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LEVEL 3 (12)
"왜, 저를 그렇게 보시는 거예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어,어...혹시 심심하신 건가요? 자,잠시만요"
"하지 마"
그녀는 틈만 나면 늘 어디서 꺼내온 것인지 모를 단도를 꺼내어 자신의 성기로 가져가 그것을 집어넣으려고 했다.
하지 말라고 해도, 마치 입력된 값을 그대로 나타내는 기계가 되어버린 것인지 아까전 내 말을 무시하고 똑같이 행해 보였다.
"아,아...맞다. 싫어하셨죠? 용사님이...싫어하시는...헤...헤헤..."
그녀와 둘만 함께 있게 된 지 이제 하루 정도 되었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가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소파에 앉아있는 내 앞에 머리를 박고 있는 모습은 그동안 봐왔던 그녀와 전혀 다르지 않았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나는 그녀가 어느정도 제 정신을 차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다.
"디아나"
"네,넷!"
"그렇게 있지 말고 내 옆에 앉아"
"그...그렇지만..."
"지금은 연기하는 거야. 그렇지?"
내 말에 날 올려다보던 그녀는 눈을 커다랗게 떠 보이더니 이내 입을 어버버 거리며, 다소곳한 모습으로 내 옆으로 와 앉았다.
그녀는 아직 망가지지 않았다.
툭 건들면 무너져내리는 나와는 다르게, 그녀들의 정신은 무척이나 견고해 무너질 것 같으면 여러 방법을 사용해 자신을 지켜내었다.
벨라가 특히나 그 정도가 심했다.
그녀는 무너지기 직전. 다른 인격을 꺼내어 자신을 보호했었고, 라일라 또한 용서를 받는다는 목적을 지지대 삼아 버텨내었다.
내 옆에 있는 이 여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라면 진즉에 무너졌을 텐데, 그녀는 어떻게든 버티고 버텨 내 옆에 앉아있다.
"아...어...으...다,다시 내려가면 안 될까요?"
비록 조금 불안정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녀는 버티고 있다.
이대로 있으면 그녀는 분명 무너져 내릴 것이다.
내가 정신학 관련 학위를 딴것도 아니고, 애초에 그에 관해 공부해본 적도 없었다.
오롯이 경험으로 내린 결론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세상에 나보다 많이 죽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애초에 한 번 이상 죽어 본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아있을 리가 없다.
한번 미친 사람은 있을지언정 자신의 생존본능을 포기하고, 뒤진 다음 부활해서 온전한 생각을 하는 놈은 나 하나 뿐일 것이다.
"저,저 그냥 내려갈...소,손 놔주세요! 제 더,더러운 손을 만지시면 안 돼요..."
"디아나"
"네에엣!"
"연기 제대로 해야지?"
"...그렇지만..."
그녀의 손을 잡았을 뿐임에도 그녀는 옴짝달싹 못한 채 보라색 눈동자를 정신없이 굴려 가며 내 말을 회피하려고 했다.
"안 할 거야?"
"...하지...만..."
"디아나?"
"하,할게요..."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는 걸까?
내가 왜 이렇게 그녀를 대하고 있는지 나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단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지금 나는 그저 내 꼴 리는 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양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아 그녀를 바라보자 보석과도 같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게 아니지. 더 잘할 수 있잖아. 저번에 날 납치했을 때처럼 해보자."
"알...겠...알았어요. 용사님이 바라시는 거라면 얼마든지 해드리죠"
순하디순한 그녀의 표정이 무척이나 날카롭게 변해간다.
고압적이고, 표정 변화가 적으며, 타인에게 무관심한 여자.
이 여자에게는 벌일 수 있다.
편하게 망가져 버리는 것이 아닌, 나에게 무관심한 듯
나라는 존재를 무시하는 듯한 이런 모습이 그녀에게 힘겨울 수 있다.
