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아뇨, 던전인데요?
"맛있어 보이는 인간이네?"
아잇, 씨잇팔!
막다른 길이면 그대로 뒤돌아 나가면 된다고 말했던 새끼 나와라.
그대로 나가자니 엄마 뷰스터 새끼가 아가리 벌리고 대기 타고 있는데, 아마 저 새끼가 없었어도 탈출하기는 글렀을 것 같다.
뒤에서 말 거는 저건 보스몹일까?
사람 말을 하는 걸 보면 우리 편인가 싶다가도, 날더러 맛있는 인간이라고 한 것도 그렇고, 저 엄마 뷰스터가 바짝 쫄아서 꼬리만 동동 구르는 걸 보면 또 그렇지만은 않겠지.
목소리도 존나 요사스러워서 딱 듣는 순간 온 몸의 털이 곤두섰다.
......쥬쥐썬더!!! 너는 왜 서냐, 씹새야!
등 뒤에서 오는 압박감도 장난이 아니다.
뒤를 돌아보고 싶은데, 몸이 굳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스르륵. 스륵.
살결 스치는 소리가 은은하게 퍼졌다.
아니, 진짜 사람아니야?
"여긴 어떻게 들어왔니?"
말투도 고상하기 그지없다.
씨발, 그래! 어차피 죽을 거 뭐라도 해보고 죽자.
딱 대세요, 보스 눈나!
훅!
"안녕하십니까! 일단 인사부터 박습니다!!"
일단 선빵은 인사로 간다.
무릇 사람이라면, 윗사람을 볼 때는 인사부터 박는 게 참된 예절이 아닐까.
마음 같아선 그랜절이라도 때려 박고 싶었지만, 괜히 오버하다가 한 끼 식사가 될 순 없지.
바로 이어지는 후속타는 끊김 없이 스무스하게 자기소개를 하자.
"주세운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스물세...엣..."
......?
90도까지 굽었던 허리를 펴니 보인 건, 사람의 모습이었다.
.....상반신만.
여기가 뱀 굴일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매끈하게 내려오는 허리 라인 아래 골반과 엉덩이가 있어야 할 그 부분부터, 눈부시게 하얀 비늘에 덮인 뱀 꼬리가 살랑거리고 있었다.
"응, 나는 멜리."
나른하게 반쯤 들어 올린 몸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창백한 피부 위로 은색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허미.....
오만가지 상상을 다 해봤지만, 상반신이 알몸에 하반신은 뱀인 여자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각성해라 내 상상력 새끼야!
쥬쥐썬더 너는 진정 좀 하고!!
도저히 겸손한 자세를 풀 수가 없구만.
그런 나를 빤히 보던 멜리가 한 팔로 사르륵 양 가슴을 가렸다.
가린다고 가리신 것 같긴한데, 한 팔로는 힘들어 보이시네요.
"미안해? 입을 옷이 없어서."
"아뇨! 괜찮습니다!"
진짜로요.
일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여기는 지구가 아니다.
지구에 상반신은 인간인데 하반신이 뱀인 여자가 있겠냐고.
신화같은데서나 나오겠지 그게 현실에 존재하면 그건 이미 판타지다.
그리고 그녀가 나를 당장에라도 잡아먹을 것 같지 않다는 것.
이건 시발 진짜로 다행인 게, 손에 물 한 방울 묻혀본 적 없을 것 같이 생겨서는 나 사실 존나 세다는 포스를 풀풀 풍겨대고 있다.
싸우면, 주먹도 쥐기 전에 개 털릴 자신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내 질문에 대답해주겠니?"
다만 좀 전과 달리 내가 버벅대는 건, 이 상황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다.
씨바, 저 몸에서 눈을 떼기가 힘들어서 그래!!
상체의 압도적인 미드파워도 훌륭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하체가 복병이야!!
비늘 색이 하얗기 때문일까, 상체 버프 때문에 뱀 꼬리까지 예뻐 보이는 걸까?
아니면, 설마... 나한테 그런 취향이...!?
잠깐만, 저 옥체에 뱀 꼬리라는 멸칭을 붙여도 되나.
저걸 뱀이라고 불러버리면, 뷰스터는 뭐가 되는 거지? 빨간 좆?
"...."
멜리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는 소리가 들렸다.
이건 시스템의 위기감지 서비스인가? 좋구연!
"아, 죄송합니다... 여기 어떻게 들어왔냐는 질문이셨죠?"
"응. 여긴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거든."
