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 가장의 무게, 묻고 더블로 가!
* * *
생전 처음 보는 애기인데, 또 마냥 낯설지만은 않은 느낌이었다.
“빠아... 빠아아...!”
목이 터져라 울어대던 그 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울음을 뚝 그치곤 벌떡 일어나.
나를 향해 아장아장 걸어오기 시작했다.
“빠...으앙..!”
뭐가 그리 급한지, 헐레벌떡 다리를 놀리다 넘어질 뻔한 녀석을 얼른 붙잡아 안고.
그 얼굴을 좀 자세히 들여다봤는데.
“빠아!”
애가 벌써 말도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것 같고, 혼자서 걸을 줄도 아는 걸 보면, 막 어린 애기는 아닌 것 같았다.
검은색의 윤기 나는 머리카락도 이미 어깨까지 자라있어서, 대충 나이를 가늠해 보자면 네 살 정도?
다만, 자꾸 나를 간지럽히는 이 알 수 없는 친근함이 무엇인지는, 도저히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마치, 내 친딸이 아닐까 하는 그런 기분 말이다.
“...어... 등 좀 봐봐...!”
그리고 그 의문은, 아이의 등에 앙증맞게 나 있는,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검은 날개를 보는 순간, 전부 풀려버렸다.
“야, 설마!”
설마 하고 거실로 뛰쳐나가 확인한 셀렌 누나의 알 역시, 껍데기만 남긴 채 바닥에 산산이 흩어진 상태였다.
“빠아!”
시발, 얘가 진짜 내 애라고?
아침까지만 해도 알 속에서 아무 반응조차 없었던?
아니, 얘 엄마는 하피잖아, 근데 왜 애는 멀쩡하게 팔다리가 다 달려있는 거지, 시발?
오히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검은 머리에 검은 날개를 가진, 낙원을 관리하는 여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게다가 뭔, 애가 태어나자마자 이렇게 크냐, 알 크기보다도 덩치가 몇 배는 더 큰 것 같은데.
알 깨고 나오는 장면을 못 봐서 뭐, 알 수가 없네.
“빠아...?”
그보다, 예지 뱃속에 내 애가 하나 들어있다는 걸 안 게 어제인데, 또 하나가 더 생겼어?
가장의 무게에 허리가 휘어버릴 것 같구만!
어질어질한 머리를 붙들고, 안겨 오는 새 딸의 몸을 둥기둥기 해주고 있으려니, 어느새 다가온 예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떡할거야...?”
어떡하긴 시발, 잘 키워야지.
야, 그래도 이미 한 번 당해본 적이 있던 일이라서, 이젠 좀 적응이 됐나 보다.
또 이렇게 누가, ‘세운아, 니 애야.’ 하고 애기 하나 달고 와도, 이제는 눈 하나 깜짝 안 할 것 같은데.
“뭐, 어차피 내가 평생 애 하나만 낳고 살 것도 아니고. 니네 각각 열 명씩은 낳아야 할 텐데, 이 정도로 쫄 순 없지!”
“...농담이지...?”
농담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고!
딱히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얘 같은 경우는, 셀렌 누나한테 워낙 신신당부를 받은 터라, 어설프게 키우기 힘들다.
일단 바르고 건강하게 잘 키우는 건 둘째치고, 아인이라고 차별받지 않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자라야 할 의무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일단, 밥이나 먹자, 예지야.”
“...응... 우리 남편은 농담도 잘하네... 아, 애기 이리 줘...”
그렇게, 태교에 대해 공부하던 우리가, 졸지에 네 살배기 아기를 키우는 법까지 공부하며, 어찌어찌 밥까지 전부 먹은 뒤에.
깨 발랄하게 뛰어놀던 새 딸을 내 품에서 곤히 재우고 나서야, 나와 예지를 포함한 내 모든 여자들이 이 자리에 모였다.
“아니, 퇴근하자마자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이 아이가... 그대와 하피 사이에서 나온 아이라는 게냐...?”
