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9화 〉위선자인가? (79/314)



〈 79화 〉위선자인가?

“사람 목숨 그렇게 귀한  아는 사람이 지난번에 딕슨 패거리 죽일 때는 입다물고 있었어요?”
“그, 그건⋯⋯.”



씨발 위선자 같은 년. 너 잘 걸렸다.

“말문이 막히셨네? 할 말 없으면 비키시지.”


가까이 다가서니 페이드가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이 이상 접근하면 칼을 뽑겠다는 의사 표현에 멈춰 섰다.

“디, 딕슨 패거리는 나한테도 자꾸 추파를 던져대서 짜증이 난다는 생각에 말리지 않았지만  그때 당신들을 말리지 않은 내 행동을 몇 번씩이나 후회했어.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야. 적어도  눈앞에서 사람을 죽이는 건 막겠어!”

지랄 났다. 아주 성인군자가 따로 없다.

“그 새끼가 진짜로노예상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니까 죽이는 건 막겠다?”
“그래!”
“만약 진짜 노예상이면 어떻게 할 건데?”
“⋯⋯. 그때는 시티가드에게 넘기면 되겠지.”
“시티가드가 이놈의 조직원들에게 뇌물을 받고 풀어주면 어쩔 건데?”
“뭣⋯.”
“그렇게 풀려나서 조직원들을 끌고 나에게 와서 보복하면, 그때는 네가 책임질 거냐?”
“⋯⋯.”



말이 없다.

없을 수밖에 없겠지.

이런 입바른 소리나 하는 멍청이들은 대체로 나중 일까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당장 자기 도덕심이 시키는 대로 한다.


자기 마음이 편해지자고 남들에게 자기 사상과 행동을 강요한다.


그래놓고 일이 잘  풀리거나 문제가 생기면 자기는 좋은 일을 하려다 그랬다면서 위로받기를 원하는 병신들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의 이기적인 인간들이다.

“남의 일에 끼어들지 말고 빠지시지?”
“크읏⋯.”


페이드가 아랫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다시  노려봤다.



“아니, 역시 안 돼. 내가 책임지고 이 남자를 지켜보겠어.당신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지.”
“뭔 말 같지도 않은⋯. 그쪽을 내가 어떻게믿,”
“한성아.”
“로인? 왜?”

옆에서 듣고 있던 로인이 내 소매를 잡으며 말리더니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일단 여기서는 양보하자. 여기서 죽였다가는 시체 처리하기도 곤란하고 시티가드들이 봐버릴 거야.”


로인의 말도 일리가 있다. 조금 고민하고 있으니 옆에 있던 나탈리야가 페이드에게 말했다.



“그 남자는 손발이 다 망가졌어요. 어디에 둘 생각이죠?”
“이, 일단은 저의 집에다 데려다 놓을 생각인데요.”


우리도 집이 없는데 집이 있어?



“그러면  집에 같이 가서 보겠습니다. 그 남자가 일어나서 사라져 버리면 저희 목숨이 위험하니 그 남자를 어디에 두는지는 저희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으, 으음⋯⋯.”



나탈리야의 제안에 페이드가 불편해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모르는 사람들, 그것도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악질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주소를 알려주기 찝찝한 모양이지만 이내 거절할만한 명분을 떠올리지 못했는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습니다.”

페이드는 함께 하던 상인들에게 의뢰 비용을 미리 받은 건지 그대로 헤어져서 노예상을 짊어진 나뭇가지로 만든 썰매 같은 것을 끌고 동쪽 성문에 들어섰다.

역시 경비병들의 눈에도 특이하게 보였는지 페이드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뒤에  사람은 뭐요?”
“길에서 발견한 사람인데 다쳐서 의식을 잃은 상태이기에 데려왔습니다.”
“신분증은 있었소?”
“네 품 안에 있었습니다.”
“흠, 알겠소. 통과.”



느릿느릿하게 걷는 페이드를 뒤따라 걸었다. 뺨에 땀이 흐르는 것이 보인다.


성인 남성 하나를 끌고 가는 것이다. 힘들 수밖에 없겠지.


아마 그 숲에서 여기까지는 호위 중이던 상단의 마차에 싣고 온 모양이지만 여기서는 직접 끌고 가야 하니 체력의 소모가 상당할 것이다.

왜 굳이 저런 고생을 사서 하는 거지?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꼴을 볼 수 없다고?

자신과 연관도 없는 사람이 죽는 게 뭔 상관이란 말인가. 이런 거친 세상에.

그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다니 어느새 중앙 광장에 가까워졌다. 동쪽 거리에서 중앙 광장 근처라면 테르미아가 있는 곳이다.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싶어 거리 건너편의 양복점 쪽을 살펴보니 가게의 문 유리를 닦는 테르미아의 뒷모습이 보여왔다.

역시 엄청난 엉덩이다.

내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몸을 돌린 테르미아와 눈이 마주쳤다.

테르미아가  나지 않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해왔다. 얼굴도 살짝 붉어졌다.

크흐흐. 귀엽기는.

