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LEVEL 3 (7)
즐긴다는 건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다.
동시에 허무한 일이다.
"오늘도 술 마셨어?"
"응"
술은 기억을 잊는 데에는 최고의 약이다.
솔직히 이제 기억으로 오는 부담은 그리 크지 않았기에 그저 기분 내기용으로 매일 마시고 있다.
그 여자만 없다면 나는 그다지 힘들지 않다.
그래서 샤를은 그 여자를 치워버린 것일까?
"술 싫어. 피에서 술맛 나잖아"
"그래? 그럼 다른 여자한테 갈까?"
"...내 대답 알면서 물어보는 거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었다.
원하는 건 무엇이든 가질 수 있다.
그저 길을 가다가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그냥 가져가면 되었다.
길에 있는 차가 마음에 들면 차 주인을 불러 달라고 하면 되었다.
그것도 귀찮으면 따라다니는 프리시아에게 말하면 물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알아서 내 앞으로 와 제발 가져 가달라고 사정했다.
하고 싶은 건 어떤 것이든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방화나 살인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장 자주 했던 마음대로 한 행위는 여자를 따먹는 것이었다.
히로인과는 다르게 그다지 예쁘지는 않았기에 딱히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지만....
"있잖아. 나랑 잤던 여자들은 어떻게 됐어?"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마냥 껴안고 있던 샤를은 내 말에 고개를 살짝 올려 나를 마주 보았다.
"죽였어"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알고 있었다.
마음에 들었다 싶은 여자가 있다면, 그다음 날부터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왜?"
"아기씨는 전부 내 것이니까"
"그럼 벨라도 마찬가지잖아. 걔는 왜 살린 거야?"
"자기가 아끼는 아이니까"
그녀는 주인공이 아낀다고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아낀다고 말하는 것일까?
"나 목말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는 위로 올라와 내 목에 입을 가져왔다.
그녀의 새하얀 나신이 눈에 들어오자 나는 다시금 하반신에 피가 몰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내 목에 이빨을 박는 것도 힘들어하는 그녀의 모습에 포기하고 한 손을 들어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왜 말리지 않는 거야?"
"어허거?"
"나 엄청나게 잘못된 일 하고 있잖아. 아니, 하다못해 다른 여자랑 섹스는 하지 말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럴 자격 없으니까"
그녀가 내 목에서 입을 때고 내 배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자격?"
"지금 벌 받는 중이니까"
"나랑 같이 있는 게 그 남자에게 받는 벌이라는 거야?"
"...왜 다르다고 생각하는 거야?"
감정이 실린 나의 말에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이야기를 했다.
"너..."
"나에게 자기는 세상에 단 한 명뿐이야. 나를 벌주는 사람도 단 한 명뿐이고...벌을 끝내겠다 약속한 사람도 단 한 명이야"
"...그게...그 사람이고?"
샤를은 나의 말에 의미 모를 웃음을 지어 보였고, 곧이어 내 위로 누워 가슴에 볼을 붙였다.
"있잖아. 너는 기억이라는 게 뭐라고 생각해?"
"......"
"만약, 모두가 기억을 잃어버렸고 나 혼자만 기억한다고 하면 혼자만 기억하고 있던 일들은 전부 일어나지 않은 일이 되는 걸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그녀 특유의 나른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그녀는 지금 회귀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일까?
갑자기?
"전부 있었던 일이잖아. 지금까지 겪었던 것들이 전부 없었던 일이라고 믿고 싶은 거야?"
"애초에 혼자만 기억한다는 건 아무 의미 없어"
그녀의 뜬금없는 질문에 나는 쓸데없이 진지하게 대답해버렸다.
"그 아이...그 마법사의 일도? 전부 없던 일이었어? 지금까지 널 쭉 괴롭혀 왔는데? 그렇게 증오하고, 미워했는데?"
"그건 어떻게 안 거야? 라일라가 그렇게 말해? 자기가 하지도 않았던 일 때문에 내가 괴로워하고 있다고?"
솔직히, 이제 라일라를 보지 않아도 된다 생각해 안심했다.
