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6화 〉 피의 장례식
* * *
금속이 부딪치며 청량한 소리를 낸다.
알렌의 검술은 매끄럽다.
공격을 해야 할 때는 공격을, 수비를 해야 할 때는 수비를.
그야말로 공방일체의 움직임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카앙. 카앙.
매끄럽게 곡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검격들을 나는 단검의 검면으로 흘려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거의 매일, 세리스와의 대련에서 그녀의 매화 검을 흘려냈었으니까. 요즈음 갑자기 수준이 급격하게 높아진 그녀의 매화 검은 흘려내는 것만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 알렌이 펼치는 검술은 솔직히 조금 밍밍했다.
‘이게 전부가 아닐 텐데.’
천재 검사라 불리며 오우거를 단신으로 토벌한 그다. 지금도 충분히 대단하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오우거를 토벌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허리를 노린 강한 베기.
나는 단검 두 개로 막았다. 강한 공격이었기에 뒤로 밀려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과연 오르카가 칭찬할만한 실력이네.”
“그렇습니까?”
“응. 나와 이렇게 치고받을 수 있는 사람은 모험대 내에서도 드물거든. 이건 칭찬이니 기쁘게 받아들여도 돼.”
“아, 예...”
방금 깨달은 건데 저 인간 약간 나르시스트 기질이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저런 식으로 칭찬을 할 리가 없잖아?
“그런 네게 경의를 담아 살짝 진심을 다해보지.”
알렌이 오른쪽 다리를 뒤로 빼며 허리를 숙였다. 검은 가로로 눕혀 찌르기 자세를 취했다.
그래, 역시 그게 전부일 리가 없지.
어떻게 들어오려나.
자세 그대로 찌르기?
거리가 꽤 되는데 자신이 있는 건가?
그 순간이었다.
내 예민해진 감각이 경고의 종을 울려댔다. 옆으로 피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한다.
나는 곧바로 옆으로 몸을 틀었다.
알렌이 빠른 속도의 찌르기가 내가 있었던 자리에 도달했다. 그 속도는 가히 아리엘의 숙부가 보였던 고속이동과 비견될 만 했다.
찌르기는 곧바로 연격으로 전환되었다.
다리를, 허리를, 머리를 검이 노려온다.
흘린다.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방금 보여준 찌르기와는 다르게 연격의 속도는 느렸다. 아리엘의 숙부처럼 쾌속의 검격을 때려넣지는 못하는 모양.
그럼에도 그의 공격을 막는 것이 조금씩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아마 급하게 몸을 트느라 자세가 무너진 탓이겠지.
양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자세가 정돈되지 못할 때쯤 알렌은 다시 찌르기 자세를 취했다.
‘이 거리에서?’
“야 이 미친놈아! 너 지금...”
오르카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알렌의 검이 쇄도해왔다. 나는 급하게 몸을 옆으로 돌리며 양손의 단검을 교차했다. 카앙! 검과 단검 두 개가 부딪친다. 나는 강하게 힘을 줘 검을 밀어냈다.
알렌이 멀리 밀려난다. 강한 찌르기였지만 옆에서 밀어서인지 비껴낼 수 있었다.
알렌이 다시 찌르기 자세를 취하고 내가 자세를 다잡으려고 할 때 커다란 번개가 나와 알렌 사이의 가운데를 때렸다.
“그만! 대련은 중지야.”
오르카가 개입한 것이다. 그녀는 알렌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대뜸 멱살을 잡았다.
“뭐하는 짓이지?”
“너야말로 뭐하는 짓이야! 너 방금 죽일 생각이었지? 미쳤어? 이거 대련인 거 몰라?”
“나는 진심을 다했을 뿐이야. 그래도 될 상대 같았으니까. 그리고 내 예상대로 잘 막아내지 않았어?”
“그래? 좋아. 그럼 그 진심을 다한 대련 나 도 한 번 해보자. 죽어도 괜찮지? 그게 네가 원하던 거잖아?”
오르카는 화가 많이 났는지 그녀답지 않게 격앙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죽일 듯이 노려보는 것은 덤이다.
“오르카, 전 괜찮습니다.”
“네가 괜찮아도 내가 안 괜찮아. 이 자식 방금 널 죽이려고 했다고!”
“안 죽습니다. 꽤 할 만하니까 오르카도 그만하세요. 전 대련 계속하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알렌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할 만하다는 말이 그의 자존심을 건드린 걸까.