“으음, 언제 나오나 기대하긴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나올 줄은 몰랐네.”
대체적으로는, 갑작스러워서 놀라긴 했지만, 어차피 한동안 진짜 엄마가 되는 건 힘들 테니까 우리 아이라고 생각하고 키우자.
뭐, 그런 반응들이었는데.
“너무 들뜨지 말거라, 이 아이는 아인이기에, 그대들이 기대하는 육아는 힘들 것이니라.”
은근히 기뻐하는 하나와 마망 사이에서, 레이 년이 다짜고짜 초 치는 소리를 해댔다.
“갓 태어난 아이가 벌써 이만큼이나 자랐느니라, 아마 그대들의 예상보다도 이 아이는 훨씬 빠르게 자라겠지.”
그녀의 말에 따르면, 아인의 성장 속도는 인간의 기준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한다.
특히 하피의 경우는 성장 속도가 아인들 중에서도 상당히 빠른 편이라, 성인과 같은 외형이 되기까지는, 일 년이 채 걸리지도 않는단다.
그러니까, 우리 새 딸은 두 달쯤 뒤에는 초등학생이 되고, 반년 뒤에는 중학생, 그 뒤로 세 달이 지나면 거의 성인에 가까운 외형이 된다는 소리다.
“시발, 자라는 속도 실화냐...”
그보다, 그렇게까지 빠르게 자라면, 얘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감조차 안오는구만.
학교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교육조차 힘들 것 같은데.
그런 고민 비스무리한 걸 하는 내 옆에서, 예지가 살짝 손을 들고 끼어 들어왔다.
“...걱정 마... 태교하는 겸... 내가 이것저것 가르칠게...”
잘도 걱정이 안 되겠다.
내가 아까 말 안 했냐, 니는 우리 애 교육에서 손 떼라고.
대체 애한테 뭘 가르칠지, 상상조차 안 간다.
“잠깐, 예지 너 방금 뭐라고 했니...?”
“언니, 우리가 잘못 들은 거예요. 태보라고 했겠죠.”
“...태교... 나 배 속에 아기... 4주...”
그리고, 니 임신한 거, 오늘 저녁에 모두 모인 자리에서 말을 한다고 듣긴 했었다만.
이렇게 폭탄 투하하듯이 까발리면 뒷수습은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그런 내 우려는 금방 현실이 되어, 다른 여자들의 광기 어린 모습이 속속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중심에서, 얼른 [기척 차단]까지 써가면서 우리 새 딸을 끌어안은 채 몸을 피신했다.
“빠아...”
어이쿠, 우리 딸 깼어요?
그러고 보니까 얘 이름도 좀 지어야 하는데, 나는 도저히 애 이름을 잘 지을 자신이 없단 말이지.
어차피, 내일 하나 팀이랑 미팅도 잡혀 있고 하니, 그때 상혁이한테 이름 하나 지어달라고 부탁해 봐야겠다.
그 새끼가 이름 하난 기가 막히게 잘 짓거든.
그렇게, 전쟁터에서 몸을 피한 나를 향해, 방긋방긋 웃음 짓는 우리 딸내미를 끌어안고.
제발 내일 눈을 뜨면 이 사태가 마무리되어있길 기도하며,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예지는 전투 인력도 아니고, 이제 [신성 감지]가 나한테도 있으니까, 임신해도 우리 길드의 전투력 손실은 거의 없는데.
다른 애들은 그게 아니라서, 혹여나 자기도 임신시켜달라고 떼쓰면 곤란하니까.
뭐, 예지야.
니가 잘 좀 설명해라, 믿고 있을게, 나!
* * *
찔꺽! 찔꺽!
“하아앙♥ 세운아...♥”
어림도 없지, 시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를 반겨준 건, 질척한 하나의 보지 팡팡 이었고.
