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3화 〉 이불 안에 사람 있어요.
* * *
당혹감에 가득 찬 내 말을 대답으로 이해했는지 문이 열리고 비비안과 베리가 들어왔다.
“실례하겠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들어온 비비안이 침대 옆으로 다가왔다.
“아침 식사는 어떻게…. 음?”
내게 질문하던 비비안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네요?”
“베리,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커튼 걷고 창문을 여세요. 주인님, 일단 창문을 열고 환기 좀 하겠습니다.”
“아, 응.”
잔뜩 긴장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침대 곁에 가까이 오자 이불 안에 숨어있던 로인이 자지를 강하게 조여왔다. 좆 끝에 눌려 뭉개진 자궁이 정액을 달라며 강하게 달라 붙어온다.
“주인님, 아침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방으로 가져와서 먹여 드리면 되겠습니까?”
“아, 으응….”
평범하게 나중에 먹는다고 하면 될 텐데, 당황해서 비비안의 질문에 멍청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다고 인제 와서 나중에 먹겠다고 말을 돌리는 것도 뭔가 이상하다.
내 당혹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불 안에 숨어있던 로인이 엉덩이를 살살 움직이며 자극해대기 시작한다.
구불거리는 질벽의 감촉이 자지에 확실하게 느껴진다.
아아, 곤란하다! 하반신은 기분이 좋아서 마음껏 흔들고 싶은데, 주변에 사람이 있으니 표정이 이상한 게 아닐까 걱정된다.
내가 맨날 여자들에게 하던 행동을, 이렇게 당해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거, 걸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엘레나가 일주일간 섹스하지 말고 참으라고 했는데, 걸리면 어떤 잔소리를 들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당황하는 사이 비비안이 음식이 담긴 서빙 카트를 끌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다행인 건 섹스하면서 로인이 내 등받이 쪽에 베개를 대줘서 상반신은 반쯤 기대듯 일어나 있는 상태였다는 거다.
“수프가 뜨거우니 식혀서 먹여 드리겠습니다.”
“응….”
비비안이 침대 옆에 걸터앉아 능숙한 손놀림으로 하얀 수프를 떠서 내 입에 넣어줬다.
나는 마치 모이를 받아먹는 아기 새처럼 얌전히 음식을 받아먹었다.
여전히 자지는 로인의 보지 안에 꽂혀있는 채였다.
하반신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자극 때문에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자지에 자궁이 짓눌리는 채로 가만히 있는 게 힘들었는지 로인이 살짝 엉덩이를 들었다.
찌걱.
로인의 보지에서 잔뜩 흘러넘친 애액이 하반신을 적셔서 엉덩이가 떨어지면서 미묘한 소음을 냈다.
비비안은 그 소릴 못들었는지, 여전히 내게 음식을 먹여주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너무 어색하다.
“음, 우물…. 비비안. 뭔가 음식 먹여주는 게 능숙하네.”
“집에 나이 차이 나는 동생들이 많아서요. 부모님은 일 때문에 바쁘셔서 대체로 장녀인 제가 돌봤습니다. 그리고, 전에 모셨던 헤렌달님도 팔을 다치셨던 터라.”
“음? 아.”
기억났다.
나탈리야의 스켈레톤에 당해 오른팔이 어깨부터 잘려 나갔었지.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시는데?”
“약제사 일을 하고 계십니다.”
“오, 그래? 웨스트웨이 근방은 치안이 상당히 좋지 않던데 용케도 안전하게 약제사 일을 하고 계시는군.”
“네. 덕분에….”
“덕분에?”
뭐가 덕분에라는 걸까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금세 이해가 됐다.
저택의 고용인이라고는 해도, 어찌 보면 검은 달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녀의 부모에 한해서는 검은 달이 손을 뻗지 않는다고 이해하면 되겠지.
“비, 비비안님~”
방 바깥에서 다소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내게 음식을 먹여주던 비비안이 힐끔 바깥을 살폈다.
“난 괜찮아. 부르니까 한 번 가봐.”
“……배려 감사합니다. 베리, 교대하도록 하죠.”
“네~”
비비안이 방 바깥으로 나가고 뒤에서 구경 중이던 베리가 내 옆에 걸터앉았다.
“제가 먹여 드릴게요~”
“어, 응.”
베리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내게 음식을 먹여준다. 비비안과 같은 능숙함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불편한 느낌은 없었다.
찌긋.
음식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또다시 하반신의 이불 쪽에서 로인이 움찔거렸다.
엉덩이를 바짝 붙인 채로 가만히 있는 주제에 질 내부는 계속해서 조여대며 사정을 재촉한다.
“음…?”
“왜, 왜 그래?”
서빙 카트에 있던 그릇을 정리하던 베리가 이불 안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는지 힐끔 이불 쪽을 살폈다.
“뭔가…. 이불이 되게 볼록한 느낌이라서요?”
“그, 그래? 내가 다리를 구부리고 있어서 그런가?”
“아, 그래서 볼록한 거군요? 저는 안에 사람이라도 있는 줄 알았어요.”
“아하하! 그, 그럴 리가.”
이 녀석, 제법 예리하다.
“계속 누워만 있으면 땀띠 같은 게 날 텐데. 이불 한 번 거둬드릴까요?”
베리가 그렇게 말하며 이불에 손을 뻗었다.
“아, 아니! 괜찮아. 팔만 안 움직이는 상태니까. 불편하면 내가 움직이면 돼.”