“저 녀석도 할 만하다고 하는군? 그런데도 끝까지 방해할 건가?”
오르카는 나와 알렌을 번갈아 쳐다봤다. 입술을 꽉 깨물더니 체념한 듯 한숨을 쉬며 알렌의 멱살을 놓았다.
“그래, 네 맘대로 해. 네가 언제부터 내 말을 들었다고... 그래도 이거 하나만 알아둬. 죽거나 크게 다치면 너나 이 새끼나 나한테 죽는 거야. 알았어?”
“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나는 오르카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전에 있었던 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화냈으니 그녀도 알아서 반성했겠지. 우둔한 여인은 절대 아니니까.
“읏... 됐고 다치지나 마!”
오르카는 고개를 홱 돌리며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저 붉은 귀는 어떻게 못 가리려나?
“...너와 있으면 오르카의 새로운 모습을 자꾸 보게 되는군.”
알렌이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 속엔 미묘한 분노도 섞여있음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몸을 낮추고 찌르기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네가 말한 대로 대련을 속행하지. 괜찮겠지.”
“예. 문제없습니다.”
알렌의 고속 돌진을 이용한 찌르기.
확실히 위협적인 공격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당한다면, 인지했을 땐 이미 배때기에 칼이 꽂혀있을 테니까.
아마 오우거도 저 기술을 응용해 잡았겠지.
그러나 만능은 아니다.
알렌이 고속으로 돌진해온다. 나는 몸을 옆으로 기울이며 검에 꿰뚫리지 않을 정도의 높이로 다리를 들어올렸다.
빠악. 내 다리가 알렌의 복부를 때렸다. 굳이 힘을 줄 필요도 없었다. 알렌이 스스로 부딪쳤으니.
그의 기술의 문제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극단적으로 앞으로 힘을 준 나머지 돌진하는 동안 몸을 제어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
베는 것이 아닌 찌르기를 사용하는 것도 아마 그 탓이겠지. 나는 그 점을 이용해 알렌의 배에 다리를 꽂아넣었다.
“끄헉..!”
알렌의 등이 구부러진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몸을 던져 그의 등에 매달리려고 했다. 그 상태로 목에 단검을 가져다대면 나의 승리니까.
하지만 그런 내 계획은 실패했다.
알렌의 팔꿈치가 내 옆구리를 때렸다. 등에 매달리기 위해 뛰었던 참이었기에 다리는 공중에 떠있었다. 그대로 옆으로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나는 바로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내 가슴을 짓밟는 발 때문에 그러지도 못했다.
내 목에 검이 살며시 닿았다.
위를 올려다보면 숨을 거칠게 쉬는 알렌이 내려다보고 있다.
나는 단검을 내려놓고 말했다.
“졌습니다.”
“...”
항복 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알렌은 검과 다리를 치우지 않았다.
그 상태 그대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야! 졌다고 하잖아. 빨리 안 꺼져?”
어느새 다가온 오르카가 그를 확 밀쳐버렸다. 그는 몇 걸음 뒤로 밀려나더니 오르카를 한 번 바라봤다. 오르카는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이겼으면 된 거 아냐? 더 할 말 있어?”
“아니... 아니야.”
알렌은 그대로 몸을 돌려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그가 나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오르카가 무릎을 꿇고 앉으며 나를 살폈다.
“괜찮아? 어디 다친 건 아니지?”
“맞은 곳이 조금 아프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뭐? 아파!? 어디 봐! 아, 아니 이럴 게 아니지. 빨리 신전에 가자.”
“아뇨 그럴 필요까진 없습니다. 그냥 방금 맞아서 아픈 거니까요. 그보다 대련도 끝났으니 저도 슬슬 돌아가야겠습니다.”
“그, 그래..?”
나는 몸을 일으키곤 먼지가 뭍은 부분을 손으로 털었다. 연무장에서 나와 오르카에게 짧게 목례를 했다.
그녀는 일을 해야 할 테니 모험대관으로 돌아갈 테지.
몸을 돌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떼었다.
“야... 한유성!”
오르카가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화난 건 아니지..?”
그녀의 말에 나는 안심했다.
그날의 일을 반성하고 있구나.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다만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래. 네가 원한다면 알겠어.”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응, 그래. 조심히 들어가.”
그 대화를 마지막으로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 * *
젊은 천재 검사.
