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6화 〉 LEVEL 5.5 (9) (86/87)

〈 86화 〉 LEVEL 5.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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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보다 조금 짧은 백색의 단발머리 소녀.

에메랄드를 떠올리게 만드는 반짝이는 청록색 눈동자는 어째서인지 무척 매섭게 느껴졌다.

왜 나보고 살아있냐고 묻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그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기에 더욱 레아의 모습이 싸늘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

"키는 하나도 안 자랐네"

"...왜..."

조그마한 체구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이 금방이라도 나를 잡아먹을 듯 날카롭게 날이 서 있다.

쿠레아를 3년만에 처음으로 봤는데 너무 많은 게 바뀌어있다.

정확하게 본 것으로만 따지면, 2년 만에 다시 보는 것이겠지.

2년 전 나는 로제의 심장을 찌른 후. 그녀의 시체에서 목을 베어내 가지고 나오던 중 쿠레아를 만났었다.

"레아... 잘 지냈어?"

레아가 초월자가 된 것에 대해서는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다.

내가 쓴 원작에서 주인공 일행은 이때쯤 마지막 챕터를 향하고 있었을 테니.

아무런 능력도 재능도 없는 나와는 다르게 독자와 나의 일방적 편애로 인해 수많은 버프를 받은 레아는 시간만 주어진다면, 얼마든 반신의 자리에 올랐을 것이다.

...레아가 이러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을 보니 자괴감이 엄습해온다.

그동안 저 아이는 어떻게 지냈던 걸까.

내가 없는 동안 레아는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저런 분위기를 내뿜는 것일까.

지금 온몸으로 느껴지는 찌릿찌릿한 살기는. 한두명을 죽였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리라.

"너는...나빠"

레아의 조그마한 입술이 나를 매도한다.

저 아이의 나빠라는 두 글자에 담긴 원망이 전해져 왔기에 가슴이 쓰라리다.

나는 이 아이의 원망을 받아도 싼 놈이다.

부모를 죽게 만든 범인이고 지켜주겠다는 약속도 어겼으며 보호자였던 로제를 죽이기까지 했으니 이 아이가 나를 죽이는 것은 무척 당연한 일이다.

"쿠레아님! 당장 저 악마 놈을 죽여야 합니다!"

저 여자...

내 기운에 짓눌려 일어나지도 못하는 주제에 목청 하나는 제대로다.

"조용해"

"하, 하지만 반역을 도모하고 있는 정황이..."

"메아리"

"......"

"어차피. 죽어. 그러니. 조용해"

나는 지금이라도 나를 죽여줄 사람이 나타났다며 좋아해야 하는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이런 조그마한 아이에게 죽여달라 부탁하는 나 자신을 부끄러워해야 하는 걸까.

날 죽일 수 있는 이가 2년 만에 나타났는데.

그것이 쿠레아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원작에서는 그렇게나 밝은 아이였는데.

누군가를 죽여본 적도. 죽일 생각도 없는 아이가.

내 눈앞에서 나를 죽이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건데. 그동안 뭐 하고 지냈는지 이야기 정도는 할만한 거 아니야? 너무 매정하다"

"...필요 없어"

그녀는 자신의 말을 마치기도 전에 순식간에 사라져 내 눈앞에 나타났고, 곧바로 내 눈앞에 나타나 검을 휘둘렀다.

가만히 서서 이 검에 베여 죽고 싶지만, 내 안의 생존본능이 그것을 거부하며 몸을 비틀어 검을 피한다.

...오랜만에 보는 건데.

반가운 기색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조금은 변명할 기회라도 주지...

납치를 당한 것도... 로제를 죽인 것도... 내가 이런 말 할 처지는 안되지만 아무리 그래도... 변명의 여지를 줘야 하는 거잖아.

코끝을 스쳐 가는 검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

그녀의 검을 새끼손톱 하나 차이로 피하자 곧이어 두 번째 참격이 날아온다.

오랜만에 뇌가 명령에 잠식된다.

저주.

그래... 이건 저주다.

자살하지 못하는 저주.

뱀파이어가 되어 평생 인간의 피를 마셔야 하는 저주.