나는 존나 가볍게 들어온 것 같은데
"근데,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도 아는 게 없는데요. 운석 맞고 정신을 잃어가지고..."
"흐음...?"
그리고 그걸 묻고 싶은 건 오히려 이 쪽이다.
나도 아는 것 하나 없는 무지렁이 신세다.
근데 또 그렇다고 모르쇠로 일관할 수도 없는 것이, 지금 이 공간은 얼핏 온화해 보이지만 한 끗만 빗나가면 내 무덤이 된다.
그녀의 눈빛은 호의가 아니라 호기심일 테니까.
나는, 호기심이 다 하면 쓸모가 없어질텐데, 그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방법이 없다는 게 참 좆같을 따름이다.
그렇다면, 못 먹어도 고지!
"염치없는 질문이긴 한데, 혹시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요?
"...응, 나갈 수 있어."
이게 되네!? 오, 시발. 신이시여!
"근데 내가 왜 내보내 줘야 하니?"
신은 뒤졌어!!!
존나 내 반응을 보면서 히죽히죽 웃고 계시는데, 시발 얼굴이 이쁘니까 저렇게 웃어도 빛이 나네.
그래도 이렇게 쉽게 대화를 허용해 줄 줄은 몰랐는데, 어렴풋이 살아날 길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기도 하다.
"저기, 여기는 대체 어딥니까?"
여러 의미가 함축된 질문도 던져 봤다.
대답에 따라선, 그녀가 지구에 대해 알고 있는지, 안다면 지구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 수 있겠지.
여기가 이세계인지, 아니면 지구 어딘가에 있는 알려지지 않은 공간인지도.
"본 차원... 그러니까 네가 사는 차원에 붙어 있는 기생차원이란다. 우리는 던전이라고 불렀지만."
이세계가 아니라 던전이었던 건가.
나를 여기 데려온 것도 이 누님이 아닌 것 같으니, 지구가 어떻게 됐는 지는 여전히 알 방법이 없다.
"으음...!"
머리를 쥐어 뜯는 나를 보며, 멜리가 꼬리를 반대로 틀며 기지개를 켰다.
마치 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 듯한 소리에 고개를 들었더니.
미친! 저게 대체 무슨 컵이냐.
손으로 가리길래 부끄러워 하는 건가 싶었더니, 전혀 그렇지만도 않네.
그보다 한 손으로는 잡히지도 않을 가슴이 두 개...!!
중앙에 새초롬이 올라온 분홍색 돌기까지 여과 없이 보인다.
"흐음...♡!"
아니, 설마 유혹하고 있는 건가?
누님이 아무리 예쁘셔도, 저는 인간이고 누님은 뱀인데...
앗, 시발!
혹시 성적으로 유혹하는 게 아니라, 먹잇감을 유혹하고 있는 건가? 결국 잡아먹히는 건가!
잡아드실거면 기분 좋게 부탁드립니다.
"이리 와볼래?"
내가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자, 조금 어색하게 손을 파닥파닥 흔든다.
일단 유혹은 확정이네.
근데 외견이랑은 딴판으로, 누님이 유혹하는 방법을 잘 모르신다.
"넵!!"
방법은 모르시는데 피지컬이 워낙 뛰어나서 좀 몰라도 될 것 같긴 함.
후딱 달려가 그녀 앞에 섰다.
잠깐 나를 품평하듯 위아래로 훑어보던 멜리가 고개를 모로 갸웃거렸다.
"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특 에이쁠 고기가 맞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네? 인건가, 시발.
"좀 더 가까이 와보렴?"
"...네?"
당연히 가까이 가야된다는 생각과는 반대로 몸이 존나 바들바들 떨린다.
그녀는 그런 내 상태를 그제야 알아챈 듯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해, 해치려는 게 아니란다? 얼른, 떨지 말고 이리오렴?"
아니라니까 믿고 갑니다...
한 발짝 더 남은 거리를 좁히자, 멜리가 내 머리통을 휙 낚아채 얼굴 가까이 끌어당겼다.
지근 거리에서 그녀의 숨이 얼굴에 닿는다.
진짜 해칠 생각은 아닌 듯 내 얼굴을 요리조리 보더니 머리를 푹 눌러 정수리와 뒤통수까지 살피는데.
....시발, 나는 뒤질 맛이다.
그나마 정면은 나았지.
고개를 숙였더니 내 대가리만한 맘마통 두 짝이 위용을 발하고 있다.
입 대고 마시라고 친절하게 분홍색 빨대도 달려있어! 와! 가슴!