붉은 심장 모험대의 가장 커다란 기둥.
꽃미남 검사 등등.
알렌을 가리키는 수많은 수식어들.
지금의 알렌은 그 수식어들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검사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유망주.
하지만 모두의 생각과는 달리 알렌은 천재가 아니다.
범재.
어린 시절 기사를 꿈꿨던 그가 수없이 들었던 단어. 그 단어를 내뱉는 사람은 정해져있지 않았다. 스승. 같이 수련을 받는 동기. 심지어는 부모님까지. 다양했다.
그래도 알렌은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언젠가 이 노력이 보답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물집이 잡힌 손으로 목검을 쥐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평소 게을리 놀던 동기에게 패배한 이후로 깨져버렸다.
세상은 재능이 전부였다.
알렌은 절망했다. 누구보다 갈망해왔으나 재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놓아줘야만 했으니까.
사교의 검은 단약은 그런 그에게 있어 한줄기의 희망이었다.
정말 신기한 약이었다. 그냥 먹는 것만으로 정신이 맑아지고 잘생겨졌으며 몸에 힘이 넘쳤으니까.
완전히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나중에야 안 것이지만 효과가 좋았던 건 알렌이 약에 잘 맞는 체질이었기 때문이었다.
적응 못한 나머지는 다 죽었다나.
뭐, 신경 쓸 건 아니었다.
자신은 약이 잘 맞고, 덕분에 성공궤도에 올랐으니까.
전에 자신을 이겼던 동기를 철저히 박살내고 기사가 되기 위해 모험가업에 뛰어들었다.
모험가로서 성과를 내어 붉은 심장 모험대에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서도 성과를 내어 지크프리트의 눈에 띄었고 이내 그의 총애를 받았다.
모험대의 은 등급으로서의 삶은 기사 못지않았다.
그는 기사의 꿈을 접고 모험가로 살기로 했다.
지크프리트도 그를 총애하고 있으니 어쩌면 그가 은퇴할 때 자신이 이 모험대를 이어받을 지도 모른다.
그러려면 아마 그의 딸인 오르카와 맺어져야겠지. 그도 완전히 타인에게 모험대를 맡기는 건 꺼릴 테니.
당장 오르카는 그를 시기하고 있지만 뭐 어떤가?
언젠가 넘을 수 없는 벽인 것을 깨달으면 저절로 숙이게 될 것이다.
자신의 앞길은 앞으로도 순탄한 탄탄대로.
...그럴 줄 알았다.
사교, 종언의 눈이 무너지기 전까진.
종언의 눈이 무너지고 단약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됐다. 꾸준히 먹던 약을 먹지 않으니 당연히 몸에 남아있던 약효는 약해져갔고, 그의 성장은 정체되었다.
아니, 오히려 퇴화했다.
오늘의 대련에서 그것을 확실히 느꼈다.
“그 자식... 처음 봤을 때는 그 정도가 아니었는데...”
한유성을 처음 봤을 당시 느꼈던 건 호기심이었다. 오르가 유망주라며 그렇게 호들갑을 떨기에 한 번 본 것이었다. 확실히 실력이 좋기는 했다.
당시에는 알렌도 계속해서 강해지는 중이었기에 별로 긴장하지 않았다. 그저 신기하게 쳐다봤을 뿐.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검은 단약이 없는 알렌은 날이 갈수록 약해져가는 퇴물일 뿐이다. 반면 한유성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
어느새 자신에게 닿을 정도로.
한유성에 대한 말이 맞았으니, 오르카가 강해졌다는 말도 진짜일 확률이 높았다.
지금 싸우면 그를 이길지도 모르지.
“빌어먹을 천재 새끼들...”
검은 단약을 얻고 한동안 하지 않았던 말을 입에 담았다. 그는 그 사실을 깨닫고 허탈하게 웃었다.
“젠장, 어쩌다 이런 꼴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든 모험가들의 우상이며 부하들에게 존경받는 모험가였는데.
성공이 보장된 인생이었는데.
전부 무너져버렸다.
약효가 빠질수록 그의 민낯이 드러나게 되겠지. 그를 존경하던 모험가들은 그를 비웃을 것이다. 그를 향한 지크프리트의 총애 또한 사라질 것이고 점차 그의 자리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 자식들은 왜 망해버려서! 그럴 거였으면 시도하지를 말지!”
