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LEVEL 5 (7)
"빨아"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하자 그녀는 얌전히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것을 전부 담지 못할 것 같은 입을 애써 크게 벌려 앞뒤로 목을 움직이며 그의 것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츄웁"
그녀의 입에서 나왔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할 음란한 소리.
그가 그녀를 가지고 놀기 시작한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는 며칠이 흐른 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제정신으로 있는 시간이 너무나도 짧은 나머지 시간 감각이 이상해져 버렸다.
전부 이 남자 때문에.
그의 것을 입에 문 채 눈동자만을 위로 올려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당사자를 바라본다.
"이제야 말을 잘 듣네. 너무 오래 걸린 거 아니야?"
"츕,츕,츄..."
그와 눈이 마주치자 상냥하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
더욱 칭찬을 받기 위해 고개를 빠르게 흔든다.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은 너무나도 따스했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자 그의 따스했던 손이 점차 포악해지기 시작한다.
곧 나온다는 신호.
그의 손길이 우악스럽게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았고, 겨우 절반만을 넣은 채 애무에 열중하고 있던 그녀의 입이 더욱더 벌려져 이내 그의 성기가 목구멍 깊숙이 찔렀다.
상냥함이라고는 일절 없는 험악한 취급에 화를 내야 마땅함에도 어째서인지 그녀는 몸을 떨며 양손으로 그의 하반신을 껴안는다.
그의 정이 조금이라도 바닥에 떨어지면, 또다시 그가 화를 낼 것이 분명하기에 애를 쓰며 목 안까지 들어온 것을 더욱 깊이 고정했다.
"이제 말 안 해도 잘 먹네"
"아..."
직접 목에 넣어 주입했기에 입안은 깨끗했지만, 그런데도 그에게 입을 벌려 보였다.
주인의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처럼.
...탐욕스러운 돼지처럼 식사를 마친 후 그의 칭찬을 기다리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그는 화를 내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얼마든지 그의 바람을 들어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를 바라보았지만, 어째서인지 그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어,어떤걸..."
"내가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몇 번을 알려줘도 똑같은 실수를 하면, 그건 실수가 아닌 거잖아. 그렇지?"
"히끅...죄송..."
아무 말 없이 내려다보는 그의 무표정한 얼굴을 도저히 마주 보지 못해 입을 열어버렸다.
거기다 사람의 언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사죄를 하려고 했다.
순간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머리를 바닥에 붙여 몸으로 사죄를 하려 했지만, 그의 손이 그녀의 턱을 붙잡아버려 그것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잘못했다고 생각해?"
한 번만 용서해달라 빌고 싶었지만, 말을 해서는 안 되기에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고개를 끄덕이면 잘못했으니 벌을 받을 것이고, 저으면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이기에 그는 더욱 화를 낼 것이다.
"지금 내 말 무시한 거 맞지?"
도리도리.
"그럼 이번에도 자아가 튀어나오려고 하는 거네?"
그녀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가 진정 화를 낼까 두려워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는다.
"잘못했으면, 얌전히 벌 받을 준비 해"
그의 강압적인 말에 그녀는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던 몸을 살며시 일으켜 네발로 땅을 짚어 뒤를 돌아 그를 향해 엉덩이를 내밀었다.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아 음부와 항문이 전부 개방되어 있었기에 참기 힘든 부끄러움을 느꼈지만, 애써 인내하며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든다.
"샤를"
이렇게까지 그녀의 자존감을 떨어트렸음에도 그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듯 낮은 목소리로 다시금 그녀를 부른다.
"끼잉...끼잉..."
대체 얼마나 그녀를 떨어트리려고 하는 것일까.
진즉 그녀의 높디높은 자존감은 바닥을 마주하고 있음에도 그는 그녀의 발목을 붙잡아 땅 밑으로 끌고 내려간다.
짝.
"끼잉..."
짝.
"...낑..."
그에게 맞는 것은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겨우 인간에 불과한 그의 손이 매워 봐야 얼마나 맵겠는가.
하지만... 그가 화를 낸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앞에서 손을 드는 상황 자체가 그녀를 너무나도 두렵게 만든다.
얼마 전 목욕탕에서 보였던 그의 눈빛은 그녀에게 그날을 떠올리도록 만들었다.
당장에라도 잠에 빠져들 것만 같은 얼굴.
그의 정신을 지배하고 인형처럼 가지고 놀았던 그 날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어버렸다.
다르다.
지금 보이는 그의 애틋한 눈빛은 분명, 그때의 그와는 다르다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도 그가 화를 내는 것이 너무나도 그녀를 두렵게 만든다.
붉은 눈과 붉은 머리카락을 하고 있던 그때와는 다르게 지금의 그는 갈색 눈동자와 검은 머리카락을 하고 있었으며.
[죽여버릴 거야]
그녀를 향한 증오만이 가득 차 있던 그때와는 다르게 지금 그의 눈빛에는 강한 죄책감이 서려 있었다.
[이제 그만 해줘...제발...부탁이니까]
슬픔과 괴로움만이 가득 차 비관만 하던 그때의 그와는 전혀 다르다.
[얼마든 용서해줄 테니까... 그러니 이제 그만하자]
이미 용서받았기에...더이상 그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음에도 그녀는 그의 손찌검이 두려워 그가 말하는 대로 따른다.
그가 그날로 돌아가지만, 않는다면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짐승의 울음을 흉내 내고, 애완동물보다 못하게 옷도 입지 않아도 좋다 여겨버린다.
엉덩이를 맞을 때마다 강아지처럼 낑낑 소리를 내던 중 어느 순간 그의 손찌검이 멈춰있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돌리니 어느샌가 네발로 바닥을 짚고 있던 그녀의 옆에 그가 다가와 있었다.