회귀하지 않는 것만 봐도 라일라는 죽지 않았고, 어디선가 잘살고 있을 거라 여기며 무시해왔다.
이곳에서 아무 걱정 없이 편하게 원하는 대로 쭉 살아가고 싶었다.
"그 여자 이야기는 그만하자"
"그러면, 반대로 나 혼자만 기억을 잃고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면, 모두가 기억하고 있던 일들은 전부 없었던 일이 되는 걸까?"
"샤를...너 지금"
"쭉. 널 이곳에 가두고 싶었어. 그런데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나 같은 년이 널 독차지하면 안되는거잖아. 그것도 그 아이가 미움 받으면서까지..."
"무슨 말 하는 거야?"
"나도 그 아이처럼 널 괴롭게 했으니까... 그래서 미움받는다는 게 어떤 건지 잘 알아."
그녀를 붙잡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이미 그녀는 내 위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통하는 문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나신으로 문을 잡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나보고 따라오라 말하는듯했다.
"나는 모두가 잊은 것을 혼자만 기억하고 있다는게 얼마나 아픈건지 몰라. 그런데, 반대로 기억을 잃은 한 사람을 보는 아픔은 너무 잘 알아. 그 사람이 소중하면 소중할수록 미쳐버릴 정도로 아파서... 있잖아. 사랑하는 사람이 기억을 잃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모두에게 주었던 것들은 전부 없었던 일이 되는거야?"
"돌려 받고 싶지 않을수도 있잖아"
"만약 엄청...엄청 큰 죄를 지었는데. 죄를 용서해줘야 할 당사자가 기억을 잃으면 어떻게 해야 돼?"
"샤를"
"나는 누구에게 용서 받아야 하는거야? 나도 너랑 같이 있는 동안 엄청 행복해서. 그래서, 쭉 이렇게 있고 싶었어"
타인의 고통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뱀파이어.
그녀의 잘못은 내 설정으로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네가 그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나에게 어떤일을 당했는데. 그걸 알고있고, 직접 내 손으로 널 괴롭히기까지 했는데. 나중에 네가 다 알고나면. 내가 어떻게 보일지 아니까. 그렇게 나쁜 여자로 남고 싶지 않으니까. 지금은 포기할 수 있어"
그건 내가 아닌 소설 속 새로운 주인공이였다.
나는 타인을 구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
그건 내가 제일 잘 알고있다.
"그러니까. 부탁할게"
나는 그녀가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지 알고있음에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흔들리는 큼지막한 엉덩이를 뒤따라 도착한 곳은 내가 처음 와보는 곳이었다.
성의 웬만한 곳은 다 가봤다고 생각했지만, 이곳은 이제 막 생겼다는 듯 생소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마, 내가 이곳을 찾지 못하도록 했을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나는 이곳에 누가 있는지 안다.
라일라.
분명 그녀가 있을 것이다.
쭉 라일라가 어디에 있을까 생각했었다.
[헛된 꿈만 꾸고 싶지 않아요. 저 용서 받을 수 있어요]
어떻게 해서든 용서를 받겠다고 하던 그녀가 샤를이 있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가둬져 있거나 혹은 더는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거나.
둘 중의 하나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라일라를 찾지 않았다.
그녀를 마주하는게 스트레스였으니까.
그리고, 그녀를 용서하는 게 불가능하리라 생각했기에 나는 그녀를 찾지 않았다.
나는 결국 그녀를 용서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
"안 들어갈 거야?"
문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샤를의 모습에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안에 뭐가 있는데"
"알고 있잖아. 이 안에 누가 있는지"
"...왜 날 여기로 대려온거야?"
"데리고 오지 않으면 분명 나중에 날 원망할 테니까. 그리고, 네가 괴로워할 게 분명하니까"
원망? 후회?
그녀는 대체 나에 대해서 뭘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겪었던 반년가량의 회귀만으로도 지랄발광하는 나에게 대체 무엇을 기대하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나는 그 남자가 아니야"
"그건 안으로 들어가보면 알게 되겠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안만 확인 하면 되는 거지?"
굳이 그 문을 연 이유는 별다른 의미 없었다.
정말, 별다른 의미 없었다.