그녀가 자신을 버리고 내 노예가 되어 그저 시키는 대로 사는 것보다는 이렇게 정상적인 척을 하도록 할 것이다.
무엇이 옳은지 모른다.
그냥 내가 꼴 리는 대로 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널 유혹했길래. 매번 회귀 때마다 원하는 감정을 뽑아낼 수 있었던 거야?"
"잘 모르죠. 용사님이 절 어떻게 유혹했는지 따위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은 마음도 없었는데"
다리를 꼬며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 손을 올려 볼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말랑말랑한 느낌이 무척이나 기분 좋았다.
"손 치우세요"
"원래는 이렇게 대했다는 거지?"
"......"
"대단하네"
그녀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는데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차분하게 나를 대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자신의 처녀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찢어버리고, 그의 눈요깃거리가 되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던 그녀가 이제는 무관심한 척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참 놀라워 보였다.
"이제...그만 하면..."
"디아나"
"...네. 그냥 해본 말이에요"
그녀의 표정이 풀리려 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소파에서 일어나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나를 납치한 목적 따위는 이미 잊은 것인지 진즉 나를 구속하고 있는 것들을 풀어줬고, 자신이 했던 짓들을 줄줄이 불어버렸다.
아마, 그가 처음 이세계에 가서 망가졌을 때도 이처럼 줄줄 불어버렸을 것이다.
1440번.
그녀는 그만큼이나 그를 죽였다고 말했다.
나 같은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나는 라일라에게 단 한 번 그런 일을 겪고서 그렇게나 분노했는데, 단 한 명에게 1440번을 고문당했다면 얼마나 분노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그녀에게 분노라도 해야 되는 것일까? 왜 날 죽인 거야! 라고 말해야 할까?
기억도 없는데 무슨 이유로 그렇게 하야만 하지?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도덕성을 탓해야 할까?
그녀가 어떤 식으로 나를 괴롭혔는지 모른...그를 괴롭혔는지 모른다.
그런데, 굳이 내가 알아야 할까?
현실의 나는 이곳에 살아있고, 무슨 일이 일어난 지 모른다.
이 여자는 나를 죽일 생각은커녕, 자기를 마음껏 다뤄달라고 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 여자를 써먹는 게 나을까. 아니면, 기억도 안 나는 과거의 원수라고 하며 원망해야 할까.
"이제 주사 같은 거 안 써도 되겠어? 조금 전에 나한테 의존하게 만든다고 했었나? 그랬잖아"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요"
"왜 필요가 없어졌는데?"
"그렇게 해도 당신이...용사님이 저를 원망하지 않으실 테니까요. 그리고, 제가 더는 그런 짓을 못 하게 되어버렸으니까요"
생각보다 이 집은 넓었기에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아이돌이 이렇게 사치스러운 집을 가지고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은 집이었다.
"못해?"
"용사님의 관심을 끌려고 그런 짓을 했던 건데, 이미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그럴 필요가 전혀 없어진 거죠"
"마치, 다른 사람처럼 말한다?"
"......"
지금까지 쭉 끌려다니기만 했다.
라일라. 벨라트릭스. 엘리제. 샤를.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그녀들의 사정에 전부 끌려다니기만을 반복했고, 이제 솔직히 지친다.
라일라는 내가 싫다.
그녀의 용서를 떠나서 거북하다.
벨라트릭스는 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른다.
엘리제는 짜증 나고 샤를은...
하지만, 이 여자는 다르다.
내가 손을 댈 수 있는 정도로 적당히 망가져 있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다.
특히나...
나는 몸을 돌려 소파에 앉아있는 그녀에게 천천히 걸어가 그녀의 뒤에서 분홍빛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용...사님..."
"나는 이 머리카락을 꽤 좋아해. 이렇게 곱슬기가 있는 스타일이 취향이거든"
"용사님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시는지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런식으로 대해질 만큼..."
