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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2화 〉그녀는 일류 마피아보스예요. (92/314)



〈 92화 〉그녀는 일류 마피아보스예요.
해가 저물고 도시에 그림자가 드리울 무렵, 로인이 돌아왔다. 침대 구석에 실신해 쓰러진 나탈리야를 발견한로인이 음흉하게 웃었다.


“다녀왔어~ 뭐야, 벌써 한차례 했나 보네?”
“로인! 고생했어.”
“아직 세울 있는 거 맞지? 피곤하다고 못 한다 그러면 서운할 것 같은데~?”
“그럼! 하루종일 할 수도 있어!”
“어쩜,멋져라.”

옷을 벗은 로인과 함께 욕실로 들어가 씻은 뒤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근 채 품에 안긴 로인의 커다란 가슴을 주물렀다.

으음, 머리가 잘 돌아간다.



“어때? 약혼자는 봤어?”
“꺄흥, 만지는 거 너무 야해. 얼굴은  봤는데 이름이랑 사는 곳 위치는 알아냈어. 내일 한번 보러 갈래?”
“흐음⋯. 이름이 뭔데?”
“하응⋯. 파라시라는 이름이었어.”

파라시, 파라시라⋯.


얼굴은보지 못했다고 했으니  눈으로 얼굴을 확인하고정말로 게르미의 약혼자가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놓고 찾아가서 약혼자가 맞냐고 물어봐?

아니지, 그건 안 돼.

우리가 파라시와 접촉한 사실이 게르미의 귀에 들어간다면 녀석은 우리를 경계하게 될 것이다.


쓸데없는 경계심을 사면 일을 그르친다.


그러니 우리의 정체를 들키지 않고 게르미의 약혼자인 것을 확인해야 한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미행할까? 접촉할까?

신중하게 진행하는 게 좋겠지.



“미행하면서 생활 패턴을 파악할 필요가 있겠네.”
“하응⋯. 미행?”
“응.”


미행하면서 생활 패턴을파악하고 우연을 가장해서 접촉하고 친분을 얻는다. 그다음 정보를 수집한다.

게르미가 우리의 뒤통수를 때릴 없게,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그녀를 내 것으로 만들 방법을 모색한다.


일단은 그거면 충분하겠지.


“내일은 용병 길드 들렀다가 페이드, 게르미를 한 번씩 만나보고 나서 파라시라는 녀석을 미행해보자.”
“용병 길드? 아, 의뢰보고 해야 하지?”
“응. 로인이 같이 가야 하니까. 내일 가서 보고 하는 김에 파티 등록도 해버리자.”
“응. 그게 좋겠네. 그러고 나면 페이드의 집에  거야?”
“아니, 우선 게르미부터 만나고.”
“게르미한테 용무가 남았던가? 검은 달이 도시에 들어오면 그쪽에서 먼저 우리한테 알려주기로 한 거 아니었어?”
“혹시 모르니까 우리가 먼저 찾아가서 한번 확인해 보자. 그리고 검은 달 조직원들의 얼굴을 아는 녀석이 있다면 데리고 페이드의 집으로 가는 거야. 제삼자가 찾아와서 노예상 녀석이 검은 달의 조직원이라는 걸 증언해주면 페이드도 우기지는 못하겠지.”



게르미를 만난 순간부터 페이드의 집에 있는 노예상을 죽일 필요는 없어졌지만 그래도 마음에 안 든다.

나는 페이드 녀석의 위선을, 아버지를 구하지 못한 자신의 죄에 대해 속죄하고 싶다는 그 역겨운 위선을 부수고 싶다.


현실에 타협하고 무너지는 꼴을 보고 싶다.

그러니까 페이드가 노예상을 포기하게 만들 것이다.


녀석의 고생을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다.

고귀한 척하지 마라. 네 녀석도 결국은 평범한 인간이다. 이 세상에 무결하고, 완전한 인격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모두 더러운 존재다.

페이드 너는 마치 자신이 고행자라도 된 양. 쓴맛을 느끼면서 도취하고 있을 뿐이다.


웃기지도 않아.
사람이 사람을 속이고, 빼앗는 건 당연한 거다.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당연한 거다.


욕조에 담긴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

늦은 아침, 다른 말로는 이른 점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시간.

이 시간대의 용병 길드는 사람이 적거나 혹은 아예 없다.


즉, 접수원인 엘리나가 한가해지는 시간이다.


“안녕하세요~”
“어머, 오랜만에 뵙네요. 한성씨.”
“오랜만이요? 스톤이터 의뢰받을 때 뵀으니까 이제 5일째인데요?”
“아, 아~ 맞네요. 그렇네요. 호호.”

내 말에 엘리나가 잠시 당황했다가 급하게 서류 더미를 뒤졌다.

“스, 스톤 이터의뢰라⋯⋯. 으흠, 으흠, 아, 여기 있네요. 특이 사항 있었나요?”
“아니요. 딱히  없었어요. 아 그리고 부탁하셨던 거는  챙겨놨는데요.”
“부탁해놨던 거요?”


엘리나가 눈을 끔뻑 끔뻑거렸다.


그녀의 행동에 나 또한 순간 스톤 이터의피를 부탁받은 게 내 착각이었나 싶었다.

아니, 이 사람 진짜 연기력이 너무 좋아서 나도 속을 지경이다.

“스톤 이터의 피요. ‘그거’에 필요하다고 챙겨달라 하셨잖아요. 지난번 알처럼 저녁에 받으러 오신다고.”
“그거⋯⋯. 아, 아~ 맞다. 맞다. 깜빡했네요. 워낙  때문에 바쁘다 보니까 정신이 없네요~ 호호.”