그저 나는 그녀가 생각하는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샤를은 이 안을 열면 내가 떠나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이 꿈을 내 손으로 직접 깨어버릴 거라 확신하고 있었으며... 내가 회귀할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일 없지 않은가.
내가 왜 알아서 지옥으로 들어가겠는가.
이 편한 생활을 내버려 두고 지옥으로 직접 걸어서 들어가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하고서 연 것이었다.
안에 들어가서 본 것은 예전 한번 본 풍경이었다.
그의 기억 속에서 봤었던 풍경.
"라일라"
그리고 내 몸으로 겪었던 것이 눈앞에 있었다.
사지가 잘린 채 의자 위에 올라가 있는 그녀의 몸을 바라보며 나는 입술을 깨물고 샤를을 노려보았다.
"이딴걸 보여주려고 한 거야? 그래...봤으니까 됐지?"
몸을 돌려서 가려고 했다.
샤를이 나를 잡을 거로 생각했지만, 하지만 그녀는 나를 붙잡지 않았고 나는 그렇게 가려고 했다.
정말...
"선생님..."
정말 가려고 했다.
"나는! 아프고 아파서 뒤지고 싶어서 매일 같이 죽여달라고만 했었어. 그런데..."
말을 하던 중 내가 한 말이 어이가 없어 중간에 멈추었다.
지금 이게 누가 더 아팠나 내기하는 자리였나?
"너무 일찍 오셨어요...선생님"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자진해서 이렇게 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일찍...너는 뭘 하겠다고 이딴 짓을 한 건데...왜? 이런다고 뭐 달라지는 게 있을 것 같아? 자진해서 팔다리 자르면 뭐, 내가 잘했다고 칭찬해줄 거로 생각했어?"
"선생님...조금만...나중에...아직 아니에요"
"지랄하지 마! 이런다고 바뀌는 거 하나도 없다고 방금 말했잖아. 난 복수 같은 거 한 번도 원한 적 없어"
복수를 원한 적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을 바란 것은 아니다.
내가 겪었던 것이 겨우 이딴거로...
"그래도...이제는 무서워하지 않잖아요..."
"뭐...?"
"저를 무서워하지 않게...되셨잖아요"
그녀는 한참 잘못 생각하고 있다.
"내가 널 위해서 회귀할 것 같아? 다시 팔다리 붙은 상태로 돌아갈 것 같냐고"
겨우 팔다리 잘린 것만이 아닐 것이다.
내가 그녀에게 화풀이하며 말했던 것들은 팔다리만이 아니었으니까...
그녀는 분명 내가 말했던 고통을 전부 자신의 몸에 똑같이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말한 것은 그저 그녀가 그만 말해주길 바랐던 것이다.
"그러면...요리를 못하게 되는데...그래도, 마법으로 선생님 도와드릴수있으니 괜찮아요. 그리고...저 아직 안 죽었어요. 그러니까...목숨도 남아있어요"
"필요 없으니까 하지 마"
"용서 받고 싶어요. 선생님"
"그놈의 용서. 적당히 해! 언제까지 용서 타령할 건데. 애초에 네가 한 짓도 아니잖아. 네가 이런다고 하나도 달라지는 거 없다고!!"
나는 왜 화를 내는 것일까...
"달라졌어요"
"..."
"저를 이제 싫어하지 않고 불쌍하다 여겨주시잖아요. 제 선생님은 정말 상냥해서 이제 절 미워하지 않으실 거에요"
"....."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진즉에 여기를 나갔어야 맞는 것임에도 어째서...나는...그녀의 앞에 서서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 것일까?
"저 용서받을 수 있어요"
"회귀 안 할 거야. 너 걷지도 못하고 매일같이 남에게 빌붙어 살아야 해. 밥 먹는 것도 화장실 가는 것도 이제..."
"괜찮아요. 처음부터 없었는걸요"
"...평생 용서 못 받을 거야"
"할 수 있어요"
"죽을 때까지! 그러고 살 거라고...내가 너 한 번이라도 널 볼 것 같아? 절대 아니야!"
할 수 없다.
죽어도 불가능하다.
