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3화 〉 오르카
* * *
“내가 진짜 어쩌다 이런 놈한테 반해서는...”
어깨를 깨물 만큼 깨물어 짜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오르카가 투덜거렸다. 그 귀여운 모습에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러게, 왜 이런 놈팽이한테 반하셨을까?”
“...아무래도 안 되겠어. 한 번 더 깨물어야...”
“그건 안 되지.”
쪽.
더 깨물리기는 싫었기에 오르카와 입을 맞췄다. 혹시 혀도 깨물리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그녀는 받아주었다.
혀를 뒤섞다가 떼어내자 나와 그녀 사이로 하얀 실선이 이어졌다.
“움직일게.”
“...응.”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빠르게 움직일 필요는 없다. 자지로 보지를 쓰다듬는다는 느낌으로 움직이면 충분하다.
“후으... 흐... 읏...”
오르카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더니 야한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평소의 차갑고 도도한 모습과 다른 그 괴리감이 그녀를 더 사랑스럽게 만들었다.
“흣... 보지마..”
정작 본인은 부끄러운지 고개를 홱 돌려버렸지만.
음, 그러면 더 좋은 약점을 드러내는 꼴인데.
나는 그녀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댔다.
귀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예민한 부위이다. 그 예민한 느낌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불쾌한 감각을 주느냐 혹은 척추가 찌릿 거릴 쾌락을 주느냐가 결정된다.
쾌락을 주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혀에 침을 빼고 건조하게 만든다. 귀에 침이 묻으면 상대가 불쾌해할 수 있다.
그리고 건조한 혀를 움직여 귓가를 핥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혀가 귀에 닿을 듯 닿지 않아야한다는 거다. 귓가의 솜털을 핥아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거기에 혀를 귓구멍에 넣지 않고, 귓구멍을 핥는 소리를 극대화시키기만 한다면...
“히이익?!”
이렇게 멋지게 성공할 수 있다.
“야, 야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귀에서 혀 안 빼?!”
오르카가 팔을 마구 휘두르며 날 떼어내려고 들었다. 그러나 맥아리가 영 없는 것이 힘이 잘 안 들어가는 듯했다.
‘그거야 당연하지.’
강렬한 쾌감이 아닌 간지러우면서 찌릿찌릿한 느낌은 몸에 힘을 주기 힘들다.
물론 진짜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는다는 경우에 한해서. 이 말은 지금 오르카는 저리 행동하면서도 마냥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섹스를 하면서도 솔직하지 못하다니.
조금 괘씸했기에 벌을 주기로 했다.
양손의 검지를 그녀의 젖꼭지에 올리고 살살 돌리기 시작했다.
“흣... 으으... 자, 잠깐만...”
그러면서도 허리는 계속 움직였다.
귀두 끝은 그녀의 반응이 가장 좋은 곳을 찾아 쓰다듬는 중이다.
이렇게 귀, 가슴, 보지 전부를 골고루 자극하다보면 작은 자극이 쌓이고 쌓여 클라이맥스가 올락말락 하는데,
바로 그때.
“사랑해.”
달콤한 말을 귓가에 속삭여주면.
“하으으으...! 으으으으읏..!!!!”
케이크 먹듯이 쉽게 오르카를 보내버릴 수 있다.
오르카의 허리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하며 들썩거렸다.
가버린 직후에는 예민할 것이 분명하기에 나는 허리를 멈추고, 그녀의 귀에서도 혀를 뺐다.
오르카의 가버린 표정은 어떨까.
살짝 기대하면서 얼굴을 봤는데...
“흐윽...”
...충혈된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 상황에는 나도 상당히 당황하고 말았다.
‘왜 우는 거지?’
처음이었지만 아프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럽게 배려해주며 섹스의 기분 좋음을 느끼게 해준 건데..?
여자들 중에는 첫 경험의 트라우마 때문에 섹스를 기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난 굉장히 잘 리드한 편에 속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울 이유가 없었다.