내 품에 안겨있던 우리 딸은 어느샌가, 옆에서 우릴 구경하는 마망의 품에서 곤히 잠들어있었다.
쯔푹! 꾸우웅! 쯔부우욱! 꿍!
“야, 하나야. 우리 오늘 진짜 바쁜...”
꾸우우웅!!
“하으오오오...♥..!?”
내 말을 들어 처먹을 생각이라곤 1도 없어 보이는 하나 년이, 쿵쿵 소리가 울릴 만큼 격렬하게 엉덩이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이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눈앞에서 출렁거리는 두 개의 큼지막한 가슴을 향해, 얼른 손바닥을 들이밀어 세게 쥐었다.
물컹! 물컹!
쯔푸우욱! 즈푸욱!
“하앙♥ ...앙♥! 흐아앙...♥..!!”
“야, 야. 소리 낮춰라. 애 깨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최근에 바빴던 탓에 나랑 전혀 섹스하지 못했던, 이 음탕한 두 여자를 달래줘야겠다 싶어서.
“그... 그대...! 나도 자... 자궁이 열려 버린 게다...!”
...세 여자를 달래줘야겠다 싶어서, 조금 진지하게 섹스에 임하기로 했다.
그렇게.
“옥...♥ 오오옥...♥...!?”
하나 먼저 보내고.
“......♥♥♥...!!?”
마망은 숨도 못 쉴 정도로 박아서 무한 절정에 빠뜨려 준 다음.
“끄홋...♥...!? 끼흐으으으읏...♥..!!!”
자궁을 활짝 열고 있는 레이의 몸을, 뚫어버릴 듯이 박아 댄 후.
부우우우우우욱!!
“헤으...♥ 츕..♥ 츄르읍...♥”
“꿀꺽... 꿀꺽...♥ 아앙♥”
“웁...♥ 우훕...♥ ...꼴깍♥”
세 명에게 공평하게 정액을 먹여주고 나서야, 나의 의무 방어전이 끝난 것이다.
“...흠...!”
예지 너는 나가 있어, 뒤지기 싫으면.
“...너무해...”
뭐, 시무룩한 예지는 일단 제쳐두고.
나는, 내가 의무 방어전이라는 말을 쓰게 될 거라곤 생각조차 못 했거든.
근데, 요새 체력이 튼튼해진 여자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니까, 나도 슬슬 한계가 오더라.
시발, 남자 체면이 말이 아니라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박을 때마다 절정 시킬 수 있을 정도로 자지를 단련해서 돌아와야겠고 다짐했다.
딱 대라, 시발.
* * *
어제부터 누누히 말했듯이, 최근의 나는 존나게 바쁜 상태다.
아침에 벌였던 섹스도, 하기 싫었다기보단 너무 바빠서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 때문에 머뭇거렸던 거고.
특히나 오늘은, 그 바쁜 일 중에서도 특히나 중요한 일정이 잡혀 있었는데.
“세운아, 준비 끝났어?”
바로, 슬슬 KMU에서 탈출하려는 오하나 팀 전원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미팅이 있는 날이다.
“어, 잠만. 애기 옷 좀 입히고.”
사실, 여기에는 좀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
길드가 창설되자마자 사표를 던지고 KMU에서 나온 예지와는 달리, 하나는 본인이 이끌고 있는 팀을 버리기 힘들어했었다.
그래서 팀원들과 상담한 결과, 하나가 나간 뒤에 팀이 공중분해 되는 것을 볼 바에야, 차라리 전부 그녀를 따라 나오기로 의견이 모였고.
상황이 거기까지 가고 나니까, KMU 측에서 지저분하게 그들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하나야 원래부터 내 사람이었기 때문에, 타격은 좀 있겠지만, 나가더라도 굳이 막지 않겠다는 폼을 잡더니만.
그 팀 전체가 하나를 따라 나간다니까, 그제서야 부랴부랴 별의별 약정을 들먹이면서 애들을 겁박해온 KMU 새끼들도, 참.