거기에서 시선을 더 내리면 사람 다리 못지않게 잘 빠진 그녀의 하반신, 하얀 비늘이 반들거리는 뱀의 몸.
그 중에서도 인간의 몸이라면 사타구니가 있어야 할 부분에 나 있는 부자연스러운 한 줄기 선.
저건, 그거겠지?
자세히 들여다보니, 세로로 그어진 선 주변은 다른 부분에 비해 볼록하게 둔덕을 그리고 있었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내 손은 홀린 듯 그 곳으로 향했다.
"음... 역시 잘 모르겠는.... 햐악!!??"
매끈한 비늘 아래 말랑한 감촉이 느껴진다.
백 퍼센트! 이거 보지!!
하반신이 통짜 뱀이라 그런가 질구의 방향이 정면을 향해있다.
음순이 두 겹으로 되어있는 인간과는 달리, 겉 부분의 비늘을 벌려보면 곧장 질벽이 꿈틀대는 것이 보인다.
질척하고 꿉꿉해 보이는 질벽이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야했다!
포식자님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되다는 것 조차 잊은 채, 나는 난생 처음 보는 뱀녀 뷰지를 마음껏 탐했다.
"그... 그만두지 못해!?"
물론 곧장 날아온 꼬리에 뺨을 처 맞고 바닥을 굴렀지만.
"후우...! 흥..!!!"
잔뜩 붉어진 그녀를 보면서도 나는 그 하반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보지를 처음 만져보는 것도 아니고, 난생 처음 보는 비늘 달린 음순이 신기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다만 만지는 순간 알아버린 것이다.
음부가 그냥 존나 크다!!
내가 지금까지 못난 동정 코리아로 남은 것도 전부 내 쥬쥐썬더를 받아낼 수 있는 여성이 없어서가 아닌가.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받아낼 가능성이 있는 뷰지를 발견했다면?
내가 흥분하지 않고 베길 수 있나!
"읏...!!"
그리고 의외지만 가능성이 낮은 것도 아니다.
만약 여기서 그녀의 눈빛이 나를 잡아 찢어죽이겠다는 느낌이었으면, 당장 바닥과 일체화부터 한 다음 빡빡 빌었겠지.
근데 나의 존나 음습하고 강렬한 시선에 그녀는 홍조로 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파란불이다! 더 강하게 의념을 담아 보내보자.
쎅쓰하고 싶다!!! 쎅쓰가 하고싶다!!
"...역시, 너는..."
잠깐 그렇게 대치가 있은 후.
드디어 눈을 먼저 피한 멜리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이리 와..."
쒯!!!!
가자아아아아아아아아!!!!!
노를 젓는 뱃사공의 추진력마냥, 나는 신속하게 일어나 그녀 앞에 붙어섰다.
"하아... 재촉하지 마렴? 누나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니까?"
"누나요?"
안 그래도 그렇게 부르고 있긴 했는데.
"왜, 싫니?"
"아니요, 오히려 더 친근한 느낌이라 좋긴 한데. 몇 살이시길래...헙!!"
씨벌!
이 주댕이를 너무 편하게 풀어줬던 탓일까.
중고동정 색수고수 주세운이 이딴 실수를 하다니!!!?
예로부터 여성의 나이를 묻는 것은 부모를 욕보이는 것과 같다고 했거늘!!
떽! 네 이놈, 세운!!
아무리 궁금해도 그렇지 그딴 말을 쉽게 입 밖으로 싸지르느냐!
이건 시발 분위기 존나 싸 해지면서 '여성에게 나이를 묻는 건 실례란다?' 라는 약속된 대사가 나오는 전개다.
병신 새끼! 분위기 존나 좋았는데 이걸 이렇게 곱창을 내버리네!!
"으응? 나이? 1000살 이후로는 안 셌는데?"
이게 이렇게 곱창이 안 난다고!?
아니 근데 1000살이요?
시발, 생각보다 스케일이 10배는 더 커서 놀랍지도 않다.
"좀 많지...?"
"아...!! 아니요! 아니, 누나! 누가 누나를 보고 그렇게 생각해요? 난 또 나보다 어린데 누나 소리 해야 되나 싶어서 그런거지! 하...하하!"
이걸 살았네, 슈발..!
오히려 어려 보인다는 말에 안 그런 척 하면서도 좋아하는 티가 나는게, 좆 되는 줄 알았는데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예상치 못한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 덕에 거리감은 상당히 줄었다.
그녀도 준비가 끝난 듯 했고.
"흐, 흐흠! 그럼... 시작할게?"
나는 진작에 준비가 끝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