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LEVEL 1 (4)
음란하다.
"어떤 게 주인님을 망설이게 하는 거예요? 분명 저를 보는 주인님의 눈에는 욕망이 있는데, 무엇을 위해 참고 있는 건가요?"
그녀의 목소리는 남자를 홀리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일까?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미디어로 접한 수많은 야동과는 다른 음란한 무엇인가가 존재했다.
"장난치지 말고 떨어져"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몸은 솔직하시네요. 얼마든지 저를 밀어내 실수 있을 텐데 입으로만 거부하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혹시 주인님은 노예에게 당하는 것을 원하셨던 건가요? 그런 취향? 후후. 진작에 말씀해주시지 그러셨어요."
거부해야만 한다.
그녀를 뿌리치고 이곳을 나가자는 생각을 하는 중 갑작스럽게 내 바지에 그녀의 손이 닿았다.
"어머, 작은 주인님 저번에 봤을 때보다 더... 제가 실수를 했네요. 큰 주인님이라고 불러 드려야 하나요?
순식간에 내 찜질방 바지를 내려버린 그녀는 내 똘똘이의 모습을 보고는 눈꼬리를 휘어 보였다.
너무나도 당당히 성희롱하는 그녀의 모습에 수치심이 밀려온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밀어붙여 이 이상 남자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멈추고 그녀와 나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장소가...
아무리 그래도 화장실이라니...
어려서부터 착실하게 교육받아온 도덕 관념이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며 막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차려진 밥상을 두고 나가기에는 그녀의 몸에서 피나오는 향기가 너무나도 달콤했다.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 하반신에 그녀의 손이 닿는다.
"뜨거워요. 주인님"
차가운 그녀의 손이 붉게 달아오른 채 껄떡거리는 것을 감싸는 게 눈에 들어오자 머릿속에서 밖으로 나간다는 선택지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이게 제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요?"
마치, 태생부터 어떻게 해야 남성을 흥분시키는지 아는 서큐버스가 이런 느낌일까?
음란한 말을 반복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그녀의 얼굴에 손을 올려 볼을 쓸어내렸다.
"주인님의 것을 다 받을 수 있는지 시험..."
이대로 당하는 것만 하는 것은 직성에 안풀린다.
볼을 쓸어내리던 손으로 그녀의 목을 강하게 힘을 주었다.
"너도 참 대단하다"
"끅..."
"화장실에서 강간당하는 건 네가 원하는 거 아니야?"
초인이라도 숨은 막히는 것인지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지만, 그런데도 그녀는 캑캑대는 소리만을 낼 뿐이었다.
"첫 경험을 화장실에서 강간당하는 추억으로 남기는 걸 원한 거 맞지?"
"......"
금방이라도 울 것같이 눈에 눈물이 고여있는 그녀의 얼굴.
그녀가 대답도 못 하도록 더욱더 팔에 힘을 주어 그녀의 목을 조인다.
"네가 먼저 시작했으니까. 너도 책임져야겠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진다.
뭔가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리는 느낌.
괴로워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던 중 그녀의 팔이 움찔대며 목을 조이는 내 손을 잡았다.
"왜, 이제 못 참겠어?"
그녀를 밀치며 손을 놓자 그녀는 등 뒤에 있던 벽에 몸을 기대며 자신의 목을 부여잡은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주인님...."
바닥에 주저앉은 채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는 무척이나 놀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런 것을 원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이렇게 대할 줄 몰랐다고 생각한 것일까?
"너무...해요...."
그 무엇이 되었든 그녀가 먼저 시작한 것이었다.
[거짓말이라도 좋아요. 선생님. 저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차라리 자위했으면 했지, 히로인들과 자는 것은 더는 하고 싶지 않았다.
몇 년 동안이나 아끼고 기대해온 그녀들의 것을 깨부수는 쾌락을 또다시 경험하게 된다면 내가 망가질 것 같았기에 하고 싶지 않았다.
눈앞에서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무엇이든 명령해달라고 하는 그녀를 볼 때마다 나는 참아내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의 도발을 몇 번이고 넘어가려고 했다.
"이대로 범하는 건 내가 바라는 게 아니라 네가 원하는 거잖아"
"쥬...이니히..."
그녀가 먼저 시작했으니, 내가 무슨 짓을 하건 전부 이 여자 탓이다.
"원하는 게 있으면 그런 식으로 유혹하는 게 아니라 빌어야지"
"...네...?"
"제발, 저의 처음을 가져 가달라고 머리 박고 빌어봐"
마주 보는 그녀의 동공이 당황한 듯 흔들린다.
나는 그녀에게 창녀처럼 아양 떨며 엉덩이를 흔드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렇다고 공주처럼 고상하게 범해지는 것도 바라지도 않는다.
정액과 스트레스의 배출구.
그녀에게 바라는 건 딱 그 정도였다.