그리고... 뱀파이어가 된 것으로 인해 생겨버린 또 하나의 능력 또한 나에게 있어 저주였다.

본능으로 잠식되어버린 육체는 레아의 두 번째 참격을 온전히 피할 수 없었기에 검을 막아내기 위해 손을 들었다.

...정확하게는 막았다기보다는 손을 희생하여 레아의 감로를 바꿨다.

손가락이 검이 깔끔하게 잘리는 것을 슬로우모션처럼 지켜본다.

베어낸 순간 발이 땅을 박차며 뒤로 물러났고, 곧이어 들어올 세 번째 공격을 막기 위해 몸이 마나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

기다리고 있던 공격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생각과 함께 눈에 들어온 레아의 얼굴.

처음으로 마주한 레아의 표정 변화였다.

아무 말도 없이 얼굴을 찡그리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쓴웃음을 짓는다.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

"......"

갑작스럽게 발현된 내 특성에 그녀가 당황한 것이 분명했다.

...뱀파이어라면 누구나 가지는 개개인의 특성은 자신이 간절하게 바라는 소망을 나타낸다.

소유를 원했던 샤를에게 지배를.

힘을 원했던 사라에게 괴력을.

도피를 원했던 프리시아에게 그림자를.

서로를 원했던 엘린 자매에게는 영혼을.

그리고... 타인의 이해를 간절히 원했던 나에게는... 공감을.

뱀파이어가 되는 순간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신의 능력을 깨닫는다.

"좀 아프지?"

"......"

나에게 상처를 입히는 사람은 무조건 내 고통을 공감해야만 한다.

육체적 고통이든 정신적 고통이든. 강제로 이해 할 수밖에 없다.

[참 병신한테 알맞은 병신 같은 능력이네]

옛날 로제가 내 회귀를 듣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참...알맞는 말이다.

병신 같은 능력이다.

회귀나...이거나...

커다란 눈이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가고 나를 노려본다.

"내 몸에 상처입힐 때마다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될 거야. 이번에는 손가락뿐이라 억제할 수 있었지만, 이 이상 공격하면 나도 억제하기 힘들어"

"......"

"날 죽이기 전에 네가 망가져 버릴 게 분명하니. 지금 그만둬"

...그 누구도 나를 죽일 수 없다.

날 이해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테니.

레아에게 잘린 왼쪽 손을 보니 천천히 새살이 돋아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내 고통을 감당할 수 있는 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견뎌내고 나를 죽일 수 있는 이를 굳이 꼽는다면... 그건 나 한 명뿐이리라.

"...죽어"

나를 향해 빠르게 거리를 좁혀오는 레아의 모습을 보며 나는 또다시 본능에 몸을 맡긴다.

입으로는 그만두라 말했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행동을 막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나에게 막을 자격은 없었다.

어깨가 칼에 찔려 피가 튀는 것을 보며 나는 그녀가 얼마나 처절한 삶을 살았는지를 알아버린다.

애초에 내 몸에 칼을 집어 넣을 수 있는 이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

온갖 기연을 도둑질하고, 사기를 친 후 아티펙트를 강탈해 강해진 내 육신에 칼을 쑤셔 넣어 피를 보게 만든다는 건.

인간의 영역을 뚫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거기다... 내 고통을 공감해야 한다니...

드래곤을 찾아가더라도 나는 죽지 못할 것이다.

내 손으로 죽지 못한다면, 제발 그 어떠한 초월자라도 좋으니 나타나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지만...

그 유일한 초월자가 쿠레아였다면, 나는 죽어도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아...아..."

조그마한 신음소리.

레아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내 몸은 칼에 수도없이 찔려 걸레짝이 된 상태.

그런데 오히려 피해자인 나보다 가해자인 레아가 더욱 고통스러워한다.

"...한방에 죽여야 해. 그렇게 깔짝거리면, 죽일 수 있을 것도 못 죽여"

"조용해..."

"이제 그만..."

"조용해!!!"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은 채 소리를 치는 레아를 차마 마주할 수 없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저 작은 아이가 그동안 나를 얼마나 원망했길래 저런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나에게 다가와 칼을 겨누는 것일까.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느린 발걸음이 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녀가 검을 휘두를 수 있는 곳까지 다가왔음에도 내 몸은 가만히 서 있었다.

