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8화 〉LEVEL 3 (13) (38/87)



〈 38화 〉LEVEL 3 (13)

찌걱


"더럽네"

그녀를 제외한 그 누구도 건들 수 없는 성역에서 들려오는 음란한 소리.
여성의 애액이 더럽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그녀가 아닌 다른 여자의 것이었다면 더럽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내 밑에 깔린 여자는 성녀였다.


고귀하고 우아하며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는 내가 설정한 성녀.

"왜 말이 없어? 방금처럼 천박하다고 말해야지"


"...하...하지만..."


"하지만? 조금 전까지 내가 한 이야기 제대로 못 들었어?"

"차라리...제가 봉사하겠어요. 용...당신이 제 몸을 대어서는 안 된..."

찌걱


"히끅..."

"또 신음 나오네?"


"어떻게 당신이 그...곳을 만지고 있는데... 히익!"

그녀의 안에 들어가 있는 손가락을 살짝 비틀었을 뿐이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격하게 반응하는 그녀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손가락 두 개를 겨우 삼키고 있던 균열에서 손가락을 빼기 위해 손을 당기자 얼마나 세게 물고 있었던 것인지 순간 그녀의 몸이 따라오는 듯했다.

"그렇게 막 쓴 것 치고는 조임이 샌  아니야?"


"왜...저 같은 여자에게 상냥하신 건가요. 이러시면  돼요. 차라리 절 사용하신다고 하시면...막 대해주세요. 변...변기처럼 사용해주...흐끅..."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그녀의 입을 보지 구멍에 넣은 손가락으로 막았다.
이렇게 애액을 뿜어내고,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느끼는 주제에 그만해달라고 하는 모습이 참 어처구니없다.

"디아나"

"...네"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내 기분 좆같게 만들어서 그만두게 하려고 하지 말고, 그 똑똑한 머리로 어떻게 하면 내가  더 따먹을지만 생각해"


"......"

내 말이 끝나자 그녀는 무엇인가 말하기 위해 입을 열려다 곧이어 입을  다물어 보였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운  무관심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양다리를 벌리고 자신의 것을 숨김없이 보여주며 자신의 양팔을 든  나에게 모든 것을 내보이는 인형과도 같은 모습.
그런데도 나에게 이쁘면 받을 것을 기대하는 듯 비부에서 국물을 흘리며 숨어있던 유두가 바깥 공기를 마시며 바짝 세운 것을 보며 나는 이제야 만족스러운 모습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신은 인형과 관계를 맺고 싶은가 보군요. 인격도 대화도 필요 없는 인형과 관계 맺을 거라면, 굳이  같은걸 쓸 필요가 있나요?"


"그건 아니지. 너니까 꼴리는 거야"


나와 섹스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또 반대로 원하고 있는 그녀가 자신을 애써 참아내고 있기에 좋은 것이다.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그녀가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듯 볼에 떠오른 홍조에 나는 더는 참을 수 없어 그녀의 양다리를 잡고 자지로 그녀의 균열에 맞추었다.

"소리 내지 말라고 말했어."

"당신의 것이 들어오는데, 소리를 안 낼 수는 없어요."

"기대도 하지 마"


"사실을 말하는 것뿐이잖아...요"

구멍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자지가 천천히 전진하자 그녀가 입을 앙다물고 나를 노려보는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집어넣은 것은 그녀의 첫 경험을 상냥하게 해주고 싶은 그런 따뜻한 마음으로 나온 행동이 아니었다.

입구를 들어가자마자 자지 끝에서 처녀막이 느껴지자 곧장 허리에 힘을 주었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하반신이 순식간에 그녀의 하반신과 합쳐졌다.

너무 궁금했다. 그녀는 참을 수 있을까?
내 말을 듣기 위해 어디까지   있을까?


처음부터 나는 감각이 없는 리얼돌을 원하는 게 아니다.


 모습을 그녀가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우아하고, 고상한 척하는 말이 언제쯤 망가져 신음으로 돌변할지 그리고,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너무나도 궁금해 미쳐버릴 것 같다.

"흑..."


한방에 뿌리까지 삼키는 충격에 그녀의 눈이 커다랗게 떠지며 입이 살짝 벌려졌고, 그것을 깨달은 그녀는 곧장 자신의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짜악, 짜악

배려 따윈 없는 피스톤 운동이었다.
그녀의 보지 맛을 느낄 새도 없이 나는 빠르게 허리를 흔들었고, 그녀는 자신의 입을 막던 손을 옮겨 얼굴 전체를 가렸다.


"이건 아니지"


"...이 정도는...하게 해주셔야 되는 거 아닌가요. 당신의 말은...처음부터 잘못되었어요. 제 성기를 희롱하고 즐기고 있...흐...으..."


그녀의 양손을 잡아 벌린 뒤 몸으로 짓눌러 다시 한번 허리를 튕겨 다시 한번 그녀를 휘저었다.


찌걱, 찌걱, 찌걱


"흐...흐으...윽..."