엘리나가 경직된 미소로 웃었다.

“미소타 여관으로 저녁에 찾으러 오신다고 했죠? 준비해놓을게요. 아, 그리고 로인도 파티에 등록하고 싶은데요.”
“이 서류를 작성해주시겠어요?”

엘리나가 건네준 서류에 써넣어야 정보들을 적어주고는 반납했다.

“나탈리야님이 1등급이시고 로인씨가 3등급, 한성씨가 5등급이니까 평균은 3등급 맞죠?”
“네⋯⋯?”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뭔가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저 4등급이잖아요.”
“네? 아⋯. 맞다. 제가 정신이 없어서 착각했네요. 죄송해요. 그러면 한성씨가 4등급이면 파티 평균은 2등급이네요. 네, 등록됐어요. 그 외에 다른 용무는 없으신 거죠?”
“네.”


좀 더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은 정신없는 상태인 듯하지만, 딱히 피곤해하는 상태가 아닌지라 가드도 탄탄할 것 같고, 옆에 나탈리야와 로인이 있으니  나게 행동하기도 그렇다.

거기에 검은 달 때문에  바쁘게 돌아다녀야 한다.
저녁에 시간이 있으니 그때를 기약하도록 하자.


용병 길드에서 빠져나와 광장을 지나쳐 남서쪽 거리로 향했다.


게르미의 조직이 검은 달의 아르파곤 지부를 차지하겠다고 했으니 그곳으로 가면 게르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검은 달의 아지트 근처로 오니 어제 로인을 성추행하려던 삼인조 중 처맞은  명이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게 보였다.

“으, 턱 맞을 때 잘못 맞았나. 이빨 존나게 아프네.”
“난 아직도 머리가 돈다. 무슨 발차기가 그렇게 빠르던지.”
“오, 어제 그새끼들이네.”
“히익!”

아는 척을 하며 들이대니 녀석들이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이 새끼들 처맞더니 교육이 됐구나?”



로인 또한 훌륭한 예절 치료(물리)사였던 모양이다.  대씩 처맞으니  다 없던 예의가 생겼다.


역시 내 여자!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난 로인의 재능을 고블린 사냥 때부터 일찍이 눈치채고 있었다!

고블린들을 철(수리검)들게 하던 그 모습을 기억한다!



“어,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저희가 감히 실력자들을 못 알아보고!”
“알면 됐어. 병신 새끼야. 게르미 안에 있어?”
“읏⋯⋯.”

면상에 대고 욕 한 바가지를 퍼부어주니 양아치의 미간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어쭈, 이 새끼 예의 주입(물리)이 덜 됐나?



“표정이 왜 그러냐?”
“네?”
“표정이 왜 그렇게 좆 같냐고.  처맞고 싶어서 그래?”

로인한테 맞고 싶은가 보지?

내 말에 녀석이 로인을힐끔 바라보더니 비굴하게 웃으며 굽실대기 시작했다.



“아, 아닙니다. 게르미님은 2층에 계십니다.”
“진작 그렇게 했어야지. 앞으로도 표정 관리 잘하자 알겠지?”



탁탁. 어깨를 두드려 주며 건물에 들어가 1층의 양아치들을 지나쳐 2층으로 올라갔다.


“게르미 있냐?”
“엉?”

 갑작스러운 방문에 소파에 앉아있던 게르미가 눈을 똥그랗게 뜨며 바라봤다.

“무슨 일이지?”
“좀 물어볼  있어서 들렀다. 혹시 오늘은 검은 달에서 찾아온  없었지?”


내 질문에 게르미가 김빠진 듯한 표정으로 소파에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뭐야. 그거 때문이야? 오늘은 없어. 도시로 들어오는 6개의 성문은 전부  부하들이 감시하고 있어. 검은 달과 관련된 녀석들이 들어오면 바로 알려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렇다면 다행이고, 혹시 여기 지부에 있던 녀석들 얼굴을 잘 아는  없어?”
“아르파곤 지부 조직원들의 얼굴을 잘 아는 녀석?”

내 질문에 게르미가 설명을 요하는 표정을 지었다.


“응. 어제 말했던 페이드라는 용병의 집에 있는 녀석을 죽이고 싶은데 아무리 검은달의 조직원이라고 말해도 페이드가 우리 말을 믿지를 않는단 말이야. 그러니까 제삼자가 말해주면 믿지 않을까 싶어서.”
“흠, 입구를 지키고 있는 토마스를 데리고 가.  녀석이 이 동네 마당발이라 어지간한 얼굴은 다 알고 지내니까.”
“시원시원하니 좋구만. 알겠다.”



네고 없는 쿨거래라 마음에 든다.

곧바로 건물 입구로 벗어나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해오는 양아치들을 불렀다.

“너희들 중에 토마스가 누구냐?”
“저, 전데요. 무슨 일이신가요?”


토마스는 어제 몽둥이를 들고 로인을 건드리려고 했던 병신이었다.


“쯧, 네가 그렇게 얼굴을  외워?”
“아, 그냥 동네 사람들 얼굴 알고 지내는 정도입니다.”
“검은 달의 아르파곤 지부 직원들 얼굴은 다 알아?”
“아, 네. 뒷골목에서 양아치  하려면 검은 달 조직원들 얼굴은 알아야 문제가 안 생겨서 다 알고 있습니다.”

 내가 원하던 인재다!


“좋아. 너, 나랑 일하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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