멍청한 새끼들.
어떻게 범재인 자신보다 무능한가.
“약만... 약만 있으면 되는데...”
그럼... 다시 되돌려놓을 수 있는데...
알렌이 절망에 빠져들고 있었을 때였다.
네가 그놈이 말했던 성공체인 모양이구나.
머릿속으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란 알렌은 주변을 살폈으나, 골목에는 그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호오? 어디서 봤나 했더니 그 고얀 놈이 자던 던전에서 봤던 녀석이로군. 어쩐지 내 마법을 버티더라니.
던전..?
그 단어를 듣고 나서야 알렌은 목소리의 주인을 깨달았다. 마법에 의해 잊혔던 기억이 돌아온 것이다.
목소리의 주인은 그날 던전에서 봤던 이상한 노인이었다.
“다, 당신은 누굽니까..?”
알렌이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던전에서 만났던 노인은 고작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 그를 제압했다.
알렌 따위가 어쩔 수 없는 강자.
두려움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다.
두려워하지 말거라. 난 네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 거니까.
“도움... 말씀이십니까..?”
그래. 사교가 제공하던 약이 끊겨 곤란해 하고 있지 않았더냐?
“...!”
어떻게 그걸 저 노인이?!
알렌은 범재였지만 그리 우둔하지는 않았다. 이내 사교의 배후에는 이 노인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헌데... 고작 그런 약 따위로 만족하느냐?
“무슨 뜻이십니까...?”
네가 원한다면 그보다 더 강한 힘을 줄 수 있다. 한 번 맛보게 되면 약 따윈 쳐다도 안 볼 그런 힘을.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힘을 주겠다는 노인의 말.
그것이 거짓이 아님을 알기에 알렌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게 원하시는 것이 뭡니까?”
그에 노인이 답지 않게 들뜬 목소리로 웃었다.
* * *
한유성의 집.
그곳에서 한 엘프가 비장하게 자신의 의견을 펼치고 있었다.
“더는 이렇게 못 살아! 나도 엘프야 엘프! 다른 주인들이 그러는 것처럼 아끼란 말이야!”
평소처럼 거리를 거닐다가 우연히 듣게 된 것이다.
다른 주인들이 엘프 노예를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그들은 수인 노예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건 수인 노예의 취급이었지 엘프 노예의 취급이 아니었다.
그 순간 아리엘의 억울함이 폭발했고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아리엘을 보며 유성은 턱을 쓰다듬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뭘 어째주길 바라는데?”
“일단 그 벌부터 멈춰! 그리고 당장 나한테 그 기분 좋은 짜릿함을 느끼게 해! 안 그럼 엘사모에 제보할 거야!”
같잖은 협박에 유성은 피식 웃었다.
그가 웃는 모습에 무언가 잘못됐음을 깨달은 아리엘이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아리엘 오랜만에 운동 한 번 할까?”
“우, 운동? 갑자기?”
“갑자기는 아니고, 일단 방으로 들어와 볼래?”
유성이 아리엘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리엘은 밖으로 냅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것이 상황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순순히 유성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아리엘이 들어오자 유성은 빗장으로 문을 잠가버렸다.
“무, 문은 왜 잠가...?”
“문은 평소에 벌 받을 때도 잠갔잖아? 뭘 새삼스레.”
“아 그, 그랬지...”
“쓸데없는 소리 말고 옷이나 벗어.”
“으.. 응..”
아리엘은 빠르게 원피스와 속옷을 벗어 침대 옆에 예쁘게 접어놓았다.
하는 걸 보니 그냥 벌주고 끝내려는 것 같은데, 그냥 순순히 벌 받고 끝내자.
그러나 그녀의 예상과는 다른 것이 있었다.
아리엘이 벗는 걸 보더니 유성도 바지를 벗은 것이다.
“꺄악!?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아리엘이 손바닥으로 눈을 가렸다.
“아리엘 눈 가리지 마.”
“너, 너... 바지는 왜 벗은 거야...?”
“눈 가리지 말라고. 내가 꼭 명령을 해야겠어?”
“으으...”
단호한 말에 아리엘은 천천히 손을 내렸다.
유성은 침대에 누워있었다. 하반신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로.
그의 자지가 천장을 향해 곧게 서있었다.
“아리엘 우리 스쿼트나 한 번 할까?”
유성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아리엘은 소름이 돋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