레아를 내려다보니 그녀가 무척이나 작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다.

겨우 허리 정도 오는 키를 가진 소녀.

그 아이가 내 심장을 향해 검을 내지른다.

하지만, 그 검은 어째서인지 피부를 뚫지 못하고, 퉁겨져 나와 바닥을 구른다.

"무서우면, 그만해도 돼"

"......"

"네가 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죽을 거니까. 굳이 네가 하지 않아도 돼"

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다.

"...돌아가자"

"......"

"돌아가 줘..."

이 아이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나 없어도... 좋아..."

분명 레아가 내 바로 앞에서 말하고 있었지만.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그녀는 내가 회귀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가자..."

"가야지. 네가 말 안 해도 가야지"

생각해보면 내가 회귀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꽤 많은 편이다.

누군가가 나를 위로해주길 바랐기에...

얼마나 힘들었어? 그동안 고생했다며 나를 다독여주길 바랐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나의 회귀에 대해 알고 있다.

그런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회귀는 희망 같은 것이 아니다.

인간의 소망을...희망을 미끼로 사람을 더욱 지옥 그 밑바닥으로 떨어트리는 독이든 성배다.

로한이 나에게 핏주머니를 얻어가 가족들의 생명을 조금이라도 연명시켰던 것처럼.

나 또한 회귀를 통해 아주 조금씩 그녀들의 삶을 연명해가는 것이다.

"미안해..."

왜 나에게 사과하는 것일까.

오히려 사과할 사람은 나인데.

내가 멍청하게 행동했기 때문에 이렇게 되어버린 건데.

레아는 어째서 나에게 사과하는 걸까.

물어보고 싶어 입술을 뗐지만, 그것보다 먼저 내 앞에 있던 레아가 움직였다.

다시금 바닥에 떨어진 검을 잡고서 나를 바라본다.

"레아. 이제 그만해"

그만해.

당장이라도 쿠레아는 검을 빼앗고 이곳을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것보다 먼저 쿠레아의 검이 내 가슴을 찔렀다.

천천히 내 몸 깊숙이 들어오는 차가운 검날의 감촉.

날카로운 기운을 머금고 있던 칼날은 내 심장을 찌르기 직전 그 기운을 잃고서 멈추었다.

"아...아..."

그리고 내 눈앞에 있는 소녀가 내 눈과 마주치자 점차 고개를 저었고 곧이어...

"꺄악!!!"

...옛날에 내가 몇 번이나 죽었는지 세어본 적이 있지만 이내 포기했었다.

디아나에 의해 천 번이 넘게 죽었던 당시의 기억을 아직도 제대로 못 찾고 있기에 제대로 된 숫자 파악이 불가능했었기에 그동안 몇 번 죽었는지 세는 것을 불가능이라 여겨왔다.

이 아이는 내 아픔 중 단 하나의 죽음이라도 이해 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열 번의 죽음. 백번의 죽음은 공감 할 수 있을까.

...그렇다 하여도 천 번의 죽음은 절대 불가능하겠지.

검을 놓아버린채 바닥을 구르는 쿠레아를 바라본다.

내가 겪은 고통 중 단 1%를 공감한다고 하여도 누가 되었든 폐인이 될 것이다.

"아...아..."

가슴에 박혀있던 검이 떨어지는 것을 붙잡고 레아를 내려다본다.

수십...수백번이고 정신이 산산조각이 난 경험이 있기에 이 아이가 어떠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알고 있다.

오직 나만이 지금 이 아이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숨조차 내쉬는 것이 힘들어 헐떡거리는 아이의 모습.

레아를 보며 들려있던 검을 천천히 내린다.

바닥에서 비명을 지르는 레아를 향해 떨어트리듯 심장을 통과한 검.

그리고, 사방을 흩뿌리는 새빨간 피는 내 온몸을 적셔왔다.

나는 무엇을 바라며 이곳에 살아있는 것일까.

죽지 못해 살아야만 하는 내가 어째서 일어서있는 것일까.

레아의 심장을 꿰뚫은 검을 뽑아내고 천천히 걷는다.

이번의 삶은 너무나도 무겁다.