나 같은 새끼의 말 한마디에 그녀가 천천히 무릎을 꿇고 상체를 숙이며 더러운 화장실 바닥에 머리를 가져간다.
"주인님...저의...처음을...가져가...주세요..."
몸을 낮춰 엎드린 그녀의 턱을 잡고서 들어 올리자 새빨간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아까의 목이 졸렸던 것이 아직 남아있는 것일까?
"있잖아. 아까처럼 입 놀려보지 그랬어. 내가 하는 말 그대로 따라 하라고 시킨 건 줄 알아?"
"죄송해요... 주인님. 한번만...기회를 주세요...이번엔 잘할게요..."
"표정이 왜 그래? 하기 싫은 것 같은데? 내가 억지로 시키는 거야? 이제 그만할까?"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 동정심이 생길 법도 하지만, 그동안에 그녀가 내 말을 무시하고 멋대로 행동했던 것들이 묘하게 겹쳐진다.
연기일까?
내가 강압적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그녀의 반응이 너무 빠르게 변했다.
"그만하지 말아 주세요..."
못 참겠네.
늘 여유를 부리며 자기 멋대로 하려는 여자가 눈물을 머금은 눈동자로 애원한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범하고 싶은 마음에 몸을 일으키자 바지가 내려갔던 것 때문인지 존재감을 내뿜는 자지가 그녀의 얼굴 코앞에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빨아"
그녀의 눈동자가 하반신과 내 눈을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했지만, 내가 아무런 말이 없자 그녀의 조그마한 입이 움직여 투명한 물이 새어 나오는 입구에 입맞춤한다.
첫 키스를 자지로 하는 처녀의 모습에 배덕감이 차오른다.
쪽 소리를 내며 앞부분만을 입에 넣었다가 때는 그녀의 입술에는 쿠퍼액이 묻은 것인지 길게 실선을 이었고, 곧이어 그녀의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주인님의 아기씨... 먹어도 되죠?"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는 그녀의 뒷머리를 붙잡고 곧장 자지를 찔러넣었다.
목 끝까지 집어넣겠다는 생각으로 강하게 밀어 넣은 뒤 그녀의 코에 털들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머리채를 붙잡고 자지를 빼낸다.
그녀가 숨을 고르기도 전에 다시 집어넣고 빼기를 반복한다. 마치, 오른손으로 자위를 하는 것과 같이 그녀를 사용했다.
배려가 없는 섹스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내 속도에 맞춰 고개를 흔들고 입안에 있는 혀가 귀두를 자극하는 게 느껴졌다.
"계속 흔들어"
손을 떼며 말하자 그녀는 자신의 양손으로 내 다리를 잡고서 커다랗게 벌린 입을 앞뒤로 흔들며 내 사정을 재촉했고 금세 사정감이 올라왔다.
"나오니까 다 먹어. 못 먹으면 다음은 없어"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더욱더 빠르게 흔들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흑발이 흔들리며 나의 표정을 확인하는 듯 올려다보는 그녀의 갈색 눈동자.
이걸 참을 수 있는 남자가 세상에 있을까?
그래. 내가 나쁜 게 아니다. 멋대로 날 유혹한 이 여자가 나쁜 것이다.
'끼익'
사정감이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나는 그제야 이곳이 화장실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주군. 너무 늦으시는데 무슨 일..."
"잠깐만, 들어오지... 읏..."
고개만을 돌려 문 쪽을 바라보자 동그랗게 눈을 뜨고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벨라트릭스의 모습이 보였다.
"......."
"......."
벨라트릭스와 눈을 마주친 채 아무 말 없이 서 있을 때 누군가가 '꿀꺽'하는 소리를 내었다.
"흘리지 않고 다 먹었어요. 칭찬해주세요. 주인님. 헤헤"
***
나는 대체 왜....
스트레스를 풀겠다는 이유로 엘리제에게 이것저것 시킨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그것도 찜질방 화장실에서 발정 난 거는 좀 아니지 않은가.
차라리 칸막이 안으로 가서 놀던지 문 앞에서 뭐 하는 짓거리인지...
화장실 밖으로 나오자 현자 타임이 온 것인지 자신을 책망한다.
어색하다.
정말 어색하다.
아까 화장실에서 나와 눈이 마주치고 난 후 한 시간은 지난 것 같은데 그녀에게서 한마디 말도 없다.
표정이라도 살펴보고 싶지만... 조금 무섭다.
딱히 내가 엘리제를 이용해 한 발 빼는 것을 들킨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여자와 관계하는 것을 다른 히로인이 봤을 때 어떤 식으로 나올지를 모른다. 이것이 제일 큰 문제였다.
대체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고개를 들어 벨라트릭스를 바라보았다.
나를 보고 있던 것인지 그녀와 눈이 마주쳤고, 뭐라 입을 열려던 찰나 그녀가 빠르게 눈을 피했다.