“빠아!”
“그래 그래, 우리 딸. 안아 줄까?”
거기에, 어떻게 냄새를 맡은 건지, 다른 길드에서도 하나 팀에 침을 발라 대기 시작하면서.
본인들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을 통째로 들이마신 새끼들이 결국 스카우트 싸움을 진흙탕으로 끌고 가 버렸다.
“가자.”
“응!”
그리하여 오늘 내가, 그 싸움을 끝내러 가는 것이다.
“근데, 진짜 신기하네? 어떻게 아빠한테 안겨 있으면 이렇게 의젓할까? 응?”
“아빠가 나잖아.”
“빠아!”
다만, 그 과정에서 문제가 조금 생겼었는데.
우리 새딸이가 나랑 떨어진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팡팡 울어버리더라고.
내가 지 눈에 보이면 딱히 상관이 없나 본데, 어디 사라진다 싶으면 그래 버리니까.
도저히, 집에 두고갈 수가 없어서, 아침에 급하게 공수해 온 애기 옷을 입히고, 이렇게 같이 집을 나서게 된 거다.
그리고, 일하러 가는 건데, 하나가 들뜬 이유도 바로 이것이고.
“이러니까 꼭, 가족 나들이 가는 것 같네? 헤헤.”
“애 엄마는 다른 사람이지만.”
야, 농담이니까 때리지 마라, 애 맞을라.
“흠, 아무튼. 상혁 씨만 우리가 픽업해서 가는 거라고?”
내 팔뚝을 퍽퍽 때리던 하나가, 똘망똘망한 눈으로 바라보는 애기의 눈빛에 헛기침을 하며 손을 거뒀다.
“어, 이미 말도 다 해놨고. 지나가는 길이라 태우고 가기면 하면 돼.”
“흐음, 언제 둘이 그렇게 친해졌대.”
그놈이 원체 붙임성이 좋기도 하고.
또, 하프 걸즈가 우리 길드 소속인 걸 알고 나서부터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연락해오는 바람에, 더 친해진 느낌이 없지않아 있지.
“아무튼, 빨리 가자. 그 새끼 그거, 약속 시간 조금만 늦으면 아주 지랄을...”
“야! 애기 앞에서 욕하지 말라니까!”
아, 쒸바. 진짜 죄송합니다.
“빠아?”
그렇게, 아침부터 주구장창 들었던 내 입버릇에 대한 질책을, 나는 운전을 하면서까지 들어야만 했고.
윤상혁의 집 앞에 도착한 이후로도, 이놈의 씹새끼가 십 분이 지나도록 안 튀어나오는 바람에, 추가 시간까지 받아 가며 혼이 난 것이다.
이, 나의 울분을, 어디에다 풀어야 할까.
“왜 이렇게 안 나오냐, 이 새... 이 친구.”
또 말실수할 뻔한 내 입술을 보며 눈을 흘기던 하나가, 결국은 폰을 꺼내 들었다.
“내가 연락해 볼게.”
하나가 곧장 상혁이 새끼에게 톡을 날린 것 같긴 한데.
지각한 새끼가 거기에 답장을 보내려나.
그런 생각을 했던 것도 잠시.
“아, 답장 왔어.”
“엥? 뭐래?”
칼 같은 그의 답장에 한번 놀라고.
[하프 걸즈 한정판 앨범 받기 전까지 숨 참슴다!!]
“라고 적혀 있는데...?”
내 인내심을 끊어버리는 그 내용에 또 한 번 놀라버렸다.
우리 순수한 딸내미가 지켜보는 앞에서, 또 욕을 할 수는 없으니까.
조심스럽게 폰을 들어, 상혁이 새끼에게 전화를 건 다음.
“상혁아, 강제로 숨 참고 싶지 않으면, 당장 튀어내려 와라.”
아주 다정하게, 요 씹새끼를 불러냈다.
전화 끊고, 1분도 안 돼서 내려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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