"그리고, 나한테 관심 없는 여자를 더 좋아하는 편이야. 정확하게는 관심 없는 척 하는 여자"
"....."
"무표정하고, 타인에게는 관심이 없는 여자. 이기적인 것도 나름 좋아해. 취향이어서 그랬을 거야. 널 처음 보자마자 그 지랄한 것도 전부 취향이라서"
그녀의 머리를 쓸어내리던 손을 천천히 내려 그녀의 커다란 가슴에 손을 올려 그것을 움켜쥐었다.
한 손으로는 전부 쥐어지지 않을 만큼.
쥐면 흘러내릴 정도로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이것도 무척 취향이었을 거야. 그러니 매일같이 네가 있는 곳에 찾아갔겠지"
"죄..."
"내가 아는 한 너는 좋아해 야만 했거든. 그래서, 네가 짓는 표정이 꼴렸던 거지. 속이랑 겉모습이랑 다른 느낌 있잖아"
어째서 설정과는 다르게 그녀가 그를 싫어하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어차피 내 소설은 전부 비틀려 오히려 들어맞는 것을 찾는 게 힘들 지경이 됐으니 이제 소설 설정같은건 신경 안쓴다.
"좋아한 적 없어요. 그때는..."
"그러면 지금은 어떤데?"
"지금 저를 벌주시는 건가요? 당신을 싫어하라고..."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취향이라니까"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나는 히로인들을 별로 안 좋아한다.
만약, 소설 속 히로인들이 세상에 나오면 내 이상형 그대로의 모습일 것 같아 행복할 줄 알았지만, 전혀 아니다.
그녀들은 과격했으며, 자신들의 사정만을 나에게 내밀어왔다.
수도 없이 그녀들을 피하려고 했다.
외면하려고 어떻게든 노력했지만, 이제는 그게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제는 더는 피할 수가 없게 되어 버렸으니 내가 원하는 대로 내 마음대로 할 것이다.
"이렇게 한다고 용사님을 싫어하게 될 리 없는거 아시지 않나요? 제가 하는 이것도 전부 연기일 뿐이에요. 저는 얼마 못 버티고 금방..."
"그거야. 그때 가서 알아서 할 일이지. 네가 왜 신경을 써?"
옷 위로 만지는 것은 감질났기에 손을 옮겨 그녀의 옷 사이로 집어넣었다.
공연하던 옷 그대로 입은 채 대화를 하며 하루를 보냈기에 화려한 걸그룹 의상인 만큼 가슴골이 깊어 손이 들어가기 쉬운 옷이었다.
"아흣..."
"신음도 내지 마. 좋아하지도 마. 오히려 싫어해"
"그...그런..."
"네가 원했던 거잖아. 그러니 내가 원하는 것도 들어줘야지."
역시 옷 위에서 잡았던 느낌은 그저 맛보기에 불과했다는 듯 그녀의 밑가슴을 들어 올리며 잡는 느낌은 방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말랑말랑함이었다.
"원한 적 없어요. 흣...주제에 안 맞는 건 단 한 번도 원한 적 없어요"
"주제?"
"제가 했던...것들을 흐읏...알고있는데, 어떻게 제가...아흣!!!"
그녀의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어 고통을 주려 했었는데... 예상과는 다른 신음에 나는 저절로 표정이 찌푸려졌다.
"요즘 하도,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소리를 들어서. 이제 질렸어. 차라리, 거부해봐. 비명도 지르면 좋고 제발 이러지 말아 달라고 사정해봐"
"용사님..."
"그런 식으로도 부르지 마. 차라리 타인이라고 생각해"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주무르며 즐기고 있을 때 그녀의 고개가 천천히 나를 향했다.
"...그게...당신이...원하시는건가요?"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그녀는 눈을 살며시 감았고,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제야 나는 만족스러운 반응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아무 의미 없는 존재라 여기는 듯한 오만한 표정.
그녀의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기에 더욱 흥분되는... 이런 것을 원했다.