진짜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주인님'
귀에 속삭이는 엘리제의 목소리에 나는 조금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왜?"
'남은 씨앗은 언제 주실 건가요?'
"......"
'약속하셨잖아요. 다 먹으면 또... 아얏!"
도저히 들어줄 수 없어서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안 그래도 심란해 죽겠는데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아니고 옆에서 다음은 언제냐고 묻고 있는 그녀가 괘씸했다.
"자라"
"거짓말쟁이 주인님"
아프지도 않으면서 머리를 부여잡고서 볼을 부풀리는 게 연기임을 알고 있음에도 무척이나 귀엽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벨라트릭스를 바라보자 다시 또 눈이 마주친다.
또다시 눈을 피하는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고 바닥에 깔린 방석에 드러누웠다.
잠이나 자자
.
.
.
[선생님. 갑자기 밖으로 나오시면 어떻게 해요. 밖은 위험하니까 절대 나오시면 안 돼요]
[선생님. 이렇게 있으니 옛날 생각나지 않나요?]
[선생님. 이거 보세요. 예쁘죠? 예쁘다고 해주세요]
[선생님. 언제쯤 저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실 거예요?]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무척 사랑한답니다.]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저를 용서해주세요.
"씨발..."
악몽이다.
그 여자 때문에 잠조차도 제대로 못 자게 된 것인지 잠든 지 한두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잠에서 깼다.
내 옆에서 '쌔액'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엘리제가 딱 달라붙어 자고 있었다.
내가 입고 있는 찜질방 옷을 붙잡고서 자는 게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다.
조심히 그녀의 손을 떼 흘린 땀을 씻기 위해 목욕탕을 향하던 중 익숙한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안 잤어?"
"기사에게 잠은 사치입니다."
역시나 소설 세계관 top5안에 들어가는 초인이다.
그녀에게 아까 있었던 일에 대해 언급할까 했지만, 대체 뭐라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이내 그만두었다.
"적당히 자둬"
"어디 가십니까?"
"욕탕"
"따라가겠습니다."
따라오겠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욕탕에 가던 몸을 틀어 창가 쪽에 있는 그녀에게로 향했다.
달빛에 비춰 금빛의 머리카락이 반짝여 아름다움을 더했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전부 나를 귀찮게 하는 것들 뿐이었다.
"언제까지 이럴 거야?"
"무엇을...말하시는 겁니까"
"알고 있잖아. 네가 그런식으로 행동 할때마다 내가 불편해한다는 거. 말투를 바꾸던가. 하는 행동을 바꾸던가.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다른 사람 눈치는 보던가. 왜..."
나의 말에 고개를 숙이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엘리제는 그나마 주변 눈치를 살필 줄 알았기에 타인들의 눈을 피하는 편이었지만, 이 여자는 아니었다.
학교 강의실 앞에서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지를 않나. 남탕을 들어오겠다고 하지 않나. 남자 화장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지 않나.
주인님은 그나마 연인 간의 플레이라고 하고 넘어갈 만했지만, 주군이라는 말을 어디 둘러댈 곳도 없다.
이 여자랑 이대로 계속 같이 다니면 외모와는 별개로 사람들의 이목을 계속 끌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너무하다는 것은 알지만 한 번쯤은 말해야 했다.
"주군께서는..."
무엇인가 결심한 것인지 그녀는 고개를 들고 나를 마주 봤지만, 그녀의 뒷말이 끊긴 채 망설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말해도 돼"
어떤 말이든 들을 준비가 돼 있다.
납치 감금 고문과 같은 비인간적인 것이 아니라면 말이면 뭐든 좋다.
차라리, 어떻게 그런 곳에서 그딴 짓을 할수있냐고 발정 난 개새끼라고 말해주면 마음이 편할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주군께서는 원하시는 게 있으십니까?"
"응?"
"죽여야 할 적이 있습니까?"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검을 배우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내가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건 좀... 그것보다 그런걸 왜 물어..."
"목표로 하고 계시는 게 있으십니까? 그게 아니라면 이상이 있으십니까?"
나를 바라보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녀의 푸른색 눈동자
"주군께서는 제가... 필요하십니까?"
나는 그녀의 이 눈동자를 본 적이 있다.
[고칠 필요 없어요. 저는 당신이 필요하지 않아요]
"이곳이라면 제가 쓸모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곳에서도 주군에게 가치가 없는 기사입니다"
"비약이 심해. 내가 언제 네가 필요 없다고 말했어."
"그러면 저는 주군에게 어떤 쓸모가 있습니까?"
"그거야...당연히... 날 지켜주는..."
"또... 그 말이시군요..."
말을 하던 도중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문다.
그녀의 한쪽 눈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볼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주군. 주군의 보잘것없는 기사가... 비록 이룬 것은 없지만... 과거... 주군의 약속을 지키고자 합니다."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이제는 필요 없다고... 죽어도 된다고 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