나도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해줬다.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못 볼 것 같고. 내일 아침에 한번 보러 가야겠다.


아직 옷도 완성이 안 된데다가 테르미아의 보지로 한 번밖에  쌌으니까!


“페이드씨집은 어디입니까?”
“남서쪽 거리에 있어요⋯.”
“멀기도 하네. 피곤해 죽겠는데 웬 이상한 사람이 꼽사리를 껴서는 쯧쯧.”


뒤에서 다 들리게 투덜거리며 꼽을 준다.


그게 기분이 나빴던 건지 썰매를 매단 끈을 움켜쥐고 있던 페이드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크크. 내가 저 여자를 화나게 했다! 나는 감정을 조종할 수 있다!

“빨리빨리  가시죠. 우리는 밤새워서 걸어온 탓에 굉장히 피곤하거든요? 한시라도 빨리 가서 자고 싶은 마음인데 누가 쓸데없이 너스레를 떨어주신 덕에 목숨을 노리는 자가 살아있어서 굉장히 불안하니까요?”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걸 쓸데없다 하지 마세요⋯!”
“뉘예~ 뉘예~ 알겠쯉니다~”
“으득!”


내 비아냥거림에 페이드가 이를 꽉 깨물며 뒤를 돌아봤다. 몸을 살짝 돌렸는데  때문에 노예상을실은 썰매에 발이 꼬여 휘청거렸다.


“페이드씨발조심하세요~”
“앗!”



가까스로 넘어지지 않고 자세를 버텨낸 페이드가 나를 노려보고는 다시 앞을 보며 걷기 시작했다.

쳇, 그냥 그대로 뒤로 넘어져서 대가리가 깨졌으면 골목으로 끌고 가서 둘 다 죽이는 거였는데.


그렇게 뒤따라 걸으며 끊임없이 잔소리하고 투덜대니 어느새 페이드의 집에 도달했다.


남서쪽 성문에 가까운 위치에 존재하는 골목 속의 작은 집이다.

문 앞에 도달한 페이드는 구슬땀을 흘리며 우릴 돌아봤다.


“저의 집 위치는 확인했으니까 이제 됐죠? 그만 돌아가 주세요.”
“아뇨, 집 안까지 봐야죠. 자기 집인 척 거짓말한 거고 우리가 사라지면 다른 데로 갈지 어떻게 알아요. 빨리  여세요.”


네 녀석의 집 안을 흙발로 밟고 들어가 주지. 이 개 같은 년.


내 재촉에 페이드가 한숨을 푹 쉬고 품에서 열쇠를 꺼내더니 집 문을 열었다.

“여는 거 확인했죠?”
“침대든 어디든 눕히는 것까지 확인하겠습니다.”
“어디까지⋯⋯!”
“꼬우면 남자 내놓으세요.”


짜증을 내려는 페이드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꼬우면 그냥 편하게 넘기세요. 저도 그쪽이랑  연관되기 싫어요. 아까도 말했듯이 지금 밤을 새워서 굉장히피곤한 상태고요.”
“⋯⋯. 들어오세요.”


약간 곰팡내 같기도 한 꿉꿉한 냄새가 반겼다. 내부는 탁자 하나 있는 거실에 두 개의 방이 보였다.

마지못해 우리를 집안으로 들인 페이드는 남자를 한쪽 방에 있던 침대위에 올렸다.

“혼자 사나요?”
“그건 뭐하러 물어보죠?”
“앞으로도 매일 한 번씩 찾아와서 확인할 겁니다. 근데 왔는데 문이 잠겨있거나 하면 곤란하니까요.”
“뭣, 매일매일?”
“당연한  아니에요? 치료되고 정신을차리고 나면 도망칠 텐데. 당신이 무책임하게 그냥 풀어줘 버리기라도하면 곤란해지는 건 우리인데?”



그렇게 말하면집안을 샅샅이 둘러봤다. 뭔가 이상한 게 없는지 말이다. 나도 이런 곰팡내 나는  오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치도 없다.


하지만 기회를 봐서 저놈을 죽이든가 어떻게든 해야 한다.

그러려면 여기 자주 오는수밖에 없겠지.


“⋯⋯. 예. 혼자 삽니다. 돈은 많이 벌어놔서 한동안은 일은 쉴 거니까 어지간하면 집에만 있을 예정이에요. 됐어요?”
“혼자사는데 집에 침대는 두 개입니까?”
“⋯⋯.”


방이  개. 방마다 침대가 있다. 혼자 사는데  침대가  개나 필요하지?



“원래는 아버지랑 살았었는데 지난달에 돌아가셔서 그래요! 됐어요?!”



페이드가 갑자기 화를 냈다.

여기서 탈룰라 각을 본다고?


하지만 사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난 지금 이 여자가 굉장히 짜증 나니까.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해했습니다.내일 점심쯤에 와보겠습니다. 나탈리야. 로인. 가자”



페이드의 곰팡내 나는 집에서 빠져나왔다.


이제 돌아가서 한숨 푹 잔다음 나탈리야와 로인과 3p를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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