"미안"
"...끼잉..."
"이제... 말해도 돼"
도저히 자신의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버린 것인지 방금 애써 화를 내던 목소리가 아닌 본래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엎드려있던 그녀를 일으켜 세워 껴안으며 그녀에게 미안하다 속삭인다.
"도저히 못 하겠다"
"...응"
"끝까지 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 보겠네..."
그는 그녀를 짓뭉개기 위해 일주일을 계획했지만, 시간이 절반 정도 흐르니 쌓이고 쌓인 죄책감을 도저히 견뎌낼 수가 없었다.
얼마나 죽더라도 그녀를 꼭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두려움과 슬픔을 매개로 아양을 떠는 그녀의 모습에 지쳐버린 것이다.
...조금만 얼굴에 철판을 깔며 그녀를 짓뭉갰다면, 그녀는 아마 그의 소원대로 강아지처럼 그를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그가 가능할 리가 없다.
상냥한 남자. 그는 자신의 여자에게 모질지 못한 남자다.
그녀는 그의 품에 안긴 채 눈을 감았다.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뻔히 알고 있었음에도 그를 제지하지 못했다.
그를 속박할 때 에는 그가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눈에 못 이겨 본능을 참지 못해 덮쳐버렸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니 그녀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아버리고 말았다.
옛날과 똑같은 짓을 해버린 것을 알게 된 것과 다시 한번 그의 손찌검을 받으니 도저히 그에게 힘을 사용할 수 없었다.
"샤를"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그의 향기를 맡는다.
다시금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그의 애정이 어린 감정을 다시 한번 겪을 수 있다고...
"부탁 하나만 해도 돼?"
"......"
평소였다면, 그녀는 얼마든지 말하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가 화를 내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알기에 애를 쓰며 그의 말을 무시하려 했다.
"내 옆에 있어 줄래? 여기는 버리고, 나랑 같이 있어줘"
"......"
"사라나 엘린엘리도 전부 데리고 가자. 혹시나 다른 애들이 널 못살게 굴면 그년들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같이 가자"
역시...그 말을 할 거라 생각했다.
그녀가 예상했던 말을 그대로 하는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양팔로 그를 껴안고서 더욱더 강하게 얼굴을 파묻었다.
"샤를. 대..."
"대신에 라일라. 그 아이 버릴 수 있어?"
"...어? 갑자기 걔 이름이 왜..."
"그 아이 별로 안 좋아하잖아. 그 아이를 버린다고 약속해주면, 자기 말대로 할게"
그의 눈을 바라보고 싶지 않았기에 그를 껴안고 있는 팔을 더욱더 강하게 조여 그를 외면한다.
"...이유가 뭔지 알려줘야..."
"나야. 그 여자야? 그것만 말해줘. 그러면, 아까까지 했던...그런 것들 얼마든지 해도 돼. 나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도 되니까. 날 선택한다고만 말해줘"
그녀는 알고 있다.
그는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알고 있음에도 물어본 것이다.
얼마 전 그와 라일라가 그녀 앞에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부터 그가 라일라를 버리지 못할 것을 알고서 그에게 선택지를 제시한 것이었다.
"누가 더 좋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네가 훨씬 좋아. 그러니까, 이유만이라도 알려주면..."
"역시 똑같잖아...거짓말쟁이..."
"...너...라일라를 싫어하는 거 아니잖아. 왜 그런..."
"왜 싫어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해?"
"분명...예전에 네가..."
그의 기억 속에 샤를은 분명, 그가 라일라를 용서하길 원해 등을 떠밀던 여자였다.
굳이 그런 착한 모습 보이지 않더라도, 이미 그는 샤를에게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였음에도 라일라를 위해 회귀하도록 종용했던 여자가 이제 와서...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여자를 도와줬을 리가 없잖아."
"......"
"또 그 여자를 선택했나보네...또..."
"...다시 여기 오려고 했어."
"그런 건 관심 없어. 자기가 세 번이나... 나보다 그 여자를 선택했다는 게 더 중요해"
세 번...
정확하게는 수백. 수천 번이고 그는 그녀보다 그 여자를 선택했다.
그가 원래 이런 남자인 것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사랑해버린 그녀의 잘못이니 화를 낼 필요가 없다.
"그래서 안 돼. 그 여자가 있는 곳... 거기다 나보고 그 여자가 만든 성에 들어가서 살라는건...나에게 너무 가혹한걸..."
다시 그런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다.
그가 사람을 멋대로 다루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곳에 있는 인간들을 전부 뱀파이어로 만든 것은 전부... 그를 그 여자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바보로 만들어줘. 아까처럼 그렇게 하면 얼마든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야."
"......"
"다른 애들 다 괜찮아. 그 ...가슴만 큰 여자도... 나... 참을 수 있어. 그러니까 그 여자랑 나 둘 중에 한 명만 선택해 줘. 부탁할게...응?"
그의 가슴에 안긴 채 수백 수천 번이고 그에게 주었던 선택지를 또다시 그에게 내보였다.
그녀의 말을 이후로 아무런 말도 들려오지 않아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라일라]
[그 아이를 구해주기로 약속했거든. 라일라는 더는 날 기억 못 한다고 해도 나는 기억하고 있잖아]
[있잖아. 샤를. 만약 모두가 기억을 잃어버렸고, 너 혼자만 기억하고 있다면, 혼자만 기억하고 있는 일들은 전부 없던 일이 되는 걸까?]
[그래서 나 좋아하는 거잖아. 아니야? 내가 기억을 잃어도 너는 기억하고 있으니. 이렇게까지 억지 부리는거잖아.]
[그러니까. 부탁이야. 이제 그만 놓아줘]
또다시 그는 라일라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