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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2. 그녀의 비밀 - (3) (7/163)



〈 7화 〉2. 그녀의 비밀 - (3)

모텔 생각이 내 머리를 가득채웠지만, 아쉽게도 예매해 둔 영화 티켓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나와 지혜는 영화관으로 향했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티켓 매표소의 점원과 인사한 뒤, 나는 지혜에게 표를 흔들어보였다.


“몇 시꺼야?”


“두 시 반.”

“좀 널널하네. 뭐하고 있을까?”

“오락실 갈까?”

“그래.”

룸카페에서 나온 나와 지혜는 가볍게 점심을 먹고, 영화관에 왔다.

미리 예약해  영화표를 찾고도 1시간이 좀 안 되는 시간이 남았다.


“쓰읍...”


“왜?”


“아니.”


안타깝게도 영화관 건물 내에 있는 오락실엔 동전 노래방은 없었다.

동전 노래방을 찾은 이유는… 그래, 솔직하게 흑심이 있었다.

어딘가 으슥한 곳에 가서 당장이라도 여자친구와 물고 빨고 하는 행위를 하고 싶었다.

그만큼 달아올라 있었음에도 나는 아쉬움을 속으로 삼켰다.

그 때, 내 눈에 한 오락기기가 들어있다.

“오.. 지혜야, 이거  줄 알아?”

“조금?”


눈에 들어온 것은 자동차 게임이었다.

만화로도 유명한 그 자동차 게임은 특유의 드리프트하는 맛이 되게 좋고, 여자친구와 가볍게 즐기기도 좋았다.

그리고 내가 잘 하는 게임이다.

“이거 해볼래?”


“그래. 근데 성준아,  운전면허 있어?”


“난 있지. 왜?”

“그럼 다음에 자동차 렌트해서 어디 가볼까?”


“... 솔직히 난 자신은 없다. 장롱 면허거든.”

“나도 그렇긴 한데...  때가서 생각하자.”


“그래.”


어디 놀러가기 위해서라도 자동차 운전 연수라도 좀 받아봐야겠다 싶었다.

게임기의 운전대에 앉아 돈을 넣고 잠시 후, 게임이 시작됐다.

“오... 생각보다 소리 크다.”


“의자도 약간 흔들리는거 같네?”


지혜가 의자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야, 성준아. 우리 내기하자.”

“... 뭐 걸고?”


“음...”


자동차를 선택한 뒤, 화면이 바뀌었다.

“팝콘 내기?”

“받고 음료수도.”


“그래. 그거 받고 소원 하나까지.”

“... 소원?”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어, 소원.”

“뭐든지?”

“뭐든지.”

 뭐든지에 무슨 의미가 숨어있는지 알아차린 여자친구가 입을 뻐끔거렸다.

‘야.한.것.도.’


자신만만하게 씨익 웃는 여자친구를 보며 나는 속으로 조용히 웃었다.

애석하게도 나는 이 게임을 따로 카드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내 여자친구가 게임을 좋아해도 나를 이길 순 없으리라 확신했다.


화면에 어두운 도로가 떠올랐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였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차였다.


핸들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하며, 화면 앞에 카운트다운이 떠올랐다.

그 때, 여자친구가 입을 열었다.


“성준아.”

“어?”

“미안한데 나 고백할 게 있어.”

“엉?”

카운트다운 숫자가 1까지 내려가는 순간, 나는 액셀을 밟았다.

그리고 자동차의 모터 소리 사이로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 이거 고수임.”


옆 자리 여자친구의 자리에서 기분 좋은 기계음이 들렸다.

탁, 탁!


‘미친...’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직선 도로가 끝나는 순간, 그녀의 왼손이 화려하게 움직이며 기어를 조작했다.

첫 코너를 돌자마자 나는 화면에 집중하면서도 그녀를 향한 원망을 뱉어냈다.


“아니, 뭔데! 이거   줄 아냐고!”


“네가 하자고 했다! 나 이거 막보 빼고 다 잡음.”

“미친...”


이윽고 이어지는 급경사를 도는 와중에도 그녀는 리드를 내주지 않고 계속 앞서고 있었다.


그녀의 뒤꽁무니만 쫓아가는 내 차를 보며 나는 확신했다.


이 여자, 프로다.


이어지는 2연속 드리프트에서도 깔끔하게 블락과 동시에 중수 정도 되야 보여줄  있는 관성 드리프트를 해내며 그대로 리드를 유지하는 걸 보고 식은 땀이 흘렀다.

‘... 오락실 인생 10년차 박성준이 여기서 무너진다고?’