“오르카? 왜 우는 거야? 혹시 나랑 섹스한 게 싫었어?”
“그런 거 아니야 멍청아!”
그녀가 소리까지 지르며 강하게 부정했다.
그게 아니라니 다행이다.
“그럼 왜 우는 거야?”
다시금 우는 이유를 묻자 또 울컥하고 올라왔는지 그녀는 팔로 눈가를 가리며 중얼거렸다.
“...분...”
“응?”
“아직 3분도 안 지났는데...”
아 이런.
‘설마 자기가 조루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게 오해할 만 하긴 하다. 아니 무조건 오해하지.
경험도 없는 사람이 처음 하자마자 3분도 안 돼서 싸버렸으니까. 심지어 파트너는 흥분한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는데.
‘씁... 이건 고려 못 했네.’
그동안 이상하리만큼 절륜한 여성들과 관계를 맺어서 그런가?
빠르게 절정한 상대의 기분을 배려 못 했다.
‘아니, 솔직히 그걸 어떻게 생각해. 세리스나 카라는 절정하고 1분도 안 돼서 바로 덤벼드는데.’
게다가 요즘은 아무리 노력해도 세리스를 3분 안에 못 보낸다.
천마방중술인가 뭔가 이상한 기술을 배워와 가지고..
그거 내가 분명 배우지 말라고 했는데.
생각하니까 화가 난다.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사고를 하다 보니 엉뚱한 생각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나는 정신을 다잡았다. 일단 오르카를 먼저 달래야지.
“오르카? 무슨 생각하는지는 알겠는데 이건 네가 생각하는 그거 아니야.”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줄 알고?”
“직설적으로 말은 못하겠는데 일단 아니야. 네가 그렇게 된 건 내가 템포를 너무 빠르게 해서 그래. 원래 평범한 남자도 경험 많은 여자가 허리를 막 흔들면 바로 싸거든? 그런 거야. 넌 극히 정상이니 걱정 안 해도... 왜. 또 왜 그런 눈으로 봐.”
오르카는 처녀막을 막 뚫었을 때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내가 왜 이런 남자를...”
“자꾸 그런 소리하면 아무리 나라도 마음이 아픈데.”
“아프던가.”
“마음이 아프면 정이 떨어지지.”
“...”
“...”
“...미안해.”
오르카가 쥐꼬리만 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작은 목소리도 지적하면서 놀리고 싶지만 참았다. 대신 다른 걸로 놀리기로 했다.
“미안하다는 말로는 부족한데.”
내 말에 오르카의 입술이 우물쭈물 거리더니 결국 열렸다.
“사, 사랑해.”
“그건 당연한 거고. 다른 거 더 없어?”
“어? 다, 당연히 있지. 그러니까... 그...”
오르카는 당황해하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어떻게든 날 만족시킬 만한 말을 찾으려고 저러는 모습이 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면서도 솔직히 좀 웃겼다.
“됐어. 장난이니 그렇게 진지하게 굴지 않아도 돼.”
그제야 오르카의 표정이 풀린다.
나는 픽 웃으며 자지를 빼기 위해 허리를 움직였다. 반쯤 뺐을 때 돌연 오르카의 다리가 내 허리를 휘감아왔다.
“오르카? 이러면 못 빼는데?”
“왜 빼려고 하는데? 아직 딱딱하잖아.”
“아니, 너 갔잖아? 한 번 더 할 수 있어?”
“...바로는 안 돼. 그래도 조금만 있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넣은 채로 있어.”
“알았어. 그러지 뭐.”
이런 일은 익숙했기에 쉽게 수긍하고 옆으로 돌아누웠다. 정상위 자세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으니까.
“...”
“...”
침묵이 흘렀다.
어색한 침묵은 아니다.
우리 둘 다 말하는 대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만 바라보고 있다가 오르카가 먼저 침묵을 깨었다.
“한유성.”
“응?”
“난 붉은 심장 모험대를 재건할 거야.”
“응.”