허리를 흔들며 그녀의 얼굴을 보자 분홍빛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볼에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보고 나는 그녀의 팔을 압박하던 손으로 볼에 붙은 머리카락을 뗐다.

"디아나"


"...왜...흥...부르..."


"예쁜 얼굴 해야지?"


"하...하지만...하윽..."

"왜, 못 참겠어?"


입술을 꽉 깨물고서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 나를 노려보는 모습이 무척이나 갸륵해 조금 천천히 해주려는 마음이 생길뻔했지만, 그녀를 가지고 노는 것에 정신이 팔려 너무 빠르게 허리를 흔들었던 것인지 하반신에서 올라오는 사정 욕에 전보다 느려지는 것이 아닌  빠르게 허리를 흔들었다.

"크으..."


거실 전체가  소리로 울릴 정도로 빠르게 박아넣고 나서야 나는 몸에 말단에서부터 올라오는 쾌락에 몸을 멈출  있었다.
쾌락의 여운에 잠긴  아래에 깔린 디아나를 천천히 내려다보자 고개를 돌린 채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필사적으로 소리를 막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아까  막지 말라고 했잖아"


"흐윽..."

"내 말이 말 같지 않지? 별로 안 듣고 싶지?"


"막은 적 없어...요"

그녀는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재빠르게 떼고서 아닌척해 보였다.


"거짓말은 별론데"


"...당신이 불가능한 일을 시켰잖아요. 제 몸이 멋대로 이러는걸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한 발 뺐으니 조금 쉬자는 생각에 나는 그녀의 몸을 들어 올려 자지를 끼운 상태로 나에게 기대도록 만들었다.
땀에 젖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넘겨 목덜미를 보이게 만든  그곳에 입을 맞추었다.

"흥..."


그녀의 목덜미를 한번 물고, 그다음은 빨아본다.
겨드랑이로 팔을 집어넣어  가슴을 움켜쥐자 그녀의 몸이 아까 자지를 받았던 것보다 더욱 파르르 떨었다.

"가슴이  좋아?"

"가...갑자기 만지셔서 놀랜 것 뿐이에요"


"가슴을 만지면서 자주 놀았나 봐?"


"아니에요!"

말랑말랑한 게 액체를 떠올리게 했다. 축 처진 가슴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 눈으로 확인했는데... 어째서 이렇게 부드러운 것일까?
가슴의 정중앙에 있는 꼭지를 검지와 중지로 잡았다.


"하으...하으...하으...으으읏!!!"

숨어있던 것이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서 그런 것일까?
그녀의 반응은 지금까지와는 비교 하지 못할 정도로 화려했다.


양다리를 허공에 차며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부여 막은 채 고개를 내 쪽으로 꺾어 보였다.

"갔어?"


곧이어 온몸에 힘이 빠진 것인지 축 늘어져 내 쪽으로 기댄 채 그녀는 대답조차 못 하는 것인지 입을 꼭 막은 채 절정의 여운조차 참아내려 애쓰고 있었다.

"디아나"

"...네헤..."


"기분이 어때? 좋아?"


나에게 기댄 채 쌔액쌔액 하는 그녀의 숨소리를 느끼며 가슴을 살며시 주물렀다.
내 손이 꼭지를 스칠 때마다 파르르 경련하는 게 귀엽다.


"분명 느끼지 말라고 했는데도 박을 때마다 느끼고 있고, 소리 내지 말라고 했는데 입을 틀어막고서 소리 내고 거기에 가버리기 까지 했어?"

"상냥하게...대해주지 마세요..."

그녀에게 상냥하다는 말은 대체 무슨 뜻일까.

그래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자신이 괴롭히고 또 괴롭혀 씻을 수 없는 벌을 주었던 사람을 사랑하게 된 여자.
죗값만 받으려고 하겠지.
상대방이 기억을 잃든 정신이 나가서 그녀를 사랑하게 되든 상관없이 죄책감만이 그녀 안에 똘똘 뭉쳐있을 것이다.
짓밟았을 때에는 몰랐겠지만, 그 사람에게 감정을 가진 다음부터는 그 짓밟았을 때의 기억이 죄책감으로 돌아왔을 테니까.


그녀가 어떤 식으로 그를 괴롭혔다는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가 망가진 모습을 전부 지켜보면서도 주저않고 쭉 가지고 놀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자책했을것이고...
그녀는 사랑하는 이에게 상상하는  조차 불가능한 죽음과 고통을 경험하게 했었다.
자신은 행복을 느껴서는 안된다. 라고 결론까지 도달하지 않았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녀는 행복하면 행복할수록 더욱 자신을 내몰 것이다.

"저 같은 건 그저 당신의 즐길 거리로 남으면 돼요. 심심할 때마다 가지고 노시는 그런 장난감으로 남게 해주세요. 차라리 때려주세요. 아무렇게나 막 대해주세요."

"누구 마음대로? 나는 싫은데? 나는 내 물건도 기스나는 거 싫어해서 휴대폰 한번 떨어트려 본적 없어."