중, 고,대, 심지어 군생활까지 오락실 기계에 돈을 박은 나다.


헌데 여자친구 앞에서 이렇게 깨질 수는 없단 자존심이 고개를 치켜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플레이는 그렇지 못 했다.


‘이 코너 돌고... 다음에 2연속 코너 돌면 끝인데...’


피니시 라인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속이 초조해져갔다.

그 때, 내 바지 속의 이질감이 떠올랐다.

코너를 돌고 직선 코스가 찾아온 순간의 짧은 틈을 노려 나는 바지 속의 이질감을 느끼게 한 물건을 꺼내들었다.

마지막 코너의 돌입 직전, 나는 미리 말했다.


“지혜야.”

“왜?! 소원 생각해두라고?!”

“미안!”


“어? ... 야!”


그녀와 내가 코너를 돌입하는 순간, 나는 손에  물건의 다이얼을 최대로 돌렸다.


로터 리모컨이었다.




“...”

“...”


내 화면에 떠오른 FINISH라는 글자와 1st 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완벽하게 실수없이 리드를 유지하며 나에게 뚫을 틈을 주지 않았던 그녀였지만, 마지막 코너에서 나의 로터 컨트롤에 의한 실수를 범하며 벽에 부딪혔다.

“... 네가 하자고 한 거다?”


“야 이...!”


그녀가 가방을 휘두르며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아! 아! 미안, 크크큭. 아니 진짜 미안하다고 크흐흐. 근데 일단 이기고 봐야...”

“이 씨....!”

그녀는 분이 풀리지 않는듯 보였다.

“한 판 더해.”

“응, 싫은데.”

“아~, 한  더해!”

“할거면 카드 넣고 해.”

“... 나 카드  들고 왔어.”

“그럼 안 하지, 내가  하냐.”

“이...!”


화가 난 그녀는 고개를 연신 좌우로 돌리며 다른 기계들을 살펴봤다.


“... 저거하자.”

“엥? 진심?”

그녀가 가르킨 것은 일본의 유명한 격투 게임이었다.

“아니, 그보다 지혜야. 나 궁금해서 묻는데 너 게임 왤케 잘하냐?”

“얘기 안 했나? 우리 삼촌이 오락실 사장이었어.”

“아...”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여자친구는 삼촌과 집이 가까워서 어릴 때 자주 놀러가며 지냈고, 그 때문에 게임을 좋아한다고는 했었는데 그게 컴퓨터 게임뿐 만 아니라 오락실 게임이었다.

“...  거면 최신 버전으로 할래?”

“그래, 나 자신 있어”

“... 뭐 하는데?”


“풍신류.”

“쒜엣...”

내가 들은 단어 중에서 가장 섹시한 단어였다.

풍신류 주캐 여자친구.

물론 게임은 내가 이겼다.

스코어가 불리해질 때, 로터 다이얼을 또 돌렸거든.





“... 양아치 새끼.”

“응, 내가 이겼어.”

“... 개사기 캐릭만 하는 새끼.”

“응, 내가 이겼어.”

“씨이.... 나 갈래.”

“아잇... 미안, 미안.”


그녀가 밖에 나가려는 척하자 내가 그녀를 뒤에서 껴안았다.

“미안미안. 근데  잘못도 있다?”

“뭐가?”

“아니, 만약 내가 초보였으면 어떻게 할려고 했었냐?”


“...”


“하는 거 보니깐 오락실에서 좀 지냈을  같은데...”

“...”

“그리고 리모컨은 니가....”


“입 다물어, 혀 깨문다.”

“흡.”

그러자 그녀가 머리를 위로 들어올려 내 턱을 밀었다.

내 품에서 빠져나온 그녀를 보며 손을 내밀었다.


“... 쌤쌤?”

“... 쌤쌤.”


그녀가 내 손을 탁 치고는 붙잡았다.

다시 내 손을 잡은 그녀를 보며 나는 생각보다 내가 여자친구를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오락실 게임  하는 줄은 몰랐네. 진즉에 갈 껄.”


“그러게.”


“왜 말 안 했어? 게임  한다고 하지.”


“... 재미 없었거든.”


“응?”

“예전에 알던 애들은 맨날 잘 한다고 그래놓고 막상 가보면 기본도 몰랐거든. 근데 다들 자존심은 있어서 내가 일부로 져주는 게 재미없었어.”

“...”

그녀가 말하는 예전 애들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고 있었다.

지혜의 전 남자친구들.

“그렇구만. 이해하지.”

“... 응?”

“나도 군대에서 신병 오면 맨날 물어봤거든. 너 게임 잘하냐? 그럼 잘 한데. 붙어보면 국콤 하나 제대로  쓰는 애들이 거의 다 였지.”