죽음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회귀의 시간은 그만큼 늘어왔으니.

아마...나는 3년이라는 시간을 한번에 회귀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오셨... 피! 어...어떻게... 어디서...다치신... 어디 다치셨어요? 자,잠깐만 기다..."

"샤를"

"...네? 아...무슨 일...있으셨나요?"

처음부터 이렇게 할 걸 그랬다.

[함께 있고 싶어요.]

[평생 미움받아도 좋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에겐 이것밖에 없어요. 그저 옆에 두겠다. 약속해 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옆에 두겠다고 말씀해주시면.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절 옆에 두겠다 약속해 주시면.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할게요.]

그녀가 말을 꺼낸 그 순간.

그냥 알겠다고 말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네 말대로 하자"

아니...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되었다.

과거보다... 지금. 그리고, 지금보다는 마지막이 중요하니.

마지막 순간만 행복하다면, 과정은 전부 의미 없는 일일 것이다.

"네, 저를 죽여주..."

그녀는 나를 보며 나지막이 말을 내뱉었다.

마지막 순간. 그녀가 내 죽음이 아닌 자신을 죽여달라고 말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하지만, 나는 이미 샤를을 죽여버렸다.

그녀가 말을 전부 내뱉기도 전에 내 검은 이미 그녀의 심장을 향하고 있었고 몸에 씌워진 채 굳어버린 레아의 피 위로 다시금 샤를의 따스한 피를 뒤집어 써버렸다.

그러니, 나의 의문에 대답해 줄 사람은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회귀한 이후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샤를의 심장이 더는 뛰지 않게 된 순간 나는 죽기 위해 검을 다시 잡았지만, 그것보다 먼저 가슴에서 피가 튀어 오른다.

아... 나는 이제 뱀파이어가 아니구나.

레아에게 찔렸던 어깨.

베였던 수많은 자상.

언제 잘린 지 모를 왼팔.

내 몸 구석구석에서 피를 토해내며 내 몸이 쓰러져간다.

3년 만에 겪는 죽음은 무척.

아팠다.

*

"병신 새끼"

익숙한 목소리.

너무나도 듣고 싶었던 목소리였다.

매일...매일... 수도 없이 생각했다.

이 말을 꼭... 듣고 싶었다.

눈을 뜨자 내 앞에서 얼굴을 찌푸린 채 바라보는 로제를 보니 가슴이 미친 듯이 뛴다.

"고생했다"

그녀가 한 말이었다.

회귀할 때마다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늘 해주던 말.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늘...

"아..."

말해줘야 되는데...

[몰라]

내가 어떤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 말해줘야 되는데.

[그런 적이 있다고 듣기야 들었지]

자꾸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말해야 되는데...

내가 그만두겠다고 말해서, 네가 떠났고.

그 이후로 내가 뱀파이어가 돼서... 널 죽였고...

그 뒤로 멍청하게...쭉...

쿠레아도 죽이고... 샤를도 죽였다고... 말해야 되는데...

입술이 떨어지지 않는다.

[너 이번에는 너무 멀리 돌아왔어]

내가 입을 열면 그녀는 어김없이 나를 이해해 주려 할 것이다.

억지로... 그녀는 어떻게든 나를 이해해주려 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전부 잊고... 앞으로...

"너랑 같이 다니면서 별 병신 같은 일 다 해봤는데. 이건 좀 어처구니가 없네"

"......"

갑자기 무슨 말을...

"심장에 칼이 찔려서 죽는 건 경험을 해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 그것도 네놈한테"

"...어...떻게..."

"내가 아냐?"

"어떻게 아는 거...야. 네가...어떻게..."

"그러니까 내 말이"

천천히 로제를 향해 걸어간다.

"왜...?"

"그게 중요해?"

...중요하다.

나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정 할 말 없으면. 나 죽이고 뭐하고 지냈는지나 말해보던... 야!"

"우에엥"

로제에게 다가가 껴안았다.

"떨어져. 병신아. 왜...하..."

왜 이렇게 됐는지 생각하는 것보다.

그냥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안고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녀를 안은 채 등을 통해 전해져오는 그녀의 토닥임에 몸을 맡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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