"이런 식으로 저를 옛날로 돌려놓으시려는 건가요?"
"아니, 그런 생각 안 하는데? 그냥 꼴려서 하는 거야"
그녀의 가슴이 이제 슬슬 질렸기에 나는 소파를 넘어가 그녀의 원피스를 양손으로 잡아 찢었다.
곧이어 눈에 들어오는 모습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기통이라는 글자와 함께 이곳저곳에 그려진 낙서들과 아까 가슴을 만질 때 거치적거리던 링.
"좆같네"
"전부 당신이 한 거에요"
그딴 기억 없다.
그러니 내가 아니라 그가 한 짓이다.
"전부 지워. 네 능력이면 가능하잖아. 전부 때버리고 버려"
"......"
그녀의 배에 손을 올려 그것이 있는 곳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여기도 다시 만들어. 네 권능이면 가능하잖아"
"그만 하세요"
"하기 싫어? 그건 네 의지야? 누구 때문에?"
"기억을 되찾으시면, 절 이런 식으로 대한걸 후회하실 거에요. 저는 당신에게 이렇게 상냥하게 대해질..."
"후회 안 해"
나는 살면서 남의 것을 훔쳐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누군가의 것을 빼앗는다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며, 내 것을 뺏기는 건 더더욱 싫어한다.
그녀들을 만날 때마다 늘 누군가의 것을 빼앗는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빼앗기는 사람이 이 세상에 없는데 나는 누구의 것을 빼앗는다고 생각하며, 이런 것일까.
그녀들의 마음속에 있나?
...아니, 내가 그를 타인이라고 여겨서 그런 것이다.
좇같은 건 전부 나한테 떠넘기고 도망친 새끼.
그 사람이 나라는 걸 인정 못 했다.
사실, 지금도 그가 나라는 것을 죽어도 인정 못 하겠다.
기억을 마음대로 지워버리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제 좆대로 떠넘겼으니, 나도 내키는 대로 할 것이다.
"하...지만...정말..."
"뭐, 어쩌라고 내가 하고 싶다는데. 지랄하지 말고 하라는 대로 해"
벨라 때도 그렇고, 샤를 때도 그랬다.
좇같은 도덕심에 막혀 억지로 관계를 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뺏을 것이다.
내가 필요하고 쓸만한 여자들만 골라서 내 마음대로 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싫어?"
이를 악물고서 나를 바라보는 보라색 눈동자에 습기가 차오르는 듯했지만, 그녀는 애써 그것을 참아내었다.
자기 입으로는 멍청하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내가 무엇을 바라는지 잘 이해할 만큼 똑똑한 여자였다.
그녀가 자신의 몸에 손을 대자 내 하반신을 죽게 만든 것들이 점차 사라지고 곧이어 바닥에 무엇인가가 떨어졌다.
"줍지 마. 그냥 버려"
"...알겠어요"
이제야 참 볼만해졌다.
자리를 잡으려 애쓰는 듯 커다란 유방이 중력을 거스르는 모습과 함께 정중앙에 보이는 붉은색의 동그란 파이에는 이제 꼴사나운 그것이 아닌 새침하게 들어간 유두가 그녀의 숨소리에 맞춰 찔끔찔끔 눈에 들어왔다.
나는 손가락을 들어 숨어있는 곳을 눌러보았다.
"흥..."
"신음 내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어?"
"...당신이 제 몸을 가지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데. 어떻게 신음을 내지 않을 수 있나요?"
"내가 알바야?"
강간하는 느낌을 내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가 신음을 어떤 식으로 참든 신경 안 썼다. 그저, 내 귀에만 안 들리면 된다.
그녀의 어깨를 밀어 눕게 만든 뒤 그녀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천천히 음미하듯 바라본다.