“아, 그렇죠. 팔만 문제였죠. 식사를 먹여 드리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식물인간처럼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 하하…. 난 팔만 제외하면 멀쩡하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하마터면 이불이 들춰질 뻔했다.
그랬다면 이불 안쪽에서 로인과 섹스 중이란 걸 들켰겠지. 이런 꼴로 식사 시중을 받았다는 걸 들키면, 어떤 변태 취급을 당할지 모르겠다.
게르미와 테르미아에게도 엄청나게 혼나겠지.
음, 그건 곤란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식기를 전부 치운 베리가 말을 걸어왔다.
“집에서 지내는 사모님들 전부 주인님과 결혼한 건가요?”
“음?”
“게르미 보스하고, 테르미아님하고, 음…. 다 해서 다섯 분인가요?”
베리가 천장을 바라보며 숫자들 세듯 손가락을 접었다 핀다.
“아, 음…. 그렇지?”
정확히는 엘리나까지 하면 여섯 명이지만, 현재 다른 여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엘리나는, 어찌 보면 불륜관계라고 해도 될지도 모르겠다.
“와 엄청나네요. 어지간한 귀족들도 그렇게 부인을 많이 두진 않겠어요. 밤에 힘들진 않으신가요?”
언뜻, 무례할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베리는 딱히 자신의 질문이 무례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이 녀석, 말을 할 때 상당히 머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바로 튀어나오는 대로 말하는 타입인 모양이다.
하지만 그 행동이 딱히 무례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솔직한 느낌도 들고, 내게 거리감을 두지 않는다는 느낌도 있어서 친근하게까지 느껴진다.
무엇보다 못생긴 남자가 아닌, 귀엽게 생긴 여자라는 점에서 합격이다.
“아니,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 내가 침대 위에서는 장난 아니거든.”
“꺄하하! 멋지네요.”
그건 그렇고 슬슬 나가줬으면 좋겠다.
허리를 팍팍 들어 올리면서 로인의 엉덩이에 부딪히고 싶다.
로인도 거의 20분째 내게 자지를 박힌 채로 가만히 있으니 좀이 쑤시는 모양이다.
엉덩이가 자꾸만 꼼질대는 데다가 로인의 보지에서 흘러넘친 애액이 불알 밑까지 흠뻑 적셔서 끈적거린다.
“주인님.”
베리와 잠시 떠들고 있자니 비비안이 돌아왔다.
“어, 비비안? 왜?”
“그, 손님이….”
“손님? 나한테? 지금?”
“응접실에서 기다리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으나….”
이 시간에 내게 찾아올 손님이 도대체 누구일까. 찾아올 손님이 없지 않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니 문 옆에서 불쑥, 얼굴 하나가 나왔다.
“목소릴 들어보니 건강한 모양이군.”
“트리시안씨.”
“몸이 아픈 사람한테 응접실까지 오라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말이지. 방까지 따라와 버렸다.”
“병문안입니까?”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군.”
“베리, 카트를 가지고 나오세요. 주인님, 마실 것을 가져오겠습니다.”
비비안의 지시에 베리가 ‘네~’하고 대답하며 카트를 끌고 나가버렸다. 교대하듯이 방안에 들어온 트리시안이 침대 옆의 나무 의자에 걸터앉았다.
“팔은 좀 괜찮나?”
“네, 움직이지도 않고, 감각도 둔하긴 한데 괜찮아요.”
“그걸 괜찮다고 하지는 않는 것 같다만….”
“일주일 정도 있으면 회복된다고 하니까요.”
이불 아래에서는 알몸으로 섹스하고 있으면서 상반신 쪽은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자니 괴리감 때문에 머리가 어떻게 돼버릴 것 같다.
비비안이나 베리야 어차피 사용인이니 들켜도 다른 여자들에게 잔소리를 조금 듣는 정도로 끝나겠지만 트리시안은 다르다.
이런 걸 들킨다면 팔까지 다쳐가며 힘들게 쌓아둔 호감도가 어떻게 무너져 내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아아, 얼마나 나를 경멸 어린 눈으로 바라볼까, 두렵다!
“이야, 웨스트웨이의 경비대장님이 병문안까지 와주시고,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럴 것 없다. 그대는 훌륭하게 드레이크를 격파하고 용인족을 쫓아내지 않았나. 그때도 말했지만, 그대와 다른 용병들에게 나와 경비대원들은 목숨을 빚진 셈이야. 특히 로인양이 드레이크와 사역 술사의 시선을 끌어주지 않았다면 어찌 됐을지.”
“아하하….”
“그러고 보니 로인양은 어딨지? 감사 인사를 하고 싶네만, 검은 달로 출근했나?”
이불 안에서 제 자지에 박히고 있는데요. 아주 맛있게 따먹는 중입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마, 지금쯤 저택 어딘가에서 자고 있을 거예요. 잠이 많은 여자라서…. 하하하……. 그건 그렇고 오늘은 갑옷이 아니네요?”
“음, 전부 부서져서 말이지. 수리 중이다.”
평소, 갑옷과 투구를 쓴 채 온몸을 가리던 트리시안이 오늘은 갑옷에 비하면 다소 가벼운 느낌의 천 옷만을 걸치고 있다. 아니, 그냥 제복이다.
“실례하겠습니다.”
잠시 대화가 끊어진 타이밍에 비비안이 문을 열며 차를 가져왔다.
비비안은 고풍스러운 찻잔 두 개를 트리시안이 앉아있던 나무 의자 앞, 작은 원형 테이블에 올려두고는 그 잔에 차를 따랐다.
꽤 좋은 향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