린다.
....한 적이... 있나?
아마...없겠지?
혹여, 다른 사람이 보면 부끄러울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았고, 곧이어 없다는 확신이 든 나는 무엇인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고 있는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벨라트릭스 좀 도와줘. 아마 아무것도 모를 테니"
몸을 돌려 원래 가려고 했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지만, 곧이어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듯한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너희들이 처음 와서 잘 모르나 본데 여기는 남.탕 저쪽은 여.탕 이해됐어?"
"위험합니다"
진지하게 탕 안은 위험하니 따라 들어오겠다는 벨라트릭스의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어 한마디 하려고 했지만, 엘리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벨라. 이곳에는 이곳 법이 있는 거야. 너무 그렇게 주인님한테 어리광부리지 말고 여탕으로 들어가렴"
"그렇군요..."
설득당해 엘리제가 가리킨 여탕 쪽으로 가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고 곧이어 내 옆에 엘리제가 섰다.
"어서 들어가죠"
"너도 저쪽이야."
"저는 안 보이게 할 수 있어서 괜찮아요. 주인님만 보이게 할게요. 제 몸을 볼 수 있는 건..."
"두 번 말 안 해"
"아! 제가 다른 남성을 볼까 싶어서 걱정하는 거예요? 걱정하지... 아얏!"
도저히 들어줄 수 없었기에 그녀의 귀를 잡아 들어 올려 벨라트릭스의 옆으로 가져다 놓았다.
"이쪽으로 올 생각하지 마"
"치사해..."
치사한 게 아니라 이게 당연한 거다.
여탕을 훔쳐보고 싶어 하는 경우는 있어도 남탕을 훔쳐보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것은 대체 어떤 경우지?
대충 씻고 찜질방 복으로 갈아입고 위층으로 올라가자 언제부터 나와 있던 것인지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군. 혹시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그녀들이 나보다 빨리 씻고 올라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긴 했나 보다.
"그건 그렇고, 이곳은 사람이 너무 많네요. 주인님. 그냥 저번에 제가 말했던 집으로 가는 게 제일 좋았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그녀의 말대로 장소가 좋지 않았던 것인지 사람들의 이목이 무척이나 쏠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들은 그저 길을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이목을 끄는 여자들이었으니 이 정도야 예상하는 범위이었다.
찜질방에 아이돌급의 여자가 둘이나 나타나면 나 같아도 쳐다볼 것이다.
그리고 엘리제는 둘째치고 벨라트릭스는 금발에 이국적인 외모였기에 더욱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게 당연했다.
그런 그녀가...
"땀을 너무 많이 흘리셨습니다! 어서 밖으로 나가시죠"
"이렇게 짠 음식이라니. 그렇지 않아도 약해진 육체에 이런 짠 음식까지 드시는 것은 매우 몸에 좋지 않습니다"
"제가 먼저 들어가 안전을 살펴보겠습니다"
"주군"
"주군"
.
.
.
"어디로 가십니까? 제가 따라가겠...."
"화장실 간다! 화장실!"
"문 앞에서 지키겠습니다"
하...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신종고문인가?
사람의 손발이 끊임없이 오그라들게 만들어 결국 피 토하며 죽게 만드는 신종고문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말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참견 할 수 있겠는가.
볼일을 보고 밖으로 나가는 게 두려워 한쪽에 기대어 서서 문을 마냥 바라본다.
그녀의 호의는 부담스럽다.
"귀여운 아이예요"
엘리제의 목소리.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내가 샤워하는 곳에 몰래 들어온 전적이 있는 그녀가 두 번이라고 못 들어오겠는가.
왜 여기 들어왔냐고 묻기도 힘 빠진다.
"벨라를 싫어하지 마세요"
"별로 안 싫어해"
"저 아이도 알아요. 주인님이 싫어하신다는 거"
"안 싫어한다니까"
싫어한 지 않는다.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녀가 불쌍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거짓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문 열 거니까 몸이나 숨겨"
화장실을 나가기 위해 문고리에 손을 잡으려던 중 갑작스럽게 엘리제가 내 팔을 잡았다.
"왜...?"
"주인님은 저에게 바라시는 게 있나요?"
"갑자기 무슨 소리..."
팔을 잡고 있던 그녀의 손에 갑작스럽게 힘이 들어가더니 나를 당겼고,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나는 벽에 밀어 붙여졌다.
정신을 차리자 그녀가 내뱉는 숨결이 얼굴에 닿을 정도로 얼굴이 가까이 와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 상을 못 받은 것 같아서요. 노예가 주인님께 상을 받으려면 일을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얌전히 원하는 걸 말해라?"
그녀는 대답을 미소로 대신했다.
"떨어져. 그게 부탁이야."
"우리 주인님. 너무 철벽인 거 아니에요? 원하는 게 있으시잖아요"
그녀는 손으로 검지를 꺼내 들어 아래를 가리킨다.
"주인님이 원하시면 언제든 드릴 텐데. 사실은 절 원하시잖아요?"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찜질방 복을 입고 있음에도 모양이 두드러지던 그녀의 흉부가 공격적으로 밀어붙여 배에 부드러운 감촉을 전해준다.
"그만해... 금방 누가 들어올 거야"
"제 능력 아시잖아요. 그리고 오히려 누가 올지 모른다는 게 짜릿한 거 아닐까요?"
내가 설정을 까먹은 것일까?
얘 처녀 맞지?
한 번도 남자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여자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게 화장실에서 섹스하자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머리가 멍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