“잘 하는 애 있었어?”


“어, 딱 하나. 말년에 들어오더라. 걔랑 한 3주 같이 지냈는데 내가  땐 말년이라서 또 끼고 돌기 그래서 많이는 못 했는데 재밌었어. 너랑 비슷하드라.”


“그래?”


“어.”

제일 뒷 좌석의 예약한 커플석을 찾아가 앉자 생각보다 빈 좌석이 많이 보였다.


 사이의 팔걸이를 위로 올리자 그녀가 내 품에 안기듯이 기댔다.

“... 다음엔 멀티방 가볼까?”

“멀티방?”


“어. 거기서 막 오락실 게임도 할 수 있고, 티비도 볼 수 있고 그렇다더라.”


“괜찮네.”

“야한 짓도 조금 하고.”

“야..!”

그녀가 웃으며 내 허벅지를 때렸다.

생각보다 소리가 커서 살짝 놀랬지만, 아무도 우리를 신경쓰지는 않았다.


“... 생각보다 좋네.”


“뭐가?”

“내 여자친구.”


“어떤 게?”


“나랑 취미가 맞아서 너무 좋네.  살면서 저 게임하는 여자가 존재할 거란 상상도 못 해봤어.”


“내가 중학교 때 동네 삼촌들한테 배웠거든.”

“못  수가 없네.”


“그치? 근데 그 삼촌들 끝까지  이겼다?”

“나는 오락실 가면 형들 무서워서 일부로  적도 있는데...”


“그건 또 나랑 다르네.”

“어차피 이길 자신 있어서 져도 뭐. 그보다 니네 삼촌은 아직도 오락실 하셔?”


“아니, 닫으셨어. 노량진 쪽에 계셨는데 요즘은 영 아닌가봐.”


“아... 고시원 동네니깐  잘하겠네.”

“다음에 서울오면 가볼래?”


“그래, 거기 컵밥 같은  맛있다매.”


“가서 먹어봐, 크큭.”


“뭐야? 왜 웃어?”


“가보면 알꺼야. 큭큭.”


그렇게 실 없는 얘기를 하다보니 금새 영화가 시작됐다.


그 날 본 영화는 거대한 로봇이 나오는 영화였다.


인터넷에서 본 평가들이 좋았고, 영화가 시작되자 나온 로봇과 괴수의 싸움 장면이 인상 깊었다.

거대 로봇의 발걸음 하나하나에서 묵직함이 잘 느껴지는 영화였다.

하지만 중반부가 더럽게 재미없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일본인과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의 얘기가 나오면서 로봇이  나오기 시작하자 나와 여자친구는 딴짓을 하기 시작했다.

서로 팝콘을 먹여주다가 슬쩍 서로의 입술도 만지고,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입을 맞추고, 그러다가 조금씩 혀도 섞고.

여자친구가 옷 위로 내 젖꼭지를 계속하며 괴롭혔지만, 내 왼팔은 완전히 그녀에게 묶여있었고 반대손을 뻗기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차마 가슴을  만졌다.


아예 무릎 위에 올려놓고 보고 싶었으나 혹시나  좌석의 사람들이 뒤돌아볼까봐 그런 짓까지는 하지 못 했다.

일방적으로 당하기는 싫어서 시끄러운 영화관 소리에 묻히겠구나 생각하며 슬그머니 주머니의 리모컨 다이얼을 올리자 금새 그녀의 반응이 왔다.

나를 노려다보는 그녀를 보며 씨익 웃어주고는 다이얼을 좀 더 오른쪽으로 돌려줬다.


사실 그녀가 좀 더 얌전해지길 바랬는데 오히려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오더니 내 바지 사이로 들어오려고 했다.


안 되겠다 싶어서 나는 그녀를 제지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영화관에서...’


‘왜? 어차피 아무도 뒤로는 안 봐. 곧 후반부잖아.’


‘...’


화면의 스크린에선 최후의 결투를 준비하는 주인공과 웅장한 BGM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내 목에 거친 숨결을 내뱉으며 마지막 유혹을 했다.

‘나... 너무 젖어서 원피스가 젖을 거 같아. 닦아줘...’

그 말을 듣고 잠시동안 고민했다.

과연 영화관에서도 괜찮을지.

앞의 관객들을 둘러봤으나 10명이  안 되는 관객들은 죄다 스크린에 집중하고 있었다.

우리가 앉은 커플석은 등받이가 높아 뒤로 가면 아무도   것 같았다.

마음을 굳힌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뒤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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