나 같은 새끼는 그날의 기억을 평생토록 가슴에 담고 그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내가 제일 잘 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 전부 선생님에게 받았던 것들이에요"
"선생님이 저를 위해 만들어주신 팔이랑 다리에요. 제가 가진 감정도 선생님 덕분이고, 심장이 뛰고 있는 것도 전부 선생님 덕분이에요. 제가 살 수 있었던 것도 선생님 때문이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이유도 선생님 때문이에요. 그래서, 선생님 없으면 저도 없어요"
"그만해"
"죽으라고 말씀하시면 얼마든 죽을게요. 그런데, 제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용서받게 해주시면 안 되나요?"
"하지 말라고!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부담스러워 제발 하지 마! 왜 이렇게 날 가만히 안 두는 건데!"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왜...
"제가 살아갈 이유도 선생님에게 용서받기 위해..."
"그만 좀 하라고! 용서받는 거 좀 하지 마. 날 위한다고 말하지 좀 하지 마. 버릴 거야. 버릴꺼라니까? 왜 자꾸..."
"선생님께서 절 버리신다고 말씀하셔도 못 버리시잖아요..."
"....."
"기억을 잃어도 선생님은 선생님이에요. 죽고 싶었던 절 멋대로 구해주셨던 선생님 그대로예요. 그러니까, 다시 돌아가도 저는 용서 받을 거예요"
"안 돌아...간다니까..."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녀는 나 같은 거랑은 달리 정신력도 강해서, 쉽게 망가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미, 한번 당해봤던 일이기에... 한번 당하고서 일어난 적이 있기에 더욱...더 많은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아무 상관도 없는데...왜...
"울지 마세요. 선생님"
"제발 이러지 마...나 방금까지 쳐 놀다 왔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아무 여자나 따먹고 오고 그냥 멋대로 살다 왔어. 너 같은 거 단 한 번도 생각 안 했다고, 그런데도 이러고 싶어?"
"선생님은 그래도 돼요. 그동안 힘들었잖아요"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부담스럽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 부담스럽고 힘들게 만든다.
나는... 내가 입으로 내뱉은 대로 그녀를 버릴 수 있을까?
"안 갈 거야...나...그딴거 안 해"
"선생님"
나는...
"사랑하는 저의 선생님"
나는...
"정말 정말 사랑해요"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약속은 지켜야 하는 거니까.
그래... 그 이유면 충분하다.
아니, 거짓말이다.
오롯이 그녀에 대한 동정심 때문이다.
정말 누군가에게 놀아나는 기분이다.
정말, 샤를이 예상한 대로 나는 이곳에서 못 나가게 되어버렸다.
이곳에서 라일라를 외면하고 나가게 된다면 진짜로...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았다.
정말, 샤를의 말대로다.
...돌아가자.
다시 이곳에 오면 되니까.
그러니...일단...지금은...돌아가자.
"샤를. 날 죽..."
샤를에게 나를 죽여달라 부탁하려 했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새빨간 피와 함께 라일라의 얼굴이 몸과 분리되어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고개를 돌렸고, 곧이어 슬픈 얼굴을 한 채 나를 바라보는 샤를을 볼 수 있었다.
"역시 똑같잖아...거짓말쟁이"
그리고 내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
[BAD END] - 라일라 DEAD (81일 생존)
***
"헛된 꿈만 꾸고 싶지 않아요. 저 용서 받을 수 있어요"
그녀는 몇 번이고 나를 위해 죽을 것이다.
내 고통에 공감하기 위해 몇 번이고 고통을 겪으며 자신을 망가트릴 것이고...
내가 아파했던 것보다 더욱 아파하면서 죽어갈 것이다.
고통스러울 게 분명함에도 날 보며 해맑게 웃는 그녀를 나는 어떻게 무서워할 수 있을까?
날 위해 수십번이고 죽겠다고 말하는 그녀를 나는 어떻게 미워할 수 있을까?
"알았어"
그러니 까짓거 뭐라도 해보자고 생각했다.
"정말요? 저...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뭐든 시켜주세요"
그녀가 정말 뭐든 할 게 분명하다는 것을 떠올리자 저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나는 이미 그녀를 용서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