"...용..."


"네가 내 취향이라고 아까 말했잖아. 원래 모습이 취향이라고, 그냥 아무 관심 없는 척하는 여자가 사실 알고 보면  미치도록 좋아한다는 게 나는 좋다고 말하는 거야"


"......"

"널 버리는 것도 가지고 노는 것도 마음대로인 것처럼. 내 취향대로 만드는 것도 내 마음이야."

어느새 나는 그녀의 가슴을 가지고 놀던 손이 멈췄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차피...전부 가면이에요. 저...이제 한계에요. 그래서 그년을 죽이고 그만하려고 했던 거에요. 이제는 더는 복수할 만큼 제정신이 아니게 되어버릴것같아서... 그러니 이게 저 같은 건 그냥... 도구로 쓰시면 되요... 쓰시다가 질리시면 버리...시면...되고요..."

그녀의 과거를 들을 때부터 어느 정도 알고 있던 것이다.
그녀는 평생 자신의 감정에 보답받는 날은 오지 않으리라 확신했다.


 소설 속 히로인들이 정신병이 있는 거야 예사로운 일도 아니지만...


그녀는 내가 괜찮다 하더라도, 그녀 자신이 평생 용서 못할것이다.
천 번이 넘는 그의 죽음에 대해 속죄를 하기 위해 그녀는 자신을 죽이고 또 죽이고 또 죽일 것이다.

"그래서?"

"그...래서라뇨... 제  들으셨잖아요. 당신이 기억이 돌아오면 분명 이날을 후회하실 거에요. 저따위 놈에게 이런...말도 안 되는...것을 했다는것에 참지 못하시고...다시 목숨을 끊으며 돌아오실 거란 말이에요."

"그래, 100번을 양보해 네 말대로 그의 기억이 돌아온다고 치자. 그런데, 그건 그 새끼가 알아서 할 문제잖아. 내가 왜 그걸 걱정해야 해?"


"...그런 말 하지 마요... 그러지 말아요... 같은 분인 거  아는데... 왜 그러세요... 제가 당신을 죽였다니까요. 엄청...엄청 많이 죽였다니까요"


그녀를 껴안은 채 그녀의 머리카락에 코를 가져다 댄다.


아마, 울고 있겠지.
만약 그녀의 얼굴을 보게 된다면 나는 마음이 약해져 버릴게 분명했기에...억지로라도 그녀를 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평생 용서 못할 것이고, 나에게 이렇게 안기는 자신을 혐오하게 될 것이 분명하니까.
평생 그의 노리개로 살아가는 것이 자신이 일평생 해야 할 속죄라고 생각할 테니. 분명...그럴 것이다.

"애초에 네가  용서 못하는 거잖아. 그리고, 도망친 새끼 이야기  적당히 해. 방금까지 기분 좋았는데,  죽었잖아"

"...그렇게 말하지 마요...제 잘못을 덮으려고 하지 말아요... 없던 일로 만들지 말아요..."


"용서 못하겠으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가 말한 대로 해.  인형 싫어하니까"

나는 사람이 좋다.
주인님이라는 말도 사람에게 들어야 의미 있는 것이고, 섹스도 사람이랑 해야 재미있다.
무엇이든 다 내주려고 하는 여자보다는 고민하고 고뇌하며 우선순위에 못 이겨 억지로 내어주는 여자를 취하는 것이 훨씬 성취감 있다.


"그렇게 한다고...제가...버틸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버틸 거야. 전보다 더 악착같이 버티겠지"


"......"


"평생 못 받을 걸 이제 받을 수 있게 됐는데. 네가 포기할 것 같아?"


나는 그녀를 구원해주는 것도 망가진 것을 고치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녀가 취향이라 이러는 것이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내 좆대로 하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얌전히 컨셉 지켜. 연기에 충실하자."

"당신은...정말 너무하신 분이세요."


"내 고추를 죽인 네가 더 너무해"

솔직히 말해 섹스할 생각 전부 다 죽여버려서 이대로 끝내고 싶었지만...

"하읏..."

손에 잡히는 살덩어리를 놓고 그냥 가기에는 무척이나 아쉽긴 했다.

"네가 죽였으니까. 책임도 네가 져."

내 말에 그녀는 나에게 안긴 채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내가 머릿속에 그려왔던 그녀를 눈으로 마주  수 있었다.
고귀하고 우아하며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며,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조차 아까워하던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던 여자.
똑똑할 뿐만 아니라, 자기가 하는 일이 무엇이건 자부심이 넘쳤으며 어떤 것이 되었든 자신의 위에 있는 것을 허락하지 못하는 성녀 같지 않은 성녀.

"제가 왜 그래야 하는 거죠?"


내가 늘 상상하던 소설 속 성녀라는 캐릭터는 이런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렇기에...나는 좋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게. 어떻게 하면 해줄 건데?"


"그런 건 알아서 생각하셔야죠. 그런 것까지 제가...읍"

도저히 참지 못해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하고 그녀의 붉은 입술을 입으로 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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