“지금은 궁전마법사 신세지만 어떻게든 재건해낼 거야. 그건 우리 아빠가 평생에 걸쳐 만들어낸 거니까. 아빠의 인생이나 다름없으니까. 딸인 내가 이어받아야 해.”
“넌 충분히 해낼 수 있어. 능력 있는 여자니까.”
“그리고 널 사랑할 거야. 비록 네가 빌어먹을 바람둥이 자식이지만.”
“알고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그것도 그렇지. 애초에 내가 네 바람 상대이기도 했고.”
“그렇지.”
“어쨌든 나는 붉은 심장 모험대의 모험대장이면서 네 연인이 될 거야. 둘 중 하나도 포기 못 해. 둘 다 가질 거야. 더는...”
오르카가 내 품에 꽈악 안겨오며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것도 잃지 않을 거야. 절대로.”
품에 안긴 그녀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너도 맹세해. 절대 내 곁에서 멀어지지 않겠다고.”
가장 소중했던 사람을 잃은 상처 때문일까.
예전에는 그렇게 커보였던 사람인데 이젠 작아 보인다.
품에 안아 안정시켜줄 수 있을 정도로.
“맹세해. 언제든 네가 원할 때면 네 곁으로 달려갈게. 힘들 때면 언제나 품을 빌려줄게.”
나는 두 팔로 그녀를 안았다. 팔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몸은 너무나 부드럽고 연약...
“맹세한 거다? 어기면 죽어?”
...?
“뭐야 그 표정은. 설마 이제 와서 맹세한 걸 없던 걸로 하자는 멍청한 소리를 지껄일 건 아니지?”
“난 네가 우는 줄 알았는데.”
“하! 내가 그렇게 쉽게 우는 여자로 보여? 가족을 잃은 정도의 일이 아니면 절대 울 일 없거든?”
“...아깐 조루인 줄 알고 울었잖아.”
“...!”
오르카의 얼굴이 터지기 직전 화산처럼 새빨개졌다.
부끄러운 건 아는구나?
“네, 네가 그건 당연한 거라며! 네가 빨리 움직였으니 어쩔 수 없던 거였잖아!”
“알았어. 진정해.”
“시끄러! 입 다물고 몸이나 돌려!”
“몸? 몸은 왜...”
나는 의아해하면서도 그녀가 원하는 대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여성상위 자세인 기승위 자세가 만들어졌다.
의도를 이해하게 되니 그냥 헛웃음만 나왔다.
“뭐야, 빨리 가기 싫어서 직접 움직이려고 한 거였어? 어지간히 충격이 컸었구나?”
“...날 놀리는 걸 보니 확실히 많이 크긴 했어 한유성. 옛날에는 내 말 한 마디에 꼼짝도 못하고 밤새서 서류작업을 했었는데 말이야.”
“언제 적 이야기야.”
“하지만 그 여유가 언제까지 갈까? 한 번 시험해볼래?”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뭔가... 읏?!”
자지에서 찌르르 거리는 느낌이 올라왔다.
뭐지?
오르카는 아직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애초에 그녀가 열심히 움직인다고 한들 내게 이런 쾌감을 줄 수 있을 리가 없다.
‘잠깐... 찌르르..?’
불현 듯 불안한 생각이 떠올랐다.
“...오르카. 아니지?”
오르카의 눈매가 곱게 휘었다.
“어떻게 한 건지 깨달은 모양이네. 네 생각이 맞아.”
“오르카, 아니야. 이건 진짜 아니야.”
“왜애? 너 색다른 거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그래서 이렇게 뻥 뚫린 것에서 야외섹스까지 했잖아?”
“색다른 수준이 아니잖아. 이건 잘못하면 자지가 타버려. 전기 통구이가 되어버린다고.”
“괜찮아. 내가 잘 조절할게. 나 오르카야. 나 믿지?”
오빠 믿지? 와 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오르카.
그녀는 기어코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켰고, 나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평생 경험해보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후 나는 한동안 그녀와의 섹스를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