"네 몸을 품평 할 때는 팔 올려. 겨드랑이까지 전부 보이게"
내 말에 그녀는 소파에 누워 자신의 팔을 들어 올려 나를 마주 봤다.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고개를 빠르게 돌려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억지로 나에게 당하는 것처럼 보여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누군가를 범한다는 것은 이래야 한다.
물론, 서로 원하는 성관계를 할 수는 있지만, 첫 관계에서 만큼은 이렇게 두려움에 떨고 다가올 고통을 무서워하며 누군가가 내 몸을 만진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표현해야 한다.
살며시 손을 들어 그녀의 겨드랑이에 손을 가져가자 그녀의 몸이 살짝 경련했다.
"취향이 독특하네요"
"뭐? 겨드랑이?"
"......"
독특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
겨드랑이는 가슴과 보지랑은 다르게, 타인이 잘 손대지 못하는 곳이다 보니 무엇인가 정복욕을 자극하는 게 있다.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민감한 장소였다.
쾌감은 없고, 그저 간지럽기만 하기에 더욱 자기 외에는 손대지 않는 곳이다.
볼 수는 있지만, 만질 수는 없는 장소.
그런 곳을 만진다는 건 타인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듯한 기분을 전해주었다.
골을 따라 손가락으로 쓸어내리자 그녀의 팔이 파르르 떠는 모습이 보였다.
간지럼을 참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그만하시죠"
"싫으면 팔을 내리면 되잖아"
내 입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솔직히 겨드랑이 이걸로 끝낼 생각이었다.
이곳은 나중에 진득하게 가지고 놀고 싶었다.
검지 손가락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그녀의 배꼽에 닿았다. 군살 하나 없는 배에 구멍 하나가 쏙 들어가 있는 모습이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가락을 그녀의 배꼽 주변으로 살며시 돌리며 그녀를 바라보니 새빨개진 얼굴로 소파 쿠션에 볼을 대고 있었다.
"표정 관리해"
"하지만, 당신이 이렇게 저를 만져..."
"있잖아. 좋아도 좋은 티 내지 마. 내가 무슨 짓을 하던 참아. 뭔가 하려고 하면 재미없어지니까"
사실, 지금 나는 무척이나 즐거웠다.
가만히 누워있는 그녀는 마치 인형과도 같은 모습이었고,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하나같이 무미건조했지만, 그녀가 얼마나 참고 있는지를 알고 있기에 이 상황 자체에 대한 묘한 이질감이 진심으로 나를 즐겁게 만들고 있었다.
"만약 못 참는다면요"
"그만두려나?"
내 말에 그녀는 다시 한번 붉은 입술을 깨물어 보였고, 곧이어 고개를 정면으로 돌려 나를 마주 보았다.
"후회할 거에요"
"무슨 후회? 보지가 너무 헐렁해서 허공에 찌르는 기분이 들 거라서 후회한다는 거야?"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게 보이자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배에 올려진 손을 천천히 내려 그녀의 자궁이 있던 자리를 지나가 결국 마지막 목적지까지 도달했다.
사실, 그녀의 발까지 전부 하나하나 보고 싶었지만 처음부터 전부 확인하면 나중에 보는 재미가 덜해질 것 같았기에 이번에는 여기까지만.
"천박하시네요"
"누가 천박할까?"
나는 그녀의 균열 사이에서 실선을 그으며 흐르고 있는 백색의 물을 검지로 찍어 천천히 들어 올리자 조개 구멍과 손가락 사이의 투명한 실선이 그려졌다.
"무엇이 그렇게 즐거우신건가요. 제가 어떤 마음인지 아시면서...그렇게 웃고 계시는 건가요? 어차피 저는 당신의 도구고, 그것에 어떠한 치장을 하던 도구는 그저 도구일 뿐이에요. 아무리 감추라고 말해도, 감추려 노력해도...저는..."
"계속 그렇게 해"
"...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이쁘게 대답해. 나는 앙앙대는 소리보다. 그렇게 입술 깨물고 참는 게 더 예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